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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명의 화가 - 2page로 보는 畵家 이야기 디자인 그림책 3
하야사카 유코 지음, 염혜은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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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받았을때, 200여 페이지의 얇은 볼륨에 깜짝 놀랬다.  

읭?! 101명의 화가의 생애가 담겨있다며??1명의 화가의 삶을 담아도 이것보다는 두꺼울 텐데, 200페이지 안에 101명의 화가의 삶을 넣었다니...라고 생각했다. 책을 펴자마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책은 2페이지 안에 한 화가의 삶이 꽉꽉 눌러담아 있었다. 초등학생이 그린 낙서같은 그림들이 등장하여 2페이지에 걸쳐 화가의 삶을 초 스피드로 후루룩 훑어낸다. 말 그대로 '다이제스트'. 일단 한 사람의 삶을 2페이지에 다 담았다는 사실부터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그림보다 글씨가 많지만 매 컷마다 작가의 유머가 정보와 함께 전달되는데, 참 재미있고 말 그대로 '촌철살인' 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책을 굉장히 싫어한다. 특히, 나름대로 미술공부를 한 나에게 있어서 이런 책은 화가와 그림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화가들은 정신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보는 세상은 우리같은 일반 사람들이 보는 세상과는 그 색色 부터가 달랐다. 또한 자신이 추구하는 세계와 실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상과의 괴리를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였고, 그것을 작품속에 표현해 냈다. 작가가 살고있던 시대적 배경, 자라온 환경, 부모님과 친구들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그의 작품세계는 커녕 작품 한 폭도 정확히 읽어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화가를 소개하는 페이지들 자체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비록 위에 언급했던대로 부작용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이제 막 그림을 접한 중~고등학교 친구들이나 취미로 그림을 접하기 시작한 관람자들에게는 흥미를 불러 일으킬 만 한 작품이다. 화가에 대한 소개들은 '다이제스트' 에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주아주 간략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사람을 만났으며, 어떤 친구들과 어떤 일이 있었고, 어디서 어떻게 죽었다. 이렇게 아주 간략하지만 필요한 요소들이 골고루 잘 들어있다. 아주 잘 만들어진 학습만화의 예라고나 할까. 역시 만화 강국인 일본에서 만든 책이로구나... 싶었다. 위에도 살짝 언급했지만, 캐릭터들의 흐름과 유머러스한 표현과 대사들도 아주 친밀감 넘치게 자리잡고 있다. 정말 생각보다 아주 괜찮았다. 

문제는 편집이었다. 작가들의 순서가 미술사의 흐름이나 시대의 흐름, 심지어 작가의 탄생 순서도 아니고,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화가의 명칭이 ㄱ,ㄴ 순서로 배치되어있는 부분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체 이 편집부는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편집했을까 싶었다. 작가의 풀 네임의 알파벳순도 아니고, 성이나 이름, 잘 알려진 화가의 명칭을 한글로 풀어 썼을때 첫 자음의 순서라니...;;;

이 작품은 그림이 작고, 글씨도 작아서 작가의 탄생연도를 읽기가 굉장히 어렵다. 2페이지째의 오른쪽 가장 아래에 작가의 연표가 등장하는데 정신차리고 제대로 읽지 않으면 잘 안 읽힐 정도로 오밀조밀하다.  게다가 책의 순서도 작가의 탄생이나 시대의 흐름에 관계없이 막 섞은 뒤, 대부분 이름도 아니고 성을 한글로 썼을때의 한글 순서라니... 고흐 다음에 그레코가 나오고, 마그리트 다음에 마네와 마티스가 나온다.  인상주의 다음에 고전주의가 나오고, 중간에 르네상스가 갑자기 등장했다가, 다시 인상주의가 나오고, 다시 르네상스로 돌아갔다가, 갑자기 초현실주의가 등장한다. 아, 정말 정신없다. 

정말 너무너무 아쉽다. 미술사든 근대사든 역사는 흐름이 굉장히 중요하다. 모든 역사적 사건에는 원인과 결과가 존재하듯, 미술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주의가 르네상스를 맞은 이유가 있고, 르네상스 시대에서 어떻게 인상주의 화가들이 튀어나왔는지, 어떤 화가들이 어떤 이유로 그리했는지 또한 시대의 흐름과 그 이유가 있다. 리얼리즘, 포비즘, 다다이즘이 공존했던 근대 미술사 등 당대에 활약했던 작가들이 잘 소개되어 있지만, 그 순서가 뒤죽박죽이라는 점이 너무너무너무 아쉽다. 한 권의 책으로서 완성도를 푹 떨어뜨리는 편집이 참으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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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볼츠 Thunderbolts 1 : 악당을 믿다 시공그래픽노블
워런 엘리스 지음 / 시공사(만화)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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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세계에서 일어났던 초대형 사건이었던 '시빌 워'.

그것은 한 어리석은 슈퍼 히어로들에서부터 촉발된 사건이었다. 초능력을 지닌 '슈퍼 휴먼' 들이 공공연히 인정받던 마블 유니버스의 어느 지구.(우리 세계이다.) 한쪽에서는 '뮤턴트' 라 불리우는 인종들이 차별받고 있었고, 캡틴 아메리카나 아이언 맨, 스파이더맨 같은 초능력자들은 군.경에 속하지 않은 자경단원으로서 존경받고 있었다. 퍼니셔처럼 언제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인물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들은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의미가 강했기에, 자신들의 능력으로 악당들을 사로잡아 법 테두리 안으로 밀어넣는 역할을 해 오고 있었다. 보통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슈퍼 휴먼' 들이 모두 그렇게 정의감 넘치고 애국심 넘치는 정의의 히어로가 될 리는 만무. 많은 능력자들은 악의 길로 빠져들어 '슈퍼 빌런' 이 되기도 했다.

 정부의 입장에서 슈퍼 히어로들과 슈퍼 빌런들의 아슬아슬한 균형은 언제나 탐탁치 않았다.

그들은 순식간에 국가를, 정부를 제압할 수 있는 '슈퍼 휴먼' 들이었고, 평범한 인간들로 이루어진 '정부' 는 이들을 제어할 수단이 없었다. 그러던 중, 일련의 슈퍼 히어로들과 슈퍼 빌런들이 뒤섞인 대결에서 대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엄청난 사건이 발발했고, 이를 기화로 정부는 '초인등록법안' 을 통과시킨다. 흔히 우리가 '슈퍼 휴먼' 이라고 부르는 초인들은 언제나 양날의 검이다. 이런 양날의 검에 스스로가 베이지 않기 위해 그들 한명 한명을 정부가 파악하고 관리하겠다는 의도였다. 또한 잠재적으로 슈퍼 빌런이 될 수도 있는 슈퍼 휴먼들은 적확하게 파악해서 슈퍼 히어로로서 국가에 봉사할 수 있도록 조기 교육을 시키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는 방안이었다.

 

 아이언맨은 기꺼이 정부의 정책에 동의한다. 법안을 지지하는 일파의 수장으로서 다른 히어로들을 설득시켜서 자신의 정체를 정부에 등록하도록 한다. 많은 히어로들이 그에게 협력했지만, 그만큼 많은 히어로들은 그와 정부의 법안에 거세게 반대했다. 아이언맨을 아버지처럼, 큰 형처럼 따랐던 스파이더맨은 가장 먼저 대중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공개하고 정부에 등록하며 아이언맨의 수족이 된다. 한편, 미국의 전쟁영웅인 캡틴 아메리카는 그 법안에 격력하게 반대하며 아이언맨의 대척점에 서서 반대파들을 규합해 레지스탕스를 조직하기에 이른다. 바야흐로 '시빌 워'. 지구를 지키는 슈퍼 히어로들간의 내전이 발발하게 된 것이다.

 

 시공사에서 출간했던 [시빌 워] 본편을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전은 결국 반대파인 캡틴 아메리카가 스스로 아이언맨에게 굴복하고 반대파의 해산을 요구하면서 찬성파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그 와중에 아이언맨의 권력의 근간이기도 했던 정부산하 슈퍼 히어로 관리 독립부서인 'SHILD'(이하 '쉴드') 의 최고 책임자였던 아이언맨이 직위해제되고, 쉴드의 모든 권한과 기물들은 '썬더 볼츠' 라는 팀에 강제 종속 된다. 정부가 임명하는 '쉴드' 의 총 사령관이었던 '닉 퓨리' 가 [시빌 워] 의 전초전이기도 했던 [시크릿 워] 임무 이후 행방불명 된 뒤, 사실상 쉴드의 모든 권한은 아이언맨이 가지고 있었다. 아이언맨이 정부의 명령을 받아 슈퍼 히어로들을 규합하고 반 강제로 국가에 등록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쉴드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정보력이었다. 일찌감치부터 슈퍼 히어로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쉴드를 넘겨받은 아이언맨이었기에, 쉴드의 강제 종속은 사실상 아이언맨에 대한 정부의 불신임이나 다름없었다.

  

 정부는 초인등록법안의 활성화와 반대파 잔당의 일소를 위해 쉴드를 대신할 수 있는 슈퍼 히어로 관리팀 '썬더볼츠' 를 창설하고, 그 수장에 '노먼 오스본' 을 임명한다. 노먼 오스본은 스파이더맨의 가장 큰 숙적. 영화 '스파이더맨' 을 보신 분도 아실 수 있을 '그린 고블린' 이라고 불리는 슈퍼 빌런이었다. 노먼 오스본은 자신의 능력으로 슈퍼 히어로들을 움직일 수는 없었고, 정부에 의해 강제 구금되어있던 슈퍼 빌런들을 활용하기로 한다. 노먼 오스본은 악당들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악당들의 몸 안에 엄청난 위력의 전기 충격을 줄 수 있는 칩 '나노 체인' 을 이식하고 악당들을 제어한다. 이 시도는 [시빌 워] 에서도 있었던는데, 당시엔 악당들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없었다. 그 전례에 비추어 노먼 오스본은 우선적으로 활용 가치가 있는 슈퍼 빌런들을 대면하고, 그들의 몸에 나노체인을 이식함으로서 공포와 고통으로 그들을 제어하고자 한다.

 

바야흐로 세상은 슈퍼 빌런들의 세상. 노먼 오스본의 세상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한다.

 

'악당을 믿다' 라는 부제를 가진 '썬더 볼츠' 는 위에 줄거리를 통해 언급했듯 [시빌 워] 이벤트와 이어지는 크로스 오버 프로젝트(각 타이틀롤을 가지고 있는 슈퍼 히어로들이 한 데 모여서 하나의 큰 이야기를 축으로 모이는 프로젝트) 이다. [썬더 볼츠] 이벤트가 진행되는 중간에 수많은 팬들로부터 엄청나게 욕을 먹었던 [시크릿 인베이전] 같은 짧은 이벤트도 있었지만, [썬더 볼츠] 는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꽤 인기있는 이벤트이다. [시빌 워] 가 슈퍼 히어로들이 한 데 크로스 오버 된 이벤트였다면, [썬더 볼츠] 는 슈퍼 빌런들이 크로스 오버 된 이벤트이다. '본격 악당 주인공 만화' 인 셈이다. 아무리 사회를 리얼하게 그려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권선징악적인 메시지를 추구하는 미국 문화의 특성상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과거에도 악당들이 주인공인 이슈가 있긴 있었으나, 그것들은 대부분 4~8회 정도의 짧은 단발성 이슈가 많았다.

(지난 해 출간되었던 '킬링 조크' 가 좋은 예. 조커가 주인공이긴 했지만, 결국 배트맨에게 붙잡히며 끝나고 불과 4회에 지나지 않는 60페이지의 짧은 원샷 이슈였다.)

 

 그래픽 노블에 대한 리뷰를 쓸 때 마다 언급하지만, 미국 문화에 있어 만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미국만화는 마치 미국 드라마처럼 많은 인력과 자금이 투입되는 킬러 콘텐츠로 여겨지고 있고, 캐릭터는 대단히 유기적으로 문화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간 개봉되고 있는 헐리웃 블록 버스터 영화들의 원소스가 모두 만화라는 점을 떠올려 보면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그린랜턴(DC)' 과 '토르(마블)', '스파이더맨' 의 새로운 시리즈 등이 모두 만화 원작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큼직한 영화엔 언제나 만화가 프롤로그나 에필로그, 혹은 영화 본편이 그대로 출간되기도 한다. 지난해 '인셉션' 의 경우에도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이미 영화 내용의 프리뷰 격인 4편짜리 미니시리즈 만화가 발표되기도 했었고, 트랜스 포머나 배트맨의 경우도 영화의 내용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스토리 라인을 가진 만화가 발표된다. 누구나 쉽게 어디서든 손에 들 수 있고, 펼쳐볼 수 있으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지 않아도 읽어볼 수 있다는 강점때문에 만화는 엄청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시빌 워] 라는 초대형 크로스 오버 프로젝트는 미국 내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초대형 이슈였다. 거대한 컨텐츠 회사인 마블사의 거의 모든 캐릭터가 등장하고, 마블사가 자랑하는 초일류의 스토리작가, 그림작가, 컬러작가들이 달라붙었다. 이 메인 이벤트 외에도 동시간대에 벌어졌던 수많은 사건들을 보다 디테일하게 조명하는 '스핀 오프' 격의 작품들도 수두룩하게 발표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 [썬더 볼츠] 처럼 아직까지 완벽하게 마무리 되지 않은 에피소드이다. (지금까지는 썬더볼츠 외에 따로 진행되는 크로스 오버 프로젝트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슈퍼 히어로들은 각자 자신의 터전으로 돌아가 시빌워가 남긴 참상들을 뒷수습 하고 있는 중이다.)

 

 [썬더 볼츠] 는 그 노골적인 악당들이 참으로 매력적인 작품이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가 봐 온 슈퍼 히어로들은 수만명을 죽이겠다고 선포하는 악당 한 명 앞에 두고, 얠 죽여야 되나, 말아야되나 전전긍긍 우유부단한 모습만 보이며 때려도 꼭 안죽을 것 같은 곳만 골라서 때리는 조금은 아쉬운 모습을 보인건 사실이다. 뻑하면 말로 해결하려고 하고, 주변 사람들 다 잃어도 복수할 생각도 안하는 등. 하지만, 썬더볼츠의 악당들은 참으로 못됐다.

언제나 동료라고 부를만한 썬더볼츠의 조직원들을 속여 넘기거나 뒷통수 치며 이용할 생각만 하고, 심지어 수장인 노먼 오스본은 브리핑때 팀원들에게 전자 수갑을 채워놓아야만 한다. 수많은 약을 먹는 노이로제 걸린 정신 분열증 환자이기도 하다!! 팀의 최고 실력자인 불스아이는 '데어 데블' 의 숙적이자 미치광이 싸이코 패스 살인마이기도 하고. 그의 머릿속엔 살인 이라는 단어로 가득하지 않은가.

 

 슈퍼 히어로들과 싸워온 슈퍼 빌런이라면 어쩔 수 없을터다.

애매하면 바로 잡혀갈테니. 게다가 아이언 맨 같은 놈에게 제대로 한 대 맞으면 그냥 머리 터져서 죽는거다. 그런 놈들을 피해 나쁜짓을 하려면 얼마나 신경이 쓰일까!! 그렇다고 나쁜 짓을 안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더 머리를 써서 작전을 짜야하고, 장비를 개발해야 하고,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불안을 이기기 위해 정신은 하나로 몰아서 밀 그대로 '미쳐야' 할 터다. 또다른 자아를 만들어내든, 싸이코 패스가 되든. (뭐 슈퍼 히어로들과 상관없이 원래 그런 놈들이기도 하지만..)

그런 슈퍼 빌런들의 통쾌한 액션. 그리고, 치졸하고 쪼잔한 음모들. 얽히고 설킨 사건들

 

[썬더 볼츠] 는 비록 Vol1. 이라는 부제가 붙어있긴 하지만, 미국 만화의 특성대로 한 이야기가 한 권에서 완벽하게 마무리 되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4개의 주요한 사건들이 시간의 흐름대로 얽히다가 결국 하나로 맞아 떨어지는 구성과 연출은 '우와!!' 하고 감탄사를 내뱉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 다른 슈퍼 히어로들이 주인공인 빅 이슈들보다 못 한 부분이 하나도 없다. 4개의 사건, 8명의 인물들. 초인등록법안을 피해 각각 자신의 근거지에서 몰래몰래 활동하고 있는 3명의 미등록 슈퍼 히어로들. 그리고, 그런 미등록 슈퍼 히어로들을 사냥하기 위해 조직된 [썬더 볼츠] 의 슈퍼 빌런들.

그들이 톱니바퀴처럼 하루의 일상 속에서 얽혀 들어가고 예상치 못했던 대치를 하면서 일은 꽤나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 과정이 정말 미드처럼 짜임새있고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단순히 슈퍼 빌런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이들의 얽힘과 설킴. 그리고 대결구도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즐거움을 주는 수작이다.

 

다음권도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기대된다. 

 

 

잠시 작품을 감상해보자.

 




 

 

뭐, 전형적인 미국 만화.

하지만, 주인공들이 악당들이어서 내용도 좀 하드코어하고, 액션도 노골적이다.

 

 

 

 

 

 

 

 

 

P.S

 국내에 마블과 DC의 여러 판권을 가지고 있는 '시공사' 도 참 용자스럽다.

슈퍼 히어로들이 주인공인 작품들도 낯선 판에, 슈퍼 빌런들이 주인공인 작품들을 떡하니 발간하고, 게다가 Vol1. 인 것으로 보아 앞으로도 죽죽 내겠다는 심산인 듯 한데.... ㅎㄷㄷ

[시빌 워] 에 관련된 이슈들은 죄다 정식 발매할 생각이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이 비싼 책들을 빠짐없이 모으고 있는 나도 참 용자스럽다.

 

 



[시크릿 워] 부터 [시크릿 인베이젼] 까지 책이 꽂혀있는 순서가 사건이 일어난 순서이다.

[시크릿 워] 에서 히어로들의 갈등이 생기고, 쉴드의 사령관이던 닉 퓨리가 마지막에 모습을 감춘다. 그 뒤부터 마리아 힐이 쉴드의 책임자가 된다.

[하우스 오브 엠] 에서 엑스맨들의 숫자가 엄청나게 줄고, '뮤턴트'라는 종 자체의 멸종 위기를 맞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슈퍼 히어로들이 헐크를 우주로 날려버리면서 [헐크: 플래닛 헐크] 의 대 서사시가 시작된다.

[하우스 오브 엠] 이 마무리 되자 초인등록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슈퍼 히어로들이 반대파와 찬성파로 나뉘기 시작한다.

하지만 멸종을 막기 위해 엑스맨들은 [메시아 컴플렉스] 에 목을 메고, 당연히 내전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엑스맨을 제외한 슈퍼 히어로들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치열한 [시빌 워] 를 벌이게 되고, 결국 찬성파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된다.

아이언맨이 시빌워의 뒷수습을 하고 흩어진 반대파 출신 슈퍼 히어로들을 처리하고 다닐때, 우주로 쫓겨났던 헐크가 지구로 돌아와 [헐크: 월드 워 헐크] 라는 초호화 이벤트를 일으키고, 오래지 않아 무시무시한 외계인 '스크럴' 들이 지구를 공습하며 [시크릿 인베이전] 이 일어난다. 우주의 적을 무찌르기 위해 슈퍼 찬성파와 반대파 히어로들은 일시적으로 손을 잡지만, 스크럴들을 무찌른 뒤에 토니와 쉴드는 결국 정부에 의해 축출되고, 쉴드의 모든 정부와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정부 재산들은 모조리 새로이 창설된 [썬더 볼츠] 와 그 수장인 노먼 오스본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만다. 

 

물론 다른 칸에는 세미콜론의 그래픽 노블도 가득하다.

 

아마, 두 출판사가 마블과 Dc 각 출판사에 캐릭터 위주로 저작권을 사 온 모양이다.

Dc 의 [슈퍼맨] 이라는 캐릭터와 마블의 주요 이슈에 대한 저작권은 시공사가 손에 넣은 모양이고,

역시 Dc 의 [배트맨] 과 관련된 캐릭터들은 세미콜론이 손에 넣은 모양이다.

덕분에 Dc 의 간판 스타인 슈퍼맨과 배트맨이 각각 다른 출판사에서 책이 발행되는 모양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슈퍼맨과 배트맨은 아주 긴밀한 사이로서, 함께 활약하는 작품이 꽤나 많다. 아예 '배트맨 & 슈퍼맨' 이라는 시리즈까지 있을 정도이다.

세미콜론의 배트맨 만화인 '배트맨: 허쉬 " 와 시공사의 슈퍼맨 만화인 '슈퍼맨: 포 투머로우' 같은 작품은 아예 같은 스토리작가와 같은 그림작가가 창조해 낸 쌍둥이 같은 작품들이다.

 

 

무튼, 이렇게 재미난 미국만화를 정식 발매본으로 접할 수 있다는 건 너무나도 기쁜일이다.

내일이면 그린랜턴 이슈중에서도 재밌기로 소문난 '시네스트로 코어 워' 도 도착할 예정.

 

조만간 그린랜턴: 리버스 의 리뷰와 함께 계속해서 리뷰를 올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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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런 파더스데이 - 상
김성민 글 그림 / 길찾기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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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출판만화 시장이 무너지면서, 웹툰 시장이 도래했다.

웹툰은 장르의 특성상 장단점이 공존할 수 밖에 없다.

 

우선 작가와 독자간의 즉각적인 리액션을 예로 들 수 있다.

작가는 독자들의 반응을 바로바로 볼 수 있고, 그것은 작품에 있어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베르세르크나 무한의 주인처럼 긴 호흡의 서사물이 웹툰으로 연재된다고 생각해 보자. 베르세르는 일본에서 격주간지에 월간, 혹은 격월간으로 연재되는 연재물이다.(일본에는 그런 경우가 꽤 있다. 즉, 격주간지가 총 4권 나오는 동안 한회 연재되거나, 5권 나오는 동안 한회 연재되는 경우이다. 또는 월간지에 격월로 연재하는 작품들도 꽤 된다.)

아마 네티즌들은 작품 진행에 대한 어마어마한 욕을 쏟아낼 것이고, 많은 독자들은 작품을 외면할 것이다.

게다가 그런 작품들은 호흡까지도 느리다. 즉, 한 회에 진행되는 사건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만화를 기다리는 독자들은 두달을 기다려 불과 한 회, 24페이지 정도를 감상하며 그 내용 또한 전체 이야기를 놓고 봐서는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작품은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와 넓고 깊은 설정들로 인해 생명력을 아주 서서히 얻어나간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작은 사건, 사소해 보일 정도의 갈등들 불필요할 것 같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이 쌓여가는 것이다. 물론 위에 언급한 두 작품 모두 초반부터 높은 흡인력을 자랑하지만 만약 그런 작품들이 현재 한국에서 웹툰으로 연재된다면, 1년을 채 버티지 못할 것이다.

 

만화. 특히, 웹툰을 즐기는 한국의 현재 독자들은 참을성이 그다지 많지 않다. 네이버에서 가장 긴 호흡을 가지고 있는 작품은 현재 양영순 작가의 '덴마' 와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나이트 런의 본편은 얼마전 막을 내렸으니까.) 그 작품들의 댓글들 중 태반은 '양이 적어요. 이야기가 느려요' 일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들 모두 1회부터 지금까지 쌓인 분량들을 천천히 감상해본다면 위에 언급했던 차곡차곡 쌓인 작은 것들이 모여 얼마나 훌륭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는 확인할 수 있을것이다.

 

이 독자들의 즉각적인 리액션이 웹툰 만화의 성격을 규정한다.

독자들의 리액션을 무시하고 본인의 이야기를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느냐. 즉, 한 회 한 회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작품군과 오히려 독자들의 리액션을 추구하는 작품군.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나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의 작품군이다.

 

한국의 웹툰을 양분하는 두 포털 사이트는 다음과 네이버에서 이 두 작품군을 발견해 볼 수 있다.

이 두 대형 포털은 일찌감치 만화 컨텐츠의 중요성을 인식했고 서로 완벽하게 다른 작품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두 사이트는 한때 한국 만화의 두 축이었던 '아이큐 점프' 의 서울 문화사와 '소년 챔프' 의 대원 문화사의 역할을 대신 떠맡았지만, 작품과 작가 발굴.관리 시스템은 판이하게 다르다.

나 역시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아서 크게 알지 못하지만, 다음의 경우는 기획력을 갖고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따져서 진입 장벽을 꽤 높게 형성한 반면, 네이버는 일단 문턱을 낮추고 활짝 열어놓은 상태에서 진입한 작가와 작품들끼리 무한 경쟁을 요구하는 체제라고 볼 수 있다.

 

다음 웹툰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 작품들은 강도하 작가의 '위대한 캣츠비' 나 강풀작가의 작품들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꽉 짜여진 이야기로서의 완성도가 높고 제작 초기 단계부터 작가와 담당자들의 기획을 거친 작품들이다. 그렇다면, 네이버에서는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 나 서나래 작가의 '낢이 사는 이야기', 김규삼 작가의 '정글고'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 작품군의 비교만으로도 두 포털의 웹툰이 추구하는 방식과 시스템이 대충 감이 잡힐것이다. 다음 웹툰은 철저한 기획력과 작가와의 사전 미팅을 통해 밀도있고 완성도 있는 웹툰이 많다면, 네이버의 경우에는 작가들이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반응에 민감한 작품들이 많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다. 연재되는 작품들 또한 장단점이 있을 뿐 아니라, 각 방식 속에서 살아남는 작품들 또한 명작과 범작들이 골고루 섞이게 된다.

철저한 기획을 통과했다고 해서 항상 밀도 높고 완성도가 높은 재미있는 작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작가가 독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조율하며 풀어낸다고 이야기 구조와 구성이 듬성듬성하고 허술한 작품이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이트 런" 은 한국 블로그 1세대에 가까운 작품으로서, 애초에 포털들이 만화를 제공하기도 전, 이글루스라는 블로그 전용 사이트에서 개인 블로그를 통해 연재되던 작품이다. 사실 그 등장시기만 놓고 본다면 웹툰 1세대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당시 블로그에서 크게 인기를 얻던 또다른 작품인 '다세포 소녀' 가 개인 블로그의 특성을 이용한 포르노에 가까운 B급 정서로 인기몰이를 했다면, '나이트 런' 은 스타워즈와 일본식 액션을 마구 뒤섞은듯한 익숙함과 작가가 구상한 세계관에 대한 긴 호흡의 이야기가 오랜 시간동안 많은 팬들을 잡아 끌었다. 특히 스타워즈나 스타트랙을 좋아하던 매니아들, 그리고 한국만화에서도 베르세르크나 배가본드 같은 긴 호흡의 장편 서사시를 갈구하던 팬들 사이에서 알음알음으로 퍼지면서 대형 포털이 아닌 블로그 전문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고정 팬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나이트 런이 네이버 웹툰에서 자리잡은것은 작품이 개인 블로그에서 이미 50회를 훌쩍 뛰어넘은 뒤의 일이었다. 바로 이런 '나이트 런' 의 성장기가 네이버 웹툰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나이트 런은 기본적으로 SF. 특히 '스페이스 오페라' 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틀을 명확히 가지고 있다.

행성과 행성간의 이권 다툼, 각 행성의 명확한 특징들,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전투함들, 그리고 성장과 모험.

특히, 정체를 알수없는 압도적인 외계의 적. 그로 인한 처절한 공포와 절망. 그 틈을 파고드는 '기사' 라는 작은 한줄기의 희망. 그 희망을 붙들고 늘어지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장황하게 설정들을 설명하기보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 설명하기 힘든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해 버리고 등장인물간의 드라마에 초점을 맞춤으로서 이야기의 흐름에 경쾌한 템포를 부여한다. 그리고 바로 그 '불친절함' 을 오히려 매니아들은 열광한다. 작가가 애초에 탄탄한 설정을 가지고 작품을 구상했고, 작품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현상들의 인과관계가 또렷하기 때문에 팬들은 작품을 파고들면서 불친절하게 설명되지 않은 요소들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얻어가는 것이다. 일본의 만화 문화 근간을 지탱하고 있는 오타쿠 문화도 바로 이러한 스페이스 오페라 "우주전함 야마토" 에서부터 파생된 것이다.

"나이트 런" 은 한국에도 '오덕질' 을 할 만한 작품이 등장했음에 환호한 것이다.

 

나이트 런이 아주 새롭거나 독창적임은 절대로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스페이스 오페라 풍은 물론, 판타지 요소가 잔뜩 가미된 우주모험물이 엄청나게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들조차 영향을 받은 스페이스 오페라의 효시인 스타트랙이나 스타워즈 시리즈 또한 그 영향력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작품속에 등장하는 '나이트' 의 역할은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의 '로봇' 들의 역할을 닮아있다. 쉬운 예로 '기동전사 건담' 이 인간 사이즈로 변해서 인류를 위협하는 우주 괴수들을 쳐부순다고 봐도 될 것이다. 아니면, 그 명칭조차 비슷한 스타워즈의 '제다이 나이트' 를 떠올려도 된다. 등장하는 전투함이나 간간히 보이는 행성들간의 알력다툼, 갈등관계 등은 스타트랙이나, 역시 건담시리즈가 오버랩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참치 한 마리로 수많은 요리를 할 수 있고, 요리마다 맛이 완전하게 다르듯, 나이트 런 또한 그런 작품들의 영향권 안에 있지만 전혀 다른 맛을 낸다. 심지어 부위마다도 맛이 다를터. 비슷한 소재를 사용했다고 이야기가 주는 느낌이나 감동까지 비슷하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나이트 런' 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강점은 그런 소재가 아니라, 탄탄한 설정과, 그 위에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생생함이다.

로봇보다 강하지만, 여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 들이 서로 어우러져 얽히고 설키면서 성장해가는 과정들이 때론 감동적으로, 때론 즐겁고 유쾌하게 이어져 나간다.

 

이 작품 "나이트 런 - 파더스 데이" 는 '나이트 런' 이라는 이야기가 얼마나 탄탄한 설정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본편의 외전격인 이 작품은 작가가 "나이트 런" 을 통해 궁극적으로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고, 그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과 앞으로의 기대를 동시에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처절한 절망과 고난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빛이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광활한 우주와 번득이는 빔들이 향연을 펼치는 "나이트 런" .

그 세계에 입문하기 위한 첫 작품으로는 최고의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네이버에 연재되는 본편과는 다른 깔끔하고 높은 퀄리티의 그림.

철저한 기획속에서 만들어진 산물이라는 느낌이 딱 오는 수작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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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밝은별 2011-12-15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봤던 나이트런 평가 글 중에 최고로 느낌 와닸는 글이에요~

열혈명호 2011-12-23 00:58   좋아요 0 | URL
오와@.@ 정말 감사합니다!!^^
 
그린 랜턴 Green Lantern : 시크릿 오리진 Secret Origin 시공그래픽노블
제프 존스 지음, 이규원 옮김, 이반 레이스.오클에어 알버트 그림 / 시공사(만화)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에 미국의 히어로가 찾아든 것은 헐리웃 영화를 통해서 였다.
"슈퍼맨" "배트맨" 과 같은 히어로들은 지금 보면 조악하기 짝이없지만, 당시에는 컬쳐 쇼크에 가까울 정도의 영상기술로 스크린 안에서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악당들을 응징했다. 파란 타이즈에 빨간 팬티를 입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슈퍼맨이나 박쥐 마스크를 쓰고 시커먼 망또를 둘러맨 배트맨의 외견은 유치해 보였으나, 그 스토리는 전혀 유치하지 않았다. 신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듯한 슈퍼맨은 끊임없이 정체성을 의심하는 사람이었고, 배트맨은 자신의 마음속 깊이에 위치해 있는 죄책감과 공포감을 이겨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이었다.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영상 기술은 보다 더 발전했고, 우리는 보다 많은 슈퍼 히어로들을 스크린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 발 맞춰서 미국 문화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슈퍼 히어로 문화의 본질, 슈퍼 히어로의 코믹북과 그래픽 노블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나 생소한 슈퍼 히어로인 '그린 랜턴' 은 슈퍼맨과 배트맨의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는 DC 코믹스의 간판 캐릭터이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과 그린랜턴은 DC 코믹스의 대표 캐릭터인 동시에, 그린랜턴은 슈퍼맨, DC의 경쟁사인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 등 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미국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린랜턴: 시크릿 오리진' 은 그린 랜턴이라는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군들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그린랜턴인 '할 조던' 이 어떻게 그린랜턴이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작품이다.
 
눈 앞에서 비행기 사고를 당하는 아버지를 목격했던 할 조던. 하지만, 그는 아버지가 동경했던 하늘을 포기할 수 없었다. 공군에 입대해 조종사가 되지만, 남편을 잃게 한 하늘과 공군을 그의 어머니는 좋아할 리 없었다. 할 조던은 어머니와 형, 동생과 갈등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공군에서 불명예 제대하게 된 할 조던은 가족들에게도 돌아갈 수 없는 처지가 되어 작은 지역 항공사에 취직하게 되고, 항공사의 여 사장이자 소꼽친구이기도 한 '캐롤 패리스' 와 대립하게 된다.
한편, 지구를 포함한 우주 구역을 수호하는 전사인 그린랜턴 '아빈 수르' 는 우주선에 악당인 '아트로시터스' 를 태우고 지구로 향하고 있었다. 불길한 예언을 접하고 그 악의 근원을 찾아내기 위한 여정이었다. 지구에 다다랐을 무렵, 아트로시터스는 아빈수르를 공격하여 우주선을 탈출하고, 아빈 수르는 심각한 상처를 입은 와중에도 우주선이 사람이 없는 황무지에 추락시키기 위해 남은 생명력을 짜낸다. 우주를 수호해야 하는 그린랜턴은 한시도 공석이 되면 안되기 때문에, 의지가 있는 그린랜턴의 반지는 임무를 물려받을 지성체를 찾아나서고, 그 대상으로 할 조던이 선택된다.
할 조던은 아빈 수르의 임무를 넘겨받아 그린랜턴이 되기로 하고, 우주 어딘가에 있는 그린랜턴의 훈련소에서 짧은 훈련을 마친 뒤 지구로 복귀한다.
지구로 돌아온 할 조던은 아빈수르의 제자이자 다른 우주 구역을 수호하는 그린랜턴인 '시네스트로' 를 만나게 된다.
 
 
'그린랜턴: 시크릿 오리진'은 2009~2010 미국 DC의 메인 이벤트인 '가장 어두운 밤(Blackest Night)' 의 중심 캐릭터인 그린랜턴의 기원에 대한 내용으로서 '가장 어두운 밤' 시리즈를 위한 미드의 파일럿작품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인 아빈수르의 지구행에 바로 그 '가장 어두운 밤' 에 대한 예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할 조던이 그린랜턴이 된 원인이 바로 그 '가장 어두운 밤' 에 대한 예언이었고, 이 작품 '시크릿 오리진' 에서 '가장 어두운 밤' 을 이끌어 내는 복선들이 등장한다. (이 부분들은 미국 만화의 시스템을 모르시는 분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린랜턴은 올해 6월, 미국에서 영화가 개봉된다. 아마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될 것이고, 이 작품 '그린랜턴: 시크릿 오리진' 은 영화를 보기 전에 한번쯤 봐두면 좋을 듯한 작품이다. 아마 영화에서도 특히 '그린랜턴: 시크릿 오리진' 의 내용을 많이 차용해서 각본을 썼을 것이다. 그만큼 이 작품은 그린 랜턴이라는 캐릭터와 할 조던이라는 인물의 아이덴티티를 명료하고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다른 슈퍼 히어로들과 달리 우주적인 스케일을 가지고 있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각종 외계의 다른 그린랜턴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미국 히어로들과 그린랜턴이 생소한 독자들에게도 충분한 재미를 줄 수 있는 '그린랜턴: 시크릿 오리진'.
강추!
 
 

 
무엇보다 번역이 참 좋다. 화면에 잘 안보이지만, 이렇게 칸 아랫부분에 작품에 관련된 여러가지 해설들이 적혀있다.
그린랜턴을 전혀 모르는 독자들, 미국 만화 자체를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도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매끄러운 번역은 물론, 미국 만화를 즐길 수 있게 해주려는 번역자님의 센스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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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저승편 세트 - 전3권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의 출판 만화 시장이 무분별한 일본만화 수입과 무책임한 대여점의 난립등의 이유로 바닥까지 무너져 내렸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대중들이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와 함께 온라인 게임, PC방, 모바일 인프라의 확대 등 여러 이유등이 거론되지만, 위에 언급한 저 두 가지가 가장 큰 원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출판 만화 시장은 무너졌지만, 만화라는 장르는 무너질래야 무너질 수가 없는 것 아닌가. [만화] 라는 컨텐츠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대중매체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인프라가 발달한 인터넷 강국답게 한국에서 웹툰이라는 장르가 태동했다. 김풍, 강풀, 강도하등의 작가로 대변되는 웹툰 1세대들의 노력은 웹툰으로 만화가가 살아남는 법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웹툰은 전통적 만화문법의 파괴를 가져왔다.
출판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만화를 책으로 만들어 보기 시작했다. '책' 이라는 방식이 나온 뒤로 만화는 좌에서 우. 혹은 우에서 좌로 읽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흔히 우리는 이것을 '가로연출' 이라고 한다. 컷과 컷 사이의 그림들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책을 넘기는 방향으로 지그재그로 이어지게 되어있다. 시선의 이동, 이것을 '코마' 라고 부르는데, 컷의 크기, 컷 안에 들어있는 인물들의 배치, 컷 안의 배치된 그림들의 카메라 앵글, 확대, 축소, 효과음과 미장센 모두를 표현하는 용어이다. 

 

하지만, 웹툰은 세로로 내리면서 본다. 이것은 당연하게도 지금까지 만화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었던 전통적인 문법에 대치되는 방식이었고, 만화작가들은 새로운 방식을 연구해야 했다. 종이를 앞뒤로 넘기는 것이 아닌. 스크롤를 쭉쭉 돌리며 위아래로 빠르게 지나가는 컷들을 위해 작가들은 새로운 시도들을 접목시켰고, 강풀이나 양영순 같은 작가들이 영화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을 고안해내면서 새로운 만화적 문법들을 제시했다.

 

웹툰이라는 장르가 태동하고, 많은 작가들이 작품활동을 하다 보니, 웹툰의 세로 연출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것은 웹툰을 책으로 만들때 과연 어떻게 보일것인가? 에 대한 의문이었다. 작가들은 반드시 책을 팔아야 돈을 벌 수 있다.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유수의 포털 사이트들이 모든 웹툰에 가격을 매기고 네티즌들로 하여금 비용을 지불하게 하지 않는 이상, 작가들은 웹툰을 그려 먹고살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 우리나라 웹툰 작가에 대한 비용 시스템을 언급해야 하는데, 간단히 말하면 포털 사이트에서는 작가에게 소정의 작업비를 보조해주는 정도이고, 작가는 포털 사이트를 통해 작품을 개재하고 출판업자를 통해 책을 내야지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물론, 강풀, 강도하, 양영순 작가와 같이 A급 작가들은 사정이 좀 다르다. 기성 출판만화 작가들 또한 그렇고.)

그래서 최근의 웹툰 작가들은 책으로 묶일 것을 예상하고 작품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꽤 있다. 대부분의 프로 작가들은 지나친 세로연출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되어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애초에 책을 낼 약속을 하고 포털 사이트에 연재물을 개재하는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통적 만화 문법이 파괴되면서, "만화는 그림이 우선!" 이라는 고정관념도 깨지기 시작했다.

한국 만화는 특히 이야기와 그림 중, 지나치게 그림에 편중된 인식이 있었다. 일본이나 미국만 해도 그림작가보다 글 작가가 보다 높은 대우를 받는다. 일본에서는 '원작자' 라고 하고, 미국에서는 '라이터' 라고 한다. 미국에서 '만화작가' 라고 하면 글만 쓰는 작가를 말하고, 그림작가는 '아티스트' 라고 부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스토리 작가는 그림작가가 고용한 형태로 운영되기도 하고,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지금이야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스토리 작가를 그림작가에 종속된 관계로 보는 관행은 뿌리 깊게 남아있다. 전에 어떤 포스팅에서 한국 만화가와 일본 만화가의 대담을 본 적이 있는데, 일본 작가가 "한국 작가들은 그림은 정말 잘 그린다. 정말정말 잘 그린다. 일본에서도 손꼽을 만 하다. 하지만, 그 뿐이다. 그들의 만화에는 그림만 있다." 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것이 한국 작가들의 현실이었던 것이다.


웹툰은 이렇듯, 기존의 만화가 가지고 있던 '작화' 에 대한 개념을 깨뜨리고 있다.

현재 포털에서 A급 취급을 받는 작가들인 강풀, 조석 같은 작가들의 그림을 보면 분명 세련되고 멋진 작화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들이다. 2010 독자대상 만화를 수상한 [신과 함께] 의 작가인 '주호민' 작가 역시 세련되고 멋진 작화를 구사하는 작가가 아니다. 이들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결국 만화에서 그림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는 증거인 셈이다. 

 



네이버에 연재될 당시의 타이틀 컷.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 는 만화가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의 위대함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야기는 크게 두개의 축을 가지고 전개된다. '김자홍' 이라는 평범한 사람이 죽은 뒤 49일동안 재판을 받는 내용과, 억울하게 죽은 '유성연' 이라는 청년의 영혼을 뒤쫓는 저승차사들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야기의 한 축은 법정드라마를 연상케 하고, 다른 한 축은 전형적인 퇴마물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두 이야기 모두 단순하게 잘 짜여진 플롯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캐릭터에 활력을 불어넣어 이야기 자체를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물론 49일동안 김자홍이 받게되는 저승 재판은 우리가 잘 알고있는 한국의 전통 신화를 정확하게 따르고 있으며, 곳곳에서 작가의 만화적 상상력과 유머를 만끽할 수 있다. 유성연의 영혼을 뒤쫓는 저승차사들의 이야기도 굉장히 재미있다. 쫓고 쫓기는 전형적인 플롯을 적절하게 구사했으며, 역시나 풍성한 캐릭터들이 돋보인다.

이 작품이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은 위에 언급한 만화적 상상력과 한국의 전통 신화의 조화, 플롯과 캐릭터의 완벽한 역할도 분명하겠지만, 무엇보다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너무도 뻔하고 뻔하지만 큰 울림을 주는 교훈 덕분일 것이다. 직접적으로 말하면 뻔한 훈계가 되어 오히려 반감만 가질게 뻔한 "착하게 살아라" 라는 교훈 말이다. 작품은 시종일관 이 교훈을 아주 부드럽고 능숙하게 이야기속에 녹여낸다. 이 세권의 책 속에 착하게 살아가는 모든 방법들이 녹아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터. 그것들을 이야기로서 독자들이 스스로 깨치게 하는 능력은 정말 수준급이다. 글이나 말이었으면 설득력이 떨어졌을 그 말은 만화의 특징들을 통해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신과 함께] 또한 작가가 애초에 제책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 작품이다.
 

 

 

네이버 웹툰에 연재될 당시의 화면.

 


 
 

책으로 묶인 장면.

 
딱 봐도 책의 사이즈에 맞게 3단으로 연출한 것을 세로로 길게 이어붙인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식으로 작업을 하면, 웹 연재가 끝남과 동시에 바로 제책 디자인에 들어갈 수 있고, 결과적으로 책이 빨리 나올 수 있다. [신과 함께] 가 2010년 시작과 함께 네이버에 연재를 시작해서, 2010년의 마무리에 즈음해서 단행본까지 완벽하게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이런 철저한 기획에 있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작품의 분량도 더하거나 덜 함 없이 3권에 딱 끝낼만한 정도였다.
 
결국 만화의 힘은, 아니, 모든 컨텐츠의 핵심은 '이야기' 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신과 함께] 는 만화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장점들을 적절하게 살린 수작임은 분명하다.
현재 네이버에서 [신과 함께] 의 '이승편' 이 연재되고 있다. 올해 말이면 이것 또한 책으로 만나볼 수 있을터.

주호민 작가의 건필을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이건 저의 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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