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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볼츠 Thunderbolts 1 : 악당을 믿다 ㅣ 시공그래픽노블
워런 엘리스 지음 / 시공사(만화) / 2011년 2월
평점 :
마블의 세계에서 일어났던 초대형 사건이었던 '시빌 워'.
그것은 한 어리석은 슈퍼 히어로들에서부터 촉발된 사건이었다. 초능력을 지닌 '슈퍼 휴먼' 들이 공공연히 인정받던 마블 유니버스의 어느 지구.(우리 세계이다.) 한쪽에서는 '뮤턴트' 라 불리우는 인종들이 차별받고 있었고, 캡틴 아메리카나 아이언 맨, 스파이더맨 같은 초능력자들은 군.경에 속하지 않은 자경단원으로서 존경받고 있었다. 퍼니셔처럼 언제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인물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들은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의미가 강했기에, 자신들의 능력으로 악당들을 사로잡아 법 테두리 안으로 밀어넣는 역할을 해 오고 있었다. 보통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슈퍼 휴먼' 들이 모두 그렇게 정의감 넘치고 애국심 넘치는 정의의 히어로가 될 리는 만무. 많은 능력자들은 악의 길로 빠져들어 '슈퍼 빌런' 이 되기도 했다.
정부의 입장에서 슈퍼 히어로들과 슈퍼 빌런들의 아슬아슬한 균형은 언제나 탐탁치 않았다.
그들은 순식간에 국가를, 정부를 제압할 수 있는 '슈퍼 휴먼' 들이었고, 평범한 인간들로 이루어진 '정부' 는 이들을 제어할 수단이 없었다. 그러던 중, 일련의 슈퍼 히어로들과 슈퍼 빌런들이 뒤섞인 대결에서 대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엄청난 사건이 발발했고, 이를 기화로 정부는 '초인등록법안' 을 통과시킨다. 흔히 우리가 '슈퍼 휴먼' 이라고 부르는 초인들은 언제나 양날의 검이다. 이런 양날의 검에 스스로가 베이지 않기 위해 그들 한명 한명을 정부가 파악하고 관리하겠다는 의도였다. 또한 잠재적으로 슈퍼 빌런이 될 수도 있는 슈퍼 휴먼들은 적확하게 파악해서 슈퍼 히어로로서 국가에 봉사할 수 있도록 조기 교육을 시키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는 방안이었다.
아이언맨은 기꺼이 정부의 정책에 동의한다. 법안을 지지하는 일파의 수장으로서 다른 히어로들을 설득시켜서 자신의 정체를 정부에 등록하도록 한다. 많은 히어로들이 그에게 협력했지만, 그만큼 많은 히어로들은 그와 정부의 법안에 거세게 반대했다. 아이언맨을 아버지처럼, 큰 형처럼 따랐던 스파이더맨은 가장 먼저 대중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공개하고 정부에 등록하며 아이언맨의 수족이 된다. 한편, 미국의 전쟁영웅인 캡틴 아메리카는 그 법안에 격력하게 반대하며 아이언맨의 대척점에 서서 반대파들을 규합해 레지스탕스를 조직하기에 이른다. 바야흐로 '시빌 워'. 지구를 지키는 슈퍼 히어로들간의 내전이 발발하게 된 것이다.
시공사에서 출간했던 [시빌 워] 본편을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전은 결국 반대파인 캡틴 아메리카가 스스로 아이언맨에게 굴복하고 반대파의 해산을 요구하면서 찬성파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그 와중에 아이언맨의 권력의 근간이기도 했던 정부산하 슈퍼 히어로 관리 독립부서인 'SHILD'(이하 '쉴드') 의 최고 책임자였던 아이언맨이 직위해제되고, 쉴드의 모든 권한과 기물들은 '썬더 볼츠' 라는 팀에 강제 종속 된다. 정부가 임명하는 '쉴드' 의 총 사령관이었던 '닉 퓨리' 가 [시빌 워] 의 전초전이기도 했던 [시크릿 워] 임무 이후 행방불명 된 뒤, 사실상 쉴드의 모든 권한은 아이언맨이 가지고 있었다. 아이언맨이 정부의 명령을 받아 슈퍼 히어로들을 규합하고 반 강제로 국가에 등록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쉴드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정보력이었다. 일찌감치부터 슈퍼 히어로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쉴드를 넘겨받은 아이언맨이었기에, 쉴드의 강제 종속은 사실상 아이언맨에 대한 정부의 불신임이나 다름없었다.
정부는 초인등록법안의 활성화와 반대파 잔당의 일소를 위해 쉴드를 대신할 수 있는 슈퍼 히어로 관리팀 '썬더볼츠' 를 창설하고, 그 수장에 '노먼 오스본' 을 임명한다. 노먼 오스본은 스파이더맨의 가장 큰 숙적. 영화 '스파이더맨' 을 보신 분도 아실 수 있을 '그린 고블린' 이라고 불리는 슈퍼 빌런이었다. 노먼 오스본은 자신의 능력으로 슈퍼 히어로들을 움직일 수는 없었고, 정부에 의해 강제 구금되어있던 슈퍼 빌런들을 활용하기로 한다. 노먼 오스본은 악당들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악당들의 몸 안에 엄청난 위력의 전기 충격을 줄 수 있는 칩 '나노 체인' 을 이식하고 악당들을 제어한다. 이 시도는 [시빌 워] 에서도 있었던는데, 당시엔 악당들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없었다. 그 전례에 비추어 노먼 오스본은 우선적으로 활용 가치가 있는 슈퍼 빌런들을 대면하고, 그들의 몸에 나노체인을 이식함으로서 공포와 고통으로 그들을 제어하고자 한다.
바야흐로 세상은 슈퍼 빌런들의 세상. 노먼 오스본의 세상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한다.
'악당을 믿다' 라는 부제를 가진 '썬더 볼츠' 는 위에 줄거리를 통해 언급했듯 [시빌 워] 이벤트와 이어지는 크로스 오버 프로젝트(각 타이틀롤을 가지고 있는 슈퍼 히어로들이 한 데 모여서 하나의 큰 이야기를 축으로 모이는 프로젝트) 이다. [썬더 볼츠] 이벤트가 진행되는 중간에 수많은 팬들로부터 엄청나게 욕을 먹었던 [시크릿 인베이전] 같은 짧은 이벤트도 있었지만, [썬더 볼츠] 는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꽤 인기있는 이벤트이다. [시빌 워] 가 슈퍼 히어로들이 한 데 크로스 오버 된 이벤트였다면, [썬더 볼츠] 는 슈퍼 빌런들이 크로스 오버 된 이벤트이다. '본격 악당 주인공 만화' 인 셈이다. 아무리 사회를 리얼하게 그려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권선징악적인 메시지를 추구하는 미국 문화의 특성상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과거에도 악당들이 주인공인 이슈가 있긴 있었으나, 그것들은 대부분 4~8회 정도의 짧은 단발성 이슈가 많았다.
(지난 해 출간되었던 '킬링 조크' 가 좋은 예. 조커가 주인공이긴 했지만, 결국 배트맨에게 붙잡히며 끝나고 불과 4회에 지나지 않는 60페이지의 짧은 원샷 이슈였다.)
그래픽 노블에 대한 리뷰를 쓸 때 마다 언급하지만, 미국 문화에 있어 만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미국만화는 마치 미국 드라마처럼 많은 인력과 자금이 투입되는 킬러 콘텐츠로 여겨지고 있고, 캐릭터는 대단히 유기적으로 문화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간 개봉되고 있는 헐리웃 블록 버스터 영화들의 원소스가 모두 만화라는 점을 떠올려 보면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그린랜턴(DC)' 과 '토르(마블)', '스파이더맨' 의 새로운 시리즈 등이 모두 만화 원작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큼직한 영화엔 언제나 만화가 프롤로그나 에필로그, 혹은 영화 본편이 그대로 출간되기도 한다. 지난해 '인셉션' 의 경우에도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이미 영화 내용의 프리뷰 격인 4편짜리 미니시리즈 만화가 발표되기도 했었고, 트랜스 포머나 배트맨의 경우도 영화의 내용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스토리 라인을 가진 만화가 발표된다. 누구나 쉽게 어디서든 손에 들 수 있고, 펼쳐볼 수 있으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지 않아도 읽어볼 수 있다는 강점때문에 만화는 엄청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시빌 워] 라는 초대형 크로스 오버 프로젝트는 미국 내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초대형 이슈였다. 거대한 컨텐츠 회사인 마블사의 거의 모든 캐릭터가 등장하고, 마블사가 자랑하는 초일류의 스토리작가, 그림작가, 컬러작가들이 달라붙었다. 이 메인 이벤트 외에도 동시간대에 벌어졌던 수많은 사건들을 보다 디테일하게 조명하는 '스핀 오프' 격의 작품들도 수두룩하게 발표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 [썬더 볼츠] 처럼 아직까지 완벽하게 마무리 되지 않은 에피소드이다. (지금까지는 썬더볼츠 외에 따로 진행되는 크로스 오버 프로젝트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슈퍼 히어로들은 각자 자신의 터전으로 돌아가 시빌워가 남긴 참상들을 뒷수습 하고 있는 중이다.)
[썬더 볼츠] 는 그 노골적인 악당들이 참으로 매력적인 작품이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가 봐 온 슈퍼 히어로들은 수만명을 죽이겠다고 선포하는 악당 한 명 앞에 두고, 얠 죽여야 되나, 말아야되나 전전긍긍 우유부단한 모습만 보이며 때려도 꼭 안죽을 것 같은 곳만 골라서 때리는 조금은 아쉬운 모습을 보인건 사실이다. 뻑하면 말로 해결하려고 하고, 주변 사람들 다 잃어도 복수할 생각도 안하는 등. 하지만, 썬더볼츠의 악당들은 참으로 못됐다.
언제나 동료라고 부를만한 썬더볼츠의 조직원들을 속여 넘기거나 뒷통수 치며 이용할 생각만 하고, 심지어 수장인 노먼 오스본은 브리핑때 팀원들에게 전자 수갑을 채워놓아야만 한다. 수많은 약을 먹는 노이로제 걸린 정신 분열증 환자이기도 하다!! 팀의 최고 실력자인 불스아이는 '데어 데블' 의 숙적이자 미치광이 싸이코 패스 살인마이기도 하고. 그의 머릿속엔 살인 이라는 단어로 가득하지 않은가.
슈퍼 히어로들과 싸워온 슈퍼 빌런이라면 어쩔 수 없을터다.
애매하면 바로 잡혀갈테니. 게다가 아이언 맨 같은 놈에게 제대로 한 대 맞으면 그냥 머리 터져서 죽는거다. 그런 놈들을 피해 나쁜짓을 하려면 얼마나 신경이 쓰일까!! 그렇다고 나쁜 짓을 안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더 머리를 써서 작전을 짜야하고, 장비를 개발해야 하고,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불안을 이기기 위해 정신은 하나로 몰아서 밀 그대로 '미쳐야' 할 터다. 또다른 자아를 만들어내든, 싸이코 패스가 되든. (뭐 슈퍼 히어로들과 상관없이 원래 그런 놈들이기도 하지만..)
그런 슈퍼 빌런들의 통쾌한 액션. 그리고, 치졸하고 쪼잔한 음모들. 얽히고 설킨 사건들
[썬더 볼츠] 는 비록 Vol1. 이라는 부제가 붙어있긴 하지만, 미국 만화의 특성대로 한 이야기가 한 권에서 완벽하게 마무리 되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4개의 주요한 사건들이 시간의 흐름대로 얽히다가 결국 하나로 맞아 떨어지는 구성과 연출은 '우와!!' 하고 감탄사를 내뱉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 다른 슈퍼 히어로들이 주인공인 빅 이슈들보다 못 한 부분이 하나도 없다. 4개의 사건, 8명의 인물들. 초인등록법안을 피해 각각 자신의 근거지에서 몰래몰래 활동하고 있는 3명의 미등록 슈퍼 히어로들. 그리고, 그런 미등록 슈퍼 히어로들을 사냥하기 위해 조직된 [썬더 볼츠] 의 슈퍼 빌런들.
그들이 톱니바퀴처럼 하루의 일상 속에서 얽혀 들어가고 예상치 못했던 대치를 하면서 일은 꽤나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 과정이 정말 미드처럼 짜임새있고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단순히 슈퍼 빌런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이들의 얽힘과 설킴. 그리고 대결구도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즐거움을 주는 수작이다.
다음권도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기대된다.
잠시 작품을 감상해보자.
뭐, 전형적인 미국 만화.
하지만, 주인공들이 악당들이어서 내용도 좀 하드코어하고, 액션도 노골적이다.
P.S
국내에 마블과 DC의 여러 판권을 가지고 있는 '시공사' 도 참 용자스럽다.
슈퍼 히어로들이 주인공인 작품들도 낯선 판에, 슈퍼 빌런들이 주인공인 작품들을 떡하니 발간하고, 게다가 Vol1. 인 것으로 보아 앞으로도 죽죽 내겠다는 심산인 듯 한데.... ㅎㄷㄷ
[시빌 워] 에 관련된 이슈들은 죄다 정식 발매할 생각이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이 비싼 책들을 빠짐없이 모으고 있는 나도 참 용자스럽다.
[시크릿 워] 부터 [시크릿 인베이젼] 까지 책이 꽂혀있는 순서가 사건이 일어난 순서이다.
[시크릿 워] 에서 히어로들의 갈등이 생기고, 쉴드의 사령관이던 닉 퓨리가 마지막에 모습을 감춘다. 그 뒤부터 마리아 힐이 쉴드의 책임자가 된다.
[하우스 오브 엠] 에서 엑스맨들의 숫자가 엄청나게 줄고, '뮤턴트'라는 종 자체의 멸종 위기를 맞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슈퍼 히어로들이 헐크를 우주로 날려버리면서 [헐크: 플래닛 헐크] 의 대 서사시가 시작된다.
[하우스 오브 엠] 이 마무리 되자 초인등록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슈퍼 히어로들이 반대파와 찬성파로 나뉘기 시작한다.
하지만 멸종을 막기 위해 엑스맨들은 [메시아 컴플렉스] 에 목을 메고, 당연히 내전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엑스맨을 제외한 슈퍼 히어로들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치열한 [시빌 워] 를 벌이게 되고, 결국 찬성파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된다.
아이언맨이 시빌워의 뒷수습을 하고 흩어진 반대파 출신 슈퍼 히어로들을 처리하고 다닐때, 우주로 쫓겨났던 헐크가 지구로 돌아와 [헐크: 월드 워 헐크] 라는 초호화 이벤트를 일으키고, 오래지 않아 무시무시한 외계인 '스크럴' 들이 지구를 공습하며 [시크릿 인베이전] 이 일어난다. 우주의 적을 무찌르기 위해 슈퍼 찬성파와 반대파 히어로들은 일시적으로 손을 잡지만, 스크럴들을 무찌른 뒤에 토니와 쉴드는 결국 정부에 의해 축출되고, 쉴드의 모든 정부와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정부 재산들은 모조리 새로이 창설된 [썬더 볼츠] 와 그 수장인 노먼 오스본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만다.
물론 다른 칸에는 세미콜론의 그래픽 노블도 가득하다.
아마, 두 출판사가 마블과 Dc 각 출판사에 캐릭터 위주로 저작권을 사 온 모양이다.
Dc 의 [슈퍼맨] 이라는 캐릭터와 마블의 주요 이슈에 대한 저작권은 시공사가 손에 넣은 모양이고,
역시 Dc 의 [배트맨] 과 관련된 캐릭터들은 세미콜론이 손에 넣은 모양이다.
덕분에 Dc 의 간판 스타인 슈퍼맨과 배트맨이 각각 다른 출판사에서 책이 발행되는 모양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슈퍼맨과 배트맨은 아주 긴밀한 사이로서, 함께 활약하는 작품이 꽤나 많다. 아예 '배트맨 & 슈퍼맨' 이라는 시리즈까지 있을 정도이다.
세미콜론의 배트맨 만화인 '배트맨: 허쉬 " 와 시공사의 슈퍼맨 만화인 '슈퍼맨: 포 투머로우' 같은 작품은 아예 같은 스토리작가와 같은 그림작가가 창조해 낸 쌍둥이 같은 작품들이다.
무튼, 이렇게 재미난 미국만화를 정식 발매본으로 접할 수 있다는 건 너무나도 기쁜일이다.
내일이면 그린랜턴 이슈중에서도 재밌기로 소문난 '시네스트로 코어 워' 도 도착할 예정.
조만간 그린랜턴: 리버스 의 리뷰와 함께 계속해서 리뷰를 올릴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