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4모 - 박근혜 4년 모음집, 본격 시사인 만화 2013~2017
굽시니스트 지음 / 시사IN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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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고 보니, 짧았던 것 같은데. 박근혜 정부도 무려 4년이었다. 

2017년 5월 29일 공판때 박근혜는 혼잣말로 '다 조작이야' 라고 궁시렁 거렸고, 급기야는 문에 발가락을 찧었다며 MRI까지 찍는 희안한 일을 벌이고 있다. 정유라의 결정적 증언에도 이재용은 사실 삼성의 실세가 아니었다는 말로 최악의 사태를 피해가려 하고, 최순실과 변호인측은 여전히 사법부를 농락하는 듯 고성을 멈추지 않고 있으니, 그네들의 정신세계를 알 것 같다.

이 책은 이제는 시사만화계의 거두로 자리잡은 '굽본좌' 굽시니스트가 시사인에 장기 연재중인 '본격 시사인 만화'에서 박근혜의 집권기간동안 연재된 분량을 묶은 책이다.

본격 시사인 만화가 2권까지 나왔으니 3권인 셈이다. 

아무래도 박근혜 집권기는 기존의 대한민국 정치사와 사뭇 다른 부분이 있어설까, 기존의 시리즈를 이어가기보다 '박4모' 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편집부의 의도가 좀 궁금하긴 한데.... 문재인 정부는 어쩔라구???? @,@

아마 박근혜 정부를 우리나라의 '정부' 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속내가 보이는 듯도 하고.

 

 굽작가 책의 트레이드마크인 각 편마다 달려있는 해설도 역시 그대로다.

패러디로 사용된 작품들과 책이 묶이기 직전 소회를 풀어내듯 몇줄씩 코멘트가 달려있는데, 탄핵 이후에 쓰여진 것들이라 당시에는 어처구니 없었던 몇몇 결정들이 지금 보니 '그랬구나' 싶은 부분들이 많다.


2012년 10월,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와 박근혜 당선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2017년 4월, 문재인과 안철수의 양강구도로 막을 내린다.

윤창중의 발탁과 낙마, 문창극 총리 후보 지명,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미스테리한 마무리와 무시무시한 크래킹 프로그램을 통한 도감청 의혹 등등. 빨간 마티즈 안에서 사망하신 국정원 직원분은 제대로 눈이나 감으셨을까... 세월호 아이들에 비할수는 없겠지만, 원통한 죽음도 꽤 많았던 4년이었구나, 싶다.

 

엄청나게 긴 시간이었던 것 같지만, 지난해 촛불혁명부터 문재인 정권의 출범까지, 고작 1년 남짓이었다.

최순실의 태블릿이 발견된 지도 이제 1년 넘어, 2년째인거고. 

아직 해야 할 일들이 엄청나게 많다. 박근혜, 최순실, 이재용의 공판은 끝나지 않았고, 블랙리스트의 김기춘, 조윤선도 마찬가지.

심지어 조윤선은 무죄 선고를 받고 호화로운 집으로 돌아갔다. 

최순실의 은닉 자금은 세계 각지에서 어마어마한 규모로 발견되고 있으나 환수법은 지지부진하고, 동네 건달들의 강령 같은 혁신안을 발표한 박근혜 정부의 일등공신 자한당은 사사건건 적폐청산의 앞길을 막고 있다. 

박근혜 탄핵도 쉽지 않았으나, 앞으로의 길도 험난하다.

미국은 여전히 우리 정부를 따 시키고, 중국은 여전히 민간 기업들을 내몰면서 압박 하고, 그 와중에 북한은 미사일을 펑펑 쏴댄다.

일본은 스스로 정한 평화헌법에 끊임없이 균열을 내며 우리의 영토와 역사를 걸고 넘어지며 분쟁을 조장하고. 

동아시아의 지형은 북,중,미 대 한,미,일의 대결구도가 선명해진 가운데, 한국에서 먼저 정치적인 환난이 잘 극복됐고, 일본에서도 극우 정권을 향한 의미있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중이란다. 


우리의 역사는 언제나 위기의 연속이었다. 

수많은 위기 끝에 문민정부를 세우고 평탄대로를 걸을 줄 알았더니, 이명박근혜 10년이 민주주의를 엄청나게 후퇴 시켰다.

하지만, 역시 수많은 위기로 단련된 시민들이어서 기회가 주어지자 잃어버린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되돌아갔다.

어쩌면 우리는 10년쯤 뒤에 또,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할지도 모른다.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니까.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곱씹어야 한다.

박정희를 잊지 말고, 전두환을 잊지 말고, 노태우와 김영삼, 김대중과 노무현, 이명박과 박근혜를 끊임없이 되살려야 하는 이유다. 

광주 민주화운동과 남북정상회담, 보건복지부와 삼성, 삼풍 백화점과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와 촛불 혁명을 끊임없이 돌이켜야 하는 이유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지난 10년은 그 증거였다. 

당장 다음 해에 총선. 그리고 그 뒤에 또 찾아올 대선. 아마 그 중간 어디선가 개헌이 있을수도.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먼지로 돌아갈 만한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

외계인이 침략한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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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글쓰기 (특별판)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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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이 책이 엄청 유행했던 적이 있다. 

나는 20대 후반에 처음 접하고, 이 책을 고등학교때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두고두고 아쉬움을 삼켰다.

그리고, 40을 바라보는 30대 후반에 다시 읽어보니, '이런 내용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있었다.

특히,'연장통' 에 대한 부분이 정말 새롭게 다가왔다. 

스티븐 킹은 누구나 글을 쓸 수는 있지만, 그것을 위한 '준비' 에 관해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연장통이 바로 그것이다. 

스티븐 킹은 글쓰기의 기본 능력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최선의 능력' 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장이 필요하고, 연장의 활용법을 충분히 익혀야 하며, 많은 연장을 담을 통과 그 통을 들고 다닐 수 있는 팔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연장통의 맨 위칸에는 '낱말' 이 있다. 그 옆에는 '문법' 이 있고.

적확한 낱말을 간결한 문장 안에 넣는다. 

이 대목에서 그 유명한 "부사는 여러분의 친구가 아닙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로 뒤덮여 있다고 믿는다." 와 "부사는 민들레와 같다. 잔디밭에 한 포기가 돋아아면 제법 예쁘고 독특해 보인다. 그러나 이때 뽑아버리지 않으면~~' 과 같은 이야기가 등장한다.(p.151) 그리고, 관용구를 피하는 방법과 수동태를 자제하고 능동태를 지향하라는 주장이 여러 예문을 통해 쏟아진다.

문장들이 알맞게 모인 "문단"의 중요성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아, 그래.

이 부분은 대충 읽었었지. 

스티븐 킹은 수많은 대가들도 잘못된 문법을 사용한 예가 있지만, 탄탄한 문법적 기초 위에서 파생된 것이고, 수동태는 작가의 소심함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설파한다. 시종일관 유머러스 한 그의 책은 거의 중반인 이 즈음부터 상당히 진지해진다. 


그 뒤에 등장하는 "창작론" 역시 재미있다.

그는 작가란 "화석을 캐내는 고고학자" 라고 생각한다. 

물론, 수많은 다른 작가들의 수많은 창작론을 인정하고, 자신의 창작론을 진리로 따르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각자 자신만의 창작론을 따르라고.

그는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 어떤 인물을 훅 던져 두고, '관찰' 함으로써 이야기를 '발굴' 해낸다고 한다.

작가의 역할은 그 이야기를 최대한 원형 그대로 캐내는 것이다. 적절한 연장을 적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붓이나 솔을 사용해야 할 곳에 망치나 끌을 들고 덤비면 큰일이다. 그것이 '연장통' 의 중요성이다.


"독서를 통하여 우리는 평범한 작품과 아주 한심한 작품들을 경험한다. 이런 경험을 쌓아두면 나중에 자기 작품에 그런 단점들이 나타났을 때 얼른 알아보고 피해갈 수 있다. 또한 독서를 통하여 우리는 훌륭한 작품과 위대한 작품을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과연 이런 작품도 가능하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독서는 작가의 창조적인 삶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맞아. 이 뒤에, 어디서든 읽으라, 러닝 머신 위도 좋은 공간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래그래. 내가 헬스장에 책을 갖고 다니게 된 이유였다. 러닝 머신은 좀 위험하고, 인도어 사이클 위에서 읽는다.  

이 책도 헬스장 러닝 머신 위에서 다 읽었다. 


스티븐 킹은 시종일관 겸손하고, 유머러스하다.

에세이처럼 시작한 이 한권의 작법서는 수많은 '주의사항' 을 설파하고, 수많은 예제를 던져주며 마무리된다.

아마, 이 책을 다 집필하고도, '아 이런 부분이 있었는데,' 한 부분들도 많았겠지.

수많은 '지망생'. 장래의 동료들을 위한 존중과 배려, 따뜻한 시각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아마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향하는 한 지점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살아있는 선' 을 그리는 것이다. 

아...이제는 컬러로 면을 표현하기가 쉬워진 시대라서 이런 지향점은 고루한 것이 되어 버렸을 수도 있겠지만, 


'살아있는 선'.


 어린 시절에는 그 선이 도구의 차이에서 나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정작 그런 선을 그리는 작가들은 날카로운 쇠붙이에 제도용 잉크를 찍어서 사용하는 원시적인 도구를 벗어어나지 않더라. 가끔 플러스펜이나 제도용 만년필등을 사용하는 작가들도 있긴 했으나 대부분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기능을 지닌 필기구에 지나지 않았다.

종이는 뭐, 조금 다르긴 했다. 물론 잉크도 조금 달랐다. '만년필용' 과 '제도용' 은 엄연히 다른 잉크이긴 하다. 

제도용 잉크를 만년필에 넣으면, 그 만년필은 거의 못쓰게 된다. 경유차에 중유나 등유(휘발유도 아니다)를 붓고 시동을 거는 격이랄까.

그러나, 역시 본질적으로 가장 간편하고 구하기 쉬운 도구들이었다.  


조금 지난 뒤엔 작가의 특별한 비법이 있는 줄 알았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긋나? 

종이를 비스듬하게 기울여서 쓰나??

뭔가 특별한 비법이나 수련법이 있을 것 같았다.

마치 무공 비급처럼.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에게 사사받았을법한 드로잉의 비밀 필살기를 업계 스승들로부터 은밀하게 배웠을 것만 같았다. 


최소한의 선으로, 최대한의 것들을 표현한다.


항상 시간의 제약에 쫓기는 만화가는 더더욱 그 경지를 바라본다. 


물론, 여기서 '선' 은 만화 안의 수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배경에 그어지는 선, 집중선, 컷과 컷을 나누는 컷선. 

심지어 텍스트를 담고 있는 말풍선과 흔히 '효과음' 이라고 부르는 의성어, 의태어까지.

때로는 말풍선 안의 텍스트조차 '선' 으로서 만화 안의 미장센으로 작용한다. 


'살아있는 선' 이란, 결국 '이야기를 담아내는 선'이고, 오랫동안 변치않는 기본중의 기본이다. 

만화의 기본인 '선'이 부족할수록 '장식'에 치중하게 된다. 



아, 나도 빨리 그려야겠다.

나도 빨리 이야기를 캐러 가야겠다.

연장통도 챙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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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로마사 - 7개 테마로 읽는 로마사 1200년
모토무라 료지 지음, 이민희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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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제국 로마의 번영과 몰락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마치 혈관처럼 이탈리아의 주요 지역들로 단단하고 곧게 뻗어있는 도로들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잘 정비된 도로는 아군이 진군하기도 쉽지만, 그만큼 적군에게 침략받기도 쉽다.

아마 로마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로마의 거대한 경기장이나 목욕탕만큼 이탈리아 반도 전역에 뻗어있는 단단한 도로 정도는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군대의 진군 뿐 아니라 물자의 수송도, 일반 시민들의 이동에도 큰 이점을 주었던 도로는 강력한 군사력을 지니고 있던 로마의 자신감과 자존심의 상징이었으며, 결국 로마 중흥의 증거가 되었다. 그 중 '아피아 가도'는 지금도 그 견고함을 자랑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오랜 역사 유적들 중 하나이다.


[처음 읽는 로마사]는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 오브 로마' 에 깊이 빠져 있는데, 함께 보기에 더 없이 좋았다.(마침 3부인 '포르투나의 선택' 의 사전 모니터 선물로 받은 책이기도 했고!)

일던에 교유서가에서 함께 나온 '첫단추 시리즈' - [로마 공화정] 도 읽었는데, [처음 읽는 로마사]와 성향과 집필 기조가 다소 달라서 느낌이 신선했다. 특히 인물들에 대한 평이 다른 부분이 툭툭 튀어나와서 상당히 재미있었다. 게다가 '마스터 오브 로마' 시리즈 까지 함께 읽다보면 한 사건이나 인물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들을 볼 수 있어 읽는 맛이 쏠쏠하다. 특히 '마스터 오브 로마' 의 경우엔 소설이라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세밀하고 디테일한 고증과 묘사가 더없이 훌륭하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후대에 어떻게 전해지고, 각기 다른 연구가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 느낄 수 있었다. 

'마스터 오브 로마' 가 실제 역사라면, 그를 바탕으로 '로마 공화정' 은 통사로서 흐름을 읽는 재미, [처음 읽는 로마사] 는 좀 더 최근 - 변화된 시각을 발견하는 재미랄까? 예를들어 마스터즈 오브 로마 시리즈의 1부와 2부인 [로마의 일인자] 와 [풀잎관] 의 주인공인 가이우스 마리우스와 술라에 대한 인물평도, 비록 한두줄에 불과하긴 하지만 두 책에서 다루는 뉘앙스가 미묘하게 다르다! 

 


[처음 읽는 로마사]는 일단 굉장히 쉽게, 그야말로 술~술 읽힌다.

마치 강연록 같은 느낌인데, 다양한 방법의 강의 기술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구어체, 특히 경어체로 번역되어 있어서 더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은데, 때문에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설명이 보다 쉽고 부드럽게 읽혔다.

저자는 흥미롭게도 로마사 전체를 '기, 승, 전, 결' 네 단락으로 나누었다.

흔히 알려진 왕정 - 공화정 - 제정의 구분도 포함되어 있지만, 로마의 태동과 중흥, 멸망을 이야기의 구조로 나누어 전체적인 역사의 흐름이 보다 쉽게 읽힌다.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은 역시 '결'. 로마 제국의 명멸을 단숨에 표현해낸 마지막 부분이다.

로마의 멸망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무너져 가는 로마의 권력을 재정비 하기 위해 로마의 일인자들이 수많은 노력을 했고, 결국 역부족으로 동서로 갈라졌다가 그냥 그렇게 희미하게 옅어져갔다. 저자는 이러한 로마의 멸망을 단순히 한 제국의 멸망이라기보다 '변화' 에 가까운 해석을 내놓는다.

특히 '황제' 라는 개념이 지금 우리가 받아들이는 것과 상당히 달랐던 로마 제정기에 대해 많은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흔히 우리는 공화정이 제정보다 진보한 정치 형태라고 여기는데, 오히려 로마는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변화했다. 개인적인 지식으로는 로마의 정치형태가 그리스 아테네에서 비롯된 초기 공화정을 계승, 발전해가다가 지배지의 양적인 팽창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제정으로 다소 퇴보했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고 난 뒤 약간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다. 정치의 행태와 시민의식의 진보, 퇴보는 크게 관계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아직 좀 더 많은 책들을 읽어보고, 인문. 사회. 역사. 철학 등을 폭넓게 접해봐야 하겠지만, 역시 한 두 사람의 책과 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네로에 대한 해석과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의 해석에 대한 다른 시각도 참 흥미로웠다. 



역사서는 저자의 사관이 깊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러한 대중 역사서, 게다가 사료가 풍부해 숱한 사가들이 수백 수천번 해석과 재해석을 반복했던 시기를 다룬 데다가 한 권으로 압축한 다이제스트의 형태라면 더더욱 그렇다.

독자들은 저자의 기준에 따라 중요한 사건과 인물들이 추려지고, 통일된 사관만을 멍하니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역사라는 장르 자체를 접할 때 독자들은 비판적 사고방식을 가지는 것이 올바른 자세이긴 하지만, 여러 의견을 폭넓게 수용한다는 자세를 가지는 것도 좋다. 비판이란 충분히 다양한 의견과 사고방식들을 습득한 후에야 비로소 올바로 작동하는 것이다. 지나치에 '나만 옳다'는 자세는 자칫 편향된 사관을 가질 수 밖에 없고, 그러한 편향된 역사관의 결과물을 우리는 2015년 정부의 몇몇 뻘짓을 통해 보았지 않은가? 

이 책은 시종일관 그러한 주의를 환기시켜 주는 대목들이 등장한다.

반복해서 저자의 사견임을 주지시키고, 통설과 다른 부분은 자신이 다르게 생각한 이유를 간략하게라도 꼭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의 [로마 공화정]과 [로마 제정]을 함께 읽길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솔직히 나도 아직 '로마 제정'은 못 읽었는데, 기회되면 꼭 읽어보고 싶다.) 첫단추 시리즈는 비교적 널리 알려진 통설들을 소개해주는 개론서 시리즈인데, 함께 읽으면 저자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인물이나 사건들을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다. 물론 위에서도 언급했던 [마스터 오브 로마] 역시 같은 이유로 함께 읽기를 다시 한 번 추천한다. 일례로, 그 유명한 공화정 말기의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제정 초기의 옥타비아누스에 대한 뉘앙스가 조금씩 다 다르다. 특히, [로마인 이야기],[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는 물론, BBC의 드라마 [ROME] 과의 차별점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역사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 속 인물들 또한 그렇다. 심지어 우리는 함께 살았던 부모님의 역사에 관해서도 형제, 자매들, 친척들간에 다양한 해석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우리 정부는 몇몇 인물들을 획일화된 잣대로 신격화 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심지어 학생들의 역사관마저 획일화 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래, 때때로 통일된 방향성을 보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파시즘의 시작이 되기도 하고, 혐오의 시발이 되기도 한다.


1+1이 항상 2인 사회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1+1이 때로는 3이 되기도 하고, 100이 되기 위해서는 인문학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제도권 교육 아래에서 가장 기초적인 인문학은 바로 역사일텐데. 

이런 쉽고 재미있는 대중 역사서들이 많이많이 나오기를, 그리고 그렇게 많이 읽고, 많이 비교하면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하며, 건강하게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물론,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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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시대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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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지나온 길 중 피칠갑이 아닌 길이 있을까.

동물이건, 동족이건. 인류 문명은 지성이 있건 없건 피로 가득 찬 주머니들을 정신없이 터뜨려 쌓으며 어디론가 올라갔다. 그렇다. 피로 가득 찬  주머니. 누군가의 아버지이건, 누군가의 어머니이건, 누군가의 형제이고 자매이고 친구이던. 눈 앞의 목적, 딱 잘라 권력 앞에서 사람이라는 두 글자는, 그의 앞에서는 단지 피로 가득찬 주머니에 불과했다. 맘에 안들면 짓이겨 터뜨리면 그만인.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이라 했다.

그래서였을까? 5.16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지 11년 5개월 뒤 독재자 박정희는 새로운 형태의 쿠데타를 감행한다. 국회를 해산하고 현행 헌법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새로운 헌법 개정안을 공고하겠다고 밝혔다. 1972년 10월 17일 저녁 7시. 박정희는 자신의 권력을 절대화한 유신체제를 출범시켜 종신집권의 꿈에 한발 다가섰다. 그 꿈은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탄과 함께 끝장났지만, 그 뒤를 이은 전두환과 노태우까지. 박정희 없는 박정희 시대는 계속 되었다고 한다. 

 그 시대가 남긴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는데, 박정희의 딸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아무래도 그 시절의 상처가 그리 크지 않았던 걸까? 그 시대를 겪지 않은 나는 너무나 궁금했다. 한국 근현대사 책들을 찾았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만났다. 

박정희와 유신. 그 두 테마에 집중한 한 권의 책. 

다 읽고 나니,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어째서?? 왜??  

 

이 책은 고은 시인의 추천사와 이만열 교수님의 여는 글, 그리고 저자이신 한홍구 교수님의 서문으로 시작된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광주 사건을 향했다. 

유신체제의 출범부터 시작되는 처절한 한 시대의 이야기는 박정희의 5.16 군사 쿠데타의 시작점부터 유정회의 정체와 젊은 정치가 김대중을 향한 사상 초유의 납치사건, 긴급조치와 민청학련, 육영수여사 피살사건과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를 거쳐 새마을 운동과 산업화의 기수였던 공순이 엄마,이모,누나들의 절절한 노동조합사를 되새김질하고, 자유언론실천선언과 동아일보 사건, 삼청 교육대를 위시한 조국 군대화의 면면은 물론 새마을 운동과 강남 불패 신화의 서곡, 우리 아버지 세대라면 누구나 아는 YH사건에 방점을 찍고, 결정적 한방인 10.26 으로 마무리된다. 박정희 시대라는 이름으로 담을수는 없지만, 그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시작과 끝의 광주는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희생자들에 대한 깊은 슬픔과 유족들이 흘린 수억톤의 눈물에 대한 지극한 공감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눈물없이 되새길 수 없다는 말을 누가 했던가. 

허나 왕과 대통령 중심으로 역사를 배운다면 결코 흘릴 수 없는 눈물이다. 

나만 해도 그렇다. 초등학교가 아직 국민학교였던 시절, 바로 그 국민학교의 입학을 코앞에 두었던 내게 담장마다 붙어있던 노태우 후보의 벽보와 '노태우'를 연호하던 군중들의 목소리는 비교적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보다 더 예전의 기억은 작은 고모 손을 붙들고 명동인가 종로인가로 놀러 나갔다가 시위대에 휩쓸려 매캐한 최루탄 냄새를 맡았던 기억 역시도. 눈과 코에서 정신없이 물이 쏟아졌고, 숨쉬기가 너무 괴로웠던 그 느낌 - 12~3년 뒤에 다시 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던 -과 급히 셔터를 내리던 근처 상점 아저씨가 '빨리 이리로 와라!' 고 손짓하던 장면. 콜록거리는 나를 앉혀두고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창밖을 바라보던 그 아저씨와 너무 고통스러워서 바닥에 드러눕다 했던 당시의 나를 기억한다. 어마어마한 인파에 휩쓸려 오도가도 못했던 당시의 기억과 최루탄의 매캐한 내음이 가득했던 상점의 느낌은 트라우마로 깊이 남아있다. -물론 최루탄의 매캐한 내음은 군생활을 통해 훌훌 털어냈다. 

 당시에 수많은 인파들 사이에서 느꼈던 것은 딱 두가지였다. 

일단 엄청난 공포가 첫째였고, '저 아저씨들은 뭐하는걸까?' 였다. 

그들은 성난 황소 같았다. 내가 워낙 어린 나이였기에, 젊은 청년들이 그렇게 느껴졌을테지만, 그들은 분명 '썽'이 나있었다. 

이 책을 읽고서야 그들의 '썽' 에 공감된다. 할 수만 있다면,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 그 대열에 동참하고 싶다.

그래, 나는 고모와 함께 버스 안에 있었다. 하지만 대로를 가득 메운 인파로 인해 버스는 멈춰섰고, 고모는 약속장소로 향하기 위해 멈춰진 버스를 내려 나와 함께  큰길로 내려섰다. 순간 뒤에서 따라오던 인파에 휩쓸렸던 것이다. 내가 그 때 흘렸던 눈물은 최루탄에 의한 것이었지만, 이 책을 보며 흘린 눈물은 역사의 뒤편에 숨겨진 사람들에 대한 눈물이다. 

역사의 대부분은 위정자들 중심으로 기록되지만 그 기록뒤에 그러한 수천 수만 수억의 사람들의 기록이 녹아있다. 한 위정자가 자신의 권력을 1년 연장하기 위해 취했던 조치들. 그리고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들. 산술적으로 따져보아도, 1:1000에 달할 어마어마한 양. 1명의 미소를 위해 1000명은 눈물을 쏟아야 했을. 당시의 순간들. 누군가의 1분의 기쁨을 위해 다른 누군가는 1000분동안 고통받았을, 그 숱한 이야기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여러번 눈물이 쏟아졌다. 

장준하 선생 이야기도 그랬고, 인혁당 사건때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여공들의 이야기에 한움쿰의 눈물을 쏟아냈다. 교도소가 직장보다 더 좋았던 어머니들. 그리고 사장의 개가 되어 어머니들을 괴롭히고 똥을 먹여야 했던 아버지들. 오늘은 살아냈지만, 내일도 살아내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 했던 어머니들. 그녀들 덕분에 그나마 화장실은 마음대로 갈 수 있는 노동 환경이 만들어 졌지만, 당시 자신의 삶을 내던지신 어머니들은 대부분 지금 파파할머니가 되어 건물 청소도 간신히 하며 입에 풀칠만 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분들의 자식들 역시, 만만치 않은 삶을 살고 있을 터다. 

 

 여기 눈물을 주체할 수 없게 했던 한 단락을 전한다.

 

"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빛나는 성취가 민주화와 산업화라면 그 역사는 반드시 다시 쓰여야 한다. 그 성취의 진정한 주역은 박정희도 아니고 몇몇 이름난 민주화운동가들도 아니다. 우리가 가장 기억해야 할 사람들은 그 시절 가장 어려운 처지에서 자신들이 인간임을 자각하고 인간으로서의 대우를 받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다. 그 당시 민중의 최전선을 지킨 것은 무쇠팔뚝의 남성 노동자들이 아니라 가려린 '공순이'들이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기지 않은 그들의 역사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p.182

 

이 대목을 읽고 나서야 쌍용 자동차 노란봉투 캠페인이 눈에 들어오더라.(아름다운 재단) 

어머니 아버지의 피땀이 느껴지더라. 난 아이 안 낳을란다. 내 피땀은 나랑 부모님을 위해 쓸란다, 고도 생각하게 된다. 

 

 사는 것이란  무엇이관대 이렇게 괴롭고 괴롭고 괴로운 것일까. 

천안함에 장병들을 수몰시키고, 어두운 강당안에 새파란 젊은이들을 수몰시킨 것도 모자라 10대 청소년들을 바닷속에 처박은 어른들을 증오한다. 이들의 가족들이 수십년간 더 흘릴 눈물의 몫까지 더해 증오한다. 광주 시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도 사과 한마디 없는 빡빡이도 증오한다. 이렇게 많은 눈물을 먹고도 10원 한장 덜 내려고 아등하등 하는 그 모든 가솔들 역시도. 아직 마르지 않은 인혁당 희생자들의 피와 장준하 선생의 유골과 베트남 파경기를 빼고도 2만여명의 국군장병 청년들의 시신을 어루만지지 못하고 그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는 박정희도 증오한다.  

 

이렇게 증오하다 보면 신을 증오하고, 나아가 나의 삶 자체를 증오하게 된다. 당연하다. 

내가 닿을 수 없는 존재들을 증오하다 보면, 결국 할 수 있는 건 증오밖에 없는...무기력한 자기 자신을 증오하게 될테니까.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무기력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길 수 없는 힘. 닿을 수 없는 힘에 도전한 이들. 

거대한 합성피혁의 밑에 깔려서도 정신없이 아둥바둥 꿈틀거렸던. 

 

 인류가 밟아온 피칠갑의 길 위를 걸어온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리고 누군가 바로 그 피칠갑 위에 나를 얹고 밟아 터뜨려 붉은빛을 보태고 걸어 나갈터다. 

구역질나지만, 인간도 동물과 다를바 없다. 그냥 약간 더 복잡한 트릭을 더할 뿐.

주위의 수컷들을 하나하나 물리치고 구역을 지키는 동물들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와중에도 말도 안되고 재미도 없는 만화를 그린다고 앉아있는 나를 증오한다.

이렇게 증오한다는 글을 쓰면서도 내일 또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만화를 그릴 나를 증오한다. 

그리고, 삶이 이렇게 괴로움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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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5-08-14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홍구님 책 하나 장바구니 담았는데 사야겠당^^

열혈명호 2015-08-20 20:48   좋아요 0 | URL
광복절 전후로 한겨레에서 제작한 영상이랑 팟캐스트에서 자주 나오시더라고요. 엊그제 팟캐스트 방송에서 영화 [암살] 둘러싼 광복군과 여성 독립운동가 이야기 해주셨는데 완전 재밌더라고요. 역시 한홍구님은 짱짱맨이심!
 
주객전도 - 멀쩡한 사람도 흡입하게 만드는 주당 부부의 술집 탐방기
오승훈 지음, 현이씨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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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개신교 교회에서 기존의 신자가 새로운 신자를 이끌어 오는 일을 '전도' 라고 한다.

한자로는 傳道 라고 쓴다.

이 책의 제목은 유명한 사자성어인 주객전도主客顚倒 에서 주인 주主자를 술 주酒 자로 바꾸어서 술과 손님; 그러니까, 술이 주인이라면 손님은 안주일터,술과 안주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뜻으로 쓰였지만, 책을 덮은 뒤에 생각난 주객전도의 의미는 그것이 아니었다.

이 책의 제목은  酒客顚倒 가 아니라 酒客傳道 라고 고쳐야 한다!!!!!!

흔히 논쟁을 즐기는 사람들을 논객論客 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술을 즐기는 사람은 응당 주객酒客 이라 불러야 할 터.

즉, 이 책은 술을 즐기는 자의 도리를 전파하는 책인 것이다!!!! 

책의 앞표지를 펼치는 순간부터, 마지막 표지를 감상하는 그 순간까지 시종일관 키들거리게 만드는 이 책은, 아마 미국에서 출간되었다면 출판사 관계자들이 진지하게 지은이에게 알콜중독 상담을 권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술냄새가 풍기는 책이다. 

어딜펴도 코끝을 찌르는 맥주와 소주의 향이 온갖 맛집들의 시끌복작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와 함께 저자인 a.k.a. 'X기자' 와 영원한 술친구 '와잎' 의 알콩살벌한 부부생활이 거하세 펼쳐진다.

육아전쟁이라는 피할 수 없는 고고한 역사의 흐름속에서 와잎에게 꼭 붙들려 있는 X기자의 저녁시간 사수를 위한 눈물겨운 사투와 마치 손바닥 위 손오공을 바라보는 석가여래처럼 X 기자를 꿰뚫는 와잎의 밀당은 실로 유쾌하기 그지없다. 


한국인의 술 소비량은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한다.

주폭이나 음주운전이 사회적인 큰 문제거리로 자리잡은지 오래지만, 알콜중독에 대한 경계는 거의 없는 것이 우리 사회다.

권위주의적인 회식, 접대문화가 사회생활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고, 젊은 사람들을 딱히 동갑내기들과 할 일이 없다. 함께 즐길 레포츠가 발달한 것도 아니고, 지속적인 청년 실업으로 경제적 여유가 줄어들어 있다고 해도 즐기기가 힘들다. 육아는 어느새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의 몫이 되었고, 회사 사정에 따라 임신조차 불가한 경우도 많고, 사실은 연애부터가 만만찮은 요즘의 젊은이들이다. 

그나마 술이라도 있으니, 팍팍한 사정에도 좋은 안주에 행복하게 한 잔 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기대치 않던 사랑이 움트기도 한다.


나도 술을 참 좋아한다.

10년 넘게 일주일에 적어도 8시간 이상씩 꽤나 하드하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땡이가 투실투실한 드럼통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반대로 그토록 열심히 운동을 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걱정스럽게도 혼자 마시는 술이 늘어서 X기자와 와잎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광경이 부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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