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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온라인 게임
김동식 지음 / 허블 / 2025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출간한 김동식 작가의 단편소설집 <현실 온라인 게임>. 김동식 작가가 초단편 외길 9년 만에 처음으로 단편소설집을 냈다. 제목만 봐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던 게임이 현실에서 실현된다는 것이다. 표제작인 <현실 온라인 게임>에는 현실 같은 게임, 게임 같은 현실에 중독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외에도 <이 세계 과몰입 파티> <내일을 부르는 키스>까지 김동식 특유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현실 온라인 게임>에 등장하는 김남우는 과거에 * MMORPG 게임을 중독적으로 즐겼다. 그가 이 게임에 탐닉한 이유는, 현생에서는 별 볼일 없지만, 온라인 게임 속에서는 적어도 무언가가 될 수 있었기(9쪽)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회사원인 김남우는 잘릴 위험은 없지만 비전도 없고, 크게 바쁘진 않지만 크게 벌지도 못하는 무채색 삶을 살아간다. (10쪽) 그런 삶에 염증을 느끼던 중 홍혜화라는 여직원을 짝사랑하게 되고, 그녀를 통해 캐릭터 게임의 세계로 초대된다. 김남우가 '마법사'라는 닉네임으로 참여하게 된 이 게임의 이름은 <현실 온라인>이다.
홍혜화와 함께 게임에 참여하며 현실 속 퀘스트를 하나씩 완료하면서 받게 되는 보상의 재미에 빠지게 된 김남우는 더 높은 레벨로의 상승을 꿈꾼다. 그러나 레벨 업이 될수록 이 게임의 수익구조가 궁금해지고 뭔가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레벨 10까지 올라갔을 때, 수익구조가 범죄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퀘스트 달성을 포기하던 김남우, 갈등 끝에 계속 게임에 참여하며 고급 퀘스트를 달성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순간 여자친구인 홍혜화의 핸드폰에는 이런 문자 메시지가 도착한다. '당신은 마법사를 전장에 보내는 것에 성공하였습니다. 특별 퀘스트 완료 보상이 주어집니다.'라고. 결국 홍혜화는 남자친구 김남우를 이용해 자신의 퀘스트 달성하고 보상을 받았던 것이다. 소설의 결말, 김동식 작가는 역시나 반전 포인트를 배치해 독자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세 번째 소설 <내일을 부르는 키스> 역시, 김동식 작가만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신혼부부인 김남우와 홍혜화는 신혼여행지에서 남녀가 서로 키스하는 자세를 하고 있는 신비한 석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대들의 사랑이 변치 않는다고 자신하는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절대 변하지 않아요!"라고 대답한 신혼부부는 키스를 하지 않으면 내일이 오지 않는 저주를 받게 된다. 키스를 하지 않으면 같은 날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그들은 반복되는 하루를 이용해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쓰는 재미에 빠진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은 비행기 안, 한 사람은 아르헨티나. 26시간 거리만큼 떨어져 버리고 키스를 나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리고 같은 날이 계속 반복된다. '내일을 부르는 키스'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던 것이다. 공항에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만남을 시도하려다 결국 김남우는 총상을 입어 식물인간이 되고 만다. 홍혜화는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매일 찾아와 키스를 하고 돌아간다. 내일을 부르는 키스를....
'현실 온라인 게임'과 '내일을 부르는 키스' 모두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평생 써도 줄지 않는 부를 누려보고 싶은 욕망, 즐거웠던 순간을 계속 만끽하고 싶은 욕망까지 인간은 대부분 비슷한 욕망을 품고 산다. 그러나 욕망에 지나치게 탐닉하다 보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그릇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
김동식 작가의 소설은 삶의 보편성에 기대어 인간의 본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다양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 준다. 유머와 오락적인 요소 저변에 깔려 있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냉철한 사회 비판이, 독자들이 끊임없이 김동식 작가의 소설을 찾는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실 온라인 게임> 역시 단순히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도덕적 딜레마와 인간의 깊은 내면을 다루고 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던 독자들이 무릎을 탁 치며 깊이 사유하게 만드는, 이야기꾼 김동식 작가가 다음에는 어떤 소설을 들고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이제 '김동식'은 새로운 장르,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