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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함께 춤을 - 아프다고 삶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
다리아 외 지음, 조한진희(반다) 엮음, 다른몸들 기획 / 푸른숲 / 2021년 8월
평점 :

아무리 날을 새고 갑자기 달리기나 격한 운동을 하더라도
멀쩡했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점점 잠을 조금만 못자도 힘들어하면서
덜컥 두려워지곤 했다.
아프면 어떡하지, 일은 어떻게 하지 하면서
병에 걸리면 세상이 끝날 것 같은 두려움이 이따금 갑작스럽게 찾아오곤했다.
하지만 분명 우리는 질병을 가진 수많은 사람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에서는 질병을 가진, 다른 몸을 가진 여성들의 경험담을 적었다.
다 읽고 나면 분명 '잘 아플 권리'를 위해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고
실천하는 용기를 갖게 될 것이다.



주위에는 분명 일을 하다가 질병을 얻은 경우도,
갑작스럽게 유전적이거나 환경적인 이유로 질병을 얻은 사람이 있다.
잠시 직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는데
병이라도 걸리면 세상이 끝날 것처럼 두려웠던 이유는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회복하거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경험담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동정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담을 공유하고 서로 용기를 북돋아주는 사회로 변화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이 책은 경험담을 통해 그리고 공감 가능한 상황들로 독자들에게 용기를 건넨다.

질병은 개인의 탓이 아니다.
과거에는 정크푸드를 먹는 개개인을 비난했다면
최근에 들어서야 먹을 수밖에 없던 사회적 상황을 개선하자는 말이 나온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몸을 돌보기란 얼마나 큰 수고로움이 들어가는지 모른다.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 의지 또한 해결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경제적 또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샐러드를 배송받거나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할 수 있다.
보관 용량이 긴 기름에 절여진 면이 아니라
글루텐이 적거나 두부 면 같은 건강에 좋은 대체 식품을 먹을 수도 있다.
병에 걸리고 아프다는 건 분명 큰 사건이다.
하지만 나만 겪는 경험일 리 없다.
적어도 한 다리 건너면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고
나는 그 선배들로부터 추천받아 더 나은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
또 나는 내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며
그 사람이 겪는 상황을 더 안정적으로 해결하며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최대 다수 최대 행복을 말한 벤담이 이 책을 읽었으면
만나는 사람마다 전해줬을 것이다.
가장 실천하기 쉬운 방법 아닌가?
적어도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는 자신의 질병 경험을 드러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과거 이슈 되었던 말이 있다.
'발암'으로 시작하는 많은 단어들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신규 발생한 암 환자는 총 24만 3,837명이었다.
2019년 암 사망자 수는 81,203명이었다.
우리는 주위에 암 환자를 가족으로 지인으로 뒀다.
그런 상황에서 농담처럼 툭툭 뱉는 말은
끔찍하고 상처가 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점은
살면서 자신의 경험은 분명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우리는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자신의 기쁨에 대해서만 이 아닌 자신이 아팠던 많은 경험들에 대해서.
누군가는 주위의 도움으로 단단한 기반을 갖고 미래를 그리고,
누군가는 지식이나 경험을 얻을 창구 하나 없이 인생에 닥친 재난상황을 헤쳐나간다.
작은 도움이나 경험담 하나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것 같은 경험을 한다.
그리고 가장 공감 갔던 것은 일상의 많은 것들이 '건강한 사람'의 몸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선택지가 많고 활동 범위가 넓은 건강한 사람에게
선택지가 적고 활동 범위가 적은 아픈 사람이 맞춰야 한다.
어깨가 아파서 수술을 하고 사진을 찍으러 가면
어깨가 아픈 사람이 취하기 힘든 자세를 요구한다.
다른 질병 탓에 당장 아픈 상황을 알아차리기조차 어려운 일들이 있다.
아픈 사람들이 부당한 상황에 놓여있고
더 이해와 배려가 사회에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 책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타인과 자신의 아픔이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고 말한다.
경험의 공유는 분명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작고 느린 움직임에 함께하며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