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먼트
테디 웨인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모든 사람은 동등한 환경에서 태어나지 않지만 한 곳에서 함께 머문다.

본능적으로 끌리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은 종종 내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들이다.

소설 속 '나'는 자신에게 결여된 많은 것들을 가진 '빌리'에게 순식간에 매료된다.

이성적이지 못한 순간 관계는 급격하게 진전된다.

그게 좋은 쪽이든 나쁜쪽이든 일어나 봐야 알 수 있다.

'나'와 빌리가 합평 이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나,

함께 살게 되는 것이나, 피로연을 가게 되는 것이나,

어떤 '멍청한' 짓을 하게 되는 것 모두가.

1996년과 1997년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yuppie가 있고, 아직까지는 개천 용이 있을 수 있던 시절이다.



'나'는 합평을 하며 찢어발겨진 자신의 글을 지지해주는 빌리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또 강한 호감을 느낀다.

그들은 몇가지의 공통점과 글쓰는 것에 대한 열정으로 점점 더 친해진다.

'나'는 이성적으로 생각했다면 하지 말았어야할 행동을 호의라는이름으로 하고 만다.

빌리를 자신이 불법으로 살고있는 집에 들이고, 빌리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여 호의를 베푼다.

'나'는 자신의 이상향인 빌리가 가난에 허덕이는 걸 못견뎌한다.



하지만 한 쪽으로 기운 관계는 그 관계 속에서 쌓아올린 모든것이 쉽게 쏟아져 내린다.

'나'는 자신과 달리 문학적 재능과 사람들 사이에서 잘 녹아든 빌리에게 베푼 호의를 따지게 된다.

분명 자발적으로 베푼 호의였지만 자신이 힘들어질 수록 댓가를 바라게 된다.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두 사람의 차이는 선명해졌다.

정치색, 가치관, 이성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나'는 자신의 결핍을 다시금 깨닫고,

자신의 완벽한 이상향 같던 빌리의 미숙함을 찾게 된다.

빌리는 '나'의 안정된 환경의 덕을 보면서도 그 것을 못마땅해한다.

그러면서도 떠날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빌리는 자신이 받는 모든 호의에 익숙해진 나머지 당연해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점들을 알면서도 '나'는 빌리와 멀어진 사진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고 싶어한다.

'나'는 자신이 빌리에 비해 어떤 유리한 상황에 있는지 알아

그에 대해 죄스러움을 느끼며

빌리에게 비굴하다시피 더 적극적으로 호의를 베푼다.



이 소설은 몇 가지의 비슷한 점과 공통된 열정을 가진 두 사람이 급격하게 친해지고

그들의 다른 환경으로 멀어지는 모습, 관계의 끝으로 치닫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는 소설 내내 자신감이 부족하고, 빌리를 동경하는 모습을 보인다.

적절한 호의, 과한 호의를 베풀면서도 자신의 이상향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관계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자신의 이상향 같던 사람, 내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

이유없이 잘 해주고 싶고 친해지고 싶은,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공감이 갈 것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기보다 자신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끼고 숭배하기 시작할 때 관계는 망가지고,

우위에 있을 수 있는 것을 호의라는 이름으로 제공하며 휘두르게 된다.

그 후에서 '나'는 빌리의 글 속에서 글감이 된 자신을 보기 두려워 빌리의 글을 읽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어쩌면 우리가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이 우리를 뭐라고 평할지 두려워 하는 모습과 닮았다.

빌리는 '나'에게 관계가 구겨지고 시간이 지나서도 유의미한 사람으로 남았다.

내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 이유없이 끌리고 호의를 끝없이 베풀고 싶어진다면,

나의 아파트는 무엇인지 생각하고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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