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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 김금숙 만화
김금숙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6월
평점 :

개는 가장 친숙한 동물이다.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고
많은 기억이 함께하는 동물이다.
애완견에서 반려견으로 부르는 명칭이 변하고 있다.
그래픽 노블은 익숙하지 않은 장르였는데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취하는 작품'으로 일반 만화보다 철학적이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며 스토리에 완결성을 가진 단행본 형식으로 발간되는 것이 특징이다.
라고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에 나와있다.
그렇듯 이 책에서는
알록달록한 학습만화나 순정만화와는 달리 더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책에서 보여주는 장면들이 모두 생생하게 느껴졌다.
순정만화를 제외하고는 흑백 만화가 익숙한 세대가 아니라
낯설었는데도 눈이 날리는 날이나,
비가 쏟아지던 날은 물론이고,
강아지들의 몸짓이나 감정이 보여서
이 만화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펫숍 앞을 지나치면 작은 강아지들은 창밖에 붙어서 꼬리를 흔들고,
조금 더 큰 강아지들은 늘어져있다.
그 모습이 펫 숍을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이었는데,
위에 있는 장면을 보고 누군가의 가족이 되지 못한 강아지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하며
입안이 썼다.

주인공 부부는 성심성의껏 그리고 사랑으로 강아지를 돌본다.
세상에서 새롭게 만나는 것들을 즐길 수 있도록 기다리고,
곁을 지키며 애정으로 돌본다.
매일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산책을 가고,
눈이 오면 눈을 밟을 수 있도록 산책을 간다.
모든 강아지들이 세상에서 즐겁게 노닐다 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모두가 알 듯 모든 개들이 같은 상황인 것은 아니다.

방치된 것처럼 보이는데 세상을 보고 싶은데도 볼 수 없는 강아지들이 고립되어 있다.
사라진 강아지들은 비온 뒤 하늘이 어떤지, 눈이 온 후 세상이 어떤지,
걷는 곳마다 닿는 땅이나 풀이나 어떤 향인지 알았을까?

몇몇 사람들은 개를 마당에 메어두는 게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치하고 밥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고 더운 날물도, 추운 날 담요는 물론이고
가끔 얼굴만 비춰서 발로 툭툭 건드는 게 놀아주는 것인 줄 아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살던 집 근처에 식당이 하나 있었는데 그 식당 뒤편엔 항상 진돗개가 한 마리 매어있었다.
개는 어느 날 강아지가 되고, 또 어느 날 사라져 있었다.
오며 가며 드는 생각은 내가 네게 간식을 주는 게 독이 되는 건 아닐까?
산책도 할 수 없고, 일 미터 겨우 넘는 목줄에 매어있는데
줘도 되는 걸까?
그 개가 매인 줄 길이만큼 자라났을 때, 또 사라졌다.
내가 산책을 시키겠다고 말을 할 수도 있었고,
씻기겠다 말이라도 해 볼 걸 하는 후회가 남아있다.

같은 마을 이웃집에서도 참 다르게 강아지를 대했다.
어떤 집은 여름이 되면 축난다고 북엇국을 해먹였고,
어떤 집은 가끔 한 번씩 냄새난다며 물을 뿌리곤 했다.
산책을 매일 나갔다 돌아오는 작은 개를 보며 매여있던 진돗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개는 본인에게 신경을 자주 써주지 않아도 주인이 오면 항상 꼬리를 흔들었다.
먹던 간식도 뒤로 한 채 좋아서 매인 줄 너머로 닿으려고 몸을 뒤틀었다.
농담이랍시고 짖는 개를 보며 된장을 바르겠다는 둥 하는 말을 하는 사람을 본 후로는 더 이상 웃을 수가 없었다.
씨익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방치한 개를 팔아버리는 그런 무정함이 소름 끼쳤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개들이 떠올랐다.
직접 마주치지 않았더라고 열악한 시설 속에서 학대당하며 자라는 개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까지 생각나던 건 가끔 생각나던 매여있던 개들.
산책을 가면 좋아할 텐데.
시원한 물을 맞으면 좋아할 텐데.
키우던 개도 내치는데 사람이라고 못할 거 뭐 있냐는 생각과
옛날 사람이라 그렇다는 말로 넘어가던 시간들이 너무나도 미안했다.
책 속 부부는 일상 속에서 쉽게 느끼게 되는 부조리함과 안타까움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개들이 꼬리를 아무리 흔들어도 주인이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주인이나
어느 순간 사라진 개들에 대한 기억과 겹친 다는 점에서 사실적이다.
하지만 주인공 부부가 방치당하던 개‘를 구해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점이나
엘비스를 아끼던 같은 마을 아저씨부터 산책하며 마주치던 사람을 보면
또 희망적이다.
강아지를 키울 때 더 많은 책임감과 사랑으로 보듬을 수 있길 바라게 된다.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목소리 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