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가옥에서 천선란 작가님의 책이 나온다고 들어서

정말 출간 전부터 기다려졌다.




이야기는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자살 사건을 다루며 시작한다.

타살임이 분명하지만 별다른 흔적이나 증거가 없고,

반박하는 유족 없이 외롭게 남은 사람들의 죽음이라

자살 사건으로 마무리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수연, 완다, 난주의 현재와 과거 죽기 직전을 교차하며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됐다.

난주는 현실이 팍팍해서 호의가 더 짜증 났을까 싶다가도,

그 패기가 우습다는 말을 부정할 수가 없다.

외로움이 피에 고여서 잘 숙성된 와인처럼 느껴진다면,

외로운 사람들이 너무 가엽지 않나?

그들의 외로움을 뱀파이어가 가치있게 생각한다니.

인간을 먹이로만 본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고독이 피에 향으로 배인다는 말이 감각적으로 느껴졌다.



난주는 삶에 치여서 외로웠고,

외로운 사람을 팔아 자신의 삶을 유지했다.

어쩌면 자신을 그들에 투영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외로운 사람들만을 타겟으로 삼았다며 자신을 위로했다.

어찌 되었건 비겁한 변명이지만,

그만큼 난주는 가족관계를 원했다고 느껴졌다.

단순히 가족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과 무게를 나눠지고 싶다고.

그래서 난주가 울란에게 대상을 넘길 때

넘길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이

외로운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난주는 자신이 갖지 못한

사람과의 '관계'를 최우선의 가치에 두고 생명을 뒤로하면서

자신의 가치 기준에 따라 최후를 맞았다.



세상을 넓혀가면서 상처를 받는다.

상처가 아파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상처를 보여주고 공유하며 노하우를 주고받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을 넓혀가는데 사람들이 취하는 방식을 낯설게 표현해서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또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짚어주며

현실 앞에서 눈 감지 말라고 일러주는 것만 같다.


죄책감을 쉽게 덜어내는 사람들, 이별한 사람이 그리워지는 것,

사랑으로 변하게 되는 과정, 무엇보다도 그 대상이 특별해지던 순간들,

그리고 다름을 인정하며 나아가는 관계를 공감하게 된다.





외로운 사람들이 굳이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이유를

0과 0이 만나서 서로를 감싸 안아준다는 말로 알려준다.

그리고 너무 목매지 않도록 얘기해 준다.

타인이 자신의 구원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또 순간에 충실할 수 있게끔.


전반적으로 외로운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들 저마다의 외로움을 안고 있는 인물들이 나온다.

외로운 사람들이 표적이 되고,

외로운 사람이 서로 연대하며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때마다 옳은 말을 하며 헛소리를 부수는 것도,

문제가 왜 문제인지 알려주는 장면들도 좋았지만,

감정들을 묘사할 때 공감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문체가 가장 좋았다.

외로운 사람들끼리 더 연대하고 보듬으며 나가았으면

난주는, 할머니는 좀 더 나은 마지막을 얻지 않았을까?

하지만 개인적으로 난주는 잘 모르겠다.

할아버지한테 협박하던 게 남아있어서 별로 좋게 생각이 안 들어서 그런가..

이번 작품을 읽으며 깊게 몰입하며 읽었다.

모리스와 클로에가 완다를 대하던 장면들하며

그 외 많은 부분에서 입 안에 껄끄러움이 안남았다.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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