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양형 이유 - 책망과 옹호, 유죄와 무죄 사이에 서 있는 한 판사의 기록
박주영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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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글을 참 잘 썼다.

- 문득 쓰는 것 자체를 귀찮아 하는 아이를 보며
글쓰기의 마지막 세대가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근거 부족한 불안감이.

일상적이지 않지만 어쩌면 일상적일 수도 있을 소외된 사람들의 재판 이야기들이다.
성폭력, 소년범, 트렌스젠더, 공사노동자, 치매, 가정폭력...

판사로서 인간으로서 자성의 목소리를 함께 들을 수 있다.

지금의 현실 속에서 로봇 판사가 나온다면 법은 더 나아질까.
도입하기 전에 법을 빈틈없이(? 다듬을 수는 있을까.
왠지 의사보다 더 어려울 듯 하다.

개인적으로 중간 중간 나오는 인용구들이 흥미로웠는데,
-시, 수필, 소설, 영화 등 분야가 광범위했다.
그에 대한 해석들이 정말 취향이었다.

초반에 마이클샌델 얘기하면서 선문답과 비교할 때는 정말 적확한 비유라고 생각되서 웃음이 나더라.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찬찬히 따져볼 줄 아는 건강한 판사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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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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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으로 미친 과학자 이야기.

과학자란 직업은 너무너무 힘든데, 여자가 하기엔 몇 배는 더 힘들고, 그나마 미쳐버리지 않고 나아가려면 믿을만한 동료가 필요하다. 지금도 열심히 나아가고 있다-
정도가 되려나.

저자가 남자이고 조수가 여자였다면 정말 진부한 얘기가 나오고도 남았을텐데 하는 생각에 잠깐 실소했다.
여러모로 아이러니가 느껴지는 천재의 삶이기도.

식물의 성장에 따라 나눈 세 가지 챕터는 샌드위치처럼 끼워져 있는 작가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진솔한 삶과 진지한 생각에서 나오는 여러 이야기들은 큰 힘을 지녔고 진심어린 공감을 자아냈으며,
끝맺음은 한결같은 삶이 받아야하는 보상을 보여 줌으로써 정말 소설같은 귀결이라 느꼈다.

저자는 틈틈히 갈고 닦은 실력으로 유려한 묘사와 함께 빈틈없는 문학적 구조를 갖춘 서사를 보여준다.

기대한 글이 아니라 놀랐고, 감탄했다.

삶이 건조하다고 느끼는 누구라도 읽어볼 가치가 있는 간만에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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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22-07-01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시민이 잠깐 이 책을 언급하면서 지었던 표정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범죄의 해부학 - 살인자의 심리를 완벽하게 꿰뚫어 보는 방법
마이클 스톤 지음, 허형은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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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시절 귀신이야기 책 이후로 오랫만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읽은 책이다.

많이 오래된 책인가 싶었는데, 2009년도에 나온 책.

저자는 살인이 들어간 범죄만 모아, 충동적인 살인부터 완전한 사이코패스까지 22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표를 만들었다.
표를 만든 우선적인 이유는 갱생이 가능한 자와 가능하지 않은 자를 보다 쉽게 식별하여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단순히 사건들과 범죄자들의 얘기만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범죄자의 태아기를 비롯한 유년기 발달, 양육 사회 환경, 사고이력, 유전자 (혹은 유전병)등 각 케이스들의 개별적인 특성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흥미로웠던 것은 정신병리학적인 해석을 넘어 뇌과학 분야에서 원인 분석을 한 부분이었다. 특정부위의 활성화나 비활성화, 호르몬의 영향 등, 비교적 알기 쉽게 설명을 해놓은 덕에 궁금했던 것들이 꽤 해소되었다.(기왕이면 뇌 단면 그림이랑 같이 설명해주면 더 좋았겠다)

때늦은 야뇨증세, 방화, 동물학대 이 세가지가 충족이 되면 거의 어김없이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는다는데.
대부분 유전과 환경이 둘 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유전과 호르몬에 대한 부분을 읽다보니 진짜,
유전자 데이터랑 가족력, 뇌파와 특정 호르몬측정치 정도만 가져도 한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는 건 일도 아니겠다 싶었다. (예전에 마이너리티리포트? 뭐 그런 영화도 있지 않았나)
마약이나 알콜중독이 될 유전적 가능성, 애초부터 적게 나오는 호르몬 조절물질, 부모로부터의 오랜 상습적인 학대-
가뜩이나 내적으로 고장나서 부실한데 밖에서 쉬지않고 망치질을 해대면 그건.
물론 호르몬이나 기질이 정상적이고 긍정적으로 태어나면 아무리 학대받아도 범죄자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반사회적기질의 고도의 집약체(?라면 중산층 양부모가 아기 때부터 아무리 사랑으로 키워도 가망 없는 케이스도 있다고 한다.
- 이제서야 미드의 설정들이 왜 그런지 전반적으로 이해가 된다.

묘사들이 잔인해서 괴로웠지만 관심있던 분야라 흥미롭게 보았고,
무엇보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이렇게까지 잘 정리해서 책을 내준 저자의 열정과 인내심에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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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 개역판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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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달라진 건 주석 정도인 듯.

여전히 챕터 나눔이 모호하게 느껴지지만 오랫만에 그의 글을 읽어서 좋았다.

빌 브라이슨의 책은 힘들때나 우울할 때 에너지를 준다.
특히 여행기는 얼마나 맛깔나게 쓰는지:-)

오덕하고 후덕하게 생겨서 꼼꼼하게도 과학사를 파놨다.

우주에 대한 얘기에서 지구에 대한 얘기, 화학 거시물리학 양자역학을 거쳐 생물학 미생물학, 환경 인류학까지 망라하는 정리를 시도(?했다.

양자역학에서 너무 늘어지고, 인류가 선택받았다는 뻔뻔한 단어 선택을 반복한 걸 제외하면 재밌게 읽었고,

호기심을 가진 모든 이에게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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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투표를 안하면.

꼴 갖잖은 꼴을 두 번 당해야 속이 시원할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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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22-06-02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건 미리 호미로 막는 것이 좋을텐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