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세트 - 전4권 (양장)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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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자를 음... 20대에 본 것 같다.
그리고 오랫만에 이영도씨 소설을 펼치게 되었다.
- 얼마전에 화집이 나왔길래 호기심이 동하여.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함.

이런 글이 있다.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그런 세계에 도통 짐작이 힘든 방식으로 내러티브가 전개되는 그런.

그냥, 이 사람은 구상을 체계화 시켜서 풀어내는데 천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개인적으로 이야기의 뒤로 갈수록 뭔가 비어있는 도식화된 도표 같은 것에 값이 채워져 나가는 느낌으로 전개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 구상 자체도 기발하기 그지 없었지만.

우리나라 고유의 소재들을 가져다가 어색하거나 조잡한 느낌없이 이야기에 잘 녹여낸 것도 감동이었다.

읽으면서 자꾸 톨킨을 곱씹은 건, 나도 모르게 느껴지는 그 촌스러운 무슨 자부심 때문이었을라나.

말이 필요없는 환타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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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우스가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에 머물면서 환대를 받던 와중 유흥거리인 운동경기를 권해받았다)

그러자 에우뤼알로스가 면전에서 그에게 시비를 걸며 이렇게 말했다.
”나그네여! 인간들 사이에는 실로 많은 경기가 있지만
보아하니 그대는 경기에 능한 사람 같지는 않구려.
오히려 그대는 장사하는 뱃사람의 우두머리로
노 젓는 자리가 많은 배를 타고 일삼아 오가며 고향에서 싣고 가는 화물을 생각하거나 고향으로 싣고 가는 화물과 탐욕스럽게 얻은 이득을 생각하는 사람 같고 경기하는 사람 같지는 않소이다.“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친구여! 그대가 한 말이 곱지 않구려. 그대는 무례한 사람 같소이다. 이렇듯 신들께서는 몸매든 지혜든 달변이든 사랑스러운 것들을 만인에게 다 주시지는 않는 법이오.
어떤 이는 생김새는 누구보다 빈약하지만 신께서 그의 말을
우아함으로 장식하니 사람들은 그를 보고 기뻐하고
그는 달콤하고도 겸손하게 청산유수처럼 말하지요.
그래서 회의장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 돋보이고
그가 시내를 걸어가면 사람들은 신처럼 그를 우러러보게 되지요.
그런가 하면 어떤 이는 생김새는 불사신들과 같지만
그의 말은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지요.
그대도 그와 같아서 생김새는 매우 돋보여 신들께서도
달리 더 훌륭하게 만드실 수 없겠으나 지혜는 빈약하오.
그대는 도리에 맞지 않는 말로 내 가슴속 마음을 흥분시키는구려.
나는 그대가 장담하듯이 경기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아니며
내가 아직도 내 젊음과 두 손을 믿을 수 있던 시절에는
일인자들에 속했다고 자부하오. 그러나 지금 나는
불행과 고통에 붙들려 있소. 인간들의 전쟁과
고통스러운 파도를 헤치고 오느라 모진 고생을 겪었기 때문이오.
그렇듯 모진 고생을 고생을 겪었지만 그래도 경기는 해 보이겠소.
그대의 말이 내 마음을 할퀴고 그대가 말로 나를 분기시켰소.“
오뒷세우스는 이렇게 말하고 겉옷을 입은 채 벌떡 일어서서
아주 큼직하고 두꺼운 원반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파이아케스족이 저희들끼리 던지곤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거운 것이었다.
그가 원반을 빙글빙글 돌려 억센 손에서 내던지자 돌이 윙윙
소리을 내며 날아갔다. 그러자 돌이 날아가는 기세에 눌려
이름난 뱃사람들인 긴 노의 파이아케스족이 땅에 엎드렸다.
돌은 그의 손에서 가볍게 내달아 모든 사람들의 표시 너머로 날아갔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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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프게 치고 싶으면 잘 어르고 난 다음에 쳐라.
마음에 거리 낄 것이 없는 사람은 도움을 받는 자리조차 당당하고 느긋하다.


사람들 앞에서 아직 ’내가 그 전설의 오딧세우스‘ 라는 것을 밝히지 않은 상태라, 이런 식의 -슈퍼맨이 힘을 숨기고 있다가 잠깐씩 드러나는 모양, 복선들은 정말 짜릿한 맛이 있다.
그리고 오뒷세이아가 두꺼워진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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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선을 넘다 - 『눈물을 마시는 새』 게임·영상화를 위한 아트북
크래프톤 지음 / 황금가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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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는 가는데 어중간한 느낌.
왜 그랬는지도 이해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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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23-01-15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당연히 기본적으로 멋진 그림들이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 실력도 기술도 사람 됨됨이도, 기본을 지키는 손웅정의 삶의 철학
손웅정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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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아이들을 정말 아끼고 사랑하며 소신있게 살아가는 한 가장의 이야기이자 인생 선배 이야기.

자꾸 소유하게 되지 않기 위해서 부단하게 노력하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으나 절간의 그것과는 다르며, 굳이 비교하자면 유대인식 교육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아들이 자만하게 될까봐, 그래소 혹시나 꽃 피우기전에 봉오리로 떨어질까봐, 늘 경계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 가혹한 방법까지 써가며 전전긍긍하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

기본적으로는 물질적으로 심플한 삶이 본질을 뚜렷하게 보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듯.

운동이 업인 사람의 시간을 생각하면 선택과 집중이 유난히 필요한 직업군이 아닌가 싶은데, 이미 한 시절을 거친 아버지의 다져진 선견지명은 어린 아들이 시행착오가 적은 방향으로 탄탄하게 올라갈 수 있는 믿거름이 되지 않았나.

손웅정씨의 얼굴을 보면
안에서 끝없이 날을 세우고 있는 사람은 아무리 조용해도 배어나온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손흥민은 자신과 아버지, 두 사람 몫의 에너지를 갈아넣은 존재이구나-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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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는 완전한 사견.

손흥민 선수의 경기 모습이나 사생활 등의 보도를 볼 때마다, 잘 컸는데 뭔가 덜 큰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보면서 아버지 덕이자 아버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 에세이가 아니더라도 워낙 유명한 아빠니까)

멋진 선수고 팬이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의 성장도 괜찮은지 궁금해지더라.
- 물론 단기간에 열매를 따야하는 운동 선수라는 직업의 특성상 파생되는 부분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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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옷들은 벗어버리고 바람에 떠밀려 가도록 뗏목은 내버려두세요. 그리고 두 손으로 헤엄쳐 파이아케스족의 땅에 닿도록 노력하세요. 그대는 그곳에서 구출될 운명이니까요.
자 이 불멸의 머릿수건을 받아 가슴에 두르세요. (중략)“

여신은 이렇게 말하고 그에게 머릿수건을 건네주고는 섬새처럼 물결치는 바닷속으로 도로 들어가니 검은 파도가 그녀를 감춰버렸다.
참을성 많은 고귀한 오뒷세우스는 심사숙고하다가 지신의 고매한 마음을 향해 침통하게 말했다.

“아아, 괴롭구나! 그녀가 나더러 뗏목을 떠나라고 명령하니 불사신 중 어떤 분이 또 음모를 꾸미시는 게 아닌지 두렵구나.
나는 아직은 그 명령에 따르지 않을 거야. 나의 피난처가 될 것이라고 그녀가 말한 뭍은 내가 보기에 아직은 멀리 있으니까.
나는 이렇게 할 작정이야. 그것이 내게는 상책인 것 같아. 선재들이 나무못으로 튼튼히 결합되어 있는 동안에는 이곳에 머무르며 고통받더라도 참고 견딜 거야.
하지만 파도가 뗏목을 산산이 박살내면 그때는 곧바로 헤엄칠 거야. 그때는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할 수 없으니까.”

그가 이런 일들을 마음속으로 곰곰이 생각하는 동안 대지를 흔드는 포세이돈이 그를 향해 큰 파도를 일으키니,

_ p146-148


오디세우스의 태도에 이질감을 느꼈다.
신의 의견이지만 무턱대고 받아들이지 않고, 내가 생각한 계획 안에 배치함으로서 목적을 위한 효과의 극대화를 꾀하는 모습.
현대인에게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라는 것은 이런 느낌이 아닐까.


그리고, 목숨을 건졌다면 빌린 구명조끼는 바로 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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