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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 지음, 최민 옮김 / 열화당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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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대한 철학적 명상을 즐기는 사람들을 우리는 토지를 소유한 지주 계급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더럽혀지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자연‘을 즐기려면 그 땅을 소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해서 다른 사람 소유의 자연은 여기에 포함될 수가 없다. 남의 땅에 무단으로 침입하면 쫓겨날 수밖에 없다. 만약 누군가 그 땅에서 감자라도 훔치다 걸리는 경우에는 지주이기도 했던 행정관의 명령에 따라 공개적으로 매질을 당해야 했다. 우리가 ‘자연적‘이라고 부르는 것의 정의와 관련해서는 엄격한 재산권의 제한이 있었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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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 지음, 최민 옮김 / 열화당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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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의 새로운 언어를 통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의 경험들을 더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말 이전에 보는 행위가 있다.) 이때 경험이란 개인적 경험뿐 아니라, 과거에 대한 우리의 관계라는 본질적인 역사적 경험을 말한다. 즉, 우리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경험, 우리 자신이 능동적인 주체가 될 수 있는 그런 역사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경험 말이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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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여름 - 태양, 입맞춤, 압생트 향… 청년 카뮈의 찬란한 감성
알베르 카뮈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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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에세이 모음집인 이 책은 사실 좀 지루한데, 위대한 소설가들이 쓴 에세이나 잡글들이 대체로 그러한 것과 같다. 익히 알려져있다시피 카뮈는 알제리에서 태어난 프랑스인이고, 이 에세이집의 대부분은 그가 청춘을 보낸 나라 알제리, 그 중에서도 오랑과 티파사 두 도시와 그 인근에 집중하고 있다. 지중해와 북아프리카 지역에 한 번도 발을 들여 보지 못한 나같은 독자는, 카뮈가 그토록 예찬하는 지중해의 물결, 북아프리카의 태양, 건조한 바람과 나부끼는 올리브나무 이파리들, 모랫빛 도시를 채운 열정적인 젊은이들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기 때문에 공감이 매우 어렵다. 역시 책은 아는 만큼 읽힌다.

다만 이 책을 통해 확실해진 것은 카뮈가 얼마나 유럽인인가 하는 것이었다. 고대 그리스 비극에 뿌리를 둔 알베르 카뮈의 작가적 정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은 소기의 성과다. 예를 들어 아이스킬로스를 이야기하며 카뮈는,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빈약한 무의미가 아니라 수수께끼, 다시 말해 눈부시다 못해서 판독하기 어려운 어떤 의미다. (중략) 우리는 빛이 우리 등 뒤에 있고, 그 빛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맺은 인연들을 끊어내며 돌아서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또한 죽기 전에 완수해야 할 우리의 책무는 모든 단어들을 동원하여 그것에 이름을 붙이려 노력하는 것임을 배웠다. 예술가들은 저마다 자신의 진실을 찾고 있을 것이다. 위대한 예술가라면 작품마다 진실에 가까워지거나, 아니면 적어도 언젠가는 모두가 찾아와 불타오를, 숨어있는 태양의 중심에서 좀 더 가까이 맴돌 것이다. 보잘것없는 예 술가라면 작품마다 진실에서 멀어지고, 중심이 도처에 있으며, 빛도 흐트러진다. (158-159쪽)

같은 서술을 통해 그의 작가상을 명확히 한다. 요즘 독서모임마다 출몰하는 유령들 - 해석의 불가능성 운운하며 다른 사람의 해석을 막고 분위기를 망치는 자들을 보며 답답해 하다가 '발견하는 것은 무의미가 아니라 수수께끼' 라는 카뮈의 아름다운 문장을 보고 사이다 마신 듯 가슴이 뻥 뚫렸다.

인간이란 이름에 걸맞는 인간들은 생의 끝에 다 다르면 이 정면대결로 돌아와 이제 곧 자기 것이라고 믿었던 몇몇 생각 따위는 부정해 버리고 스스로의 운명과 맞섰던 고대인들의 빛나던 순수와 진실을 되찾아야만 한다고 확신(35-36쪽) 하는 카뮈에게는 모호함 앞에 등을 돌리고 허무주의 쪽으로 걸어가는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무제한으로 사랑할 권리를 주장하는 자였다. 세계를 사랑했고 인간을 사랑했으며 육체의 현존을 사랑했고 그러면서 동시에 정신의 미덕을 믿었다. 요컨대 그는 어느 것도 부정하지 않았고 이 에세이집에는 온통 찬탄이 넘쳐나, 그의 강렬한 긍정적, 의지적 에너지에 읽는 나도 저절로 감화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읽는 이의 피를 뜨겁게 만드는 작가이며, 어쩌면 그 뜨거움이 그가 북아프리카에서 받은 최대의 수혜인지도 모른다.이 책에서 카뮈는 '산다는 것은 스스로 체념 하지 않는 것이다(55쪽)' 라고 일갈하며, '아무것에도 기대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오직 현재만을 우리에게 덤으로 주어진 유일한 진실로서 간주해야 (72쪽)'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진정한 유럽인 - 그리스를 예찬하며 인간의 가치와 세계의 아름다움을 숭상하는 자였지만, 그것이 쉽게 전쟁 전의 물질주의나 전쟁 후의 허무주의로 물들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가진 아프리카의 뜨거운 피 때문이다.

세계는 아름답고, 세계를 떠나서는 구원이란 없으며, 태양이 데운 돌과 우뚝 선 실편백나무에서 '옳다'는 말이 의미 있어지는 유일한 세계를(74쪽) 상상한 작가. 그는 인간과 세계 어느 한 쪽도 부정하지 않았고 모든 것을 양팔에 가득 끌어안은 작가였다. '인간은 돌과 정면으로 대결하고, 돌을 파괴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저 자리를 바꾸는 것 뿐이지만 사물의 자리를 바꾸는 것이 인간의 일이니 그것을 하는지 아무것도 안 하는지 선택해야 한다(107쪽)'는 말과 '우리는 모순을 앓고 있지만 모순을 거부해야 하고 그것을 줄이기 위해 응당 할 일을 해야 한다(118쪽)'는 격앙된 말에서 나는 굴러떨어지는 돌을 기어이 밀어올리려는 시지프스의 힘, 주어진 운명에 반항하는 인간으로서의 그를 본다. 그는 유럽인으로서 알제리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알제리 태생인으로서 알제리 독립운동가를 후원하는 모순을 가졌다. 모순은 생의 조건이었고 중요한 것은 그가 선택한 '응당 해야 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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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너무도 느리고 희망은 너무도 난폭해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계영 옮김 / 레모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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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그냥 잡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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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여름 - 태양, 입맞춤, 압생트 향… 청년 카뮈의 찬란한 감성
알베르 카뮈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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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결코 이해 할 수 없는 단어들이 있는데 가령 죄란 단어가 그렇다. 그럼에도 나는 그 사람들이 삶을 거스르는 죄를 짓지 않았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왜냐하면 삶을 거스르는 죄라는 건, 아마도 삶에 몹시 절망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삶을 바라고 현생의 준엄한 위대함을 회피하는것일 테니 말이다. 그 사람들은 속임수를 쓰지 않았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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