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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골동품 서점
올리버 다크셔 지음, 박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평점 :

1761년에 뭐 하고 계셨나요? 아.. 당연히 세상에 없으셨겠죠? 그 시절에 설립된 런던의 중고 서점, 소서런 책방 이야기라고 해서 냉큼 펼쳐보았는데요. 자칭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서점의 수습사원이 들려주는 진짜 이야기였거든요. 그곳에서 일하는 하루하루 벌어지는 독특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혹시 오래전에 누군가 숨겨놓은 보물이??? 아무도 몰랐던 서점의 비밀을?? 아니면, 활자 중독자들이라면 탐낼만한 희귀한 책들이??!!
인터넷 모니터 한쪽 구석에서 발견한 어느 서점의 수습 직원 구인 광고를 보게 된 남자. 급여도 빅토리아 시대 수준이었고, 하는 일도 모호하고, 간판도 제대로 확인이 어려웠고, 택시도 함부로 오겠다 하지 않는 골목에 위치한 곳이었지만.. 인연처럼, 아니 운명처럼 수습사원으로 합격했다고 하는데요. 런던 고서점 소서런 책방에 말이죠. 그리고 그곳에서 엄청난 일을 만들어 냅니다. 그냥 지하 저장고의 으스스한 이야기와 오래된 책 이야기를 올렸을 뿐인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책방 트위터가 인기 폭발을 했다네요. 팔로워가 4만 명..!!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올렸길래????
온갖 크립티드, 목격담은 있으나 확인되지 않은 존재들이 서점에 출몰한다고 합니다. 수레 가득 책을 가져와서 사달라며 매달리는 스핀들맨, 서점 문지방을 넘어오는 데만 삼십 분이 걸리는 고대인, 멋진 정장을 차려입고 두 명이 함께 돌아다니는 정장 신사들.. 그리고 그들뿐만 아니라 모두를 놀라게 만드는 유물들도 목격된다고 하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서점과 일체가 되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오래된 책상과 옷걸이, 실수로 밟아서 박살 난 빅토리아 여왕의 얼굴이 새겨진 박, 너무 무거워서 바닥의 가격표 확인이 불가능한 연설대까지.. 어떻게 이런 곳이 존재하는 걸까요? 진짜 정체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다 이유가 있었네요. 친근한 표정의 사근사근한 말투를 지녔지만 무시무시한 포스를 풍기는 회계 재무 담당자 에벌린, 다양한 이유로 훼손된 도서를 멋지게 부활시키는 퍼비싱 전문가 스티븐, 툭하면 양손 가득 이상한 물건을 가지고 와서 비밀을 알려주는 특별한 재능인 게오르크, 판매인이 법을 피해가는 교묘한 방법을 가르쳐 준 제임스,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재능과 사람을 읽어내는 눈을 가진 앤드루.. 애매하고 복잡하면서도 이상한 고서점이 어찌어찌 운영되는 이유는 바로 이들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아마,,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오는 소서런 책방의 비밀은 바로 이들이 아닐까도 싶네요. 아니.. 보물이..
희귀하고 특별한 책을 발견한다고 해도 많은 돈을 벌 수도 없고, 고서적 판매원이라는 직업이 다른 곳의 경력으로 내세울 수도 없지만... 희귀 서적 판매를 하는 사람들, 아니 괴짜들은 앞으로도 계속 있을 거라고 하네요. 미치는 게 도움이 되는 직업이라고 스스로들 말하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서점을 점령하고 고집을 부리고 방해를 하겠지만, 이들의 운명은 책과 함께 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다양한 책들이 이들 손을 거쳐서 어디론가 팔려가고, 아니면 매년 재고 정리할 때마다 얼굴을 마주하기도 하지만,, 아시잖아요. 미워할 수 없는 매력덩어리라는 것을 말이죠. 왜 이들이 이런 구덩이에 스스로 들어와서 빠져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지 말이죠. 저는 알겠더라고요. 은근 부럽기까지 하더라고요.
사실, 상상했던 내용과 살짝 거리가 있는 에세이였답니다. 아무도 찾지 않았던 물건이 알고 보니 보물이었고,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책이 등장하고, 구석에 쌓여있던 상자에서 비밀이 숨겨져있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중고 서점이라면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요. 너무 소설이나 영화를 많이 보긴 봤나 봅니다. 호그와트 마법학교에나 있을 법한 그런 서점을 떠올렸었나 봐요. 쌓이고 쌓인 책들로 잊힌 채로 먼지가 쌓여가는 책과 소품들이 하나 가득이었지만, 결국에는 누군가 책을 사고파는 서점이더라고요. 단지, 조금 특별한 물건을 취급하는 곳이었다는 것만 다를 뿐..
하지만, 그래서 또 다른 재미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소설이 아닌 현실, 하지만 조금은 다른 세상 이야기였거든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그들만의 세상, 그리고 그 세상을 원활히 돌아가게 만들어주는 서점과 책 판매원들.. 영국 골목 어딘가에 있다는 소서런 서점, 언젠가 꼭 가봐야겠네요. 그때까지 새로운 이야기들을 계속 만들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를 바랍니다.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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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