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의 상자
정소연 지음 / 래빗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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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받아 읽은 도서입니다.




독자들의 뜨거운 복간 요청으로 신간 단편들을 더해서 새롭게 출간했다는 SF 단편집, 정소연 작가의 소설집을 만났는데요. 이미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힌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텐데, 이렇게 꾸준히 기억되고 회자되는 이야기는 도대체 어떤 이야기일까요? 가볍게 그 시대를 거치면서 잊힐 수 있는 내용은 아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더욱더 궁금했던 단편소설 한 권. SF 소설이라고 하지만, 산뜻하고 따뜻한 소설들이라는 이야기에 하나하나 천천히 읽어보았답니다.



언제일까요? 어느 미래의 한 시점인 듯합니다. 비상점 도약으로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인 듯합니다. 우주 곳곳에서 발견된 비상점을 통해 다양한 공간으로 영역을 확장한 인류. 하지만, 그 기술을 독점한 카두케우스가 모든 권력과 권리를 가지고 있는 듯하네요. 우주여행은 비매품이라는 독특하면서도 비상식적인 시대라고 하니까 말이죠.

첫 번째 챕터, 카두케우스 이야기는 이러한 세계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9편의 단편에 담고 있는데요. 멋진 미래, 놀라운 문명, 행복한 세계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우주선 비행사가 최고의 꿈인 시대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들만이 도전할 수 있다 하네요. 비행은 다른 이들과 다른 시간대를 보내게 하면서 어긋남을 만든다고 합니다. 각 구역은 정해진 역할이 있고, 그 지역은 계약된 기간 동안 본사의 지원을 받는다고 하는데요. 이 세상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느낌이네요. 외롭고 쓸쓸하고 우울하고 슬픔이 더 많이 느껴지네요.




두 번째 챕터에 담긴 다섯 편의 단편소설도 크게 다르진 않네요. 코로나 시대와 비슷한 시절이 배경이 되는 이야기들이었는데요. 특히 표제작인 <미정의 상자>, 그리고 비슷한 소재가 등장하는 <현숙, 지은, 두부>.. 이 작품들은 너무나도 차분한 분위기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읽으면서 내내 밑바닥에 자욱하게 깔린 아픔과 슬픔이 느껴지네요. 정체불명의 반짝이는 상자 하나. 정확하진 않지만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이 있는 듯한데요.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고, 돌아가서 조금 다르게 바꿔보고, 돌아가서 피해보려고 하고.. 하지만, 결코 해피 엔딩은 없네요. 사랑하는 누군가와의 인연, 아니 운명은..



SF 소설이라고 해서 놀라운 미래 모습을 그리는 이야기들이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이런 생각은 저만의 고정 관념이었던 듯합니다. SF 소설이라고 하면 왠지 놀라운 과학 기술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하지만, 미래 시간에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깜빡했네요. 아무리 주변이 바뀌고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우리 인간의 감정은 여전히 지금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슬픔과 기쁨, 사랑과 이별.. 그 수많은 감정 속에서 서로의 관계를 만들고 또 만들면서 말이죠.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담은 단편소설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래서.. 더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들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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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패러독스 1
해월 지음 / 포르투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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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왜 계속 신경 쓰이는지 알았어. 아마, 이게 맞다고 생각해. 아니라고, 순간의 설렘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마 예전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널.. 좋아하고 있었다고, 내 마음이 그렇게 외치고 싶어 해.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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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짝사랑해 보나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그 사람을 생각만 해도 심장이 두근두근하는 이상한 감정.. 일부러 그런 거도 아닌데, 왜 그러는지 참 이상하죠? 하지만,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또다시 두근거리고 설레지 않을까 싶네요. 혼자만의 아픈 시간이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아니면 큐피드의 화살이 제대로 활약해서 행복한 추억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지만요. 여기 대림 고등학교에도 수많은 청춘들이 어찌할 수 없는 감정으로 방황하고 있는 듯하네요. 어느 순간부터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오직 그 아이만 눈에 들어오는 순간들.. 오랜만에 저도 함께 두근거리게 만드네요. 따스한 봄이 기다려져서일까요? 아니면 밸런타인데이로 소란스러운 분위기 때문일까요? 로맨스 소설이 눈에 들어오는 오늘이네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아이들은 신나서 시끌시끌하지만, 누군가는 이 시간도 한 사람만 보이나 봅니다. 체육대회에서는 물총 싸움과 짝피구를 통해 알듯 말듯 마음을 보여주기도 하네요. 친구라는 이유로 응원을 하지만, 그 응원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 있을지는 본인만 알고 있네요. 시험 기간에는 함께 공부하자며 만나기도 하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에 공부는 제대로 했을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들..

다양한 주인공들이 각자 시선에서 이야기가 들려주는데요. 하나의 화자가 있는 일반적인 소설이 아니라, 연극 무대처럼 모든 주인공들이 1인칭 시점에서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더욱더 한 명 한 명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듯하더라고요. 독자들은 이들의 모든 감정과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살짝 어색했지만, 읽다 보니 익숙해지면서 더 깊게 공감하고 이들의 감정에 스며들게 되네요.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부족한 설아는 태양이가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활발하고 인기 많은 태양이에게 쉽게 다가갈 수가 없네요. 성우는 오랫동안 친구로 스스럼없이 지냈던 하린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지만, 고백만은 할 수가 없나 봅니다. 슬기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번쩍하는 서준이는 누가 봐도 알겠더라고요. 하지만, 슬기만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다른 아이들도 다양한 관계 속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을 하고 있네요. 지금 이 관계를 깨뜨릴 수도 있기에 두렵거든요. 고백.. 단 한 번의 기회일 뿐이기에 모두가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성우에 대한 감정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하린이. 언제나 함께 하던 친구였는데, 언젠가부터 나보다 그 아이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네요. 조심조심 성우를 바라보기 시작하는 하린이와 그런 하린이의 마음을 오해하는 성우는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알게 될까요? 설아가 귀여운지 자꾸만 눈앞에 나타나는 태양이의 마음은 무엇일까요? 아웅다웅거리면서 슬기 옆에 언제나 있는 서준이의 마음은 언제쯤 제대로 전달될까요? 그리고 아직도 명확하지 않은 아이들의 엇갈리는 마음은..




여러분의 학창 시절은 어떠셨나요? 누군가로 인해 설레던 순간들은 누구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바로 이들처럼,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가 없지 않을까 싶네요.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가 없기에 혼자 끙끙거리면서 하루하루를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고 있지 않을까도 싶더라고요. 두근두근.. 누구는 썸을 넘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시작하네요. 누구는 혼자만의 짝사랑으로 힘들어하고 있고요. 또 누군가는 자신의 마음을 장난처럼 보여주면서 조금씩 스며들고 있는 듯합니다. 과연 이들의 청춘, 그리고 이들의 로맨스는 해피엔딩일까요? 때로는 엇갈리고 때로는 오해하면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요? 다음 책으로 빨리 넘어가야 할 듯합니다. 총 18권짜리 이야기라는데, 너무너무 궁금하거든요. 제가 더 두근두근하고 궁금하네요. 그리고 조금 더 설레고 싶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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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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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받은 도서입니다.




70세 사망 법안이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이 나라 국적을 지닌 사람은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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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 법안이라니.. 뭘까요? 70세가 되면 죽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게 가능한 건가요? 늙으면 죽으라는 건가요?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아니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본 소설을 만났는데요.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70살이면 아직 한참 남으셨나요? 아니면 조만간 마주할 나이신가요? 이런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때는 한 아이만 낳아 잘 키우자며 산아제한을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요즘은 오히려 반대가 되어버렸더라고요. 점점 떨어지는 출산율, 그리고 점점 늘어나는 노령인구.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요. 상황이 심각한가 보네요. 이런저런 방안들을 마련했지만 이런 흐름을 막기에는 부족한가 봅니다. 특단의 방법, 70세 사망 법안이라면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요?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이 어떻게 통과한 거죠? 도대체 정치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요? 획기적인 정책과 과감한 추친력으로 80퍼센트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일본 총리가 새롭게 추진한 정책이라고 하는데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점점 가중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하네요. 연금제도가 붕괴되고 국민의료보험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며, 노령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가정의 부담과 청년층의 취업 문제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합니다. 찬성이신가요? 아니면 반대이실까요? 일본 국민들도 각자의 입장과 위치에 따라 찬반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고 하네요.

유예기간 2년. 그 이후에는 모두가 70살이라는 정해진 인생을 살아가야만 한다는데요. 까칠하고 까탈스러운 성격의 시어머니 병수발을 하고 있는 며느리 도요코는 2년 후를 상상하곤 한다네요. 친구들은 벌써부터 자신들의 삶을 즐기고 있는데, 하반신이 불편한 시어머니 병수발로 하루 종일 시달리는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말이죠.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벨 소리와 시어머니의 큰 목소리.. 점점 지쳐만 갑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착한 엄마이자 아내이자 며느리인 듯하네요.

명문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인간관계 문제로 퇴직하고 놀고 있는 아들은 점점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듯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멋지게 돌아오리라 믿고 있다네요. 할머니 병수발을 함께 하자고 했지만, 도망치듯 분가해버린 딸은 공공 노인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네요. 힘들어하는 엄마를 외면하지만 차마 나설 수 없는 딸을 이해합니다. 얼마 안 남은 인생을 즐기겠다며 남편은 퇴사를 하고 세계여행을 떠납니다. 친구와 단둘이 떠나는 남편을 차마 붙잡지 못하네요.




폭발! 그렇죠.. 아무리 착하고 순한 사람이라도 이건 아닌 듯하네요. 도요코도 이제 한계인가 봅니다.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도 않고, 인정해 주지도 않고, 내가 아닌 삶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나 보네요. 가출입니다. 누워있는 시어머니도, 방에서 나오지 않는 아들도, 세계여행을 떠난 남편도, 연락 없는 딸도, 돈만 밝히는 시누이도.. 다 필요 없네요. 젊은 시절 용감했고 과감했고 솔직했던 나 자신을 찾기 시작하네요.

그리고.. 그녀가 없는 집은 당연히 엉망입니다. 요리도 청소도 병수발도..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은 어설프기만 합니다. 그동안 고마움을 몰랐던 시어머니도 이제는 알게 되네요. 아내에게 관심이 없던 남편은 아직인가 봅니다. 짝사랑 동료의 응원으로 힘을 보태기 시작한 딸은 많은 도움이 되네요. 조금씩 변하는 이들의 모습에 웃음도 나지만, 그래도 가족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야 가족이 되어가는 듯합니다.




토요코네 집안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70세 사망 법안은 그대로 시행되었을까요? 모든 것이 해피엔딩이랍니다. 이렇게 멋진 결말이라니..!!! 현실에서도 가능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네요. ‘너’ 아니면 ‘나’로 극명하게 나뉘어서 상대방에 대한 반대만 외치는 요즘.. 점점 더 심각해지는 현실에 지친 우리들에게 너무나도 사이다 결말입니다. 하지만, 속이 후련해지다가도 더 아파지네요. ‘우리’라는 단어가 점점 사라져 가는 요즘이 떠오르게 만들어서요.

사실 이 일본 소설은 최근 신간은 아니었는데요. 예전에 제목을 보면서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답니다. 그동안 절판된 상태였는데, 이번에 이렇게 새로운 표지로 새로운 출판사에서 재출간 되었더라고요. 아마도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았던 책이었기에,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읽었으면 하는 추천도서이기에 다시금 출간된 것이 아닐까 싶네요. 너무나도 공감되고, 너무나도 흥미롭고, 너무나도 재미나서 하루 만에 완독해버린 일본 소설..!! 여러분도 꼭 읽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너와 나가 아닌 우리가 되어보길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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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톡스
윤영 지음 / 스토디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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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회적 타살법이 통과되면서 시작한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문장이네요.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책임이 없다는 사건 하나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보이지 않는 곳에 참혹하게 남겨진 상처들.. 바로 마음의 상처로 인한 죽음.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은 이제부터 폭력으로 규정하고 처벌한다고 합니다. 너무나도 공감되고, 너무나도 필요한 법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데 어떻게 수사를 할까요? 놀라운 미래 기술이라고 나온 걸까요? 안타깝게도 보건복지부 심리부검부에서 수사권을 가지고 조사를 통해서 입증해야 한다네요. 마음의 상처를 조사한다. 이게 가능한 걸까요?




일에 대한 열정도 없고, 정의 구현이라는 사명감도 없고,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보건복지부 수사관, 김제리. 너무나도 강력한 캐릭터라서 책을 읽으면서 저절로 욕이 나올 뻔했는데요. 바로 그가 강남의 명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자살 사건 조사를 위해 보건교사로 위장 침투를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것이 바로 무감각약..!! 아니 집중력 향상약인데요. 이게 좀 이상합니다. 선배 형사가 조사하다가 사고를 당한 사건과 연결이 되거든요. 그리고 어쩌다 보니 그 사건을 김제리 수사관이 담당하게 됩니다. 과연 그가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을까요? 무책임한 공무원인 그가???




클럽과 카지노를 들락거리면서 조사를 하는 건지 놀러 다니는 건지 알 수 없는 그의 행적. 하지만, 그런 그에게 누군가 내미는 예쁜 젤리 하나는 무시무시합니다. 고통이나 고민거리 같은 모든 감각이 다 괜찮다고 느껴지면서 모든 것이 조용하고 잔잔한 평온 상태가 된다고 하네요. 마약도 아니면서 마약과 같은.. 너무나도 많은 곳에 이미 퍼져있는 이 젤리에는 자살로 세상을 떠나버린 친구 호현이가 다녔던 B제약회사, 사회적 타살법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강의원, 사랑했던 전 여친이자 식품의약품안전처 연구원인 시내가 연결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비밀!! 사랑했던 여자는 떠나가고, 사랑했던 친구는 죽음을 선택하고.. 그 배경에는 그들에게 의지하고 집착했던 김제리가 있었다네요. 그리고 무감각약은 바로 이들의 잘못된 관계, 아니 조금씩 어긋나있던 감정들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도대체 이들은 무슨 아픔을 가지고 있는 거냐고요? 사건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글쎄요. 잘 마무리는 되지만 해피엔딩이라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며 힘들어하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정말 많지 않을까 싶은데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감정들이 없어지면 과연 행복할까요? 아픔이 지나면 더 기쁜 순간이 있을 거라는 말이 있잖아요. 동트기 전의 어둠이 가장 어둡다는 말도 있고요. 물론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고, 말로만 하는 응원이고 조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 만난 무감각약은 아닌 듯합니다. 누군가의 삐뚤어진 생각으로 탄생했고, 누군가의 아픔에 기대어 퍼져나갔고, 누군가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이용되었던.. 

마지막 부분의 문구가 너무나도 인상적이네요. 약물은 결코 아름다웠던 그 찰나의 순간만큼의 기쁨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그리고 그 찰나의 절망 역시나 말이죠. 그 순간을 갈망하는 그들에게는 더 이상 삶이란 없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요즘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너무나도 무서운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어디선가 분명 이런 멋진 이름의 거짓들이 누군가에 의해 유통되고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짧은 생각으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누군가 찾고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래도 아직 우리 옆에는 김제리 수사관이나 심기자 같은 분들이 있지 않을까요? 작은 희망을 갖고 책을 덮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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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30만부 기념 거울 에디션)
김지혜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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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의심이 필요하다. 세상은 정말 평등한가? 내 삶은 정말 차별과 상관없는가? 시야를 확장하기 위한 성찰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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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삶은 평등한가요? 누군가에게 차별을 받고 있지는 않은가요? 아니면,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렇게 답할 듯하네요. 나는 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말이죠. 우리 모두는 평등한 존재라고 말이죠. 하지만,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으니 조금은 의심하게 됩니다. 혹시 내가? 그럴 리가 없지만 설마 내가?

안타깝지만 당신은 이미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차별을 받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나쁜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법과 질서를 지키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니까요. 단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삶에 스며들어있기 때문에, 나와 너무나도 멀리 있기에.. 다양한 이유로 당신은 선량한 차별주의자라고 하는데요. 정말일까요? 도대체 왜? 내가 왜???




?? 인간이라면 누구나 차별하지 않고 평등한 삶을 지향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자유와 함께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권리이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왜 누군가는 차별받고 있다고 항의하고, 그들의 주장에 또 다른 반대 의견들이 생기고, 오히려 역차별이라며 항변하는 이들이 생기는 걸까요?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은 부당하다는 남성인권운동가, 제주도에 도착한 난민들을 향한 모두의 반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결혼이주민들과 다문화 가정들에 대한 편견, 그리고 요즘 한국 사회의 새로운 이슈인 성소수자들에 대한 논란까지.. 우리는 분명 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너무나도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자신만의 입장을 내세웁니다. 본인에게 유리한 입장에서, 이미 차지하고 있는 권력을 빼앗길까 봐서,,,

알고 보니, 이미 오래전 과거부터 다양한 차별들은 존재했고 갈등했고 해소되었더라고요. 노예제도가 대표적이고, 더 오래전에는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어진 권리, 그리고 피부색에 따른 인종차별까지.. 하지만, 이러한 차별이 정말로 사라져서 평등한 사회가 되었을까요? 너무나도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는 말해주고 있더라고요. 우리는 새로운 노예제도, 새로운 남녀 차별, 새로운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고 말이죠. 너무나도 교묘하기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기에, 너무나도 은밀하기에 눈치챌 수가 없었을 뿐이라고 합니다.




??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이젠 모든 것이 의심스럽네요. 무슨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더라고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차별일 수가 있었거든요. 그들이 없는 것을 가진 나는 권력을 가진 차별주의자가 될 수도 있었거든요. 하나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차별이 존재하고 있었거든요. 너무 어렵네요. 하나하나 따지면 똑같을 수가 없는 우리 모두를 어떻게 똑같이 대할 수가 있을까요?

다행히도 이미 '모두를 위한 화장실'처럼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제도와 법이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 제도와 법을 만드는 이들도 역시 우리들 중에 누군가일 테니 또 다른 빈틈이 생기겠죠? 아마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누군가 의심하고, 누군가 논쟁하고, 누군가 끊임없이 이야기한다면 누군가는 듣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책을 통해 우리 모두가 조금씩 고민한다면 한 걸음씩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세상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입장과 관점과 위치가 존재하기에 차별과 평등을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렵네요. 그래서일까요? 선량한 차별주의자, 이 책은 수많은 독서 모임의 단골손님이더라고요. 책을 읽고 나면 하고픈 말도 많을 듯하고, 놀라운 깨달음도 많을 듯하고, 다른 이들의 생각도 궁금해지거든요. 그렇기에 토론하거나 논쟁하기도 좋은 주제이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아직 부족한 듯합니다. 조금 더 많은 모임에서 이 책을 다루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더 많이 읽고 더 많은 분들이 차별과 평등이라는 문제에 대해 더 고민하고 고심했으면 합니다. 그러면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면서 받는 상처가 줄어들지 않을까요? 조심스럽게 희망을 가져봅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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