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 중심주의가 오히려 성폭력 사건의 객관성 증명 책임을 피해 여성에게 지운다는 사실이다. 피해자 진술의 객관성은 피해 여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여성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사회의 태도에 따라 결정된다. 다시 말해 성폭력 사건의 객관성은 피해 여성이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여성들의 목소리를 존중하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객관성은 ‘해방‘에 관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 객관적인지 사회적 경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피해 당사자들이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는 문제이며 그렇기 때문에 불평등한 구조를 드러내는 표식의 일부이다. 개인의 경험과 말하기 실천은 기억들 간의 경합과 선택의 결과이다. 따라서 경험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해석이다. 성폭력 사건의 객관성(‘사실‘, ‘진실‘)은 여성의 경험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경험을 해석할 수 있는 특정 사회의 언어 체계에 그책임이 있으며, 이는 성별 권력관계에 의해 구조화된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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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바비즌 - 여성의 독립와 야망, 연대와 해방의 불꽃이 되다
폴리나 브렌 지음, 홍한별 옮김 / 니케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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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에 실비아 플라스는 목차에서 왜 두 번 등장할까 싶었는데 읽으면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이름을 남겼든 그렇지 않았든 바비즌을 거쳐간 여자들을, 낱알같은 장면들을 읽는 게 특히 즐거웠고 의미있었다. 별개로 책 속에서 계속 따로 불리우는 “그 여자들”로 소설 나오면 재밌을 거 같은데..ㅋㅋ
미국 여성운동, 호텔과 욕망, 쟁쟁한 젊은 여성 작가들, 뉴욕 명사들.. 책 한 권으로 다 못 담을 소재인지라 가지를 여러 갈래로 뻗어 찾아보고 싶은 책도 많아졌고 한데.. 이제 겨우 보름 안됐는데 방학 너무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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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1-16 1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좀 더 다양한 바비즌이 가능하다고 전 생각해요. 도서관에서 책 읽는 분들, 커피숍에서 일하시는 분들, 여성분들이 많아서요. 물론 도서관과 커피숍을 작업실로 사용하는 일에 조금 아쉬움이 있지만, 전 이 정도에도 감동하는 사람 ㅎㅎ

보름 밖에 안 지났다 말인가요? 아이공....... 얼른 커서 아가들 2박 3일 캠핑 가기, 엄마 없이 외가댁 가기, 실천해야 할텐데요.

유수 2024-01-16 22:29   좋아요 1 | URL
다양한 바비즌 멋진 표현이네요. 과연 그러한 것 같고..
제가 힘조절을 못하는 거 같아요. 다들 해내는 육아, 그렇다고 쉽게 하는 게 아닌 걸 알면서도 제 한몸 지쳐가지구는.. 따뜻한 말씀 늘 고맙습니다 헤헤

건수하 2024-02-23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디디온이랑 플라스 얘기에 나왔던 바비즌이군요! 궁금하네요 ^^
요즘 여성 전용 공유작업실 이런 것도 많이 있던데.. 가보고 싶지만 가서 할 것이 딱히 없더라구요. 책이라도 들고 가서 읽어보고 싶네요.
 

《마드무아젤》은 한마디로 말해 모순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그런 면에서 매우 상징적이기도 했다. 고학력 커리어우먼들이 매해 6월 자신과 비슷한 젊은 여성들을 바비즌으로 데려오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바로 그런 독자들의 구미에 맞는 패션과 최신 소설, 예술, 비평이 결합한 잡지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잡지는 그와 정반대 여성성을 독자들에게 처방했다. 객원편집자 디니 레인(소설가 다이앤 존슨)은 《보그》가 더 성숙한 독자를 대상으로 한 반면 《마드무아젤> 독자층은 훨씬 더 어린 여성이었지만 그 편집자들이 우리에게 강요한 여성성이 얼마나 엄격했던가"를 지적했다."
말 그대로 외줄타기 세대였다. 1953년 객원편집자 한 명은 이렇게표현했다. "우리는 전후 첫 세대이자 피임약이 나오기 전 마지막 세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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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젊음에 대한 끈질기고 열렬한 사랑을 돌이켜보가 보면, 내가 되려 거기에 넘어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BTB의 잡지는 젊음을 팔았고, 객원 편집자들이 판매원이었다.
그럼에도 <<마드무아젤>>이 젊은 여성들에게 제공한 기회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마드무아젤>>운 젊은 여성 독자들에게 시각적, 지적 자극을 가감 없이 제공했고, 객원 편집자 프로그램으로 각 세대의 가장 야심 있는 젊은이들에게 권위 있는 출발점이자 도약의 발판을 제공했다. 남성이-백인 남성이- 아무 도전도 겅쟁도 없이 권력을 행사했던 1950년대에는 특히 더욱 소중한 기회였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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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이 되기는, 혹은 자기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는 쉽지않았다. 미국은 다시 전쟁 중이었다. 처음에는 한국이었고, 이제는 베트남…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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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1-13 13: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가 생각나네요. 평생을 호텔에 사셨다는.... 왜 여성들이 그토록 여행을 좋아하는지도 이해되고요.
어느 계급의 여성이라도 재생산 노동에서 완벽하게 해방되기는 어려울 거라는 정희진쌤 말씀도 이어서 생각나고요. 이부진도, 천하의 이부진도 데리고 있을 때는 아들 반찬을 신경썼을거라는데 500원을 걸게 되죠.

유수 2024-01-15 00:16   좋아요 0 | URL
맞아요 ㅎㅎ 전 최영미 시인도 생각나더라고요. 몇 년 전에 호텔 살고 싶다고 쓰셨다던 일화.. 여성이 호텔에 거주하는 건 참 괘씸한 일인데..ㅋㅋ이 책에 따르면 호텔 바비즌은 그걸 막아주는 동시에 현실과 여성들을 고립시키기도 했던 셈이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