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 중심주의가 오히려 성폭력 사건의 객관성 증명 책임을 피해 여성에게 지운다는 사실이다. 피해자 진술의 객관성은 피해 여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여성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사회의 태도에 따라 결정된다. 다시 말해 성폭력 사건의 객관성은 피해 여성이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여성들의 목소리를 존중하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객관성은 ‘해방‘에 관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 객관적인지 사회적 경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피해 당사자들이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는 문제이며 그렇기 때문에 불평등한 구조를 드러내는 표식의 일부이다. 개인의 경험과 말하기 실천은 기억들 간의 경합과 선택의 결과이다. 따라서 경험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해석이다. 성폭력 사건의 객관성(‘사실‘, ‘진실‘)은 여성의 경험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경험을 해석할 수 있는 특정 사회의 언어 체계에 그책임이 있으며, 이는 성별 권력관계에 의해 구조화된다. - P260
읽기 전에 실비아 플라스는 목차에서 왜 두 번 등장할까 싶었는데 읽으면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이름을 남겼든 그렇지 않았든 바비즌을 거쳐간 여자들을, 낱알같은 장면들을 읽는 게 특히 즐거웠고 의미있었다. 별개로 책 속에서 계속 따로 불리우는 “그 여자들”로 소설 나오면 재밌을 거 같은데..ㅋㅋ 미국 여성운동, 호텔과 욕망, 쟁쟁한 젊은 여성 작가들, 뉴욕 명사들.. 책 한 권으로 다 못 담을 소재인지라 가지를 여러 갈래로 뻗어 찾아보고 싶은 책도 많아졌고 한데.. 이제 겨우 보름 안됐는데 방학 너무 지친다.
《마드무아젤》은 한마디로 말해 모순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그런 면에서 매우 상징적이기도 했다. 고학력 커리어우먼들이 매해 6월 자신과 비슷한 젊은 여성들을 바비즌으로 데려오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바로 그런 독자들의 구미에 맞는 패션과 최신 소설, 예술, 비평이 결합한 잡지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잡지는 그와 정반대 여성성을 독자들에게 처방했다. 객원편집자 디니 레인(소설가 다이앤 존슨)은 《보그》가 더 성숙한 독자를 대상으로 한 반면 《마드무아젤> 독자층은 훨씬 더 어린 여성이었지만 그 편집자들이 우리에게 강요한 여성성이 얼마나 엄격했던가"를 지적했다."말 그대로 외줄타기 세대였다. 1953년 객원편집자 한 명은 이렇게표현했다. "우리는 전후 첫 세대이자 피임약이 나오기 전 마지막 세대였다."
"미국의 젊음에 대한 끈질기고 열렬한 사랑을 돌이켜보가 보면, 내가 되려 거기에 넘어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BTB의 잡지는 젊음을 팔았고, 객원 편집자들이 판매원이었다. 그럼에도 <<마드무아젤>>이 젊은 여성들에게 제공한 기회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마드무아젤>>운 젊은 여성 독자들에게 시각적, 지적 자극을 가감 없이 제공했고, 객원 편집자 프로그램으로 각 세대의 가장 야심 있는 젊은이들에게 권위 있는 출발점이자 도약의 발판을 제공했다. 남성이-백인 남성이- 아무 도전도 겅쟁도 없이 권력을 행사했던 1950년대에는 특히 더욱 소중한 기회였다. - P274
자기 자신이 되기는, 혹은 자기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는 쉽지않았다. 미국은 다시 전쟁 중이었다. 처음에는 한국이었고, 이제는 베트남… - P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