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의 나라> 떠오르는 장면.. 그러고 보니 그 책이 작년 올해의 책인 거 같다.

나를 꽉 끌어안았다. 그녀는 경련을 일으키는 모든 사람이 그렇듯나 역시 타고난 샤먼이라고 말했다. 샤먼이라니! 그 짧은 사이에 인종차별주의와 비장애중심주의가 서로를 향해 덤비듯 굴러들어온다. 토착적 영성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백인들의 권리와 장애인에게 영적 능력을 부여하는 장애차별적 고정관념이 뒤엉킨다. 그녀는 수련만 받으면 치유자healer가 될 거라고, 나의 특별함을 결코 잊지 말라고 귓가에 속삭이며 당부한다. 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얼마나 특별한지. 우리는 특별한 교육을 받고, 특별한 요구를 하며, 특별한 영적 능력을 가졌다. 오만이 뚝뚝 흘러내리는 말이다. 특별하다는 것은 결함이 있는 것만 못하다. - P26

치유 이데올로기로 되돌아오자, 치유를 일종의 회복으로 프레이밍하는 것은 가장 분명하고 중요한 교리를 드러낸다. 먼저, 치유는 손상을 필요로 한다. 치유는 손상을 개개인의 몸-마음 내부에 위치시키고, 마치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각의 생태계인 양 작동한다. 두 번째로, 치유는 본래적 상태에 근거한다. 치유는 기존에 있던 것이 지금의 상태보다 우월하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치유는 손상된 것을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려 한다.
장애를 개개인의 몸마음에 주어진 손상이라고 받아들인다쳐도 어떤 이들에게 이 교리는 곧 뒤엉킨다. 이들에게는 본래적인 비장애 상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감히 내가 혹은 의료산업 복합체가 나의 몸마음을 회복시키겠는가? 떨리는 손과 어눌한 발음이 없는, 보다 균형도 잘 잡고 근육도 잘 움직이는 나에 대한 비전은 내 몸의 역사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어떻게 생겼어야 했는가에 대한 상상으로부터,
정상적인 것과 자연스러운 것에 대한 규정으로부터 생겨난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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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22 출처
캐서린 맥키넌, 『여성들의 삶, 남성들의 법』, 하버드대학 출판 부, 2005, pp. 259-60; 『성적 해방과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 (사 범대 출판부, 1990) 내 캐서린 맥키넌의 글 「자유주의와 페미니즘 의 죽음」, p. 3.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추측이 합의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데, 여기서 선택과 합의는 잘못된 개념이다. 그 무효성은 여성이 통제를 넘어선 상황에 대처하려고 성매매를 승낙하고, 성매매가 진정한 의미의 동의를 할 수 있는 가능성조차 금지된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에 기반한다. 동의와 마지못한 굴복에는 차이가 있다. 변호사이자 학자인 캐서린 맥키넌의 말에 따르면(…) 두려움과 절망이 묵인을 양산하고, 묵인이 부당한 동의가 될 때, 동의란 유의미한 개념이 아니다‘. 주22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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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 중심주의가 오히려 성폭력 사건의 객관성 증명 책임을 피해 여성에게 지운다는 사실이다. 피해자 진술의 객관성은 피해 여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여성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사회의 태도에 따라 결정된다. 다시 말해 성폭력 사건의 객관성은 피해 여성이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여성들의 목소리를 존중하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객관성은 ‘해방‘에 관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 객관적인지 사회적 경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피해 당사자들이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는 문제이며 그렇기 때문에 불평등한 구조를 드러내는 표식의 일부이다. 개인의 경험과 말하기 실천은 기억들 간의 경합과 선택의 결과이다. 따라서 경험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해석이다. 성폭력 사건의 객관성(‘사실‘, ‘진실‘)은 여성의 경험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경험을 해석할 수 있는 특정 사회의 언어 체계에 그책임이 있으며, 이는 성별 권력관계에 의해 구조화된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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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바비즌 - 여성의 독립와 야망, 연대와 해방의 불꽃이 되다
폴리나 브렌 지음, 홍한별 옮김 / 니케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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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에 실비아 플라스는 목차에서 왜 두 번 등장할까 싶었는데 읽으면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이름을 남겼든 그렇지 않았든 바비즌을 거쳐간 여자들을, 낱알같은 장면들을 읽는 게 특히 즐거웠고 의미있었다. 별개로 책 속에서 계속 따로 불리우는 “그 여자들”로 소설 나오면 재밌을 거 같은데..ㅋㅋ
미국 여성운동, 호텔과 욕망, 쟁쟁한 젊은 여성 작가들, 뉴욕 명사들.. 책 한 권으로 다 못 담을 소재인지라 가지를 여러 갈래로 뻗어 찾아보고 싶은 책도 많아졌고 한데.. 이제 겨우 보름 안됐는데 방학 너무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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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1-16 1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좀 더 다양한 바비즌이 가능하다고 전 생각해요. 도서관에서 책 읽는 분들, 커피숍에서 일하시는 분들, 여성분들이 많아서요. 물론 도서관과 커피숍을 작업실로 사용하는 일에 조금 아쉬움이 있지만, 전 이 정도에도 감동하는 사람 ㅎㅎ

보름 밖에 안 지났다 말인가요? 아이공....... 얼른 커서 아가들 2박 3일 캠핑 가기, 엄마 없이 외가댁 가기, 실천해야 할텐데요.

유수 2024-01-16 22:29   좋아요 1 | URL
다양한 바비즌 멋진 표현이네요. 과연 그러한 것 같고..
제가 힘조절을 못하는 거 같아요. 다들 해내는 육아, 그렇다고 쉽게 하는 게 아닌 걸 알면서도 제 한몸 지쳐가지구는.. 따뜻한 말씀 늘 고맙습니다 헤헤

건수하 2024-02-23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디디온이랑 플라스 얘기에 나왔던 바비즌이군요! 궁금하네요 ^^
요즘 여성 전용 공유작업실 이런 것도 많이 있던데.. 가보고 싶지만 가서 할 것이 딱히 없더라구요. 책이라도 들고 가서 읽어보고 싶네요.
 

《마드무아젤》은 한마디로 말해 모순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그런 면에서 매우 상징적이기도 했다. 고학력 커리어우먼들이 매해 6월 자신과 비슷한 젊은 여성들을 바비즌으로 데려오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바로 그런 독자들의 구미에 맞는 패션과 최신 소설, 예술, 비평이 결합한 잡지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잡지는 그와 정반대 여성성을 독자들에게 처방했다. 객원편집자 디니 레인(소설가 다이앤 존슨)은 《보그》가 더 성숙한 독자를 대상으로 한 반면 《마드무아젤> 독자층은 훨씬 더 어린 여성이었지만 그 편집자들이 우리에게 강요한 여성성이 얼마나 엄격했던가"를 지적했다."
말 그대로 외줄타기 세대였다. 1953년 객원편집자 한 명은 이렇게표현했다. "우리는 전후 첫 세대이자 피임약이 나오기 전 마지막 세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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