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슨은 만인이 예술과 문화를 향유하고 만인이 같은 예술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를 상상했다. 섹스턴은 올슨의 이런 꿈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섹스턴에겐 자유시간이 너무 많아서, 오직 자신의 생각만으로 그 시간을 채워야 해서 고통스러웠다. 섹스턴은 글쓰기와 생계를 위한 돈벌이 사이의 균형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통신을 주고받으며 두 사람은 자신의 지옥과 상당히 다른 여러 지옥이 있음을 배웠다.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섹스턴과 올슨처럼 계급과 정치적 차이를가로지르며 우정을 나누는 관계는 드물었다. (…) 그러나 섹스턴은 올슨을 향해, 자신과 다른 올슨의 비범한 삶을 향해 마음을 열었고, 심문과 체포의 공포에 시달렸던 올슨은 이 통신 상대의 충성을 확신할 수 없었음에도, 국토의 반대편에 있는 이 여성에게 마음을 열었다.
이는 단순한 연민의 행위 이상이었다. 이것은 신뢰의 행위였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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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딴에는 상류사회에서 본 것을 그대로 흉내 내는 셈이었지만, 엄마의 눈을 거쳐 엄마의 이해를 통해 재현된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일 순 없고, 그 과정에서 생긴 무리가 곧바로 눈에 띄었다. 뭐라고 꼭 집어 말할 수는 없는 채로 모든 것이 그 자리에 안 어울렸다. 아무리 비싼 거라도 벼락부자 티나 풍기는 게 고작이었다. 모든 가구도 실수로 잠깐 거기 놓인 것처럼 엉거주춤 거기 있었다. 나는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 있는 터였다.
그렇지만 그 안 어울리는 세간의 일부가 살아 움직이는 사람인 데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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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은 우리의 식욕과 얼마나 무관한가. 그리고 우리 식구들은 지금 서로 얼마나 무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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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5-26 0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박완서 장편 읽으시는군요 즐독 응원합니다 오늘 일요일 잘 보내시길요!

유수 2024-05-30 14:39   좋아요 2 | URL
ㅎㅎ읽기는 좋고 읽으면 소름끼치고 그렇습니다. 말씀대로 이것이 즐독입니다. 서곡님도 남은 하루 즐겁게 보내세요!

단발머리 2024-05-27 0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박완서 작가님책 딱 2권 읽었거든요. 그 많던 시리즈 ㅋㅋㅋㅋㅋㅋ 유행하기 전에 읽었지만 그 시리즈 밖에 안 읽어서 딱 유행해서 읽은 거 같은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수님 독서에 저도 응원 보냅니다!!

유수 2024-05-30 14:46   좋아요 1 | URL
그 많던~이 시리즈인가요? 저는(저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박완서 작가님 글이 초중고 교과서에 늘 실려있었어요. 그 때문인가 찾아 읽는 마음이 편안해요.
그치만 소설 자체는 너무 안 편안해.. 말 시리즈 박완서 편 읽으면서 두들겨 맞던 기억도 생생해가지구 말이죠^^
”말로써 쉽게 남녀평등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젊은 여자들, 만만한 남자를 만나서 쉽게 평등을 이루려는 약은 여자들이 빠질 수 있는 함정을 보여주고자 했다.˝
 

연구소는 이 책에 등장하는 작가와 예술가에게 고독과 공동체의 결정적 배합을 제공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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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는 아니지만 두드려맞으면서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이해하고 싶은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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