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슨은 만인이 예술과 문화를 향유하고 만인이 같은 예술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를 상상했다. 섹스턴은 올슨의 이런 꿈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섹스턴에겐 자유시간이 너무 많아서, 오직 자신의 생각만으로 그 시간을 채워야 해서 고통스러웠다. 섹스턴은 글쓰기와 생계를 위한 돈벌이 사이의 균형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통신을 주고받으며 두 사람은 자신의 지옥과 상당히 다른 여러 지옥이 있음을 배웠다.20세기 중반 미국에서 섹스턴과 올슨처럼 계급과 정치적 차이를가로지르며 우정을 나누는 관계는 드물었다. (…) 그러나 섹스턴은 올슨을 향해, 자신과 다른 올슨의 비범한 삶을 향해 마음을 열었고, 심문과 체포의 공포에 시달렸던 올슨은 이 통신 상대의 충성을 확신할 수 없었음에도, 국토의 반대편에 있는 이 여성에게 마음을 열었다.이는 단순한 연민의 행위 이상이었다. 이것은 신뢰의 행위였다. - P87
엄마 딴에는 상류사회에서 본 것을 그대로 흉내 내는 셈이었지만, 엄마의 눈을 거쳐 엄마의 이해를 통해 재현된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일 순 없고, 그 과정에서 생긴 무리가 곧바로 눈에 띄었다. 뭐라고 꼭 집어 말할 수는 없는 채로 모든 것이 그 자리에 안 어울렸다. 아무리 비싼 거라도 벼락부자 티나 풍기는 게 고작이었다. 모든 가구도 실수로 잠깐 거기 놓인 것처럼 엉거주춤 거기 있었다. 나는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 있는 터였다.그렇지만 그 안 어울리는 세간의 일부가 살아 움직이는 사람인 데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은 우리의 식욕과 얼마나 무관한가. 그리고 우리 식구들은 지금 서로 얼마나 무관한가.
연구소는 이 책에 등장하는 작가와 예술가에게 고독과 공동체의 결정적 배합을 제공했다. - P14
자주는 아니지만 두드려맞으면서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이해하고 싶은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