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콜린 피셔
애슐리 에드워드 밀러.잭 스텐츠 지음, 이주희 옮김 / 시공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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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어느 학교에서도 반입해선 안 되는 물건이 있다. 학교는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과 학생이 모여 있는 곳이기에 보호의 기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학교도 사람이 모여 지내는 곳인지라 그리 안전한 곳이라 할 수 없다. 학교라는 곳도 인간이 모여 지내는 곳, 나의 안전은 내가 지켜야 한다. 그저 삐그덕대며최소한의 안전 속에서 지내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의 주인공 콜린 피셔는 아스퍼거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다행인 건 음울한 학생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에 넘치는 관심과 관찰력을 파란 노트에 적으며 적절히 조절해 지내고 있었다. 그 또한 삐그덕대는 안전에 균형을 맞추는 일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러다 가끔 그 균형이 깨져버리는, 정확히는 빼앗기는 경우도 있지만 그 나름대로는 꾸역꾸역 잘 집어삼키고 맞추어 나갔다. 부모님도 아는 눈치이지만 그저 무던한 아들의 모습에 할 말은 많지만 꾸욱 삼켜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이 균형은 무너지고 만다. 학교 안에서 총이 나왔다. 서두에서 반입해서는 안 되는 물건이 등장한 것이다. ‘이건 누가 들여온 걸까?’ 콜린의 균형도 무너지며 그의 넘치는 관찰력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처음 읽을 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책을 읽으며 학교라는 소재는 곧, 청소년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좋다고 생각한다. 나와 가장 가까운 소재이니까. 게다가 학교를 대상으로 한 소설은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이 재미있던 건, 아스퍼거 장애를 가진 학생을 주인공으로 삼았단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장애를 가진 주인공을 세우면 꼭 뭔가를 극복해 나가는 게 많았다. 쉬 어울리지 못하고, 그저 불쌍한 사람 취급이라는 게 한 편의 의견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자신이 조사도 하고, 생각도 하고, 다른 이와의 커뮤니케이션의 빈도가 더욱 높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장애는 느껴지지 않았다. , 작가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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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쓰는 법 - 내가 보고 듣고 맡고 먹고 느낀 것의 가치를 전하는 비평의 기본기
가와사키 쇼헤이 지음, 박숙경 옮김 / 유유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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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물건을 사도 댓글 한 번 남긴 적 없었다. ‘내가 리뷰를?’ ‘안 써도 그만이지 뭐.’ 이런 생각이 있었다. 그러면서 물건을 고를 때 댓글을 보게 된다. 하지만, 뭔가 정확한 정보를 얻기는 힘들었다. 나 또한 이렇게 정보를 주지 못할 바엔 안 적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정보를 제공하는 거 아닌가? 상상을 제공하기도 하고, 나의 생각을 정리해 남을 설득하기 위해 제공하기도 하고. 숙제로 교수님이 원하는 내용을 제공하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꽤나 많은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글을 썼었다. 하지만 스스로 만족한 적은 별로 없었다. 몇 번 글을 쓰는 법을 찾아보긴 했었지만, 나에게 필요한 정보는 아니었다. 다른 글과 비교를 해 보여주긴 하지만, 나에게 맞는 정보는 아니었다. 거기다 나의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리고 그 책은 분리수거장에 그대로 직행했었다. 그렇게 갖다 버리기를 몇 번,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내가 빠진 부분이라 느낀 곳을 채워주었다. 거기에 직설적으로 이야기 해주니 이해하기가 더욱 쉬웠다. 난 꽤 단순한 사람이었나 보다. 줄을 치면서 열심히 읽은 책이었다. 글을 쓰는 건 정확성을 기해야 하는 일이다. 위에 말한대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선 자료가 많은 것도 중요하지만 자료를 어찌 정리하는가도 중요한 일이니 말이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감동시키고, 공감을 얻어낸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항상 느끼고 있지만 까다로운 작업이다. 이 까다로운 작업에 이 책의 도움을 받아 잘 해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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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 -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종활 일기
하시다 스가코 지음, 김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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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과 탄생. 당연한 이치이고,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인생이라 불리며 더욱 알차고 촘촘히 살아야 한다, 낭비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과정만 생각할 뿐 그 이후를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입에 담아본 적이 있던가?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는 농담을 사람들과 주고받는다. 이런 농담은 영정사진 같은 기분이 든다. 영정사진을 준비하면 오래 산다는 속설의 한 면을 듣는 거 같은 기분. 그러나 진짜의 죽음에 이르렀을 때는 외면한다. 모든 사람은 죽음[]을 맞이한다. 이 죽음으로 다른 이의 인생에 돌을 던질 것이다. 이 돌을 던지기 전 준비가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모두 꺼리는 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보다보니 차근차근 준비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거 같았다.

가장 와 닿았던 말은 기운이 있을 때 주변, 신변을 정리하란 말이었다. 사람도, 물건도 모두 기운이 있을 때 차곡차곡 정리해야 한다는 것. 나이가 들면 힘들고 나의 역사가 없어져 망설여질 것이기 때문일 것이리라. 그래서 집을 한 번 휘- 살펴보았다. 정말로 치워야 할 게 많았다. 우선 책들, 모아놓은 영화나 드라마, 선물로 받거나 필요하다 샀는데 안 쓰는 것들까지 천지였다. ‘, 정리해야겠다.’고 느꼈다.

내가 생각하는 죽음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내가 현재의 집에 살고 있다면?’, 두번째는 요양원에 있다면?’이었다. 공통적으로는 남은 유품을 정리해주는 사람들에게 술 한 잔 사먹으라 돈을 남겨놓는 것이다. 지구상에 남은 나의 흔적을 정리해주고 나를 도와준 사람들이니 감사한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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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 쉴 틈 없는 회사의 시간과 숨 돌릴 나만의 시간 사이에서
박인경 지음 / 빌리버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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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서울에 놀러 갔을 때는 신기했었다. 그 때에는 모든 것이 커보였고, 마냥 재밌었다. 그 때의 나는 나의 생계를 책임지지 않아도 됐기에 서울은 즐거운 곳이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나의 입에 풀칠을 해야 하는 때가 되었을 때 서울이 새롭게 보였다. 학교 갈 때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 어릴 때 이벤트성으로 재밌게 탔던 지하철이 이제는 매일 쓰는 발이 되었고, 지각에 대한 마음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졌다.

거기다 사람관계는 학교보다 더욱 세밀해지고 독해졌다. 야자 대신 야근을 하며 시계를 하염없이 째려본다. 부대끼는 하루를 이렇게 살아낸다. 우리나라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왜 이리 슬픈 생각만 들까? 과연 난 한국에서 직장인으로 버텨낼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간다. 삐그덕대지만 그래도 여차저차 돌아가는 서울을 보며 신기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이 마음을 공감할만한 일도, 글도 별로 없었다. 그러다 이 책 저자의 마음에 나 또한 나도 그래라는 말이 많이 떠올랐다. 어줍잖은 힐링은 아니었다. 그저 이야기를 덤덤히 풀어냈을 뿐이다. 그 덤덤함 속에서 직장인들의 공감을 살만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만이 아닌, 전국의 직장인들이 같은 마음을 담고 있는 거 같았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직장인들은 고민하고 죽을 것 같지만 버티고 있었다. 나의 부모님도 그 부모님도, 그 위의 부모님도 말이다. 형태, 시간은 다를지라도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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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멈춤, 교토 -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교토 골목 여행
송은정 지음 / 꿈의지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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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하고 싶어요!”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한 문장. 아마도 회사와 일상 속에서 받는 은근한 스트레스 때문이리라. 눈치 보지 않고, 쫓기지 않는 여유로운 여행을 생각하고 원하게 되었다. 가성비나, 얼마나 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나를 한국과 한 발짝 멀어지게 할 수 있는 여행이 하고 싶었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때문일까?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건 당연한 이치였던 거 같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마지막 걸음. 책장을 덮는다.”

책의 제목처럼 정말 한 장 한 장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정갈하게 찍힌 사진과 저자가 다녀온 곳을 소개하는 글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저자의 글은 여행을 하며 보고 느끼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들이지만 한국에서 느낄 수 없었던 것도 지극히 평범함이었다. 거기다 사람을 느긋하게하는 게 아니라 느리게해준다. 꼭 거북이가 된 기분이다. 기분 좋은 느림이랄까? 거기에 일본 도쿄 한 가운데 서 있는 기분도 느끼게 해준다.

책의 큰 카테고리는 딱 세 가지, ‘먹고, 마시고, 구경하고’. 지구상에서 흔한 카페, , 베이커리 등이 소개되어 있다. 내가 좋았던 건, 거북이처럼 느끼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해 주었다는 점이다. 거북이처럼 한 장 한 장 넘겨도 누가 뭐라 하지 않고,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구경하고, 읽어내며 몸과 마음을 거북이처럼 만들 수 있었다. 즐거운 책이었다. 이번에 계획 중인 여행에 참고하기에 좋은 책이다. 메이트에게 보여주고 어디를 가고 싶은지 고르게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메이트와 함께 하는 여행으로 지금의 나에게 브레이크를 걸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따뜻한 평화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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