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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9월
평점 :

역시 이 작가의 매력인 직설적 멘트가 빛을 발하는 책이었다. ‘나쁜 마음’이라 표현하지만, 결국 나의 ‘불편감’을 책에 적고 있었다. 반박하지 못해 화가 나는 상황, 상대방에게 해주지 못한 이야기들이 책 안에 적혀 있었다.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을 느끼는 건 나만 그런가? 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욕 일기’같은 거다.
‘내가 느끼는 불편감’, ‘내가 느끼는 망할 감정’을 쉬이 넘길 수 있는 사람은 몇 이나 될까. 이 수많은 불편감과 망할 감정을 ‘나쁜 마음’ 하나로 치부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빡침에는 이유가 있고, 그것은 꽤나 오래 간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나 또한 그런 일이 하루에도 부지기수로 일어난다는 걸 깨달았다. 서운하거나 짜증 등 나쁜 마음을 표현하면 ‘성숙하지 못하다’는 핀잔을 듣는다. 그러다 표현을 안 하면 ‘왜 말을 안 하냐’고 핀잔을 듣는다. 그러면 생각의 종착지는 ‘이거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하는 거지?’에 머무르고 찝찝함만을 남긴 채 하루를 마무리하게 된다.

거기다 가장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가 여기에도 나왔다. 결혼한 사람들이 자신의 남편, 시댁을 흉보면서 결국 결론은 ‘결혼하라’로 마무리한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너도 같이 죽자는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이 작가는 우월감에 취한 사람이라고 의견을 주었다. 아, 나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

글은 짤막하고 압축이 되어 있다. 쉽게쉽게 지하철이고 시간이 있을 때 읽기 좋았다. 읽으면서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건 덤이다. ‘맞아, 이런 감정도 있었지’, ‘그래, 이런 기분이었어. 이걸 이렇게 표현할 수 있네’ 하면서 은근한 공감을 많이 얻었다. 나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는 건 굉장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매력적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렇게 압축해 쓸 수 있는 필력은 기자라는 직업인이라는 게 가장 컸으리라 생각한다.

그녀의 필력을 더 보고 싶다. <열정같은 소리 하네>는 영화로 보면서 꽤 재밌게 보았는데 그녀의 책인 줄은 사실 몰랐다. 아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과 그녀가 전에 썼던 책들에 많은 공감을 얻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