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상1 - 시간을 넘어온 손님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드라마나 영화 등의 동영상을 즐기지 않는다. 유튜브도 즐기지 않는다. 핫한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게 된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은 것 마냥 매우 기뻤다. 그런 순간이 몇 번 없었지만 나의 만족이 매우 컸다. 그러다가 원작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책을 접하는 순간 다시 덮어버린 경우가 많았다. 좋은 인상을 주었던 캐릭터가 있어서 찾아보니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인 경우가 있었고, 원작과 다른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 영화, 드라마 모두 가공의 인물인 걸 알지만 그 실망감은 꽤나 컸었다. 그래서 드라마로 접한 이 작품은 찾아보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더란다. 그러나 과자를 끊지 못하는 것과 같이 나는 이 책을 찾아보고 있었다. 내가 찾아본 몇 안 되는 원작 탐험이었다.


나는 왜 이 책을 찾아보고 있었나 하고 종이에 적어 보았었다. 첫째는 이 작품의 탄탄한 스토리였다. 대화는 간결하고 함축적이었다. 이해함에 있어 방해가 되지 않았다. 거기다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니 배움과 말을 함에 있어 짧지만 그 안에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기술이 있으리라 생각해 보았다.

두번째는 이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첫째는 황제였다. 황제는 사람의 마음을 아주 잘 가지고 놀았다. 신하의 마음에도, 자식의 마음에 천국과 지옥을 보여줄 줄 아는 캐릭터였다. 마치 조커같은 사람이랄까? 이런 캐릭터 매우 좋아한다. 두번째로는 언빙운이라는 캐릭터였다. 이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얼마 안 나오길래 사실 없는 캐릭터인 줄 알았다. 원작을 보니 진짜 있는 캐릭터였고, 나라의 과업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냉정한 캐릭터가 은근히 매력이 있었다. 현실에서 만난다면 욕을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내가 이야기 안에서 좋게 본 캐릭터가 둘 다 원작에 나온 캐릭터라는 게 마음에 든 데다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초판이라는 점이었다. 책을 좋아하지만 초판을 읽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한 번 더 교정이 들어간 책을 읽을 때도 재밌었지만, 초판을 읽는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라 생각한다. 책의 가장 초창기를 접함으로써 날 것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내용 면에서도, 캐릭터들의 개성 면에서도 재미있는 중국소설을 추천해 달라하면 이 책을 권할 수 있을 거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시 이 작가의 매력인 직설적 멘트가 빛을 발하는 책이었다. ‘나쁜 마음이라 표현하지만, 결국 나의 불편감을 책에 적고 있었다. 반박하지 못해 화가 나는 상황, 상대방에게 해주지 못한 이야기들이 책 안에 적혀 있었다.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을 느끼는 건 나만 그런가? 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욕 일기같은 거다.

내가 느끼는 불편감’, ‘내가 느끼는 망할 감정을 쉬이 넘길 수 있는 사람은 몇 이나 될까. 이 수많은 불편감과 망할 감정을 나쁜 마음하나로 치부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빡침에는 이유가 있고, 그것은 꽤나 오래 간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나 또한 그런 일이 하루에도 부지기수로 일어난다는 걸 깨달았다. 서운하거나 짜증 등 나쁜 마음을 표현하면 성숙하지 못하다는 핀잔을 듣는다. 그러다 표현을 안 하면 왜 말을 안 하냐고 핀잔을 듣는다. 그러면 생각의 종착지는 이거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하는 거지?’에 머무르고 찝찝함만을 남긴 채 하루를 마무리하게 된다.


거기다 가장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가 여기에도 나왔다. 결혼한 사람들이 자신의 남편, 시댁을 흉보면서 결국 결론은 결혼하라로 마무리한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너도 같이 죽자는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이 작가는 우월감에 취한 사람이라고 의견을 주었다. , 나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


글은 짤막하고 압축이 되어 있다. 쉽게쉽게 지하철이고 시간이 있을 때 읽기 좋았다. 읽으면서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건 덤이다. ‘맞아, 이런 감정도 있었지’, ‘그래, 이런 기분이었어. 이걸 이렇게 표현할 수 있네하면서 은근한 공감을 많이 얻었다. 나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는 건 굉장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매력적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렇게 압축해 쓸 수 있는 필력은 기자라는 직업인이라는 게 가장 컸으리라 생각한다.


그녀의 필력을 더 보고 싶다. <열정같은 소리 하네>는 영화로 보면서 꽤 재밌게 보았는데 그녀의 책인 줄은 사실 몰랐다. 아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과 그녀가 전에 썼던 책들에 많은 공감을 얻으리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나라 퇴마사 1~3 세트 - 전3권
왕칭촨 지음, 전정은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독서 기준 중 매력적인 소재, ‘퇴마’. 퇴마에 대한 소설은 오랜만에 접하는 장르였다. 유럽에서 나오는 마법사와 같은 존재인데 마법사보다 더 정감이 가는 건 왜인지. 동양적 판타지에서 퇴마사는 슬픈 느낌이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랄까? 좋은 능력을 가졌지만, 다른 이들을 위해 항상 희생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리라.


내가 느끼는 주인공 원승에게는 차분함 속에 슬픔이 담뿍 담겨있다고 느꼈다. 자신의 스승도 죽고, 믿었던 이들과 사건을 처리하게 되면서 황제의 신임을 얻어 퇴마사라는 기구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그를 시기하는 이들의 화살촉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함 마저 느껴졌다. 항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상관과 황후, 자신을 연모하는 공주, 황제의 동생, 거기에 기이한 사건까지. 위경련이 안 오면 이상할 정도의 숨막힘이었다. 주인공 원승에게 마음이 가는 건 그만큼 이 도서를 집중해서 읽은 거라 생각하였다.

처음 1권을 읽을 때는 이 작가의 글 쓰는 스타일을 확인하느라 바빴다. 다시 읽기에는 앞의 방대한 내용에 살짝 짓눌린 마음이 들었다. 1권을 읽고 나니 2권은 적응 완료. 읽는 데 막힘이 없었고, 스토리에 더욱 빠져들어 읽게 되었다. 불쌍한 그의 스토리를 끌고 가는 작가의 힘이 실로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실 세트 3권씩이나 만들 정도면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하였는지 생각만 해도 혀를 내두를 것 같았다. 당나라에 대해 많은 연구와 그것에 맞춰 글을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노고가 녹아있는 책이었다.


<묵향> 이후로 동양권의 판타지를 읽는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항시 판타지 도서를 찾다보면 서양권의 판타지를 더 많이 권유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한국의 판타지 <묵향>을 읽은 이후로는 동양권의 판타지를 많이 보려 노력한 것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싫었다. 혼자만의 까다로운 기준에 맞추다 보니 판타지는 나에게 멀어진 존재가 되었었다. 아니, 소원해졌다는 게 맞는 말이겠지. 이런 나에게 코로나는 소원해진 것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르웨이의 시간 - 피오르와 디자인, 노르딕 다이닝과 라이프스타일을 만나는 여행 Comm In Lifestyle Travel Series 3
신하늘 지음 / 컴인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꼭 하고 싶은 일은 유럽여행이었다. 평생 모든 나라를 다 가볼 수 있음 좋았으리라. 그러나 체력과 현실을 생각해 몇 개의 나라만이라도 가보자 생각했었다. 그래서 차곡차곡 돈도 모았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복병, 코로나가 나의 발목을 잡았다. 정말 비행기고 뭐고 모든 것이 막혀버렸다. 다시 조선시대로 돌아가는 기분이랄까? 내년이 있다고는 하지만, 과연 이 바이러스의 끝은 있는 걸까?

스트레스가 한계를 향해 치달을 무렵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노르웨이? 딱히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라였다. 뉴질랜드는 친구 덕에 많이 들어보았지만, 이 나라에 대해선 그 누구도 언급을 안 했었다. 사실 노르웨이에 대해 아는 건 어디에 있는지 정도랄까? 책을 펼치면서는 여기는 어떤 나라일까하는 호기심과 이 나라는 왜 생각을 못해봤지?’ 하는 자책성 발언도 했었다. 읽으면서 느낀 건 노르웨이, 꽤 매력있는 나라였다. 당장 떠날 수 있는 허락을 받는다면 바로 표를 끊을 수 있을 정도의 각오도 가질 정도로. 지금 이 책을 다 보고 나니 노르웨이에게 관심을 주지 못한 게 매우 미안해졌다.


개인적으로 건물보단 녹지나 동물이 많은 곳을 혼자서 보고 느끼는 걸 좋아한다. 우리나라에도 녹지가 있다고 하지만 내가 다니는 길엔 콘크리트가 더 많다. 그래서 녹지가 많이 있는지 느끼질 못했다. 그에 반해 많은 녹지와 개발이 엄격하게 구성 돼 있는 유럽의 나라를 가고 싶단 생각을 했던 거 같다. 낯을 가리는 성격 때문인지, 누군가 모여 있는 것도 딱히 좋아하지 않는 이런 나에게 최적의 장소는 노르웨이였단 걸 이제 배웠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도서관의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의 네모 반듯한 모습이 아닌 곡선과 직선이 절묘하게 섞여있다. 디자인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책만 보러 오는 곳이 아닌 휴식을 느낄 수 있을 거 같은 배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직선만 있어 책만 빌려 나오곤 했었다. 아니면 여름에 에어컨 쏘이러 가거나. 아마 이런 도서관이라면 하루종일 있으라고 해도 가능할 거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뜬금 없지만 노르웨이의 번화가는 어떨지 모른다. 우리나라처럼 프렌차이즈 일색일까? 이방인에게 나라별 모습을 상상하는 건 항상 즐거운 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덤 속의 죽음 - 을지문덕 탐정록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꼴을 갖추어가던 과정 중 한 시대의 이야기다. 죽은 온달장군의 묘 안에 그림을 그리던 늙은 화공이 사망한 사건으로 시작한다. 이 늙은 화공이 그리던 그림은 사신도. 현세의 사람들이 죽은 영혼을 저승까지 안전하게 안내하길 바라는 바람이 담겨 있는 그림이었다. ‘신성한 그림을 그리던 늙은 화공은 어째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는가이것이 첫 번째 난제였다. 이 때 염료를 나른 어린 화공 담징이 범인으로 몰린다. 그런데 이 어린 화공은 그 이름도 유명한 을지문덕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그렇게 을지문덕은 이 사건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을지문덕은 5일의 말미를 얻어 수사하였지만 나는 10일 동안 그의 추적을 함께 하게 되었다. 그는 여러가지 상황을 추측하고, 조사하며 어린 담징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 그가 이렇게까지 열심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자애로움? 아니면 동정심? 자신의 명예?

내가 느낀 10일 동안 그의 추적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경성탐정 이상이라는 책을 재밌게 읽은 사람 중 한 명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새로운 직업과 사건의 해결사로 다시 태어난다. 그래서인지 이 책 또한 동일한 재밌게 읽었다. 시대는 다르지만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일은 항시 조금의 흥분을 동반한다. 그리고 이 책과 경성탐정 이상은 동일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내가 이런 메시지를 얻은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은 사회의 진화에 발맞춰 진화한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말이다. 그러나 동물들보다 더 빠르게 진화한 것은 지능, 눈치, 그리고 간사함이 더욱 빠르게 진화한다. 이것은 자신의 생명을 하루라도 더 늘리기 위한 생존본능과 관련이 있으리라. 인간은 사회가 진화할수록, 자신의 생존을 보장받길 원한다. 그래서 살인은 죄악이라는 절대불변의 진리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아무리 미워도 다른 이를 죽일 수 없는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