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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전집 1 - 소설 ㅣ 다시 읽는 우리 문학 1
이상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교과서에서 만난 이후 ‘이상’이라는 사람을 다시 만난 건 <경성 탐정 이상>이라는 책에서였다. 후대 작가가 그를 한국판 셜록으로 만들어내었다.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를 돕는 왓슨은 구보와 함께 여러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책을 매우 재밌게 읽었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지금의 내가 이상 그의 원판을 읽을 줄은 몰랐다.
마음에 드는 소설을 얻은 나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이 책을 본 엄마는 내가 보는 책에 관심을 가졌다. 연세가 있어 그런지, 오랜만의 실물은 충분히 관심이 생기리라. 이 책의 표지를 보여주며 엄마에게 이상이 쓴 소설책이라고 이야기하였다. 그랬더니 “이상이 소설도 썼어?” 하고 말할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은 거 같았다. 그의 시가 소설을 잠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글은 사람을 홀리게 하는 재주가 있다고 느꼈다. 글의 ‘필력’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마음 한 쪽에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그의 소설작품을 하나하나 읽다보면 ‘내가 홀렸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엔 ‘아쉬워서 그런가?’ 하고 생각했다가 홀린 기분으로 멍하니 있을 때도 있었다.
독자인 나는 저자의 생각의 손을 꼭 붙잡고 따라가야 한다. 어두운 곳에서 불빛을 따라가듯 글의 손을 잡고 따라가야 하는 작품이라 느낀 게 있었고, 숨을 최대한 모아서 읽어야 하는 작품도 있었다. 나의 개인적 취향은 숨을 최대한 모아서 읽어야 하는 게 좋았다. 목에 숨이 간당간당할 때 나오는 한 칸의 띄어쓰기. 이 때 숨을 탁- 하고 쉼으로써 야릇한 기분이 들 때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참고로 저는 변태가 아닙니다.) 특히 이러한 레이아웃의 글을 볼 때 어려운 점은 줄이 바뀌어 이것이 단어가 맞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게 가장 헷갈렸다.
그러나 이런 것에 재미를 느꼈던 건 아마 어릴 때 오감도나 건축무한육면각체의 시를 보며 ‘이게 뭐지?’ 하며 잊어먹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상은 독자들이 읽으며 혼란스러워 하고, 신문사에 항의하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 했던 건 아닐까? 글 안에 숨겨둔 그의 진심을 찾아내기 위한 즐거운 책 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