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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속의 죽음 - 을지문덕 탐정록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꼴을 갖추어가던 과정 중 한 시대의 이야기다. 죽은 온달장군의 묘 안에 그림을 그리던 늙은 화공이 사망한 사건으로 시작한다. 이 늙은 화공이 그리던 그림은 사신도. 현세의 사람들이 죽은 영혼을 저승까지 안전하게 안내하길 바라는 바람이 담겨 있는 그림이었다. ‘신성한 그림을 그리던 늙은 화공은 어째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는가’ 이것이 첫 번째 난제였다. 이 때 염료를 나른 어린 화공 ‘담징’이 범인으로 몰린다. 그런데 이 어린 화공은 그 이름도 유명한 ‘을지문덕’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그렇게 을지문덕은 이 사건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을지문덕은 5일의 말미를 얻어 수사하였지만 나는 10일 동안 그의 추적을 함께 하게 되었다. 그는 여러가지 상황을 추측하고, 조사하며 어린 담징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 그가 이렇게까지 열심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자애로움? 아니면 동정심? 자신의 명예?
내가 느낀 10일 동안 그의 추적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경성탐정 이상”이라는 책을 재밌게 읽은 사람 중 한 명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새로운 직업과 사건의 해결사로 다시 태어난다. 그래서인지 이 책 또한 동일한 재밌게 읽었다. 시대는 다르지만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일은 항시 조금의 흥분을 동반한다. 그리고 이 책과 경성탐정 이상은 동일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내가 이런 메시지를 얻은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은 사회의 진화에 발맞춰 진화한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말이다. 그러나 동물들보다 더 빠르게 진화한 것은 지능, 눈치, 그리고 간사함이 더욱 빠르게 진화한다. 이것은 자신의 생명을 하루라도 더 늘리기 위한 ‘생존본능’과 관련이 있으리라. 인간은 사회가 진화할수록, 자신의 생존을 보장받길 원한다. 그래서 ‘살인은 죄악’이라는 절대불변의 진리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아무리 미워도 다른 이를 죽일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