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체 (양장) -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합체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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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스런 부자 아줌마를 추행하는게 정의의 실천인가
청소년 소설의 이런 구도가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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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E. W.
김사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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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도입부에 그렇지 못한 전개
좀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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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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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작품구상을 촉발했을 것으로 보이는 어떤 이들이 또다시 단호함과 편협함으로 그려지고 말았다는 점이 아쉽다. 여성을 쉽게 미워하지 말라 외치는 확성기는 특정한 방향으로 향해 있으나, 막상 까보면 그쪽에 위치한 여자들의 여자에 대한 애정은 폭발 직전이다. 그런데 왜 자꾸 이쪽에다 대고 소리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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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네... 영국의 오한기인가 싶으면서도(반대가 더 적당한가)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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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이 문장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속에 등장하는, 5월의 광주에 바치는 레퀴엠이다국민보도연맹(국민보호지도연맹약칭 보련학살과 유해발굴을 다룬 책을 읽는데어쩐지 이 문장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을 돌았다.


통과의례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던 아널드 반 제넵에 따르면인간사회가 죽음을 처리하는 방식인 장례는 1. 기존 지위에서의 분리 2. 리미날 기간(liminal period) 3. 재통합 이라는 삼분 구조로 되어있다제넵은 특히 이 의례구조에서 리미날 기간을 강조했다리미날 기간은 산 자와 죽은 자 모두 새로운 지위로 진입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과도기 상태로서수많은 금기를 지키고 의례를 수행해야 극복이 가능하다리미날 기간을 통해 산 자는 죽은 자를 위한 의례의 의무로부터 벗어나게 되며망자는 사령 상태에서 조상의 지위를 획득하여 마침내 죽은 자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비정상적 죽음(uncommon death)’은 갑작스레 들이닥치고이 리미날 기간을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적절한 의례의 기회를 빼앗는다죽은 자와 산 자 모두 새로운 지위를 부여받지 못해 산 자는 죽은 자에 대한 의무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죽은 자 또한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돌게 된다그러니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는 한강의 문장은 한낱 비유나 과장이 아닌정확하게 폐부를 찌르는 진실이다.

 


반공을 제일의 국시로 삼아왔던 한국사회에 비정상적 죽음은 너무 잦게 찾아왔고이런 역사는 달마다 한반도 곳곳에서 떼제사를 지내게 했다. 4월에 제주43, 5월에 광주518이 있다면 6월에는 한국전쟁 기념일이 있다올해는 육이오 전쟁 70주년이자우리가 휴전’ 70년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되는 해다.

 



밤의 눈은 한국전쟁 때 자행됐던 보도연맹 학살을 다룬 소설이다보도연맹이란 이승만 정부가 좌익인사 관리를 목적으로 조직한 단체로 한국전쟁 발발 1년 전에 만들어졌다표면적으로는 좌익사상에 물든 사람들을 전향시키고 보호하며 인도한다는 취지로 결성되었으나지역별 할당을 채우기 위해 고무신이나 쌀 등으로 일반인들의 가입을 무차별적으로 유도하는 일도 많았다이 보도연맹을 운영하는 국가의 논리는 상당히 이중적이었다전쟁 발발 이전에는 보도연맹 가입자 수가 많은 지역일수록 애국심이 뛰어난 지역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등 전향에 커다란 무게를 두었지만전쟁이 터진 후에는 보도연맹 가입자=빨갱이 전적자 라는 도식만 남기고 전향에 부여했던 가치를 휴지조각으로 만든 뒤 즉결처분을 내린다아무리 전쟁 중이라고 해도정부 주도로 만든 반공단체에 가입한 민간인을 대량 학살하는 것은 국가의 존재 이유(그리고 전쟁의 이유)를 되묻게 만드는 모순적인 행위다.


 

전쟁에 승패가 있다면그 승리는 특정하게 지칭할 수 있는 어떤 사람들이나 국가가 아닌 개념적 국가와 민족의 몫이다국가는 전장에서 희생된 개인을 열사로 추앙함으로써 안보와 호국을 강조하고 국가성을 강화한다반면전쟁 중에 수행된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은 국가에 전자와 같은 반사이익을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에 위령 될 수 없는 원혼이 된다남겨진 산 자들에게는 오직 침묵과 망각만이 강요된다이렇게 패배는 구체적물적으로 존재하는 인간 개인 모두에게 돌아간다. (우리가 만약 승전국의 국민일지라도전쟁 이후 인간으로서의 우리에겐 오직 패배만이 남는다.)


 

"내 말은 육이오 때 죽은 사람도 구분이 있어야 한다그 말이다보도연맹에 가입했다 억울하게 죽었다고 사일구 뒤에 외고 편 놈들그때 군인이나 경찰 나가 죽은 유가족들 심정 생각이나 해 봤나얼마 전에 우리 시장 안에 그때 설친 자가 있다는 소리 듣고 사일구 뒤가 생각나는 거라오일육 아니었으몬 빨갱이들이 나라 말아먹었을지도 몰라대한민국 국민이몬 다 같은 국민인 줄 아나부산 시내 다쫓겨다니다 어데 수정시장에 나타나 까불고 있어!"

밤의 눈』 p.345

 


국가폭력과 유해발굴의 사회문화사에서 저자 노용석은 비정상적 죽음을 정상적 죽음으로 되돌리는 유해발굴과 의례 작업 과정에서 꼭 다루어야 할 문제로 죽음의 위계화를 꼽는다국가적 차원에서 죽음의 위계화는 사회적 죽음에 해당 되는 죽음을 취사선택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군경의 죽음 vs 민간인의 죽음그래서 민간인 피학살자에 대한 사회적 기념 또한 이러한 구조에 몸을 맞춰 이뤄지곤 한다유족회의 위령제나 각종 행사에서 과도하게 태극기를 노출하고 애국가를 열창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추모 대상인 희생자들이 순수한 양민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퍼포먼스다. (‘가짜 빨갱이의 죽음’ vs ‘진짜 빨갱이의 죽음’) 민간인 학살 추모와 공동체적 기억의 복원이 이런 식으로 흘러선 안된다죽음의 위계화는 빨갱이 만들기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흐리고 국가주의에 다시 복무하며최종적으로는 학살의 원흉이 되었던 이데올로기를 방치하고 승인한다.

 


밤의 눈』 후기에 조갑상 작가는 힘든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소설 속 인물로 다시 태어나 세상과 만났다고 썼다영혼에게 무당의 입을 빌려주어 자신의 한을 토로하게 한 뒤그를 이승과 무사히 작고하게 도와주는 천도재처럼문학은 이렇게 하나의 위령제 역할을 한다. “그들이 따뜻한 가슴을 지닌 독자들을 많이 만나 위로받고자유로웠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을 읽고 생각한다나는 그들을 충분히 위로했을까우리 사회는 리미날 기간을 제대로 통과하고 있을까

그토록 많은 희생을 치르고, 엄결한 반공주의를 기치로 지켜낸 세상이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로 점칠된 바로 지금이라면. 밤의 눈은 여전히 모든 것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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