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는 참 달변이다. ‘운동권’ 인물의 입을 빌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의분 많은 땅에 평화가 있다. 내 몫 이상으로 타인들의 삶은 소중하다. 악을 증오하지 않는 것은 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여러 번 울었다. 사람들의 인생이 너무 박복하고 기구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뒤쫓기를 그만두지 않는 자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고리타분하다고 여겨지는 삶의 태도, 선에의 의지 같은 것에 내가 아직 감복할 수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
찌르레기 아저씨는 누군가 자신을 두고 “아니야,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 라고 하는 말 한 마디를 듣고 엄청난 힘을 받는다. 그 장면을 읽는데 왠지 눈물이 나왔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은 아주아주 커다란 말이라는 생각.
좋은 사람, 좋은 사람, 좋은 사람…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로하여금 좋은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 가르쳐 주고 또 그것으로 마음을 이끄는 이 소설은 물론 ‘좋은 소설’이었다. 주인공 진우연이 온갖 곡절을 통과해 노동자가 되리라는 예감으로 이야기를 끝마치는 것 또한 마음에 들었다.
양귀자가 이 시대에 작품을 집필하면 어떤 이야기를 들고 올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