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삼국지 기행 : 위나라, 촉나라 편 - 기행장군 양양이의 다시 보는 삼국지 이야기
기행장군 양양이(박창훈)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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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삼국지에 아주 심취했다.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르겠다. 그때는 '하이텔'이니, '천리안'이니, 하던 때라 인터넷이 발달하지도 않았다. 동네 서점이나 도서관이 아니면 알지 못하는 정보가 많기도 했다.

책을 읽다가 궁금하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찾아 볼 수 있는 지금과 다르게 그때는 그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꽤 물리적인 행동을 취해야 했다. '실제 삼국지'와 '삼국지연의'라는 소설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던 나는 실제로 서점과 도서관에서 관련 책을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역사를 배경으로 했기에 분명 '사료'나 '실제 지역'이 있지 않을까. 다만 어린시절 다니던 도서관이나 서점에는 관련된 정보가 부족했다. 그렇게 호기심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이 흘렀다. 당시 궁금해 미칠 것만 같던 호기심은 해결되지 않은 '미제 사건'처럼 남아 완전히 잊혀지게 됐다.


운이 좋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전환기를 적절한 나이에 맞았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어린시절에 호기심을 성인이 되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마치 어린시절 '과자'가 성인이 되어 너무 달달한 불량식품처럼 느껴지듯 과거의 호기심은 관심 밖에 되었다.

'조자룡이 인물이 어쩌구, 저쩌구. 관우가 어쩌구 저쩌구.' 보다는 당장 차량 할부금, 세금, 주식, 돈. 뭐 이런 현실적인 고민이 생각 전체를 지배하게 되는 듯하다. 삶에 치여 살다보니 약간의 공상의 자리가 사라져간다. 그러다 우연히 다시 예전에 읽었던 책을 보게 되면 현실적인 고민과 꽤 거리가 멀던 호기심을 쫒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곤 한다. 개중 대표적인 소설이 '삼국지'다.

삼국지를 읽으며 어린 시절에 '실제 장소'를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그리고 비슷한 방송이 나오면 찾아 볼 것 같은데 공중파 방송에서는 시원하게 그 부분을 해결해주지 않기도 했다. 그런다 지금은 시대가 좋아지다보니 비슷한 호기심을 가졌던 이들이 중국 여행을 통해 실제 장소를 답사하고 영상을 공유해준다.


몇년 전까지는 '아프리카'에 관련된 영상을 주로 찾아보곤 했다. 아주 오랜기간 '아프리카'는 약간은 '꿈'의 대륙 같은 느낌이었다. '저 곳에 꼭 방문해보고 싶다.' 그런 이유로 아프리카에 관한 유튜브를 찾아보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중국'이다. 어떤 팝스타가 잠시 머물고 갔다는 자리, 연예인이 식사를 했던 식당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데 '여포'의 발자국이나, 조자룡의 손길이 닿아 움푹 들어간 흔적은 너무 가슴 떨릴만큼 찾아보고 싶다.

비슷한 컨텐츠를 운영하는 '기행장군 양양이'라는 채널이 있다.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채널이다. 다만 '방구석 삼국지 기행'이라는 책을 보면서 채널을 검색해 들어갔다. 책 만큼이나 매력있는 채널을 보면서 '아, 이 채널은 정주행을 해야겠구나' 했다.

'방구석 삼국지 기행'은 여러 사진을 포함한 흥미있는 삼국지 기행문이다. 읽어가면서 다시금 예전에 삼국지를 좋아하던 감성이 되살아났다. 책을 읽다가 몇번을 스마트폰으로 넘어와 인터넷으로 영상을 보았다.

이런 채널과 책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 참 세상 좋아졌다, 생각하게 된다.

이번 주말에는 '비슷한 영상과 글'을 한참 찾아보지 않을까 싶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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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섬세하고 독특하고 완벽주의자인 당신을 위한 문장들 - 심리학자의 아포리즘 큐레이션
황준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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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성공'이 아니라 '성취'에 초점을 맞두는 일이다. 성공과 성취는 둘 다 일을 마쳤을 때, '해냈다'라는 감정을 느끼도록 한다. 여기서 '해냈다'는 중의적인 표현이다. '결과를 보여냈다'와 '행동을 취해냈다'로 사용 가능하다. 세상에는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가령 42.195km를 완주하는 일은 '성취'에 가깝다. 이 일을 해냈을 때, '드디어 일을 해냈다'라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반면 42.195km를 1등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성공'에 가깝다.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나'의 '행동'과 무관한 '외부적 요인'으로 달성 여부가 결정된다.

외부적 요인이 '결과'를 결정하는 일은 자칫 '과정의 무의미함'을 전한다. '과정의 무의미함'은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한다. 고로 이는 '성공'과 '성취' 두 '이룸'에 모두 도달하지 못하게 한다.

세속적 '달성'을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니다. '삶'의 전반을 바라보는 태도를 말하고자 한다.

주말에는 입을 셔츠를 잘 다려 놓는 편이다. 잘 다려진 셔츠를 옷걸이에 걸어두고 매일 하나씩 꺼내 입는다. 평소 '패션'에 아주 무감각한 편이라 상하의는 모두 똑같은 옷 밖에 없다. 고로 개성 없는 옷들이 옷걸이에 항상 걸려 있는데 물론 '다림질'이 어떤 옷은 잘 되어 있고, 어떤 옷은 조금 구김이 가 있기도 한다.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남들과 다른 의미에서 '옷'을 고르고 있는 와중, 가장 구김이 많은 옷을 꺼냈다. 물론 모두 반듯하게 다려져 있는 편이지만 가장 덜 다려진 옷을 꺼내 입었다. 일단 가장 구김이 강한 옷을 하나씩 꺼내 입다보면 나중에는 가장 잘 다려진 옷을 입게 되겠지,하는 마음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하나를 깨달았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미래'를 위해 나는 항상 '최악'을 선택하고 있구나,하는 깨달음 말이다. 어쨌건 옷걸이에 걸려 있는 옷 중에 가장 최악의 옷을 꺼내어 입는다. 아마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의 '최악'을 골라내는 행위가 '옷 선택'에만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음식을 고를 때, 누군가에게 칭찬의 말을 건낼 때, 어떤 결정을 해야 할 때, 아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항상 '최악'을 선택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서 얻은 깨달음이란 이렇다. 사람들은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선택이라도 관점이 다를 수 있으며 이 관점의 차이는 '사소한 결정'부터 꽤 '큰 결정'까지 영향을 끼친다.

그 뒤로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하는 쪽으로 바꾸었다. 언제나 최선의 선택만 한다. 이런 선택의 방식은 객관적 상황에 주간적 판단을 이롭게 만든다. 구김의 정도는 다 다를 수 있으나,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하고 언제나 최선의 결과물을 지니고 다닌다. 비록 시간의 흐름상으로 그것이 '최선'은 아닐 수 있으나 그래도 언제나 최선을 고른다는 원칙이다.

영어에서는 '밝은 면을 보라' 혹은 '반이 채워진 물컵'이라는 표현이 있다. 우리의 뇌는 긍정과 부정을 구분하지 않는다. '백곰을 떠올리지 마시오'라는 명령어를 듣자마자 모두가 '백곰'을 떠올리듯, 언제나 '나쁜 면'을 보고자 하는 습관은 계속해서 그것을 부각시킨다.

'황준선 작가'의 '당신을 위한 문장들에서 4장으로 나눠진 '여러 문장'을 소개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모두 '결과'의 모양을 하고 있으나 '과정'에 놓여 있다. 우리는 '과정'의 끝에 '결과'가 있다고 여기지만 사실 '과정'이라는 전체에 '결과'는 잠깐 보여지는 흔적일 뿐이다. 예를들어 나무에서 낙엽이 떨어진다고 할 때, 떨어진 것을 결과지만 떨어졌다는 사실마저 더 큰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결과는 움직이는 영상 중 한 프레임, 한 컷에 불과하지만 과정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영상 전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마구 꿈틀대는 과정으 중간에서 짧게 스치는 '결과'를 보며 일희일비하고 살아간다. 삶을 더 크게 보기 위해서는 사실 '구성 전반'을 볼 수 있어야하고 스스로의 정답이 언제는 정답이 아니었지만 다시 정답이 되고, 그것이 다시 정답이 아니지만 다시 또 정답이 됨을 아는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 사진은 멈춰 있어 완전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역동적이다. 완전함이 되려고 하지 말고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태도야말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삶을 바라보는 좋은 태도가 아닐까 싶다. 고로 나를 좌절하는 어떤 결과가 어떤 모습으로 내 앞에 있다고 해도 '좋은 문장' 하나 꺼내 읽으며 '그래, 그렇게 머물다가 곧 흘러가거라'하는 큰 마음을 내는 것이 더 중요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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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와이프 스토리콜렉터 123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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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주 매력적인 소설을 하나 읽고 있는데, '디 아더 와이프'다. 이 소설은 앞으로 며칠 나눠 읽을 생각이다. 읽을 때마다 여러차례 리뷰를 작성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일과를 마치면 '넷플릭스'에서 시리즈물을 하나 골려 보려고 했는데, 이런 책이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 소설이면 충분히 여가 시간을 보낼 만하다.

먼저 말을 하자면 도서는 '협찬'이다. 협찬 받은 제품이라고 무조건 '재밌다'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 책은 '협찬'과 무관하게 매우 마음에 쏙 들다.

취향저격!

이런 류의 소설이라면 앞으로 계속 같은 류의 소설만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마이클 로보텀'의 소설은 '굿 걸 배드 걸'을 원서로 가지고 있다. 아직 읽지는 못했는데 이 소설이 만족스러워 다음에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디 아더 와이프'는 도입부터 매우 흥미롭다. 어느날 응급실에서 '아버지'가 쓰려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놀라운 점은 아버지 곁에 있는 '아내'라고 있는 여성의 존재다. 병원에서는 당연히 주인공의 '어머니'라고 생각했겠지만 그녀는 아버지의 어머니가 아니다.

아주 전형적으로 밋밋한 삶을 살던 아버지에게 또 다른 가정이 있다는 소식은 매우 충격적이다. 현재 소설의 초반부를 읽고 있다. '알고 있던 아버지'와 '전혀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모습' 사이에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는 도입부다.

책은 시리즈물이라고 하던데, '시리즈'인 줄 모르고 읽었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애초에 읽으면서 '시리즈물'이라는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 소설은 전개가 빠르고 흥미진진하다. 개인적으로 관련 시리즈물을 모두 찾아 읽어 볼 생각이다.

도서는 초반부를 읽고 있다. 고로 아직 내용의 전개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 사건이 단순히 '숨겨진 또다른 아내'라는 사실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반드시 아버지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여러 비밀이 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분명한 반전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첫 도입만 보고 전체 완성도가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 책이야 말로 중후반까지의 소설의 완성도가 예상이 된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속도감 덕분에 잠시도 긴장이 풀어지지 않는다. 지금은 초반부에 불과하지만, 아마 '이 작가의 글이라면 믿고 읽자'라는 확신이 더 굳어지지 않을까 싶다. 사실 지금도 빨리 리뷰를 마치고 도서의 뒷부분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다.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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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 - 국경선은 어떻게 삶과 운명, 정치와 경제를 결정짓는가
존 엘리지 지음, 이영래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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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스라엘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공습에 뉴스가 나왔었다. 요즘은 꽤 조용해진 것 처럼 보이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사일이 오고 가는 영상들이 뉴스와 SNS를 통해 쉴 새 없이 퍼져 나갔다. 사람들은 전쟁을 실시간을 목격했고 꽤 현대적인 도시가 폭격을 당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얼마전 파키스탄과 인도의 갈등도 그렇다. 갑자기 어느 순간 벌어진 비극 같은 이 사건은 대체로 백 년 전, 제국주의까지 거슬러 올라가 시작한다.

1884년 베를린 회의에서 유럽 열강들은 아프리카 대륙을 모여 앉아 나눠 가졌다. 민족, 종교, 언어, 생활권은 고려되지 않았다. 기준은 역시나 유럽인들의 이해에 의해 결정됐다. 아프리카의 국경선이 자로 잰 듯 깔끔하게 그어져 있는 이유다.

이 단순한 선 긋기는 아프리카 대륙을 수 세기 동안 고통스럽게 했다. 하나의 민족이 여러 나라로 찢어졌고 본래 적대적이었던 부족들은 아무 맥락없이 한 국경 안에 묶여 한 국가가 되었다.

'존 엘리지의 47개의 역사로 본 세계사'는 국경선이 어떻게 삶과 운명, 정치와 경제를 결정짓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도서는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한다. 경계라는 것이 굉장히 모호하다. 고대 이집트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굳이 경계를 지을 필요가 고대 국가에 있었을까, 그런 가벼운 의문부터 시작하여 작가는 경계 하나 하나를 시간과 공간을 옮겨가며 설명한다.

예전 한반도와 중국에 관련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고대 중국의 제국은 왜 한반도의 작은 나라들을 점령하지 못했는가, 하는 의문을 풀어가는 책이었다. 해당 책에 의하면 우리가 '상나라, 하나라, 한, 진, 위, 촉, 오' 하는 대부분의 중국 국가들의 크기가 생각보다 부풀려져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한나라'가 그렇다. '한나라'하면 중국 전역에 거린 거대한 영토처럼 보인다. 다만 사실 현대 표시되는 지도에 비해 실제 한나라의 영토는 훨씬 작았다. 실제 한나라 시대에는 도로망이나 군현 설치, 조세체계가 닿는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고로 직속령으로 통치하는 범위는 매우 좁았다. 결국 '한나라 국경'이라고 지금 지도에 표시되는 선은 후대가 만들어낸 허상에 가깝다. 고대 국가의 경계는 오늘날 처럼 확정적이지 않았다. 경계란 언제나 권력자가 그려낸 상상속의 질서인 셈이다.

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는 바로 이 '상상의 질서'가 어떻게 만들어 졌으며 현대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준다. 이 경계는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업이 확장되고 축소된다. 바다에서는 배타적 경제수역을 두고 분쟁이 벌어지고 하늘에서는 영공이 새로운 갈등의 무대가 되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국경의 개념은 점차 변형된다. 심지어 인간은 이제 우주에까지 경계를 긋기 시작한다.

세계지도를 펴보면 대체로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국경선이 그어진 지도가 보인다. 다만 애초에 '국경선'이라는 것은 자연상 존재할 수 없다. 유럽과 아시아 또한 두 대륙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완전하게 이어진 하나 대륙이다. 우리의 인식 방식을 투영하는 이런 국경선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책을 보면 알 수 있게 된다. 책은 인류가 '종교, 민족, 역사'를 가지고 만들어 놓은 국경선이라는 흔적에 대해 다양한 시선으로 알려준다. 책은 각각을 독립된 꼭지로 다룬 책이라 중간 중간 끊어 읽기도 좋고 시간을 내어 읽을 필요도 없는 부담감이 적은 책이다.

문체가 가볍고 사례중심이라 짧게 짧게 집중력을 발휘하고 읽어도 충분하다. 단숨에 통독하지 않고 하루 한두 꼭지씩 가볍게 읽기 좋은 역사, 인문학책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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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부모 수업 - 교육학자 할아버지가 평생의 삶으로 증명한 교육의 원칙
이해명 지음 / 청림Life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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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뜨거운 커피를 주문하면 가운데가 눌려 있는 '납작한 모양의 빨때'를 함께 준다. 그것을 '쉽스틱'이라고 하던데 본래 설탕이나 우유를 잘 저어 마시라는 의미도 있지만 한 모금씩 마시라는 용도도 있다고 한다.

물론 그 빨때로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 십중팔구 혀가 데겠지만 용도를 다 해보겠노라는 욕심으로 미지근한 커피를 빨아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힘을 주고 빨아도 음료는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다. 역시 앞니로 빨대 입구를 막고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답답할 때가 있다.

어느샌가 '쉽스틱'을 보니 '교육'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열심히 하는가는 분명 중요하겠지만 애초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하지 않을 리가 없다. 일본에서 '피라미드 수박', '하트 수박'하며 다양한 수박을 생산해 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점'이라고 했다. 이미 다 자란 수박은 잘라내는 것 말고는 모양을 다듬을 방법이 없지만 한창 성장하고 있는 수박에 '틀'을 씌워 두면 수박이 원하는 모양으로 자란다. 그리고 그렇게 자라난 수박은 썩어 문드러지기 전까지는 같은 모양을 유지한다.

'쉽스틱'을 만드는 주재료가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가공이 용이하다는 어원을 갖고 있다. 실제로 생산 과정에서 열을 가하면 플라스틱은 자유자재로 가공할 수 있다. 다만 그 모양이 굳어지고 열이 식으면 그것은 딱딱하게 굳어 쉽게 변형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러한 '적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그러한 '적기'라고 하면 '초등학교 시절'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수박이 조금 단단한 외피를 갖게 되는 경우에도, 말랑거리던 플라스틱이 조금 단단히 굳어가는 과정에도 얼마든 그 모양을 변형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 더 쉬운 시기가 분명하게 있으며 그 시기를 놓치면 같은 노력이 다른 결과를 가지고 온다는 것이다.

본래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언어'를 기반으로 한다. 수학, 과학, 예술까지도 개념과 절차를 설명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한다. 교육 심리학자 '비고츠키' 또한 '사고는 언어를 통해 발달한다'고 봤는데 단어가 풍부하면 추상적 사고가 가능하고 문제 해결과 비판적 사고 능력이 더 정교해지기 때문이다. 학교 공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을 말하는 것이다. 미술, 음악, 체육도 감상 단계에서는 언어로 해설과 평가, 지시가 이뤄지고 수학이나 과학도 모두 언어를 거쳐 체계화된다. 인류가 만들어낸 체계 중 언어 없이 순수 감각만으로 교육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사피엔스의 역사에서 99%은 '선사시대'다. 언어가 없던 시대에 인간은 자신의 평생을 일궈 놓은 지식을 후대에 전수하지 못하고 죽었다. 정보가 전달되지 못했던 '사피엔스'의 문명 수준이 다른 동물과 다르지 않던 300만년이 지나고 첫 문자가 발견되기 시각한 5000년 전부터 인간의 지식은 비약적으로 누적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자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을 기르는 '교육'이 아닌 셈이다. 우리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훈련 시킬 수 있지만 '교육'시킬 수는 없다. 교육은 인간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언어 기반 지식 전달체계다.

그렇다면 이 언어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는가. 가장 좋은 방법은 '글'과 '말'이다. '글'을 읽을 수 있게 하고, '소통'을 많이 하는 것이다. 이중 '글'이라고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말'과 다르게 '글'은 '보관'과 '전달', '이동'이 용이하다. 고로 언제든 반복적으로 꺼내 볼 수 있고 전달할 수 있으며 가지고 다닐 수 있다. 

글 중에서도 무엇이 필요한가. 동아프리카에서 사용하는 '스와힐리어'는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등에서도 널리 쓰이는 언어다. 이 언어 사용자가 1억명이라는 것은 '한국어'보다 현재 세계에서 영향력이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스와힐리어'를 공부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언어를 공부해야 한다. 그 언어가 '국어', '수학', '한자', '영어'라는 것에는 결코 이견이 없다. 물론 '중국어'와 '일본어', '태국어', '스페인어' 등도 배우면 좋다.

다만 우리가 '모국어'로 사회 생활을 하며 사고의 확장을 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언어는 앞서 말한 4개의 언어가 최선처럼 보인다.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딸은 현재 한자와 수학, 영어 그리고 독서를 매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는 흔히 말하는 '조기교육'과는 의미가 다르다. 그저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교육'의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사회 엘리트'가 되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이 인간으로써 사회에서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본업과 관련 없이 '글을 읽는 독자'가 됐으면 하고, 될 수 있으면 본업이 아니더라도 '글을 쓰는 작가'가 됐으면 한다.

직업이야, 뭐가 되던 상관이 없다. 스티브잡스의 부모는 그의 아들이 '스마트폰'을 만들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링컨의 부모도 자식을 대통령으로 만들려 조기교육하지 않았다. 그것은 부모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본래 직업이란 살면서 기회가 생기는 부분에서 현명한 판단으로 잘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본래 링컨은 25년동안 변호사로 살았고 말년에 4년 대통령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대통령'으로 알고 있다는 점이다. 로널드 레이건은 20년간 배우 생활을 했고, 이순신 장군은 그의 삶 대부분이 '수군 지휘관'이 아니였다. 본래 직업이란 이랬다가, 저럴 수도 있고, 저렇다가도 이럴 수 가 있는 것이 아니던가.

의사를 하다가 유튜버가 되기도 하고, 축구선수를 하다가도 수필작가가 되기도 한다. 그것을 한 세대 먼저 태어난 이가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부모가 된지 벌써 8년이 다 되어간다. 어떤 의미에서 처음 겪는 다양한 '선택'들에 '설명서'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얼마나 나에게 '빛'과 '소금' 같은가.

살면서 아이에 대한 교육 방식이 길을 잃어 갈 때마다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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