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42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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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큰돌고래의 두뇌는 1.6kg으로 인간의 두뇌보다 300g 더 크다. 좌뇌와 우뇌가 잘 구분되어 있고 인간과 같이 주름이 많다. 인간 위주의 지능 검사에서 그들의 지능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으로 측정된다. 다만 학자에 따라 인간 지능과 동등하거나 우월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돌고래는 인간과 같이 자살하거나 동맹을 맺기도 한다. 마약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유아를 교육하는데 집단이 나서기도 하며 거울에 비친 모습에 자신을 인식하는 몇 안되는 동물 중 하나다. 죽은 이의 장례를 치뤄주고 환자를 돌보거나 이타적인 마음도 갖는다. 이들도 사회적인 동물이며 언어 능력은 인간보다 뛰어나다. 인간과 같이 추상적 관념에 대한 이해를 한다. 이들은 고대에 인간과 전쟁을 치룬 적도 있다. 이 전쟁에서 인간은 돌고래를 잔혹하게 집단 학살한다. 이후 돌고래가 '인간'을 공격하는 일은 수 세기를 넘었지만 드물어졌다. 돌고래가 역사를 학습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돌고래는 습득한 지식을 후대에 전승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과 사회성을 갖고 있으면서 그들은 인간의 문명을 넘어서지 못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기록'이다. 모든 생물은 일생 간 겪어야 하는 노하우와 경험이 있다. 다음 세대는 분명 앞 전 세대와 같은 경험을 하겠지만 이를 전달할 방법은 많지 않다. 한 세대가 겪은 문제를 다른 세대가 똑같이 겪으면서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 진보하지 못한다. 인간 문명이 폭발적으로 진보한 시기는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다. 이전까지 인간도 다른 동물처럼 지식과 경험을 넘겨 주지 못했다. 그저 다른 동물과 같이 사냥하고 채집하며 떠돌아 다녔다. 다른 잡식 동물과 경쟁하는 수준의 생활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지식을 후대에 넘기는 '기록'을 발명하며 인간은 지능을 넘어서는 능력을 갖게 된다. 집단 지성이다. 횡으로 넓어지는 사회적 지성뿐만 아니라 종으로 넓어지는 역사적 지성도 함께 갖게 됐다. 같은 시대를 사는 다른 이들의 지성과 합쳐지고 다른 시대를 살았던 이들과 지성도 합쳐진다. 독서의 파급력이 무섭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노하우는 있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뛰어나게 된 이유는 '기록' 때문이다. 기록을 넘겨 받은 인간은 돌고래보다 20% 높은 수준의 지능으로 분류할 수 없다. 이들의 지능은 종과 횡으로 확장된다. 그 수준이 200% 이상은 족히 될 것이다. 인생을 다시 살아보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누군가 알려 주면 조금 더 수월해지는 것들이 있다. 어린 시절, 밥을 김에 싸먹는 것을 좋아했다. 바삭한 김을 한 장 꺼내서 밥 위에 얹고 젓가락으로 그것을 감싸면 맛있는 김밥이 됐다. 다만 밥을 쌀 때마다 부숴지는 김 때문에 애를 먹었다. 그 때 아버지는 지켜보다가 말씀하셨다. 젓가락으로 밥을 뜨고 김을 찍으면 붙어 온다는 것이다. 그 노하우를 전수받고 김밥을 먹는 일이 최소 100배는 수월해졌다. 김밥을 먹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노하우는 있다. 먼저 시행착오를 겪은 이들에게 노하우를 전달 받는다면 나만의 새로운 노하우가 생겨난다. 새롭게 생긴 노하우는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 시킨 뒤, 나만의 방식으로 채득하면 된다. 나만의 방식으로 채득된 보완된 노하우는 다음 세대로 넘긴다. 아니면 기록을 통해 종과 횡으로 흩뿌려버린다. 지금 내가 쓴 이 글도 5G의 속도를 타고 전 세계로 흩뿌려진다. 극히 적은 확률로 해외 누군가가 볼 수도 있다. 12년 간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했던 김혜남 작가는 자신의 노하우를 10권의 책에 실어 종과 횡으로 뿌렸다. 그 노하우는 130만 독자에 공감을 얻었다. 130만 독자가 새 생명을 얻은 것과 다름 없다. 2001년 마흔 세 살에 몸이 굳어가는 파킨슨 병을 진단 받은 이는 자신의 삶에 녹아있던 노하우를 최선을 다해 활자 위에 뿌렸다. 후회를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인간은 언제나 지난 날을 후회한다. 돌이켜 보건데, 더 좋은 선택을 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그것은 못난 자신을 탓하는 자책이 될 수도 있지만 사실 지난 날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지금 보인다는 걸 봤을 때, 내가 더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김혜남 작가의 글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일단 외워라."

학교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시다. 암기보다 이해가 선행되야 한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교육철학에 반하는 말이다. 아무리 말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곰곰히 생각해보시다 말했다.

'이해가 안되면 일단 외워버려'

명쾌했다. 유학하던 시절, 급하게 해야 할 어싸인먼트(Assignment)가 있었다. 간단한 쪽지 시험이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일상회화 영어 단어도 벅찬 초짜 유학생에게 지난 학교 선생님의 조언은 통쾌할 정도로 맞았다. 일단 무식하지만 외우고 본다. 시간이 지나면 암기했던 것들은 점차 내 머릿속에서 해체되더니 이해가 되던 날들이 오더라. 그것은 공부 노하우 뿐만 아니다. 삶의 노하우도 마찬가지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모를 것 같은 '노하우'도 전수 받는다. 그럴 때, 이해는 둘째치고 일단 외운다.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이다', '세상에는 이렇게 일이 해결될 수도 있다' 암기된 정보는 일단 적절하게 활용된다. 활용된 정보는 활용하다보면 '아, 그래서 그러라고 했구나'하고 이해되는 시점이 온다. '김혜남 작가'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라는 책이 그렇다. 인생을 다시 산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것은 지극지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종과 횡으로 비슷한 상황에 걸린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뿐만 아니라, 여러 성인과 다른 이들도 모두 자신들의 이야기를 활자화 기록했다. 나의 지적, 경험적 능력을 상하종횡으로 확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독서'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그것을 다시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집필'에도 꾸준한 욕심이 생긴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용감히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느긋하고 유연하게 살리라.

그리고 더 바보처럼 살리라.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더 많은 산을 오르고, 더 많은 강을 헤엄치리라.

아이스크림은 더 많이 그리고 콩은 더 조금 먹으리라.

어쩌면 실제로 더 많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거리를 상상하지 않으리라.

나딘 스테어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中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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