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gmaptir7님의 서재 (밥이다탔네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7367292</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Tue, 15 Sep 2026 18:39:06 +0900</lastBuildDate><image><title>밥이다탔네</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273672924516905.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27367292</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밥이다탔네</description></image><item><author>밥이다탔네</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십계 - 유키 하루오, 김은모 역, 블루홀식스(블루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479596</link><pubDate>Sat, 29 Aug 2026 23: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479596</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52931438&TPaperId=1747959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239/37/coveroff/k252931438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십계 - 유키 하루오, 김은모 역, 블루홀식스(블루홀6)(2024)<br><br>십계<br><br>줄거리<br>  예대 입시를 위해 삼수를 하는 리에는 아빠와 함께 생전 큰아빠가 소유했던 에다우치지마섬을 방문한다. 물론 섬에 리조트 시설을 개발하기 위해 모인 관계자들 아홉 명과 동행한다. 부동산 회사 직원, 관광 개발 회사 직원, 건축사무소 직원 등으로 구성된 일행이다. 그런데 섬을 시찰한 다음 날 아침, 부동산 회사 직원이 의문의 살해를 당하고, 그와 동시에 열 가지 계율이 적힌 종이가 발견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섬에 있는 동안 살인범이 누구인지 알아내려 하지 말 것. 지시를 지키지 못했을 시, 섬에 있는 폭탄의 기폭 장치가 작동해 모두 목숨을 잃는다.’ 섬에 갇힌 일행들은 범인이 내릴 신벌을 두려워하며 ‘십계’에 따르는 사흘을 보내기 시작한다. 이 섬에 머무르는 동안 범인을 밝혀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전원 사망이다. 그리고 살인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는데……<br><br>페이지<br>p.99<br>  우리에게 제시된 건 열 가지 계율뿐이다.<br>  우리는 달력 종이 뒷면에 두려움 섞인 눈빛을 던졌다.<br>  이건 그야말로 ‘십계‘다.<br><br>p.220<br>  현재 이 섬은 디스토피아로 변했다.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어떤 사상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계산해서 쌓아 올린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폭탄이라는 단순한 지배 도구를 사용해서 만든 즉석 디스토피아다. 살인이 벌어지는데도 범인의 정체를 폭로하는 건 용납되지 않는다. 폭탄에 통제당해, 범인의 지시에 따르고 범죄에 협력하기까지 한다.<br><br>p.332<br>  계율은 원래 인생을 걸고 지켜야 하는 규범이잖아. 그저께 낮에 아야카와 씨는 그렇게 말했다.<br>  이것이 내게 주어진 계율이었다.<br><br>분류(교보문고)<br>소설 &gt; 일본소설 &gt; 일본소설일반<br><br>기록<br>2026.08.25(火) (1판 1쇄)<br>범<br>다.<br><br>한 줄<br>클로즈드 서클을 재정립하는 유키 하루오의 계율<br><br>오탈자 (1판 1쇄)<br>못 찾음<br><br>확장<br>중력의 무지개 - 토머스 핀천, 이상국 역, 새물결(2012)<br>p.249<br>  그나저나 큰아빠 서재에는 폭탄이 터져서 죽을지 모르는 사태에 적합한 책이 별로 없었다. 다들 흥미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정성껏 책을 골랐다.<br>  아야카와 씨가 아무리 용을 써도 범인의 작업 시간 안에 다 못 읽을 『중력의 무지개』를 하권까지 꺼내 가길래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br><br>읽기 어려운 쪽으로 유명한 책이라고 한다. 내가 등장인물들 같은 상황이었다면 무슨 책을 골랐을까? 책을 고르긴 했을 텐데. 스스로도 궁금해진다.<br><br>폭탄 - 오승호(고 가쓰히로), 이연승 역, 블루홀식스(블루홀6)(2023)<br>언제 터질지 모르는 공포와 직면한다. 폭탄이라는 실제 이미지를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그게 얼마나 무서운 물건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폭탄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심영물의 폭8이나 번 노티스의 피오나가 C4를 펑펑 터트리는 장면만 생각이 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공포.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br><br>저자 - 夕木春央(1993-)<br><br>원서 - 十戒(2023)<br clear="al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239/37/cover150/k25293143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2393713</link></image></item><item><author>밥이다탔네</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 무라세 다케시, 김지연 역,...</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467181</link><pubDate>Sun, 23 Aug 2026 17: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467181</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831051&TPaperId=174671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196/62/coveroff/k272831051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 무라세 다케시, 김지연 역, 모모(2022)<br><br>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리커버 에디션)<br><br>줄거리<br>  봄이 시작된 3월, 급행열차 한 대가 탈선하여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이 대형 참사로 승객 127명 중 68명이 사망, 수많은 중상자가 나왔다. 연인, 가족 등 한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은 그때부터 자신의 삶도 멈춰버린 듯 결코 무뎌지지 않을 아픔에 갇혀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렇게 두어 달쯤 흘렀을까. 이상한 소문 하나가 나돌기 시작한다. 사고가 난 곳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니시유이가하마 역’에 가면 ‘유키호’란 유령이 나타나 사고 난 그날의 열차에 오르도록 도와준다는 것. 단 네 가지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똑같이 사고를 당해 죽을 수 있다. 이 경고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딱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보고 싶었던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니시유이가하마 역’으로 향한다. 과연 이들은 유령 열차가 하늘로 올라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 무사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br><br>페이지<br>pp.73-74<br>  하나, 죽은 피해자가 승차했던 역에서만 열차를 탈 수 있다.<br>  둘, 피해자에게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br>  셋, 열차가 니시유이가하마 역을 통과하기 전에 어딘가 다른 역에서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사고를 당해 죽는다.<br>  넷, 죽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실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만일 열차가 탈선하기 전에 피해자를 하차시키려고 한다면 원래 현실로 돌아올 것이다.<br><br>pp.160-161<br>  ˝…아버지. 나한테는 어떤 일이 맞을까요?˝<br>  호흡을 가다듬고 물었다. 아버지는 ˝그야 실제로 일을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지만….˝이라고 미리 전제를 깔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br>  ˝한 가지만 말하자면, 남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네가 기쁨을 느끼는 일을 하면 좋겠구나.˝<br>  ˝…고맙단 말이요?˝<br>  ˝그래. 그게 일하는 보람이거든.˝<br>  ˝그러려면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해. 사람을 꺼리면 안 된다. 삶에서 해답을 가르쳐주는 건 언제나 사람이거든. 컴퓨터나 로봇이 아니라, 모든 걸 가르쳐주는 건 사람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서 사람을 만나봐라.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br><br>분류(교보문고)<br>소설 &gt; 일본소설 &gt; 일본소설일반<br><br>기록<br>2024.11.24(日) (초판 124쇄)<br>가<br>다.<br><br>한 줄<br>과연 어느 역에서 내렸을까<br><br>오탈자 (초판 124쇄)<br>못 찾음<br><br>확장<br>냉정과 열정사이 Rosso - 에쿠니 가오리, 김난주 역, 소담(2024)<br>가끔씩 우리나라에서 일본 소설이 알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히트를 칠 때가 있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도 내가 빌린 책만 124쇄라는 들어본 적도 없는 부수를 찍어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비슷하게 히트를 기록한 책의 최초는 《냉정과 열정사이》가 아니었을까. 둘 다 내 취향은 아니다.<br><br>퇴마록 세계편1 - 이우혁, 반타(2025)<br>퇴마록에서 죽은 사람을 되살렸는데 구울이었다는 에피소드가 생각이 나서 AI에 물어보니 세계편 1권에 ‘그 남자는 매일 밤 나를 부른다‘라고 한다. AI의 검색 알고리즘을 추정하자면 책의 내용을 직접 검색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어 웹을 먼저 검색하는 것도 아니라서 이렇게 구판, 개정판이 섞여있는 책은 거의 제대로 된 정보라고 믿을 수는 없지만 얼추 맞는 것 같다. 죽은 사람은 어떻게든 돌아올 수 없다는 내용이어서 기억에 남아있다.<br><br>저자 - 村瀨健(1978-)<br><br>원서 - 西由比ヶ浜駅の神様(2020)<br clear="al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196/62/cover150/k27283105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1966272</link></image></item><item><author>밥이다탔네</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낙원의 캔버스 - 하라다 마하, 권영주 역, 검은숲(...</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466536</link><pubDate>Sun, 23 Aug 2026 09: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466536</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7521X&TPaperId=1746653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7152/12/coveroff/895277521x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낙원의 캔버스 - 하라다 마하, 권영주 역, 검은숲(2015)<br><br>낙원의 캔버스<br><br>줄거리<br>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팀은 전설적인 컬렉터 바일러에게 루소의 미공개 그림을 감정해달라는 초대장을 받는다. 팀의 상사이자 치프 큐레이터인 ‘톰’의 이름을 ‘팀’으로 잘못 쓴 초대장임을 알면서도, 어린 시절부터 루소의 열렬한 팬이었던 팀은 미공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상사 톰 몰래 바일러의 저택으로 향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단 7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앙리 루소 연구원 오리에를 상대로 한 치의 양보 없는 두뇌싸움이 시작된다. 그리고 루소와 피카소, 두 천재 화가가 평생토록 품고 살았던 비밀이 드디어 그 베일을 벗는다.<br><br>페이지<br>pp.20-21<br>  그렇다. 미술품과의 만남은 우연과 혜안에 지배된다.<br>  희소성이 높고 뛰어난 미술품이 시장에 나오는 것은 우연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소유자가 어떤 이유로 (현금 수입이나 다른 작품의 구입 자금을 얻기 위해) 화랑이나 경매 회사에 판매를 위탁하는 것도 계획에 의한 일은 아니다. 돌연히 변덕이 나 이 작품을 내놔도 되겠다 싶어진다든지, 갑작스레 현금이 필요해진다든지, 그런 우연한 타이밍이 소유자에게 찾아들지 않는 한, 한번 컬렉터의 수중에 들어간 작품은 웬만하면 다시 나오지 않는다. 개인 소장품은 소유자가 한정적으로 즐기는 것, 또는 소유한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는 것, 그게 수집가의 심리다. 극단적인 경우 자신이 죽을 때까지, 또는 죽고 나서까지 전매도 공개도 허락하지 않는다. 일본의 거품경제 시기에 고흐의 명작을 손에 넣은 어느 기업가는 ‘내가 죽으면 작품도 같이 태워달라’ 하고 호언해 세계적으로 빈축을 샀다. 하지만 그런 게 수집가의 본심이 아닐까.<br><br>p.34<br>  명화는 이따금 이런 식으로 생각지도 못한 계시를 준다. 명화는 그렇기에 명화다. 구도와 색채, 밸런스, 기교가 뛰어난 것만이 아니다. 시대성, 대상물에 대한 깊은 감정, 영감, 끌어당기는 힘, 뭐라 말할 수 없는 꿈틀거리는 느낌.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결정적인 어떤 것이 그림 안에 있는가. ’눈’과 ‘손’과 ‘마음’, 이 세 가지가 갖춰져 있는가. 그게 명화를 명화이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다.<br><br>pp.70-71<br>  19세기 말 루소가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을 무렵, 참으로 추악하고 서툴기 그지없는 기기묘묘한 그림을 보려고 대중이 전시회장으로 몰려들었다는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사람들은 루소의 그림 앞에서 배꼽 쥐고 웃었다고 한다. 기품 넘치는 예술가들이 모여 있어야 할 전시회장이 흡사 서커스장 같은 열기에 휩싸였다고.<br>  루소에 대한 평가는 화가의 사후 70년이 지난 지금도 본질적으로는 바뀌지 않은 듯했다. 심술궂게 보자면 그의 작품은 역시 원근법도 명암법도 배우지 못한 무지하고 서툰 일요화가의 솜씨다. 하지만 한편으로 루소의 등장이 피카소와 쉬르레알리슴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 특이한 재능은 미술사에 있어 전무후무하지 않을까. 그리고 만약 그가 ‘무지’를 가장한 ‘천재‘였다면?<br><br>pp.98-99<br>  루소를 깊이 연구하면서도, 명작 〈꿈〉의 세계에 매료되면서도,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세상 사람들 대다수와 마찬가지로 팀 또한 ‘그런 스위치가 달린 인종‘이 아닌 것이다. 명작을 만난 순간 스위치가 찰칵 켜지는 인종. 이걸 갖고 싶다 하는 스위치가.<br>  세계적으로 따지면 그리 많지 않은 ‘그런 스위치가 달린‘ 사람들이 예나 지금이나 명작의 운명을 쥐고 있다. 어떤 컬렉터는 저명한 미술관의 이사가 되어 자신이 소유하는 작품을 기부하고 명예를 얻어서 미술관 로비에 붙은 현판에 영원히 이름을 남긴다. 어떤 컬렉터는 작품을 사 모아서 싫증나면 팔고 또 새 작품을 사들인다. 또 어떤 컬렉터는 자신만의 은밀한 즐거움으로 명작을 침실에 장식하고 문자 그대로 동침한다.<br><br>p.174<br>  ˝대단한데, 저 사람은 진짜 창조자야. 아니, 파괴자로군.˝<br><br>pp.176-177<br>  독특한 색조의 청색과 장미색으로 아를르캉(할리퀸)이며 눈먼 걸인 등 사회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모티브로 그리던 피카소는, 기술로 보나 야심으로 보나 동지들을 크게 앞서는 존재였습니다. 하기야 당시 화가들 사이에서 ‘기술’은 문제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는 무수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예술가들이 벌이는 토론의 중심은 이미 ‘그림을 잘 그린다’라는 출발점을 크게 벗어나 있었습니다. ‘잘 그린 그림’이란 대체 무엇을 가리키는가? 대체 어떤 예술가를 가리켜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하는가? 그런 것에 대해 아무도 명확히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인물이든 정물이든 풍경이든 눈앞에 있는 것을 똑같이 캔버스에 그려낸 그림만이 ‘잘 그린 그림’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br>  예리한 감성과 시대를 앞지르려는 기개에 있어 피카소는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티스와 드랭이 ‘색채의 파괴자’로서 세간의 이목을 끈 것과 같은 대담한 표현 방법을 아직 찾아내지 못한 상태였습니다.<br>  대체 무엇이 새로운 건가, 대체 나는 무엇을 그려야 하는가. 피카소는 매일 탐욕스레 시내 곳곳을 서성이고 미술관을 드나들었습니다. 고갱이나 세잔의 전시회를 보고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치밀어 그게 가시처럼 박혀 있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이 젊은 화가는 자신의 머리와 가슴에 시대의 물결을 맞고 있었습니다. 그는 결코 ‘잘 그린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닙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뿐, ‘새로운 표현‘이었습니다.<br><br>p.179<br>  그것은 한마디로 ‘추악한 회화’였습니다. 모두가 ‘프랑스 미술에 참으로 큰 손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애조를 띤 피카소 작품의 아름다움에 심취해 있던 사람들의 심정이 이 말에 잘 드러납니다. 피카소를 아는 사람들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인물상을 보는 즐거움을 그들에게서 빼앗은 이 작품의 출현을 진심으로 저주했습니다.<br>  하지만 이 작품이 바로 피카소가 끊임없이 미와 미술에 관해 고민하고 몸부림치며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이끌어낸 결론이었습니다. 피카소는 이 ‘추악한 회화’를 들이댐으로써 ‘미란 무엇인가?’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중대하고도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br><br>p.181<br>  피카소는 이때 마티스의 색채에 대한 도전을 굳이 따지자면 냉담하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색채는 확실히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한 요인에 불과하지 않나 하고. 피카소의 관심을 끈 것은 오히려 루소의 〈굶주린 사자〉였습니다.<br><br>p.183<br>  모든 걸작은 걸작은 상당한 추악함을 지니고 태어나는 법이다.<br>  이 추악함은 창조자가 새로운 것을 새로운 방법으로 표현하기 위해 싸웠다는 증표다.<br>  미를 거부하는 추악함이야말로 새로운 예술에게 허락된 ‘새로운 미’다. 그게 피카소가 내린 결론이었습니다.<br>  그처럼 대담하고 독창적인 미의 논리를 획득한 피카소는, 전 인류 중에서 유일하게 모조리 파괴하고 새로이 창조하는 것을 신에게 허락받은 듯한 절대적인 자신이 있었습니다.<br>  그 뒤 예술의 흐름을 크게 바꾸게 될, 추악한 미를 지닌 〈아비뇽의 여인들〉, 그리고 큐비슴. 혁명을 부르짖으며 단행하는 젊은 지도자 피카소의 마음속에 앙리 루소가 살고 있었다는 것은, 그의 동지들도 후세의 미술사가들도 좀처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br><br>pp.213-214<br>  ˝돈 문제가 문제가 아니야. 그런 괴물 같은 그림에서 가치를 발견해내는 인간이 있다는 게 재미있잖아. 어쩌면 이 그림도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뭐랄까…… 이런 그림을 보고 ‘근대적’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br>  야드비가는 턱을 괸 채 “이상해”라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근대적’이라니, 그게 뭐야?”<br>  “나도 잘 모르지만 독일인 같은 화랑 주인이 여러 번 말했어. 아마 새롭다는 뜻 아닐까. 새로운 그림…… 새로운 가치관 같은.˝<br><br>p.332<br>  새로운 어떤 것을 창조하려면 낡은 어떤 것을 파괴해야 한다.<br>  타인이 뭐라 하든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을 만들려면 그만한 각오가 필요하다. 타인의 그림을 유린하는 한이 있어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한이 있어도 자신을 믿는다. 그게 바로 새로운 시대의 예술가가 가져야 할 모습이다.<br>  파블로는 내게 그것을 가르쳐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br><br>p.346<br>  ˝이 작품엔 정열이 있어요. 화가의 모든 정열이. ……그게 다입니다.”<br><br>pp.346-347<br>  화가의 모든 정열이 있다.<br>  그게 바로 앙리 루소가 이 그림 속에 표현하려던 것이었다.<br>  그 ‘이야기’ 속에서 피카소는 모든 정열을 쏟아부으라고 말했다. 새로운 어떤 것을 창조하려면 낡은 어떤 것을 파괴해야 한다.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한이 있어도 자신을 믿는다. 그게 바로 새로운 시대의 예술가가 가져야 할 모습이다. 아들이라 해도 될 만큼 나이 차가 나는 천재 화가의 조언을 루소는 그렇게 해석했다.<br>  세상 사람들의 야유와 조소를 견디며 자신의 화법을 고수했던 화가. 사후 7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평가가 확립되지 못하고 여전히 ‘세관원’이라고 불린다. 원근법도 모르는 일요화가라는 말을 아직까지 듣는다.<br>  그렇건만 팀은 이 화가에게 사로잡혔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다. 자신의 커리어와 운명을 걸고, 그리고 큐레이터로서 모든 정열을 걸고.<br>  루소가 평생 회화에 쏟아부었던 ‘정열’ 때문이 아닐까.<br><br>p.377<br>  ˝이번에 바일러와 함께 지내면서 실감한 게 있어. 화가를 알려면 작품을 볼 것. 몇 십 시간, 몇 백 시간을 들여 작품과 마주할 것.”<br>  그런 의미에서 컬렉터만큼 그림과 오래 마주하는 사람은 없을 테지. 큐레이터, 연구자, 평론가. 아무도 컬렉터의 발치에도 따라가지 못해.<br>  아아, 하지만…… 아니, 잠깐. 컬렉터 이상으로 명화와 마주하는 사람도 있군.<br>  “그게 누군데요?”<br>  오리에의 물음에 팀은 웃으며 대답했다.<br>  “미술관 감시원이야. ……그래, 난 큐레이터가 아니라 감시원이 돼도 좋겠어.˝<br><br>pp.396-398<br>  ˝모던 아트의 전당이라고 하는데 말이지. 사나에, 모던 아트가 뭔지 아니?˝<br>  ˝몰라. 과자야?˝<br>  일부러 시치미 떼는 게 귀엽다.<br>  오리에는 ˝잠깐만˝ 하며 일어섰다. 자기 방으로 달려가 화집 한 권을 들고 온다.<br>  ˝이거 어때?˝<br>  표지가 다소 변색됐고 구겨진 화집을 닭고기 조림 접시 옆에 놓았다. 1985년 MoMA에서 개최된 ‘세관원 루소 전‘의 도록이었다. 표지의 그림은 1890년에 제작된 〈나 자신, 초상-풍경〉이라는 작품이다. 붉게 물든 구름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거인처럼 우뚝 선, 수염을 기른 남자. 머리에는 챙이 넓은 베레모. 손에는 팔레트와 붓. 등 뒤에 만국기를 건 배가 센 강에 떠 있고, 그 너머에 에펠탑이 보인다. 강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은 쥐처럼 조그만 게, 중앙에 찌푸린 표정으로 선 남자와 명백히 비율이 맞지 않는다. 화면에서 깊이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1백 년 전에는 ‘일요화가의 그림‘이니 ‘어린애 낙서‘ 같은 말을 들으며 사람들에게 조소를 샀던 작품이다.<br>  사나에는 표지의 그림을 꼼짝 않고 내려다보다가 이윽고 짤막하게 말했다.<br>  “재미있어.”<br>  그 순간, 오리에의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br>  “그래, 재미있지? 그거 말고는?”<br>  “색이 예뻐.”<br>  “맞아. 그리고 또?”<br>  “정성스럽게 그렸다는 느낌이 들어.”<br>  오리에는 응,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인다. 사나에는 얼굴을 표지에 조금 가까이 가져가더니 무심코 중얼거리듯 말했다.<br>  “어쩐지…… 살아 있는 것 같아.˝<br>  그 순간 오리에는 숨을 멈추었다. 어머니까지 같이 숨을 멈춘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나에는 어머니와 할머니를 흘깃 보더니 “이제 됐지?”라고 중얼거리고는 다시 젓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br>  살아 있다.<br>  그림이 살아 있다.<br>  그 한마디가 바로 진리였다. 지난 1백 년 동안 모던 아트를 발굴하고 모던 아트에 매료됐던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 그들의 가슴에 깃든 한마디였다.<br><br>분류(교보문고)<br>소설 &gt; 일본소설 &gt; 일본소설일반<br><br>기록<br>2026.08.14(金) (초판 1쇄)<br>그<br>다.<br><br>2020.08.13(木) (초판 1쇄)<br>처<br>다.<br><br>2016.07.12(火) (초판 1쇄)<br>루<br>다.<br><br>한 줄<br>창조자? 파괴자? 아직은 그냥 일요화가<br><br>오탈자 (초판 1쇄)<br>못 찾음<br><br>확장<br>미술관에 간 심리학 - 윤현희, 믹스커피(2019)<br>나이브 아트를 소개하면서 앙리 루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낙원의 캔버스》의 내용과는 다르게 루소를 취미의 영역의 화가라는 뉘앙스로 설명해놓았다.<br><br>베스트 오퍼 - 쥬세페 토르나토레(2013)<br>˝모든 위조품엔 진품의 미덕이 숨어 있다.˝ 〈꿈〉과 〈꿈을 꾸었다〉, 두 작품의 진실은 무엇일까?<br><br>​저자 - 原田マハ(1962-)<br><br>원서 - 楽園のカンヴァス(2012)<br><br>p.11 피에르 퓌비 드샤반 - 환상<br><br>p.13 엘 그레코 - 수태고지<br><br>p.32 파블로 피카소 - 새장<br><br>p.100 앙리 루소 - 시인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br><br>p.173 앙리 루소 - 여인의 초상<br><br>p.178 파블로 피카소 - 아비뇽의 여인들<br><br>p.188 파블로 피카소 - 부채를 든 여인<br><br>p.188 파블로 피카소 - 파이프를 든 소년<br><br>p.188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 터키 목욕탕<br><br>p.396 앙리 루소 - 나 자신, 초상-풍경<br clear="al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7152/12/cover150/895277521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1521285</link></image></item><item><author>밥이다탔네</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 미카미 엔, 최고은 역,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456187</link><pubDate>Mon, 17 Aug 2026 19: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456187</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0965410&TPaperId=1745618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632/82/coveroff/8950965410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 미카미 엔, 최고은 역, 아르테(arte)(2016)<br><br>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br><br>줄거리<br>  누구보다 사진을 사랑했지만 4년 전 치기 어린 실수로 친구에게 큰 피해를 입힌 뒤 사진작가의 꿈을 접는 주인공 마유. 또 다른 주인공 마도리는 사고 후 기억을 잃고 나서 사진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알고 싶어 한다. 두 사람은 물론,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도 저마다 어두운 과거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스스로의 고치 안에 틀어박혀 살고 있던 마유는 주인을 찾지 못한 사진들의 비밀을 풀면서, 되돌아보고 싶지 않았던 과거와 마주할 용기를 내게 되는데…….<br><br>페이지<br>pp.36-37<br>  ˝솜씨만 익히면 자기 눈으로 본 아름다운 것들을 오롯이 남겨둘 수 있단다. 재미있지 않니?˝<br><br>p.60<br>  ˝사진은 과거의 순간을 잘라낸 것이잖아요. 누군가 죽어도 그 사람의 사진은 오래도록 남고요.˝<br><br>p.73<br>  “사진을 찍을 때면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그 순간의 나를 뚝 잘라내는 듯한……. 긴장이 돼서 렌즈에서 눈을 뗄 수가 없죠. 사진관에 있는 전문가의 카메라 앞에서는 더욱 그렇고요.”<br>  카메라를 놓기 전의 자신을 떠올리고 마유는 가슴이 아렸다. 그녀에게도 타인의 순간을 잘라내는 일에 열중했던 시기가 있었다.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그 시절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br><br>​p.95<br>  루이는 초등학교에서 가급적 눈에 띄지 않도록 행동했다. 기척을 감추는 데 능해서 잘생긴 외모였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다. 섬에 살았을 때에도 그렇게 배운 모양이었다. 무력한 인간이 악마에게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눈에 띄지 않는 수밖에 없다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야 한다고.<br><br>p.268<br>  ˝그래. 감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냉정해져라. 지금 얼굴로 바뀐 뒤로 남들의 호의적인 시선이 느껴지지? 내면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도. 생긴 게 다가 아니다,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은 많지만 사람의 인상은 외모에 크게 좌우된다. 저 아가씨만 해도 처음에는 네 얼굴에 호감을 느꼈을 거다. 예전 얼굴이었다면 이렇게 가까워질 수 있었을까?˝<br><br>p.275<br>  ˝사진이라는 건 찰나의 시간과 장소를 잘라내는 행위라고 했죠. 저는 지금 이 섬에 있는 저를……, 얼굴을 빼앗기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제 모습을 기록해두고 싶습니다. 되도록이면 원래대로 돌아갈 기회를 준 가쓰라기 씨가 찍어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증명하고 싶어요.˝<br>  ˝무엇을요?˝<br>  ˝가쓰라기 씨가 사진을 다시 시작해도 누군가의 인생이 그리 쉽게 망가지지는 않는다는 걸요. 한번 망가졌던 인생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걸요.˝<br><br>분류(교보문고)<br>소설 &gt; 일본소설 &gt; 미스터리/스릴러소설<br><br>기록<br>2026.07.28(火) (1판 2쇄)<br>비<br>다.<br><br>2017.03.07(火) (1판 2쇄)<br>『비<br>다.<br><br>한 줄<br>성공의 방정식을 스스로 깨부수고 새로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네<br><br>오탈자 (1판 2쇄)<br>못 찾음<br><br>확장<br>필름 카메라로 촬영 후 어떻게 사진으로 현상할까? - YTN 사이언스(2019)<br>이제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 일이 없으니 현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었다. 사진관에서도 인화된 사진을 받기만 했는데 예전에는 필름도 같이 줬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디지털로 쉽게 찍을 수 있고 쉽게 볼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예전 사진 파일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쉽게 찍을 수 있는 만큼 소중함도 가벼워진 걸까.<br><br>박보검<br>루이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보고 우리나라 배우인 박보검이 먼저 생각이 났다. 지금은 션이 다니는 교회로 옮겼다고 하는데 초창기에 유명해지기 시작했을 때 그의 교회에 대해 이단이라며 이야기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신앙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비슷한 홍역을 겪지 않았을까?<br><br>저자 - 三上延(1971-)<br><br>원서 - 江ノ島西浦写真館(2015)<br clear="al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8632/82/cover150/895096541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6328262</link></image></item><item><author>밥이다탔네</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방주 - 유키 하루오, 김은모 역, 블루홀식스(블루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375533</link><pubDate>Sun, 05 Jul 2026 21: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375533</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72831528&TPaperId=1737553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062/41/coveroff/k672831528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방주 - 유키 하루오, 김은모 역, 블루홀식스(블루홀6)(2023)<br><br>방주<br><br>줄거리<br>  주인공 슈이치는 대학 시절 친구들, 그리고 사촌 형과 함께 산속의 지하 건축물을 찾아간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길 잃은 가족 세 명과 함께 지하 건축물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다음 날 새벽녘, 지진이 발생해 출입문이 커다란 바위로 막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반에 문제가 생겨 물이 유입되기 시작한다. 머지않아 지하 건축물은 수몰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지하 건축물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한 명이 희생해 바위에 연결된 닻감개를 돌려서 바위를 떨어뜨리고 혼자 방안에 갇히는 것이다. 그 한 명은 물이 차오르는 것을 바라보면서 죽기만을 기다릴 수 없게 된다. 이 와중에 살인이 연달아 발생한다. 누군가 한 명을 희생하면 탈출할 수 있다. 제한 시간은 약 일주일.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모두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 범인을 제외한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갇힌 아홉 명의 사람 중 누가 희생해야 할까? 살인범은 어차피 살아나간다 해도 사형당할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희생당하는 것이 낫다? 그렇다면 살인범이 누구인지 찾아야 한다?<br><br>페이지<br>p.79<br>  ˝요컨대 이런 거지? 여기를 탈출하려면 누군가 한 명이 곧 수몰될 이 지하 건축물에 갇혀야 해.<br>  그리고 밖에 나가더라도 구조를 요청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 그동안 남은 사람은 건물이 물에 잠기는 모습을 잠자코 바라볼 수밖에 없어. 다시 말해—<br>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기 있는 사람 중 한 명의 목숨을 희생해야 해. 누가 지하에 남을지 결정해야 하는 거야.˝<br>  뒤로 미루어놓았던 걱정거리가 훨씬 심각해진 모습으로 우리의 가슴을 짓눌렀다. 이 건물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은 죽어야 한다!<br>  그것도 평범한 죽음이 아니다.<br>  어두운 동굴 같은 공간에 홀로 남겨져, 물이 가득 차오르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br><br>pp.104-105<br>  ˝동기를 알아봤자 그건 그저 개연성이 높은 설명에 지나지 않아. 요컨대 이렇다고 하면 이치에 맞는다는 것뿐이잖아? 동기란 그런 거야. 우리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외에는 아무 도움도 안 되지. 아무리 그럴듯한 가설을 떠올린들 그런 동기가 있는 사람은 너뿐이라는 식으로 누군가를 몰아붙일 수는 없어.<br>  지금 이 상황에서 필요한 건 누가 범인인지를 증명할 명쾌한 논리야. 동기는 범인을 알아낸 후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확실하지.<br><br>p.140<br>  ‘‘요컨대 그만큼 특수한 상황이라는 거야. 우리 중에 살인범이 있어. 그런데도 우리는 사건의 진전을 막으려는 마음이 없어. 오히려 범인이 다음 범행을 저지르기 쉽도록 배려하는 느낌마저 들어.˝<br><br>p.193<br>  그건 그렇고, 나는 멍하니 생각했다.<br>  얼마 전까지 여기를 사용했던 사람들은 조만간 세상에 종말이 오리라고 믿었다. 수행을 통해 자신들만 종말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황홀한 망상에 젖어 있었으리라.<br>  그들은 어떤 의미에서 옳았다. 이 지하 건축물은 그야말로 지금 묵시록에 예언된 순간을 맞이했다. 우리는 최후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얄궂게도 구약성서 속 노아의 일화와는 달리, 홍수가 일어나는 곳은 방주다.<br>  구원은 여기에 없었다.<br>  조만간 신인지 뭔지가 심판을 내린다면 나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야자키의 이야기는 내게 무의미한 불안을 안겨주었을 뿐이었다.<br><br>pp.352-353<br>  ˝제가 미스터리를 구상할 때 중점을 두는 요소 중 하나는 ‘탐정이 활약할 동기‘입니다. 수수께끼 해명은 목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수단이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거든요.<br>  클로즈드서클이 무대인 작품에서는 ‘탐정이 활약할 동기‘가 늘 어느 정도 유지됩니다. 폐쇄된 공간에 살인범과 함께 갇혀 있으니까, 범인의 정체를 빨리 밝혀내야 자신들의 안전이 보장되겠죠.<br>  『방주』에서는 그러한 동기를 더 절실하게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누군가 한 명을 희생해야 탈출할 수 있는 폐쇄된 공간에서 살인이 일어나면, 수수께끼 해명은 생존의 절대적인 조건으로 작용할 겁니다.<br>  그런 설정에서 출발해 나름대로 마무리를 지은 결과가 이 작품 『방주』입니다.˝<br>  (『방주』 특별 기획 자기소개 에세이에서 발췌)<br><br>분류(교보문고)<br>소설 &gt; 일본소설 &gt; 미스터리/스릴러소설<br><br>기록<br>2023.04.13(木) (1판 1쇄)<br>본<br>다.<br><br>한 줄<br>본격의 위기라는 대홍수에서 나타난 진정한 방주<br><br>오탈자 (1판 1쇄)<br>못 찾음<br><br>확장<br>십자관의 살인 - 손선영, 한스미디어(2015)<br>클로즈드서클을 다루는 방식에서 어떻게 개연성을 불어넣느냐, 그게 본격에 닥친 가장 큰 해결과제라면 적어도 힘 있는 자들의 유희가 배경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추리소설의 시작 자체가 느렸지만 아야츠지 유키토를 팔아서 광고한 이 책에 많이 실망해서 개인적인 독서 기록에 악평을 남겼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한국 추리소설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동안의 내 편견을 깰 수 있을까?<br><br>퇴마록 혼세편 1 - 이우혁, 반타(2025)<br>교회를 다니지 않아서 방주에 대한 기억은 성경보다 퇴마록이 나에게 더 영향을 미쳤다. 출간 당시에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웹소설 플랫폼이 활성화된 요즘 시대였다면 더 큰 부를 쌓지 않았을까? 개정판도 나왔는데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서 다시 읽어볼까.<br><br>저자 - 夕木春央(1993-)<br><br>원서 - 方舟(2022)<br clear="al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062/41/cover150/k67283152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0624125</link></image></item><item><author>밥이다탔네</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영매탐정 조즈카 - 아이자와 사코, 김수지 역, 비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375427</link><pubDate>Sun, 05 Jul 2026 20:0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375427</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4989610&TPaperId=1737542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273/52/coveroff/8934989610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영매탐정 조즈카 - 아이자와 사코, 김수지 역, 비채(2021)<br><br>영매탐정 조즈카 (블랙 앤 화이트 95)<br><br>줄거리<br>  주인공 조즈카는 누군가의 주변에 닥쳐오는 불온한 기운을 알아채는가 하면, 살인 현장에 머물러 있는 희생자의 영혼과 접속하기도 한다. 이른바 영매(=medium)이다. 죽음의 냄새를 맡기도 하고 영시(靈視) 즉 희생의 순간을 카메라처럼 포착하기도 한다. 아무리 철벽같은 알리바이를 만들고 극악무도한 사건을 우연한 사고로 위장하더라도 조즈카의 초월적 능력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 영매탐정 조즈카는 사건 현장을 둘러본 뒤 이내 말한다. “○○○가 범인이에요.” 하지만 수사 과정이 생략된 채 영매가 지목한 범인을 체포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추리소설가 고게쓰가 등판한다. 논리적 사고로 똘똘 뭉친 그는 조즈카가 확신하는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촘촘히 추론해낸다. 완벽한 하모니가 아닐 수 없다.<br><br>페이지<br>p.109<br>  히스이의 영시에 증거 능력은 없다.<br>  하지만 그것을 단서 삼아 물적 증거를 찾는 일은 가능할지도 모른다.<br><br>pp.110-111<br>  ˝히스이 씨는 영매예요.˝<br>  의아하다는 듯 이쪽을 향한 비취빛 눈동자를 바라보며. 고게쓰는 말을 이어갔다.<br>  ˝영매란 산 자와 죽은 자를 이어주는 존재죠. 그렇다면 저는 논리를 이용해 히스이 씨의 힘이 현실과 이어질 수 있게 돕겠습니다.˝<br><br>p.181<br>  ˝제 힘과 선생님의 힘, 둘을 합쳐서 진실을 밝혀주세요. 선생님이라면 할 수 있어요.˝<br>  심령과 논리를 조합해 진실을 제시한다.<br>  자신은 히스이의 매개자가 되는 길을 택한 것이다.<br><br>p.187<br>  영시로는 한순간이었다.<br>  하지만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논리를 구축하기란 어찌나 번거로운지.<br><br>pp.199-200<br>  히스이는 타인의 냄새가 그렇게 잠깐 새에 변하는 것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고 했다. 고게쓰는 그 말의 의미를 생각했다. 딱 한마디로 자신의 인생이 뒤집혀버리는 순간이란, 누구에게나 똑같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고게쓰도 그런 경험이 있다. 눈을 감으면 그 말을 했던 사람의 표정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다. 고작 한마디로 나라는 인간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순간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br><br>p.364<br>  ˝중간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출발점과 결론만 보여주면, 다소 유치하긴 해도 상대를 놀라게 할 수 있다…….˝<br><br>p.380<br>기이한 존재가 있든 없든 초자연현상이 일어나든 말든, 논리를 구축하는 노력을 포기해도 되는 이유가 되지는 않으니까요.˝<br><br>p.381<br>  ˝영매는 마술 속에서 태어났어요. 그리고 마술은 영매에게서 태어났고요.˝<br><br>p.388<br>  ˝우리 일상에 탐정은 없어요. 저건 이상하다, 이걸 생각해야 한다, 그게 수상하다, 앞장서서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람은 눈 씻고 봐도 없죠. 우리는 일상 속에서 뭘 생각해야 하는지, 뭘 눈여겨봐야 하는지, 우리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해야 해요. 뭐가 이상한지 모른다? 너무 사소한 문제라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럴 가치가 없다? 정말로?˝<br><br>p.389<br>  ˝탐정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더라도, 우리는 명탐정의 시선을 가져야 해요.˝<br><br>p.400<br>어쨌거나 진상에 도달할 수 있는 논리가 두 가지 있었으니까요. 그래요, 차분히 생각해보면 진실에 다다르는 논리가 딱 하나여야만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어요.<br><br>분류(교보문고)<br>소설 &gt; 일본소설 &gt; 미스터리/스릴러소설<br><br>기록<br>2021.08.14(土) (1판 1쇄)<br>예<br>다.<br><br>한 줄<br>내 외모에 반해 호기심으로 집어 들었다간 큰 반전을 볼 것이야!<br><br>오탈자 (1판 1쇄)<br>못 찾음<br><br>확장<br>내 외모에 반해 호기심으로 전화했다간 큰 호통을 들을 것이야<br>내 외모에 반해 호기심으로 전화했다간 큰 호통을 들을 것이야!<br>평범한 직장인의 신분에서 벗어나 삼각산에서 강림도령을 모시기까지 -<br>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앳되고 예쁘장한 외모에 조용한 말씨의 그녀가 이상한 기운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불과 2년 전이라고 한다. 직장에서 사무를 보다가도 순간순간 착란이 일어나, 참다 못해 찾아간 삼각산에서 강림도령을 모시게 되었다. 손님이 전화를 걸면 그가 처한 어려운 상태를 온 몸으로 똑같이 느끼고 해법이 줄줄 나오게 된다는데 이것이 기적이랄까. 하지만 예쁜 외모에 반해 데이트하듯 전화를 걸었다가 야단맞은 손님이 여럿이라니 호기심 어린 전화는 금물!<br>신점의 大家들이 한 자리에- 29번 화령보살<br><br>이 짤도 10년이 넘었네.<br><br>너는 아직 군마를 모른다 - 이다 히로토(2013)<br>p.126<br>  ˝정말로요? 선생님, 저 속이시는 거 아니에요? 아까 버스 말고는 지나가는 차도 없었어요. 건물도 안 보이고, 군마…… 이런 곳 아니에요?˝<br>  ˝도쿄입니다. 군마는 더 무서운 곳이에요. 악마가 나올지도 모르거든요.˝<br>  옆자리를 보니 히스이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고게쓰를 보고 있었다.<br>  ˝지, 진짜예요? 마코토도 거기는 일본에서 제일 무서운 곳이라고 했어요. 온갖 잡귀들이 설쳐서 저 같은 체질의 사람이 길을 헤매기라도 했다가는 눈 깜짝할 새에 정신을 잃을 테니 조심하라고…….˝<br><br>일본 내에서 군마현의 이미지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 우리나라도 고담 대구나 마계 인천 정도의 자조적인 밈도 있지만 일본 내에서 군마 밈이 생기고 심지어 저런 만화도 군마현 제작 지원이라니! 이니셜D로만 군마를 접한 내가 느끼는 것과는 달랐나 보다. 타쿠미도 개깡촌 촌구석 하시리야였다니!<br><br>저자 - 相沢沙呼(1983-)<br><br>원서 - medium 霊媒探偵城塚翡翠(2019)<br><br><br clear="al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7273/52/cover150/893498961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2735227</link></image></item><item><author>밥이다탔네</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명탐정의 저주 - 히가시노 게이고, 이혁재 역, 재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371341</link><pubDate>Fri, 03 Jul 2026 10:3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371341</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982421&TPaperId=1737134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123/51/coveroff/8990982421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명탐정의 저주 - 히가시노 게이고, 이혁재 역, 재인(2011)<br><br>명탐정의 저주<br><br>줄거리<br>  TV 드라마 시리즈로도 각색되어 방영되었던 &lt;명탐정의 규칙&gt;의 후속작으로, 전작의 주인공들이 다시 등장해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자료 수집차 도서관에 간 소설가가 도서관 내부에서 길을 잃고 알 수 없는 세계로 이끌려 간다. 그곳은 생긴 이유도, 역사도 알 수 없는 저주받은 마을. 자신이 살던 곳과는 다른 차원인 그 세계에서 어쩐 일인지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며 ‘덴카이치 탐정‘이라 부르고, 마을의 도굴품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맡긴다. 사건 의뢰를 맡아 해결에 나선 그의 앞에 연달아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데….<br><br>페이지<br>p.98<br>  ˝만약 그게 살인이라면 덴카이치 탐정님이 말하는 본격 추리 사건이 되는 건가요?˝<br>  ˝그렇지.˝<br>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br>  ˝그야말로 본격 추리의 세계지.˝<br>  ˝이곳에는 본격 추리라는 개념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사건이 일어났을까요?˝<br>  ˝모르겠어. 혹시 누군가 그런 개념을 갖고 들어온 건지도 모르지.˝<br>  ˝그 밀실 수수께끼가 풀릴까요?˝<br>  ˝풀 수 있고말고. 인간이 만든 트릭을 인간이 풀지 못할 이유가 없어.˝<br><br>pp.222-223<br>  ˝저희 셋 다 어린 시절부터 내내 그런 소설을 읽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런 소설은 없었습니다. 살인 사건을 다루고 범인을 밝혀내는 소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들은 하나같이 따분할 정도로 현실적인 환경과 상황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살해되는 사람은 기업의 비밀을 쥐고 있는 사원이거나 불륜에 빠진 여사원이고, 그런 살인의 배후에는 사회 문제라는 것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결국 작가의 목적은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고 살인 사건을 규명하는 일 따위는 부수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들은 그런 건 읽고 싶지 않았습니다. 수수께끼 그 자체를 즐기는 소설을 읽고 싶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똑같은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 내가 직접 쓰자. 그러다가 우리 셋은 대학에서 만났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다는 사실에 크게 감격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 새로운 소설을 완성하자고 맹세했습니다. 하지만 힘없는 우리가 아무리 외쳐 대도 세상은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사회파 작가인 히다 선생의 문하생으로 붙어 있으면서 기회를 엿보기로 했던 것입니다. 히다 선생을 선택한 이유는 인기 작가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존경하지도 않았습니다.<br><br>pp.314-315<br>  ˝여긴, 소설 속의 세계야.˝<br>  ˝일반적인 소설은 아니야.˝<br>  ˝물론 그것도 알지. 여기는,˝<br>  나는 재차 주위를 둘러봤다.<br>  ˝본격 추리 소설의 세계였어.˝<br>  그러자 문지기는 입 끝에 기분 나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br>  ˝좋군, 그 과거형 말투. 본격 추리 소설의 세계였다, 흠…… 그래. 그건 과거의 일이야. 지금은 다르지.˝<br>  ˝내가 추리 소설을 쓰기 시작할 무렵, 아니 추리 소설이라는 것에 흥미를 갖기 시작할 무렵 내 머릿속에 있던 세계야. 그 세계를 무대로 얼마나 많은 소설을 썼는지 몰라. 덴카이치는 그때 내 소설에 등장하던 탐정의 이름이었어.˝<br>  ˝그때 당신은 젊었어. 아니 어렸지. 그래서 이런 시시한 세계를 만들게 된 거야.˝<br>  ˝그렇지만 이건 마음의 놀이터였어.˝<br>  흥. 관리인이 콧방귀를 뀌었다.<br>  ˝누구라도 나이를 먹으면 지난날의 놀이터가 그리워지는 법이지. 하지만 그뿐이야. 그보다 나는 네가 기억해 냈으면 해, 그 놀이터를 버린 건 다름 아닌 너였다는 사실을. 누가 명령해서 한 일도 아니야. 네가 자신의 뜻에 따라 결정한 것일 뿐.˝<br>  ˝잊지 않았어. 그렇게 한 걸 후회하지도 않아.˝<br>  ˝그래? 안심이군˝<br>  ˝나는 이 세계에 대해 뭔지 모를 부족함을 느꼈어. 나에게는 이 세계 외에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어. 그런데 그러려면 여기서 나가야만 한다는 걸 알게 됐지.˝<br>  ˝그로부터 너는 밀실로 대표되는 본격 트릭을 버렸어. 본격 추리 소설이라는 것 자체를 회피하기 시작했다고.˝<br>  그러고서 관리인은 킬킬거리며 이렇게 말했다.<br>  ˝밀실로 작가 데뷔를 한 주제에 말이지.˝<br>  ˝나에 대해 아직도 그런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많아.˝<br>  ˝이미지 변신은 힘든 일이지.˝<br><br>p.325<br>  ˝리얼리티, 현대적 감각, 사회성. 이 세 가지를 큰 축으로 삼고 싶어요.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 추리 소설계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트릭이라든지 범인 알아맞히기 따위로는 어렵습니다.˝<br>  ˝동감입니다.˝<br>  쓰노야마도 맞장구를 쳐 주었다.<br>  이후로 그와 주고받은 말들을 생각하니 쓴웃음이 나온다. 쓰노야마와 나는 요즘 인기 있는 젊은 작가들이 쓴 클래시컬한 본격 미스터리들을 신이 나서 깎아내렸던 것이다. 시대에 뒤떨어졌다느니 외국에서는 성인들은 읽지 않는다느니 하면서.<br><br>분류(교보문고)<br>소설 &gt; 일본소설 &gt; 미스터리/스릴러소설<br><br>기록<br>2026.06.30(火) (초판 1쇄)<br>워<br>다.<br><br>한 줄<br>본격과의 완전한 안녕<br><br>오탈자 (초판 1쇄)<br>못 찾음<br><br>확장<br>모르그 가의 살인 - 에드거 앨런 포, 권진아 역, 시공사(2018)<br>p.92<br>  ˝출입이 불가능한 방에 어떻게 드나든다는 거지? 마법이라도 사용하는 건가?˝<br>  ˝마법이 아니라 트릭입니다, 트릭. 착각을 이용하거나 맹점에 착안하는 거죠.˝<br>  ˝흐음…….˝<br>  오가와라 경감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눈치다. 가만 보니 다른 사람들도 영 석연치 않다는 얼굴이었다.<br>  ˝그러니까, 그런 트릭을 이용한 사건이 동서고금을 통해 많이 있었다 이 말이야?˝<br>  경감이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물었다.<br>  ˝그럼요, 많지요. 모르그가의 살인, 노란 방의 비밀, ‘유다의 창‘ ……. 그리고 일본에도 많습니다. 혼징 살인 사건이라든가……. 들어 본 적 없습니까?˝<br><br>추리소설의 시초라고 여겨지는 모르그 가의 살인. 원점으로 돌아가야 할 때 한번 다시 차근히 읽어봐야겠다.<br><br>제로의 초점 - 마쓰모토 세이초, 양억관 역, 이상북스(2011)<br>p.96<br>  책장을 올려다보던 내 눈에 맨 먼저 들어온 것은 『제로의 초점』이라는 소설이었다. 이 세계에도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작가는 존재하는 듯하다. 『눈의 벽』 『푸른 묘점』 『노란 풍토』 『구형 황야』 『살아나는 파스칼』 등의 작품도 있었다. 다만, 시간표 트릭으로 유명한 『점과 선』은 보이지 않았다.<br><br>기록을 찾아보니 2013년에 읽고 내용을 남겨두었다. 사회파를 선호해서가 아니라 그때는 닥치는 대로 읽어서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대작가의 이름값으로만 책을 집어 들었는데.. 다시 읽어보면 어떤 느낌일까?<br><br>저자 - 東野圭吾(1958-)<br><br>원서 - 名探偵の呪縛(1996)<br clear="al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123/51/cover150/899098242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235162</link></image></item><item><author>밥이다탔네</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묵시록 살인사건 - 니시무라 교타로, 이연승 역, 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359891</link><pubDate>Sun, 28 Jun 2026 15: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359891</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92937439&TPaperId=1735989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180/93/coveroff/k492937439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묵시록 살인사건 - 니시무라 교타로, 이연승 역, 블루홀식스(블루홀6)(2024)<br><br>묵시록 살인사건<br><br>줄거리<br>   어느 일요일, 긴자의 거리에 나비 떼가 날아든다. 나비가 처음 나타난 곳에서는 성경 구절을 새긴 팔찌를 찬 청년의 시신이 발견된다. 이후 예고 자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도쓰가와 경부가 이끄는 수사본부는 당황하고 만다. 계속 이어지는 청년 신도들의 자살. 그들 뒤에 존재하는 어둠의 집단. 그곳의 지도자는 과연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젊은이들은 정녕 죽음을 바라는 것일까.<br><br>페이지<br>pp.53-54<br>  ˝이건 순진한 질문일 수 있는데, 기독교에서는 자살을 왜 금하는 겁니까?˝<br>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하나님께서 주신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기 전까지는 함부로 상처 입히거나 생명을 끊는 건 용납되지 않습니다.˝<br>  ˝하지만 예수라는 인물은 스스로 붙잡혀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잖습니까? 그것도 일종의 자살 행위 아닌가요?˝<br>  ˝물론 예수님은 위험을 무릅쓰고 예루살렘에 직접 가서 처형당하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나님의 계시에 따라 예루살렘으로 가신 것입니다. 또 당시에는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인 걸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마가복음에 따르면, 당시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이 자신을 구세주라고 일컫는 게 하나님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신이 구세인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시고 얼마 후 다시 부활하신 것입니다. 그로써 사람들은 예수님이 그리스도, 즉 구세주이심을 알게 되었습니다.˝<br>  ˝그리스도가 구세주라는 뜻인가요? 전 지금껏 예수가 성이고 그리스도가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만.˝<br><br>p.89<br>  ˝야구를 하는 저 젊은이들과 죽은 세 젊은이들 말입니다. 나이는 엇비슷할 테죠. 그런데 왜 그 세 사람은 죽고 눈앞의 저 젊은이들은 야구에 열중할 수 있는 걸까요?˝<br>  ˝같은 젊은이들이야.˝<br>  ˝하지만…….˝<br>  ˝한쪽은 야구에서 삶의 가치를 찾았고 그 세 명은 죽는 것에서 삶의 가치를 찾았을 뿐이겠지.˝<br>  ˝죽음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다니, 저로서는 이해가 안 됩니다.˝<br><br>p.91<br>  ˝세 청년의 죽음이 현대 사회를 향한 항거라고 말하는 자들도 있다던데.˝<br>  혼다가 말을 이었다.<br>  ˝기독교에서는 현대 문명이 조금씩 쇠퇴해 가다가 이후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할 거라고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면 현대는 가장 부패한 시대라 극단적인 기독교 신자들이 항의 표시로 연이어 목숨을 끊는다고 해석해도 이상하지는 않겠지. 기독교에서는 자살을 죄라고 하는데, 가이아나에서 집단 자살한 자들도 기독교인이었고 순교도 일종의 자살이니.˝<br><br>p.102<br>  ˝자네한테 묻고 싶은 게 하나 더 있는데.˝<br>  ˝뭐지?˝<br>  ˝경찰은 이 네 번째 분신자살을 막을 자신이 있나? 따로 기사화하지는 않을 테니 솔직히 말해줘.˝<br>  ˝막고 싶고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야.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그것뿐.˝<br>  ˝모범생 같은 발언이군.˝<br>  ˝그 밖에 다른 할 말이 없으니.˝<br>  ˝도대체 젊은이들이 뭘 위해 연이어 죽는다고 보나?˝<br>  ˝뭔가에 대한 항의. 고무풍선에 붙은 종이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네. 그런데 이번에는 묵시의 시대라는 증거를 보이기 위해서라는군.˝<br><br>p.103<br>  묵시록은 정확히 말하자면 요한 계시록으로 성경의 마지막 장을 뜻한다.<br>  그리고 묵시란 쉽게 말해 예언이라고 할 것이다.<br>  도쓰가와는 성경을 여러 번 읽으며 성경 전체가 예언의 책이라 느꼈다. 구약은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언하고, 신약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부활을 예언하고 있다. 끝에 있는 요한 계시록은 그것들의 종합이라 할 수 있다.<br><br>pp.126-127<br>  ˝그와 동료들 사이에 죽음이라는 게 미화돼 있을지도. 또는 죽어야 한다는 굳센 의무감 같은 게 있을 수도 있지 않겠나.˝<br>  ˝그래서 세 명이 죽고 네 번째가 또 죽으려 한다는 겁니까?˝<br>  ˝혼자보다는 동료가 있는 편이 죽음을 선택하기도 쉬운 법.˝<br>  ˝가이아나에서 일어난 집단 자살 사건처럼 말입니까?˝<br>  ˝아니. 굳이 미국 사례까지 들 필요도 없지. 전쟁 당시 일본을 생각해 보게. 당시 사이판과 티니언에서 일본군 병사들이 집단 자결했고, 심지어 민간인들까지 미군의 항복 권고를 거부하며 바다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랐어. 가미카제 특공대 또한 어떻게 보면 일종의 집단 자살이라 할 수 있겠지. 당시 미국 측 종군 기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 ‘우리는 살기 위해 싸우는데 일본은 죽기 위해서 싸운다‘.˝<br>  ˝하지만 경부님. 지금은 전쟁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잖습니까.˝<br>  ˝그 말도 맞지만 고바야시나 동료들에게는 지금 이 현대 사회가 비정상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 다음 주 일요일 자살 예고에 ‘묵시의 시대‘라고도 적혀 있었으니까.˝<br>  ˝그들은 죽음이 두렵지 않을까요?˝<br>  ˝글쎄. 그렇지는 않을걸. 충동적인 자살이면 모를까, 예고한 죽음이 두렵지 않을 리 없지. 다만 그들에게는 죽음의 공포를 초월한 뭔가가 있다고 보는 수밖에.˝<br>  ˝신앙심 말인가요?˝<br>  ˝그럴 수도 있고, 어쩌면 사명감 같은 것일 수도 있지. 또는 죽음의 공포보다 더 큰 다른 공포가 있을지도. 만약 그렇다면 그게 뭔지 궁금하군. 전시 중 일본인들에게 그것은 살아서 포로가 되느니 죽어야 한다는 규율이었어. 그 규율을 어기는 건 당시 일본인들에게 죽음보다 더 무서운 일이었지. 고바야시 마사히코와 동료들 사이에도 마찬가지로 강력한 어떤 규범이 있고 그 규범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지도 몰라.˝<br><br>pp.167-168<br>  ˝보통 성경에서 가장 좋아하는 말씀을 꼽으라면 산상수훈 같은 걸 꼽지 않습니까? 지금 말씀하신 건 지금껏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br>  도쓰가와가 지적하자 노미야마는 비꼬는 것처럼 웃었다.<br>  ˝그렇겠죠. 산상수훈은 기독교의 달콤한 면을 보여 주니까요. 하지만 기독교, 아니 그걸 넘어 모든 종교의 본질은 원래 가혹합니다.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저는 그 가혹한 면들을 나타내는 말을 더 좋아해요. 절대적인 신앙이라는 건 모든 것을 버렸다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신란의 『단이초』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습니다. 거기 나오는 ‘악인은 더욱 구원받는다‘라는 말 역시 달콤한 말이죠. 하지만 동시에 그는 제자들에게 ‘만약 내가 사람을 죽여라, 그러면 구원받는다고 하면 주저 말고 사람을 죽여라‘라고도 했습니다. 주저한다면 스승을 진정으로 믿지 않는 것이라고 하면서요. 즉, 절대복종을 요구한 겁니다. 그것이 바로 종교의 본질입니다.˝<br><br>p.179<br>  다만 고바야시가 노미야마를 ‘아버지‘라고 불렀을 때의 애처로운 눈빛을 도쓰가와는 기억하고 있었다.<br>  지금 그들을 지배하는 것은 광기일지 모르지만, 누군가를 그토록 믿을 수 있다는 건 어쩌면 행복일 수 있다. 특히 믿음이라는 게 희박해진 현대 사회에서는.<br>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도쓰가와는 황급히 고개를 흔들었다.<br><br>분류(교보문고)<br>소설 &gt; 일본소설 &gt; 미스터리/스릴러소설<br><br>기록<br>2024.09.29(日) (1판 2쇄)<br>『살<br>다.<br><br>한 줄<br>1980년에 이미 도래했던 광기는 지금도 여전히 묵시록의 형태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br><br>오탈자 (1판 2쇄)<br>p.412 밑에서 8번째 줄 <br>손에 → 손에 들고<br><br>확장<br>문학구장 소요 사태<br>2011년 8월 18일, 김성근 감독 경질 사태에 분노한 SK 와이번스 팬들이 경기 직후 그라운드에 난입한 사건. 성숙한 관전 문화가 자리잡지 못했던 20세기에나 일어났을 법한 대규모의 관중 난동이 무려 2010년대에도 또 한 번 재현되었다는 점에서 야구팬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꽤 큰 충격을 안긴 사태였다. 그라운드에다 불을 피웠었던 임팩트로 인해 당시 지역 민방 OBS에서 방영했던 구단 다큐멘터리 제목을 따서 불타는 그라운드 사건이라 불리기도 한다. 난입한 관중들은 유니폼을 불태우고, 이후 불펜 전기차를 타고 폭주하거나 경기장에 놓여 있던 구단 집기나 냉장고 안의 음료수를 무단으로 훔치는 등 심한 난동을 부리다가 20여 분 후 신고를 받고 경찰과 소방차가 출동하자 다시 펜스를 넘어 해산하였다. 21세기 들어 그라운드에 불을 지른 행위는 처음이며, 이 정도로 많은 인원이 난입한 경우도 1990년 잠실야구장 패싸움 사건 이후로 최대 규모였다. 구단 측의 발표에 따르면 소요사태로 인해 약 3500만 원 가량의 피해를 입었다. 한편 덕아웃과 구단 전시물 등도 심하게 훼손되었는데, 민경삼개XX, 신영철개XX, 프런트는 물러가라, 꺼져라 이만수, 유다 등등의 온갖 낙서의 향연이 펼쳐졌다.<br><br>야구장 그라운드에 불을 지르는 건 마산 아재들부터의 야구팬의 유구한 역사인가 봄.<br><br>교단 X - 나카무라 후미노리, 박현미 역, 자음과모음(2017)<br>자살을 예고하고 사라진 여성을 쫓던 주인공이 ‘교단 X‘라는 정체불명의 사이비 종교 단체와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종교가 어떻게 인간의 취약한 내면을 파고들어 파멸시키는지를 아주 강렬하고 흡인력 있게 그려내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br><br>AI가 가장 못하는 게 책 추천이나 내용에 대한 검증이라고 느낀다. 이유는 검색을 한국웹에서 우선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내 입력값을 번역하여 자체 검색엔진에 돌려서 국내에 출간된 내용이 아닌 다른 검색 값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서 돌려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슷한 느낌의 책을 추천해 주라고 하면 유독 환각이 많은데 뻔뻔하게 ‘국내 출간작‘이라고 멘트까지 달아놓고 검색해 보면 없는 책인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찾을 수 있던 책. 읽어봐야지.<br><br>저자 - 西村京太郎(1930-2022)<br><br>원서 - 黙示録殺人事件(1980)<br clear="al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180/93/cover150/k49293743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1809313</link></image></item><item><author>밥이다탔네</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반쪼가리 자작 - 이탈로 칼비노, 이현경 역, 민음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359522</link><pubDate>Sun, 28 Jun 2026 10:5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35952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2419&TPaperId=1735952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655/39/coveroff/8937462419_2.jpg" width="75" border="0"></a>&nbsp;<br/><br/>반쪼가리 자작 - 이탈로 칼비노, 이현경 역, 민음사(2010)<br><br>반쪼가리 자작 (세계문학전집 241)<br><br>줄거리<br>  전쟁으로 인해 몸이 산산조각이 난 메다르도 자작. 불행 중 다행으로 야전 병원 의사들이 몸뚱어리를 이리저리 꿰매어 살려냈지만, 그것은 반쪽에 불과했다. 자작은 반쪽 몸으로 고향에 돌아오지만 이 반쪽은 ‘악’한 부분만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로지 ‘선’으로만 존재하는 반쪽 자작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 반쪽 자작들은 ‘파멜라’라는 소녀를 동시에 사랑하게 되는데….<br><br>페이지<br>p.8<br>  그 무렵 외삼촌은 갓 청년기에 접어들었다. 선과 악이 뒤섞인 막연한 감정들이 혼란스럽게 터져 나오는 시기였다. 그 나이에 우리는 새로운 모든 경험, 무시무시하거나 비인간적인 경험까지도 삶에 대한 불안하면서도 따뜻한 애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br><br>p.60<br>  ˝온전한 것들은 모두 이렇게 반쪽을 내 버릴 수 있지.˝<br>  바위 위에 머리를 기대고 누운 외삼촌이 꿈틀거리는 반쪽짜리 낙지들을 쓰다듬으면서 문득 말했다.<br>  ˝그렇게 해서 모든 사람들이 둔감해서 모르고 있는 자신들의 완전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야. 나는 완전해. 그리고 내게는 모든 것들이 공기처럼 자연스럽고 막연하고 어리석어 보여. 나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건 껍질에 지나지 않았어. 우연히 네가 반쪽이 된다면 난 너를 축하하겠다. 애야, 넌 온전한 두뇌들이 아는 일반적인 지식 외의 사실들을 알게 될 거야. 너는 너 자신과 세계의 반쪽을 잃어버리겠지만 나머지 반쪽은 더욱 깊고 값어치 있는 수천 가지 모습이 될 수 있지. 그리고 너는 모든 것을 반쪽으로 만들고 너의 이미지에 맞춰 파괴해 버리고 싶을 거야. 아름다움과 지혜와 정당성은 바로 조각난 것들 속에만 있으니까.˝<br><br>p.88<br>당신은 너무 허약한 것 같군요. 그리고 온갖 나쁜 짓이란 짓은 다 저지르는 당신의 사악한 반쪽에 대해 분노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동정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요.˝<br>  ˝어떻게 그렇지 않을 수 있겠어? 인간이 반쪽이 된다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알거든. 그를 동정하지 않을 수 없어.˝<br>  ˝그러나 당신은 달라요. 당신도 약간 균형을 잃었지만 당신은 선한걸요.˝<br>  그러자 착한 메다르도가 말했다.<br>  ˝아, 파멜라. 이건 반쪽짜리 인간의 선이야. 세상 모든 사람들과 사물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야. 사람이든 사물이든 각각 그들 나름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이지. 내가 성한 사람이었을 때 난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귀머거리처럼 움직였고 도처에 흩어진 고통과 상처들을 느낄 수 없었어. 성한 사람들이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도처에 있지. 반쪼가리가 되었거나 뿌리가 뽑힌 존재는 나만이 아니야, 파멜라. 모든 사람들이 악으로 고통받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리고 그들을 치료하면서 너 자신도 치료할 수 있을 거야.˝<br><br>pp.108-109<br>  그러나 외삼촌의 목표는 조금 더 먼 곳에 있었다. 그는 문둥병 환자들의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도 치료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는 항상 문둥이들 틈에 섞여서 도덕적인 행동을 했고, 가까이에서 그들의 일을 함께 했고, 그들의 부도덕한 행동에 분개했고, 그들에게 설교를 했다. 문둥병 환자들은 그의 존재를 견딜 수가 없었다. 버섯 들판의 행복하고 방탕한 시절은 끝나 버렸다. 한쪽 다리로 지탱하고 서 있는 이 인물, 검은색 옷을 입고 격식과 지각을 갖춘 바로 이 야윈 인물 때문에,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지 않으면서 광장에서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시에 그런 유희와 더불어 표출하던 적의나 원한 같은 감정도 발산해 낼 수 없었다. 음악 역시 쓸모없고 음탕할 뿐이라고 그가 꾸짖었기 때문에 그들의 짜증만 불러일으켰다. 그들의 이상한 악기들에는 먼지가 쌓였다. 떠들고 놀면서 감정을 발산해내지 못하게 된 문둥이 여자들은 갑자기 밝은 태양 앞에서 자신들의 병을 발견하여 밤이면 밤마다 절망에 눈물로 지새웠다.<br>  ˝악한 반쪽보다 착한 반쪽이 더 나빠.˝<br>  버섯 들판에서는 이런 말들이 들리기 시작했다.<br><br>분류(교보문고)<br>소설 &gt; 그외유럽소설 &gt; 이탈리아소설<br><br>기록<br>2026.06.24(水) (2판 1쇄)<br>한<br>까.<br><br>한 줄<br>귀여운 건 나눌 수 없다<br><br>오탈자 (2판 1쇄)<br>p.8 위에서 8번째 줄, p.28 위에서 4번째 줄, 밑에서 5번째 줄, p.40 밑에서 4번째 줄, p.44 밑에서 7번째 줄, p.85 위에서 5번째 줄, p.88 밑에서 5번째 줄<br> 들 → 들(붙여쓰기)<br>p.28 밑에서 1번째 줄<br>해 댔다 → 해댔다<br>p.48 밑에서 3번째 줄<br>밀사일지로 → 밀사일지도<br>p.119 위에서 10번째 줄<br>각 지게 → 각지게<br><br>확장<br>다람쥐 가족<br>p.68<br>그리고 아침에 무시무시하게도 자기 배 위에서 피에 젖은 작은 시체를 발견했다. 다른 것들처럼 길게 잘린 다람쥐 반쪽이었는데 황갈색 꼬리는 고스란히 남아있었다.<br>  ˝이 일을 어째……. 저 자작은 나를 살려 두지 않을 거예요.˝<br>  그녀는 부모에게 말했다.<br>  부모는 천천히 다람쥐 시체를 살펴보았다.<br>  ˝그렇지만 꼬리는 완전하게 남았구나. 아마도 좋은 뜻일 게다.˝<br>  아빠가 말했다.<br>  ˝아마 그가 착해지기 시작한 모양이구나.˝<br>  엄마가 말했다.<br>  ˝자작은 항상 두 쪽을 냈잖니? 하지만 다람쥐에서 제일 예쁜 것은 꼬리라고. 그걸 생각한 거야.˝<br><br>귀여운 건 나눌 수 없다<br><br>콧구멍은 왜 두 개일까? (코는 하나인데...?) - 과학을보다(2026)<br>귀는 이해하겠는데 왜 콧구멍은 두 개지?<br><br>저자 - Italo Calvino(1923-1985)<br><br>원서 - Il visconte dimezzato(1952)<br clear="al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655/39/cover150/8937462419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553926</link></image></item><item><author>밥이다탔네</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코뿔소 - 외젠 이오네스코, 박형섭 역, 민음사(20...</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359362</link><pubDate>Sun, 28 Jun 2026 08: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35936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4225&TPaperId=1735936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286/44/coveroff/8937464225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코뿔소 - 외젠 이오네스코, 박형섭 역, 민음사(2023)<br><br>코뿔소 (세계문학전집 422)<br><br>줄거리<br>  어느 지방 소도시의 광장.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한가롭게 주말을 즐기는 가운데 느닷없이 야수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코뿔소. 커다란 코뿔소가 사람들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자 광장은 일순간 아수라장이 된다. ‘우리가 본 것이 정말 코뿔소인가?’ ‘모두 몇 마리인가?’ ‘어떤 종인가?’ 코뿔소가 사라진 뒤 사람들은 방금 본 것의 정체에 대해 난상 토론을 벌이지만 극심한 불안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다. 극도의 공포 속에서 코뿔소의 정체를 밝히는 데 실패한 사람들은 코뿔소에게 짓밟힌 고양이 한 마리를 주목한다. 한 주부가 애지중지 안고 다니던 고양이가 난리 통에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어떤 논리적인 설명으로도 이 슬픔을 감당할 수 없다고 느낀 사람들은 그제야 ‘고양이가 죽음을 당했다는 걸 허용할 수 없다며’ 한목소리를 낸다. 허용할 수 없다면, 이제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 사람들은 이 마지막 질문을 생략한 채 제각기 흩어진다. 한편 현장에서 코뿔소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코뿔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코뿔소를 목격한 이들과 이를 두고 헛것을 보았거나 정치적인 모략이라고 주장하는 이들 사이에 ‘모두 몇 마리인가?’ ‘뿔이 몇 개인가?’ 하는 현학적인 논쟁이 다시 불붙기 시작하는데……. 이 논쟁은 눈앞에서 말다툼하던 상대가 검푸른 색의 코뿔소로 변하는 순간까지 계속된다.<br><br>페이지<br>p.67<br>……좀 논리적이긴 한데……. 그렇지만 고양이가 우리 앞에서 코뿔소에게 짓밟혀 죽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그놈이 뿔이 하나든 둘이든, 아시아 코뿔소든 아프리카 코뿔소든 상관없이 말이야.<br><br>p.99<br>보타르, 이 사건엔 어떤 특별한 의미도 없어요. 그저 코뿔소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게 전부죠. 그밖에 다른 뜻이 없잖아요.<br><br>p.177<br>데이지        혹시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br>베랑제        그런 생각 하지 마. 후회 같은 건 소용없어. 죄의식은 위험해. 우리 식대로 살면 돼. 행복하게 말이야……. 우린 행복할 권리가 있어. 그들은 그렇게 악하지 않아. 우리도 그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니, 우릴 가만히 내버려 두겠지.<br><br>pp.187-188<br>저런, 내가 괴물이라니, 내가 괴물이라니! 원통해, 코뿔소로 변할 수 없다니, 결코, 결코……! 난 변할 수가 없어. 하지만, 코뿔소가 되길 원해! 기꺼이 원하지만, 그럴 수가 없어. 부끄러워서 내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그는 거울을 등진다.) 내 모습은 얼마나 추한가! 원래의 자기 모습을 지키려는 사람은 얼마나 불행한가! (그는 갑자기 펄쩍 뛴다.) 아냐, 그럴 순 없어! 난 그들에 맞서 나 자신을 방어할 거야! 내 총, 총이 어디 있지! (그는 코뿔소 머리들이 고정되어 있는 무대 안쪽을 향해 돌아서서 외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에 맞서서 나를 방어하겠어! 난 최후의 인간으로 남을 거야. 난 끝까지 인간으로 남겠어! 항복하지 않겠어!<br><br>분류(교보문고)<br>소설 &gt; 그외유럽소설 &gt; 그외유럽소설<br><br>기록<br>2026.06.20(土) (1판 1쇄)<br>최<br>도.<br><br>한 줄<br>외눈박이 섬에 사는 두눈박이 원숭이는 비정상<br><br>오탈자 (1판 1쇄)<br>p.13 밑에서 4번째 줄 <br>의자 들이 → 의자들이<br>p.114 밑에서 3번째 줄<br>행해 → 향해<br><br>확장<br>코뿔소 울음소리 [실제모습]<br>p.187<br>그들의 노래는 얼마나 멋진가! 좀 거칠지만 확실히 매력 있어! 그들처럼 할 수만 있다면! (그는 코뿔소를 모방하려고 애쓴다.) 아, 아, 브르르! 아니야, 이게 아니야! 다시 한번 해 보자! 좀 더 강하게! 아, 아, 브르르! 아니야, 아니야, 이게 아니야. 너무 약해! 이렇게 힘이 없어서야! 코뿔소 울음에 도달할 수가 없지 그저 큰 소리로 외치고 있을 뿐이야. 아, 아, 브르르!<br><br>작가가 표현한 코뿔소 울음소리는 브르르였지만 실제 울음소리는 글쎄? 작가는 코뿔소 울음소리를 들어보고 이 희곡을 썼을까? 방구석에 누워서 코뿔소 울음소리도 들어볼 수 있고 참 세상이 좋아졌다.<br><br>안재욱 결혼식<br>p.19<br>베랑제      오귀스트의 생일잔치가 있었어. 왜, 우리들의 친구 있잖아…….<br>       장      우리들의 친구, 오귀스트라고? 나는, 그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않았는데……. 우리들의 친구라니…….<br><br>모르는데 어떻게 가요!<br><br>저자 - Eugène Ionesco(1909-1994)<br><br>원서 - Rhinoceros(1959)<br><br>구판 - 코뿔소(2002)<br clear="al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2286/44/cover150/893746422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2864494</link></image></item><item><author>밥이다탔네</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 - 아난요 바타차리야,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357749</link><pubDate>Sat, 27 Jun 2026 08:2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357749</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275163&TPaperId=173577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444/92/coveroff/8901275163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 - 아난요 바타차리야, 박병철 역, 웅진지식하우스(2023)<br><br>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 (20세기 가장 혁명적인 인간, 그리고 그가 만든 21세기)<br><br>줄거리<br>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디지털 컴퓨터, 전 세계에 드리워진 핵전쟁의 지정학과 빠르게 진화하는 인공지능(AI)은 물론 자기복제 우주선까지, 21세기 삶의 토대가 된 굵직한 아이디어들이 모두 한 천재 과학자의 머릿속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 주인공은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 중 한 명인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이다. 1903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그는 8살에 미적분을 마스터하고, 양자역학의 수학적 기초를 다지는 데 기여했으며,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요청으로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와 원자폭탄의 설계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게임이론’으로 냉전시대 지정학과 현대 경제 이론의 기초를 세우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최초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디지털 컴퓨터 ‘EDVAC’을 만들어 ‘현대 컴퓨터의 아버지’가 되었으며, 자기복제기계의 잠재력을 예언하기도 했다. 프린스턴 고등연구소(IAS) 시절, 동료들은 그를 당대의 천재로 꼽히던 아인슈타인과 괴델을 제치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두뇌’라고 불렀다. 저자 아난요 바타차리야는 아인슈타인이나 리처드 파인만에 비해 역사적으로 덜 알려진 존 폰 노이만의 드넓은 학문적 성과와 그가 인류에 공헌한 업적을 재평가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통해 20세기 과학사를 생생하게 구현해냈다. 노이만을 중심으로 ‘20세기 과학기술의 벨 에포크(belle époque) 시대’를 수놓은 천재들의 지적 교류와 창발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br><br>페이지<br>p.23<br>  코딱지만 한 나라에서 어떻게 걸출한 수학자와 과학자가 그토록 많이 배출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화성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지만, 한 가지 가설에는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우리가 화성인이라면, 우리 중 하나는 아예 다른 은하에서 온 별종 중의 별종이다.˝ 1963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헝가리 태생의 미국인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Eugene Wigner는 이 수수께끼 같은 ‘헝가리 현상’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헝가리 사람도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슷해요. 단, 설명이 필요한 딱 한 사람이 있는데, 그가 바로 존 폰 노이만입니다.˝<br><br>p.65<br>  열아홉 살의 노이만은 자신보다 나이가 두 배쯤 많은 수학자들과 교류하면서 심혈을 기울여 박사학위 논문을 써내려갔고, 1922년~1923년 사이에 논문의 초안을 집합론의 대가인 아브라함 프렝켈Abraham Fraenkel에게 보냈다. 프렝켈은 그때의 일을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요하네스 폰 노이만…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이름이었다. 논문 제목은 「집합론의 공리화The Axiomatization of Set Theory」였는데, 모든 내용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발톱만으로 사자를 알아보듯이ex ungue leonem‘ 뛰어난 걸작임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이 표현은 스위스의 수학자 요한 베르누이Johann Bernoulli가 생전 들어본 적 없는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의 원고를 읽고 제일 먼저 했던 말이다.)<br><br>p.100<br>  노이만은 희한하기 그지없는 양자역학에 별다른 적개심을 갖지 않았다. 말끝마다 트집을 잡았던 아인슈타인보다는 훨씬 너그러웠다. 단지 노이만은 양자역학의 저변에 깔려 있는 이중성이 어떤 모순을 낳는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 다행히도 이중성은 아무런 모순도 낳지 않았다. 양자계와 고전계의 경계선을 어디에 설정하건, 관측자가 얻는 답은 항상 같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노이만은 이 경계선을 관측자의 몸 안 깊숙한 곳, 심지어는 자각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까지(그곳이 어디이건) 옮길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경계는 오늘날 ‘하이젠베르크 절단선Heisenberg cut’으로 알려져 있는데, 좀 더 공정하게 말하면 ‘하이젠베르크-노이만 절단선’으로 불러야 옳다.”<br><br>p.209<br>  ENIAC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태어난 전쟁 기계였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다른 용도가 부각되자 기계의 존재 이유가 가장 큰 단점으로 떠올랐다. 프로젝트 팀원 중 이 문제를 가장 정확하게 간파한 사람은 노이만이었다. 팀원뿐만 아니라, 그만큼 잘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을 수시로 바꿀 수 있는 유연한 컴퓨터˝의 설계도가 이미 노이만의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었다는 점이다.”<br><br> p.299<br>  노이만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인간의 막연한 욕망과 편애적 성향에 숫자를 할당하는 엄밀한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게임이론』이 출간되고 60여 년이 지난 2011년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이 책을 가리켜 ˝사회과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이론이 담긴 책˝이라고 했다. 『게임이론』이 출간된 후 이론의 핵심인 ‘효용이론’과 ‘합리적 계산’의 개념은 상아탑을 넘어 모든 분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br><br>p.466<br>  노이만의 세포 오토마타는 이 분야에 등장한 모든 이론의 씨앗이 되었으며, 생명을 창조하겠다고 나선 용감한 개척자들에게 번뜩이는 영감을 불어넣었다. 그가 끝내 완성하지 못한 운동형 오토마타kinematic automaton도 결실을 맺었다. 존 케메니가 노이만의 아이디어를 일반 대중에게 소개한 직후에 한 무리의 과학자들이 그와 같은 장치를 컴퓨터가 아닌 현실 세계에 구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만든 장치는 생명체처럼 부드러운 재질이 아니라, 주로 볼트와 너트로 이루어진 딱딱한 기계였다.<br><br>pp.482-483<br>  노이만이 세포 오토마타 이론에 대해 첫 강의를 한 지 거의 70년이 흘렀지만, 그 의미는 지금도 계속 연구되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나노머신과 자가 건설 달 기지, 그리고 ‘만물의 이론‘의 기초가 될 것이다. 튜링머신은 추상적인 수학에서 출발하여 현실 세계에 등장할 때까지 몇 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노이만이 상상했던 자기복제 기계는 아직 구현되지 않았다. 아니, 혹시 이미 만들어진 건 아닐까?<br>  1981년에 천문학자 로버트 제스트로Robert Jastrow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컴퓨터란 순수한 사고思考만으로 진행되는 새로운 형태의 삶이다. 그런데 인간은 그런 컴퓨터에게 전력과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인간이 컴퓨터를 돌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컴퓨터의 재생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따라서 인간은 컴퓨터의 번식을 수행하는 생식기관인 셈이다.˝<br>  그의 말은 거의 옳았다.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지금, 전 세계에는 20억 대의 컴퓨터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막강한 번식력을 능가하는 새로운 오토마타가 등장했으니, 그것은 바로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스마트폰이다. 이 기계는 2014년에 전 세계 인구수를 추월했고, 지금 사용 중인 SIM 카드는 100억 개가 넘는다. 2019년 한 해 동안 15억 개가 넘는 스마트폰이 팔려나갔다. 증가율로 따져도 인구 증가율보다 10배 이상 빠르다. 지금은 이 많은 SIM 카드를 인간이 사용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는 동안, 이 기계도 자기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있기 때문이다.<br><br>pp.493-494<br>  노이만의 몸을 잠식하던 암이 어느새 뇌까지 도달했다. 그는 잠결에 헝가리어로 잠꼬대를 했고, 병실을 지키던 군인들을 불러서 ˝본부에 급히 전할 메시지가 있다˝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지구에서 가장 예리했던 한 사람의 지성은 그렇게 서서히 저물어갔다. 마지막 순간에 노이만은 마리나에게 ˝7+4˝ 같은 단순한 산수 문제를 내달라고 부탁했는데, 마리나가 던진 몇 개의 문제에 노이만은 하나도 답하지 못했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마리나는 눈물을 흘리며 병실 밖으로 뛰어나갔다.<br><br>pp.556-557<br>  이 책의 주인공 존 폰 노이만이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의 휴게실에서 쉬고 있을 때 한 젊은 수학자가 다가와 위의 문제를 내주었다. 그리고 몇 초 후, 두 사람 사이에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고갔다.<br><br>  ˝당연히 500미터지. 너무 쉽잖아.˝<br>  ˝역시 대단하시네요. 무한등비수열 대신 시간을 이용해서 푸신 거죠?˝<br>  ˝어라? 그런 방법도 있었네?˝<br><br>  그렇다. 노이만은 그 복잡한 계산을 단 몇 초 만에 해낸 것이다. 이 일화는 프린스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과학자들 사이에 전설처럼 전해오고 있다. 물론 계산이 빠르다고 해서 반드시 뛰어난 과학자가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모든 면에서 유리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컴퓨터의 속도가 별로 빠르지 않았던 시절, 컴퓨터에게 ˝2의 거듭제곱수(2n) 중 1,000의 자리가 7이면서 가장 작은 수를 계산하라˝고 시켜놓고, 노이만이 암산으로 컴퓨터보다 빨리 답을 알아냈다는 일화도 있다(답: 221=2,097,152).<br>  두말할 것도 없이 노이만은 계산의 천재다. 그러나 노이만에게 이런 일화가 유독 많은 것은 보통 사람들이 천재의 수준을 가능할 때 이런 단순 계산 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일화 때문에 노이만의 진가가 오히려 퇴색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가 머리 회전이 빠르고 기억력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7개 언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했고, 유명한 문학작품과 백과사전을 통째로 외우고 다녔다). 아인슈타인이나 괴델 같은 천재들 사이에서도 ‘찐천재‘로 통했던 이유는 보통 사람들의 머리로 상상하기 어려운 탁월한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노이만이 열아홉 살(1922년) 때 완성한 박사학위 논문 「집합론의 공리화The Axiomatization of Set Theory」는 집합론의 기초를 견고하게 다지고 러셀의 역설을 피해가는 방법까지 제시한 당대의 걸작으로 남아있다.<br><br>분류(교보문고)<br>과학 &gt; 교양과학 &gt; 과학이야기<br><br>기록<br>2026.06.17(水) (초판 1쇄)<br>한<br>다.<br><br>한 줄<br>모든 내용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발톱만으로 사자를 알아보듯이ex ungue leonem‘ 뛰어난 걸작임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br><br>오탈자 (초판 1쇄)<br>p.26 밑에서 3번째 줄<br>뮬론 → 물론<br>p.57 위에서 11번째 줄<br>수 → 수(글자 크기 작게)<br>p.172 밑에서 9번째 줄<br>비로 → 바로<br>p.324 밑에서 8번째 줄<br>위체 → 위에<br>p.348 밑에서 8번째 줄<br>찾을 있다 → 찾을 수 있다<br>p.388 위에서 4번째 줄 <br>사화과학 → 사회과학<br>p.473 밑에서 10번째 줄 <br>직업을 → 작업을<br>p.483 위에서 8번째 줄<br>중안 → 중인<br>p.492 밑에서 3번째 줄<br>의연하셨잖 아요 → 의연하셨잖아요<br>본안 → 본인<br>심란해하 세요 → 심란해하세요<br>p.556 밑에서 9번째 줄 <br>거 죠 → 거죠<br>p.557 위에서 8번째 줄<br>이인슈타인 → 아인슈타인<br><br>확장<br>듣기만 해도 이해되는 양자역학 한 방에 정리👊 - 범준에 물리다(2023)<br>한 방에 이해될리가 없다..<br><br>‘폰노이만‘은 과학자들이 인정한 천재 of 천재이다!? [안될과학 - 랩미팅 16화] - 안될과학 Unrealscience(2020)<br>pp.556-557<br>컴퓨터의 속도가 별로 빠르지 않았던 시절, 컴퓨터에게 ˝2의 거듭제곱수(2n) 중 1,000의 자리가 7이면서 가장 작은 수를 계산하라˝고 시켜놓고, 노이만이 암산으로 컴퓨터보다 빨리 답을 알아냈다는 일화도 있다(답: 221=2,097,152).<br>  두말할 것도 없이 노이만은 계산의 천재다. 그러나 노이만에게 이런 일화가 유독 많은 것은 보통 사람들이 천재의 수준을 가능할 때 이런 단순 계산 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일화 때문에 노이만의 진가가 오히려 퇴색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가 머리 회전이 빠르고 기억력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7개 언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했고, 유명한 문학작품과 백과사전을 통째로 외우고 다녔다). 아인슈타인이나 괴델 같은 천재들 사이에서도 ‘찐천재‘로 통했던 이유는 보통 사람들의 머리로 상상하기 어려운 탁월한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br><br>범인의 시각으로 천재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이런 사례들밖에 없다. 연구업적에 대해 말해봐야 일반인은 알아들을 수가 없을 테니. 과학 커뮤니케이터나 역사 강사들이 연구자, 학자들보다 유명해지는 것도 비슷한 경우 같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그들 또한 대중에 의해 필요해서 탄생했고 시대와 대중에 맞는 똑똑한 선택을 한 사람들이지만 본질은 연구자들에게 있다는 걸 잊지 말자.<br><br>저자 - Ananyo Bhattacharya(????-)<br><br>원서 - The Man from the Future: The Visionary Life of John von Neumann(2022)<br clear="al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2444/92/cover150/890127516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4449215</link></image></item><item><author>밥이다탔네</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 야마구치 마사야, 김선영 역...</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357687</link><pubDate>Sat, 27 Jun 2026 06:4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357687</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56843&TPaperId=1735768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81/59/coveroff/8952756843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 야마구치 마사야, 김선영 역, 시공사(2009)<br><br>살아있는 시체의 죽음<br><br>줄거리<br>  미국 북동부의 시골 마을 툼스빌(묘지 마을). 발리콘 가家가 운영하는 유서 깊은 장례회사 ‘스마일리 공동묘지’가 위치한 그곳에서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때마침 아버지 몫의 유산을 받기 위해 툼스빌로 돌아온 펑크족 청년 그린 발리콘은 할아버지의 초콜릿을 먹고 사망하지만 곧 소생한다. 그린은 자신의 몸을 방부 처리하여 죽음을 숨긴 채 친척들의 뒤를 캐어 진실을 파헤친다. 그러던 중 발리콘 가 사람들이 연이어 살해되는데……. 자신을, 아니 할아버지를 죽이려던 자는 누구인가. 시체가 되살아나는 지금, 범인은 왜 사람을 죽여야만 하는 것인가. 산 자는 물론 죽은 이까지 용의자로 생각해야 하는 세계에서 과연 그린은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br><br>페이지<br>pp.93-95<br>    ˝흠, 죽은 자의 부활이라. 그건 확실히 복잡한 문제로군. 우선 상속이라는 건 말이지, 피상속인이 사망한 시점에서 시작되거든. 상속 문제에서 사망에 대한 견해는 몇 가지가 있어서. 예를 들어 일정기간 피상속인이 실종되어 실종 선고가 내려졌을 경우에는 비록 본인이 살아 있어도 사망으로 간주하고, 또한 시체가 없어도 재해 등으로 죽었다는 사실이 확실하다면 이른바 인정 사망이라고 간주하는 경우도 있다네. 하지만 이런 특별한 경우 외에는 임상적인 사망, 즉 심장이나 뇌파의 정지 시점, 사망 진단서에 적힌 사망 시점이 상속 개시 시각이 되지. 우리는 지금까지 법적으로 그것을 ‘죽음‘이라고 정했네. 그런데 어떤가? 요즘 사건에서는 임상적인 사망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줄줄이 되살아나는데, 듣자하니 사고 능력도 살아 있는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다지?˝<br>    ˝살아 있는 시체라는 건가?˝<br>    ˝그렇다네. 그게 복잡해. 살아 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딱 그 중간에 있는 존재.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되어 살아 있는 시체가 증가한다면 미국 법률가들의 절반은 정신과에서 긴 의자에 드러눕고, 나머지 절반은 낡은 법률서를 물어뜯으며 사고방식을 바꿔야만 하겠지.˝<br>    ˝어떻게 바꾼다는 말이지?˝<br>    ˝이를테면 완전한 사망, 다시 말해 육체가 썩어 문드러지거나 티끌로 환원되는 때를 법적인 죽음으로 인정한다든가 하는 것이지. 임상적인 죽음이 아니라, 어느 누구도 반론할 수 없는 완벽한 사멸이 아니라면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걸세.˝<br>    ˝살아 있는 시체의 법적 사고 능력은 인정할 수 없는 건가?˝<br>    ˝이보게. 난 미네르바 신이 아니라 일개 변호사야 그런 어려운 질문에는 간단히 대답할 수 없네. 생전과 다름없는 정신 활동을 하는 시체들도 있다니까 금치산자로 취급할 수도 없을 테고, 당장 그들을 법적 무능력자라고 판단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육체는 죽음의 과정 속에 있고, 며칠 후나 아니면 몇 달 후에는 분명 썩어 없어질 거야. 과연 그런 자들에게 법적 사고 능력을 인정해줘도 될지……. 사회적 혼란은 피할 수 없을테니 말일세.˝<br>    ˝산 자와 죽은 자,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건가?˝<br>    ˝가장 귀찮은 문제는 말할 것도 없이 유산 상속이겠지. 때때로 실종이나 재해로 인정 사망 판결을 받은 사람이 불쑥 돌아와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앞으로는 되살아난 시체가 유언을 바꾸겠다고 하는 경우도 생각해야만 해. 이건 골치 아프군. 살아 있는 시체가 생전의 유언을 순순히 인정하면 문제가 없을 텐데 말이야.˝<br><br>p.170<br>    ˝돌랜드의 의학사전에서는 생명의 정의를 ‘생명 현상의 집합체‘로 보았단다. 생명 현상이란 아까 말했던 호흡이나 반사 같은 것들이지. 현재 인류의 생사 판정은 이 생명 현상의 유무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br>    ˝그럼 생명 그 자체의 유무를 의학적으로 인식할 수는 없는 건가요?˝<br>    ˝도저히 불가능하겠지. 죽음의 정의를 묻는다면 대개의 생물학자들은 ‘생명의 결여‘라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생명의 정의가 무어냐고 물으면, 현역 생물학자 수만큼 많은 대답이 돌아올뿐더러 그 본질은 하나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게 실정이란다. 게다가 그들이 말하는 생명의 정의에는 대개 그 본질에 접근하는 중요한 단어가 결여되어 있지…….<br>    ˝그게 뭔데요?˝<br>    그린은 점차 허스 박사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br>    ˝죽음이다. 생명이 없는 물질에서 생명이 발생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죽음이라는 단어로 생명을 설명하려 들지 않아. 자연계에서 죽음이란 평형상태이자, 생명 활동에 필요한 외부로부터의 보급이 사라졌을 때 모든 생명이 도달하는 자연스러운 상태지. 그러니 말이다, 논리적으로 말하면 생명의 정의는 ‘죽음의 결여‘가 될 게다.˝<br>    ˝논리적이라기보다 역설적인 얘기로군요.˝<br><br>p.174<br>    인간은 다들 자기가 인생이라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줄 알고 있다. 사회적인 상호관계에서는 조연을 담당하는 사람도 자기 내부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주역이다. 주역은 다소 힘든 일이 있어도 언젠가는 해피엔딩을 맞이하고, 더군다나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죽는 일도 없다. 사람들은 그렇게 믿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린도 지금까지 근거 없이 그렇게 믿으며 살아왔다.<br>    그런데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었다. 주역이 도중에 죽어 무대에서 굴러떨어지는 일도 있는 것이다.<br>    그린은 생각했다.<br>    ‘주인공이 죽은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br><br>pp.438-439<br>    ˝그래, 죽은 자가 되살아나는 기묘한 세상. 우리는 죽은 자의 부활이라는 전대미문의 복잡한 요소를 추리 속에 짜 맞춰야만 한다. 그게 혼란의 최대 원인이지.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어떻게 추리할지 알고 있다는 말도 되지.˝<br>    ˝무슨 뜻이죠?˝<br>    ˝다시 말해 우리는 좀 더 죽은 자의 심리를 파악해야만 한다는 게야. 그들은 어쩌면 살아 있는 사람들이 짐작도 못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그들의 그런 심리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적임자는…….<br>    ˝살아 있는 시체인 나라고요?˝<br><br>pp.511-512<br>    그린은 기다리다 지쳤다는 얼굴로 서 있는 그 조문객들을 바라보며, 문득 미국에서는 어째서 엠바밍이라는 행위를 하는지 생각해보았다.<br>    미국인들이 정성 들인 사화장으로 죽은 자를 되살리는 것은 단순히 멀리서 찾아오는 조문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저변에는 역시 죽음이라는 부정不淨을 두려워하고 은폐하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한편 그와는 반대로 죽은 자를 상냥하게 달래려는 진혼 심리도 있었을 것이다. 혹은 육체의 부활을 믿는 기독교적 신조도 있었을지 모른다. 어쨌든 뭐든지 패키지 상품으로 만들어온 미국의 산업은 분명 그들 미국인들의 심성을 통째로 집어삼켜 통제하고 있다.<br><br>pp.613-614<br>    하지만 어찌 보면 살아 있는 나머지 사람들이 시체보다 더 비참한 상태였다. 이미 밤이 깊었고, 충격적인 사건의 연속으로 그들은 지치고 기운이 바닥났다. 그런 모습을 본 그린은 새삼 살아있다는 것은 조금씩 죽어간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br>    ‘그런 의미에서 이 방에 있는 사람들 모두 살아 있는 시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몰라…….‘<br>    살아 있는 시체들이 무덤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아직 이 세상에 미련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골머리가 지끈지끈한 사건의 진상을 알기 전에는 안심하고 잠들 수 없는 것이다.<br><br>p.636<br>    ˝우리도 다들 마찬가지일세. 삶과 죽음은 표리일체表裏一體. 삶을 생각하는 일은 죽음을 생각하는 일, 죽음을 생각하는 일은 삶을 생각하는 일. 우리도 다들 살아 있는 시체라네. 되살아난 시체들은 중세의 트란지 입상처럼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는 게야. 삶과 현세에 아무리 집착한들 언젠가는 이렇게 티끌이 되고 만다고 말일세. 이게 바로 20세기의 ‘메멘토 모리‘ 아니겠나. 우리 모두 집행유예 중인 시체에 지나지 않는다네.˝<br><br>분류(교보문고)<br>소설 &gt; 일본소설 &gt; 미스터리/스릴러소설<br><br>기록<br>2024.12.11(水) (초판 1쇄)<br>본<br>다.<br><br>한 줄<br>내 취향은 아니지만 고전 명작<br><br>오탈자 (초판 1쇄)<br>못 찾음<br><br>확장<br>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 조지 A. 로메로(1968)<br>조지 A. 로메로의 시체 시리즈 1편으로 좀비 영화계의 기념비적인 명작이다. 원제는 Night of the Living Dead로 The Night of Flesh Eater라는 제목도 있다. 원래는 드라이브 인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 저예산 독립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개봉 직후, 센세이션적인 인기를 끌어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여 11만 4천 달러의 제작비로 전세계적으로 3천만 달러가 넘는 흥행을 거두었다.<br>저예산 독립영화답게 흑백으로 촬영했고 배경도 지극히 한정되어 묘지, 집 한채, 동네 주변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다. 출연진들의 경력은 배우 지망생이나 광고 엑스트라, 연극 배우 정도이며, 좀비로 등장하는 엑스트라들은 무보수로 모집한 이웃들이다. 소품이나 배경이 되는 집도 거의 빌린 것이며 대부분의 좀비들의 분장도 그냥 보면 좀비가 아니라 괴한들로 생각될 정도로 촌스럽다못해 아예 분장을 안한 수준이다.<br>최초의 좀비 영화는 아니지만, 그 뒤로 등장한 모든 좀비 영화의 시조 격이 되어버린 전설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좀비 영화는 이 영화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 좀비 장르 뿐만 아니라 공포 영화사, 나아가 영화사 자체에서도 걸작으로 회자되는 작품이다. 개혁파, 보수파, 흑백 갈등, 반공 이데올로기, 베트남전 등 당시 미국에 있던 모든 갈등 상황을 극적인 상황으로 은유했다. 더욱 대단한 것은 영화에서 극찬받는 점들의 대부분이 의도한 것이 아닌 우연의 산물이라는 것도 있다. 남주인공이 흑인인 것은 모집한 연기자들 중 가장 연기력이 뛰어난 사람을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고, 좀비의 등장도 제작진들이 좋아하던 SF 영화 지구 최후의 사나이와 바디 스내처에서 따왔으며, 통념과 상식을 뒤엎는 스토리는 원래 각본이 블랙 코미디로 써졌기 때문이다. 흑백 영화지만 잔혹하고 소름끼치는 묘사도 일품이다. 오히려 흑백이라서 촌스러웠을 법한 특수효과가 가려지는 장점도 있다. 영화에 사용한 가짜 피는 초코 시럽과 콘 시럽이다.<br><br>엠버밍<br>시체의 간단한 분장에서부터 방부 처리 또는 사고 등으로 훼손된 시신을 복원 처리하는 기술. 동사형인 Embalm 자체가 ‘(시체에) 방부 처리를 하다‘라는 뜻이다. 시체에 있는 피를 빼내고 혈관에 보존액(포르말린)을 채워 넣는 작업이 수반된다. 다른 말로는 유체보존기술, 시체방부처리, 사체위생보전, 시신위생처리라고도 한다. 사후 시신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중보건적 위험성 방지를 위한 외과적 처리로, 사후 발생하는 질병의 감염경로를 차단하고 생전의 모습과 가깝게 보존하는 장례전문기술이다.<br>이후 서부개척시대에 이르러 엠버밍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다시 한 번 발전하게 된다. 당시 미국은 광활한 미개척지에서 개척이나 모험에 종사하다 객사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던 데다 아직 교통 요건도 미비했기 때문에 고향으로 운반할 때까지 시신의 장기간 보존이 절실했으며 미국 초기의 잦은 전쟁으로 인해 전상(戰傷)으로 훼손된 시신이 많이 생겨나자 시신의 복원과 보존, 그리고 부패로 인한 질병 발생의 방지를 목적으로 적용되어 점차 민간에 퍼져나갔다. 초기에는 일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장의사들이 개별적으로 고안해낸 방부액 등을 사용하여 간혹 난잡하게 처리되는 일도 많았으며 이러한 사례가 몇 건 폭로되자 결국 미국에서 시신위생처리사와 장의사들의 자격을 위한 규칙과 법령을 만들었다. 이후 대중에게 엠버밍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하여 민간에서의 수요도 급증하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장의사들이 손님 유치를 목적으로 신기술 개발에 열을 올린 결과 엠버밍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이루어졌으며 엠버밍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도 각지에서 생겨나 그 체계를 갖추기 시작하였다.<br><br>저자 - 山口雅也(1954-)<br><br>원서 - 生ける屍の死(1989)<br clear="al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581/59/cover150/895275684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815986</link></image></item><item><author>밥이다탔네</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모든 것이 F가 된다 - 모리 히로시, 박춘상 역,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346887</link><pubDate>Sun, 21 Jun 2026 15:0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7367292/17346887</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9758701&TPaperId=1734688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6833/94/coveroff/8959758701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모든 것이 F가 된다 - 모리 히로시, 박춘상 역, 한스미디어(2015)<br><br>모든 것이 F가 된다 (THE PERFECT INSIDER) (모든 것이 F가 된다 1) (S&M(사이카와&모에) 시리즈)<br><br>줄거리<br>  14세 때 부모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았으나, 다중인격으로 판정되어 풀려난 뒤 외딴섬에 세워진 하이테크 연구소의 밀실에 15년째 격리되어 살고 있는 천재 공학 박사 마가타 시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연구소를 찾은 N대학 공학부 건축학과의 사이카와 소헤이 교수와 제자 니시노소노 모에는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마가타 박사의 방으로 향하고, 박사의 방 앞에 이르렀을 때 밀폐되었던 문이 열리며 웨딩드레스가 입혀진 사지 절단된 시체가 운반용 로봇에 실린 채 나타난다. 마가타 시키 박사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다. 최첨단 시스템에 의해 24시간 감시되고 있던 박사의 방은 어떤 침입의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밀실에 숨어 들어가 그녀를 살해하고 도망친 것일까. 뜻밖의 살인사건과 시스템 오류에서 비롯된 외부와의 연락 두절로 연구소는 혼란에 빠진다. 그런 와중에 외부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헬기에 있던 무전기로 연락하려던 신도 소장마저 살해된 채 발견된다. 사이카와 교수와 제자 모에는 마가타 박사의 컴퓨터에 남겨져 있던 ‘모든 것이 F가 된다’는 메시지를 실마리 삼아 밀실 살인에 숨겨진 비밀을 밝히기 위한 조사에 나서는데…….<br><br>페이지<br>pp.16-17<br>  ˝제 마음속을 읽고 있는 것 같네요.” 모에는 무장을 단단히 하고 내뱉을 단어를 골랐다.<br>  “마음 따윈, 없습니다.” 여자가 다시 미소 지었다. “당신은 지금 인간의 정신을 이야기하려고 하는군요. 좋아요, 조금 어울려볼까요…….”<br>  “당신은 누구죠?” 모에는 느닷없이 샘솟은 질문을 솔직하게 내뱉었다.<br>  “아아…… 이거 놀랐어요. 당신은 정말이지 멋진 두뇌를 소유하고 있군요.” 여자는 눈을 크게 뜨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게, 사고思考의 절묘함이라는 거예요. 당신 지금, 갑자기 그 질문을 떠올린 거죠? 훌륭해요…… 기계는 할 수 없는 일이죠. 내가 누구냐는 질문, 인공지능은 떠올리지도 못하지요. 하지만 당신은 나와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불과 수십 초 만에 자기 내면에 구축했던 마가타 시키와의 차이를 직감하고서 그 질문을 무의식적으로 내뱉었어요. 그 신속한 액세스는 기계가 흉내 낼 수 없어요. 아주 중요한 능력이에요. 나는, 마가타 시키입니다. 당신이 수상하게 여길 만한 다른 인격이 아니에요.”<br><br>p.22<br>  “괜찮아요. 기억력이 좋거든요. 걱정 마시길.” 모에가 방긋 웃는다. “가상현실 기술의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br>  “현재는 주로 세 가지 장애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처리계 하드의 성능 부족. 둘째, 그것을 받아들일 인간이 준비가 되었느냐는 도덕적인 문제. 그리고 셋째, 받아들인 후에 나타날 생물적인 미지의 영향이에요. 첫 번째 문제는 착착 해결되고 있습니다. 내가 이 기술을 연구한 지 벌써 10년이 다 돼가는데, 컴퓨터 성능은 비약적으로 목표에 근접했어요. 두 번째 문제는 심각하긴 한데, 아까 얘기와 마찬가지로 태어나면서부터 가상현실 환경에서 자란 세대는 받아들일 수 있겠지요. 인간은 프로그램보다 유연하니까요. 인간의 반응 문제도 세대가 교체되면 해결될 겁니다. 세 번째 문제는 어떤 변혁에든 반드시 나타나는 정신적 육체적 증후지요. 이건 내 분야가 아닐뿐더러 흥미도 없습니다. 분명히 말하자면 사소한 문제예요.”<br><br>p.83<br>  “자명한 일이지.” 사이카와가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은 니시노소노 군을 위해서 간단한 단어를 골라 뉘앙스가 가장 비슷한 표현으로 극단적으로 말했지만…… 그건 틀림없는 인식이야. 우리 연구자들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아. 무책임이 유일한 장점이거든. 그래도 백 년, 이백 년 뒤를 생각할 수 있는 건 우리들뿐이라고.”<br><br>p.224<br>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없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것은 자신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자기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사소한 마찰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운동일지도 모른다. 하기 싫은 일은 여전히 산더미 같지만, 참을 수 없는 일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싫어하는 대상이 다른 사람에게서 자기 내면으로 옮겨온다. 주변과의 마찰을 피해 어물어물 넘기는 자신이 점점 싫어질 것만 같았다.<br><br>p.281<br>  “기억과 추억, 뭐가 다른지 아나?” 사이카와가 담뱃불을 끄면서 물었다.<br>  “추억은 좋은 일투성이, 기억은 싫은 일투성이요.”<br>  “그렇지는 않아. 싫은 추억도, 즐거운 기억도 있어.”<br>  “그럼 뭐예요?”<br>  ”추억은 전부를 기억하고 있지만, 기억은 전부를 추억하지 못해.”<br><br>pp.257-258 윤덕주 역<br>  ˝추억과 기억이란 게 어떻게 다른지 알아?˝ 사이카와는 담배를 끄면서 말했다.<br>  ˝추억은 즐거웠던 일, 기억은 나빴던 일투성이죠.˝<br>  ˝그렇지 않아. 나쁜 추억도 있고 즐거운 기억도 있어.˝<br>  ˝그럼 뭐가 다르죠?˝<br>  ˝추억은 전부 기억할 수 있지만, 기억은 전부 추억할 수 없다는 거야.˝<br><br>p.314<br>  ˝무슨 뜻이에요?˝ 모에가 눈썹을 찡그리며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br>  ˝아직 몰라. 모르지만, 그걸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 길이 보이기 시작한 느낌이야. 뭐라고 비유하면 좋을까. 수학 문제를 풀 때와 똑같지. 이 부분을 생각해나가면 답이 나올 것 같다고 영감이 떠오를 때가 있지?˝<br>  ˝아뇨, 없는데요.˝ 모에가 바로 대답했다.<br>  ˝아, 그래…….” 사이카와는 말문이 막힌다. ˝아마 니시노소노 군하고는 사고회로가 다른 모양이지, 난. 내 경우에는 그 뭐랄까, 길이 저 앞에 보이기 시작하면, 그 뒤에는 오로지 그것만 생각하면 그뿐이야. 반드시 저 앞에 답이 있지. 지금껏 이 예감이 배신한 적은 없어.<br>  “이상해…… 아직 모르는데 언젠가 알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건가요? 모에가 의심쩍다는 듯 말했다. “전 그런 느낌이 든 적은 없어요. 답은 느닷없이 떠올라요. 그렇게 어떤 문제든 다 돌파해왔죠.”<br>  “니시노소노 군은 머리 회전이 빠르니까. 그건 너의 계산 방법이야. 사람마다 각기 달라.”<br><br>pp.348-349<br>  “타인의 간섭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어요.” 모에가 자그마한 입을 살짝 삐죽거린다. 뺨 한쪽에 보조개가 파였다.<br>  “맞아, 사람들 대부분은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고 싶어 해. 하지만 그건 궁극적으로 자기만족을 위해서야. 다른 사람의 칭찬을 받지 않으면 만족할 수 없는 사람이 많지? 근데 말이야…… 그러한 타인의 간섭도 만들어낼 수가 있어. 다시 말해 자기 입맛에 맞는 간섭이라고 할까…… 자기 입맛에 맞는 타인을 가상적으로 만들어내는 것. 아이들이 푹 빠져 있는 게임이 그렇잖아. 자신과 싸워서 져줄, 자기 입맛에 맞는 타인이 필요한 거지. 근데 입맛에 맞다는 건 단순하다는 뜻이고, 단순할수록 간단하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지.”<br>  “잘 모르겠지만…… 다시 말해서…….” 모에가 눈을 치뜨고 천장을 쳐다봤다. “그렇게 개인을 만족시키는 타인을 컴퓨터가 만들어내고, 그 대신에 사람들은 현실의 타인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 된다는 거예요?”<br>  “맞아, 그렇게 생각해도 무방하겠지. 정보화 사회 뒤에 오는 것은 정보의 독립, 다시 말해 분산사회라고 생각해.”<br>  “그렇게 컴퓨터만 늘어나면 앞으로 사람은 뭘 하면 좋은 거죠?”<br>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지…….” 사이카와가 빙긋 웃는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야말로 환상이야.”<br>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사람이 늘어나겠네요.”<br>  “뭐, 그 말에는 의도적인 어폐가 조금 느껴지지만…… 그 말대로야.” 사이카와가 담뱃불을 붙였다. “본디 사람은 그걸 지향해왔어. 일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온 거 아닌가? 새삼스럽게 일이 줄어든다고 호들갑을 떠는 게 이상해. 일을 하는 건 사람의 본질이 아냐. 빈둥거리는 게 훨씬 더 창조적이지. 그게 문화라고 생각해, 난.”<br>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는 게 자유인가요?”<br>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해. 사회에서는 자유에도 규칙이 필요하니 말이야.”<br><br>p.380<br>  사이카와는 지금껏 이런 감정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br>  물론 살인사건에 얽혀본 경험이 없었기에 일상의 감정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사이카와는 다른 사람의 살인극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그는 그런 남자다. 자신의 무관심함에 스스로 종종 경악하곤 한다. 언제부터 그렇게 된 건지 알 수 없다. 분석해 본 적은 있는데, 아마도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형성된 메소드일 것이다. 어린 시절의 그는 겁쟁이라서 늘 벌벌 떨고 있었다. 몇 겹으로 쳐진 완충기처럼 그는 두껍고 표정 없는 얼굴을 만들어냈다. 흥미 있는 대상에 집중하여 무언가를 피하고 있다. 연구에만 몰두해온 것도 분명히 무언가가 두려웠기 때문이리라.<br>  잃고 싶지 않다. 잃는 것이 두렵다.<br>  그것은, 무엇일까…….<br>  잃고 싶지 않아서 몇 겹이나 덧칠한 페인트. 그리고 끝내는 무슨 색으로 발랐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잊는다는 것은 방어일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은 모른다. 틀림없이 자기 자신에게만은 들키고 싶지 않아 감추고 있다.<br><br>p.414<br>  “일본에서는 같이 놀자고 할 때 섞어달라는 표현을 쓰지요.” 사이카와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섞다, 라는 동사는 영어로 ‘믹스Mix’입니다. 이것은 원래 액체를 한데 섞을 때 쓰는 말입니다. 외국, 특히 구미에서는 사람이 어떤 집단에 끼기를 원할 때 ‘조인트Joint’한다고 합니다. 섞이는 게 아니라 이어질 뿐…… 다시 말해서 일본은 액체 사회이고, 구미는 고체 사회인 겁니다. 일본인은 저마다 ‘리퀴드Liquid’인 셈이지요. 유동적으로 혼연일체가 되고 싶다는 욕구를 사회가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구미에서는 개인은 ‘솔리드Solid’이니 결코 섞이질 않습니다. 아무리 모여도 반드시 부품으로서 독립되어 있다…… 흙벽을 쓰는 일본 건축, 기와를 쓰는 서양 건축과 딱 판박이군요.”<br><br>p.478<br>  “여드름 같은 존재…… 병이지요. 삶은 그 자체가 병이에요. 병이 나으면 생명도 사라지는 거예요. 그래, 예를 들면 말이에요, 교수님. 졸리면 자고 싶죠? 잠을 자는데 편안해하는 건 이상해요. 어째서 우리의 의식은 의식을 잃기를 바라는 걸까요? 의식이 없어지는 게 정상이기에 그런 게 아닐까요? 누군가 잠을 자고 있는데 깨우면 불쾌하기 그지없지요? 각성은 본능적으로 불쾌한 겁니다. 탄생 역시 마찬가지…… 그래서 갓 태어난 아기들은 하나같이 우는 거네요. 태어나고 싶지 않았는데…….”<br>  “제가 아는 범위에서 태어나자마자 웃은 사람은 조로아스터 정도군요.”<br>  “잘 아시는군요. 조로아스터가 태어났을 때에는 현자가 일곱 사람 있었습니다. 부처도 울지 않았어요. 그는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었다고 하죠. 7은 고독한 숫자네요…… 고독을 아는 사람은, 울지 않아요.”<br><br>pp.495-496<br>  물론 매력적인 캐릭터는 마가타 박사뿐만이 아니다. 사이카와와 모에를 비슷해 구니에다 조교와 시마다 아야코 등 외부인의 눈에는 그저 괴짜로만 보이는 연구자와 학생을 참으로 생생하고 꼼꼼하게 묘사했다. 오타 다다시와 쓰지 마사키가 이미 지적했다시피 특히 성격의 구분이나 대사 선택이 절묘하다. 일본에서 이만큼이나 이공계 사람들을 선명하게 묘사해낸 작가가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많은 소설에서는 등장인물에 깊이를 주기 위해서 그들의 행동과정을 묘사하는 수법이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모리의 소설에서는 육체적인 행동 대신에 등장인물들의 사고과정을 통해 그들의 존재가 떠오르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모리가 묘사하는 사고과정은 이야기가 늘 요구하는 조리 있고 알기 쉬우면서도 단순한 논리전개가 아니다. 사고가 이어지지 않거나, 사고가 튀거나,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 떠오르지 않는다거나, 그러한 상태조차도 인간의 사고과정이라는 것을 모리는 잘 이해하고 있다. 바로 그 부분에 모리 소설의 매력이 있다.<br><br>pp.497-499<br>  그럼 모리 히로시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무엇이 모리 히로시의 소설을 ‘이공계‘라 규정짓는가?<br>  그것은 인식과 리얼리티에 대한 접근 방식 때문일 것이다.<br>  모리 히로시의 작품은 거의 대부분 개인의 인식이나 개인이 느끼는 리얼리티를 의심하는 시점이 밑바닥에 갈려 있다. 모두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우리는 맹목적으로 올바르다고 믿고 그것을 자신의 규범으로 삼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식‘조차도 일단은 자기 머리로 검증해볼 것, 눈앞에 주어진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것 등 이러한 행위는 지극히 마땅한 것인데, 우리는 종종 잊어버린다. 그러나 모리는 항상 이 접근방식을 잊지 않는다. 이 접근방식이 존재하기에 모리의 작품은 이공계로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br>  결과적으로 그러한 이공계의 방식을 따르는 사람이 쓴 소설은 소설적인 ‘약속‘에 구애되지 않는다. 우리는 소설을 읽을 때, 무의식중에 받아들이기 쉬운 논리를 구하려 한다. 이것은 모리 자신이 나에게 이야기해준 예인데. 우리는 살인자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읽을 때 그가 과거에 참혹한 일을 겪었기 때문에 살인 욕구가 싹텄다는 ‘약속‘을 무의식적으로 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작품 속에 적혀 있으면 안심하고, 반대로 그와 같은 변명이 없으면 불안해진다. 종래의 소설작법에서는 이와 같은 변명을 작품 안에 잘 전개하는 것이 좋은 작품의 조건이었고, 또한 ‘인간을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얼핏 당연한 것처럼 보이나 잘 생각해보면 독자의 건전한 사고를 막는 비논리적인 방식이다. 다른 사고를 정지시키는 무섭도록 정서적인 방식인 것이다. 모리 히로시의 작품은 이와 같은 ‘약속‘에 결코 구애받지 않는다.<br>  하지만 모리의 진짜 대단함은 이제부터다. 모리의 작품에서는 흥미롭게도 인식이나 리얼리티의 물음을 받는 쪽은 작품 속 명탐정이 아니라 우리 독자다. 다시 말해 독자가 지금껏 품어왔던 리얼리티라는 이름의 환상이야말로 이야기의 수수께끼를 빚어내는 기반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모리 히로시와 교고쿠 나쓰히코가 비슷하다고 본다. 소설 속에 수수께끼는 존재하지 않는다. 독자의 리얼리티 속에 수수께끼는 존재한다. 이 사실을 자각적으로 우리에게 제시한 작가가 바로 모리 히로시와 교고쿠 나쓰히코이다. 그들이 결정적으로 새로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글머리에서 독자인 나 자신이 변모한 것이 아니냐고 적었다. 모리의 작품 그 자체가 충격적이지 않다고 적었다. 우리는 모리와 교고쿠의 등장으로 독자의 인식이 수수께끼를 빚어낸다는 감상 방식을 알았고 그리고 그 감상 방식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 변화야말로 충격적이지 않은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br>  독자의 현실을 자각적으로 묻는 그 행위야말로 이공계인 것이다.<br><br>분류(교보문고)<br>소설 &gt; 일본소설 &gt; 일본소설일반<br><br>기록<br>2020.07.27(月) (1판 1쇄)<br>도<br>다.<br><br>2016.07.02(土) (1판 1쇄)<br>공<br>다.<br><br>2013.08.30(金) (1판 1쇄)<br>논<br>다.<br><br>한 줄<br>이공계 미스터리라는 영역의 발자취를 남긴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 사회를 예측해낸 것 또한 의미가 있다<br><br>오탈자 (1판 1쇄)<br>못 찾음<br><br>확장<br>탐정 갈릴레오 - 히가시노 게이고, 양억관 역, 재인(2008)<br>이공계 출신 작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 과학적 요소를 추리소설에 녹여내어 큰 성공을 거둔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작품 안의 내용만 따지고 본다면 모리 히로시 소설이 더 공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점이 히가시노 게이고와 모리 히로시의 대중성의 차이를 낳았을지도.<br><br>상실의 시대 - 무라카미 하루키, 유유정 역, 문학사상사(2010)<br>평소에 번역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번 편에서의 모에의 말투는 조금 아쉽다. 시리즈 전체의 홀수, 짝수 권을 2명의 역자가 번갈아 맡았는데 다른 역자의 번역을 보면 이번 작품이 시리즈의 첫 시작이라서 아쉬움이 더 크다. 《상실의 시대》(원제:《노르웨이의 숲》)에서도 그런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나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양억관 번역으로 처음 읽어서 잘 느끼지 못한 부분이지만 《상실의 시대》로 읽은 사람들은 미도리의 말투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다. 말투 때문에 미도리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는 말이 존재해왔다. 모에의 말투도 역자마다 느낌이 달라져서 아쉽다. 개인적으로는 이연승 번역 쪽이 더 마음에 든다.<br><br>저자 - 森博嗣(1957)<br><br>원서 - すべてがFになる The Perfect Insider(1996)<br><br>구판 - 모든 것이 F가 된다(2005)<br clear="al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6833/94/cover150/895975870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8339450</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