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아 - 정규 3집 도시의 속마음
이진아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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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곡한곡 너무 좋다.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번 단콘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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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탕메롱파이
데릭 먼슨 지음, 태라 캘러헌 킹 그림, 안지원 옮김 / 봄의정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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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다 다른 별 학교- 2021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 2019 책날개 선정, 2019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윤진현 지음 / 천개의바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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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
아니 카스티요 지음, 박소연 옮김 / 달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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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문 들었어?- 2018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8 오픈키드좋은어린이책목록 추천, 전국학교도서관사서협회 추천
하야시 기린 지음, 쇼노 나오코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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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공부법 - 한국인 최초 바티칸 변호사의 공부 철학 EBS CLASS ⓔ
한동일 지음 / EBS BOOKS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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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겸손함은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고 인정하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걸 정확히 아는 태도입니다. 실패를 통해 내가 다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기 때문에 잠시 실망하고 좌절감을 맛볼 수 있지만 그대로 멈추지 않습니다. 실패에 대한 기억, 무능한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잊고 새롭게 정비한 기억을 통해 자신이 가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나가는 겸손함이 공부하는 노동자의 자세입니다. 


2. 숨마 쿰 라우데란 자신이 거둔 성적 중 가장 우수하다는 뜻이다. 자신이 어제보다 얼만큼 더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것. 


3. 모든 공부의 시작, 선택의 시작은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답을 찾아내는 일. 진정한 답은 타인이 찾아주는 게 아니라 내 안의 원의, 즉 내 안에 있는 진짜 갈망이다. 공부는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다. 


4. 공부도 삶도 버텨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우리는 매일 '하루'라는 매듭을 지어나가고 자신에게 이정표가 될 의미 있는 매듭도 짓게 된다. 그 매듭들이 모여 삶이라는 단단하고 굵은 동아줄이 된다. 


5. 내 것이 아닌 게 너무 많다. 우리는 모두 세상에 빚을 지고 산다. 큰 인물일수록 그가 이룬 성공의 바탕에는 수많은 사람과 교류하며 도움을 주고받은 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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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네가 최고이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오히려 '누구나 자기 부모에게는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많은 능력 중 하나에 불과하고, 사람을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만약 스스로 공부를 잘하는 능력을 가장 중요한 장점으로 여긴다면 선생님과 친구들이 너로 인해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자신이 특별하다는 자아의식을 강하게 키워주는 것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모두 말하지만, 스스로를 지나치게 특별하게 인식하는 것은 곧 이기적인 성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큰 것이다. 자기 자신이 한두 가지 빼면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으며 그것은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해줬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고 마음으로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성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 땐 친구들과 똑같은 마음이 되어 활발하게 부딪혀야 재미있고, 수업 중에는 선생님 말씀과 친구들을 조용히 관찰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걸 느끼도록 했다. 

아이의 타고난 어떤 성향은 여건에 따라 장단점으로 작용할 뿐이지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도 유리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타고난 성향을 지나치게 의식하기보다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략) 특별해서 불편한 것보다는 평범해서 누구와도 쉽게 잘 어울리는 아이가 행복하고 조화롭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101-102쪽) 


나이가 들수록 보편적이고 현명하다고 믿고 있는 삶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주체적으로 결정해서 얻어낸 삶의 방식이 아니라 그저 물살에 떠밀리듯 살아오며 바로 앞에 닥친 문제만 풀고 눈앞의 것만 욕심내며 살아오다 얻은 삶이기 때문일 것이다. (중략) 

나는 수홍이가 대세를 쫓아 현실적인 성공을 목표로 하여 남들과 같은 인생을 채워나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중략) 나는 그저 수홍이가 자신의 가능성과 재능을 스스로 찾아 즐겁게 성장하면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능력과 성취를 끌어낸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성공하느냐 못하느냐가 아니라 자기가 삶을 주도하느냐 아니냐에 있다. 결과 따위는 멀리 미뤄두고 지금의 과정을 즐기는 데 치중하면 부모도 편하고 아이도 즐거울 수 있다. 지금의 모든 것들이 과정이라 생각하니 아이가 뒤쳐진 것들도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121쪽) 


이 책의 주인공인 이수홍 군은 타고난 천재로, 사교육의 큰 도움 없이도 수학을 즐기며 일찍이 깊이 깨쳐 서울대에 만 15세의 나이로 최연소 합격한 아이다. 이 책을 쓴 이수홍 군과 그 어머니는 겸손하게 아이가 특별할 것도 없다고 말하고, (설곽모라는 누구처럼) 아이의 아이큐가 얼마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그의 일기나 그가 걸어온 길(각종 객관적인 성취)을 보자면 그가 천재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이미 초등 3~5학년 때 일상적인 놀이를 분석해서 공식을 세우거나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고등수학까지 스스로 공부해서 깨치고 있었다)  

즉, 이 책에 나온 양육방식은 내 아이에 그대로 적용할 것은 못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판단하자면 이 세상 모든 육아서는 다 남의 아이 이야기이니 소용없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니 나는 그 중에서 내 아이를 양육할 때 배울 부분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이수홍 군의 어머니는 아이가 스스로 탐구하도록 기다려주면서도 그 과정에서 아이를 지켜보다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마중물을 제시해주거나 의욕을 북돋아 주었다는 것이다. 아이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부모의 인내,절제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아이에게 요즘 무엇이 필요하겠다 생각하고 금세 학원과 교재와 책을 잔뜩 내밀곤 하는 나와는 사뭇 다르다. 내 아이의 관심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살피고 기다려주는 지혜가 나에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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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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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 밀러는 과학자인 아버지 밑에서 세 자매 중 막내딸로 태어나 자랐으나 많은 혼란과 좌절을 겪으며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과학자(분류학자)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수십년에 걸쳐 어류를 찾고 이름을 붙이고 표본을 수집했다. 그러나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그가 그동안 모은 모든 어류 표본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져서 이름을 잃게 되었다. 급히 기억나는대로 이름을 물고기에 꿰매긴 했으나 수천마리 물고기가 다시 미지의 존재로 돌아갔다.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고자 하는 그의 욕망이 룰루 밀러의 호기심을 끌었다.

코넬대학 졸업생이던 1873년 당대 가장 유명한 박물학자 루이 아가시의 모집으로 페니키스 섬에서 과학자들을 모아 생명체들의 관찰을 시작했다. 자연에 질서를 부여하고 자연의 사다리에 따라 생물을 분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루이 아가시의 종교적인 지도 하에. 


나는 아버지에게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는데, 아버지는 의미가 없고 신도 없다고, 혼돈만이 우리의 유일한 지배자이며, 인간은 거대한 자연에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너는 중요하지 않다고, 그러니 너 좋을 대로 살라고 말해주었다. 그러한 믿음은 아버지에게 인생의 활력을 불어넣고 아버지가 대범하게 살도록 해주었다. 나는 아버지의 발자국을 따라 걸으려 노력해왔다. 우리의 무의미함을 직시하고 그런 무의미함 때문에 오히려 행복을 향해 뒤뚱뒤뚱 나아가려고 말이다.

아버지는 언니들과 나에게 실망했고, 나와 언니들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나는 자살시도를 했다가 실패하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살다가 대학에 가서 한 남자를 만나 동거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7년째 다른 여자아이에게 눈을 돌려 그 남자와 헤어지게 되었다. 그에게 다시 편지를 몇 차례나 보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면서 혼돈을 향해 계속 바늘을 찔러넣은 데이비드 조던에게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아무 약속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희망을 품는 비결을 찾고 싶어서. 


데이비드 조던은 다윈을 만나 종들 사이의 불확실한 경계를 인정하게 되었다. 그 후 미국 정부의 인정을 받아 미지의 어류들을 밝혀내기 위해 미국 전역과 세계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인디애나대학의 종신교수가 되고, 페니키스 섬에서 만나 알게 된 식물학자 수전 보웬과 결혼도 하게 된다. 자녀 이디스, 해럴드, 소라도 얻게 된다. 그리고 인디애나 대학의 학장이 되고, 1883년의 어느 날 밤 화재로 자신이 모은 표본들을 모두 잃게 된다. 그러고도 연구를 계속했다. 아내 수전이 폐렴으로 사망한 후 2년도 되지 않아 대학교 2학년생인 제시 나이트를 새 아내로 맞이했다. 제시는 이디스와 해럴드를 기숙학교로 보내버리고 소라도 일찍 죽어서 데이비드를 따라다닐 수 있었다. 그는 '낙천성의 방패'를 갖추었던 것 같다. 지나간 불운에 근심하지 않는 것. 


그 후 데이비드는 스탠퍼드 설립자 부부(릴런드와 제인)의 요청으로 스탠퍼드의 초대 학장이 되어 홉킨스 해변 연구소라는 화려한 해양연구시설을 새로 만들었다. 과학관 앞에는 루이 아가시의 동상을 두었다. 대학 근처에는 아늑한 자택을 두고 그곳에서 각종 동식물과 함께 제시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 바버라를 길렀다(바버라는 9살에 성홍열로 사망했다). 그리고 그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은 그의 물고기들이었다.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의 무력함을 느낄 때는 강박적인 수집이 기분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릴런드 스탠퍼드가 사망한 후 그를 가로막는 유일한 사람은 미신적 믿음에 사로잡힌 제인 스탠퍼드였다. 데이비드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족벌주의 등)가 깊어지자 제인은 그를 감시할 스파이를 심어두고, 데이비드의 훌륭한 제자 찰리 길버트의 외도가 사서에게 발각되자 데이비드는 사서를 협박해서 대학을 그만두게 하였다. 제인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데이비드를 대학에서 쫓아내려 하였으나, 1905년 하와이 여행을 하던 중 의문스러운 죽음을 당하게 되었다. 그녀가 스트리크닌을 이용한 독살로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는데, 당시 데이비드 조던은 격렬하게 이를 반대하며 억지 주장을 하였다. 저자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제인 스탠퍼드의 불가사의한 죽음>(로버트 W.P.커틀러, 2003)을 읽고 알게 되었다. 의사였던 로버트 커틀러의 위 책에 의하면 제인 스탠퍼드는 독살당했고, 데이비드는 그 독살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를 조사할 당시 로버트는 이미 사망한 상황이었지만, 로버트의 배우자인 매기는 저자에게, 로버트가 독살은 데이비드 조던의 짓이라고 절대적으로 확신했다고 말해주었다. 저자는 그 후 스탠퍼드대학의 기록물보관소를 찾아가 데이비드 조던의 자료들을 뒤졌다. 그러다가 마침내 조던이 <물고기 연구를 위한 안내>에서 물고기를 확보하기 위해 독(세상에서 가장 쓴 것)인 스트리크닌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1906년 대지진으로 그가 모은 물고기 표본 수천개가 바닥에 떨어져 부서졌다. 수많은 학생들이 죽었다. 그 절망 속에서 그는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조던은 1913년 학장직에서 사퇴하고 명예총장이라는 의례적 직책만 유지하게 되었다. 그는 알프스의 아오스타라는 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다녀와서 우생학에 빠지게 되었다. eugenics. 

빈곤과 타락 같은 '부적합한' 특징들은 유전되므로 이를 박멸해야 한다고, 그러므로 부적합자들의 생식능력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우생학적 불임화의 합법화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1900년대 전반기 미국은 우생학 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물론 이에 반대하는 의견들도 많았다. 다윈도 <종의 기원>에서, 혼돈 등의 타격에서 종이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변이'를 들었다. 동질성은 그 종이 자연의 힘에 취약하게 노출되게 한다. 부적합해보이는 특징이 사실 종 전체나 생태계에 이로울 수 있고, 상황이 바뀌어 이로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지력으로 도저히 다 이해할 수 없는 생태의 복잡성에 대한 조심스러움과 겸손한, 공경하는 마음. 민들레 원칙. 

그러나 데이비드는 강제적 우생학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우생학기록보관소(ERO)를 세우게 한다. 1920년대에 우생학적 불임의 문제점이 지적되었으나,대법원에서는 강제 불임화를 법률로 만들었고,  앨버트 프리디(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 있는 간질환자 및 정신박약자 수용소의 책임자)가 캐리벅이라는 젊은 여자를 강제로 불임수술을 받게 했다. 


한편 나는 시카고에 있는 친구 헤더의 제안으로 그녀의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되었다. 그리고 데이비드 조던의 삶에 대해 좀 더 연구를 깊이 하게 되었다. 그의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데이비드는 신체활동과 함께 영혼의 고통이 사라지고, 여기 지금을 기쁘게 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에게는 동정심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아버지와 같은 말을 하고 있엇다. 

"생명에 대한 이런 시각에는 어떤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다윈이 외친 투쟁의 권유. 장엄함은 존재하는데 그걸 보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줄 알라고. 


나는 친구로부터 데이비드 조던에게 '파괴되지 않는 것'이 있지 않을까(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게 한 것)라는 메일을 받았다. 나는 데이비드에게 그 말이 맞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 계속 그의 글을 읽었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지진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쓴 글에서 단서를 찾게 되었다. 투쟁의 권유.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라고 그는 썼지만, 이 말은 그가 자기 자신에게 결코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로 그런 종류의 거짓말이다. 자연은 인간의 사정을 봐주지 않으니까! 그러나 그조차도 절망에 완전히 집어삼켜지지 않으려면 그 거짓말이 진실이기를 믿어야만 했던 것이다. 

이러한 데이비드 조던의 자기 기만이 그렇게까지 나쁜 것인가. 오랫동안 사회의 도덕적 권위자들은 그렇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20세기가 진행되면서 임상심리학자들은 그러한 자기기만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정확한 인식을 지닌 사람들은 병적인 수준의 우울증에 걸렸다. 그래서 기만이라는 말은 긍정적 착각이라는 중립적 표현으로 바뀌었다. 적정한 수준의 자기기만과 이에 따른 스토리 에디팅은 인생에 심오한(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유행하는 개념인 '그릿'을 획득하는 데에도 긍정적 착각이 도움을 준다. 좌절을 겪은 뒤에도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능력, 실패와 역경, 정체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노력과 흥미를 유지하는 것 말이다. 데이비드 조던은 그러한 방식으로 자신이 겪은 실패를 긍정적으로 바꾸어 해석하고 공격을 능수능란하게 막아냈다.    

그러나 한편 다른 연구도 있다. 긍정적 착각이 좋은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집단의 다른 사람들은 긍정적 착각을 하는 과도한 자신감을 가진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또한 자기기만의 두꺼운 거품벽 안에 있으면 고통이 서서히 축적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 혜택을 얻는 대신 장기적으로 비용을 치르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과대망상적 시각이 있는 사람들은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은 자기 손으로 혼돈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 


데이비드는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가장 눈에 띄는 원흉은 그 스스로 상당히 자랑스러워했던 두툼한 '낙천성의 방패'가 아닌가 싶다. 그가 자기 자신에게 갖는 확신, 자기기만, 단호함이 더ㅓ 강화되었다. 특히 시련의 시기에는 더욱 자기기만에 의존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자연 속에 사다리가 내재해 있다는 믿음이 문제였다. 다윈은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들이 생존하고 번성하는 데에는 무한히 많은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음에도. 그는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이 혼돈의 내부에서 바라본 뚜렷한 진실, '너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진실에서 하나의 해독제, 하나의 거점, 중요성이라는 느낌을 붙잡기 위해 위와 같은 믿음을 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저자는 그가 자연의 질서라는 비전을 그토록 단단하게 붙잡고 늘어진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혼돈을 이길 방법은 없고, 결국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라고 보장해주는 안내자도, 지름길도, 마법의 주문 따위도 없다. 그렇게 희망을 놓아버린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버지니아주 간질환자 및 정신박약자 수용소를 찾아가서, 그곳에서 유년기의 대부분을 갇혀 보낸 한 여성, 애나를 만나게 되었다. 애나는 그곳에서 수용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부여받았지만 그녀 자신의 아이를 낳고 기르기에는 '부적합'하든 이유로 자신의 의지에 반해 불임화를 당했다. 그 후 메리라는 소녀를 수용소에서 만나 그녀를 보살펴주었다. 그리고 그곳을 나오게 되었을 때 수용소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집을 구해 메리와 함께 살게 되었다. 애나의 남동생과 메리는 결혼했다가 헤어졌지만 애나와 메리의 우정은 이어졌고, 애나는 메리의 아이를 돌봐주었다. 애나는 인형을 자식처럼 데리고 지내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그녀들을 통해 하나의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 모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중요하다는 것. 아버지의 말에 반박할 말을 찾아냈다. 


데이비드 조던은 자신의 우생학적 비전의 실현을 위해 전쟁에 반대했고 그 덕분에 평화주의자라는 칭호와 상을 받았다. 그는 많은 '부적합자'들의 도움을 받아 자기 이름으로 많은 업적을 남기고 어류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1980년대에 분류학자들이 타당한 생물 범주로서 '어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음으로써, 조던의 믿음은 무너졌다. '어류'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류'라는 말은 우리가 그 복잡성을 감추기 위해, 계속 속 편히 살기 위해, 우리가 실제보다 그들과 훨씬 더 멀다고 느끼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다. 이러한 언어적 수법을 프란스 드 발은 '언어적 거세'라고 표현했다. 

물고기를 포기할 수 있는가. 이 물음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세상에서 또 어떤 범주가 무너질 참일까?     

데이비드의 전능함에 대한 환상. 그 사랑스러운 질서의 감각. 이름이란 얼마나 좋은 위안인가 - P89

"쉽게 말해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자신을 우월한 존재라고 보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보고 싶다는 욕망이 강한 사람들이다. (...) 거창한 자기상을 확인받는 일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비판당하는 것을 몹시 괴로워하며 자기를 비판한 사람을 사납게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바우마이스터와 부시먼) - P151

천천히 그것이 초점 속으로 들어왔다. 서로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띄워주는 이 사람들의 작은 그물망이. 우생학자들은 이런 그물망의 가능성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바로 그때 그 깨달음이 내 머리를 때렸다.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는 깨달음. 애나가 중요하다는, 메리가 중요하다는 말.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 자연을 더욱 정확하게 바라보는 방식, 민들레 법칙이다. - P226

별이나 무한의 관점, 완벽함에 대한 우생학적 비전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아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한히 많은 관점 중 단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 있는 한 아파트의 관점에서 보면, 바로 그 한 사람은 훨씬 더 많은 의미일 수 있다. 어머니를 대신해주는 존재, 웃음의 원천, 한 사람이 가장 어두운 세월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근원.
이것이 바로 다윈이 독자들에게 그토록 열심히 인식시키고자 애썼던 관점이다.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 P227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 P227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 P228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하나의 주문과 하나의 속임수, 바로 희망에 대한 처방이다.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그 좋은 것들, 그 선물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황량함을 노려보게 해주고, 그것을 더 명료히 보게 해준 요령을 절대 놓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지금의 혼란, 혼돈이 인생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게 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 P263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해골 열쇠를 하나 얻었다. 이 세계의 규칙들이라는 격자를 부수고 더 거침없는 곳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물고기 모양의 해골열쇠. 그 열쇠를 돌리기 위해 당신이 해야 하는 유일한 일은...단어들을 늘 신중하게 다루는 것이다.
과학은 늘 내가 생각해왔던 것처럼 진실을 비춰주는 횃불이 아니라, 도중에 파괴도 많이 일으킬 수 있는 무딘 도구라는 것을 깨닫는다. - P267

나는 이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 계속 그것을 잡아당겨 그 질서의 짜임을 풀어내고, 그 밑에 갇혀 있는 생물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우리가 쓰는 척도들을 불신하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특히 도덕적, 정신적 상태에 관한 척도들을 의심해봐야 한다. 모든 자 뒤에는 지배자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의 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 - P268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그 허구를 쪼개버릴 물고기 모양의 대형 망치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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