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짧게 갈 것인가, 얇고 길게 갈 것인가
그녀는 그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물러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 바쁘니까 갈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사귈걸
한 달 뒤에 헤어지더라도 이게 나은 것 같아
삐죽삐죽 튀어나온 머리카락이 엉망이었다
얼마 만에 하는 외출인지 모르겠다
마치 꿈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
장례식장에 가는 것이 도저히 믿기질 않았다
우리 30살 넘어가면 소개팅 자리도 안 들어와
나이 차가 있더라도 좀 갖춰진 사람에게 가는 게 낫지
그녀의 온 신경은 방 안으로 향해 있었다
신경 쓰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시선이 방으로 향했다
말소리조차 새어 나오지 않을 만큼 방 안은 고요했다
무슨 할 말 있어?
일순 정적과 함께 두 남자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친군데 오빠라고 불러야지
의도적이라기보다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보이는 행동이었다
그녀도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단 그의 얼굴에 웃음기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평소와 같은 하루인데 무언가 허전하게 느껴졌다
혹시 놀랄까 봐 미리 알려주려고
이것저것 준비를 해 왔습니다
빨리 들어오라고 난리가 났네
입안을 점령한 혀가 빠르게 드나들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나왔다
배고파서... 조절이 안 되네
지독한 자극에 혹사당하느라 뒤늦게 통증이 밀려왔다
대리석 식탁에 닿은 등이 벗겨질 것처럼 아팠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할 거야
반사적으로 긴장하며 고개를 저었다
넌 내 것을 다른 새끼랑 같이 쓸 마음 없다
차라리 성질대로 치받는 쪽이 더 나았다
내가 주말에 몸이 좀 안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