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평형론자들은 진화에 있어서의 도약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 진화의 에피소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에피소드도 지질학적 기준에서는 순간적으로 보이지만 인간의 기준에서 보면 전혀 급속한 게 아니다. 우리가단속평형설 자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점진설(어느 한 세대와 그 다음 세대의 사이에서 돌연한 비약은 없다는, 다윈뿐 아니라 현대의 단속론자들까지 받아들이고 있는 신념)은 ‘진화 속도 일정설‘ (단속평형론자들이 반대하고 있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다윈의 생각으로 여겨지는 이론)과 지나치게 쉽게 혼동되고 있다. 그러나 두 개념은 결코 같지 않다. 단속론자들의 신념을 가장 정확하게 특징짓는다면 ‘점진주의적이지만, 긴기간의 평형 상태(진화적인 정체)가 빠르고 단계적인 변화들의 짧은 에피소드들로 단속된다.‘ 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물론 종래에 간과되었던 현상인 긴 정체기이다. 이 정체기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설명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단속평형론자의 진정한 공헌은 이 정체기에대한 강조이고 그들이 주장하듯 점진설에 대한 반대가 아니다. 그 이유는 그들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점진론자이기 때문이다. - P394

바로 지금, 큰 소리로 분명히 말해야 하는 것은 단속평형설이 신다윈주의의 종합 속에 명백히 들어 있다는 진실이다. 실제로 단속평형설은 항상 다윈주의 속에 위치해 있었다. 과장된 수사(修)로 인해 입은 피해를 회복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아무리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하더라도 그 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단속평형설은 신다윈주의의 표면에 솟아오른 흥미롭지만 작은 주름의 하나로 공정하게 평가될 것이다. 그것이 "신다윈주의자의 사기의 저하를 초래한 근거를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고, 굴드가 종합설(신다윈주의의 다른 이름)은 "실질적으로 죽어 간다."라고 주장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 셈이다. 그것은 마치 지구가 완전한 구형이 아니고, 약간 평평한 구형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다음과 같은 1면 톱기사로 떠들어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코페르니쿠스가 틀렸다. 지구 평면설 입증되다!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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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정

담당 교수 뒤에 의자도 없이 서 있던 젊은 의사가 위를올려다보며 고개의 각도를 조금씩 계속 바꾸었다. 수정은 알아채버렸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이라는걸. 작은 컵을 빙글빙글 돌려봤자 컵이 커지는 건 아니에요, 수정은 속으로만 생각했다. 몇년 전에는 수정도 자주저렇게 고개를 돌리곤 했다. 눈물기관들을 잘 알지 못하지만 수정이 깨우친 요령은 물이 천천히 내려가는 배수구를떠올리는 것이었다.
"9월에 딸이 결혼을 해서 그때까지 외출을 할 수 있어야하는데요."
엄마는 흥정과 선언의 중간쯤 되는 투로 애매하게 말했다.
"•••••• 결혼식을 되도록 당기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 P9

결혼식을 가장한 장례식이었다. 근사한 장례식이었다.
누군가 한복 칭찬을 한 모양이었다. 엄마가 고전무용을하듯이 한쪽 손을 멋들어지게 들고 그 자리에서 장난스럽게 한바퀴 돌았다.
사락사락.
아마도 그런 소리가 났을 것이다. 그때 자기도 모르게 수정은 울컥하고 울었다. 나중에 이날을 기억할 때 엄마가 도는 저 모습이 기억날 거란 걸 수정보다 수정의 눈물기관이 먼저 깨달은 것 같았다. 아, 어떡해. 장갑으로 얼른 눈가를 훔쳤다.
하지만 나쁘지 않잖아, 수정은 생각했다. 엄마의 강인함도, 엄마가 맨날 부리던 억지도 이상하게 저 사락사락함으로 기억날 것만 같으니까.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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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 당신이 있다. 여기 당신이 있다! 성스러운 현재에 말이다. 나는 당신을-혹은 그 누구도 치유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자기 마음 안에 있는 감옥을 조금씩 조금씩 무너뜨리기로 한 당신의 선택을 축하할 수 있다. 당신은 이미 일어난 일을 바꿀 수 없다. 당신은 당신이 한 일과 당신에게 행해진 일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당신은 현재 어떻게 살지 선택할 수 있다.
당신은 마음 감옥에서 자유로워지기로 선택할 수 있다. - P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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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80년 ‘광주‘와 87년 6월은 연속선상에서 보아야 합니다. 미국의 대한(對韓) 정책도 그와 관련지을 수 있을 겁니다. 광주사태 당시 한국군의 이동과 관련해 미국의 역할 내지 책임이 줄곧 제기돼온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진행을 본다면, 어느 한 과정이 막을 내리고 난 뒤에라야 그 의미를 알 수있습니다. 80년 광주의 충격과 여파는 바로 그해, 그 다음해에는 잘 느껴지지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6월사태 속에서 우리는 ‘광주‘의 여파를 느낍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반미구호가 안 나오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말까지 있었던이 땅에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겁니다. "미제(美帝)물러가라"는 구호가 등장하더니 보편화됐습니다. 미국도 이것을 알았습니다. 미국은, 반미성향이 학생으로부터 시작해 국민 사이에 널리 퍼지게 되면 미국의 이익과 부딪치게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그만큼 미국에 있어 지정학적·경제적으로 중요한 존재입니다. 과거 미국은 기존의 정부를 일방적으로 지원, 결과적으로 군부 •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지원하게 됐고 불가분의 유착관계까지 맺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엔 ‘광주‘의 교훈을 상기한 듯싶습니다.  - P169

최재현 -저는 6월사태를 지켜보면서, 다음과 같은 점이 지적돼야 하겠다고느꼈습니다. 사실 학생들은 강의에 안 들어가도 되고, 얼마든지 자기 의사에따라 시위에 참여할 기회가 보장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직장생활을 하는 시민들의 입장은 점심시간 등을 이용할 수가 있었죠. 그런데 이보다그 수에 있어 훨씬 방대한 계층인 기층민중집단이 이번 사태에 적극가담했다는 증거는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그렇다면 역사적 격변에 의해 얻어질 혜택 또는 성과는 그 격변의 현장에 참여하지 못한 기층집단에게 얼마나 돌아갈 수 있느냐하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실제로 매스컴은 시위로 거둔 승리를 중산층이 주도해 얻어낸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면 승리에 따르는 혜택이 중산층에게만 돌아갈 공산이 크다고도 보여지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민주화의 과정에서 중산층과 노동자계급 간에 분배를 둘러싼 근본적 이해대립이 일어날 소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노동자가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자연히 그들로부터의 요구가 터져나올 것이고, 여러 형태의 시위가 예상되는 것입니다. 이때중산층은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점은민주화의 과정에서 중산층만이 아니라 그 하부계층의 발언통로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신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분배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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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 선택에 대해 가능한 비유를 약한 비유와 강한 비유라는 두 가지 단계로 구분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약한 비유는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진화의 어느 단계의 최종 산물이 진화의 다음 단계의 토대를 이루는 진화 과정은 어느정도 진보적일 가능성이 있고 때로는 폭발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앞 장에서 ‘군비 확장 경쟁‘ 이라는 형태로 이 개념을 다루었다. 포식자의 설계에서 나타나는 각각의 진화적 개선은 먹이에 대한 선택압을 변화시키고 그에 따라 먹이가 되는 생물은 포식자를 보다 교묘하게 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그런 다음에는 다시 포식자에게 선택압이 가해져 개선이 이루어지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상승하는 나선을 관찰하게 된다. 앞에서 서술했듯이 포식자와 피식자가 동시에 개선되기 때문에 어느 쪽도 결과적으로 성공률의 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양쪽 다 진보적이고 더 우수한 장비를 ‘갖추어‘ 가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 선택의 약한 비유이다. 성선택의 강한 비유는 피셔 랜더 이론의 본질이 ‘녹색 수염‘ 식의 현상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즉 암컷의 선택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자동적으로 ‘자신‘의 복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고, 그것은 저절로 폭발을 향해 나아가는 경향을 가진 과정이라는 것이다. 성 선택 이외에도 이런 종류의 현상의 예가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 P352

미국의 고생물학자 닐스 엘드리지와 스티븐 제이 굴드는 1972년에처음 단속평형설을 발표했는데, 이후 그들의 이론은 종래의 이론과는전혀 다른 제안인 것처럼 주장되어 왔다. 그들은 실제 화석 기록이 우리생각처럼 불완전하지 않을 것임을 주장했다. 어쩌면 ‘공백‘은 화석의불완전성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기보다는 실제 일어났던 일을 반영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은 계통 진화가 진화적인 변화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긴 ‘정체‘기를 거치며 끊어졌다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어떤 의미에서 진화는 갑작스러운 폭발의 형태로 이루어졌을 수 있다는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마음속에 그렸을 돌연한 폭발적 진화로 논의를 옮기기 전에, 먼저 갑작스러운 폭발‘ 이라는 개념에는 그들이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의미가 약간은 있음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동안 그런 문제가 큰 오해의 불씨가 되어 왔기 때문에 우리 논의를 방해하기 전에 깨끗이 정리해 두어야 할 것이다. 엘드리지나 굴드도 약간의 극히 중요한 공백은 실제로 화석 기록의 불완전성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큰 공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캄브리아기의 암석층은 약 6억 년 이전의 오랜 과거에 형성됐는데, 주요한 무척추동물의 대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지층이다. 그 화석의 상당 부분이 최초로 나타난 시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미 상당히 진화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마치 누군가가 그 화석들을 진화의 역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그곳에 심은 듯한 인상을 준다. 두말할 필요도없이 이렇듯 갑작스럽게 보이는 출현은 창조론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어떤 학파든 진화학자라면 이것이 화석 기록의 극히 큰 공백, 즉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6억 년 이전의 과거를 알려주는 화석이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경우가 극히 적기 때문에 나타난 공백이라고 믿는다. 이런 공백이 발생하게 된 이유를 훌륭하게 설명하는 것중 하나는 그 시대의 대다수 동물의 몸이 부드러운 부분으로 이루어져있어서 화석이 될 수 있는 껍질이나 뼈가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창조론자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극히 자의적인 주장으로 비칠 것이다. 여기에서 내가 지적하고 싶은 사실은 이 대규모 공백에 대한 논의에관한 한 단속론자‘ 든 ‘점진론자‘ 든 그 해석에 아무런 차이도 없다는것이다. 두 학파 모두 이른바 ‘창조 과학‘ 이라는 것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고, 이 중대한 공백을 실제로는 화석 기록이 불완전한 탓으로 돌린다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다.  - P373

 화석 기록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백‘은 실제로 오직 한 세대에서 일어난 돌발적인 변화를 반영하는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까 그 사이에 아무런 중간 단계도 존재하지 않으며, 대규모의 진화적 변화가 오직 한 세대에 발생한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부모와 전혀 다른 자식이 태어나서 아버지와는 다른 종(種)에 속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자식은 돌연변이 개체일 것이다. 이런 돌연변이는 너무 크기 때문에 그것을 대돌연변이(macromutation)라 부르기로 하자. 대돌연변이에 기초한 진화 이론은라틴어로 ‘도약‘을 의미하는 ‘saltus‘ 를 따서 ‘도약(saltation)‘ 설이라고부른다. 흔히 단속평형설이 도약설과 혼동되기 때문에 여기서 도약설에대해 살펴보고 왜 그것이 진화의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없는가를 밝히는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돌연변이, 즉 큰 효과를 가지는 돌연변이가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일어나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진화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이다. 다시 말하자면 대돌연변이가 특정한 종의 유전자 풀에 결합되어 있는지, 아니면 그 역으로 자연선택을 통해 항상 제거되는지의 여부이다. - P374

 이 뱀은 어떤 의미에서는 ‘대‘ 돌연변이 개체이지만, DC8 개량형이라는 약한 의미에서의 대돌연변이에 불과하다. 부모보다 6개 정도 척추가 많은 뱀의 개체가 한 단계의 돌연변이로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도약 진화에 대한 반론으로서 ‘복잡성 논의‘가 DC8 개량형의 대돌연변이에 적용될 수 없는 이유는 거기에 관계되는 변화의 성질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전혀 대돌연변이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가 순진하게도 최종 산물인 성체만을 관찰하는 경우에만 대돌연변이로 보일 뿐이다.
배 발생의 ‘과정‘을 살펴보면 배에 대한 명령에서 나타나는 아주 작은변화가 성체가 되었을 때 외견상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에서그것은 미소돌연변이에 불과하다. 초파리의 촉각지를 비롯해서 그 밖의 여러 가지 이른바 ‘호메오틱(homeotic) 돌연변이‘ 의 경우에도 같은 사실이 적용된다. - P384

설명의 편의를 위해 다른 대륙의 예를 들었지만, 교잡의 장벽으로 작용하는 지리적 격리의 원리는 사막이나 산맥, 강, 때로는 자동차 도로로양쪽으로 격리된 동물에게도 적용된다. 또한 거리 이외에 아무런 장벽도 없는 동물에게도 적용된다. 스페인 산 뒤쥐는 몽골 산 뒤쥐와 교잡할수 없다. 교잡 가능한 뒤쥐가 스페인에서 몽골까지 끊어지지 않는 사슬을 이루어 연결되어 있다 하더라도 진화적인 의미에서 이야기하자면 스페인 산 뒤쥐는 몽골 산 뒤쥐로부터 분화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리적 격리가 종 분화의 관건이라는 식의 사고방식은 바다나 산맥과같은 현실의 물리적 장벽에 대해 생각해 보면 한층 확실해진다. 실제로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는 섬들은 새로운 종이 탄생할 수 있는 풍요로운 요람과도 같은 지역이다. - P386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한두마리의 뒤쥐가 산맥 너머 저지 (低地)에 도착하기도 했다. 이들은 번성할수 있었고, 이 종의 주요 개체군에서 실질적으로 분리된 주변 개체군이된다. 이제 두 개체군은 서로 독립적으로 번식을 계속하게 되고 산맥으로 격리된 각각의 지역에서는 유전자를 교환할 수 있지만, 산맥을 넘어 교환할 수는 없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한쪽 개체군의 유전적 조성에서 발생한 변화는 번식을 통해 그 개체군 전체에 퍼져 나가지만 다른 개체군에게는 확산되지 않는다. 그러한 변화 과정 중 일부는 자연선택에 따라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산맥의 양쪽에서 각기 다른 자연선택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 이유는 기후 조건이라든가 포식자나 기생 생물 등 모든 여건이 양쪽에서 완전히 똑같은 경우란 도저히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변화 중 일부는 오직 우연히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어떤 원인 때문에 유전적 변화가 일어났든 그러한 변화는 번식을 통해각각의 개체군 ‘내부로‘ 확산되고 두 개체군 ‘사이‘에서는 절대 확산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두 개체군은 유전적으로 분화되어 간다. 즉 점차 서로 다른 종이 되어 가는 것이다. - P387

정통 신다원주의의 종 분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이러한 ‘공백‘이 골치 아픈 불완전성이나 당황스럽고 괴이한 현상이 아니라 우리가예측하고 있던 바로 그 현상임을 알 수 있다. 선조 종에서 자손 종으로의 ‘이행‘이 급작스럽고 변덕스러운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단지 우리가 어떤 한 장소에서 나온 일련의 화석들을 관찰할 때 ‘진화상의 모든사건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진행 중인‘ 사건, 다른 지역으로부터 새로운 종이 도래하는 과정을 보고 있는 것이다. 진화상의 사건은 분명 실재했고 하나의 종이 다른 종으로부터 점진적으로진화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뒤쥐의 진화적인 이행 상태를 화석 기록으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이 경우에는 산 너머)을 발굴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390

이처럼 단속평형론자가 반론을 펴는 대상은 실제로는 다윈이 말하는 ‘점진설‘이 아니다. 점진설의 주장은 각각의 세대가 이전 세대와 약간의 차이만을 가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반대한다면 도약론자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엘드리지와 굴드는 도약론자가 아니다. 실제로그들이나 그 밖의 단속론자들이 이의를 제기한 것은 결국 다윈의 주장이라고 가정되는 진화 속도가 일정하다는 신념이다. 그들이 그 신념에 이의를 제기하는 까닭은 그들이 진화(의심의 여지없이 점진적인 진화)란 비교적 짧은 폭발적인 활동기(즉 종 분화라는 사건인데. 그 사건은 이른바 진화적 변화에 대한 평상시의 저항이 붕괴되는 종의 위기적 상황을 낳는다.)에 매우 급속하게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폭발적 시기 사이의 오랜 정체기에는 진화가 아주 천천히 진행되거나 또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우리가 비교적 짧은‘ 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물론 일반적인 지질학적 시간 규모에 비해 짧다는 뜻이다. 단속론자가이야기하는 급격한 진화도 지질학적인 기준으로는 순간이라고 말할 수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수만 년이나 수십만 년이 걸린다. - P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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