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여기 당신이 있다. 여기 당신이 있다! 성스러운 현재에 말이다. 나는 당신을-혹은 그 누구도 치유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자기 마음 안에 있는 감옥을 조금씩 조금씩 무너뜨리기로 한 당신의 선택을 축하할 수 있다. 당신은 이미 일어난 일을 바꿀 수 없다. 당신은 당신이 한 일과 당신에게 행해진 일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당신은 현재 어떻게 살지 선택할 수 있다.
당신은 마음 감옥에서 자유로워지기로 선택할 수 있다. - P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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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80년 ‘광주‘와 87년 6월은 연속선상에서 보아야 합니다. 미국의 대한(對韓) 정책도 그와 관련지을 수 있을 겁니다. 광주사태 당시 한국군의 이동과 관련해 미국의 역할 내지 책임이 줄곧 제기돼온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진행을 본다면, 어느 한 과정이 막을 내리고 난 뒤에라야 그 의미를 알 수있습니다. 80년 광주의 충격과 여파는 바로 그해, 그 다음해에는 잘 느껴지지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6월사태 속에서 우리는 ‘광주‘의 여파를 느낍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반미구호가 안 나오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말까지 있었던이 땅에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겁니다. "미제(美帝)물러가라"는 구호가 등장하더니 보편화됐습니다. 미국도 이것을 알았습니다. 미국은, 반미성향이 학생으로부터 시작해 국민 사이에 널리 퍼지게 되면 미국의 이익과 부딪치게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그만큼 미국에 있어 지정학적·경제적으로 중요한 존재입니다. 과거 미국은 기존의 정부를 일방적으로 지원, 결과적으로 군부 •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지원하게 됐고 불가분의 유착관계까지 맺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엔 ‘광주‘의 교훈을 상기한 듯싶습니다.  - P169

최재현 -저는 6월사태를 지켜보면서, 다음과 같은 점이 지적돼야 하겠다고느꼈습니다. 사실 학생들은 강의에 안 들어가도 되고, 얼마든지 자기 의사에따라 시위에 참여할 기회가 보장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직장생활을 하는 시민들의 입장은 점심시간 등을 이용할 수가 있었죠. 그런데 이보다그 수에 있어 훨씬 방대한 계층인 기층민중집단이 이번 사태에 적극가담했다는 증거는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그렇다면 역사적 격변에 의해 얻어질 혜택 또는 성과는 그 격변의 현장에 참여하지 못한 기층집단에게 얼마나 돌아갈 수 있느냐하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실제로 매스컴은 시위로 거둔 승리를 중산층이 주도해 얻어낸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면 승리에 따르는 혜택이 중산층에게만 돌아갈 공산이 크다고도 보여지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민주화의 과정에서 중산층과 노동자계급 간에 분배를 둘러싼 근본적 이해대립이 일어날 소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노동자가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자연히 그들로부터의 요구가 터져나올 것이고, 여러 형태의 시위가 예상되는 것입니다. 이때중산층은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점은민주화의 과정에서 중산층만이 아니라 그 하부계층의 발언통로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신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분배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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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 선택에 대해 가능한 비유를 약한 비유와 강한 비유라는 두 가지 단계로 구분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약한 비유는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진화의 어느 단계의 최종 산물이 진화의 다음 단계의 토대를 이루는 진화 과정은 어느정도 진보적일 가능성이 있고 때로는 폭발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앞 장에서 ‘군비 확장 경쟁‘ 이라는 형태로 이 개념을 다루었다. 포식자의 설계에서 나타나는 각각의 진화적 개선은 먹이에 대한 선택압을 변화시키고 그에 따라 먹이가 되는 생물은 포식자를 보다 교묘하게 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그런 다음에는 다시 포식자에게 선택압이 가해져 개선이 이루어지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상승하는 나선을 관찰하게 된다. 앞에서 서술했듯이 포식자와 피식자가 동시에 개선되기 때문에 어느 쪽도 결과적으로 성공률의 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양쪽 다 진보적이고 더 우수한 장비를 ‘갖추어‘ 가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 선택의 약한 비유이다. 성선택의 강한 비유는 피셔 랜더 이론의 본질이 ‘녹색 수염‘ 식의 현상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즉 암컷의 선택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자동적으로 ‘자신‘의 복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고, 그것은 저절로 폭발을 향해 나아가는 경향을 가진 과정이라는 것이다. 성 선택 이외에도 이런 종류의 현상의 예가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 P352

미국의 고생물학자 닐스 엘드리지와 스티븐 제이 굴드는 1972년에처음 단속평형설을 발표했는데, 이후 그들의 이론은 종래의 이론과는전혀 다른 제안인 것처럼 주장되어 왔다. 그들은 실제 화석 기록이 우리생각처럼 불완전하지 않을 것임을 주장했다. 어쩌면 ‘공백‘은 화석의불완전성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기보다는 실제 일어났던 일을 반영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은 계통 진화가 진화적인 변화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긴 ‘정체‘기를 거치며 끊어졌다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어떤 의미에서 진화는 갑작스러운 폭발의 형태로 이루어졌을 수 있다는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마음속에 그렸을 돌연한 폭발적 진화로 논의를 옮기기 전에, 먼저 갑작스러운 폭발‘ 이라는 개념에는 그들이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의미가 약간은 있음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동안 그런 문제가 큰 오해의 불씨가 되어 왔기 때문에 우리 논의를 방해하기 전에 깨끗이 정리해 두어야 할 것이다. 엘드리지나 굴드도 약간의 극히 중요한 공백은 실제로 화석 기록의 불완전성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큰 공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캄브리아기의 암석층은 약 6억 년 이전의 오랜 과거에 형성됐는데, 주요한 무척추동물의 대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지층이다. 그 화석의 상당 부분이 최초로 나타난 시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미 상당히 진화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마치 누군가가 그 화석들을 진화의 역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그곳에 심은 듯한 인상을 준다. 두말할 필요도없이 이렇듯 갑작스럽게 보이는 출현은 창조론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어떤 학파든 진화학자라면 이것이 화석 기록의 극히 큰 공백, 즉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6억 년 이전의 과거를 알려주는 화석이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경우가 극히 적기 때문에 나타난 공백이라고 믿는다. 이런 공백이 발생하게 된 이유를 훌륭하게 설명하는 것중 하나는 그 시대의 대다수 동물의 몸이 부드러운 부분으로 이루어져있어서 화석이 될 수 있는 껍질이나 뼈가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창조론자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극히 자의적인 주장으로 비칠 것이다. 여기에서 내가 지적하고 싶은 사실은 이 대규모 공백에 대한 논의에관한 한 단속론자‘ 든 ‘점진론자‘ 든 그 해석에 아무런 차이도 없다는것이다. 두 학파 모두 이른바 ‘창조 과학‘ 이라는 것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고, 이 중대한 공백을 실제로는 화석 기록이 불완전한 탓으로 돌린다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다.  - P373

 화석 기록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백‘은 실제로 오직 한 세대에서 일어난 돌발적인 변화를 반영하는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까 그 사이에 아무런 중간 단계도 존재하지 않으며, 대규모의 진화적 변화가 오직 한 세대에 발생한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부모와 전혀 다른 자식이 태어나서 아버지와는 다른 종(種)에 속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자식은 돌연변이 개체일 것이다. 이런 돌연변이는 너무 크기 때문에 그것을 대돌연변이(macromutation)라 부르기로 하자. 대돌연변이에 기초한 진화 이론은라틴어로 ‘도약‘을 의미하는 ‘saltus‘ 를 따서 ‘도약(saltation)‘ 설이라고부른다. 흔히 단속평형설이 도약설과 혼동되기 때문에 여기서 도약설에대해 살펴보고 왜 그것이 진화의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없는가를 밝히는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돌연변이, 즉 큰 효과를 가지는 돌연변이가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일어나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진화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이다. 다시 말하자면 대돌연변이가 특정한 종의 유전자 풀에 결합되어 있는지, 아니면 그 역으로 자연선택을 통해 항상 제거되는지의 여부이다. - P374

 이 뱀은 어떤 의미에서는 ‘대‘ 돌연변이 개체이지만, DC8 개량형이라는 약한 의미에서의 대돌연변이에 불과하다. 부모보다 6개 정도 척추가 많은 뱀의 개체가 한 단계의 돌연변이로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도약 진화에 대한 반론으로서 ‘복잡성 논의‘가 DC8 개량형의 대돌연변이에 적용될 수 없는 이유는 거기에 관계되는 변화의 성질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전혀 대돌연변이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가 순진하게도 최종 산물인 성체만을 관찰하는 경우에만 대돌연변이로 보일 뿐이다.
배 발생의 ‘과정‘을 살펴보면 배에 대한 명령에서 나타나는 아주 작은변화가 성체가 되었을 때 외견상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에서그것은 미소돌연변이에 불과하다. 초파리의 촉각지를 비롯해서 그 밖의 여러 가지 이른바 ‘호메오틱(homeotic) 돌연변이‘ 의 경우에도 같은 사실이 적용된다. - P384

설명의 편의를 위해 다른 대륙의 예를 들었지만, 교잡의 장벽으로 작용하는 지리적 격리의 원리는 사막이나 산맥, 강, 때로는 자동차 도로로양쪽으로 격리된 동물에게도 적용된다. 또한 거리 이외에 아무런 장벽도 없는 동물에게도 적용된다. 스페인 산 뒤쥐는 몽골 산 뒤쥐와 교잡할수 없다. 교잡 가능한 뒤쥐가 스페인에서 몽골까지 끊어지지 않는 사슬을 이루어 연결되어 있다 하더라도 진화적인 의미에서 이야기하자면 스페인 산 뒤쥐는 몽골 산 뒤쥐로부터 분화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리적 격리가 종 분화의 관건이라는 식의 사고방식은 바다나 산맥과같은 현실의 물리적 장벽에 대해 생각해 보면 한층 확실해진다. 실제로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는 섬들은 새로운 종이 탄생할 수 있는 풍요로운 요람과도 같은 지역이다. - P386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한두마리의 뒤쥐가 산맥 너머 저지 (低地)에 도착하기도 했다. 이들은 번성할수 있었고, 이 종의 주요 개체군에서 실질적으로 분리된 주변 개체군이된다. 이제 두 개체군은 서로 독립적으로 번식을 계속하게 되고 산맥으로 격리된 각각의 지역에서는 유전자를 교환할 수 있지만, 산맥을 넘어 교환할 수는 없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한쪽 개체군의 유전적 조성에서 발생한 변화는 번식을 통해 그 개체군 전체에 퍼져 나가지만 다른 개체군에게는 확산되지 않는다. 그러한 변화 과정 중 일부는 자연선택에 따라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산맥의 양쪽에서 각기 다른 자연선택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 이유는 기후 조건이라든가 포식자나 기생 생물 등 모든 여건이 양쪽에서 완전히 똑같은 경우란 도저히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변화 중 일부는 오직 우연히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어떤 원인 때문에 유전적 변화가 일어났든 그러한 변화는 번식을 통해각각의 개체군 ‘내부로‘ 확산되고 두 개체군 ‘사이‘에서는 절대 확산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두 개체군은 유전적으로 분화되어 간다. 즉 점차 서로 다른 종이 되어 가는 것이다. - P387

정통 신다원주의의 종 분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이러한 ‘공백‘이 골치 아픈 불완전성이나 당황스럽고 괴이한 현상이 아니라 우리가예측하고 있던 바로 그 현상임을 알 수 있다. 선조 종에서 자손 종으로의 ‘이행‘이 급작스럽고 변덕스러운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단지 우리가 어떤 한 장소에서 나온 일련의 화석들을 관찰할 때 ‘진화상의 모든사건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진행 중인‘ 사건, 다른 지역으로부터 새로운 종이 도래하는 과정을 보고 있는 것이다. 진화상의 사건은 분명 실재했고 하나의 종이 다른 종으로부터 점진적으로진화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뒤쥐의 진화적인 이행 상태를 화석 기록으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이 경우에는 산 너머)을 발굴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390

이처럼 단속평형론자가 반론을 펴는 대상은 실제로는 다윈이 말하는 ‘점진설‘이 아니다. 점진설의 주장은 각각의 세대가 이전 세대와 약간의 차이만을 가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반대한다면 도약론자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엘드리지와 굴드는 도약론자가 아니다. 실제로그들이나 그 밖의 단속론자들이 이의를 제기한 것은 결국 다윈의 주장이라고 가정되는 진화 속도가 일정하다는 신념이다. 그들이 그 신념에 이의를 제기하는 까닭은 그들이 진화(의심의 여지없이 점진적인 진화)란 비교적 짧은 폭발적인 활동기(즉 종 분화라는 사건인데. 그 사건은 이른바 진화적 변화에 대한 평상시의 저항이 붕괴되는 종의 위기적 상황을 낳는다.)에 매우 급속하게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폭발적 시기 사이의 오랜 정체기에는 진화가 아주 천천히 진행되거나 또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우리가 비교적 짧은‘ 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물론 일반적인 지질학적 시간 규모에 비해 짧다는 뜻이다. 단속론자가이야기하는 급격한 진화도 지질학적인 기준으로는 순간이라고 말할 수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수만 년이나 수십만 년이 걸린다. - P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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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람은 독재자(자비롭다고 하더라도)를 원한다. 책임을 전가하고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 말이다. "당신이 내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어. 내 잘못이 아니야." 하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우산 아래에 서 있으면서 자신의 몸이 젖고 있다고 불평하며 일생을 보내서는안 된다. 희생자가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외부에 초점을 맞추고 내다보며, 현재 상황에 대해 책망할, 혹은 자신의 목적, 운명, 가치를 대신 결정할 누군가를 찾는 일이다. - P363

해방은 수용에서부터 시작한다.
치유하기 위해, 우리는 어둠을 받아들인다. 빛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어두운 계곡의 그늘을 걸어서 지나가야만 한다.  - P395

이제 우리 차례다. 멩겔레 박사가 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그녀는네 엄마니 아니면 네 언니니?" 그가 묻는다.
나는 엄마의 손에 매달리고 마그다 언니는 엄마의 다른 쪽을 껴안는다. 우리 중 아무도 왼쪽으로 보내지는 것의 의미와 오른쪽으로 보내지는 것의 의미를 알지 못하지만, 엄마는 내가 내 나이 또래로 혹은더 나이가 많아 보여야 한다는 사실을, 첫 번째 선별 줄을 살아서 통과하기 위해서는 내가 충분히 나이 들어 보여야 한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엄마의 머리카락은 희끗희끗하지만, 엄마의 얼굴은내 얼굴만큼이나 매끈하다. 엄마는 나의 언니로 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나는 ‘엄마‘와 ‘언니‘ 중 어떤 단어가 엄마를 보호할지 생각하지 못한다. 생각이란 것을 전혀 할 수가 없다. 나는 그저 엄마를 사랑하는, 엄마를 필요로 하는 내 안의 세포 하나하나만 느낀다. 그녀는 나의 어머니, 나의 엄마, 나의 유일한 엄마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의식에서지우려고 애쓰며 평생을 보내게 되는 바로 그 말을 내뱉는다. 심지어오늘까지도 내가 나에게 기억하도록 허용하지 않는 바로 그 말을 말이다.
"엄마예요." 내가 말한다.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나는 목구멍 안으로 그 말을 다시집어넣고 싶다. 나는 그 질문의 중요성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그녀는 네 엄마니 아니면 네 언니니?‘ ‘언니예요! 언니예요! 언니예요!‘ 나는소리치고 싶다. 멩겔레가 엄마에게 왼쪽으로 가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엄마가 어린아이들, 노인들, 임신한 엄마들, 팔에 아기를 안고있는 엄마들의 뒤를 따른다. 나는 엄마를 따라갈 것이다. 나는 엄마가 시야에서 사라지게 두지 않을 것이다. 나는 엄마를 향해 달려가려 하지만 멩겔레가 내 어깨를 움켜잡는다. "곧 있으면 엄마를 보게 될 거야." 그가 말한다. 그가 나를 오른쪽으로 떠민다. 마그다 언니를 향해. 다른 쪽을 향해. 생존을 향해. - P406

"언니에요‘라고 말했어야 했어요! 왜 제가 ‘언니‘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내가 수십 년 건너에서 엄마에게 외치며 엄마의 용서를 구한다. 이것을 받기 위해 내가 아우슈비츠로 되돌아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엄마가 나에게 내가 아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주는 것을듣기 위해서 내가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말해주는 것을 듣기 위해서하지만 엄마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아니 엄마가 그렇게 말한다고하더라도 나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나치를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순간을 다시 살 수만있다면, 다른 선택을 내릴 수 있었던 바로 전 순간과 이 순간을 다시살 수만 있다면, 나는 처음부터 다시 모든 순간을 기꺼이 살아낼 것이다. 모든 선별 줄, 모든 샤워, 얼어 죽을 것처럼 추운 밤과 점호 시간, 모든 식사, 연기로 시커멓게 된 공기의 냄새, 거의 죽을 뻔하거나 죽고싶었던 모든 순간을 말이다. 멩겔레의 질문에 다른 대답을 할 수 있었던 바로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단 하루만이라도 엄마의 목숨을구할 수 있었던 바로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 P408

빅터 프랭클은 이렇게 말한다. "의미를 찾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동기이다. (...) 이 의미는 각각의 인간에게 고유하고 구체적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신만의 의미를 추구해야하고, 또한 자신만의 의미를 추구할 수 있다. 오로지 그때에야 그 의미는 중요성을 획득하고, 의미를 찾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 "스스로 책임지는 것을 포기하는 건 의미를 창조하고 발견하는 능력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시 말해,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 P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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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그만은 실험이 실험들은 개들을 대상으로 실행되었다. 유감스럽게도, 동물 학대를 금지하는 현재의 보호법들이 생기기 이전이었다)을 통해 그가 ‘학습된 무기력 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이름 붙인 개념을 알아냈다. 개들에게 고통스러운 충격을 가한 후, 이 개들에게 레버를 눌러서 충격을 멈출 수 있게 조건 지웠을 때, 개들은 고통을 멈추는 법을 빠르게 배웠다. 그리고 이 개들은 뒤따른 실험에서 개 사육장안에서 고통스러운 충격이 가해지자 낮은 장벽을 뛰어넘어서 충격을 피하는 방법을 쉽게 알아냈다. 하지만 고통을 멈추는 수단이 주어지지 않은 개들은 자기들이 고통에 대해 무기력하다는 교훈을 배웠다. 그래서 개 사육장에 들여보낸 후 충격을 가하자, 이 개들은 탈출할수 있는 방법을 무시하고 그저 바닥에 엎드려서 낑낑거렸다. 이 실험으로부터 셀리그만은 우리가 자신의 상황에 통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느낄 때, 혹은 우리가 고통을 완화하거나 삶을 개선할 방법이 하나도 없다고 믿을 때, 우리는 자신을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기를멈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확히 강제수용소에서 벌어졌던 상황이다. 해방된 수감자들은 강제수용소의 출입문을 통과해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수용소로 돌아와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마침내 찾아온 자유를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말이다. - P305

내게 매우 영향을 많이 준 멘토 중 한 사람인 칼 로저스는 환자들이 자기 자신을 완전하게 받아들이도록 돕는 일에 대가다. 로저스는자기실현의 욕구가 긍정적 수용의 욕구와 충돌할 때, 혹은 그 반대일때, 우리가 자신의 진짜 개성과 욕망을 억압하거나 숨기거나 무시할수 있다는 이론을 만들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동시에‘ 진짜•자신으로 존재할 방법이 없다고 믿게 되면, 우리는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부정하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자기수용은 치유의 과정 중 내게 가장 힘든 부분이었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나는 이것과 씨름하고 있다. 완벽주의는 내 어린 시절에 인정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행동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완벽주의는생존자로서의 죄책감에 대처하는 대응 기제로 내게 더 깊이 뿌리내렸다. 완벽주의는 무언가가 망가졌다는 신념이다. 바로 ‘자기 자신‘ 말이다. 그래서 학위, 성취, 포상, 논문 등으로 자신의 망가진 부분을 가리려고 하지만, 이러한 것 중 그 어느 것도 자신이 고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쳐줄 수 없다. 낮은 자존감과 싸우려고 애쓰면서, 나는오히려 나 자신이 가치 없다는 생각을 강화하고 있었다. 내담자들에게 완전한 사랑과 수용을 제공하게 되면서, 다행히 나는 나 자신에게도 이와 똑같은 것을 제공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 P308

셀리그만과 엘리스의 이론을 공부하고 로저스를 연구 대상으로 하면서,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의견을 종합하는 방식에 큰 도•움을 받았다. 또한 절충적이면서도 직관적인 통찰력을 얻고, 인지 지향 심리치료 접근법을 도출하는 데에 큰 도움을 받았다. 내 심리치료방식에 이름을 붙여야만 한다면 ‘선택 치료 Choice Theraphy‘라고 부르고싶다. 자유는 ‘선택 CHOICE‘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유는 연민Compassion, 유머Humor, 낙관주의 Optimism, 직관Intuition, 호기심Curiosity, 그리고 자기표현self-Expression을 선택하는 것의 문제다. 그러므로, 자유롭다는 것은 바로 현재에 사는 것이다. 과거에 갇힌 채 "여기 대신 저기‘만‘ 갔더라면" 혹은 "결혼을 다른 사람하고‘만‘ 했더라면..."이라고 말한다면, 자기 스스로 만든 감옥 안에 사는 것과 다름없다. "~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절대 행복할 수 없을 거야" 혹은 "딱 맞는사람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절대 행복할 수 없을 거야"라고 말하면서•미래에 우리의 시간을 쏟는다 해도 감옥 안에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선택의 자유를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바로 현재뿐이다. - P310

오늘 나는 두 명의 새로운 환자를 할당받았다. 두 명 모두 베트남전참전 군인이고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이들은 진단(낮은 T급 척수 손상)이 같고 예후(생식기능과 성기능 장애, 다시 걷을 가능성 희박, 양손과 몸통 통제 용이) 또한 같다. 그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도 나는 이들 중 한 명이 내게 삶을 완전히 바꾸는 영향을 미칠지 아직 모르고있다. 나는 톰을 먼저 만난다. 그는 태아 자세로 웅크린 채 침대에 누워서 신과 조국을 저주하고 있다. 그는 감옥에 갇힌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다친 몸 때문에, 자신의 고통 때문에, 자신의 분노 때문에.
다른 참전 군인의 병실에 가니 척이 침대 밖으로 나와 휠체어에 앉아 있다. "흥미로워요." 그가 말한다. "제게 인생에서 두 번째 기회가 생겼어요. 놀랍지 않나요?" 그는 새로운 발견과 가능성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이 휠체어에 앉으면 잔디밭으로 나갈 수 있어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거죠. 게다가 꽃들을 훨씬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요. 내 아이들의 눈도 볼 수 있고요." - P317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오랫동안 부정한 나의 일부가 풀려나면 무슨일이 벌어질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나는 분노의 힘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전혀 죽이지 못한다.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 나는 살아 있다.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은 지금도 여전히 쉽지 않다. 과거에 관해 기억하거나 이야기할 때마다 두려움과 상실감에 다시 정면으로 부딪치는 일이 매우 고통스럽다. 하지만 이 순간 이후로 나는 감정들은, 얼마나 강력할지는 몰라도 결코 죽음을 초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알았다. 또한 감정들은 일시적이다. 감정을 억압하는 것은 감정을 떠나보내능 것을 더 힘들게 만들 뿐이다. 표현Expression은 우울Depression의 반대말이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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