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내 여자친구가 물어오면, 나는 그녀에게, 내가 열세 살이던, 어느 날 밤 더그 형이 친구들 무리와 함께 술에 취해 집에 돌아와서는 이웃집 앞에 주차된 폰티악 조수석 창문을 향해 석회석 벽돌을 내던졌던, 우리가 펜실베이니아주에 살게 되면서 맞이한 첫 여름에 대해 말해준다. 나는 내가 포치에 나와 앉아 있었고 그 모든 일을 믿을 수 없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다음날 이웃집에 사는 칼러 씨가 건너와 더그 형이 자기 자동차 창문을 박살냈다며, 아내가 목격까지 했다고 말했다. 더그 형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고 그러자 큰 언쟁이 일었다. 그들은, 더그 형과 칼러 씨는 이십여 분가량 언성을 높였다. 결국 우리 어머니가 사과를 한 후 칼러 씨에게 수표를 써주었다. 나는 여자친구에게, 나중에, 칼러 씨가 가고 난 후에, 내가 밖으로 나가, 그의 폰티악의 비닐 카시트에서 유리 파편을 털어내고, 거리에 흩어진 유리 조각들을 쓸어담기 시작했노라고 말한다. 석회석 벽돌은 여전히 차 바닥에 있었다고. 잠시 후, 칼러 씨가 집에서 나오더니 내게 그렇게 하지 않아도된다고 말했다. 그는 말했다-그것은 이후 좀체 내 마음을 떠날줄 모르는 말이다-그는 말했다. "얘야. 이 일은 너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란다 - P154
"그래서 이제 어떡할 건데?" 누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언덕 지대를 바라다보았다. "모르겠어. 앨릭스, 난 이제 서른이 다 됐어. 서른." 누나는 말을 멈추고 술을 조금 마셨다. "리처드와 나는 삼 년을 사귀었어. 삼년을 꼬박. 그렇게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내면 누군가를 알게 돼. 익숙해져버리게 된다고. 그이가 완벽하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야. 말이야 바른 말이지, 망할 새끼처럼 구는 경우가 안 그런 경우만큼 있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작년부터 그이가 우리를 위해, 우리가 좀더 나이가 들었을 때를 위해 따로 돈을 모으기 시작했어. 그게 자꾸 발목을 잡아, 그이가 벌써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누나는 한숨을 내쉬고 몸을 기울여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래봐야." 누나가 잠시 뒤 말했다. "더 나쁜 일이 일어나겠어?" 나는 누나에게 팔을 둘렀고, 내게 온몸을 맡긴 누나의 무게감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누나가 내게 안긴 것은 아주 오래된, 몇년 만의 일인 것 같았다. 나는 누나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잠시 후, 바람이 불어오자, 누나가 내 가슴께로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다. 잠시 나는, 어린 시절 그곳에 앉아 아버지가 일터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지난날의 늦여름 오후로 돌아간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언덕 아래로 아버지의 자동차 전조등 불빛이 보일 때 누나가 미소 짓던 모습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기쁨처럼 보였다. 그 불빛, 자동차,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안다는 그것은. - P245
일 년이면, 클로이는 예술 지구에 있는 갤러리에 새로이 취직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스물네번째 생일이 지나고 사흘째 되는 날 밤, 여느 밤과 다를 바 하나 없이 그녀는 일터에서 돌아올 것이고 부엌 식탁내 맞은편에 앉을 것이다. 그녀의 손은 축축해져 있을 것이고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을 것이다. 굉장히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어 나는 한순간 그녀가 내게 장난을 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녀는 담뱃불을 붙이고 눈을 감을 것이다. 그녀는 내 손을 잡고 내게 해야 할 말이 있는데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할것이다. 그날 밤 늦게, 그녀는 캘리포니아에 사는 자기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 것이고 나는 부엌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집 저편에서 전화기에 토해내는 그녀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다. 우리 둘 다 그날 밤 잠을 자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이에는 많은 말이 오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서늘한 어둠 속에 마치 이방인들처럼 누워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서로에게 눈길을 삼간 채, 허리케인의 끝자락을 통과해 휴스턴 외곽의 작은 병원으로 차를 몰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우리가 막 서명함으로써 포기한 아이에게 지어줄 수 있었던 이름들을 떠올리며, 어두운 방안에 홀로 앉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앞으로 일어날 일이다. 그러나 오늘 오후, 부드러운 라임색 카펫 위 그녀의 벌거벗은 몸 옆에 누워, 비와 웃음소리를들으며, 나는 다만 클로이의 피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녀의이름처럼 서늘하고 부드러운, 내 젊은 아내의 창백한 피부. 바깥거리에서 음악 소리가 커지고 클로이가 내 쪽으로 몸을 굴린다. 맨 먼저 나의 가슴에 키스하고 차츰차츰 아래로 내려간다. 나는 눈을 감는다. 조금 후면 우리는 매일 밤 그러하듯이, 우리의 조그만 매트리스 위에서 함께 잠이 들 것이다. 창문 밖 종려나무들을 흔들고 지나는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우리는 잔인한 짓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는 안개 속의 꿈을 믿으면서. - P248
그렇지만 나는, 그 저녁, 벤틀리 부인이 떠난 그 저녁이 자꾸만 떠오른다. 어머니가 이윽고 자신을 추스르던 모습, 부엌으로 들어가 설거지를 하던 모습, 방에서 내려온 누나에게 미소를 짓던 모습, 그리고 그후, 개수대가에 서서, 마치 누군가가 자기에게 와주리라고 아직도 믿는 듯이. 마치 저멀리 있는 그림자가 뜰의 가장자리에서 걸어나와 자기를 되찾아갈 것이라고 아직도 믿는 듯이. 그렇게 간절하게 서 있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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