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으로 여행할 때가 서쪽으로 여행할 때보다 새 시간대에 순응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을 알아차렸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동쪽으로 가면 평소보다 더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데, 그 생물학적 명령은 너무나 어렵기에 마음이 따르기가 쉽지 않다. 정반대로 서쪽으로 가면, 더 늦게까지 깨어 있어야하는데, 그 일은 의식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하기가 더 쉽다. 둘째, 바깥세계의 영향을 차단했을 때 우리의 자연적인 하루주기 리듬이 본래 하루보다 더 길다는 말을 기억할 것이다. 약 24시간 15분이다. 별차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하루를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보다 늘리는 것이 좀더 쉽다. 서쪽으로- 타고난 체내 시계를 더 늘어지게하는 방향으로 여행할 때, <하루>는 24시간보다 더 길어지며, 그것이 바로 순응하기가 좀더 쉽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반면에 동쪽으로 여행할 때는 <하루>가 24시간보다 더 짧아지는데, 그때는 본래지닌 긴 체내 리듬을 거스르게 된다. 그것이 바로 순응하기가 더 어려운 이유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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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토닌
우리의 시교차상핵은 멜라토닌이라는 몸속을 순환하는 전령을 통해 뇌와 몸 사이에 밤낮의 신호를 반복하여 전달한다. 멜라토닌에는 여러 가지 별명이 붙어 있다. <어둠의 호르몬>, <뱀파이어 호르몬>이라는 별명도 있다. 사악해서가 아니라, 그저 멜라토닌이 밤에 분비되기 때문이다. 시교차상핵의 명령을 받아서, 어둑해진 직후 솔방울샘 pinealgland에서 혈액으로 분비되는 멜라토닌의 양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솔방울샘은 뇌 뒤쪽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멜라토닌은 뇌와 몸에 명확한 전갈을 큰소리로 외치는 성능 좋은 확성기처럼 행동한다. <컴컴해졌어, 컴컴해졌다고!> 이 시점에서 우리는 밤의 영장을 받은것이며, 그와 더불어 잠자리에 들 때리는 생물학적 명령도 전달된다.
이런 식으로 멜라토닌은 몸 전체로 어둠의 신호를 체계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잠을 잘 시간을 조절하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멜라토닌은 잠드는 것 자체에는 거의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착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이 차이를 명확히 설명하기 위해, 잠을 올림픽 100미터 달리기 경기라고 하자. 멜라토닌은 <선수들, 제자리>라고 말하는 심판의 목소리다. 그 뒤에 출발 신호와 함께 경주가 시작된다. 심판(멜라토닌)은 경주(잠)가 시작될 때에는 통제를 하지만, 경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이 비유를 이어 가자면, 선수들 자체는 잠을 적극적으로 생성하는 다른 뇌 영역들과 과정들이다. 멜라토닌은이 잠을 생성하는 뇌 영역들을 잘 시간이라는 출발선에 모은다. 멜라토닌은 그저 잠자기라는 경기를 시작하라는 공식명령을 내릴 뿐이다. 잠경주자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멜라토닌 그 자체는 강력한 수면 보조제가 아니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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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아서 리앤더가 커스틴에게 준 만화책은 ‘닥터 일레븐 1권 1호:스테이션 일레븐』과 『닥터 일레븐 1권 2호 : 추격』인데 악단의 다른 단원들은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시리즈였다. 문명 몰락 후 20년이 되었을 무렵 커스틴은 이 두 권을 몽땅 외우다시피 했다.
닥터 일레븐은 물리학자다. 그는 작은 행성과 유사하게 설계된첨단 우주정거장에 산다. ‘스테이션 일레븐‘이라는 이름의 그 우주정거장에는 깊고 푸른 바다와 바위섬들이 있으며 섬들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수평선에는 두 개의 달이 떠 있고 하늘에는 붉은 노을이 진다. 문명 몰락 전에 인쇄업에 종사했던 콘트라바순 연주자는 커스틴에게 이 만화책은 인쇄 질이 아주 좋고 기록용 보관용지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대량 생산된 것이 아니고 누군가가 사비를 들여 출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누군가가 누구였을까? - P59

이런 사소한 질투와 신경증과 진단받지 못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와 끓어오르는 반감이 1년 365일 함께 살고 함께 여행하고 함께 연습하고 함께 공연했다. 영원한 동료들과의 영원한 여행이었다. 그런 삶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물론 우정과 동료애, 음악, 셰익스피어, 그리고 남은 로진을 누구의 활에 발랐느냐가 중요하지 않을 때 혹은 누구와 잤느냐가 중요하지 않을 때 느끼는 초월적인 아름다움과 기쁨의 순간들이었다. 비록 누군가는십중팔구 사이드일 것이다 마차 안에 "타인은 지옥이다-사르트르"라고 펜으로 적어놓았고, 다른 누군가는 "타인은"을 지우고 대신 "플루트가"라고 써놓긴 했지만. - P67

오늘 아침 미란다는 테아로부터 다섯 통의 이메일을 받는다. 곧있을 리언의 아시아 출장을 위한 항공권과 호텔 예약 확인서다. 미란다는 아시아 출장 일정표를 작성하는 데 약간의 시간을 들인다. 일본, 싱가포르, 그다음엔 한국. 이럴 때면 지도를 찾아서 그 나라들을 여행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녀는 아직 캐나다를 떠나본 적이없다. 파블로가 일도 하지 않고 그림도 팔지 못해서, 그녀가 버는 돈으로 집세와 최소한의 학자금 대출 이자를 내고 나면 생활하기도 빠듯하다. 그녀는 싱가포르 발 서울행 항공권에 관한 정보를 일정표에 삽입한 후 다른 예약번호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그렇게 하루의 업무가 벌써 끝나버린다. 오전 9시 45분에.
미란다는 한동안 뉴스를 읽다가 한반도 지도를 좀 들여다본다. 그러다가 컴퓨터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자신의 프로젝트속 세상을, 학교를 졸업하고 줄곧 매달려온 그래픽 노블 시리즈 속 세상을 생각한다. 그녀는 책상 맨 위 서랍, 파일들 밑에 숨겨놓았던 스케치북을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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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션 일레븐 시리즈의 주인공은 닥터 일레븐이라는 뛰어난 물리학자다. 외모는 놀라울 정도로 파블로를 닮았지만 다른 부분은 조금도 닮지 않았다. 그는 미래에서 온 사람으로 징징거리는 법이 절대 없다. 위풍당당하고 때로는 냉소적이다. 술은 그리 많이 마시지 않는다. 그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지만 여자 운은 별로없다. 그의 이름은 그가 살고 있는 우주정거장 이름에서 따왔다.
근처 은하계에 살던 적대적인 문명이 지구를 점령하고 지구인들을 노예로 만들었지만, 수백 명의 반군이 우주정거장을 훔쳐서 도망가는 데 성공했다. 닥터 일레븐과 동료들은 스테이션 일레븐을타고 웜홀을 통과해 깊은 우주 속,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 극중 시간 설정은 천 년 뒤로 했다. - P113

미란다는 그 두 사람을 알아본다. 누구보다 끈질기에 그녀와 아서를 따라다니는 파파라치들이다.
"이봐요" 담배를 피우던 남자가 말을 걸면서 카메라를 잡는다. 그녀 또래로, 구레나룻이 있고 짙은 갈색 앞머리가 눈을 찌를 것만같다.
"찍지 마요." 그녀가 날카롭게 말하자 그가 머뭇거린다.
"이렇게 늦은 시각에 뭐해요?"
"찍을 건가요?"
그가 카메라를 내린다.
"고마워요" 그녀가 말한다. "질문에 대답을 하자면, 담배 한 개비 얻으러 나왔어요."
"나한테 담배가 있는지 어떻게 알고?"
"밤마다 우리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잖아요."
"일주일에 6일이죠." 그가 말한다. "월요일엔 쉬니까."
"이름이 뭐죠?"
"지반 차드하리."
"담배 한 개비 줄 수 있어요, 지반?"
"물론이죠, 여기. 담배를 피우는 줄은 몰랐는데요."
"지금부터 다시 피우려고요. 불은요?"
"그럼 이게 그 첫 담배인 거네요." 그가 불을 붙여주며 말한다.
그녀는 못 들은 척하고 집을 올려다본다. "여기서 보니까 예쁘네요, 그렇죠?"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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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왕은 푸른 조명이 만들어낸 동그라미 안에 홀로 서 있었다. 겨울밤 토론토의 엘긴 극장에서 상연되고 있는 <리어왕> 4막, 왕이 실성하는 장면이다. 조금 전, 관객들이 입장하는 동안 무대 위에서 손뼉을 치며 놀던 어린 공주 역 여자아이 세 명은 지금 환영으로 돌아와 있었다. 왕이 손을 뻗으며 비틀비틀 다가가자 소녀들은 그늘 속에서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리어 왕 역할을 맡은 배우는 51세의 아서 리앤더로, 머리에 꽃을 꽂고 있었다. - P10

"자, 아서를 추모하며 한잔하시죠." 바텐더가 말했다.
아역배우 대기실에서는 타냐가 커스틴에게 문진을 주고 있었다. "자, 이거." 타냐가 문진을 아이의 두 손에 쥐여주면서 말했다. "엄마 아빠한테 계속 연락해볼 테니까 울지 말고 이 예쁜 거 보고 있어, 알았지?" 여덟 살 생일을 며칠 앞둔 커스틴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문진을 바라보면서 자기가 이제까지 선물로 받은 것 중에서 제일 예쁘고 멋지고 이상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안에 먹구름이 들어 있는 유리 덩어리였다.
바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 술잔을 부딪쳤다. "아서를 위하여." 그들은 몇 분쯤 더 술을 마시다가 눈보라를 헤치고 각자의 길을 갔다.
그날 밤 바에 있었던 사람들 중 가장 오래 산 사람은 바텐더였다. 그는 3주 후 도시를 빠져나가는 도로 위에서 죽었다. - P26

7
마지막 항공 여행이 끝나고 20년 후, 유랑악단을 실은 마차들이 작열하는 하늘 아래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7월 말이었고, 선두 마차 뒤쪽에 달린 25년 된 온도계는 화씨 106도, 섭씨 41도를 가리켰다. 그들은 미시간 호 근처에 있었지만 그곳에서는 호수가 보이지 않았다. 나무들이 도로 양쪽에 다닥다닥 붙어 서 있었고 깨진 인도 사이에서도 자라고 있었다. 묘목들이 마차에 깔려 몸을 구부리면서 부드러운 나뭇잎이 말과 유랑악단 단원들의 다리를 간질였다. 숨이 턱 막히는 무더위가 무자비하게도 일주일 동안이나 계속되고 있었다.
단원들 대부분이 말에서 내려 걸어가고 있었는데도 말들은 생각보다 훨씬 자주 그늘에서 쉬어야 했다. 잘 모르는 지역이라 빨리 지나쳐 가고 싶었지만 이런 무더위에는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그들은 무기를 들고 천천히 걸었다. 배우들은 대사를 연습하면서, 연주자들은 그 소리를 무시하려고 애를 쓰면서, 정찰 당번들은 도로 전후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는 않은지 살피면서.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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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메랑은 이 가정을 산산이 부수었다. 첫 번째로 그는 미모사를 탁트인 곳에 꺼내 놓아서 낮의 햇빛과 밤의 어둠에 노출시켰다. 예상대로, 잎은 낮의 빛 속에서는 펼쳐지고 밤의 어둠 속에서는 닫혔다.
그 다음 단계에서 그의 천재성이 발휘되었다. 드메랑은 미모사를24시간 동안 밀봉된 상자에 두었다. 밤낮으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둔 것이었다. 24시간 어둠 속에 둔 상태에서 그는 때때로 살짝 들여다보면서 잎의 상태를 관찰했다. 낮의 빛이 주는 영향을 받지 못하는상태에서도, 미모사는 여전히 햇빛을 받는 양 행동했다. 잎을 자랑스럽게 활짝 펼쳤다. 반면에 낮이 저물 무렵에는 해가 저무는 신호를전혀 받지 못했음에도, 마치 그 신호를 받은 양 잎을 닫았다. 그리고 밤새 그 상태로 있었다.
혁신적인 발견이었다. 드메랑은 살아 있는 생물이 나름의 시간에따라 움직이며, 태양의 리듬에 예속되어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 주었다. 미모사의 몸속 어딘가에 햇빛 같은 바깥 세계에서 오는 단서가전혀 없이도 시간을 파악할 수 있는 24시간 리듬 생성기가 있었다. 미모사는 하루 주기 리듬을 지녔을 뿐 아니라, 그 리듬을 스스로 생성했다. 즉 그 리듬은 <내생적>이었다. 마치 우리 심장이 스스로 생성하는 박자에 맞추어서 쿵쿵거리는 것과 같다. 우리 심장 박동기의 리듬이 훨씬 더 빠를 뿐이다. 우리 심장은 하루 주기 시계처럼 24시간마다 한 번 뛰는 대신에 대개 적어도 1초에 한 번은 뛰니까. - P28

 얼굴에 인상적일만치 수염이 수북이 자라는 동안, 그들은 두 가지 혁신적인 발견을했다. 첫 번째는 드메랑의 향일성을 띤 식물처럼, 사람도 태양에서오는 빛이 없는 상태에서도 자체 내생적 하루 주기 리듬을 생성한다는 것이었다. 즉 동굴로 내려온 뒤 클라이트먼도 리처드슨도 수면 양상이 아무 때나 자고 깨고 하는 식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그들은 장시간(약 열다섯 시간) 깨어 있다가 약 아홉 시간을 죽자는, 예측가능하면서 되풀이되는 양상을 보였다.
두 번째 발견은 예기치 않았으면서 더욱 심오한 것이었다. 믿을만하게 되풀이되는 그들의 수면과 각성의 주기가 정확히 24시간이아니라, 그보다 좀더 길다는 부정할 수 없이 일관된 결과가 나왔다. 20대였던 리처드슨의 수면-각성 주기는 26~28시간이었다. 40대였던 클라이트먼의 주기는 24시간에 좀더 가까웠지만, 그래도 그보다는 길었다. 따라서 햇빛이라는 바깥의 영향을 제거했을 때, 개인의 체내에서 생성되는 <하루>는 정확히 24시간이 아니라, 그보다 좀 더 길었다. 좀 느리게 가는 부정확한 손목시계처럼, 바깥 세계에서 (실제) 하루가 지날 때마다, 클라이트먼과 리처드슨은 체내에서 생성된더 긴 시계에 따라서 시간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타고나는 생물학적 리듬이 정확히 24시간이 아니라 그 언저리에 있기에, 그것을 가리킬 새로운 용어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하루 주기 리듬이다. 즉 길이가 약 하루이지만, 정확히 하루는 아닌 주기이다. 카이트먼과 리처드슨의 선구적인 실험이 이루어진 지 7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른의 내생적 하루 주기 시계의 평균 기간이 약 24시간 15분이라고 본다. 지구의 자전 시간인 24시간과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자긍심이 있는 스위스시계 제조공이 받아들일 만큼 정확히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사람은 매머드 동굴 속이나, 그렇게 어둠만이 이어지는 곳에 살지 않는다. 우리는 부정확한, 더 긴 체내 하루 주기시계로부터 우리를 구조하는 태양의 빛을 으레 받는다. 햇빛은 부정확한 손목시계의 옆에 달린 용두를 조작하는 엄지와 검지 역할을 한다. 햇빛은 매일 우리의 부정확한 체내 시계를 절묘하게 다시 맞춘다. 우리가 약 24시간이 아니라 정확히 24시간 주기에 맞추도록 <바늘을 감는다>. - P30

우리 뇌의 한가운데에 들어 있는 24시간 생물학적 시계에는 시교차상핵 suprachiasmatic nucleus 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해부학 용어가으레 그렇듯이, 이영어 용어도 발음하기는 무척 어렵지만 많은 것을설명한다. 수프라 supra는 위, 키아즘chiasm은 교차점을 뜻한다. 교차점은 양쪽 눈에서 나온 시신경들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을 가리킨다. 두 시신경은 뇌의 한가운데에서 만나서 서로 엇갈린다. 교차상핵은 이 교차점 바로 위에 있는데, 거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양쪽눈에서 시신경을 타고서 시각 처리가 이루어지는 뇌 뒤쪽으로 향하는 빛 신호를 <표본 추출하기 위해서다. 시교차상핵은 이 신뢰할 수있는 빛 정보를 토대로 본래 맞지 않는 시간을 정확한 24시간 주기에다시 맞춤으로써, 막나가지 않게 막아준다.
시교차상핵이 2만개의 뇌세포, 즉 뉴런(신경 세포)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하면, 머리뼈 안의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아주 조그맣다. 뇌는 약 1,000억 개의 뉴런으로 이루어지므로, 대뇌 물질의 규모에 비하면 시교차상핵은 아주 작다.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교차상핵이 뇌의 나머지 영역들과 몸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약하지 않다. 이 작은 시계는 생물학적리듬이라는 교향악을 연주하는 수석 지휘자다. 우리뿐 아니라 모든종들에게서 그렇다. 시교차상핵은 아주 다양한 행동들을 통제한다. 이 장에서 주로 논의할 행동도 그렇다. 언제 자거나 깨고 싶어 하는지다. - P32

따라서 다른 신체적 차이(시각 장애 같은)를 보완하기 위해 우리가제공하는편의 조치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조치를 취하는 사회적변화가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어느 한 극단에 있는 시간형만이 아니라. 모든 시간형에 더 잘 들어맞는 더 융통성 있는 업무 일정표가 필요하다.
대자연이 사람들 사이에 왜 이런 차이가 나도록 프로그래밍을 했는지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사회적 종이니까, 사람 사이의 상호 작용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모두가 동조하여 동시에 깨어나야하지 않겠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사람들은 홀로 또는 쌍으로가 아니라, 가족 단위나 심지어는 부족 전체가 함께 모여서 잠을 자는 쪽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진화적 맥락에서 보면, 수면-각성 시간이 사람마다 다르도록 유전적으로 정해진 것이 어떤 혜택이 있을지 이해할 수 있다. 집단에서 밤 올빼미형은 오전 1~2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가, 오전 9~10시나 되어서야 일어날 것이다. 반면에 아침 종다리형은 오후 9시면 잠자리로 들어갔다가 오전 5시에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집단 전체가 취약해지는 시간(즉 모두가 잠에 빠져 있는)은 여덟 시간이 아니라 고작 네시간에 불과하다. 집단의 모두가 여덟 시간씩 잘 기회를 얻으면서 말이다. 그러면 생존 적합도가 50퍼센트 높아질 수 있다. 대자연은 생존안전장치를 강화함으로써 그만큼 종의 적합도를 높일 수 있는 생물학적 형질 여기서는 부족구성원들이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서로 달라지는 유용한 변이를 결코 내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 결과를 보고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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