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메랑은 이 가정을 산산이 부수었다. 첫 번째로 그는 미모사를 탁트인 곳에 꺼내 놓아서 낮의 햇빛과 밤의 어둠에 노출시켰다. 예상대로, 잎은 낮의 빛 속에서는 펼쳐지고 밤의 어둠 속에서는 닫혔다. 그 다음 단계에서 그의 천재성이 발휘되었다. 드메랑은 미모사를24시간 동안 밀봉된 상자에 두었다. 밤낮으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둔 것이었다. 24시간 어둠 속에 둔 상태에서 그는 때때로 살짝 들여다보면서 잎의 상태를 관찰했다. 낮의 빛이 주는 영향을 받지 못하는상태에서도, 미모사는 여전히 햇빛을 받는 양 행동했다. 잎을 자랑스럽게 활짝 펼쳤다. 반면에 낮이 저물 무렵에는 해가 저무는 신호를전혀 받지 못했음에도, 마치 그 신호를 받은 양 잎을 닫았다. 그리고 밤새 그 상태로 있었다. 혁신적인 발견이었다. 드메랑은 살아 있는 생물이 나름의 시간에따라 움직이며, 태양의 리듬에 예속되어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 주었다. 미모사의 몸속 어딘가에 햇빛 같은 바깥 세계에서 오는 단서가전혀 없이도 시간을 파악할 수 있는 24시간 리듬 생성기가 있었다. 미모사는 하루 주기 리듬을 지녔을 뿐 아니라, 그 리듬을 스스로 생성했다. 즉 그 리듬은 <내생적>이었다. 마치 우리 심장이 스스로 생성하는 박자에 맞추어서 쿵쿵거리는 것과 같다. 우리 심장 박동기의 리듬이 훨씬 더 빠를 뿐이다. 우리 심장은 하루 주기 시계처럼 24시간마다 한 번 뛰는 대신에 대개 적어도 1초에 한 번은 뛰니까. - P28
얼굴에 인상적일만치 수염이 수북이 자라는 동안, 그들은 두 가지 혁신적인 발견을했다. 첫 번째는 드메랑의 향일성을 띤 식물처럼, 사람도 태양에서오는 빛이 없는 상태에서도 자체 내생적 하루 주기 리듬을 생성한다는 것이었다. 즉 동굴로 내려온 뒤 클라이트먼도 리처드슨도 수면 양상이 아무 때나 자고 깨고 하는 식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그들은 장시간(약 열다섯 시간) 깨어 있다가 약 아홉 시간을 죽자는, 예측가능하면서 되풀이되는 양상을 보였다. 두 번째 발견은 예기치 않았으면서 더욱 심오한 것이었다. 믿을만하게 되풀이되는 그들의 수면과 각성의 주기가 정확히 24시간이아니라, 그보다 좀더 길다는 부정할 수 없이 일관된 결과가 나왔다. 20대였던 리처드슨의 수면-각성 주기는 26~28시간이었다. 40대였던 클라이트먼의 주기는 24시간에 좀더 가까웠지만, 그래도 그보다는 길었다. 따라서 햇빛이라는 바깥의 영향을 제거했을 때, 개인의 체내에서 생성되는 <하루>는 정확히 24시간이 아니라, 그보다 좀 더 길었다. 좀 느리게 가는 부정확한 손목시계처럼, 바깥 세계에서 (실제) 하루가 지날 때마다, 클라이트먼과 리처드슨은 체내에서 생성된더 긴 시계에 따라서 시간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타고나는 생물학적 리듬이 정확히 24시간이 아니라 그 언저리에 있기에, 그것을 가리킬 새로운 용어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하루 주기 리듬이다. 즉 길이가 약 하루이지만, 정확히 하루는 아닌 주기이다. 카이트먼과 리처드슨의 선구적인 실험이 이루어진 지 7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른의 내생적 하루 주기 시계의 평균 기간이 약 24시간 15분이라고 본다. 지구의 자전 시간인 24시간과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자긍심이 있는 스위스시계 제조공이 받아들일 만큼 정확히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사람은 매머드 동굴 속이나, 그렇게 어둠만이 이어지는 곳에 살지 않는다. 우리는 부정확한, 더 긴 체내 하루 주기시계로부터 우리를 구조하는 태양의 빛을 으레 받는다. 햇빛은 부정확한 손목시계의 옆에 달린 용두를 조작하는 엄지와 검지 역할을 한다. 햇빛은 매일 우리의 부정확한 체내 시계를 절묘하게 다시 맞춘다. 우리가 약 24시간이 아니라 정확히 24시간 주기에 맞추도록 <바늘을 감는다>. - P30
우리 뇌의 한가운데에 들어 있는 24시간 생물학적 시계에는 시교차상핵 suprachiasmatic nucleus 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해부학 용어가으레 그렇듯이, 이영어 용어도 발음하기는 무척 어렵지만 많은 것을설명한다. 수프라 supra는 위, 키아즘chiasm은 교차점을 뜻한다. 교차점은 양쪽 눈에서 나온 시신경들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을 가리킨다. 두 시신경은 뇌의 한가운데에서 만나서 서로 엇갈린다. 교차상핵은 이 교차점 바로 위에 있는데, 거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양쪽눈에서 시신경을 타고서 시각 처리가 이루어지는 뇌 뒤쪽으로 향하는 빛 신호를 <표본 추출하기 위해서다. 시교차상핵은 이 신뢰할 수있는 빛 정보를 토대로 본래 맞지 않는 시간을 정확한 24시간 주기에다시 맞춤으로써, 막나가지 않게 막아준다. 시교차상핵이 2만개의 뇌세포, 즉 뉴런(신경 세포)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하면, 머리뼈 안의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아주 조그맣다. 뇌는 약 1,000억 개의 뉴런으로 이루어지므로, 대뇌 물질의 규모에 비하면 시교차상핵은 아주 작다.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교차상핵이 뇌의 나머지 영역들과 몸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약하지 않다. 이 작은 시계는 생물학적리듬이라는 교향악을 연주하는 수석 지휘자다. 우리뿐 아니라 모든종들에게서 그렇다. 시교차상핵은 아주 다양한 행동들을 통제한다. 이 장에서 주로 논의할 행동도 그렇다. 언제 자거나 깨고 싶어 하는지다. - P32
따라서 다른 신체적 차이(시각 장애 같은)를 보완하기 위해 우리가제공하는편의 조치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조치를 취하는 사회적변화가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어느 한 극단에 있는 시간형만이 아니라. 모든 시간형에 더 잘 들어맞는 더 융통성 있는 업무 일정표가 필요하다. 대자연이 사람들 사이에 왜 이런 차이가 나도록 프로그래밍을 했는지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사회적 종이니까, 사람 사이의 상호 작용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모두가 동조하여 동시에 깨어나야하지 않겠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사람들은 홀로 또는 쌍으로가 아니라, 가족 단위나 심지어는 부족 전체가 함께 모여서 잠을 자는 쪽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진화적 맥락에서 보면, 수면-각성 시간이 사람마다 다르도록 유전적으로 정해진 것이 어떤 혜택이 있을지 이해할 수 있다. 집단에서 밤 올빼미형은 오전 1~2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가, 오전 9~10시나 되어서야 일어날 것이다. 반면에 아침 종다리형은 오후 9시면 잠자리로 들어갔다가 오전 5시에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집단 전체가 취약해지는 시간(즉 모두가 잠에 빠져 있는)은 여덟 시간이 아니라 고작 네시간에 불과하다. 집단의 모두가 여덟 시간씩 잘 기회를 얻으면서 말이다. 그러면 생존 적합도가 50퍼센트 높아질 수 있다. 대자연은 생존안전장치를 강화함으로써 그만큼 종의 적합도를 높일 수 있는 생물학적 형질 여기서는 부족구성원들이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서로 달라지는 유용한 변이를 결코 내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 결과를 보고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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