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내 환자는 범죄자이자 정신질환자입니다

지난 4년간 국립법무병원에서 일하면서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 저지르는 악한 행동이다. 이곳에 오는 환자가 저지른 범죄는 그동안 흔히 보던 문체가 아닌, 감정이 배제된 법적인 용어들로 기록되어 있어 더 서늘하고설득하다. 그리고 그 활자 뒤에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진다. - P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지만 잠의 아주 많은 특성들이 그렇듯이, 또 한 가지 특이한 사레가 있다. 나는 모든 포유류가 렘수면을 지닌다고 말했지만, 고래류, 즉 수생 포유류를 놓고 논란이 있다. 돌고래와 범고래처럼 먼바다를 돌아다니는 이 종들은 분명히 포유류의 렘수면 추세에 반항한다. 그들은 렘수면 단계에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비록 1969년에 거두고래 한마리가 60분 동안 렘수면에 들어갔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한 건 나오긴 했지만, 현재까지 조사한 대부분의 수생 포유류에서는 렘수면 또는 적어도 많은 수면 과학자들이 진정한 렘수면이라고 믿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점은 한 가지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어떤 생물이 렘수면에 들어갈 때, 뇌는 몸을 마비시킴으로써 몸을 축 늘어지게 하고 꼼짝 못하는 상태로 만든다. 수생 포유류에게는 헤엄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호흡을 하려면 수면으로 올라와야하기 때문이다. 잠자는 동안 완전한 마비 상태에 빠진다면, 헤엄치지 못해서 익사할 것이다.
물범 같은 기각류 pinnipeds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다. 라틴어의 <지느러미>를 뜻하는 pinna와 <발>을 뜻하는 pedis에서 유래했다)를 생각하면 수수께끼는 더 심해진다. 부분적으로 수생 포유류인 그들은 육지와 바다 양쪽에서 생활한다. 그들은 육지에 있을 때는사람을 비롯한 모든 육상 포유류 및 조류와 똑같이, 비렘수면과 렘수면을 둘 다 경험한다. 하지만 바다에 들어가면, 렘수면은 거의 완전히 멈춘다. 바다에서 물범은 정상적으로 육지에 있을 때 자는 렘수면의 겨우 5-10퍼센트까지만 맛볼 것이다. 물범이 바다에서 지낼 때최대 2주까지 렘수면에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 관찰된 바 있다. 그럴 때에는 비렘수면만을 취하면서 살아간다.
이 예외 사례들이 반드시 렘수면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렘수면과 심지어 꿈조차도 그것을 지닌 종들에게 대단히 유용하며 적응성을 지닌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문제는 3부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이 동물들이 육지로 돌아왔을 때 렘수면을 완전히 내버리는 것이 아니라 렘수면이 돌아온다는 사실이 그 점을 입증한다.
렘수면은 그저 바다에 있을 때 수생 포유류에게 실현 불가능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듯하다. 그럴 때에는 얕은 비렘수면만으로 지내는 듯하나 그리고 돌고래와 고래는 언제나 그런 상태로 지낸다. - P-1

하지만 불은 결코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었고, 땅에서 잠을 잘 때의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진화 압력하에, 잠을 질적으로 더 효율적으로 자는 방식이 출현했다. 잠을 더 효율적으로 잘 수 있는 호모 에렉투스는 생존하고 자연 선택을 받는 데 더 유리했을 것이다. 우리의 고대 수면 형태는 지속 시간은 다소 줄어들면서 깊이는 더 증가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특히 밤이 깊어질수록 렘수면의 양이 늘어나도록하면서다.
사실 대자연의 탁월함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으레 그렇듯이, 그문제는 해결책의 일부가 되었다. 다시 말해, 위태로운 나뭇가지가 아니라 굳은 땅에서 잠을 잠으로써, 우리 조상들은 렘수면을 풍부하게하고 강화하는 한편으로, 수면 시간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다. 땅에서 잠을 잘 때는 더 이상 추락할 위험이 없었다. 우리 진화 역사상 처음으로, 원시인류는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렘수면에 들어서 원하는 만큼 꿈을 꿀 수 있게 되었고, 중력의 올가미가 자신을 나무 꼭대기에서 홱 끌어내릴 것이라는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잠은 <농축되었다. 지속 시간이 더 짧아지고 더 통합되고, 압축되어질 좋은 잠이 많아졌다. 그리고 모든 유형의 잠이 그런 것이 아니라. 복잡성과 연결성을 빠르게 증진시키는 렘수면이 그러했다. 인류보다 렘수면의 총량이 더 많은 종들도 있지만, 우리 호모사피엔스처럼 복잡하면서 풍부하게 상호 연결된 뇌에 엄청나게 높은 비율로 렘수면을 쏟아붓는 동물은 없다.
이 단서들로부터 나는 한가지 원리를 제시하련다. 나무 위에서 땅에 맞는 형태로 잠이 재편된 것이 호모 사피엔스를 진화의 높이 솟은 피라미드 꼭대기로 쏘아 올린 주된 방아쇠라는 것이다. 다른 영장류들과 인류를 구분하는 특징이 적어도 두 가지 있다. 나는 잠, 특히 다른 모든 포유동물보다 우리가 더 높은 비율로 지닌 렘수면이 그 두특징을 우리에게 바람직한 쪽으로 빚어 왔다고 본다. (1) 우리의 사회문화적 복잡성 수준과 (2) 인지 지능이다. 렘수면, 그리고 꿈꾸기자체는 이 인간의 두 형질을 함양한다 - P113

더 최근에 렘수면 부족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 ASD: autism spectrumdisorder가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ADHD와 혼동하지 말기를. 이 장애는 나중에 논의하기로 하자). 자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발달 초기, 대개 생후 2~3년 무렵에 출현하는 신경학적 장애다. 자폐의 핵심 증상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부족이다.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이들과 쉽게, 즉 전형적인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거나 교류하지 않는다.
자폐의 원인이 무엇인지 우리는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초기발달 단계 때 시냅스의 형성과 측면에서 뇌의 부적절한 배선이 그장애의 핵심에 놓여 있는 듯하다. 즉 비정상적인 시냅스 발생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시냅스 연결의 불균형은 자폐가 있는 이들에게서 흔하다. 뇌의 어떤 영역에서는 연결이 지나치게 많이 이루어지고, 다른 영역에서는 부족하다.
이 점을 알아차린 뒤, 과학자들은 자폐가 있는 이들의 잠이 비전형적인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렇다고 밝혀졌다. 자폐 징후를 보이거나 자폐 진단을 받은 아기와 어린이는 잠의 패턴과 양이 정상적이지 않다. 자폐아는 비자폐아에 비해 하루 주기 리듬도 더 약하다. 멜라토닌 농도가 밤에 치솟았다가 낮 동안 빠르게 떨어지는 대신에 24시간에 걸쳐서 더 평탄한 양상을 보인다. 생물학적으로 말해서, 마치 자폐가 있는 이들에게는 낮과 밤이 각각 덜 밝고 덜 컴컴한것과 같다. 그 결과 안정적으로 깨고 깊이 잠드는 일이 일어나야 할때 신호가 더 약하다. 게다가 아마 그와 관련이 있겠지만, 자폐아가 생성할 수 있는 잠의 총량은 비자폐아보다 적다.
하지만 가장 두드러진 점은 렘수면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폐아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렘수면의 양이 30~50퍼센트 적다. - P123

파인버그는 또 한 가지 선구적인 발견을 했다. 머리에 붙인 각 전극에 기록된 깊은 수면 세기의 변화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펴보니, 동일하지가 않았다. 성숙의 증감 양상은 언제나 뇌의 뒤쪽에서 시작되었다. 시각과 공간 지각을 처리하는 영역이다. 그런 뒤 청소년기가 진행됨에 따라서 꾸준히 뇌 앞쪽으로 나아가면서 진행되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성숙 여행의 종착지가 전두엽 끝이라는 것이었다. 합리적 사고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따라서 청소년기라는 이 발달 시기에 뇌의 뒤쪽은 성인의 것과 더 비슷하고, 뇌의 앞쪽은 아이의 것과 더 비슷한 상태로 남아 있다.
그의 발견은 십대 청소년에게서 합리성이 왜 가장 나중에야 꽃을 피우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성숙을 가져오는 잠의 치료를 가장 마지막으로 받는 뇌 영역이기 때문이다. 잠이 뇌를 성숙시키는 유일한 요인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잠은 사고와 추론 능력이 성숙하도록 길을 닦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파인버그의 연구를 말할 때면, 전에 광고판에서 본 대형 보험 회사의광고가 떠오른다. <16세 청소년들은 왜 대부분 뇌에 빠진 부분이 있는 것처럼 운전할까요? 실제로 그러니까요. > 전두엽에 있는 이 뇌의 <틈새>를 메우는 신경 성숙이 이루어지려면 깊은 잠, 그리고 발달 시간이 필요하다. 당신의 자녀들이 마침내 20대 중반에 도달하여 보험료 할증이 줄어들 때면, 잠에게 감사를 하기를. 그 돈을 절약해주는것이 바로 잠이니까. - P136

멜라토닌 농도가 상승하는 시점과 어둠 및 수면의 명령이 내려지는 시점이 몇 시간까지 차이가 난다. 그 결과 16세 청소년은 대개 밤 9시에 잠을 잘 생각이 아예 없어질 것이다. 그 시간에는 대개 각성도가 아직 정점에서 내려오지 않은 상태다. 부모가 피곤해지고, 그들의 하루 주기 리듬이 하향 추세에 들어서고 멜라토닌이 분비되면서 잠을자라고 지시할 무렵, 즉 10시나 11시경에도 십대 자녀는 여전히 멀뚱멀뚱 깨어 있을 수 있다. 십대 뇌의 하루 주기 리듬이각성시키는 것을 멈추고 금방 푹 잠이 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몇 시간이 더 지난뒤다.
물론 이 때문에 잠을 늦게 잔 여파로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훨씬더 짜증과 좌절감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이 벌어진다. 부모는 십대 청소년이 아침에 <알맞은 시간에 깨어나기를 원한다. 반면에 십대 청소년은 부모보다 몇 시간 뒤에야 겨우 잠을 청할 수 있었기에, 그들의 하루 주기 리듬은 하향 추세라는 수렁 속에 아직 잠겨 있을 수 있다. 겨울잠에서 너무 일찍 깨어난 동물처럼, 청소년의 뇌도 비틀거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으려면 하루 주기 리듬을 완결할시간과 잠이 더 많아야 한다.
이 사실이 여전히 당혹스럽게 느껴질 부모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좀더 이해하기 쉽게 이 불일치를 다른 관점에서 보자. 하루 주기 리듬으로 볼 때, 십대인 아들이나 딸에게 10시에 가서 자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모인 당신에게 오후 7시나 8시에 자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 P1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라크는 그것이 무슨 내용인지 알고 있었다. 요한계시록, 토론토에서 같이 살던 남자친구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는데, 항상 침대 옆에 성경책을 놓아두었다. 타일러가 읽기를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나이도 어린데 참 잘 읽는구나." 클라크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소년은 분명히 약간 이상했지만, 누가 그 아이를위해 뭘 해줄 수 있었겠나? 2년째에는 모두가 아직 비틀거리고 있었다.
"뭐하고 있었어?"
"안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성경을 읽어주고 있어요." 아이가 말했다.
"저 안에는 아무도 없는데." 물론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걸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클라크는 햇빛 속에서도 한기를 느꼈다. 비행기 문을 여는 것은 누구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기 때문에, 죽은 사람한테서도 바이러스가 옮을 수 있는지 아무도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리고 비행기는 그 어느 무덤 못지않게 좋은무덤이었기 때문에 에어그라디아 비행기는 계속 폐쇄된 상태로있었다. 클라크가 그 비행기에 이렇게 가까이 다가간 것도 처음이었다. 다행히도 비행기 창문들은 어두웠다.
"난 그냥 저 사람들한테 그런 일이 일어난 것도 다 이유가 있기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타일러, 이유 없이 그냥 일어나는 일들도 있어." 이렇게 가까이있으니 유령 비행기의 고요함이 그를 압도했다.
"그럼 왜 우리는 안 죽고 저 사람들은 죽었어요?" 소년이 말했다. 잘 연습한 주장을 끈기 있게 다시 펼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소년은 눈 한번 깜박하지 않고 클라크를 쳐다보았다.
"저들은 특정한 바이러스에 노출되었고 우리는 노출되지 않았으니까. 물론 이유를 찾아볼 순 있을 거야. 여기 있는 몇 명은 이유를 찾으려다가 반쯤 미쳐버렸지만, 타일러, 그게 전부란다."
"우리가 다른 이유로 구원을 받은 거라면요?"
"구원을 받았다고?" 클라크는 자기가 타일러와 자주 이야기를나누지 않는 이유가 기억이 났다.
"어떤 사람들은 구원을 받았잖아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라니?"
"착한 사람들요." 타일러가 말했다. "나약하지 않은 사람들."
"타일러, 이건 착하고 못됐고의 문제가 아니야. 저 에어그라디아비행기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잘못된 시각에 잘못된 장소에 있었을뿐이란다."
"네." 타일러가 말했다. 클라크가 돌아서는 것과 거의 동시에 뒤에서 타일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좀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성경 구절을 읽었다. "그가 또한 불에 살라지리니 그를 심판하시는 주 하나님은 강하신 자이심이라." - P351

 그곳에 있는 별들은 하늘의 다른 어떤 곳에 있는 것들보다 흐릿했다. "일주일 전에 나타났어." 그가 말했다.
"깜짝 놀라 기절하는 줄 알았어. 어떻게 저렇게 대규모로 했는지모르겠어."
"누가 뭘 어떻게 했는데요?"
"보여줄게. 제임스, 망원경 좀 빌릴까?" 제임스가 삼각대를 움직였다. 클라크가 망원경 렌즈를 하늘에 있는 암점 바로 밑에 맞춰서 망원경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다이얼을 조심히 돌려가며 초점을맞췄다. "당신이 오늘 밤에 피곤하다는 건 알지만, 이걸 보면 여기까지 올라오길 잘했다고 생각할 거야."
"대체 뭐가 있는데요?"
클라크가 뒤로 물러섰다. "망원경 초점을 맞춰놨어." 그가 말했다. "망원경을 움직이지 말고 들여다보기만 해."
커스틴은 망원경을 들여다보았다. 처음에는 자신이 보고 있는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뒤로 물러서서 말했다. "안 보이는데요."
"거기 있어. 다시 봐봐."
저 멀리서 작은 빛의 점들이 모여 격자무늬를 만들고 있었다. 몇킬로미터 떨어진 언덕의 한쪽 면에 빛의 점들이 보였다. 전기로 불을 밝힌 거리들이 있는 마을이었다. - P425

숨을 고르기가 힘들었다. 일렁이는 물결 같은 하프 음악이 들리더니 아이들이 나타났다. 공연 시작 때 그의 딸들 역할을 했던 어린 여자아이들이 이젠 환영이 되어, 작은 유령들이 되어 등장했다.
그중 둘은 다음 주 화요일에, 하나는 아침에, 하나는 늦은 오후에독감으로 사망하게 될 것이다. 나머지 한 아이 커스틴이 몸을 홱돌려 기둥 뒤로 가서 숨었다.
"허리 아래로는 켄타우로스야." 아서가 말했다. 바로 그때였다.
그는 날카로운 통증을, 가슴을 쥐어짜는 듯하고 무거운 돌로 누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그는 비틀거리면서 가까이 있는 합판 기둥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거리를 잘못 판단해서 나무에 손을 세게 부딪쳤다. 그는 손을 오므려 가슴에 댔는데, 예전에 똑같은 행동을 해본 것처럼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델라노 섬에서 살던일곱 살 때, 그와 남동생은 해변에서 다친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굴뚝새도 그 짓을 한다." 아서가 그 새를 떠올리며 말했지만, 자신의 귀에는 목이 막혀서 말이 안 나오는 것처럼 들렸다. 에드거는그로 하여금 내가 또 대사를 망쳤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았다. 이젠 너무 어지러웠다. "굴뚝새……."
객석 맨 앞줄에서 한 남자가 일어났다. 아서는 새를 안듯 손을 오므려서 가슴에 대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동시에 두 곳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귓가에 해변의 파도 소리가 들렸다. 무대 조명이 예전에 혜성이 그랬던 것처럼 어둠 속에서 기다란 빛줄기를 그리고 있었다. 그가 10대였을때 친구 빅토리아의 집 밖의 흙길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히야쿠타케 혜성이 추운 하늘에 손전등처럼 걸려 있었다. 일곱 살때 해변에서 새를 발견했던 날에 대해 그가 기억하는 것은 그의 손바닥 안에서 그 새의 심장이 멈췄다는 사실이었다. 파닥거림이 불안정해지더니 완전히 멈춰버렸다. 앞줄에서 일어선 남자가 뛰어오고 있었다. 아서도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기둥에 몸을 대고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갔다. 눈이 조명등 불빛을 받아 반짝이며 내렸다. 그는 그 모습이 이제까지 본 것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 P447

클라크는 고개를 들어 비행장에서 진행되는 저녁 활동과 20년째 땅에 발이 묶여 있는 비행기들과 창유리에 비친 반짝이는 촛불을 바라본다. 그의 생전에 비행기가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보게 될 거라는 기대는 전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배가 항해를 시작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다시 가로등을 밝힌 마을이 있다면, 악단과 신문이 있다면, 이 서서히 깨어나는 세계가 다른 것들도 갖고 있지 않을까?
어쩌면 바로 지금 배들이 출발해서 그를 향해 오고 있거나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도와 별에 대한 지식으로 무장한 선원들이 키를 잡고 있을지도, 필요나 단순한 호기심에서 항해를 시작한 배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 다른 편에 있는 나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적어도 그 가능성을 생각해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는 배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세상을 향해 바다를 건너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흐뭇해한다. - P4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고 저멀리 공항 외벽 울타리 근처에 홀로 고요히 서 있는 에어그라디아 452편. 클라크는 그 비행기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가끔은 그 비행기가 저 밖에 서 있는 다른 비행기들과 마찬가지로 비어 있다고 자신을 믿게 만드는 데 가까스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사람들이 꽉 들어찬 공항을 치명적인 전염병에 노출시키기보다는 그 비행기를 계속 폐쇄하기로 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결정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자. 그 결정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말자. 승객들이 맞이했을 마지막 몇 시간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말자. - P337

그들은 서로에게 언어를 가르치고 배웠다. 80일 정도가 되자 영어를 모른 채 이곳에 온 사람들 거의가 하나둘씩 짝을 지어 영어를 배우고 있었고, 영어 사용자들은 루프트한자, 싱가포르항공, 캐세이퍼시픽, 에어프랑스가 싣고 온 언어들 중 하나 이상을 공부하고 있었다. 클라크는 루프트한자 승무원이었던 아네트로부터 불어를 배웠다. 그는 하루하루 살아내기 위한 잡일을 하면서, 물을 끌어오고, 세면대에서 옷을 빨고, 사슴가죽을 벗기는 법을 배우고, 모닥불을 피우고, 청소를 하면서 배운 표현들을 입속말로 익혔다. 주 마펠 클락. 좌 비트 당 레호포트. 튀므 멍크, 튀므 멍크, 튀므멍크 내 이름은 클라크입니다. 나는 공항에 살아요. 나는 당신이그리워요. 나는 당신이 그리워요. 나는 당신이 그리워요.
--
85일째 되는 날 밤, 강간 사건이 일어났다. 자정이 지난 후 여자의 비명 소리에 공항 사람 모두 깜짝 놀라 잠이 깼다. 그들은 강간범을 해가 뜰 때까지 묶어놨다가 총구를 들이대고 위협해서 숲으로 끌고 간 뒤, 돌아오면 쏴버리겠다고 말했다. "여기 혼자 있으면 죽을 거예요." 남자가 흐느끼며 말했다. 아무도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지만, 달리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 P341

로버트가 여기 있다면, 오 하나님, 정말 그가 여기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로버트가 여기 있다면, 분명히 인공 유물들로 진열장선반을 가득 채우고 임시 박물관을 열었을 것이다. 클라크는 진열장 맨 위 선반에 쓸모없어진 아이폰을 올려놓았다. 또 뭐가 있을까? 맥스는 지난번에 로스앤젤레스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고 떠났지만, 그의 아멕스 카드는 아직도 중앙홀 B에 있는 멕시코 식당 카운터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 옆에는 릴리 패터슨의 운전면허증이 있었다. 클라크는 이 유물들을 스카이마일즈 라운지로 가져와서 진열장 속에 나란히 놓았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해보여서 자신의 노트북을 가져다 놓았다. 이것이 문명 박물관의 시작이었다. 그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몇 시간 후에 돌아와보니 누군가가 아이폰을 하나 더 가져다놓았고, 굽이 10센티미터가 넘는 빨간색 뾰족구두 한 켤레와 스노글로브가 놓여 있었다. - P34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뇌파인지를 쉽진화는 왜 렘수면때 근육 활동을 불법화하기로 결정한 것일까? 근육 활동을 없앰으로써 꿈을 꿀 때 몸이 움직이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다. 렘수면 때 뇌에서는 운동 명령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그것이 움직임으로 가득한 꿈을 꾸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현명하게도 대자연은 이 허구적인 움직임들이 현실이 되지 못하게 생리적 구속복을 마련했다. 특히 자기 주변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서다. 눈이 감겨 있고 주변 세계를 전혀 파악하지못한 상태에서, 꿈속에서 싸움을 벌이거나 다가오는 적을 피해 미친듯이 달아나려 할 때 몸이 반응한다면 어떤 재앙이 빚어질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당신은 유전자 풀 gene pool에서 금방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뇌는 마음이 안전하게 꿈을 꿀 수 있도록 몸을 마비시킨다. - P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