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한 연구진은 양극성 장애 환자들이 이 안정한 중간단계에 있을 때 검사를 했다. 그런 뒤 세심하게 상황을 관리하면서, 하룻밤 동안 잠을 못 자게 했다. 거의 즉시 그들 중 상당수가 조증이나심한 우울증에 빠져들었다. 나는 윤리적으로 이 실험을 받아들이기가 어렵긴 하지만, 연구진은 수면 부족이 조중이나 우울증의 발현을 촉발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 결과는 수면 교란- 양극성장애 환자들이 안정한 상태에서 불안정한 조증이나 우울증 상태로 넘어가기 전에 거의 언제나 나타난다 - 이 단순히 그 장애의 부수적인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또는 유일한) 방아쇠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행스럽게도 그 역도 참이다. 즉 뒤에서 설명할 불면증을 위한 인지 행동 요법이라는 기법을 써서 몇몇 정신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수면 질을 개선한다면, 증상의 심각성과 재발율을 줄일 수 있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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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검찰청의 여자와 연결이 되었다.
"내일 선서를 할 수 없으실 겁니다. 법무부에서 그쪽이 법조계에 들어오는 것을 막았어요."
"왜요?"
내가 물었다.
"그쪽이 하이네켄 씨 납치 사건의 용의자였기 때문이죠"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나는 그들이 나를 오빠와 착각한 게 아닌지물어보았다.
"저는 A. A. 홀레이더르예요. 저를 W. F. 홀레이더르와 착각을 하신것 같은데요."
내가 말했다.
"아뇨, 그쪽도 이 사건의 용의자였고, 테이번 검사님이 그쪽이 선서를 하기 전에 사건 전체를 다시 살펴보고 싶어 하세요. 그러니까 내일은 선서할 수 없으실 겁니다."
여자가 전화를 끊었다.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었다. 이게 뭐지? 내평생 벌금 이상의 일을 저질러본 적이 없었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고 죽어라 열심히 일했고,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교육을 받았는데 이제 법무부가 내가 하이네켄 납치범 중 한 명과 혈연관계라고 해서 변호사로 일하는 걸 막으려는 건가?
이건 12년 전 내 침실을 박차고 들어와서 총을 내 머리에 겨누고, 나를 침대에서 끌어내 바닥에 내던지고, 내 목을 발로 밟고, 나를 유치장에 가뒀던 바로 그 사법부였다. 내 사생활을 빼앗아가고, 나를 미행하고 감시한 그 사법부였다. 나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는 범죄 때문에 또다시 모든 게 시작되는 건가? 내가 빔과 코르를 저버리지 않았다는데대한 그들의 복수인가? 대학 교육을 받은 소위 깨어 있는 사람들이 이끄는 바로 그 사법부의 꼭대기가 나를 이런 식으로 규탄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 P228

"나도 그러길 바란다. 그 애랑 그 애 엄마를 위해서."
오빠는 자신이 그들에게 가하는 공포를 여전히 즐기고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문제는 해결이 됐다.
하지만 오빠는 다시 그 문제를 끄집어낼 것이다. 오빠는 자꾸 물어대서 아이들에게서 떼어놔야만 하는 나쁜 개 같은 존재였다. 죽이거나 남은 평생 우리에 가둬놔야 하는 그런 나쁜 개 같은 존재. 법적으로 빔을 죽일 수는 없지만, 우리에 가둘 가능성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법무부의 도움이 필요했다. 어제까지는 법무부에 협조하는 게 여전히 혐오스러운 생각처럼 느껴졌는데, 오늘 나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프란시스를 위해서, 우리 자신을 위해서, 우리 모두를 위해서 해야만 했다. - P243

어릴 때 나는 모든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장애가 생겼다. 문을 두 번씩 열고 닫고, 신발을 두 번씩 신고, 문손잡이를 두 번씩 만졌다. 그 덕택에 상당히 바빴다. 모든 걸 두 번씩 만지는 걸로 아빠의 고의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 있고, 그래서 아빠가 우리를 때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일곱 살이고 빔 오빠는 열네 살이었던 어느 날 밤에 나는 오빠가 냉장고를 두 번 닫는 것을 보았다.
"오빠도 그러네."
내가 말했다.
"뭘?"
"모든 걸 두 번씩 하잖아."
오빠는 그 말을 이해하고 나를 쳐다보았고, 그 순간에 나는 강력한 연결 관계를 느꼈다.
내가 남자아이였으면 딱 오빠처럼 자라났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폭력과 허세에 빠지는 걸 막아주었던 건 내가 여자아이라는 사실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대신에 내가 내 지적 능력을 사용해서 비슷한 삶을 걷는 것을 막았는지도 모르겠다.
남자로 태어났다는 우연을 갖고 내가 어떻게 오빠를 비난할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 중에서 내가 과연 오빠한테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오빠가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는 꽤나 "똑같은 사람들인데. - P267

"오빠가 코르를 살해했어요. 자기 매제를요."
내가 말했다. 드디어 말했다. 10년 동안의 침묵 끝에 드디어 소리 내서 말했다!
나는 마침내 이 말을 하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깜짝 놀랐다.
더 이상 양쪽으로 나뉜 기분이 들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더 이상 코르를 배반하고 있다는 기분이 안 든다는 거였다. 갑자기 나는 빔이 책임이 있는 다른 살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어마어마한 평화로움에 사로잡혔다. 마침내 내가 원하던 일, 내가 공정하고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일, 나의 기준과 가치에 맞는 일을 하고있다. 마침내 오빠에 관한 진실을 말하고 있다. 더 이상 오빠를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로 환상적인 기분이었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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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이 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사람들이 국립법무병원에서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으며 대체 어떤 곳인지, 왜 요즘 들어 정신질환 범죄자가 더 늘었는지, 그들이 어떻게 치료받으며 사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으면좋겠다. 이 책을 읽는다고 정신질환자가 ‘친근한 사람으로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저 정신질환자들도 나와 같은 인간이구나 하고 잠시 생각해볼 여지를 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나는 언제까지 이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 아마 내일 출근하는 차 안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답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당장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 인간의 삶인데 또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를 마시고 병동에 가게 되겠지. 당분간은 지금처럼 하루하루 성실하게 일할 생각이다. 그게 내가 오늘해야 할 일이므로.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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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복지법의 가장 큰 문제는 그토록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강제입원의 적합성‘에 관한 판단을 의사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긴다는 데 있다. 입원 적합성 여부는 전문성을 갖춘 독립된 기관에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즉 의사의 의학적 소견을 참고해 법적으로 판단하는 기관이 필요하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정부 산하의 행정기관이 아닌 독립적인 사법기관에서 강제입원을 결정하는 추세다. 프랑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대부분의선진국에서 법원이나 독립된 준사법기관에서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을 결정하고 있다. WHO와 UN에서도 사법기관이나 독립적이고 공정한 심사기관에서 강제입원 여부를 심사하도록 권고한다. 강제입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환자의 입원이 의학적으로 적절한가, 적절하다면 인권 침해 여지는 없는가를 제대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것이 결국 보건복지부가 주장하는 ‘환자 인권보호‘의 핵심인데, 이는 의사 개인이 아닌 국가가 담당하는 것이 옳다.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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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노부모를 제외한 다른 보호자는 주치의 입장에서 아슬아슬하다. 언제 연락이 끊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연락이 된다 하면 대부분 재산 문제가 얽혀 있다. 그런 경우에는 평생 얼굴도 모르고 살던 조카까지 나타난다. 몇 푼 되지도 않는 환자의 재산을 관리하겠다며 막무가내로 환자 스스로 생활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내용의 소견서를 요구한다. 이런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는데, 이런 사람을 만나면 원래 인간은 악한 존재로 태어나는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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