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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평점 :
내 마음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 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이야기.
주인공 호정의 마음이 한 겨울의 호수처럼 얼어붙어 있다.
어떤 감정에도 동요하지 않으려는 듯 주변의 소음마저도 헤드폰으로 차단하려는 모습을 본다.
여느 평범한 고등학생의 일상인 듯 하지만 가정에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가끔은 동떨어진 감정을 느끼곤 한다.
부모의 인생에 있어 호정은 전도유망한 미래의 걸림돌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모의 일은 잘 풀리지 않았고 그러는 중 가장 사랑받아야 할 시기인 유년기부터 마음 속이 얼어붙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친하다고 생각되는 학교 친구 무리들은 또래의 일상을 누리고 있는데도 나만 겉도는 감정을 느끼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호정의 반에 온 전학생, 은기는 친구들과 다른 기운을 전해주었다.
은기가 하는 것들에 자꾸 눈길이 간다. 마치 따스한 봄의 기운처럼 호정의 언 마음을 조금씩 녹였다.
그렇게 각자의 상처로 흔들리는 열일곱은 서로 의지하며 지내며 풋풋하고도 설레는 시간들을 보낸다.
그러다 호정의 마음 호수에 큰 파문이 생겼다.
언뜻언뜻 비춰졌지만 호정이 알고 있던 은기의 비밀이, 짖궂은 반 친구들의 함정에 의해 크게 확대되어 버린 것이다.
혼란스러운 둘. 오해를 풀 겨를도 없이 은기는 떠나야만 했고, 덩그라니 남은 호정의 마음은 주체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호정의 동요, 얼어붙은 마음은 와장창 깨져버린 게 아니다. 이 일로 가족을, 친구를, 나를 이해하고 고요한 마음을 찾은 것이다.
'내 마음에 빈방이 생겼다. 그 떄문에 나는 슬플 것이다. 그러나 잊지 않으려 한다. 그 방에 얼마나 따뜻한 시간이 있었는지를.' 이라고 말하는 호정의 독백이 그것이다.
이제 호정과 은기 둘은 비 온 뒤 땅처럼 마음 심지가 단단히 굳었을 것이다.
내 마음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지만, 봄이 오는 일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음은 호수와 같아.
작가가 이야기를 닫는 말처럼 그 둘이 겪은 일도 어쩔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겪고 나면, 그 때를 지나면 한 뼘 자라는 것.
여담으로 주인공의 플레이리스트의 곡으로 언급된 콜드플레이의 옐로우를 찾아 듣다가 깜짝 놀랐다.
콜드플레이의 노래가 갖는 의미도 그렇고 실제로 노랑은 긍정의 희망과 부정의 미숙하고 불안함을 동시에 갖는 색이라고 한다.
작가님은 작품 속에 노래를 차용해 옐로우, 노랑이 주는 의미를 적절히 쓰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