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오래된 관사이다.하지만 다행인 것은 주변 경관이 무척이나 좋다는 것이다.꽃들이 수놓는 봄, 매미소리 울리는 나무그늘, 가을의 온갖색의 잎을 볼 수도 있고,겨울의 고요함도 느낄 수 있다.그 눈에 보이는 화려함 속에 가려진 곳곳에 보이는 대추나무가 있다.대추나무인지도 모르고 지나치다가 열매가 맺을 즈음이나 떨어지고 나서야 알아보는 무지함.왜 심었는지 알 길이 없이 그냥 유실수이니 도시의 사람들에게는 크게 와닿을 길이 없겠지만...열매가 열리고 빨갛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뭔가 모를 애틋함이 생기곤 한다.적어도 서너그루가 있는데 나무의 모양새며 열리는 정도가 다르다.사람들이 관심갖는 정도도 다르다. 어떤 나무는 대추가 빨갛게 익기가 바쁘게 (그것도 동네 지나다니시는 어르신들 손에 의해서만) 사라지지만, 어떤 나무는 흐드러지게 열려도 익어서 그냥 떨어지기 일쑤이다.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같은 하늘 아래 같은 햇빛과 물을 머금어 알알이 열매맺은 대추들은 한결같다.그래서인지 친근할 거라 생각되서 집어든 책, 대추 한 알의 글귀와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 본다.우리의 삶이 다사다난하듯 대추 한 알의 삶도 그렇다.다만 내 생각만 하고 살아서 대추 한 알이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어냈는지 알 길이 없었다.나도 하늘 아래 한낱 미물이 아닌가.대추가 견뎠을 태풍,천둥, 벼락같은 시련을 나도 겪었을 테고,이 나이가 되어 대추처럼 둥글어진 모양 일테니.대추 한 알에서 삶을 살아내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이제는 대추 한 알에 어떤 추억도 없는데 이제 자동으로 연상이 되는 이 책.오래 두고두고 내 마음이 어지러울 때 찬찬히 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