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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김선희 엮음, 이종옥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4월
평점 :
어린이를 위한 신도 버린 사람들-불가촉천민에서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예전에 어른용 <신도 버린 사람들>을 읽으면서 3500년간 내려온 인도의 카스트제도의 참혹한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 인도의 카스트제도에 승려계급인 최상위층 브라만 , 왕과 귀족 계급인 크샤트리아, 상인계급인 바이샤, 일반 백성인 수드라의 4계급뿐 인 줄 알았는데 불가촉천민이라는 계급이 있음을 알고 정~말 놀랐던 기억이 있다.

불가촉천민이란 말 그대로 접촉조차거부 당하며 동물이하의 대접을 받는 인도 최하위 계층이다.

조상 대대로 이어진 신분제에 부당하다며 저항하기는커녕 순종하고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힌두교라는 민족종교 때문이었다. 신이 정해준 신분에 어찌 감히 저항할 수 있을까. 힌두교의 교리대로라면 불가촉천민으로 태어난 것은 전생의 죄가 크기 때문이며 그 죄를 갚기 위해서 천한 신분으로 태어난 것이므로 자신의 신분에 불평불만을 가진다는 건 신에 대한 도전인 셈....

이 책의 저자는 나렌드라 자다브.
불가촉천민이었던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무지와 가난을 뚫고, 전통과 관습, 법과 종교에 저항하여 교육을 받고 불교로 개종하고 결국 성공하게 된 자신의 가족사다. 그는 1953년 인도에서 태어나 세계적 경제학자가 되었고 현재는 인도중앙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도 푸네 대학 총장이며, 유력한 차기 인도 대통령 후보다.
3500년이나 지속되어온 힌두교의 교리에 따라 태어나면서 운명적으로 정해진 불가촉천민인 다무의 아버지.

자신의 발자국을 지우기 위해 허리에 빗자루를 매달고 다니고 더러운 침이 땅에 떨어질 까봐 목에 그릇을 걸고 다니고 우물에서 물을 길러 먹을 수도 없고, 사원에 들어갈 수도 없는 개보다 못한 생활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의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그.
뭐라고? 컵을 달라고? 천한 것 주제에 감히 컵으로 물을 마시겠다고?
죄송합니다. 이 어린 것이 아무 것도 모르고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천한 것은 천한 것 답게 행동해야지.
.....
왜 우리는 컵으로 물을 마시면 안 되죠?
우린 불가촉천민이야. 물을 건드릴 수도 없어. 그랬다가는 물을 더럽혔다고 벌을 받게 된단다. (본문 중에서)
세상을 더럽히는 존재인 불가촉천민은 부족에 따라 하는 일이 다르다고 한다.
참바르와 도르 부족은 짐승의 가죽으로 신발이나 각종 물건을 만드는 일을 하고, 망 부족은 삼을 꼬아서 새끼줄을 만들고 바구니를 짠다.
마하르 부족은 마을의 하인노릇을 한다. 마을의 온갖 허드렛일 담당인 셈이다. 마하르들은 밤에 도둑을 지키고, 시체를 화장하고, 장작을 패고 마을을 청소하고, 담장을 고치고, 관리들의 심부름을 한다. 그 대가로 받는 것은 사람이 먹지도 못할 쓰레기나 개밥보다 못한 상한 음식을 구걸해 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해야 하는 신분의 그들은 다른 집의 더러운 기운까지 모두 가져오는 것도 당연한 일과다.
어느 날 지독한 흉년이 마을을 덮쳤을 때 마을에 역병이 돌고 그 시체를 치우던 아버지는 그렇게 역병으로 돌아 가셨다.
집안의 가장이 된 다무는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큰 도시인 뭄바이로 나가 살 길을 찾게 된다. 신문을 팔아 보기도 하고 기차역에서 짐꾼노릇도 하며 우연히 백인 사헤브(높은 사람을 일컫는 인도의 존칭표현)를 알게 된다. 그의 초청으로 그의 집에서 그의 딸 미시바바와 놀고 글을 배우기도 하며 학교에 대한 강렬한 희망을 갖게 된다.
그 당시는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하기위해 한창 독립운동을 펼치던 때,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이 맹렬하던 때였다.
그러다가 바바사헤브의 집회를 알게 된다. 마하르 최고 지도자이며 인도에서 신분제도를 없애기 위해 노력한 위인이다. 불가촉천민들로 구성된 정당을 만들고 불가촉천민들의 계몽과 법적 제도적 개선을 위해 헌신해 온 학자다.

불가촉천민에게도 저수지의 물을 마실 권리가 있습니다.
교육하고 단합하고 궐기 하십시오!! (본문 중에서)
23살에 마을의 의무를 다하라는 어머니의 눈물겨운 간청에 못 이겨 직장을 관두고 아내 소무와 함께 고향으로 내려간다.
고향에서의 부당한 대우에 울분을 느끼며 아내와 도망쳐 나와 자신의 길을 가고자 결심한다. 끝도 보이지 않는 힘든 길이지만 신분제에 대한 분노와 인간답게 살고픈 열망으로 뜨겁게 불타오른다. 자유롭게 숨을 쉬고 자기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는 삶에 대한 기대로 가슴은 벅차오르고...
우리 운명은 왜 이리도 비참한 걸까요?
운명은 우리가 만드는 거야. 우리 손에 달린 거라고.
(본문 중에서)
자식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물려주기 위해 싸우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교육에 열의를 쏟으며 불가촉천민을 위한 달리트 운동에도 참여하게 된다.
종교 안에서 인간이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면 그건 종교가 아니라는 생각에 바바사헤브를 따라 불교로 개종을 하게 되면서 생전 처음으로 자유와 평등과 박애를 함께 누리는 종교생활을 하게 된다.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 그게 옳아.
아빠도 너한테 이게 되라느니, 저게 되라느니 말하지 않을 생각이야.
아빠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딱 한 가지뿐 이야.
뭘 하든 최고가 되라는 것. (본문 중에서)
다무의 열성적인 교육열 덕분에 큰아이는 기적과도 같은 인도 공무원이 되고 ,셋째는 권투선수가 되고, 막내 츠호투는 인도 정부 장학금을 받고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게 되고 인도를 대표하는 국제적인 경제학자가 된다.
무지개가 뜨기 위해선 비도 필요한 법이야.
(본문 중에서)

바바사헤브 박사의 피나는 노력으로 1950년에 법적으로 불가촉천민제도가 폐지되었지만 아직도 관습적, 관념적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인도 불가촉천민의 아버지인 바바사헤브는 "교육하고 단합하고 궐기하라."는 외침으로 천민들의 영혼을 사로 잡았던 분. 그런 선각자들의 노력으로 다무와 그의 가족들은 인간다운 새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땐 너무 먼 나라 이야기 같았다. 어른용 책에는 불가촉천민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잔인하게 나와 있어서 읽기가 거북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짐승보다 못한 대우가 당연시 되고 있는 종교적인 율법들.....
다시금 이 책을 읽고 나니 여전히 폭풍 감동이 거세게 밀려 온다.
운명에 저항하며 불가촉천민들을 이끈 바바사헤브의 열의도 감동이고, 자식을 인간답게 키우기 위해 열정으로 교육하며 꿈을 키워준 아버지 다무의 헌신도 존경스럽다.
인간은 누구나 귀한 존재요, 각자의 적성에 따라 살 권리가 있다. 누구나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아직도 어딘가에는 전통과 관습이라는 미명하에 인권이 유린당하는 곳은 없을까.
자유와 인권과 행복, 인간답게 사는 삶을 생각해 본 소중한 시간이다.
(이 도서는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에게 제공된 도서로 성실하게 리뷰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