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씨의 말풍선
홍훈표 지음 / 미래문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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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예리한 풍자집 [동그라미 씨의 말풍선]

 

 

SNS에서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동그라미씨의 말풍선>이 책으로 나왔다.

SNS를 하지 않기에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책의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하다.

현대인의 삶을,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풍자한 우화집이다.

촌철살인 같은 한 마디가 들어 있기도 하고, 부드럽고 따스한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이야기들도 가득하다.

미소를 지으며 생각에 잠기는 모습이 책을 읽는 내내 볼 수 있는 포즈가 아닐까.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떠오를 정도로…….

 

 

주인공은 동글동글한 동그라미 씨다. 친구로는 네모씨, 벽돌 씨가 있다.

평범한 동그라미씨의 생각이나 모습은 우리이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시민의 생각과 모습 그대로다. 동그라미씨의 말에 늘 일격을 가하는 네모씨의 말은 핑계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답을 제시해주기에 매력적이다. 까칠하고 예리한 벽돌씨의 촌철살인은 다분히 계산적이긴 하지만 그대로 우리의 모습이기에 더 공감이 간다.

 

 

-모든 사각형의 내각의 합은 360도.

-너는 짝퉁이구나!

-우리는 지구라는 커다란 공위에 사니까 약간씩 구부러져 있어. 그러다 보니 모서리들이 조금씩 벌어져서 내각들이 약간씩 더 커지는 거지!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기본 원리야.

-그럼 너는 짝퉁이 아니란 거야?

-너는 머릿속으로 정상이라는 걸 정해 놓고 거기에 안 맞는 사람들을 전부 다 비정상으로 몰아버리는구나. 하지만 생각해 봤니? 네가 찾는 '정상'이라는 건 사실 세상에 없다는 말이야. (본문에서)

 

 

동그라미씨의 원리원칙에 현실적인 이유를 갖다 붙이는 네모씨의 열변이 거침없다. 짝퉁이 되기 싫어서 전개하는 논리가 수학적 정의보다 더 논리적이다. 산다는 게 그런 건가보다. 현실은 진리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지 않나.

세상에 평면이라는 게 어디 있을까.

어차피 지구도 평면이 아닌 둥근 타원형인걸......

 

 

-인간은 평생 뇌의 용량 중 불과 20% 정도 밖에 사용 안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 (본문에서)

 

 

정말 다행인 것, 맞다. 공감이다.

사회가 더 발전하기 보다는 '이제 그만!'이라고 외치고 싶을 때도 있으니 말이다.

잔머리를 굴리는 우리의 모습에 우리조차 실망한 적은 없을까.

이기적인 내 욕심에 누군가 피해를 입었을 지도 모르는데.....

바보 같은 순수함이 그리워지는 대목이다.

이기적이고 까칠한 것보단 순수와 순진함을 사랑했던 유년의 시절로 잠시 되돌아가 본다.

 

 

마음을 읽는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다. 동그라미 씨가 혼자 중얼거렸다. 사랑에 빠져 마음이 마구 설레던 차, 그녀의 마음을 알고 싶었다.

참아, 그런 기계가 있어서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직면하게 되면 아마 그는 미쳐버릴 걸. (본문에서)

 

 

사랑에 빠진 때가 아니어도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싶을 때가 있는데.....

독심술을 터득해서 상대의 진심을 알았다면 우리는 행복할까. 진심을 아는 순간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

 

 

사람이 왜 미니어처를 좋아하는지 알아? 세계를 자기 손 안에 두고 싶은데 그러질 못해서야. 그래서 로봇 장난감이며, 미니어처며, 세계지도 혹은 지구본 같은 것을 거실에 놔두고 싶어 하는 거라네. 화분을 좋아하는 것은 자연을 자기 소유로 두고 싶은 욕망이며, 동물을 키우는 것은 자연이 자기를 따르게 하려는 욕망이지.

......

영화를 사람들이 왜 보는지 알아? 관음증이야, 영어로는 피핑톰. 남이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다보며 마음속에 깊숙이 박힌 관음증을 해소시켜주는 게 바로 영화지. (본문에서)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동그라미씨, 계산적인 영리한 벽돌씨. 냉철하고 현실적인 네모씨의 이야기가 그대로 오늘의 이야기다. 웃다가 그 현실성에 공감하다가 씁쓸해지다가 예리한 지적에 박수를 치고 만다.

 

 

현실을 직시하고 꿈을 논하라는 충고, 땅을 딛고 사랑을 나누라는 조언에 공감이 가는 우화다.

 저자의 말처럼 한없이 꼬이다 보면 언젠가 아름다운 매듭이 되겠지. 위로가 되는 말이다.

동글동글 동그라미씨가 지구 모양을 닮아서 가장 끌리는 캐릭터다.

어수룩한 동그라미씨를 만나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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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족입니다
설기문 지음 / 소울메이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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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준 최고의 보물은 우리 가족! [그래도 가족입니다]

 

 

내게 가족이 있다는 건 늘 든든한 버팀목이고 자양분이고 기댈 언덕이다.

하지만 철이 없을 때는 많이도 싸우기도 했었는데……

소소하게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하고 속상해 하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늘 그 자리에 변함없이 있는 건 가족뿐이었지.

나에게 있어 가족은 첫걸음을 내딛는 디딤돌이자 최후의 보루 같은 것은 방어막이다.

가족 없는 행복이란 있을 수 없거니와 가족 없이 홀로 선 세상을 상상해본 적도 없다.

 

 

그랬구나.

힘들겠구나.

놀랐겠구나.

그래, 나라도 그랬을 거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본문에서)

 

가족이 해체되거나 가족관계가 소원해진 집을 보게 되면 남에게 하듯이 늘 서로 양보하고 배려해 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족의 해체로 아이들의 받을 충격을 헤아리지 못하는 어른들의 마음을 보면 안타까웠는데…….

어른들의 이기심에 상처받는 아이들, 어른들의 무심함에 우울한 아이들을 볼 때면 가슴이 먹먹하곤 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가족 간의 문제에 있어서 모든 답은 가족 안에 있으니 서로가 가만히 기다려 주라고 한다.

어설픈 충고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더 외롭게, 더 무능하게 할 수도 있으니 가만히 들어 주라고 한다.

 

내 편이 있다는 것은,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기분 좋은 일입니다. (본문에서)

 

세상에 나를 무조건 믿어 줄 어른이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문제아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믿어주고 격려해 줄 사람이 없다는 건 정말 고독한 세상일 것이고, 지옥일 게다. 가족 간에 믿어준다는 건 그래서 더 의미가 있겠지.

 

괜찮아, 나는 무조건 네 편이야.

이 진심어린 한마디면 다 통하지 않을까.

 

 

상실의 시대에 해법은 가족입니다. (본문에서)

소통의 기술은 생각보가 힘들고

제대로 소통을 한다는 것은

인내를 필요로 합니다.

…….

언성을 높이지 않고

마음의 물결이 높아지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아이의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 애쓰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만

정말 귀한 일입니다.

함께 터놓고 서로 바라보는 마음이 되면

꽁꽁 얼어붙은 마음도

지독하게 엉킨 매듭도

쉬 풀립니다. (본문에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은 가족인 것 맞다. 늘 그 자리에 있어서 공기처럼, 물처럼 흔하게 여겼지만 가족 간의 사랑은 나의 버팀목인 것도 맞다. 함께 나누고 공감한 세월 이상의 끈끈한 핏줄의 끌림, 이 세상 끝까지 함께 하고픈 유전자의 이끌림이 있는 게 가족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 배를 탄 운명의 팀이다. 그러니 서로 배려와 이해, 지원과 격려가 아낌없어야 하겠지. 험한 세파를 헤쳐 가려면 말이다.

 

오늘도 내 곁에 가족이 있어서 행복하다.

 

 

이 책의 저자는 상담심리전문가인 설기문이다. 심리상담을 통해 심리치료와 최면치료로 마음의 치유를 돕고 있다고 한다. 설기문마음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동방대학원대학교 자연치유학과 석좌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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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일광욕 습관 - 일광욕으로 햇볕을 듬뿍 쐬면 의사도 약도 필요없다!
우쓰노미야 미쓰아키 지음, 성백희 옮김 / 전나무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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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을 즐기면 뼛속까지 건강해진다. [하루 10분 일광욕 습관]

 

 

만약 하늘의 햇볕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햇볕 없이 인공조명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을까.

햇볕을 적절히 쬐면 건강에 좋다고는 하는데 얼마나 쬐어야 할까, 어디에 좋다는 걸까.

요즘은 태양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면서 비타민D 결핍이라는 보도를 들은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도 햇볕 쬐는 시간이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아침에 운동을 나가보면 그늘진 산길임에도 불구하고 선글라스를 낀 사람, 팔 토시를 한 사람, 썬 캡을 쓴 사람, 자외선차단마스크 쓴 사람들을 보게 된다. 저렇게 까지 피부보호를 해야 하나 싶었는데 오늘 일광욕에 대한 책을 만났다.

 

 

<하루 10분 일광욕 습관>

예전에는 피부에 햇볕을 쬐어야 구루병도 예방하고 뼈도 튼튼히 한다고 배웠는데 어느새 태양이 피부암과 피부노화, 기미, 주근깨, 검버섯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어느 것이 사실일까.

저자는 잘못된 미백 열풍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미백을 부추긴 게 누군지는 몰라도 햇볕을 많이 쬐어서 피부암에 걸린 유색인종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태양의 메커니즘을 알면 고마워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생물은 태양의 가시광선 덕분에 낮과 밤을 구별할 수 있고,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시광선은 식물의 광합성을 돕기도 하지만 인간의 자율신경안정에도 큰 역할을 한다.

 

보이지 않는 적외선은 인간의 몸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서 몸을 덥혀준다. 이때 인체에서는 원적외선이 방출되어 체온을 조절한다. 저체온으로 고민하는 사람은 낮에 태양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만약 적외선이 지표면까지 오지 못한다면 지구는 그대로 얼어버릴 것이다.

 

적도부근의 나라에는 피부암 환자가 많지 않다고 한다.

물론 일부 백인들 중에는 멜라닌 색소가 생성되지 않아 햇볕에 타지 않으면서 피부암에 걸리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흑인이나 황인종에게는 강한 햇볕에 적응해왔기에 자외선에 쬐여서 피부암이 발생한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눈밭, 설산에서는 자외선 차단이 필수이고 모래사장에서도 자외선 차단은 필수이므로 고글이나 선글라스를 써야 한다고 한다.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

 

식물이 햇볕을 받아 광합성 작용을 하고 생명을 이어간 것처럼 모든 동식물은 태양으로 인해 생육하고 번성해 왔다.

그러니 일광욕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건강법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의 스파르타에서는 강인한 체력을 위해 청소년들이 알몸으로 교육받고 운동하기도 했다. 고대 로마에서는 건강을 위해 일광욕실을 두기도 했다.

의학이 발전하면서 의사들도 일광욕의 효능을 이용하기도 했다.

 

태양의 빛과 열은 모든 창상, 특히 개방성 골절과 파상풍 등에 효과가 있다.

근육의 강장에는 일광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방성 비만인 사람은 되도록 나체로 돌아다니는 것이 좋다. -히프크라테스 (본문에서)

 

 

자외선이 피부에 닿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오래된 상식이지만 햇볕 속 자외선이 피부에 닿는 순간 뼛속부터 건강해진다.

자외선이 피부에 침투할 때 합성되는 비타민 D는 간과 신장에서 대사되어 활성형 비타민D로 변환한다. 활성형 비타민 D는 장에서 칼슘과 인의 흡수를 촉진하고, 혈장 내 칼슘농도를 조절하며, 뼈 조직에 인산칼슘을 침착시킨다. 비타민D가 없으면 뼈가 형성이 안 된다.

다시 말하면 자외선이 피부에 닿는 순간 비타민 D와 세로토닌의 작용이 활발해져 대사증후군 (고혈압, 당뇨병, 비만), 갱년기장애, 관절염, 아토피, 피부트러블, 우울증, 수면장애, 편두통이 개선되고 암까지 예방된다는 것이다.

 

자외선의 치유효과는 어디까지 일까.

저자는 자외선이야말로 현대병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대사증후군, 우울증, 꽃가루알레르기 등에 효과적이다.

햇볕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들은 뼈가 튼튼해지고 근육이 단련된다고 한다. 일명 일광욕수업이 건강에 도움 된다는 것이다.

약으로도 경험할 수 없는 태양의 파워다.

갓난아이와 성장기 어린이에게, 뼈가 약해지는 노인들에겐 일광욕이 필수다. 특히 노인들은 비타민D 형성 능력이 떨어지므로 더 많은 햇볕을 쬐어야 한다.

미백을 하려다가 태양을 피하게 되면 속이 빨리 노화 될 수가 있지만 일광욕을 하면 오히려 안티에이징의 효과를 본다고 한다.

 

 

이 책에는 이외에 다음의 내용들도 있다.

일광욕으로 속부터 아름답게

자외선을 피할수록 갱년기장애가 악화된다.

일광욕으로 현대병을 예방하고 치유한다.

욱하는 성격은 비타민D결핍이 원인이다.

인공조명이 성조숙증을 촉진했다.

실내에 머물수록 우울증이 깊어진다.

수면장애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광욕

적외선은 스트레스로부터 세포를 보호한다.

충분한 일광욕은 암도 예방한다.

......

 

참고로 자외선지수에서 0은 과다노출의 위험이 매우 낮음을, 9-10등급은 매우 높음을 뜻한다. 자외선 지수가 9이상인 날은 20분 정도, 7-8정도에는 30분 정도를 쬘 경우는 피부에 홍반을 동반한다고 하니 조심해야 한다. 그러니 조금씩 시간을 늘리되 하루10분 일광욕이 적당하다고 한다.

 

 

모든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것이다. 햇볕도 마냥 좋기만 한 것도 아닐 것이고 마냥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닐 것이다. 저자는 갈수록 햇볕이 나쁜 쪽으로만 보도되고 있는 편파적인 시각을 안타까워하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실내 활동이 많아진 요즈음, 갈수록 재택근무가 많아지는 현실에서 일광욕이야 말로 자연이 주는 치료제일 것이다.

4월에서 11월까지가 일광욕의 적기라고 하니 매일 10분씩 야외로 걷기운동을 한다면

태양이 주는 자연 치유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피부가 태양에 익숙해 질수 있도록 매일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는 방법이 좋을 것이다.

 

하루 10분 일광욕이면 몸이 따듯해지고 면역력도 키우고 뼈도 튼튼히 하고 우울한 기분도 개운하게 날려버릴 수 있다니.....

매일 10분 태양의 마법을 체험해야겠다.

하루 10분 태양의 힘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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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는 문화로 초대합니다
히로세 코지로 지음, 정숙경 옮김 / BF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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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문화, 촉 문화의 세계 [만지는 문화로 초대합니다]

 

 

시각장애인도 사물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처음 알았다.

시각장애인은 전맹과 저시력으로 나뉘는데 전맹의 경우는 볼 수 없지만 저시력의 경우는 약간은 보인다고 한다.

 

저시력의 경우는 중심만 볼 수 있거나 흐리게 보이거나 얼룩져 보여서 책을 읽거나 운전하기는 힘들어도 간단한 운동을 즐길 수는 있다고 한다. 물론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정도다.

 

주변에 시각 장애인이 없어서 평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일부 전맹의 경우도 운동을 하고 컴퓨터를 하며 일상을 보낸다고 하니 놀랍다.

때로는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점자책, 시각장애인용 스마트폰, 컴퓨터의 음성지원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시각장애인들이 활동하는 데는 일반인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과학의 발전이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다.

 

 

이 책의 저자는 전맹이다. 그러니 전혀 앞을 볼 수 없다. 중학교 1학년을 마칠 무렵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고 한다. 이후 일반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도 하고 박사학위도 취득하고 취직도 하고... 지금은 일본 국립 민속학박물관 민족문화 연구부 준교수다.

그는 한국에서 배워간 블라인드 축구도 즐기고, 책도 보고 운동도 하고 자전거도 탄다. 일반인들과 별 다를 것 없는 생활이다.

 

이 책에는 그가 느낀 점자문화,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 손 문화, 촉 문화에 대한 견해들이 실려 있다.

보지 못하면 불편할 것 같고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것 같고 그래서 더 의기소침해질 수가 있을 것 같은데 저자는 자신이 전맹이란 사실을 일찌감치 받아들이고 시각장애인의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하나의 기관이 제 기능을 못하면 다른 기관이 활성화되는 걸까.

그는 눈으로 보지는 못해도 청각과 촉각으로 예민하게 듣고 느낀다. 그에게는 보는 문화보다 만지는 문화, 듣는 문화가 더 익숙하게 된 것이다.

 

<만지는 문화, 만지는 세계전>을 박물관에서 개최하면서 시각중심의 박물관을 촉각이 주는 즐거움을 체험하는 곳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가 시각장애인이었기에 가능한 발상이 아니었을까.

 

 

우리나라에서 시각장애인이라면 강영우 박사가 떠오른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뽑아든 그분의 책을 읽고 감동 받았던 기억이 난다.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아이들을 잘 키워낸 이야기였는데..... 그때는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라서 그 책을 추천하고 다녔던 기억도 있다.

 

한글 타자기와 점자 한글 타자기를 개발한 공병우 박사의 이야기도 생각난다. 누구보다도 한글을 사랑한 안과의사 였기에 시각장애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더해져 점자 타자기를 개발한 것이리라.

 

 

이런 책을 읽더라도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기가 쉽지 않다. 왜일까.

어릴 때부터 서로 다른 학교를 다녀서 접촉이 없기에 어른이 되기까지 맹인친구하나 없다. 이런 현실이 이들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하는 게 아닐까.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맹인 교실을 따로 운영하면 어려울까.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문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관점을 바꿔본다. 어두워지면 눈뜬 사람이 불편한 세상이다. 시각문화에 익숙해 있기에 촉 문화에는 무심했는데...... 오감을 활용해서 보고 듣고 느끼고 냄새 맡고 맛보는 문화가 모두 소중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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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여행 : 비우고. 채우고. 머무는
이민학.송세진 지음 / 비타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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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면서 비워내는 싶다.[쉼표여행]

 

 

걷는 것만으로도 작은 휴식이 된다. 하물며 먼 거리를 돌아다니며 평소에 보지 못하는 장면을 눈에 담는 여행은 언제나 즐거운 쉼터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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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여행의 참 의미를 비우고 채우고 머물고 떠나는 것이라는데, 난 여행의 참 의미를 모르고 있나 보다. 여태 여행을 하면서 비운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으니 말이다. 여행을 떠나면 늘 채우느라 바빴던 것 같다. 금쪽같은 시간을 내고 가는 거니까 사진 찍고 눈에 담고 음식 향에 취해 배를 채우곤 했는데.

 

휴식 같은 편안한 여행이라지만 늘 계획하고 물건 챙기고 이정표를 점검하고 누군가와 함께 가는 그런 여행뿐이었다. 홀연히 혼자 나서 본다는 건 상상조차 못했는데, 이 책을 보고 있노라니 혼자 하는 여행은 어떨까, 나도 한번 해 볼까 싶기도 하다.

 

내가 하는 여행도 좋지만 남이 한 여행 이야기를 읽는 것도 즐겁다. 읽고 있으면 지나온 길은 추억에 잠기는 길이 되고, 못가본 길은 그리움을 솟아나게 하기에 말이다.

 

여러 곳을 많이 다닌 여행자는 아니지만 이 책을 보고 있으니 그래도 참 많은 여행을 다녔다는 생각이 든다. 갔던 곳을 여러 번 가는 편식 여행이지만 한번쯤은 다른 길을 가기도 했으니 말이다.

 

 

서산에도 부석사가 있음을 처음 알았다. 영주 부석사의 가을 은행나무길, 절 초입의 사과 밭길이 인상적이었는데…….

서산부석사도 영주부석사처럼 의상대사가 세웠다고 하고 선묘낭자의 전설도 비슷하다고 한다. 바닷가 산 중턱에서 바다 밑으로 해 저무는 모습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기는 템플스테이도 있다고 한다.

 

봉화 청량산은 여러 번 간 곳이지만 늘 예쁘장한 산세, 앙증맞은 절, 가파른 입구가 인상적이었는데.....

산꾼의 집에서 약초차 건네받고 산꾼이 직접 새긴 목걸이 하나 목에 걸고 나면 제법 등산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는데... 최치원이 마셨다던 약수터를 돌아 청량사로 들어가는 길이 좁지만 예쁜 길이었는데. 산 정상에 오르는 길도 어렵지 않고 산도 크지 않았지만 공기가 무척 좋았던 기억이 난다. 절까지 올라가는 길이 유난히 가파른 산이 특징인 청량산. 지금은 계단식으로 정리를 했지만 예전에는 미끄러지면서 내려왔던 길이었지. 주변에 자연휴양림이 많아서 신선한 공기가 남달랐었지.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남해의 편백자연휴양림....

사는 곳 주변에도 마음만 먹으면 숲과 자연휴양림을 갈 수 있기에 남해를 가도 굳이 욕심을 내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책을 보니까 혹하는 마음에 끌리게 된다. 지금은 도로 사정이 좋아져서 남해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아졌으니 주말에 한 번 휙~다녀올까나.

노도에 들러 김만중문학관도 구경하고... 보리암도 다시 둘러보고 ... 상주해수욕장도 거닐어 보고.. 남해 바닷가는 언제나 운치 있던데...

 

슬로시티 하동 여행.

섬진강을 끼고 걷는 여행, 봄에 찾는 매화마을, 박경리 문학관, 최 참판집 구경, 들판을 돌아서 강변에서 먹는 재첩국의 개운한 맛, 다시 토지를 떠올리며 걷는 들길, 모두가 추억이다.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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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주산지,

청라언덕길,

익산 미륵사지,

보성 벌교 태백산맥문학관,

서울 부암동,

태백 검룡소 눈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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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를 좋아하지만 그동안은 자동차 여행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그 지역의 시내버스를 타는 여행을 하고 싶다.

 

얼마 전에 읽은 <헤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여행>에서는 집을 나서서 편지를 부치러 가는 길 이 그대로 여행이 되었다고 했는데.. 길을 걷다 보면 아무래도 이 생각 저 생각이 피어오르나 보다.

 

책을 보니 가을에는 주말마다 한군데씩 다녀오고 싶다. 다음 주에는 청라언덕을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가까이 살면서도 참 오래간만에 가게 된다. 시원한 바람까지 부는 가을에 걷기여행으로 비우는 게 뭔지 체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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