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힘 - 중졸 아들을 서울대에 합격시킨
노태권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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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힘/21세기북스]나는 공부에 목숨을 걸었다.-중졸 아빠의 통쾌한 자녀교육 성공기...

 

책이 출간되기 전에 서포터즈를 하면서 받은 가제본이다.

나는 공부에 목숨을 걸었다는 부제를 달고 있다.

 

대단한 삼부자다. 엄마까지 합해서 대단한 가족이다. 공부에 관련된 책 중에서 가장 눈물겹고 감동적이도 가장 생생한 감동기다. 대단한 노력으로 공부에 가속도가 붙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기가 여러 번인 책이었다.

 

저자는 난독증을 가진 중졸 학력에 막노동을 하던 아빠였다.

스스로를 아이들에게 무관심했던 불량아빠라고 한다. 대부분의 가장들의 현실이 아닐까. 먹고 살기 바쁜 대한민국 가장의 현실.....

난독증을 이겨낸 것은 아내가 직접 만든 그림 교재 덕분이었다. 주유소 야간 직원이 되어 30미터짜리 이어폰을 직접 만들어 공부를 하는 모습에서 각오와 열의가 느껴졌다.

난독증을 이기고 수능에 도전하면서 6년 동안 아내의 도움이 엄~청 컸다. 수능 교재의 내용을 큰 글씨로 옮겨 적은 뒤 코팅해 준 것이다. 집과 일터인 주유소를 오가면서도 길거리 공부를 했고, 그 시간이 아깝고 아내의 마중으로 아내의 건강마저 해치게 되자, 주유소에서 먹고 자면서 공부를 했다, 2년 동안 그렇게 원하던 공부를 한 것이다.

 

수능 공부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어떤 문제든지 막힘없이 풀어낼 수 있었다.

전년도 수능 기출, 모의고사마저 만점이었다. 행정고시 기출문제마저 295점으로 수석 점수를 넘는 수준이었다.

그의 공부방법은 반복이었다. 성문영어 등 기본서를 100번씩 읽었다.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꽉~ 찼을 때 불행히도 아이들은 정반대였다. 게임중독에 가출을 일삼는 아들에다 전교 하위권을 맴도는 큰 아들, 게임 중독과 아토피로 고생하는 둘째 아들,,,,,

정신이 확~ 들지 않았을까.

 

아이들의 성적과 엇나가는 행동에 충격을 받고 저자는 자신의 공부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꿈의 목표달성이 눈앞에 있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자신의 꿈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내에게서 글 읽기 쓰기, 말하기를 다시 배우면서 천천히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부자간의 서먹한 관계를 해소하고자 서서히 다가가는 방법을 취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렸지만 아이들은 외면했다고 한다.

 

하지만 점차 아이들을 설득해서 아이들과 함께 소양강 따라 걷기 대장정을 시작한다. 걷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건강과 자신감을 키우기 시작한다.

자신은 하루에 한 끼를 먹으며 잠을 3시간만 자고 학교를 중퇴한 아이들을 직접 가르쳤다. 교재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물론 가사일도 전담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물론 7~8시간의 수면, 3끼 식사, 간식까지 먹었다. 대신 아내가 일을 해야 했다.

살이 찔 여유가 없을 정도로 공부하며 가르쳤다는 말에 또 뭉클해졌다.

컴퓨터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 할 때는 내버려 두었고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그만 두었다고 한다. 속 타는 마음이었지만 아이들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중요함을 느꼈던 부분이다.

 

   재수를 하면서도 아이들은 스스로 결정해서 첫째는 서울대 경영학과 4년 장학생으로, 둘째는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수석으로 입학했다고 한다.

 

공부에 대한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게 해야 공부에 대한 면역력이 생긴다는 말이 콕~ 와 닿는다. . 아이들의 속도에 맞춰 아이들을 믿고 간다는 말에 절절히 공감이다. 

 

저자는언어, 수리, 외국어, 사탐 제2외국어인 한문, 논술까지 직접 가르쳤다니, 정말 대단하다. 다산 정약용의 애민정신까지 논술 문제를  예상했던 저자의 촉은 정말 대단하다. 공부에 적기란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때가 아닐까. 자신이 스스로 하고자 하는 때가 아닐까.

 

모든 어른들에게, 모든 학교 선생님들에게 반성하게 하는 책이 아닐까. 학교가 포기한 아이들을 아빠와 엄마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에겐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도 전하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아내에게 더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가장에 대한 신뢰, 아이들에 대한 엄마의 믿음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기에......

 

 

대부분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한계를 규정하지 말자. 스스로의 능력과 의지를 믿자. 그래야만 자신의 목표와 꿈을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고통은 참아 내면 되지만 포기는 영원한 상처로 남는다.(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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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사진수업 - 사진가 주기중이 알려주는 좋은 사진 찍는 법
주기중 지음 / 소울메이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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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사진수업/주기중/소울메이트]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사진을 잘 찍고 싶다. 렌즈 속의 세상을 멋지게 담아내고 싶다.

찰나의 시간과 공간을 잘 포착하지 못하는 것은 저자의 말처럼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빛의 마술을 포착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나도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데......

 

사진이 사물과의 교감, 피사체와의 대화라는 말에 공감이다. 사진을 찍는 순간은 교감의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말에도 깊은 동감이다

책 속의 사진을 보면 찰나의 순간에 느꼈을 대상과의 교감이 너무나 대단해 보인다.

좋은 사진은 사람의 눈을 이겨야 나올 수 있다니, 어떤 경지일까. 감조차 잡을 수 없는 말이다.

'뺄셈의 미학'일 정도로 사진을 찍을 때는 하나의 대상에 집중한다는 말 명심해야겠다. 그동안 한 장면에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싶어했는데...... 부분으로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상징성을 부각하라는 말도 밑줄 쫙~ 긋게 된다.

   

훌륭한 사진가에게 하나 더 있다는 눈, 포토아이. 처음 듣는 말이다.

포토아이는 '직관과 통찰의 눈', 빛의 강약까지 읽어낼 수 있는 눈이라니,

저자는 스스로 사진기의 렌즈가 되어 대상을 사진기처럼 바라볼 수 있는 눈에 오감을 동원하라고 한다. 미적 감수성으로 현실을 가공하고 그만의 감정을 투영하는 것, 사진이 예술이 되는 경지다. 신의 한수 같다.

 

사진가의 모든 신경은 렌즈 속 세상에만 쏠려 있습니다. 한쪽 눈을 감기 때문에 렌즈 밖의 세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진가의 공격성은 '한 번 지나간 장면은 되돌릴 수 없다.'라는 매개적 특성 때문입니다. 사진은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며, 머리로 설계하고, 발로 찍습니다. (46)

 

위험한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들거나, 나무에 매달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니, 너무 무모하지 않을까. 프로정신이겠지만 위험하기에 섬뜩하기까지 하다.

   

겨울 한탄강변에서 찍은 재두루미와 고라니 사진은 정말 멋지다. 움직이는 동영상을 보는 느낌이다.

두 마리의 고라니가 다가오면 두루미가 비상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한 작가의 절묘한 셔터누름이라니. 움직임의 순간을 포착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당황해하며 날아오르는 재두루미의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백담사 사진은 더위를 가시게 하는 시원한 컷이다.

송편 모양의 절터, 아흔아홉 구비의 물길, 보일 듯 말 듯 강변도로가 물길 따라 내달리는 장면은 자연이 만든 예술의 포착이다.

   

이외에도 바람이 남기고 간 흔적, 파도가 남기고 간 바닷가 모래 그림, 바다와 강이 만들어내는 해안의 드나듦, 동물과 식물이 만들어내는 특이한 일상들이 담겨 있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스토리의 압축이다. 모든 감각을 깨우는 신선한 충격이다.

순천만 단상, 남들이 보지 못하는 찰나의 포착, 남들과 다른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장면, 강양항 일출, 고창의 200만 송이의 해바라기, 오선지 같이 앉은 공사장 철근의 참새 떼, 노을에 물든 갯벌, 갈매기 솟대, 강변의 안개와 산의 조화, 측광이나 역광이 빚어내는 또 다른 장면들...... 보고만 있어도 설레지만 설명까지 읽으면 뭔가가 꽉 채워지는 열기로 가슴 벅차다.

 

세상 곳곳이 사진 속의 주인공들임을 알게 된 책이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음을 알게 해준다.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는 갈망만큼이나 노력과 열정이 대단해야 함을 느끼게 된다.

   

같은 장소, 같은 대상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어야 함을 생각한다. 순간의 정지화면을 잘 포착한 그런 사진을 찍고 싶다. 무수한 이미지 속에서 감동적인 한 장면을 포착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움직이는 대상이라면 순간포착을 잘 하는 연습도 필요함을 배우게 된다. 날마다 다르게 보는 습관, 다른 각도로 보는 습관, 사물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 적극적인 태도, 느리게 걸으며 주변을 살피고, 멈추어 서서 주위와 교감하는 것이 중요함도 배우게 된 책이다.

이젠 마음을 담은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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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한자 여행 1호선 - 역명에 담긴 한자, 그 스토리와 문화를 읽다
유광종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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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한자여행 1호선/유광종/책밭]한자어 의미, 역명의 유래를 찾아가는 여행~

 

한국은 오랫동안 한자를 사용한 한자문화권이었기에 동네이름에도 한자어가 많을 것이다. 수도권지역 서민들의 발이 되어준 지하철역 이름은 주로 동네이름에서 따온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무심코 지나쳤던 동네이름의 유래와 한자의 뜻을 안다면 더욱 친근감이 들지 않을까. 알면 더욱 사랑하게 되는 거니까. 지하철 1호선에 있는 역명을 풀이한 색다른 책을 만났다. 평소 궁금했던 역명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냈기에 반가운 책이다.

서울역.

신라의 큰 마을 즉, 수도를 가리키는 서라벌이 서울로 변한 것이다. 삼국시대 이후에는 한양이라 불렀고, 조선시대에는 한성 또는 한양이라 불렀으며 일제강점기에는 경성으로 바뀌었다.

서울은 순 우리말이지만 한양(漢陽)은 한자어다.

 

陽은 강이나 산을 기준으로 불렀다.

중국에서는 강의 북쪽이란 산의 남쪽을 陽이라고 불렀고 강의 남쪽은 陰이라고 불렀다. 산의 남쪽을 陽, 산의 북쪽을 陰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중국은 지형의 특성상 높고 건조한 서북쪽에서 낮고 습한 동남쪽으로 강이 흘렀기에 강의 남쪽은 습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서 음, 강의 북쪽은 높고 건조한 편이어서 양이라고 불렀다.

중국에서도 낙수의 북쪽에 있는 도시가 낙양, 심수의 북쪽 도시가 심양(선양)이다.

 

서울에 대한 명칭은 마을 중에서 으뜸(都)이라는 도읍에 성을 쌓았다는 의미의 도성(都城), 중국에서 가장 많은 왕조가 자리를 잡았던 장안(長安), 중국에서 전통적으로 수도를 의미했던 경조(京兆), 최고 권력자가 머무르는 곳이라는 의미의 경사(京師) 등이 있다.

 

조선 태조 때부터 세워졌던 종각(鐘閣)은 시계가 없던 시절, 시간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고종 때 보신각이라는 누각을 지어 안치했다고 한다.

 

종로3가.

鐘路의 명칭은 종루에서 연루한다. 종로의 다른 이름은 운종가(雲從街)이다. 구름이 새까맣게 몰리듯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종로가 원래는 더 넓은 거리였지만 상가건물이 들어서면서 좁혀졌다고 한다.

종로에 세워진 육의전(선전, 면포전, 면주전, 지전, 저포전, 대외어물전) 이야기, 금난전권, 난전, 피맛골의 이야기를 읽으니, 마치 옛날 거리를 보는 듯하다.

 

삼국지의 관우를 모신 사당인 동묘, 제사와 관련된 제기동, 군대 주둔지였던 남영동, 노량진, 신도림, 대방역, 영등포…….

1호선에 있는 역명에는 아는 지명도 많지만 모르는 지명도 꽤 많다. 1호선에 있는 역명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한께 알 수 있었다.

하루 800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니, 대단하다.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된 지도 40년이 되었다니, 어마 무시한 세월이다. 수도권 서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역 이름에 대한 한자풀이를 넘어 역의 유래와 함께 한 시간이었다.

역명의 유래, 역명을 이루는 한자의 의미, 그 한자의 역사적 이야기, 한자가 지닌 문화적인 맥락까지 담았다.

 

알고 나니 보인다고 했던가. 알고 나면 사랑스럽다. 이제 지하철 1호선이 많이 친숙해진 느낌이다. 앞으로 역 이름을 들을 때마다 저절로 옛날이야기를 회상하겠지. 의미를 알고 사정을 아는 순간, 이전보다 훨씬 친근해진다. 사람이든 글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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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사랑 -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
베르벨 레츠 지음, 김이섭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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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사랑]소년의 감성을 지닌 낭만적 자유주의자 헤세의 러브스토리

 

<데미안>, <유리알 유희>, <싯다르타>, <수레바퀴 아래서>, <크눌프>.

학창 시절에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많이 읽었다. 의미도 모른 채 말이다. 물론 그 당시에는 몇 개의 문장을 메모하고 사용하면서 공감한다고 생각했었다. 분명코.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헤세의 감정을 공감하지는 못하면서 아름다운 언어의 유희에 더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내면의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했던 아름다운 언어들은 지금도 여전히 가슴을 설레게 한다.

헤르만 헤세의 사랑 이야기는 처음 접한다.

그가 만나고 사랑했던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만 모은 책이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편지와 문서들 속에서 밝혀낸 헤세의 사랑은 어떨까. 여인에 대한 본능적인 사랑, 가족에 대한 이타적인 사랑보다는 지적인 고뇌와 유희를 더 즐기지 않았을까.

 

나의 사상이나 예술관 때문에

내 인생에서, 혹은 여성들과의 관계에서 종종 어려움에 봉착한다.

나는 사랑을 부여잡을 수도, 인간을 사랑할 수도,

삶 자체를 사랑할 수도 없다 -헤르만 헤세

 

헤세는 1904년 유명한 학자 집안 출신이었던 사진작가 마리아 베르누이와 1924년 성악가 루트 벵거와 1931년 미술사학자 니논 돌빈과 사랑을 하고 결혼도 했다. 물론 짝사랑하던 여인들도 있었다.

헤세의 결혼 이야기가 전기에서 조차 나오지 않는 이유는 헤세가 자신의 자서전에 그의 결혼 생활에 대한 기술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나중에 출간된 그의 전기에서는 부인들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니논의 이름은 어떤 전기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헤세의 첫 번째 결혼은 1904년 사진작가 마리아 베르누이와의 결혼이었다.

 

마리아는 헤세보다 9살이나 많은 여인이었지만 자그마한 체구의 활달했고 헤세와는 음악적인  공통분모가 있었다. 바젤의 유명한 학자 집안 출신이었던 마리아는 음악적인 재능을 겸비한 사진작가였다. 하지만 결혼을 염두에 둔 시점에서 그가 그녀에게 베푸는 마음은 미지근한 사랑이라고 할까. 결혼에 적극적인 마리아에 비해 결혼에 대해 수동적인 헤세였으니 말이다. 헤세의 그녀를 향한 사랑하는 마음은 어느 정도였을까. 미심쩍기까지 하다.

 

헤세는 언제나 국외자이고 손님일 수밖에 없었다.

자기 집에 있을 때조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나 부인의 다정함조차 부담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는 괴벽과 변덕, 두통과 정신적인 열병을 앓고 있다.

가족은 그에게 성가신 존재일 뿐이다.

-후고 발의 헤세 전기 (본문 중에서)

 

헤세는 결혼하는 과정에서도 별로 열정이 느껴지지 않지만 결혼 이후에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없어 보인다.

가정생활에서의 소소한 일상마저 부담스러워했던 헤세는 납세고지서나 토지대장, 일상적인 대화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몸져눕기까지 했다니. 그나마 정원 가꾸기마저 없었다면 그에게 가정의 존재 이유는 없지 않았을까.

스스로도 예민한 신경이라고 했던 헤세의 들쭉날쭉한 감정들은 문학가로서는 어울릴지 몰라도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의 모습은 아니다. 우울하고 염세적인 그에게 가정조차도 치유가 될 수는 없었나 보다.

 

십여 년의 결혼 생활을 종지부 찍는 이혼과정을 봐도 그는 후련해 하는 듯하다.

이후 1924년 성악가 루트 벵거와 1931년 미술사학자 니논 돌빈과 사랑과 결혼에서도 여인들이 헤세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다.

 

결혼 이후에 그가 정착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가.

결혼을 두려워하는, 환상에 사로잡힌, 자아도취적인, 세상물정에 어두운, 소년의 감성에 머물러 있는, 세상과 동떨어진 은둔자적 생활습관에 익숙한 탓이 아니었을까.

아름다운 결혼을 꿈꾸며 결혼에 대한 기대로 가득한 여자와 아직은 소년의 티를 벗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청소년기에 머무른 남자의 결혼에서 지속적인 행복을 기대할 수 있을까.

결혼에 대한 간절함이 없는 남자, 헤세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조마조마하고 아슬아슬하다. 길지 않은 결혼생활이 예상되기에 더욱 아슬아슬한 마음이 된다.

예술적 감성과 가족에 대한 의무와 책임감은 동행할 수 없는 걸까.

여성에 대한 무관심, 결혼에 대한 무열정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더구나 태어난 자식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나 책임감, 가장으로서의 의무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 헤세가 아버지에게서 받은 교육이 경건주의나 복종주의가 아니라 가정에 대한 사랑과 책임이었다면 그의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을까. 인간은 어린 시절에 받은 교육과 환경들이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칠 테니까.

그래도 여인들의 사랑과 그의 자유로운 낭만 기질이 만나 아름다운 문학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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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더 특별한 세계여행지 - 세계 속 한국 찾기, 스토리텔러와 함께하는 해외여행
이종원 글.사진 / 상상출판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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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더 특별한 세계여행지/이종원/상상출판]한국사와 만나는 세계여행, 가슴 뭉클해.

 

한국을 떠나 세계 속에서 한국의 흔적을 찾는 여행, 옛 선조들의 자취를 따라가는 세계여행은 어떤 여행보다 의미 있는 여행일 것이다. 길을 걸으며 옛 선조들을 만나고 유민의 역사와 후손들의 문화를 조우하다 보면 선조들의 애환과 삶에 대한 열정을 느끼지 않을까. 남다르게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여행일 텐데.

처음에 나오는 한민족의 성지인 백두산.

통일이 되기 전까지 북한을 거쳐 백두산에 오를 수 있을까.

중국을 통해 올라가는 백두산 천지길이 왠지 서러워 보인다. 백두산에 오르는 세 갈래 길 중에서 거친 화산재로 이루어진 북파, 들꽃이 화창한 초원으로 이루어진 서파보다 압록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남파 길로 오르고 싶다. 강 건너 북한의 모습도 보고 싶으니까.

길고 긴 장백폭포, 보랏빛 백두산 바위구절초, 노오란 백두산 두메양귀비, 포플러의 왕인 우람한 신당수, 큰 오이풀 군락지 등 민족의 영산 백두산의 모습은 언제 봐도 뭉클하게 된다. 통일이 되어 북한을 경유해 백두산에 오르고 싶다. 언제 쯤 될까.

연길과 용정, 광개토왕릉, 장수왕릉, 환도산성, 산성하 무덤 떼, 졸본성(오녀산성), 하얼빈 등을 지나다 보면......

광개토대왕을 만나고 온달장군을 만나고, 시인 윤동주를 만나고 안중근 의사와 조우하고 독립운동가들의 항일정신을 느낄 수 있는 시간여행, 역사탐방이다.

731부대의 만행을 알리는 전시관, 뤼순 감옥도 볼 수 있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의 마지막 당부가 눈물짓게 한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레 이른 즉, 딴 마음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를 위해 죽는 것이 어머니에 대한 효도다. (책에서)

 

조선인 전체의 분노를 모아 실행한 거사이기에 구차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떳떳하게 죽으라는 말에 대단한 어머니임을 느끼게 된다. 단지동맹을 맺고, 이토 히로부미를 총살하고 죽는 날까지 당당한 대한의 남아 기상을 보여줬던 안중근 의사. 그의 변함없는 애국의 열정 뒤에는 어머니의 기대와 의지가 남달랐구나.

사진만으로도 신기한 곳인 터키 카파도키아 우치히사르.

'뾰족한 바위'라는 뜻을 지닌 우치히사르는 자연이 만들어낸 성채다. 바위 표면에 뚫린 구멍은 비둘기 둥지이며 마을 사람들은 비둘기 똥을 모아 포도밭의 비료로 썼다.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이 노래의 주인공들이 오순도순 살고 있다니. 무슨 말일까.

중국 돈황 양관고성.

양관고성은 한나라의 관문, 중국의 끝, 서역남로의 시작이다. 현장과 삼장법사가 지나갔던 곳, 혜초 스님이 지나갔던 곳이다. 설산과 사막의 공존은 물과 불의 공존을 보는 듯 신기하다.

러시아 바이칼 호수,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타프롬, 네팔 안나푸르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등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둥실 부풀어 오르고 기분은 업 된다.

해외여행과 연계된 국내여행지가 소개되어 있고, 외국에서 만나는 문화재와 국내문화재가 연결된 설명도 있다.

덤으로 해외여행 팁, 인천공항 100배 즐기기, 중국·일본·러시아를 오가는 선박여행 즐기기, 저렴한 해외여행상품, 비수기 여행상품 고르기, 지역별·유형별 전문여행사, 해외여행박람회, 여행일정표, 여행경비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꼼꼼하고 자세하게 담았다.

아픈 역사의 한 자락을 깊이 만날 수 있는 역사여행서다. 선조들의 유민사, 선조들의 진취적 기상을 만날 수 있는 역사와 문화이야기다.

깊이 있는 해설, 꼼꼼한 여행 팁을 읽고 있으면 친절한 역사·문화 고수와 함께하는 해외문화탐방 에세이 같다. 깊이와 넓이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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