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리 5 : 심연의 리플리 리플리 5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그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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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리플리 5]범죄소설의 고전, 카리스마 넘치는 사이코패스 이야기, 끔찍해라~

 

20세기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로 알려진 미국의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리플리>.

이미 알랭드롱의 태양은 가득히’, 맷 데이먼과 주드로의 리플리로 영화화된 작품이다. 원작소설 작가인 그녀는 ‘20세기 애드거 엘런 포라는 평가를 받는 작가다. 범죄소설의 대가를 넘어 문학사적으로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오른 소설가다.

 

 

톰 리플리는 아내 엘로이즈와 함께 프랑스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다.

북아프리카 여행을 준비하던 어느 날 리플리가 죽였다는 디키 그린리프의 전화가 걸려온다. 자살로 종결된 사건이었고, 비록 시체는 찾지 못했지만 리플리가 작성한 디키의 비공식 유언장도 감정 결과 진짜로 인정받았던 이미 끝난 사건이었다. 누가 장난을 치는 걸까.

 

어느 날, 이웃으로 이사 온 미국인 데이비드 프리처드 부부가 이상한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리플리의 집을 사진 찍기도 한다. 리플리는 직감으로 디키의 거짓전화가 프리처드 부부의 소행이라고 단정 짓는다. 프리처드 부부가 알고 있는 사실은 어디까지 일까. 이들은 무엇을 노리는 걸까.

 

리플리 부부의 북아프리카 여행까지 따라온 프리처드 부부는 계속 리플리를 괴롭히며 많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협박하기에 이른다.

버매스터 갤러리에서의 더와트 위조사건과 관련된 신시아마저 알고 있다는데......

 

리플리는 런던으로 날아가 에드, 제프 등 옛 동료들을 불러 프리처드 부부에 대해서 알리고, 위조 화가의 약혼녀 신시아를 만나게 되고......,

어느 날 프리처드가 보낸 것으로 짐작되는 소포 꾸러미에는 오래된 시체의 뼈가 담겨 있다. 리플리는 자신이 예전에 죽인 인물임을 알고 프리처드를 위기에 빠트리려는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용의주도한 천재 사이코패스 리플리와 그를 괴롭히려는 꼼수 대마왕 프리처드와의 대결에서 누가 승리할까.

    

영화로 나왔다지만 제대로 본 적이 없기에 궁금해진다. 사이코패스의 이야기지만 잘 짜인 소설이기에 감정이입해서 읽게 된다. ‘뭐 이런 인간이 있어?‘ 하다가도 리플리의 기지와 전략 빠른 행동력에 혀를 내두르며 감탄할 정도다. 알랭드롱의 태양은 가득히를 보고 싶다.

 

이 소설로 인해 생긴 심리학 용어가 리플리증후군이라고 한다.

리플리 증후군.

 

현실을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으며 거짓말과 거짓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경장애를 말한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1955)에서 유래된 말이다. 주인공 리플리가 부잣집 아들인 친구를 죽이고 자신이 그 부잣집 아들인 것처럼 행세하다가 정말로 자신이 그 친구라고 착각하게 되는 이야기다. 주로 성취욕구는 강하지만 무능력한 개인의 열등감의 분출이거나 피해의식에 시달리는 이들이 욕구해소로 겪게 되는 증상을 일컫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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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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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공허한 십자가/히가시노 게이고/자음과모음]속죄의 십자가를 지는 방법?

 

 

십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일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도서관에서 우연히 펼친 <용의자 X의 헌신>을 통해서였다. 일본 추리소설을 전혀 읽지 않았기에 무심코 고른 책이었다. 영화로 나왔던 제목 정도로만 기억할 정도로 일본 작가들에 대해서는 무심했던 때였으니까.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반해 버렸다고 할까. 수학을 좋아했기에 천재 수학자 대 천재 수학자의 수학 논리 대결에 넋 빠져 읽었다. 수학의 난제들을 풀어가는 천재들의 논리에 홀려 읽었다. 그 이후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 되어 버렸다.

<백야행>, <매스커레이드 호텔>, <레몬>, <예지몽>, <다잉 아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방황하는 칼날>, <몽환화>, <질풍론도> 등 다작을 하는 작가이지만 언제나 읽는 맛이 있는 작가니까.

 

추리소설의 경우 대개 첫 부분에 사건의 단초들을 넌지시 제시한다. 더구나 히가시노의 경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기에 첫 부분이 더욱 의미 있게 작용한다. 이 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에 이구치 사오리와 그녀의 남자 친구 니시야 후미야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오리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녀가 3살이 되던 해에 뇌종양으로 31 살로 생을 마감한 엄마. 그런 사실을 안 것도 그녀가 5학년이 되어서였다. 아빠 요스케는 화학공업 제품 회사의 기술자였기에 사오리는 늘 편의점 도시락, 피자 배달, 직접 음식을 해 먹는 것으로 홀로 저녁을 해결했다. 식사, 청소, 빨래까지 그녀의 몫이 되면서 아빠의 귀가 시간을 늦어졌고 그만큼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채우려 그녀는 비디오점에 들렀고, 그곳에서 니시야 후미야를 만나게 된다. 후미야는 평소 그녀가 짝사랑하던 같은 중학교 선배였다. 비디오점에서 만나 <히든>이란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누면서 친하게 된 이후로 둘은 사랑을 나누게 된다. 3이 되었을 때 사오리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자 둘은 태아를 죽이고 후지산 숲 속에 아기를 묻게 된다. 하지만 살인에 대한 추억은 평생을 악몽 속에 살게 했고 이들의 삶마저 꼬이게 하는데.

 

한편, 광고회사에서 디자인 일을 하다가 반려동물의 장례업자가 된 나카하라 미치마사.

어느 날 그에게 경시청 수사1과의 사야마 형사가 찾아와서 헤어진 아내 사요코의 죽음을 알려준다. 서로를 위해 이혼했는데, 살인으로 죽음을 맞다니.

아내는 그녀가 사는 원룸 아파트 근처에서 무자비하게 날카로운 칼로 찔러 죽었다고 했다. 범인은 다음 날 자수했고 왜소한 노인이었다고 한다. 전혀 관련이 없는 노인이 왜 그녀를 죽인 것일까.

 

11년 전 딸의 죽음은 견딜 수 없는 아픔을 준 사건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던 마나미가 살해된 것이었다. 그녀가 저녁거리를 사러 10분 거리의 슈퍼마켓에 다녀오는 사이에 딸이 죽임을 당한 것이다. 외부침입자에 의한 강도 살인이라니.

 

당시 아내인 사요코가 발견하고 신고를 했는데, 경찰은 모든 가족들을 사정청취라는 명목으로 취조해서 괴롭힌 적이 있다.

범인은 체포되었지만 이들 부부는 살인자가 사형에 처해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말에 황당해 한다. 재판에서는 살인자가 반성의 기미가 보인다, 갱생의 여지가 있다, 계획적인 범죄가 아니다, 동정할 만한 점이 있다는 등으로 감형을 내릴 구실을 찾는 것 같고 그 누구도 피해자의 억울한 심정은 헤아려주지 않는다. 모두 가해자의 입장에서 변호를 하고 재판을 한다고 느낀다. 살인자에 대한 법의 잣대가 너무나 물렁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부부는 깊은 절망감에 빠지기도 했다.

딸의 죽음을 견딜 수 없었던 부부는 어쩔 수 없이 이혼을 하게 된 것이다.

 

나카하라는 살인 사건의 피해자로 살아오면서 아내의 죽음에 가려진 비밀이 있을 거라는 직감을 한다. 그리고 아내의 유품을 보고, 이혼 후의 아내의 삶을 추적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아내 사요코는 결혼 전 카피라이터를 했기에 이혼 후에도 잡지사 기자를 했으며, 살인 피해자 가족 모임 등에 적극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형 폐지론이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폭력임을 알리는 책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나카하라는 아내의 장례식 전날 쓰야에 이구치 사오리라는 여자, 아내의 유품, 원고, 사진들, 후미야 의사와의 관계를 파헤쳐 나가는데…….

 

피해자 참가제도가 있다면 덜 억울할까. 피해자 참가제도란 피해자나 유족이 검찰처럼 구형 의견을 말하거나 피고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재판에서 제3자의 개입(재판관, 변호인 검찰 등)이 아닌 피해자와 유족의 생생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을까. 재판을 피해자와 유족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걸까. 날마다 슬퍼하고 죽을 때까지 괴로워하는 유족들의 아픔을 안다면 이런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나카하라의 심정을 따라가다 보면 재판이 가해자의 편임을, 법이 살인자의 편임을 느끼게 된다.

 

사형폐지는 또 다른 이름의 피해자에게 가하는 폭력이라는 말에도 공감하게 된다.

 

난 당신 남편도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게 되진 않겠지요. 지금의 법은 범죄자에게 너무 관대하니까요. 사람을 죽인 사람의 반성은 공허한 십자가에 불과한데 말이에요. 하지만 아무 의미가 없는 십자가라도, 적어도 감옥 안에서 등에 지고 있어야 해요. 당신 남편을 그냥 봐주면 모든 살인을 봐줘야 할 여지가 생기게 돼요.

 

(중략) 그래도 남편이 지금까지 속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세요? 교도소에 들어가도 반성하지 않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요. 그런 사람이 등에 지고 있는 십자가는 아무런 무게가 없을지 몰라요. 하지만 남편은 지금 등에 지고 있는 십자가는 그렇지 않아요. 너무나 무거워서 꼼짝도 할 수 없는, 무겁고 무거운 십자가예요. 나카하라 씨, 아이를 살해당한 유족으로서 대답해 보세요. 교도소에서 반성도 하지 않고 아무런 의미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과 제 남편처럼 현실 속에서 다른 사람을 구하면서 사는 것, 무엇이 진정한 속죄라고 생각하세요?(본문 중에서)

   

죄는 밉지만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 사형판결로 범죄자를 개전시킬 수 없다는 말, 어려운 형편에서 자랐으니 속죄의 기회를 주자는 정에 호소하는 변호들, 형벌은 모순투성이라는 말, 재판도 모순덩어리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인간이 완벽한 심판을 내리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정의가 있다면 이들에 대한 심판을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을 죽인 자는 어떻게 속죄해야 하는가. 동기와 관계없이 피해자와 유족의 마음은 풀리지 않는 법인데. 평생을 지옥에서 헤맬 유족들의 마음을 누가 위로해 줄까.

 

이에는 이로 갚는 게 진리일까. 범죄 사건의 경우 살인죄에는 사형이 해답일까. 속죄의 기회를 주는 게 정답일까. 계속되는 살인사건들을 보며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문제들이다.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수 있을까. 살인자가 속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살인자에 의해 피해를 입은 가족들의 고통은 누가 해결해 줄 것인가. 사형제도에 대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법의 모순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 소설이다.

 

술에 취한 경우에 양형을 하는데, 음주범죄가 더 중하지 않을까. 음주운전을 무겁게 두는 것과 비교한다면 분명 모순이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면 제 할 일을 못하는 국회의원들의 불체포특권도 모순이다. 중요한 직책을 맡았다면 동일한 범죄에 대해 더 무거운 책임을 지워야 정상이 아닐까. 법의 모순에 대해 대국민토론이 필요한 문제들임을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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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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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나카무라 후미노리/자음과모음]읽을수록 범인에 대한 미궁에 빠지는 스릴러~

 

 

아쿠타가와 상, 오에 겐자부로 상 수상 작가인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작품은 처음 읽는다.

미궁.

데뷔 10년을 장식하는 최고의 걸작 스릴러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소설이다.

    

 

히오키 사건은 1988년에 일어난 일명 종이학 사건이라고 부르는 미궁사건이다. 재체포, 재구류의 위법성을 묻는 형사 사건의 모델이 된 미해결 사건이다.

 

내가, 어떤 계기로, 만난 여자는,

일가족 살인사건에서 살아남은 아이였다.“

 

주인공 신견은 자신이 만난 여자가 과거의 미궁 사건에서 살아남은 여자 아이아이임을 알게 되면서 알 수 없는 관심을 갖게 된다.

 

그 사건은 12세인 장녀만 살아남고 15세인 장남, 이들의 부모가 모두 사체로 발견된 사건이었다. 현관은 체인으로 잠긴 밀실상태로 추정되는 사건인데다 부모는 예리한 흉기에 찔리고 왼손잡이 주먹으로 구타를 당한 흔적까지 있는 미스터리 사건이었다. 게다가 장녀의 몸에서 장남의 정액이 발견되고 가족의 것이 아닌 모발 한 올의 발견, 거실 테이블에 남은 의문의 지문, 수면제를 먹고 잠든 장녀의 생존, 죽은 아내의 벗겨진 시체 위에 놓인 삼백 마리의 종이학 등 실마리를 전혀 풀 수 없었던 사건이었다.

 

더구나 그녀의 전 남자는 행방불명인 상태고, 그녀와 밤을 보낸 신견은 전 남자의 낯선 양복을 얻어 입기까지 한다. 더구나 그녀 사나에는 중학교 동창이라고 하는데......

 

어느 날 신견은 탐정이라는 남자로부터 그녀의 전 남자의 행방을 찾는데 도움을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실종된 남자친구는 그 어디에도 없다. 또 하나의 미궁 사건이 발생한 것일까.

그녀를 만날수록 신견은 과거에 왠지 범죄를 저질렀을 것 같은 묘한 예감이 들기도 하고, 하고 싶지도 않은 바보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파멸해버릴 것 같은 기분, 모든 것을 잃고 언젠가는 목매달아 죽을 것 같은 예감이 들게 된다.

 

어린 시절 신견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 있다. 자신의 내면에 R이라는 또 다른 인격을 지닌 아이가 되어 망상에 시달렸고 완치 된 적이 있다. 신견은 사나에를 만나면서 또다시 자신이 만들어 낸 가공의 인물인 R을 때때로 의식하게 된다. 마치 자신이 사건이 현장에 있었던 착각까지 하면서......

 

더구나 사토라는 변호사를 찾아가서도 이상한 말만 듣게 된다.

-자네가 그 사건을 쫓는 이유를 알려 줄까? 그 사건의 깊은 곳에서, 그 수수께끼의 깊은 곳에서, 자네 자신을 보고 있지? 자신 속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부분이 기묘하게도 그 사건에 반응하지?

 

주인공은 미궁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게다가 자신의 원룸 앞에서 실종된 남자를 만나기까지 한다. 실종된 남자는 주인공과 전체적인 분위기까지 닮은 남자다.

읽을수록 기이한 내용들이다. 이상한 가족관계, 기이한 주변 인물들, 남매간의 성도착증, 남편의 의심증…….

    

일가족 살인 사건에서 살아난 여자를 만난 남자의 기묘한 소설이다. 잘 짜인 미스터리 소설이기에 빨려들지만 밤에 읽다가 멈춰버렸다. 다 읽은 후 내가 가위에 눌려 버릴까봐.

무섭고 기묘한 소설이다. 스릴러를 읽다 보면 대개 범인에 대한 촉이 생기는데, 이 소설은 범인을 좀체 종잡을 수 없었다. 그런 소설이다.

굉장히 더운 여름날 오싹하고 서늘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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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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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카린 지에벨/밝은세상]천재 사이코패스의 광기…….

 

코냑추리소설대상, 마르세유추리소설대상 수상작!

프랑스 심리스릴러의 귀재 카린 지에벨의 최고 걸작!

사이코패스에게 점령당한 그녀!

최악의 사이코패스와 끈질긴 강력계 형사의 한판 승부!

 

표지 글에서부터 흥미진진한 전율을 느끼게 한 책이다.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읽다 보면 주변인들을 모두 의심하게 된다. 사건과 연루된 단서를 찾으러 눈에 불을 켜게 된다. 어두운 안개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으려면 동작 하나, 말투 하나라도 허투로 넘기지 않게 된다. 마치 경찰의 시선이 되고 탐정의 후각을 지니게 된다. 미스터리의 묘미란 그런 거니까.

 

매력적인 여성과 그녀의 주변에 몰려드는 남자관계가 사건의 처음과 나중이라면 너무 뻔한 스토리인가. 하지만 읽을수록 빨려드는 속도감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이야기다.

 

클로에 보샹은 광고회사의 촉망받는 실력파 커리어우먼이다. 입사 5년 만에 차기 회장감으로 떠오를 정도로 당찬 야심가이다. 그녀는 매력적인 외모 소유자이기도 하지만 일을 할 때는 도전적인 눈빛과 단호한 말투에서 여전사를 능가할 정도다.

회장은 클로에와 마르탱을 각각 불러 차기 회장이라며 경쟁 붙인다. 그녀의 경쟁심을 제대로 자극한 것이다.

 

어느 날 파티를 마친 어두운 밤길에서 클로에는 운명의 그림자와 조우하게 된다. 그녀의 삶을 몽땅 삼켜버릴 검은 그림자를. 그 날 이후로 그림자는 밤낮없이 끈질기게 따라다닌다. 차고든, 거실이든, 안방이든, 회사든 말이다.

 

그림자의 특징은 190cm 정도의 장신에 머리에 검정색 후드를 뒤집어쓰고 검은 복면까지 하는 호리호리한 체형이다.

꿈에서도 그림자는 악몽이 되어 나타난다. 현실 같은 악몽들이다. 악몽이 아니라 진짜인 걸까.

갑자기 정전이 되기도 하고, 텅 빈 냉장고가 채워지기도 하고, 물건의 위치가 바뀌기도 하는 등 미스터리한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난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하면 모두들 강박증세로 몰아붙인다. 유일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형사 고메즈 뿐이다.

 

클로에의 이야기를 들은 20년 절친인 카롤은 정신과치료를 권하며 망상증세로 몰아붙인다. 남자친구인 베르트랑도 신경정신과 상담을 권하고 있다. 경찰에 신고를 해도 증거불충분으로 정신착란증 여자로 보고 있다. 모두들 말처럼 그녀는 피해망상증, 편집증, 강박증일까, 상상을 통해 스토커를 만들어 낸 것일까.  아니면 그림자의 천재적인 음모가 성공한 것일까.

 

그림자는 갈수록 대범하게 활동한다.

클로에가 집을 비운 사이 집안에 잠입해서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를 마약으로 바꾸기도 하고, 초소형 첨단 카메라와 도청장치를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감쪽같이 설치한다. 그리고 그녀의 일상을 낱낱이 밀착 감시하는데…….

 

그림자는 자동차에 그려진 죽음의 관, 현관 앞에서 피 흘리며 죽은 새 한 마리, 텅 비어야 할 냉장고가 꽉 찬 상황, 늘 가던 마트의 신용카드 사용흔적까지 남겨두는 대범함까지 있다.

그림자는 클로에를 미치게 만들어 세상과 주변사람들로부터 격려시키려고 한다. 더구나 그녀를 완벽하게 지배하고 싶다는 메시지도 남긴다. 도대체 그는 누구일까.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한편, 강력계 수사팀장 고메즈는 투병 중인 아내 소피가 죽게 된다. 그리고 소피를 닮은 형사 발랑틴에 끌리게 된다. 우연히 클로에 사건을 알게 되면서 클로에가 죽은 아내 소피를 너무나 닮았다는 점에 끌리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사건과 비슷한 사건들을 추적해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고메즈는 늘 위험을 자초하면서 사건을 해결하고야 마는 형사였다. 목숨을 걸어야하는 위험에도 언제나 두려움 없이 뛰어드는 용감한 형사였다. 그는 집요한 수사 끝에 그림자를 거의 추격하게 되지만 되레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게 되는데......

 

클로에를 괴롭히는 잠재적 용의자 목록에는 모두 가까운 사람들이 올라온다. 범은 대개 가까이 있으니까.

그림자로 짐작할 만한 사람은 클로에 때문에 감옥에 간 전 남편 크리스토프, 자신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게 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벵다맹, 비서 나탈리, 회사에서 경쟁관계인 필립 마르탱, 기억은 희미하지만 예전에 만났던 남자인 카롤의 새로운 남자 친구 캉탱 등이다.

범인은 누굴까.

처음부터 모든 등장인물을 의심하면서 촉각을 세워 읽었다. 물론 예상이 적중했다. 미스터리가 재미있는 이유엔 범인을 추리해가는 묘미,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속도감 있는 스토리구성 등이 있다. 이 소설도 탁월한 심리묘사, 치밀하게 깔린 복선들, 반전에 반전이 있기에 스릴과 읽는 속도감이 있다. 탐정의 촉을 세우고 읽게 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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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바람
줄리안 김 지음, 이순미 옮김 / 반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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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바람] 진시황릉과 마추픽추의 비밀, 미스터리 액션 어드벤처!

 

 

 

진시황제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의 이야기는 너무나 극적인데…….

2500년 전 중국을 최초로 통일했던 진시황제. 14세의 어린 나이에 황제자리에 올라 50세에 죽기까지 중국을 쥐락펴락 했던 황제. 법가 사상을 외치는 이사를 재상으로 등용해 엄격한 법치로 많은 백성들을 가혹하게 통제했던 황제. 수백 명의 학자들을 분서갱유를 통해 생매장했고 많은 주변국 병사들을 산 채로 죽였던 황제. 영원의 삶을 위해 불로초를 원했고 죽어서도 세상을 다스리고 싶어 오랜 세월 거대한 진시황릉을 만들었던 황제. 측근조차 의심 했던 의심의 대마왕, 불로초, 만리장성 축조, 도량형 통일…….

 

역사책 속에서 만났던 진시황제를 요즘 자주 만나고 있다. 얼마 전 <한비자, 스파이가 되다>를 읽으면서 진시황제를 만났고, 예술 관련 책 <루브르에서 중국을 만나다>에서도 만났으니까. 이번엔 진시황릉과 마추픽추의 비밀을 파헤치는 책을 만났다.

 

 

 

 

 

 

열두 개의 바람.

 

퍼스트리더가 되어 먼저 읽어 보기도 했던 책이라 더욱 끌렸던 책이다.

G2에서 G1을 향한 꿈을 키우고 있는 중국에 관심이 쏠려 있기에 더욱 끌렸던 책이다. 더구나 고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스릴을 느끼게 한다.

 

중국 시안과 한국의 강원도, 뉴욕, 런던, 페루 마추픽추, 홍콩 등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이 전 세계적이다. 게다가 신성한 전설의 돌, 진시황릉 설계의 총책임자 린카푸이의 반전, 고대의 신비를 캐내려는 현대인들의 추적, 안데스트레일에서의 사람들의 실종, 페루 대통령과의 관계, 과거 인물과 현대 인물과의 미스터리한 관계 등에 액션과 스릴러, 미스터리를 담았다. 소림사, 샹그릴라, 진시황릉에 대한 탐구까지 상상초월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린카푸이. 그는 진나라의 점술가, 연금술사, 예언자, 천재 건축가다. 진시황릉의 건설을 맡은 총책임자이자 진시황제의 개인 점성술사다. 기원전 208년, 영원한 황제로 영원한 왕국을 다스리고 싶었던 진시황은 50세의 나이로 죽게 된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준비된 시안 동쪽, 진시황릉에 묻히게 된다.

 

10년 동안 수 십 만 명의 강제 노역으로 완성된 황제의 무덤. 린카이푸는 고민을 하게 된다. 실물 크기의 병마용, 황제의 보물과 유물, 수백만의 살아 있는 하인과 노동자, 장인과 측실까지 황제와 함께 생매장하라는 칙령을 지켜야 할까. 이미 2년 전에 죽은 황제를 위한 선량한 백성들의 희생을 이제는 막아야 한다. 무덤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무덤 마지막을 담당했던 사람들까지 제거해야 한다는 칙령에 거부감을 느낀 린카이푸는 더 이상의 희생을 막으려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들에게 약을 탄 곡주를 마시게 한 것이다. 약을 탄 곡주의 비밀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기억을 잃고 새로운 지도자에게 충성을 바치게 한다는 점이다. 불멸의 무덤이 닫히고 자신만이 아는 비밀의 문을 열고 사람들에게 다시 해독제를 마시게 해서 깨운 린카이푸. 그는 이들을 데리고 정의와 사랑으로 다스리는 세상, 샴발라(훗날 샹그릴라)로 먼 여정을 떠나게 된다. 진시황릉의 침입자를 막기 위해, 신성한 '누구아의 돌'을 숨기기 위해 안치실로 향하는 비밀통로에 죽음의 덫과 난해한 수수께끼들을 배치해 놓고서 그는 진나라와 영영 이별을 한 것이다. 그를 도왔던 두 친구 위대한 무인 유신과 미모와 지성을 갖춘 여성 치료사 쉬바니와도 이별하고......

 

 

'누구아의 돌'은 지진을 일으키며 진시황의 군대를 도왔던 신성한 전설의 돌이었다.

<주역>에 따르면,

먼 훗날 영웅이 나타나 위대한 돌의 힘으로 인류를 구해낼 것이다.

(책에서)

 

 

한편 2천 년이 지난 현대. 세인츠(SAINTS)는 진시황릉과 마추픽추의 비밀을 풀어가는 비밀 조직, 세계평화를 지키는 연합조직이다.

한국의 강원도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는 송수호, 홍콩의 자수성가한 억만장자 로니 탄, 맨해튼에서 핫도그트럭을 운영하는 디에고는 세인츠의 호출을 받게 된다.

수호와 디에고는 페루 대통령을 도우러 잉카트레일로 가고 그곳에서 만난 금발의 여대생 오드리를 만나게 된다.

 

전생을 볼 줄 아는 디에고는 수호의 전생을 이야기해 준다. 수호는 진시황제 시절의 현자이자 무술인 유신이었다는데……. 진나라의 유신은 열두 개의 바람을 다스린 인물로 알려진 당대 최고의 고수였다.

디에고가 말하는 오드리의 전생은 린카이푸에게 신비의 약과 해독제를 전한 치료사, 진시황의 병을 치료한 탁월한 치료사 쉬바나라였다. 영웅 유신과 치유사 쉬바니의 사랑은 주변의 질투를 가져오게 되고, 진시황제으로 인해 이별을 하게 되는데…….

 

 

로니 틴은 시안으로 가서 고고학자인 웡 박사의 도움과 주역의 도움을 받아 진시황릉의 비밀을 풀어나가게 된다.

 

진시황릉을 살피던 로니는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초록색 얼굴 궁사들의 비밀에 열쇠가 있을까. 시안에서 발굴된 十二風師(열두 개의 밞을 다스리는 자)가 새겨진 고대 석판의 발견은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가 될까. 황제의 웅장한 묘와 보물은 초자연적인 저주와 치명적인 덫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는 민간전승은 사실일까. 수은 중독으로 죽은 황제, 수은을 퍼부었다는 황릉, 기원전 210년경에 불탄 '난의 꿩식당'이 불타고 그들이 한반도에서 '南'으로 살아가는 배경은 무엇일까.

 

 

페루 빌라로보스 대통령은 나라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 세인츠에 협조를 구하게 된다.

잉카유적지에서 사라진 군인들, 제1부통령의 알 수 없는 병, 세인트는 이 모든 미스터리를 풀게 될까.

잉카트레일에는 과거의 기억이 사라진 채 마을 사람들이 묶여있고, 잉카 서커스 쇼에 참석한 페루 대통령은 광대의 묘기와 함께 사려져 버렸다. 공연의 묘기라고 안심하던 사람들은 대혼란에 빠지게 되고…….

 

한편, 기억을 지울 수 있는 무기를 가진 잉카의 후예 파야소는 페루 대통령을 인질로 잡고 중국을 꼭두각시로 세우고 세계정복의 야욕을 갖고 있다.

 

 

로니가 알려주는 석판의 글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는데......

금발의 여인

잠자는 황제

중간 용의 입

누구아 돌

열두 개의 바람을 다스리는 자

 

잉카트레일에서 산사태가 나자 모든 기와 에너지를 모아 열두 개의 바람을 일으키는 수호의 모습은 그대로 영웅 유신이다. 의문의 해도제가 오드리가 마시던 마테이차라니......

잉카의 신화와 누구아돌 신화가 비슷하다고 느낀 오드리는 '누구아 돌'을 찾으러 시안으로 날아가고......

 

 

페루 쿠스코의 역사와 비밀, 잉카의 보물과 날씨를 관장하는 신비의 돌 이야마 스톤, 스페인 군대에 무너져간 잉카제국의 수수께끼, 진시황릉의 숨겨진 이야기, 초록병마용에 새겨진 린, 주역, 풍수학, 손자병법, 논어, 12지상, 나스카 평원의 이야기들이 장대한 스케일로 박진감 있게 흐른다.

 

동양과 서양을 잇는 진귀한 이야기, 고대와 현대를 잇는 역사, 이천년을 넘는 사랑, 세계의 불가사의인 진시황릉과 잉카유적의 대결, 고전과 액션의 조합이 절묘한 소설이다. 수호와 오드리의 로맨스, 유신과 쉬바니의 로맨스가 더 절절했어도 좋을 소설이다. 역사와 문화, 고전과 미스터리가 액션과 만난 소설이다.

 

진시황릉에서 만나는 고대 중국 이야기, 마추픽추에서 만나는 잉카제국의 이야기, 이 둘의 조합은 진짜일까. 신기한 돌은 진짜 있을까. 소설을 읽는 동안 진시황릉이 꿈에서도 나타날 정도로 몰입되는 소설이다.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가족이 함께 읽어도 좋을 역사 미스터리 액션이다.

 

 

싱가포르 비욘드 워즈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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