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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에도 풍경은 있다 - 길에서 만난 인문학, 생각을 보다
김정희 지음 / 북씽크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돌아가는 길에도 풍경은 있다/김정희/북씽크]길 위에서 만난 인문학 여행, 재미있어~
여행을 하면 정말 아는 만큼 보이고, 걷는 만큼 느껴지는가 보다.
길은 길로 이어지고 지식은 또 다른 느낌을 선물하나 보다.
여행 에세이지만 길 위에서 만나는 인문학이라기에 기대를 했던 책이다. 하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저자의 인문학 여행이 이리도 깊고 풍부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길을 나서는 순간 전혀 다른 느낌을 갖듯 책을 펼치는 순간 전혀 다른 감동을 얻은 기분이다.
발길 닿는 대로 유적 답사를 하는 기분이다. 방대한 인문학 강의를 듣는 기분이다.

저자의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떠난 여행에는 한국의 산과 계곡, 섬, 포구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봄에 태어났기에 가장 끌리는 부분이다.
그중에서도 지리산이라면 여러 번 올랐던 곳이다.
지리산(智異山)은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는 뜻을 지닌 산이다. 백두대간의 등줄기를 완성하는 곳이 지리산이다. 노고단과 천왕봉은 여러 번 갔던 곳이지만 마고할미 전설은 처음 접한다.
노고는 지리산의 여신인 마구를 의미하고, 노고단은 마고할미에게 제를 지내던 곳이었다니. 노고단은 신라의 화랑들이 심신수련을 하면서 나라의 번영과 백성의 안녕을 위해 천지신명과 마고할미에게 제를 지내는 노고단을 설치한데서 유래한다.
고려 때에는 마고의 한과 노여움을 풀어주기 위해 천왕봉에 사당을 세우기도 했고, 임진왜란 때는 왜장이 노고단의 여신상을 칼로 베려다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할미당, 구려시대에는 한자어인 노고단(老姑壇)으로 불리었다.
장터목 산희샘은 마고할미가 메워 버렸다는 못의 전설을 가지고 있고, 지리산 주능선 부근의 고사목은 기다림에 지친 마고할미가 초조함으로 할퀴었다는 나무의 전설을, 세석평전은 마고할미가 베를 짜던 자리라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지리산은 세석고원의 철쭉전설, 빨치산 이현상의 남부군 주둔지, 마고할미 전설 등 이야기가 많은 산이다.
부안에 있는 매창공원은 조선시대 명기 매창을 기리기 위해 지은 곳이다. 홍길동의 작가인 허균과 기생인 매창과의 괸계는 시와 그림, 노래와 거문고를 통한 교감이었다.
자유분방한 삶을 산 허균과 비록 기생이지만 재주가 많고 성품이 고고한 매창의 주 매개체는 시와 글이었다.
매창과 천민출신유부남이자 시인인 유희경과의 만남도 매개체는 시였다고 한다.
기생이지만 시와 노래를 사랑했던 그녀를 기리는 시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 부안 매창공원에도 시인들이 그녀를 기리는 시비가 많다고 한다.
시대를 잘 타고났다면 유명 여류시인, 세계적인 예술가가 되었을 텐데......
몇 해 동안이나 비바람소리를 내었던가
여지껏 지녀온 작은 거문고
외로운 난새의 노랠랑
뜯지를 말자더니
끝내 백두음 가락을
스스로 지어서 읊었거니 - 거문고를 타면서, 매창
세검정과 모래내에 얽힌 이야기는 슬픈 선조들의 역사다.
청령포에 있는 금강송과 단종애사, 단종을 그리는 정순왕후와 정업사, 김별아의 소설 <영영이별 영이별>까지 구슬픈 역사를 보는 듯하다.
선암사의 해우소, 홍교와 우화각, 승선교를 감상하는 법을 읽으며 추억에 젖어보게 된다.
팔공산 동화사의 겨울은 언제나 멋진데, 아름다운 동화사를 다시 가보고 싶다.
계곡마다, 물길마다 실타래처럼 풀어내는 이야기가 가득한 여행에세이다. 장소와 인문학이 만나는 여행 글이다. 읽다 보면 할머니의 옛 이야기를 듣는 포근함이 있다. 추억을 곱씹으며 읽거나 상상하며 읽는 맛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