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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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방울새/도나 타트]두 번의 화재 속에서도 살아남은 황금방울새의 운명은…….

 

황금방울새. 완독률 98.5%라는 문구에 처음엔 살짝 거부감이 든 책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생소한 작가인 그녀가 왜 천재작가라는 소리를 듣는지 알 수 있었던 책이다. 2014년 퓰리처상 수상작다운 책이다. 명화를 매개체로 엄마와 아빠를 잃은 아이의 불안과 우울, 방황, 성장을 그렸기에 책을 읽는 내내 어깨를 짓누르는 슬픔과 고통에 가슴 먹먹했던 책이다.

 

 

 

 

황금방울새를 그린 17세기 네덜란드 천재 화가인 카렐 파브리티우스가 화약고 폭발 사고로 사망한 사실과 그 황금방울새를 좋아하는 엄마가 미술관 테러로 목숨을 잃는다는 설정이 마치 평행이론 같다. 1600년 경 네덜란드의 비극이었던 델프트 화재에서 살아남은 그림이 이번 폭탄 테러 중에도 시오를 통해 살아남는다는 설정이 평행이론 같다.

 

주인공 시오는 이유도 모르고 정학을 받은 처지인데다 아빠가 도망가 버린 상태고 광고 회사에 다니며 미술 관람을 즐기던 엄마마저 폭탄 테러로 잃게 된다. 시오는 엄마와 함께 뉴욕 5번가를 걷다가 갑작스런 폭우를 피해 얼떨결에 미술관에 들어가게 된다. 미술관에서 북유럽 황금기의 명작들을 감상하는 중에 시오는 노인과 함께 온 빨간 머리 소녀에 끌리게 되면서 엄마와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미술관은 폭탄 테러로 인해 폐허가 된다. 잔해더미 속의 노인은 어머니를 잃은 시오에게 그리스문자와 신화가 음각된 자신의 반지까지 주면서 명화 황금방울새를 가져가라고 한다. 무심코 엄마가 좋아하는 그림을 손에 넣은 시오는 엄마를 찾다가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평범하고 창백한 배경의 홰에 묶인 사슬을 발목에 찬 노란색 방울새 그림은 렘브란트의 제자이자 페이메이르의 스승인 파브리티우스의 그림인데, 전시회에서 가장 단순하고 가장 작은 그림이었다. 어쨌든 황금방울새는 두 번의 화재 속에서도 목숨을 건지게 된다.

 

어머니를 잃고 홀로 현장을 빠져나온 시오는 이후 많은 변화를 겪으며 이집 저집 떠돌게 된다. 처음엔 친구 앤디의 집에 맡겨졌다가 엄마의 죽음을 알고 찾아온 아빠를 따라가게 된다. 아빠의 죽음 이후엔 늘 든든하게 지켜주던 호비 아저씨와 함께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에도 마음 둘 데 없는 시오는 왠지모를 불안과 우울, 공포, 슬픔을 갖게 된다.

 

미술관에서 본 노인이 마지막에 외친 말을 기억한 시오는 호바트와 블랙웰을 찾아가게 되고, 호바트 아저씨의 집에서 미술관에서 보았던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거나 마찬가지인 빨강머리 소녀 피파를 만나게 된다. 시오는 피파에 대한 연민과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노인의 가게 뒤의 가게에 들어가 호비 아저씨로부터 일을 배우기도 하고, 호비 아저씨의 관심과 따뜻한 배려만으로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되고…….

신문에서는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작품인 <황금방울새>가 소실되었다는 기사가 뜨고, 그림을 돌려 줄 기회를 놓친 소년은 이젠 그림이 평생 자신이 지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생각되고,

경찰은 사라진 미술관 그림들을 속속들이 찾게 되면서 황금방울새마저 주목받게 되고, 그런 뉴스를 보며 시오는 불안하기만 하다.

 

15세 소년에게 엄마가 좋아했던 그림은 그 존재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힘이 되지 않았을까? ‘황금방울새가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운명처럼 느끼지 않았을까?

 

부모를 모두 잃은 시오의 아픔을 통해 운명을 지배하는 힘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을 본다. 부모의 죽음으로 불안과 우울 감을 느끼지만 사랑했던 엄마와의 연결 고리인 그림을 통해 든든함을 보며 사물의 힘을 깨치게 된다. 너무 많은 일을 겪은 사춘기 소년에겐 피파 같은 동류감을 느낄 친구의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될 것이다. 일상을 사로잡는 공포와 우울은 떠날 줄 모르다가 성장하면서 점점 부모와 닮음점에 든든해하는 모습에서 닮은 꼴을 찾는 게 인간의 본성인가 싶기도 하다.

 

두 번의 화재 속에서도 살아남은 황금방울새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시오와 피파, 시오와 호비트 아저씨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할까. 그럼 의문을 가지고 읽다가 보니 완독하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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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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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하퍼 리]인종차별, 편견에 던지는 소설~

 

 

인종차별, 불평등, 오래된 편견, 불합리한 환경은 언제쯤 바뀔까요? 노예무역으로 시작된 흑인 노예제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흑인에 대한 자별,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타 지역민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기에 마음이 아픕니다. 지금의 아프리카 문제도 서구 열강들의 침략, 흑인 차별의 결과이자 상처이기에 가슴이 아픕니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미국에서의 흑인 차별 역시 여전하다고 알고 있기에 책을 읽으면서도 착잡한 마음뿐입니다. 언제쯤 모두가 평등한 세상, 편견과 불합리가 없는 공존의 세상을 살게 될까요?

 

 

앵무새 죽이기!

저자인 하퍼 리 역시 변호사인 아버지 밑에서 흑인 차별에 대한 것을 보며 자랐고, 어른들의 오랜 편견이 깨지지 않음을 보았기에 이 소설은 반자전적 소설이라고 합니다.

 

소설은 미국의 오래된 읍인 메이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데요. 주인공 스카웃 펀치의 시선으로 마을의 모습, 시대의 어두운 면을 그리고 있어요. 스카웃은 마을에서 변호사인 아빠, 오빠 젬, 부엌일을 맡은 흑인 캘퍼니아 아줌마와 함께 살고 있고요. 여름이면 이모인 레이첼 아줌마 집에서 보내는 딜과 오빠 젬과 함께 온갖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말괄량이 소녀입니다.

 

평화롭던 시골 마을이지만 늘 문제의 불씨는 가지고 있죠. 은둔자인 부 브래들리에 대해서 악담이나 거부감을 표출하는 이도 있고, 흑인을 가정부로 둔 변호사 아빠를 모욕하거나 험담하는 이도 있는 평범한 마을입니다. 폭풍의 전야 같은 분위기랄까요?

 

마을에선 톰 로빈슨에 대한 재판을 두고 한바탕 소란이 입니다. 밥 유얼이 자기 딸을 강간했다며 톰을 고발하고 감옥에 넣은 사건이었죠. 흑인 피가 단 한 방울만 섞여도 흑인 취급을 받고, 흑인이기에 부당한 대우를 당하던 시절이었기에 톰에겐 불리한 재판이었죠. 증거도 불충분하면서 거짓 증거를 대고 거짓 증언을 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흑인에 대한 편견을 표출하는 마을 주민들, 흑인이기에 당하는 부당한 판결을 보고 주민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스카웃, 변호사 가족을 해하려는 이들, 스카웃 남매가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을 주는 부 브래들리 등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면서 반전을 줍니다.

 

 

1960년에 출간되었고 영화화까지 됐다는 앵무새 죽이기는 하퍼 리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작품이랍니다. 6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공감가는 이야기이기에 소름끼칠 정도입니다. 과학과 기술은 발전했지만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시선은 여전히 답보 상태인 것 같아서요. 경제 성장, 사회적 성공보다 가장 기본적인 가치는 인간 존중이겠죠. 다름을 존중하는 사회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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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jifs 2015-07-07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을 위하여 모두가 노력을 하고 있으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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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자칭 신이라는 남자의 고민은…….

 

신이 없더라도 우리는 신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볼테르

 

보이지 않는 존재인 신이기에 인간이 그려보는 신은 여러 가지다. 전지전능한데다 보이지 않는 신이 있는가하면, 어수룩하고 실수연발이지만 인간의 모습을 한 신도 있다. 물론 어수룩한 인간 모습의 신은 스스로 신이라 부르는 이다. 독일 작가 한스 라트의 소설을 읽으며 세상은 소설 속에 나오는 어수룩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스스로 신이라는 사내가 주변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삭막하고 황량한 세상에 온기를 주는 것만으로도 온기의 신으로 부르고 싶을 정도다.

 

 

소설 속엔 두 남자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시작한다. 심리 치료사와 자칭 이라는 사내의 만남이다. 이혼이후 야콥은 찾아오는 손님도 없기에 사무실 경비도 대지 못해서 파산 직전이다. 그런 그에게 이혼한 전처는 야콥이 머무는 아파트와 사무실이 자신의 소유라며 새로운 관계를 제시한다. 게다가 엄마는 잘 나가는 은행원인 동생을 두둔하며 야콥을 무시한다. 그런 야콥에게 자칭 이라는 아벨이 심리 상담을 요청하면서 법의 관점이 아닌 직감에 따라 판단을 내려달라고 한다.

 

내가 뭔가 실수를 한 게 분명해. 인간들이 다시 나를 믿을 수 있도록 그 실수가 뭔지 찾아낼 수 있게 도와 줘. (105)

 

서커스 광대를 아르바이트로 하고 있는 아벨은 의사, 건축사, 비행기 조종사, 청소년 전담 판사, 검사, 폭파 전문가, 은행 직원, 핵물리학자, 소방대원, 선장 등 온갖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허풍을 떤다. 자신의 가족을 만나러 뮈헨으로 가자고 제안하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제법 유머러스하면서도 의미심장하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해달라는 야콥의 말에 아벨은 태고적 빅뱅부터 이야기 한다.

 

-알았어. 그럼 빅뱅부터 시작하지.

-빅뱅은 나의 첫 개인적 불꽃놀이라고 생각하면 돼. 빅뱅을 통해 난 아득한 밤을 창조했어. 하늘과 땅도 그때 만들었지. 처음에 땅은 휑하고 황량했어. 오늘날의 달과 비슷했지. 하지만 태초의 지구에는 땅의 대부분을 뒤덮은 거대한 바다가 하나 있었어. 주위는 칠흑 같았고. 그래서 나는 빛부터 만들기로 마음먹었고, 그다음에......

-성경에 나오는 내용과 똑같잖아.

-그게 어때서? 성경에 나오는 내용이 다 틀린 건 아냐. (88~89)

 

이쯤 되면 정신찬락증상을 보이는 병자이거나 희대의 사기꾼이거나 아니면 인간의 모습을 한 진짜 신일까 헷갈리면서도 정신병자 쪽으로 몰게 되는 법이다. 야콥은 아벨의 요구에 응하면서도 정신병자가 아닐까라는 의심스런 눈을 거두지 못한다.

 

스스로 신이 된 아벨은 돈이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만큼의 돈을 카드 게임으로 번다며 신은 노름꾼이라고 한다.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고 말한 아인슈타인을 낄 데 안 낄 데 모르고 아는 척하길 좋아하는 인간이라고도 하고, 신은 주사위를 던질 뿐 아니라, 룰렛, 블랙잭, 포커까지 할 줄 아는 진정한 노름꾼이라고 한다. 신이 도박꾼이기에 인간 같은 족속을 만들 생각을 했다나…….

미켈란젤로는 신의 도움이 필요 없던 몇 안 되는 인간에 속하지만, <인간 희극>을 쓴 발자크에겐 커피를 끓여줘야 했다고 하고, 커피 한 잔 마시면 좋겠다는 순간에 객차 서비스 직원이 커피를 들고 대령해 있고, 더 마시고 싶다는 순간에 따끈한 커피가 순식간에 빈 잔을 채운다.

 

신 아벨은 인간 야콥에게 질문을 던진다. , , 돈 등 적당하면 삶에 득이지만 지나치면 독이 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도대체 선과 악의 경계가 어딜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신은 실패한 신이라고 한다.

 

때로는 희대의 사기꾼 같기도 하고, 때로는 순진한 허풍쟁이 같기도 하고, 때로는 심각한 정신병자 같기도 한 아벨과 동행을 하면서 야콥은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된다.

 

 

신의 애인을 찾고 신의 아들을 찾는 과정에서 무시당하기도 하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을 주는 신의 존재에 야콥은 서서히 경배의 대상으로 삼고 싶어진다. 남을 조종하는 수상쩍은 능력을 가진 광대이지만 야콥은 그런 신의 따스한 매력에 끌려 그의 휘하에서 종교적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무엇보다 신의 도움을 받아 동생의 문제와 엄마의 문제까지 해결한 인간은 그를 믿게 된다. 아벨을 신으로 간주한다고해서 나쁠 것은 없음을, 서로에게 도움이 됨을 믿게 된다. 하지만 신은 사고를 당하게 되고…….

 

저자는 심리치료사가 신이라는 남자를 만나 함께하는 여정에서 신을 대하는 인간의 모순을 제기한다. 신은 어디에나 있음을, 가장 가난한 이가 신의 모습일 수도 있고, 가장 아픈 이가 신의 모습일 수도 있음을 이야기한다. 문제를 던지고 숙제를 주는 소설이지만 즐겁게 숙제할 수 있는 건 재미있는 어투 덕분일 것이다. 다소 무게감이 있는 주제를 톡톡 튀는 대화와 해박한 지식과 풍자, 유머까지 곁들였기에 굉장히 유쾌하게 읽힌다. 영화로 나와도 좋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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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 베스트셀러를 쓰다 탐 철학 소설 20
염명훈 지음 / 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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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 베스트셀러를 쓰다/염명훈/] 명작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

 

 

역사책에서 단 몇 줄로 만났던 삼국유사의 저자인 일연을 소설로 만나다니, 감개무량하다. 13세기에 살았던 고려의 승려 일연을 21세기에 새롭게 만난 느낌이다. 몽고가 세계를 휩쓸던 13세기는 기마전을 내세운 몽고의 속공과 그들의 잔혹한 침략에 고려 역시 그 피해를 비껴갈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더구나 문신들의 차별과 향락에 못 견딘 무신들의 반란으로 이룩된 무신정권의 시대였고 칼바람이 불던 정치 군인의 시대였으니, 일반 백성들의 삶에 대한 의욕과 사기는 땅에 떨어졌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런 백성들에게 민족적 자부심을 심어주고자,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고자 고심했던 일연 스님. 직접 현장 답사를 하고 책을 통해 고증을 거친 후 삶의 마지막 시간을 삼국유사저술에 바친 이야기를 읽으니 일연 스님의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삼국유사를 쓴 일연(1206~1289)은 몽골 침입, 무신 정권의 횡포, 삼별초 반란 등 풍전등화의 시기를 견뎌낸 고려의 국사다. 그는 경상북도 경산 지역에서 태어나 9살에 광주 부근의 무량사에서 공부했고, 14살에 설악산 기슭 진전사에서 일연 스님이 되었고, 22세에 승과에 장원급제한 후 달성군 비슬산 보당암에서 참선을 했고, 31세에 보당암의 북쪽에서 깨달음을 얻고 큰 스님이 된 후 전국을 떠돌았다. 44세에 남해 정림사 주지로 대장경 제작을, 51세에 윤산의 길상암에서 중편조동오위를 쓰고, 운제산 오어사, 비슬산, 인흥사, 봉암사 등을 거쳐 마지막 순간엔 삼국유사저술한 군위 인각사에서 생을 마감했다.

 

소설로 만나는 삼국유사를 쓴 일연스님 이야기엔 무극 스님과 충렬왕의 실존 인물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은 이야기 구성을 위해 만든 가상인물이다.

 

소설은 무관의 아들 생동이 삼별초의 난으로 부모를 잃게 되면서 노비의 자식인 든금과 함께 일연 스님을 따라 절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부모를 잃은 슬픔과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살아야 하는 비밀을 간직한 생동과 노비의 자식이기에 받던 차별의 서글픔을 가진 든금에게 이들의 자존감을 세우기 위해 일연 스님은 고대 삼국의 이야기, 그 시절의 사람들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일연 스님은 노비의 삶도 주인의 삶과 같이 귀함을,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모두 단군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된 같은 민족임을 일깨운다. 그러니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님을, 백성과 노비가 왕과 권세가들과 다르지 않은 귀한 존재임을 깨우치며 기운을 북돋운다.

 

단군의 건국신화, 신라의 박혁거세의 탄생, 고구려와 백제의 건국, 만파식적, 일본으로 건너가 왕과 왕비가 된 연오랑 세오녀, 신라 법흥왕 때 이차돈의 순교 이야기, 황룡사 9층 목탑, 법국의 꿈을 키우던 영험한 땅의 이야기를 전하며 참담한 심정의 백성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자 한다.

한편, 고려 충렬왕은 몽골 공주와 결혼하면서 치욕스런 충자를 쓴 최초의 왕이 되고, 일연을 국사로 두고 자문을 받기도 하지만, 몽고의 압제로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자 술과 사냥으로 세월을 보내게 된다. 일연 스님은 몽고의 일본 정벌에 끌려갔다가 물귀신이 된 고려의 백성을 위로하고, 무극 스님은 일연스님의 말년을 지킨다.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와 비교되는 일연의 삼국유사의 내용은 정사가 아니지만 권력의 눈치를 보지않고 자유롭게 쓴 역사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단군의 건국신화, 고대 삼국의 건국 설화, 신라 향가, 숱한 이야기들이 백성들의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충정에서 시작한 저술이라고 하니, 삼국유사를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 전국을 떠돌며 듣고 모은 자료들, 책을 통한 고증을 거친 자료들을 마지막 힘을 모아 백성과 나라를 위해 썼다고 하니, 일연 스님의 뜨거운 충정이 느껴진다.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역사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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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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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콜린 매컬로]‘가시나무새작가가 쓴 로마사 이야기...

 

로마의 일인자!

제목만 들어도 로마의 공화정 시대의 치열했던 공화정, 군인정치, 원로원, 삼두정치가 떠오르고 마구 설렌다.

더구나 1970년대 후반에 쓴 가시나무새로 널리 알려진 오스트레일리아 여류 작가 콜린 매컬린의 작품이라니, 흥분할 정도다. 로마의 일인자는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 오브 로마시리즈 3부작 중 제1권이기에 거의 대하소설 급이다. 해서 전쟁 영웅들과 귀족들의 정치적 교섭, 정략결혼, 로맨스를 세세하게 담고 있다. 만약 이 소설이 드라마화 된다면 미니시리즈가 되겠지.

 

 

, 이런!

책 속엔 저자가 직접 그린 로마 시 지도와 지중해 세계지도,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 등이 있어 이해를 돕는다. 글 솜씨에 그림 솜씨까지 있다니, 놀랍다.

 

어느 나라든 일인자가 되긴 어려운 법이다. 더구나 세계를 호령했던 대 로마대국의 일인자가 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소설은 로마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기원전 110~27년의 기간의 로마사다. 왕정을 몰아내고 공화정으로 전환된 로마의 세력다툼과 지중해 전 지역으로 영토를 확장하면서 로마제국이 완성되는 과정을 다룬다. 엘리트 집단인 원로원, 집정관, 기타 관직에 대한 권력과 재력을 지닌 귀족과 전쟁 영웅들의 치열한 자리다툼이 나와 있다.

 

저자는 이탈리아 중부에서 시작한 로마가 지중해 전 지역으로 퍼져가는 정복의 역사, 그런 대국을 통치하기 위한 로마 권력층의 고민, 전리품으로 얻은 막대한 부를 흥청망청 사용하면서 사치와 부패로 타락하는 일부 세력들, 가난한 권력자와 침략전쟁으로 막대한 부를 획득한 신진 부자들과의 결탁 등의 로마사를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만들었다.

 

초반에 나오는 낯선 이름들과 그에 관련된 인맥들을 읽어 내기는 힘들지만 신흥 세력인 마리우스와 카이사르의 딸 율리아와의 정략결혼이 나오는 부분부터는 쾌나 흥미진진해서 속도감있게 읽힌다.

 

 

1편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가문이 좋으나 재산이 적은 카이사르가 재산이 많아진 기사계급 출신의 장군인 마리우스에게 자신의 장녀와 정략적인 결혼을 제의하는 장면이다. 카이사르는 자신의 아들에겐 원로원 자리를 얻을 수 있는 재산을 얻게 하고, 로마 최고의 갑부축에 들지만 내세울 것 없는 가문의 마리우스에겐 집정관 자리를 서로 약속하면서 윈윈 전략을 세운다. 30년 차이가 나는 결혼이지만 아버지뻘의 마리우스를 좋아하는 율리아의 사랑도 흥미진진하고…….상류층이 아닌데다 여자보다 군대를 사랑한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천재적인 군대 지도력으로 영토를 넓혀가며 쌓은 부로 로마 최고의 갑부층으로 등극할 수 있었다니, 피해지역의 통곡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가난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술라가 동성에게 더 끌리다가 뒤늦게 카이사르의 둘째 딸에 끌리는 이야기, 카이사르와 마리우스의 견제 등 모두 흥미로운 이야기다.

 

가장 뛰어나다고 해서 로마의 일인자가 될 수 없었던 시절이기에 적절한 기회를 잡기 위해 전략을 짜는 세력가와 자산가들의 이야기가 예나지금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를 하고 싶었던 전쟁 영웅들, 돈이 있어야 진출할 수 있는 원로원이나 집정관 등 관직, 재산, 파벌, 집안에 끌려서 하는 정략결혼 등 지금과 달라진 것이 없음에 놀랍다.

 

작가가 쓴 로마사이기에 쉽게 읽혀지는 걸까? 소설 형식으로 썼기에 인물의 성격 묘사나 행동 묘사가 생생해서 더욱 실감나게 읽힌다. 권력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는 세력가들을 보며 춘추전국 시대의 제왕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명문가 출신과 부유한 평민들의 정치적 결탁과 투쟁을 보며 삼국지의 군웅할거가 연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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