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눈 속의 연꽃 문학과지성 시인선 97
황지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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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얼마간 굴욕을 지불해야
지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

돌아다녀보면
朝鮮八道,
모든 명당은 초소다

한려수도, 내항선이배때기로 긴 자국
지나가고 나니 길이었구나
거품 같은 길이여

세상에, 할 고민 없어 괴로워하는 자들아
다 이리로 오라
가다보면 길이 거품이 되는 여기
내가 내린 닻, 내 덫이었구나 - P11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P15

끔찍하게 먼 길

외곽을 빠져나온 흰 영구차가 이윽고
붉은 흙길로 들어서고

사람 묻으러 가는 산

멀리, 민가의 미루나무 가지에 세든
고약 같은 까치둥지
 
덕지덕지 달라붙는 흙발을 떼며
잠깐 사이
인간세 뒤돌아보네

그 구덩에 하관할 제
그대 일생을 쓰레기 하치한 느낌

이제 가차워진 자기의 외곽을 보면서
다시 서울로 들어가는 톨게이트 앞,
트럭에 실려 도살장으로 가는 돼지들이
하염없이, 즐겁게 꼬리 흔든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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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뇌과학 - 인간의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가
리사 제노바 지음, 윤승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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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내일 당장 죽는 것은 아니다. 삶은 계속된다.

☆감정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과 기쁨을 이해하는 능력에는 변함이 없다. 5분 전에 들은 말을 잊어버리고, 지금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잊을지라도 그 사람으로 인해 어떤 감정을 느꼈었는지는 기억할 것이다.

☆기억이 우리의 전부는 아니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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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조훈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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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읽기에 몰리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집요하게 다음 수를 고민한다. 설사 끝이보이는 바둑이라 하더라도 돌을 던지기 전까지는 한수한수 최선을다 한다. 호수(手)가 아니라면 묘수(手)라도, 그것도 아니라면 악수(惡)나 과수라도, 치열하게 고민하여 스스로 선택한다.
바둑에는 뜻하는 목표가 있고, 논리가 있고, 게임의 법칙이 있다. 바둑 기사의 마인드는 일종의 지략가다. 전략과 전술을 세워 포석을 하고 끊임없이 판세를 읽으며 한수한수 신중하게 돌을 놓는다. - P25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최대로 발휘하는 것, 꿈을 실현하는 것, 그리하여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
그것이 바로 세상에서의 영토 확장일 것이다.
항상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대답을 갈구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왕이면 지금보다더 나은 삶,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남과의 경쟁을 치러야 하는 것이라면 두려워하지 말고 뛰어들어야 한다.
‘어차피 안돼‘, ‘괜히 다치지 말자‘라는 식의 태도로는 아무것도 이루지못한다.
1등이 되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가능성의 최대치까지 올라가봐야 한다. 아직도 정복해야 할 영토는 무한히 남아 있다. - P85

사람들은 현실에 불만을 갖고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 바로는 지금여기, 바로 이 순간이 최고의 환경이다. 불만을 갖고 환경 탓을 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여기가 최선의 자리라고 생각하고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달라지기 시작한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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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 가죽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철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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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지루했지만 발자크의 대단한 필력으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방탕은분명 시처럼 하나의 예술이야. 그래서 강한 정신을 필요로 하지. 방탕한 삶의 신비로움을 터득하고 그 멋스러움을 맛보기 위해서는 거기에대한 연구에 성실하게 몰두해야 할 필요가 어느 정도는 있어. 다른 모든 학문이 그렇듯이 방탕도 처음에는 접근을 불허하는 가시밭길이지.
엄청난 장애물들이 인간의 가장 위대한 쾌락을 에워싸고 있어. 가장위대하다고 한 것은 방탕이 주는 구체적인 즐거움을 가리키는 것이아니라, 방탕이 주는 가장 희귀한 감동을 일상적인 감동으로 수립하고, 그것을 요약하며, 자기 삶 안에 또다른 극적인 삶을 창조하고 자기 힘을 최대한도로 신속하게 소진시킴으로써 그 감동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그런 체계를 가리키지. 전쟁이나 권력이나 예술 역시 방탕이그렇듯이 인간의 능력이 미치기 힘든 곳에 있는 심오하고 상궤를 벗어난 타락의 행위들이지. 그래서 그것들은 모두 접근하기 힘든 속성을 가진 거야. 그렇지만 일단 그 위대한 신비에 올라서기만 하면 신세계로 걸어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겠어? 장군이나 장관이나 예술가는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신들의 존재에 격렬한 일탈의 욕망을 대립시켜 평범한 삶을 벗어나겠다는 욕구가 강렬하기 때문에 방탕의 길로 들어선 것이지. 결국 전쟁은 피의 방탕이고 정치는 이해득실의 방탕인 셈이라네. 모든 방탕은 서로 형제간이야. 이 사회적 괴물들은 강력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어서 마치 세인트헬레나 섬이 나폴레옹을 유혹했듯이 그렇게 우리를 심연으로 유혹한다네. 그것들은 현기증을 불러일으키고 매혹적이어서 우리는 이유도 모르면서 그 밑바닥을 보고 싶어하지. 아마도 무한에 대한 상념이 그 심연 안에 존재하는지 몰라. 그래서 그 심연이 인간을 기분 좋게 만드는 모종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걸 거야.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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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 생각연구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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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세계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당신은 감각 입력의 수동적수용자가 아니라 당신 감정의 능동적 구성자이다. 당신의 뇌는 감각 입력과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의미를 구성하고 행동을 지시한다. 만약 당신에게 과거 경험을 표상하는 개념이 없다면, 당신의 모든 감각 입력은 잡음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이런 감각이무엇인지도 알 수 없고, 무엇으로 인해 야기됐으며, 이것에 대처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개념을가지고 있으면, 당신의 뇌는 감각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 의미가 때로는 감정인 것이다. - P81

감정은 우리가 만들어낸다. 우리는 감정을 인식 또는 확인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러 체계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통해 필요할때마다 즉석에서 우리 자신의 감정 경험을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구성한다. 인간은 고도로 진화한 뇌의 동물적인 부분에 깊숙이 파묻혀 있는 가공의 감정 회로에 휘둘리는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경험의 설계자다. - P97

가슴에서 심장이 뛰는 느낌, 허파에 공기가 차는 느낌 같은 낯익은 감각과 전반적인 쾌감, 불쾌감,동요, 평온 같은 정동은 실제로 당신의 신체 안에서 유래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것들은 당신의 내수용 신경망에서 이루어지는 시뮬레이션의 결과다.  한마디로 말해 당신은 당신의 뇌가 믿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정동은 기본적으로 예측에서 비롯된다. - P160

또한 내수용은 당신이 현실로서 경험하는 것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성분 가운데 하나다. 만약 당신에게 내수용이 없다면, 이 물리적 세계는 당신에게 무의미한 잡음에 불과할 것이다. 당신의 정동을 산출하는 내수용 예측을 바탕으로 이 순간 당신이 마음 쓰는 것이, 즉 당신의 정동적 적소가 결정된다. 뇌의 관점에서 볼 때 당신의 정동적 적소에 있는 모든 것은 당신의 신체 예산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에 있는 그 밖의 모든 것은중요치 않다. 이것은 사실상 당신이 살고 있는 환경이 당신에 의해 구성됨을 의미한다.  - P169

그렇다면 당신이 범주화를 수행할 때 당신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당신은 세계 안의 유사성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창조한다. 개념이 필요하면 당신의 뇌는 당신이 과거에 경험한 개체군을 바탕으로 이리저리 짜맞추어 특정 상황에서 당신의 목표에가장 부합하는 개념을 즉석에서 구성해낸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다. - P184

간단히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내가 뱀을 보았기 때문에 그것의범주화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내가 도망쳐야겠다는 충동을 느꼈기 때문에 그것의 범주화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내가 심장이마구 뛰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그것의 범주화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내가 범주화했기 때문에 뱀을 보았고, 심장이 마구 뛰는 것을느꼈고, 도망친 것이다. 나는 이런 감각을 올바르게 예측했으며, 그럼으로써 이런 감각을 ‘공포‘ 개념의 사례로 설명했다. 이것이 바로 감정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 P215

"감정이 실재하는가?"라는 물음보다 더 나은 물음은 "감정이 어떻게 실재가 되는가?"라는 것이다.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원칙적으로 뇌와 신체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에서(지각하는 사람과 무관한 내수용 같은 감각에서) 일상의 통속적인 개념으로(우리가 살면서 늘 사용하는 ‘공포‘나 ‘행복‘ 같은 개념으로) 건너가는 다리를 놓는 데 있다.
감정은 사회적 실재의 전제 조건인 두 인간의 능력을 통해 우리에게 실재가 된다. 우선 ‘꽃‘, ‘돈‘, ‘행복‘ 같은 개념이 존재한다고동의하는 일군의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지식은 흔히 집단지향성collective intentionality이라고 불린다. 모든사회의 토대는 사람들이 굳이 관심을 갖지 않는 집단지향성으로이루어진다. 당신의 이름조차 집단지향성을 통해 실재가 되었다.  - P256

반면에 불쾌한 일을 곱씹는 행위는 당신의 신체 예산에 동요를일으킨다. 우울한 일을 반추하는 행위는 악순환된다. 예컨대 최근에 연인과 헤어진 일을 곰곰이 되새길 때마다 예측할 또 한 사례가추가되는 셈이고, 그러면 또 다시 반추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별의특정한 개념이, 예컨대 마지막으로 크게 싸웠던 일이 또는 연인이마지막으로 떠날 때의 모습이 세계에 대한 당신의 모형에 둥지를튼다. 보행자가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점점 깊게 패이고 굳어지는 산책로처럼 이런 개념은 신경 활동 패턴으로 당신의 뇌에서 점점 더 쉽게 재창조된다. 당신은 이러한 산책로가 굳어져 포장도로가 되는 것을 윈치 않을 것이다. 당신이 구성하는 모든 경험은 일종의 투자다. 그러므로 현명하게 투자하라. 당신이 미래에 다시 구성하고 싶은 경험을 가꾸어라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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