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사회의 종말 - 인권의 눈으로 기후위기와 팬데믹을 읽다
조효제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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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시의적절하고 뛰어난 책이다. 코로나19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작은 것에서부터라도 행동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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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이유 - 영화로 이해하는 시민의 교양
홍성수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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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삶과 만나는 여러 지점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술술 잘 읽히지만, 중요한 내용들이 담겨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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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마사오 - 리버럴리스트의 초상 지성을 찾아서 1
가루베 다다시 지음, 박홍규 옮김 / 논형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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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 속에 마루야마 마사오라는 이름이 각인된 것은 그의 저서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에서 초국가주의의 논리와 심리”(1946)라는 글을 읽고 난 후였다. 국가가 윤리적 실체로서 개인의 내면적 가치를 결정하고자 할 때, 개인의 주체적 책임의식의 상실을 초래한다는 점을 일본의 초국가주의적 심리의 근거로 분석하는 내용이었다. 이 글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그의 분석이 한국 사회의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로운 주체의식이 존재하지 않을 때 자신보다 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비굴하고, 아래에 있는 사람을 억압하는 억압이양의 원리가 작용한다는 분석이 특히 그러했다. 나는 그의 글을 통해 반공주의가 윤리의 실체로서 개인의 내면에 작용했던 과거의 경험을 떠올렸고,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보았다. 나는 억압이양의 원리가 폭력의 하향이동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의 자유를 억누르는 구조적 억압이 강한 곳에서 사람들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그러한 중압에서 벗어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여성과 아이를 대상으로 한 가정 폭력이나, 학교에서 일어나는 집단 따돌림과 폭력도 크게 보면 개인의 다양성과 차이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는 경쟁 중심의 사회 구조의 결과라는 생각이다(그렇다고 해서 폭력을 저지르는 개인에게 책임이 없다는 주장은 아니다).

마루야마 마사오는 국체이념에 기초하여 국가가 위로부터 국민을 동원하는 천황제의 정신구조와 격투하는 것을 학문을 하는 내면적인 에너지로 삼았으며(p. 174), 개개인이 자주적 인격을 키워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주체로서 나라의 정치를 담당해 가는 체제를 대안으로 여겼다(p. 91). 이 과정에서 그는 정치질서의 성립에 우선하는 독립된 주체로서의 개인이라는 서양 근대 자유주의 사상과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공유한다(p. 92). 이러한 근대사상은 서구의 전유물이 아니라 도쿠가와 시대 사상에도 그 맹아를 찾아볼 수 있는 인류 보편의 이상이며 규범(p. 93)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의 반영된 책이 『일본정치사상사연구』(1952)이다. 이 책에서 그는 오규 소라이라는 도쿠가와 시대의 유학자에게서 정치의 세계와 도덕의 세계 사이의 균열이 생겨 공적=정치적인 것의 고유한 논리가 인정되는 동시에, ‘사적=내면적 생활로서의 인간의 자연적 성정이 해방되는 근대적 사유양식이 등장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p. 99). 이를 통해 그는 인간 세계의 질서의 기초를 인간의 작위에서 찾아내고, 이것을 독일 사회학자 퇴니스가 근대 시민사회의 원리로 제시한 게젤샤프트의 논리의 맹아라고 본다(p. 101). 이러한 작업은 자유주의 사상의 논리를 지나치게 일본 정치사상에 투영한 것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끊임없이 개인의 내면으로 침투하여 개인의 자기결정 능력을 약화시키는 일본 사회에 대한 강력한 비판틀을 제공해 준다. 마루야마가 일본의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에게 공통의 언어를 제공해 주었다는 오에 겐자부로의 말은 이런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따라갈 때 그가 정치적 다원주의를 지지하고, 노동조합과 같은 자발적 결사체를 전후 민주주의의 대안으로 생각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적과 동지라는 대립도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정신적 자립을 견지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생각을 쉬이 안다는 태도를 버리고 그 사람을 타자로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p. 164)는 주장도 그의 자유주의적 사고와 연결됨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이 책은 마루야마 마사오라는 지식인이 가졌던 문제의식과 학문적 흐름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짧지만 쉽고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나아가 정치적 판단에 대한 마루야마의 조언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충분한 시사점을 준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을 비정치적인 것으로 향하게 하고, 정부의 권력이 비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사하는 중심을 불분명하게 만드는 정치화의 과정에 저항하여 개인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자신을 정치적으로 조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p. 155).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리얼리즘을 갖는 것이 필요한데, 이것은 현실을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고, 그 속에서 실현 가능한 변화의 가능성을 키워나가려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면, (1) 현실을 일반적·추상적인 명제로 환원시키지 않고, 그 다양한 측면을 구분하여 적절한 선택을 하는 사고력, (2) 정치에 베스트를 기대하다 실망에 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어디까지나 덜 나쁜 것을 선택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각오로 임하는 것, (3) 어느 정치세력을 지지할 것인가에 대해 지금까지의 세력 분포에 얽매이지 말고 전체 상황에 대한 판단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해 가는 것 등과 같은 사고법이다(p. 169). 정치란 다양한 사람의 이익과 욕구를 기초로 한다는 점에서 변화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는 본래적으로 보수적인 영역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이상만을 동경하거나, 목전의 이해에만 집착해서는 변화를 이룰 수 없다. 정치의 이상이나 목표를 현실의 변화 가능성과 끊임없이 관련시켜가는 사고방식이야 말로 정치 허무주의나 무관심에 빠지지 않고 변화에 대한 낙관을 지탱해 갈 수 있는 동력이라는 게 마루야마 마사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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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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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은 왠지 사람을 더 비참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거나 없다거나 하는 것 보다도,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보다도 더 근본적인 무엇이 있다. 연말은 희망이나 소망 같은 것들을 꿈꾸게 하지만, 정작 괴로운 것은 비루하고, 소소한 나의 삶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무엇도 내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 올 해의 내 삶도 그래왔고 내년의 내 삶도 그럴 것이라는 점이 연말의 나를 우울하게 한다. 하지만 그 우울함이 반드시 불행함은 아니다. 비루하고 소소한 일상 속에도 사랑도 있고, 웃음도 있고, 슬픔도 있음은 물론이다. 일상의 무서움이란 마치 큰 강물과도 같아서 그러한 감정들을 모두 보듬고 묵묵히 흘러간다는 데 있다.

 

 

최근에 친구의 소개로 김애란이란 작가의 두 권의 단편소설집(<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을 읽었다. 그녀는 이러한 일상의 무거움을 무겁지만은 않게 그려내고 있다. 내가 읽어본 작가 중에서는 김소진을 연상시킨다. 김소진이 주로 부모 세대를 배경으로 한다면, 김애란은 동시대 우리의 현재의 삶에 매우 근접해 있다. 내가 그녀의 소설에 더 공감하게 되는 이유는 그녀의 소설의 주인공들의 삶이 주로 중하층의 보통 사람들의 삶이라는 점이고, 그래서 그녀의 소설 속에서 나의 삶,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의 삶을 마주치게 되기 때문이다.

 

 

너무 남루하고 수더분해서 노트에서 찢어내어 휴지통에 구겨넣어 버리고 새롭고 깨끗한 페이지에 시작하고 싶을 때가 있는 것처럼 인생도 때론 내게 붙어다니는 것들을 좀 떼어내 버리고 새로운 페이지에 시작하고픈 마음이 생길 때가 많다. 하지만 인생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는 것, 설령 구겨서 휴지통에 버렸다 하더라도, 새로 시작할 때는 새로운 페이지가 아니라 휴지통에서 꺼낸 구겨진 페이지를 손바닥으로 문질러 펴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더 안 좋은 조건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데 비극성이 있다. 인생은 결코 새로운 페이지에 시작하지 못한다는 것, 상처로 여기저기 찢어지고 더러워졌다 하더라도 바로 그 위에 자신의 미래를 그려나가야 한다는 데 인생의 어떤 잔인함과 진실성이 있다. 인생을 깨닫는 다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잔인함과 진실성을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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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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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학 1, 2학년 시절은 ‘하루키와 함께 한 날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던한 밤들을 그의 소설 속에서 보냈고, 그의 글이라면 나오는 족족 읽어 나갔다. 나는 그의 글을 ‘일본’ 소설로 거의 느끼지 못했다. 거기엔 커다란 공통의 감정이 있었고, 내 마음 깊은 곳으로 빠져들게 하는 중독성이 있었다. 그러다 문득 ‘고양이 마을’을 벗어나듯 하루키 세계에서 빠져 나왔고, 내 일상에서도 차츰 멀어졌다. 10여년 후 하루키의 <1Q84> 열풍이 지나고 헌책방에서 구입한 세 권의 책들을 얼마 전 꺼내 들었다. 며칠에 걸쳐 단숨에 읽어나갔다. 그리고 무언가 더 읽고 싶다는 욕구 속에서 구입한 책이 하루키의 <잡문집>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몇 가지 점에서 내가 하루키의 글에 대한 내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왜 그의 소설이 여전히 그토록 아련하고 가슴 먹먹한지, 마음의 파동을 남기는지 말이다. 그는 자신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은 다들, 살면서 어떤 하나의 소중한 것을 찾아헤매지만 그것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혹시 운 좋게 찾았다 해도 찾아낸 것의 대부분이 치명적으로 손상되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그것을 찾고 추구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가는 의미 자체가 사려져 버리므로”(444-5쪽). 삶 속에서 끊임 없이 상실과 무력감을 경험하면서도, 추구해야 할 삶의 의미의 끈을 놓치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나는 많은 공감과 위안을 얻었다. 그 덕분에 나의 영혼은 어쩌면 조금 더 안전한 장소에 자연 스럽게 연착륙했을 것이다. 

예전부터 그의 소설들을 읽기에 가장 적합한 시간은 어둠이 일찍 찾아드는 추운 겨울날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하루키 월드는 항상 겨울이었다. 차가운 방 공기는 쓸쓸함을 안겨주면서, 동시에 내 안의 세계에 대한 몰입을 높여준다. 겨울의 차가움 속에서 느끼게 되는 살아 있다는 느낌이 하루키의 소설과 어울렸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발견했을 때 반가웠다. “그런 소설을 쓸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캄캄하고 밖에서는 초겨울 찬바람이 매섭게 휘몰아치는 밤에 다 함께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소설.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까지가 동물인지 알 수 없는 소설. 어디까지가 제 온기고 어디서부터가 다른 누군가의 온기인지 구별할 수 없는 소설. 어디까지가 자기의 꿈이고 어디서부터가 다른 누군가의 꿈인지 경계를 잃어버리게 되는 소설.”(455쪽). 나에게 하루키 세계의 겨울은 항상 따뜻했고, 조금 더 그 속에 있고 싶다는 생각에 잠이 들면 다시 꿈 속에서 그 세계가 펼쳐졌다. 나에게 그의 소설은 "내가 있는 장소를 벗어나 멀리까지 여행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의 글을 다시 읽으면서 20대 초반의 나와 어렴풋이 재회하는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모두 하루키 월드를 묵묵히 지켜가고 있는 무라카미 씨 덕분이다. 60이 넘은 나이든 하루키에 당혹감을 느끼는, 한때 하루키 월드에 빠져지냈던 당신이라면, 이 겨울에 이 책에 실린 글 가운데 몇 편의 글들이 마음을 데워 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나이금이 느는 허리도리를 바라보며 또 한 해를 넘기기가 보다 수월할지도 모른다. 
 

* 여기에는 적지 않았지만 <언더그라운드>에 관한 글들은 뛰어난 사회적 통찰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나는 이 책에서 가장 놀랍게 읽었다. 소설가의 관찰력이 갖는 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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