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살아낸 뒤 죽기 전의 순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인생을 꽉 껴안아보았어. (글쓰기로.)
사람들을 만났어. 아주 깊게 진하게. (글쓰기로.)
충분히 살아냈어. (글쓰기로.)
햇빛. 햇빛을 오래 바라봤어 - P166
열두 살에 그 사진첩을 본 이후 품게 된 나의 의문들은이런 것이었다.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수 있는가?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사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의 참혹과 존엄 사이에서, 두벼랑 사이를 잇는 불가능한 허공의 길을 건너려면 죽은자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어린 동호가 어머니의 손을 힘껏 끌고 햇빛이 비치는 쪽으로 걸었던 것처럼. - P20
이 소설의 한국어 제목은 『소년이 온다』이다. ‘온다‘는 ‘오다‘라는 동사의 현재형이다. 너라고, 혹은 당신이라고2인칭으로 불리는 순간 희끄무레한 어둠 속에서 깨어난소년이 혼의 걸음걸이로 현재를 향해 다가온다. 점점 더가까이 걸어와 현재가 된다.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되었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 P21
한편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2021년 가을까지, 나는 줄곧 다음의 두 질문이 나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왔었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이 두 질문 사이의 긴장과 내적 투쟁이 내 글쓰기를 밀고 온 동력이었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 P28
필멸하는 존재로서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몸을 가진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그 실에 연결되어주었고, 연결되어줄 모든 분들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인사를 드린다.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 The Nobel Foundation 2024(29)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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