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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CAR MINI 마이 카, 미니 - 나를 보여 주는 워너비카의 모든 것
최진석 지음 / 이지북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부끄러운 말이지만, 만약 이 사실을 밝히지 않고 넘긴다면 이 리뷰는 온통 거짓말투성이가 될 것이다. 나는 면허가 없다. 폭스바겐도 몰랐고 BMW라는 차종도 몰랐다. BMW에 미니라는 시리즈가 속해 있는 것도 몰랐다. 하지만 딱 하나, 어디선가 많이 본 차였다. 크지도 않고 뉴비틀처럼 앙증맞게 생긴 것도 아닌데, 유명 인사들이 많이 타고 다니는 차였다.
때문에 책을 받았을 때 많이 걱정했다. 혹시나 내가 모르는, 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들만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물론 나왔다. 엔진에 관해 비교해 놓은 표라거나 몇 기통, 혹은 조작법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들이. 하지만 그냥 넘기지 않았다. 단지 리뷰를 써야 한다는 의무에서가 아니라 아주 자연스럽게 읽혔기 때문이다. 그 전부터 미니의 종류들과 일화에 대해 말해주고, 엔진에 대해서도 마치 아이에게 알려주듯이 차근차근 말해주었다.
어쩌면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로서는 이 리뷰를 읽으면 책이 전문적인 드라이버용은 아니라고 오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판단을 내리기에는 이르다.
자본주의 시대와 천편일률의 소비 패턴 속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는 것이 있다. 취향이다. 개성이다. 개성과 취향의 차이는 무엇일까. 개성은 어떻게든 사이에서 튀어 자신의 개별성을 인정받으려는 것이고, 취향은 타인과의 비교를 신경쓰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만의 ‘호’가 기준이 된다.
타인과의 비교를 필요로 하는 순간, 우리는 타인에게 종속되어 버린다. 자신의 개성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나빠진다. 자신만이 유일하다고 주장하면서, 끊임없이 타인을 곁눈질하는 것이다. 하지만 취향은 다르다. 타인이 자신과 같은 ‘호’를 지니고 있다면, 그건 반가운 일일 수도 있다. 불쾌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나와 타인을 구별하는 것, 그것은 개성이 아니라 ‘취향’이다.
‘미니’라는 차종도 그러한 ‘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BMW 시리즈 중에서는 저렴한 축에 속한다고 하고, 살짝 긁히기만 해도 ‘목숨’ 달린 일이라고 말하는 고급 차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영국인들마저도 미니에 매혹된다. 왜일까. 그들은 개성과 취향의 차이를 알고 있다. 미니가 롤스로이스 부스 반대편에서도 당당하게 프로모션을 펼칠 수 있는 건 그런 자신감 덕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니를 타는 사람들은 ‘즐겁다’.
미니 부스의 풍경은 롤스로이스 부스의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와는 180도 달랐습니다. 미니의 목적은 미니 브랜드를 접하는 사람들이 세계 최고의 명차 앞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흥겨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미니는 신차를 소개하며 신기술을 홍보하거나 이 차가 가격 대비 성능과 만족도가 우수하다는 걸 굳이 강조하지 않습니다. 그저 미니와 함께 하면 ‘즐겁다’는 걸 직접 느끼도록 할 뿐이죠. 평범한 자동차 브랜드라면 섣불리 시도하지 못할 마케팅 전략이자 미니만의 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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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미니는 어디에서도 어울린다. 롤스로이스가 물에 빠지고, 벽을 뚫고 나온다면 어떨까? 미니는 어떤 ‘지위’를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서 어디로든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존 쿠퍼와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활약한 미니, 미니스커트와 어울리는 미니, 오픈카 미니, 영국 왕실의 미니. 경주에서부터 패션, 정치까지 다 오르내릴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재미난 점은, 미니가 등장하는 영화들을 꼽아 놓았다는 것이다. ‘이탈리안 잡’은 예전에 봤던 영화였다. 미니가 나오는 장면을 보니 생생히 기억이 난다. 지하철 역 계단을 오르내리는 미니들. 왠지 커다란 트럭이 나와야 할 것 같은 장면에 조그맣고 통통한 자동차가 나오다니. 좀 우스꽝스럽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만약 내가 언젠가는 면허를 따고, 자동차를 마련하게 된다면. 미니를 사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해 본다. 그렇게 된다면 과연 무슨 색으로 미니를 물들이게 될까. 짐작컨대, 일단 바탕은 코발트블루일 것이다. 김칫국도 너무 일찍이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