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도와주는 북극곰 센터
황지영 지음, 박소연 그림 / 북스그라운드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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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영 작가님의 책을 반은 넘게 읽은 것 같은데, 최근의 작품들을 보니 요즘 환경문제에 주목하고 계신 걸까? 지난달에 읽은 <뛰어!>는 기후재난을 다룬 경고성 작품이었다. 이 책은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내세운 작품은 아니지만 북극곰 꽁이가 주인공으로, 생태와 동물권에 대한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저학년용 귀여운 작품이라 은근하게만 들어있다.

북극곰 꽁이는 동물원 태생이다. 동물원에 10년 살면서 사육사들의 썰렁한 농담을 귀담아 들으며 말을 익혔다. 10살 생일날, 드디어 입을 열어 사육사들을 놀라게 했다. 그 말인즉, 은퇴선언이었다.

동물원 측은 회의 끝에 그의 은퇴 요청을 받아들였다. 얼마 안되는 퇴직금도 챙겨주었다. 그걸 밑천으로 꽁이는 이제 자립해야 하는데, 전에 사육사에게 들었던 말을 기억하고 북극으로 갈 결심을 한다. 그런데 쥐꼬리만한 퇴직금으론 비행기값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된다. 여행사 직원 나래 씨의 조언에 따라 꽁이는 창업을 한다. 그게 바로 이 책의 제목이다. <시원하게 도와주는 북극곰 센터> 요즘 이야기답게 앱도 만들어 고객을 받는다.^^

이 책은 현실동화는 아니면서도 꽁이에게 마법 능력 같은 걸 주진 않았다. 한가지 능력이 있다면 꽁꽁 파워? 썰렁한 농담으로 주위를 얼어붙게 만드는 능력. 하지만 일하는데 이 능력이 소용되는 건 아니라서 꽁이는 온 마음을 다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려 애쓴다. 반장이 되어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은데 발표할 자신이 없는 혜리, 비밀을 숨겨놓은 황금딱지를 친구한테 따먹혀서 그걸 도로 따와야만 하는 태우, 치타(돌봐주던 길고양이)를 애타게 찾는 별이 등...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진 않았지만, 결국 꽁이는 모든 고객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별 다섯 개 평점도 받게 된다.

언제나 지금 주어진 일에 마음을 다하는 꽁이. 이러다보니 어느덧 북극행 비행기값을 다 모았다. 정든 이들과 작별인사를 나눈 꽁이가 여행가방을 들고 북극의 얼음 위에 서 있는 장면이 이 책의 마지막장이다. 드디어 도착했네! 이제 꽁이의 내일은 어떤 일이 펼쳐질까? 그건 독자의 상상의 몫이다. 별로 쓸 일 없었던 '초강력 꽁꽁 파워'를 적극 활용해 녹아가는 빙하를 다시 단단히 얼린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이 책은 후속편이 나올 계획이 없으신가? 제목에 (1)이 안붙은 것을 보면 말이다. 시리즈로 나오려면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이 몹시 중요한데, 우리 꽁이는 충분히 매력적이란 말씀이야.... 한번 나오고 말긴 아까울 정도. 하지만 아쉬운 듯한게 더 귀하게 느껴지긴 하지. 어린이들의 많은 사랑 받기를 응원한다. 황지영 작가님의 작품 중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작품으로 손꼽을 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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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너를 위한 책이야 스콜라 창작 그림책 75
마리아호 일러스트라호 지음, 김지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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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식날이다. 아이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받아쓰기도 안하고, 무엇보다 '책'을 안 읽어도 되어서....
하지만 선생님의 안내말씀에 꿈은 바로 깨진다.
"한책읽기 숙제 잊지 말고요!"
실망하고 난감해 하는 아이의 표정이 화면에 가득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다. 나는 어릴 때 책이 '없어서 못읽을' 정도였는데. 주황색 계몽사 세계명작 전집을 가진 친구를 가장 부러워했는데. 그 시대엔 지금처럼 단행본들의 홍수가 아니었고 서점에 어린이책들이 넘쳐나지도 않았지. 하지만 다행히 '계림문고'라는 문고판 책이 있어서 아빠가 월급날마다 한권씩 사주셨지. 그걸 닳도록 읽었지. 방학이면 뒹굴며 책읽을 생각에 가장 좋았지. 간식이라도 있다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시간. 엄마는 질색을 하셨지만 우리 남매는 긴긴 겨울하루 엄마가 부쳐주신 김치부침개를 먹을 때도 꼭 책을 보면서 먹었지. 여름엔 복숭아나 자두를 깨물면서... 그 버릇을 아직도 못 고쳤.....^^;;;

그런데 이 책의 아이한테 책은 그저 딱딱하고 지루한 것일 뿐이다. 그래도 하라는 것은 하는 아이인지, 엄마 손에 이끌려 도서관에 간다. 도서관에는 보통 수천 수만 권의 책이 있지. 그래봤자 소용없다. "책끼리 모여 있으니까 더 지루해 보여." 라는 아이의 말처럼.

그래서 큐레이션이 의미있고, 골라주고 권해주는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것이겠지. 읽고 싶은 게 없다며 집에 가자는 딸에게 엄마는 너만했을 때 읽었던 책이라며 한 권을 권해준다. 마지못해 대출해와 소파에서 펼쳐보는 아이. 첫장은 뭐 나쁘지 않네. 오... 엇?

다음 장면이 확 바뀐다! 지금까지의 화면은 극히 일부(아이의 형광색 양말?)만 빼고는 무채색에 가까웠다. 그런데 갑자기 칼라풀한 장면으로 바뀐다. 아이가 드디어 책 속으로 빠진 것이다. 올레!!^^ 몰입되지않은 억지로 독서가 무채색이었다면, 스스로 빠져든 독서는 총천연색인 것이다. 적절하고도 직관적인 비유라고 생각한다.

그 세상에서 만난 작은 여우와 아이는 신나는, 때론 위험하고 가슴 졸이는 모험을 한다. 어느덧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 "저녁 먹자!"
"벌써?" 라며 고개를 드는 아이의 눈빛은 이제 완전 딴판이다. 얼른 먹고, 씻고, 이를 닦는 모든 행동에 남은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은 욕구가 가득하다. 이불 속 손전등 빛과 함께 다음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우와 함께 마법의 물약을 완성한 아이는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이야기'라는 마법에 걸린 것이다.

아이는 엄마한테 도서관에 또 가자고 하는데, 판타지 속 여우가 쓰고 있던 안대(아이마스크?)를 왜 엄마가 쓰고 있는 걸까? 이 책에는 이렇게 해석할 여지도 많아 자녀와 대화나누며 읽기에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 장면도 그렇다. 도서관 서가 장면인데, 처음의 서가 장면과 비교해서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앞면지와 뒷면지의 비교도 흥미롭다. 앞면지는 무채색, 아이는 휴대폰, 패드, 게임기만 들여다보고 있다. 뒷면지는 다양한 칼라, 아이는 다양한 감정과 함께 이런저런 주인공이 되어 있다.

'책을 권하는 책'을 많이 만나보았지만 그중에서도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책이다. '이야기'에 끌리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싶다. 그 길을 잘만 찾아가면 빠지는 건 시간문제라 이거지! 학교의 역할 중에는 이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역할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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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2학년 담임할 때 교과서에 돌그림이 나왔는데, 돌을 가져오라고 하기 싫어서 다른 활동으로 대체해서 했다. 그리고 나서 바로 안 사실, 돌도 판다는 거야! 검색해보니 정원용 자갈을 미술용으로 겸용해서 파는 게 있더라고. 돌도 사서 쓰는 세상이 되었나 싶지만 아무데서나 집어오는 게 더 문제일테니 이게 낫겠지. 생각보다 꽤 비싸긴 하다.


몇년 전 넘어갔던 걸 지금 다시 해보고 싶은 이유는 다양한 채색도구에 관심이 생겨서이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이 그림책을 보고 구미가 당겨서다. 내용은 내용대로 좋으면서 이 특별한 미술작업의 동기유발이 될 수도 있는 책이었다.


저자 소개가 이렇게 되어있다. '작은 돌멩이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표지를 봤을 땐 몰랐는데 면지를 넘기니 돌그림 느낌이 확 다가왔다. 다양한 모양의 돌들이 다 그대로 물고기들의 모양이 되었다. 따로따로도 예쁜데 모아 놓으니 더 예쁘다. 그걸 보니 아! 우리반에서도 돌그림 그리고 예쁜 배경에 이렇게 모아놓으면 멋지겠다! 라는 생각이 무럭무럭....


미술로까지 굳이 가지 않아도 책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좋다. 학급에서 한번쯤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읽어주기만 해도 좋고 독후 활동을 개발해도 좋겠다. <가장 소중한 너> 가 먼저 나온 책이니 그 책부터 얘기해 보겠다.


이런 말, 너무 솔직해서 민망하지만 나는 이제 '너는 특별하단다' 메시지에 질렸다. 시계추의 반작용처럼 나는 이제 '너는 평범하단다' 라는 책을 쓰고 싶을 지경이다. 너는 평범해. 근데 괜찮아. 나도 평범하거든?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거야. 


하지만 그때도 버려선 안되는 것은 한 존재의 소중함이다. 평범하다고 해서 막 버리고 대체할 수는 없는 존재. 그게 우리고 아이들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다. 


제목이 '가장 소중한 너'지만 그 말은 마지막에만 한 번 나온다. 전체 내용은 '자식을 세상에 내놓는 부모의 당부'라고 할까. 엄마 아빠 물고기가 자식 물고기를 넓은 바다로 보내며 하는 말이다. 그 당부가 현명하고 감동적이다.

- 네가 어디 있든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가슴 속에 그 기억을 간직해라.

- 때로는 자신만의 길을 가야 해. 군중들을 따라다닐 필요는 없단다.

- 길을 잘못 들어섰을 때는 돌아나오면 돼.

- 예술을 감상하는 취미를 가지렴. 네 주변의 모든 게 바로 예술품이란다.

이런 식의 말들이다. 각 장면마다 많은 물고기들이 돌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어서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너> 책이 나왔다. 앞에서 내가 '특별'이란 말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했는데ㅎㅎ 

이 책은 앞의 책에서 길을 떠난 물고기 애드리가 여행을 하다가 느낀 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다양성'이다. 

- 어떤 물고기들은 둥글게 둥글게 헤엄쳐요. 어떤 물고기들은 나란히 줄을 맞춰 헤엄치고요.

- 어떤 물고기들은 해가 뜬 낮에 놀아요. 어떤 물고기들은 달이 뜬 밤에 놀지요.

말하자면 모두가 다르고, 각자가 특별하다는 것이다. 나만 특별한 것이 아니므로 남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책들을 학급세우기에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돌그림도 가능하면 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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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고민에 그림책이 답하다 - 24가지 수업, 생활 교육 고민을 현장 사례로 풀어낸
그림책 아틀리에 36.5 지음 / 교육과실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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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식날 학교도서관에서 챙겨온 책들 중에 이 책만 못 읽고 남았다. 교사용 책에 잘 손이 가지 않았고 어린이책들을 주로 읽다가 가끔 교사용이 아닌 어른책을 읽었다. 이제 2월, 꼼짝없이 새학년을 맞이할 시기라서 그런지 마지막까지 남았던 이책을 펼쳤다. 와 진작 읽을걸? 참 좋은 선생님들의 참 좋은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육아의 끝무렵인 30대 중후반부터 교직의 전성기인 40대 때는 나도 모임을 찾아 주변을 둘러보는 사람이었다. 50대가 되니 이제 기존의 익숙한 모임 외에는 찔러보지도 않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성격탓도 있고 나이탓도 있는 것 같고 체력도 딸리고 하여튼 그렇다. 수많은 교사모임이 있는데 특히 그림책 관련 모임이 많은 것 같다. 페북에서 본 것만 해도 여러 개인데 이 모임 이름은 또 처음 듣는다. (그림책 아틀리에 36.5) 이름을 참 잘 지으신 것 같다. 뭔가 예술성과 온기가 느껴지는 이름.

책의 구성에 통일성이 있으면서도 작위적이지 않고 각 장마다 진정성이 느껴진다. 고민샘과 저자샘의 대화로 도입을 하고, [그림책 이야기]와 [그림책 수업활동]이 이어진다. [그림책 이야기]는 책 내용 등의 정보만 전달해주는 것이 아니고 저자들의 감상이 자연스레 배어나오며, [그림책 수업 활동]은 길거나 자세하지 않은데도 생생하여 이해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해당 그림책으로 나눌 수 있는 질문이 두세개씩 제시되어 있는데 이게 굉장히 유용하다. 그리고 함께 읽으면 좋은 그림책을 세 권씩 적어준 것도 참고하기 좋다.

나는 '나'라는 장벽이 강해서인지 책을 대충 읽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교사용 책을 읽고 적용이 잘 안되는 편이다. 그래서 어떤 책을 읽고 단 한가지라도 적용점이 생기면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아, 이책 궁금하다 하고 장바구니에 담는다든지, 이 활동 좋겠다 하고 메모해 둔다든지. 더 알아보고 싶은 주제가 생겨 다른 책으로 넘어간다든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게 읽은 보람이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었다. 가까운 시일 내로 써먹을 것을 세 가지만 적어보면 이런 식이다.

1. 미술 단원 중 요즘은 사진 단원이 들어있어 1년에 한두번 정도는 사진 수업을 하게 되는데, 이 책 1부 1장 <구름공항>의 수업 사례가 좋은 아이디어를 줬다.
2. 국어 언어예절 관련 단원에서 '비언어적 표현'에 대한 설명을 하게 된다. 그때 이책에서 소개한 <아진짜> 책이 풍부한 사례를 끌어낼 것 같다.
3. '게임의 고수 6단계'를 학년초에 지도한다. 승부욕을 다스리고 결과에 승복하며 활동 자체를 즐기게 하는 교육의 출발이다. 이때 <졌다!>라는 책의 수업사례를 참고할 수 있겠다.
더 있지만 3번까지만. 교사들마다 꽂히는 부분이 각자 다를 것이다.

이런 생각도 든다. 그림책의 입장에서 '이럴 땐 이 책을' 하고 규정지어지는게 좋을까? 자신이 어떤 레시피가 되는게 좋을까?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교사들이 꽉막힌 바보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일단 먼저 해보신 사례를 따라가 본 후에 확장이 일어난다. 이렇게 활용하려고 책을 읽어주었는데 저렇게 문이 열릴 수도 있다. 이 확장성을 경험하는 게 중요하고, 실용성을 넘어서는 감상으로까지 나아가는 단계도 중요하다. 한 책에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는 없으니 이 책은 기획한 대로 자신의 역할을 우수하게 해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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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마리솔 Wow 그래픽노블
알렉시스 카스텔라노스 지음,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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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 출판사의 'wow 그래픽 노블' 시리즈에 재밌게 읽은 작품이 많다. 도서관에서 신간을 발견하고 대출해왔다. 앗, 말주머니가 없는.... 그림으로만 해석해야 되는 책은 문자의존도가 높은 나에게는 난이도가 있다. 다행히 이 책은 이해할 만했다. 이해 뿐 아니라 꽤 관심있게 읽게 되었다.

책을 대출하려 대충 살펴볼 때 '쿠바'라는 나라 이름을 봤다. 나에게는 정치적 어려움이 큰, 다소 위험한 나라로 각인되어 있다. 그 외 아는 것은 거의 없다. 페친들의 여행기에서 아름다운, 또 가고 싶은 나라로 손꼽혔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쿠바가 배경이라니 내용이 궁금했다.

역시나 내용은 쿠바의 정치적 역경과 관련이 있었다. 쿠바도 독재와 쿠데타로 험난한 시기를 보냈고 많은 희생자들이 있었다. 바티스타의 독재와 폭정이 오래 이어지자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이 일어났으나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랬듯이 이 정부 또한 국민들에게 자유와 평화를 주진 못했다. 이 책의 배경은 이 시기다. 불안한 부모들이 자선단체의 힘을 빌려 자녀를 미국으로 보냈다. 마리솔 또한 그렇게 미국으로 넘어와 위탁가정에서 지내게 되었다.

아무런 보장도 없이 딸을 홀로 먼 타국으로 보내야 했던 부모의 심정을 나는 다 짐작하지 못하겠다. 우리나라도 역경이라면 꽤 겪은 나라지만 이런 장면들을 보면 나는 좋은 시절 편하게 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보내졌던 아이들 중엔 우리가 우려할 수 있는 더 큰 어려움을 겪은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리솔은 운이 좋았다. 성품이 고운 위탁부모에게 보내져서.... 그렇더라도 적응 문제는 쉽지 않았다. 집에선 말이 통하지 않았고 학교에선 괴롭힘을 당했다. 한창 사춘기가 시작된 소녀가 홀로 감당해야 할 두려움과 슬픔, 외로움은 너무 컸을 것이다. 이 책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보여준다. 마리솔이 홀린 듯 따라들어간 곳은 학교의 도서관이었는데, 거기서 마리솔의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사려깊은 위탁부모는 마리솔이 책과 식물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되고 적합한 환경을 꾸며주며 배려한다. 학교에서 마리솔은 용기를 내어 호의적이지 않은 친구들에게 다가가 "안녕, 나는 마리솔이야." 하고 손을 내민다.

이 책은 불행중 아주 다행스러운 이민자의 사연이라 하겠다. 픽션이긴 하지만 실제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하지만 이런 행복한 결말보다는 고난이나 불행으로 끝난 결말이 더 많았고 지금도 많을 것이다. 세계가 함께 행복으로 나아가는 방법은 없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그래픽노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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