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야구 창비아동문고 302
이석용 지음, 한지선 그림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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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좋아하는 고학년이라면 반드시 좋아할 책이다. 야구를 좀 덜 좋아하더라도 읽는 맛이 좋아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문체는 동화보다는 청소년소설에 가까운 느낌이다.

지금은 야구를 안보지만 10대때는 야구 시즌이 끝나면 허전할 정도로 야구를 좋아했다. 내가 중학생 되었을때 프로야구가 생겼으니 초딩때는 고작 고교야구가 있었을 뿐이지만 아버지가 응원하시던 군산상고나 광주일고를 열렬히 응원했다. 부모님이 무슨 생각이셨는지 TV를 아주 늦게 사셔서 그당시 라디오로 야구중계를 들었다. 대형 화면으로 중계를 보는 지금엔 그게 무슨 재미가 있겠나 싶겠지만 당시엔 나름 그것만으로도 두근대고 긴박감이 넘쳤다. 그래서 난 믿는다. 이 책도 재밌을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하자면 지상중계다. 라디오중계도 재밌었던 나에겐 충분히 재밌었다. 다른 이들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ㅎㅎㅎ

배경은 백도라는 섬마을의 초등학교다. 정식 야구부가 있진 않지만 이 섬의 아이들은 대대로 야구를 하며 자라왔다. 자연이 만들어낸 천혜의(?)야구장이 있기도 하고. 약간 비현실적이라 느껴진 것은 폐교되지나 않으면 다행인 섬마을에 엔트리에다 후보선수까지 갖춘 야구팀이 두 팀이나 만들어진다는 것. 백합팀 아이들이 사는 섬의 북쪽은 주로 관광업으로, 옥포팀 아이들이 사는 남쪽은 주로 어업으로 먹고 사는 마을이다. 관광객이 쏠쏠한 섬이라 했으니 그정도 규모도 가능한가? 잘 모르겠다. 물론 선수층은 실력과 상관없이 이루어져 있고 여학생들도 엔트리에 끼어있다. 심지어 옥포팀은 투수와 포수가 모두 여학생이다.

이런 얘기를 하다보니 어린시절 아버지가 사다주신 박수동 화백의 '번데기 야구단' 만화가 생각나네. 그보다 좀 뒤에 나온 이현세 화백의 '공포의 외인구단'도. 모두 떨거지들이 모인 팀이 괴력을 발휘하여 엘리트 팀들을 이기는 스토리인데, 그에 비하면 이 책의 비현실성은 아주 손톱만한 애교라고 볼 수 있다.^^ 아참 그리고.... 초딩 동네팀이지만 투수들이 몸쪽 높은 공이니 바깥쪽 낮은 공이니 가운데 빠른 공이니 하면서 나름 제구를 하는데 이것도 가능한 얘긴가? 내게는 거기까지 공이 닿는 것만도 힘든 일이라서 말이다.^^;;;;;

어쨌든 이런 걸 굳이 따지지 말고 스토리에 집중해서 읽으면 이 책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꽤나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는데 캐릭터가 살아있고 다양하다. 양념 역할을 하는 코믹 캐릭터, 마음 속으로 응원하게 만드는 역경 극복 캐릭터, 약간의 로맨스를 가미하는 캐릭터, 의리의 캐릭터, 비열의 캐릭터, 재야의 고수 캐릭터 등 극적 재미를 위한 캐릭터들이 적절히 잘 배치되어 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이 책에서 '갈등'과 '성장'을 다루었다는 점이다. 인간이 모인 곳엔 어떤 형태로든 갈등이 있고, 그것을 건강하게 풀며 성숙해지는가 진흙탕 싸움을 하며 서로를 깎아먹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현실 속에서 건강한 해결은 의외로 많지 않다. 아이들도 그렇다.(부모 등의 어른이 끼어 해결의 가능성조차 차단되는 경우도 있음) 이 책에서 보여주는 해결은 고매한 인격을 요하지 않으면서도 꽤 건강하다. 소재는 야구라는 스포츠지만 얼마든지 확장이 가능한 이야기라고 본다.

두번째로 '성장'을 이야기하자면 이 책에서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이기는 법을 훈련했다. 통쾌한 역전승 같은거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의 아이들은 어제의 아이들보다 조금씩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이 중요하다고 나는 늘 아이들에게 말하지만 말빨이 부족한 느낌이었는데, 이 책에서 그 이야기를 해주어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야구'에만 집착하고 연연하기보다 나름대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도 미더웠다. 다리를 저는 야구천재 풍길이는 공부를 하겠다고 한다. 그게 장애를 극복하지 못한 안타까운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들은 성장하며 각기 자기 길을 찾아간다. 외인구단의 심판이자 감독 격인 김노인이 아이들에게 해주는 말들에 '성장'의 열쇠가 담겼다.

"이기는 것도 야구고 지는 것도 야구야. 야구장에 하얀 줄 긋는 것도 야구고 가스버너에 조개를 굽는 것도 야구라 이 말이야."
- 인생에 주연과 조연은 따로 없다는 말로 나는 해석한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있을 뿐.
"너희는 야구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었던 거지. 너무 사랑하니까 잘하고 싶고, 또 매일 그 생각만 하니까 고급 작전이 자연스레 나오게 되었던 거야."
- 사랑하다 보면 전문가가 된다. 어떤 형태, 어떤 방면에서든.
"내일 경기할 때는 충일 아이들은 신경 쓰지 말고 자기 플레이에만 집중하는 거야. 그러면 아름다운 야구를 할 수 있지. 너희들이 쭈욱 그래왔던 것처럼."
- 이기려고만 하는 인생은 이름답지 않다. 순간순간에 집중하는 인생이 아름답다.

그러고보니 인생의 진리가 담긴 책이네.^^ 고학년, 중학생 친구들이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눈다면 더욱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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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향초 2020-05-22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2가 읽어도 이해가 될까요? 야구는 다 꾑니다만ㅡㅡ

기진맥진 2020-05-25 11:48   좋아요 0 | URL
야구가 주요 소재이긴 하지만 야구만 안다고 이해하기엔 인생 경험(?)이 좀 필요할거 같아요. 제가 보기에 적정 연령은 고학년이랑 중학생이었어요.^^
 
망나니 공주처럼 사계절 저학년문고 67
이금이 지음, 고정순 그림 / 사계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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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무슨무슨 교육을 하라는 지침이 쉴새없이 내려온다. 그중에는 양성평등 교육도 있다. (아니 양성이란 말은 틀렸다는 분들도 있다. 이에 대해선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어쨌든) 무슨 이슈가 생기면 무슨무슨 교육을 몇시간 시키라고 지침을 내리는 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교재를 만들어 학교로 배포하는 훌륭한 분들도 별로 고맙지 않다. 가장 고마운 건 이와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분들이다. 그게 재미있으면 좋고 아름다우면 더할 나위 없고 환상적이라면 최고다. 이 책은 거의 그랬다. 타고난 이야기꾼은 다르구나 다시 한 번 느낀다.

이 책은 '공주 이야기'로 이미 판타지인데 그 안에 '공주의 전설'이 또 들어있다. 그런데 메시지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콱 꽂힌다. 이런 이야기 참 매력적이다.^^

작은 왕국에 앵두 공주가 있었다. 공주는 반듯해야만 했고 모범을 보여야 했기에 언제나 참아야 했고 열심히 공부해야만 했다. '망나니 공주처럼 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 '망나니 공주의 전설'이란 이렇다. 옛날옛날 공주를 낳고 돌아가신 왕비 때문에 왕은 모든 것을 전폐하고 슬픔에 빠졌고 공주는 방치되어 망나니처럼 자랐다. 그바람에 국민들은 하나둘 왕국을 떠나버렸다고 한다.

앵두공주는 공주수업의 필요한 절차 중 하나인 '민가체험'을 하러 며칠간 자두네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자두는 공주 앞에서 거침이 없었고 공주를 친구로 대했다. 친구랑 논다는 게 뭔지 몰랐던 앵두공주는 새로운 기쁨을 알게 되었다. 그보다도 충격적인 사실이 있었다. 공주가 알고 있던 '망나니 공주의 전설'이 일부분이었다는 것. 그 뒤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자두의 할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 그건 행복한 러브스토리이기도 했다.

국민들이 모두 떠나버린 왕국에서 공주는 모든 것을 직접 구해야 했기에 '공주처럼' 성 안에 우아하게 앉아있을 처지가 못되었다. 공주는 친구가 된 말 '흰바람'을 타고 어디든 돌아다녔다. 그러다 다리를 다친 이웃나라의 왕과 왕자를 만났다. (로맨스의 시작) 왕은 호전적인 사람이었으나 왕자는 그와 반대였다. 공주의 성에 머물며 왕자는 요리와 옷만들기를 배우고 솜씨를 발휘했다. 치료가 끝난 왕은 자기 나라로 돌아갔지만 왕자는 작은 왕국에 남기를 원했다. 그 후로 두 사람은.... 그리고 작은 왕국은....?^^

다시 앵두공주에게로 돌아와서, 공주는 이제 새로운 생각에 골몰한다. 공주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그 전에, 나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렇게 생각하는 공주 앞에 나타난 것은 전설속의 그 말들! 공주는 달리기 시작한다.

앞에서 양성평등의 주제를 언급했지만 이 책에서 염두에 둔 것은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여자답다' '남자답다'를 넘어서 모든 '○○답다'를 담고 있다. '○○답다'는 것에 정답이 있을까? 규정할 수 있을까?

나는 파격을 선호하는 성향이 아니고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도 아니라서 '~답다'에 경우에 따라서 최소한의 기준은 있을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면 '부모답다' 라면 자녀를 품어주고 함께 있는 시간을 행복해 하는 것, '교사답다' 라면 수업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것, '근로자답다' 라면 월급값 하는 것, 뭐 이런 것들? '~답다' 에는 죄가 없다. 지나친 규정과 고정관념이 문제인 것이지. 스스로가 만든 정체성을 가지고 '~~답다' 라고 말해준다면 그건 그의 자부심과 자존감이 될 것이다.

사계절 저학년문고인 이 책은 중학년까지 읽어도 좋겠다. 고학년도 토론 전 읽기자료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이 묶여 있는 '답다'의 굴레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답다'의 의미는 무엇인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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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희곡 : 돌 씹어 먹는 아이 - 2019 화이트 레이븐즈 선정도서 어린이 희곡 1
송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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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출판 시장도 학교 교육과정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한다는 느낌이 든다.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그렇고 올해부터 적용되는 연극수업이 그렇다. 문학동네에서 일단 어린이 희곡 3권이 나왔다. 좋아하는 작품들을 각색한 것이라 반가웠다. 가장 좋아하는 <돌 씹어먹는 아이>를 먼저 읽어보았다.

원작자 따로 각색자 따로가 아니라 원작자가 각색도 했다. 동화와 희곡은 장르가 다르지만 그래도 원작자가 각색하면 본인의 의도와 주제를 더 잘 살릴 수 있겠지? 희곡을 읽고 원작을 다시 읽어보았다. 역시 그런 것 같다.

희곡집에는 원작에 있는 7편 중 3편이 실렸다.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작품들이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속마음을 말하지 못하고 살아가던 시원이가 '무엇이든 시장'에서 혀를 산 후 참았던 말들을 속사포처럼 날린 하루를 담은 [혀를 사 왔지], 우리 아들과 나를 떠올리며 읽었던 [나를 데리러 온 고양이 부부], 화제작이며 엽기적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 가장 강력한 작품 [돌 씹어 먹는 아이] 이렇게 세 편이 각색되어 담겼다.

내용에 대해서는 원작의 서평에 썼기 때문에 희곡에 대해서만 말을 하자면, 희곡은 희곡 나름대로의 읽는 맛이 있는 것 같다. 내용을 알고 있어도 읽는 맛이 또 다르다. 그리고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표현해내야 하는 제약을 각색자가 어떻게 극복했는지 살펴보며 읽으면 더 재미있다. 이 희곡집에서는 많은 생략 없이 원작의 대화문을 대사로 잘 살렸다. 특별조연들을 넣어 주인공의 내면이나 상황 이해를 돕게 했는데 [혀를 사왔지]에서는 생쥐 1,2가, [고양이 부부]와 [돌 씹어 먹는 아이]에서는고양이 1,2,3이 그 역할을 맡는다. 그 역할이 가장 큰 작품이 [돌 씹어 먹는 아이]다. 원작의 대화만으로 살릴 수 없는 부분이 가장 많아서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원작에서는 [돌 씹어 먹는 아이]를 가장 좋아하지만 희곡 작품으로는 [혀를 사 왔지]가 가장 매력있었다.

사실 나는 희곡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다. 시중에 나온 어린이 희곡 책이 별로 없기도 하고. 그래서 어떤 희곡이 좋은 희곡인지 그런 건 잘 모른다. 아마도 연극으로 표현해 내기에 어렵지 않고, 대사가 잘 살아있고, 연극으로 한번 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기는 작품이면 좋은 희곡 아닐까. 그런 조건이라면 이 책은 여러 선생님들께 추천해도 좋을 것 같다. 5,6학년 교실에서 온작품읽기로 원작을 읽은 후 공연을 만들면 훌륭한 마무리 독후활동이자 좋은 연극수업이 될 것 같다. 나도 3년전 5학년 아이들과 원작을 읽었는데, 정말 망설이고 고심하다 고른 책이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기뻐했었다. 그 때 이 희곡집이 있었다면 한 번 도전해 보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내가 연극에는 영 소질이 없긴 하지만 한번 해보고 싶다. 중학생까지도 권하고 싶다. 이 책의 주제들 정도면 사실 중학생 정도에 더 맞다고 생각한다.

내친 김에 출판사에서, 또 작가분들이 희곡작업에 더 의욕을 내주시고 후속 작품들이 계속 나오면 참 신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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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구는 600살 - 어쩌다 보니 2학년 3반 책이 좋아 2단계 28
이승민 지음, 최미란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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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학년 아이들과 이 작가의 <나만 잘하는 게 없어>를 읽고 나니 숭민이의 일기 시리즈를 찾아 읽는 아이들이 생겨났었다. (최근에 숭민이의 일기 3권도 나왔네!) 아이들이 찾아 읽고 아이들 사이에 입소문 나는 책들은 재미 면에서 별 다섯 개짜리라 해도 될 것이다. 정신건강에 해롭지만 않다면 모름지기 이야기는 재미있어야지! 그런 의미에서 이 작가는 훌륭한 이야기꾼인 것 같다. 저학년 대상의 이 책도 아주 재미있다.

내가 작가의 경향을 간파할 만큼의 안목은 없지만 이 작가의 이야기에선 낙천적인 느낌이 난다. 나쁜놈도 나오긴 하는데 그렇게까지 밉지는 않고 상황이 안좋아도 뭐 어떻게 되겠지 식의 느낌이 든다. 숭민이 다리가 부러졌을 때도 그랬는데 600살 마법사 병구가 아홉 살이 되어버린 이 책에서도 그렇다.(어려진 건 좋은거 아니냐고? 그래도 아홉 살은 좀....^^;;;) 독자대상을 딱 9살에 겨냥한 듯한 설정. 아래로 1학년, 위로 3학년까지도 좋을듯.

600살 병구 마법사는 앙숙인 최상이 마법사에게 속아넘어가 마법주스를 마시고 9살이 되어버렸고, 근처 초등학교 2학년 3반 선생님이 입학 신고서를 가지고 가정방문을 오셨다.(정확히 말하면 절차가 이렇지는 않지만 어치피 마법사가 나오는 판에 이런 디테일은 크게 문제 안됨^^) 600살인데 무슨 얼어죽을 초등학교에 가냐고 펄쩍 뛰던 병구는 어쩔 수 없이 학교에 가게 된다.

학교는 의외로 너무 좋았다. 학교생활은 즐겁고 재밌었고 선생님도 친구들도 좋았다. 난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병구가 우리반에 와도 그럴 거라고 나는 감히 장담한다.ㅋㅋ 내가 뭐 특별히 잘하고 있어선 아니고 2학년이 그럴 때다. 어제도 우린 야외수업을 하며 봄날을 만끽했고 시도 썼고, 책도 읽어주었고 쉬는 시간마다 이것저것 하며 치열하게 놀다 급식시간엔 1식 4찬의 맛있는 급식을 먹었다. 한마디로 아이들은 학교에서 소통하며 배우며 자란다. 그러니 교실을 좀 낙천적으로 그려내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작품처럼.^^
아, 그렇다해도 악역은 필수인가? 여기선 교장선생님이 악역을 맡았는데, 너무 나빴다. 자신이 곧 법이라며 말도 안되는 억지로 담임선생님과 아이들을 억누른다. 결국 병구는 마법의 약을 다시 만들게 되고.... 교장선생님의 최후(?)는?^^

병구는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친구들처럼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고, 대한민국 초딩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 알게 된다. '보통의' 아홉살의 삶을 제대로 살아보려고 했던 병구는 너무나 바쁘고 피곤했다. 그리하여 병구는 분신마술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 대목에선 욕심은 화를 부른다는 '적당히'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하여 모든 에피소드들이 끝났다. 나머지는 에필로그다. 병구는 탐색마법을 부려 최상이를 찾는다. 그런데 최상이는 우리나라에 없다. 지구에도 없다. 토성의 위성에서 겨우 찾았다. 병구의 마법으론 갈 수 없는 곳이었다.
"뭐... 어쩔 수 없지." 하며 어깨를 으쓱하는 병구의 표정. 그 속마음은?ㅎㅎ

혹시 숭민이처럼 병구도 속편이 나오는 건 아닐까? 숭민이가 중,고학년의 친구라면 병구는 저학년의 친구가 될 것 같은데. 실제 나이 600살, 하는 짓은 우리와 비슷한 친구. 실제든 상상이든 친구는 많을수록 좋잖아? 병구야! 최상이가 돌아오기 전에 우리 아이들과 많이 좀 놀아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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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이 사는 나라 스콜라 창작 그림책 11
윤여림 지음, 최미란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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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기발한 책 한 권을 또 만나게 되었다. '말'들이 사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 말들의 이름은 감사말, 친절말, 사과말, 용서말... 등이었다. 동음이의어의 효과를 멋지게 살린 아이디어다. 일단 동음이의어를 배울 때 도입으로도 읽을 수 있겠다.

그러나 그보다도 이 책의 진수는 '말'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다. "그리하여 나쁜 말들은 모두 떠나가고 말들의 나라에는 착한 말만 남게 되었습니다. 말나라는 오래오래 행복했습니다." 이런 결말이 아니다. 헉, 착한 말을 씁시다. 끝. 이러고 싶은데 왜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져야 하냐고.....^^;;; 하지만 이걸 교육용(?)으로 생각하지 않고 나에게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속이 시원할 뿐만이 아니라 위안이 되기까지 한다. 나도 한편으로는 입이 엄청 거칠기 때문이다.(말보다는 글이 거칠다. 얼굴 보고는 싫은 소리를 잘 못해서.ㅎㅎ)
착한 말이 대다수인 말나라에 투덜말, 심술말, 화난말 이라는 나쁜 말 세 마리가 살았다. 그들의 부정적 에너지는 모두를 힘들게 했다. 그래서 나중엔 다들 슬슬 피하게 되었다. 화가 난 세 마리는 마을을 떠나버렸다. 평화가 찾아왔다. 여기서 끝나는 결말도 가능하다. 흔한 결말이라면. 하지만 이 책은 이제부터가 제대로 시작이다.

작은 구름요정이 말나라를 찾아왔다. 비를 내려 시원하게도 해주고 따뜻한 햇살로 말려주기도 하며 온갖 친절을 베풀어 주었다. 말들은 고맙고 미안해서 "우리도 뭔가 해 드리고 싶어요."라고 했다. 뭐라도 보답할 수 있게되어 기뻤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변질되어갔다. 구름요정은 점점 포악한 모습으로 변해가며 구름대왕이 되어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를 했다. 나쁜 말을 할 줄 모르는 착한 말들은 괴로움을 견디며 꾸역꾸역 그 일들을 하고 있었다. 이른바 ''진상과 호구', '악한 권력과 착한 굴종'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그들이 돌아왔다!! 심술나서 떠나버렸던 나쁜 말 세 마리. 그들은 여전히 투덜대며 입성했고, 구름대왕의 지시에 콧방귀로 일관했으며 화를 내고 악담을 퍼부었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황한 구름대왕은 점점 작아져 버렸다. 이제 나쁜 말들과 착한 말들은 힘을 합쳐 구름요정을 몰아냈다.

"여기는 말들이 사는 나라예요.
나쁜 말을 쓰는 법을 배운 착한말들이랑
착한 말을 쓰는 법을 배운 나쁜말들은
재미나게 놀다가 싸우기도 하고,
싸우다가 화해하고 재미나게 놀아요.
따그닥따그닥 말들은
오늘도 즐거워요."


아이들에게는 고운 말만 쓰라 가르치지만 실제로 나는 가끔 거친 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상황에서든 고운 말로 일관하는 사람과는 별로 친해지지 않는다. 자, 그러니 이 책을 읽고 아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까?^^

내 생각에 착한말들의 말에서 끝까지 취해야 할 것은 정중함이다. 그리고 나쁜말들의 말에서 가져와야 할 것은 솔직한 자신의 감정 표현과 정확한 요구이다. 여기엔 거절, 분노, 항의 등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것이 말꼬리잡기와 진흙탕싸움이 되지 않으려면 정중함은 갖추는것이 좋다. 그래도 결말이 안좋을때가 많지만 그건 어쩔 수 없고....

사실 아이들에게 예의바른 말, 고운 말의 지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랜 시간 아이들과 함께 해온 경험이다. 어른들도 그렇지만 아이들은 '나쁜 말'을 어디를 향해서 휘두를지 구분을 못하고 주로 만만한 약자를 향해서 퍼부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 나쁜 건 안 가르쳐 주어도 삽시간에 배우지만 좋은 걸 배운다는 것은 거의 시치프스의 바위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에 대한 섬세한 접근은 필요하겠다. 그와는 별도로, 착함과 나쁨의 단순한 흑백논리에서 벗어난 이 '말' 이야기가 무척이나 반갑고 퍽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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