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기진맥진님의 서재 (기진맥진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Thu, 04 Jun 2026 23:33:50 +0900</lastBuildDate><image><title>기진맥진</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A_021.gif</url><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기진맥진</description></image><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여름방학의 추억 그이상 - [주게무의 여름 - 제73회 소학관 아동출판문화상 수상작, 제71회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수상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16441</link><pubDate>Thu, 04 Jun 2026 12: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1644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030585&TPaperId=1731644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97/45/coveroff/k91203058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030585&TPaperId=1731644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주게무의 여름 - 제73회 소학관 아동출판문화상 수상작, 제71회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수상작</a><br/>모가미 잇페이 지음, 마메 이케다 그림, 고향옥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07월<br/></td></tr></table><br/>지금은 사계절 중 가장, 끔찍히 싫어하는 여름이지만 어릴 때는 아니었다. 여름이 주는 느낌과 추억이 있다. 특히 여름방학. 가장 자유롭고 신나는 시간. 나는 어린시절도 도시에서 자라서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시골의 여름이라면 더욱 무궁무진했을 자연 속에서의 놀이들. 모험과 탐험의 시간들. 이 책은 이러한 여름 이야기다. <br/><br/>책에서 다룬 시간은 길지 않다. 딱 한번의 여름방학이다. 천신마을에 사는 4명의 남자아이들(화자인 아킨과 야마, 슈, 가쓰)의 4학년 여름방학 이야기다. 일본도 우리처럼 도시집중이 심해서 이 학교 4학년이 아홉 명밖에 되지 않는다는데, 그중 천신마을 아이들은 이 4명이 전부다. 인원이 적을 때 관계가 어긋나면 참 힘든데, 얘네들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보인다. 똘똘 뭉쳐다니며 온갖 놀 궁리들을 한다. 이중에서 가쓰가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것이 이 책의 긴장요인이다.<br/><br/>가쓰의 근위축증은 그를 못 걷게 할 것이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할 것이다. 그 피할 수 없는 결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 책에 어두움이나 슬픔은 없다. 닥친 불행이 없는데도 늘 뭔가 불안하여 지금을 즐기지 못하는 나는 이런 모습에서 삶의 태도를 배워야 한다.<br/><br/>아이들은 놀이나 모험에서 가쓰를 제외하지 않는다. 가쓰의 방은 그들의 아지트다. (등장하지 않는 가쓰의 부모님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보통은 부모님의 염려와 통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단절될 터인데) 가쓰는 만담을 즐기고, 연습한 것을 친구들 앞에서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주특기가 바로 '주게무'인데 그 내용은 우리나라로 치면 '김수한무....'와 같다.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른 가쓰가, 말하자면 '장수이름송'을 부른다는 것인데... 여기에서도 가슴의 미어짐이나 눈물의 느낌은 없다.<br/><br/>모험을 먼저 제안하는 것도 가쓰 쪽이다. 괴팍하고 무섭기로 소문난 '곰잡이 할아버지' 집으로 모험을 가자는.... 하지만 대체로 그렇듯이 소문은 소문일 뿐. 험상궂은 외모와 전혀 다른 할아버지의 따뜻함을 맛보고 돌아온다.<br/><br/>그동네 아이들의 통과의례인 '천신다리에서 강으로 뛰어들기'에 도전하겠다고 도움을 요청한 것도 가쓰였다. <br/>"내년에는 못할지도 모르잖아. 올해가 마지막 기회일 것 같다고. 그러니까 제발, 응?" <br/>이 말을 할 때, 딱한번 울컥한다. 아마 드러내진 않았지만 친구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강물 속에서 기다리다 잡아 준 친구도, 다리 위에서 튜브를 던져주고 뒤이어 뛰어든 친구도, 튜브를 잡아서 씌워주고 잡아준 친구도, 모두 가쓰의 성공을 함께 기뻐한다. 이렇게 눈부신 여름방학의 날들이 지나간다.<br/><br/>마지막 모험은 '요괴 칠엽수'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이 길은 멀고 울퉁불퉁하고 경사도 험했다. 이정도면 진짜 "위험하니 우리끼리 다녀올게" 해야되는 것 아니냐. 하지만 아이들은 방법을 찾는다. 외바퀴 손수레에 가쓰를 태우고 나머지 친구들은 진땀을 흘려가면서.... 몇번이나 손수레가 쓰러져 가쓰가 튕겨나가기도 했다. 부모님이 아시면 기함할 일이다. 하지만 결국 아이들은 또하나의 모험을 성공시켰다. <br/><br/>그 나무는 과연, 모험을 걸 만큼 크고 대단했다. 밑동의 커다란 구멍은 넷이 누울 정도로 컸다. 거기서 말하는 아이들의 꿈(장래희망) 이야기가 엄청 감동적!^^ 마지막까지도 유쾌하게 끝난다.<br/><br/>이 여름방학은 내년이면 얼마나 병이 더 진행되어있을지 모를 가쓰의 인생에 생생한 색을 입혀준 기간이 되겠다. 나머지 친구들도 '친구를 도와준 기억'이 아니라 '신나고 짜릿했던 모험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무얼 하든 함께 하고 싶은, 함께 하면 즐거운 그 마음이 우정일 것이다. 온전히 건강한 우정을 이 책으로 만났다.<br/><br/>장수 노래로 제목을 삼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의 길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것까지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다가오는 여름방학,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에게도 이런 시간들이 주어질 수 있으려나.]]></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97/45/cover150/k91203058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6974528</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단단한 땅에 희망의 뿌리가 내리겠지 - [희망]</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13129</link><pubDate>Tue, 02 Jun 2026 14: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1312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844108X&TPaperId=1731312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4415/15/coveroff/899844108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844108X&TPaperId=1731312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희망</a><br/>양귀자 지음 / 쓰다 / 2020년 06월<br/></td></tr></table><br/>내 젊은 시절 이름높던 양귀자 작가님의 소설들을 다 흘려보내고 뒤늦게 읽어보는 중이다. 지난번에 &lt;모순&gt;을 읽었고 이번에 읽은 책은 &lt;희망&gt;이다. 출간된 순으로 놓는다면 이 책이 먼저다. 처음엔 상,하 두권으로 나왔던 듯한데 합권하여 재출간되니 분량이 600쪽에 가깝다. 그래도 가독성이 워낙 뛰어나 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총 10개의 장인데 배경이나 인물을 설명하는 1,2장만 넘어가면 읽기에 엄청나게 가속이 붙어서 어느새 마지막장을 보게 된다.<br/><br/>90년도에 첫 출간되었다고 한다. 주 배경은 80년대 후반 쯤이라 하겠다. 학생운동이 정점에 이르렀던 시기. 이 책은 시대상을 진하게 담고 있다. 여러 인물들의 서사를 한데 모아야 하기에, 작가는 영리하게도 '나성여관'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았다. 여관집 3남매와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장기투숙객들. 여관이라는 배경은 아주 밀도 높고도 자연스럽게 시대상을 담은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를 흡수하고 긴밀하게 엮어냈다.<br/><br/>30여년이 흐른 지금 보니, 여기 담긴 현대사의 질곡은 크게 세 가지라 하겠다. 첫째는 학생운동이다. 이 역할은 여관집 장남 진도연이 맡았다. <br/>둘째는 이산가족의 아픔이다. 10호실의 장기투숙객 할아버지다.<br/>셋째는 중동 건설 근로자 파견과 그로 인한 부수적인 불행들이다. 이 사연은 9호실 장기투숙객 찌르레기 아저씨가 안고 있다.<br/>그외 화려함을 쫓아 퇴폐적인 삶을 선택한 누나, 쇠락해가는 여관을 지키며 악착같이 살아가는 어머니와, 기죽어 살아가는 아버지 등도 주요 인물이다.<br/>이 모든 이들을 옆에서 보며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인물은 막내 진우연이다. 삼수생이라는 아주 애매하고 불안정한 신분이 관찰자와 고뇌자 역힐을 하기에 제격이다.<br/><br/>이산가족의 아픔에 대해서는 예전엔 역사나 도덕 수업 때 많이 다루곤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말에 힘이 잘 실리지 않는 것을 느끼곤 했다. 이제 해당되는 분들이 거의 생존해 계시지 않고, 들으면서 자란 나도 나이가 들었으니 젊거나 어린 세대들에게는 다가가기 힘든 주제다. 오랜만에 그 서사를 읽으면서 '그래, 참 기막힌 일이었다' 싶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그 할아버지는 너무 싫었다. 북에 두고온 부귀영화를 평생 되뇌이면서 자신도, 새로 맺은 가족도 비참에 처하게 한 노인네가 꼴보기 싫었다. 딱한 마음도 없진 않았지만 짜증이 앞서는 나도 참 큰일이다. 남겨진 손자 민구가 얼마나 딱하냐고. 하지만 여관에 살던 기간 동안은 이런저런 사람들이 품어줬으니 90년대만 해도 옛날이었나 싶다.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는 소리니까. <br/><br/>중동 건설 근로자 이야기도 내가 어릴 때 있었던 일이라 실감은 못해본 역사이다. 이 책을 읽고 어느정도 실감을 했다고 할까. 찌르레기 아저씨. 겨우 만들어낸 따뜻하고 환한 가정이 뒤틀리고 꼬여 비참으로 끝나는 과정이 너무 안타까웠다. (물론 온갖 불행요인이 몰려서 그런 것이다. 중동에 갔던 것 자체가 불행은 아니지. 하지만 엄청 고생들은 하셨겠다. 가정을 위해 희생하려는 의식이 강했던 그때) 여관 주방 아줌마가 남몰래 흠모했을 만큼 아저씨는 독자에게도 참 마음이 가는 인물이다. 이 책에 진정성과 긴장감을 높여주는 아주 특별한 인물이다.<br/><br/>나머지 한 가지의 시대상, 학생운동. 이것은 내가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다닐 때 한창이었으니 가장 생생하게 체험한 시대상이라 하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20대밖에 안된 그들이 어찌 제적, 투옥, 고문을 불사하고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며 몸을 던졌을까. 분신의 기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던 시절이었다. 생명과 온 인생을 걸게 한 그 동력은 대부분 순수했었겠지. 이 책의 장남 진도연처럼.... 지금 우리가 너무 당연해서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민주주의가 많은 부분 그 외침 위에 세워진 것은 사실이다. <br/><br/>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 정의감을 그대로 품고 있는가 생각하면 회의적이다. 이 책 이후 이어진 몇십년은 계속해서 진화해 나타나는 모순에 실망과 회의감이 더해진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흔히 후일담 소설이라고 부르는 소설들이 파장한 장터에서 부는 바람에 잔해들이 날리는 느낌이 드는 것은.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어떤 무게감을 갖고 있는 것이겠지.<br/><br/>결국 나성여관도 문을 닫고, 쓸쓸함 속에서 이야기는 끝나지만 그 쓸쓸함을 뚫고 나오는 희망을 담으려 작가는 노력했다. 그 3남매가 60대가 되었을 지금, 그 희망은 싹을 틔웠나?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대답하기 어렵다. 우연이를 비롯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민, 삶의 무게를 견디고 빗장을 열고 걸어들어가는 태도, 이런 것들을 더욱 보기 어려워졌다. 이 책이 화석이 되지 않고 우리에게 계속 그것들을 되살려 준다면 좋을 것 같다. 희망의 뿌리는 단단한 땅속으로 뻗을 테니까.<br/><br/>이 책을 읽으며 드라마로 딱이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 보니 과연 있었네! 93년에 동명의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김호진 배우가 진우연 역할을 했었구나. 패악을 떠는 여관 안주인 역에는 나문희 씨가....^^ 유튜브에 있으니 심심할 때 하나씩 봐도 괜찮겠다.ㅎㅎ]]></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4415/15/cover150/899844108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4151572</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어른의 세계에 들어와버린 아이들에게 - [여름, 첫눈 - 제16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05815</link><pubDate>Sat, 30 May 2026 14: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0581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28930X&TPaperId=1730581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38/80/coveroff/890128930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28930X&TPaperId=1730581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여름, 첫눈 - 제16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a><br/>오늘 지음, 토티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06월<br/></td></tr></table><br/>오랜만에 고학년 동화를 한권 골라 읽어봤다. 웅진주니어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해서 믿고 골랐는데, 수상작인 이유는 알 것 같았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내 취향이 아니었다는 말은 권해주거나 함께읽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는 뜻이다. 사실 아이들이 각자 사든 기관에서 사주든 간에 여러 권이 구입되어야 하는 책은 '안전빵'을 고르게 된다. (나쁜 뜻 아님) 이 책은 안전빵이라기에는 아슬아슬한 경계를 살짝씩 넘나든다. 그게 미묘하게 자극적이란 생각이 들어서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꼰대라는 걸 백퍼 인정하고 하는 말들이니 양해를 바란다. <br/><br/>그렇다고 이 책이 연애감정만 자극하는 옛날 하이틴로맨스 류의 저급한 책인 건 아니다. 어쩌다 일찍 '어른의 계절'을 맛보게 된 아이의 내면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어른들도 알고 있다. 이렇게 본의아니게 '어른의 계절'에 들어서버린 아이들이 있다는 걸. 그중 대부분은 주변환경 때문이란 걸. 하지만 그 아이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어떤 지점에서 아파하고 고뇌하는지 속속들이는 잘 모른다. 그래서 아이와 거리가 생기고 갈등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어떤 아이들을 품고 위로하는 책이며 어른들에게도 의미있는 책일 수 있다.<br/><br/>열매네는 아빠만 온돌마을에 두고 엄마와 남매만 서울로 이사왔다. 5학년인 열매는 반에서 회장도 하는 적극적인 성격이고, 부회장인 최한빛과 사귀는 등 할건 다 하는 아이다. 타지역에서 온 열매와는 다르게 최한빛에겐 재니라는 소꿉친구가 있다. 그냥 가족끼리 친한 사이라고는 하지만 자꾸만 삼각관계로 얽힌다. 재니 생파를 안간댔다가 갔다가, 게임에 걸려서 뽀뽀를 했네 마네... 이 대목에서 난 1차 짜증.ㅎㅎ<br/><br/>마음이 울적한 열매는 최한빛과 연락을 끊고 여름방학을 맞아 충동적으로 어릴때 살던 집(아빠집)으로 내려왔다. 그 동네에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직도 옆집에 살고 있는 연우와 연아 남매 가족. 그리고 잘해줬던 다정 언니. 잊고 지냈던 추억들이 되살아나며 동시에 다양한 감정들이 생성되고 재배치된다. 복잡한 심정을 담아 최한빛에게 보내지 않을 편지를 쓴다. 그 중 한 대목에 이 책의 제목이 들어있다.<br/><br/>"최한빛, 너는 어른의 계절이 뭔지 몰라. 서로 다른 두 계절이 맞물려 있어. 뜨겁고도 차가운 맛.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그런 게 있어. 마치 한여름에 내리는 첫눈처럼 그런 어른의 계절이 있어." (103쪽)<br/><br/>열매가 이 어른의 계절에 강제진입당한 이유는 부모의 비밀을 봐버렸기 때문이다. 아빠랑 떨어져 올라와 같은 약국에서 일하는 친구 남동생과 연애하는 엄마. (드라마로 치면 '밥 잘사주는 예쁜 누나' 연애?) 그 비밀을 품고있기 힘들어 다정언니한테 고백했더니 더 강력한 아빠의 비밀이 판도라의 상자에서.... 이렇게 열매네 가정에는 어른드라마에서 보던 일들이 두가지나 일어난다.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하다고, 기막힌 사연을 품고 있는 가정들이 실제로 숱하다. 이정도는 순한맛에 속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매가 어른의 계절로 진입하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ㅠ<br/><br/>2차 짜증은 마지막 씬이 키스씬이고 그게 열매와 연우의 씬이라는 점이었다. 꼭 그렇게 마무리했어야 했나? 지금까지 열매의 내적 갈등을 잘 가져왔는데, 좀 다르게 마무리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웠다. 부모님이 (엄마보다는 특히 아빠가) 단도리했어야 할 감정을 그러지 못해서 가족 전체를 으른의 세계로 빠뜨렸다면 열매라도 어른이 될 때까지는 좀 건강한 감정으로 크면 안돼? 사랑이 건강하지 않다는 거냐고는 말하지 말자. <br/><br/>초등 연애동화들도 이제 꽤 많다. (한때 그 목록을 적어본 적도 있었다.^^;;;) 이 책은 백퍼 연애동화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그 감정을 담고 있으니 포함시켜 본다면,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감각적(?)이다. 요즘 아이들의 감각 추구 경향이 강하다는 면에서 이건 장점은 아니라고 본다. 작품 속 말고 실제 아이들의 연애를 관찰해보면 이해와 존중, 서로를 세워주는 응원 같은 것과는 거리가 꽤 있다. 자극 놀이에 가깝다고 할까. 거기에 전류를 더 넣어줄 필요까지는 없어보인다. 그래서 난 이 작품의 결말이 꽤나 아쉬웠다. <br/><br/>지금까지 말한 건 경향성이고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그리고 이 작품의 소재와 인물, 배경 모두 새롭고 의미있었다. 다만 감각만 쬐금 덜어냈으면 어떨까 하는 한 독자의 생각일 뿐이다. '어른의 계절'에 떠밀려 들어와버린, 내가 만났던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존재할 어린이들이 진짜 어른이 될때까지 건강하게 자라길 함께 응원하는 마음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38/80/cover150/890128930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6388049</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아직 멀었다는 말, 언젠가는 온다는 말 - [아직 멀었다는 말 - 권여선 소설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00150</link><pubDate>Wed, 27 May 2026 17: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0015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70636&TPaperId=1730015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096/53/coveroff/895467063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70636&TPaperId=1730015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아직 멀었다는 말 - 권여선 소설집</a><br/>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02월<br/></td></tr></table><br/>이것으로 권여선 작가님의 소설 3권을 읽었다. (에세이도 한권 읽었지만 그건 빼고도) 앞으로도 몇 권 더 읽을 것이 남았지만 좀 쉬었다 읽어야겠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앞에 읽었던 다른 작가님의 책도 꽤나 힘든 책이었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걸 거다. 소설을 심심풀이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고되어서야 원.... 그래도 더 읽고 싶다. 좀 쉬었다 와서.^^;;;<br/><br/>뒤에 붙은 평론에서 작가님을 '슬픔의 마에스트로' 라고 부른다는 말을 보았다. 어울리는 별명이네. 전에 어떤 젊은이가 "힘들게 일하지 않고 소설이나 쓰며 살고 싶다"고 하는 말에 버럭한 적이 있는데, 바로 이런 글을 쓰는 분들 때문이다. 어디까지 잠겨 봐야 이런 이야기들을 쓸 수 있을까. 상상력만으로 글을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모든 서사가 경험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이 원천이기는 한지라, 인간의 고통을 예술로 표현한다는 것은 그 예술가가 같은 자리에 처하거나 최소한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공감한다는 것을 전제로 할 것이다. <br/><br/>이 말을 하다보니 또 '모자무싸' 드라마가 생각나네. 글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작가님들이 더욱 공감하며 보시지 않았을까 싶다. 거기에서 고혜진이 남편 박경세의 창작의 원천을 위해 새로운 사랑까지도 눈감겠다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박경세가 얼른 수습해서 바로 정리되긴 했지만.... 그걸 보며 생각했다. 글이란 건 저렇게나 절박하고 처절한 것인가... 백퍼는 아니겠지만 대체로는 그런 것 같다. 소재는 취재할 수도 있지만 감정의 씨앗은 본인의 내면에서 싹을 틔워서 키워내야 할 테니까. 그래야 생명력을 가질 테니까. 그렇게 힘든 일을 왜 하냐고? 그건 나도 모르지만, 그게 예술의 속성 아닐까 싶기도 하고 창작을 하든가 최소한 소비라도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 아닐까 싶기도 하다.<br/><br/>쓸데없는 서론이 너무 길어서 작품 얘기는 간단하게... 첫 작품 [모르는 영역]은 드물게 부녀 관계의 이야기다. 부자나 모자, 모녀 관계는 많이 보는데 부녀는 많이 못 본 것 같다. 그런데 '모르는 영역'이 가장 많은 관계가 바로 이 부녀 관계일 거다. 게다가 이 아빠는 이혼한 것 같고 딸도 이제 성인이니 모르는 영역은 더욱 확대되었을 거다. "왜 한번은 해도 되냐"고 따지고 드는 기세를 보아하니 딸은 그 '한번'에 치명상을 입었던 듯한데, 그게 뭔지 딱히 짚어내지도 못하는 아빠.... 그런데도 아빠를 걱정하고 챙기는 딸의 양가적 감정이 짠하고도 예쁘다. 잘들 살아요! 상처 키우지 말고....<br/><br/>[손톱]은 대다수의 독자들이 꼽을 것 같은 가장 안타까운 이야기다. 스물 한살 소희는 스포츠매장에서 열심히 일하며 170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는데... 그 액수의 박함보다도 그것 외에 아무것도 없는 고립무원의 처지가 너무 힘들어 보인다. 엄마란 여자는 자매들 어릴 때 도망을, 그것도 있는 돈 다 들고 빚까지 남긴 채 날라버린 정신나간 인간이고, 이젠 언니마저도 얼마전 엄마랑 똑같은 수법으로 날라버렸다니. 웬만한 젊은애들 같으면 용돈으로 써버릴 것 같은 월급으로 대출금 값고, 월세랑 관리비 내고, 하다보면 어느날 너무 먹고 싶어 들어갔던 매운 짬뽕도 결국 다음에 오겠다며 돌아나와야 했고 제목의 '손톱' 부상도 치료하지 못해 덧나있다. 머릿속엔 늘 빽빽한 숫자들만이 가득하다. 숨막히게 부족한 그 숫자. 소희에게도 숨쉴 날, 편한 날, 여유있는 날은 올 수 있을까. 요즘 캥거루 족들이 많다지만 이렇게 세상에 혼자 위태하게 내던져진 청년들도 있다는 게 현실.<br/><br/>[희박한 마음]의 데런과 디엔은 수십년을 함께한, 그러니까 이제 노쇠한 여성 커플이다. '희박한' 이라는 단어가 슬펐다. 긴 세월도 채워주지 못하는, 아니 세월 때문에 더 희박해진 마음이려나. 한명은 조용히 떠나갔고, 한 명은 홀로 남아 상념들을 견딘다. 이 쓸쓸함은 모든 인간관계에 다 해당될 것 같은데 작가가 굳이 여성 커플을 등장시킨 이유는, 세상의 관점에서 볼 때 그들의 고리가 가장 연약해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가족도 아니고 법적인 어떤 구속력도 없는 관계. 오랜 세월을 함께 했지만 뒤늦은 후회나 미안한 장면들을 곱씹으며 그 바스라짐을 느끼는 것 밖에 도리가 없는 관계.<br/><br/>[너머]는 주인공 N이 기간제교사이고 배경이 학교여서 더 눈길이 갔던 작품이다. 학교 내 다양한 직군들의 저마다의 이기심이 적나라하게도 표현되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내 마음 한구석은 이런 항변도 한다. 꼭 이렇지만은 않아. 나도 월급값보다 더 정성을 쏟은 적 많았고, 생색도 내지 않고 힘든 일을 맡아 하시는 분들도 많아 라고. 하지만 이런 섬세한 결들은 그들이 '집단'이 될 때는 묻혀버리고 저마다의 거칠고 선명한 이기심만이 부각된다. 이것이 당연한 사회적 현상이라면 어떻게 해야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이 책에서 신분이 가장 불안정한 N은 남들이 악착같이 이기심을 발휘할 때 그럴 기운조차 없다. 서로밖에 없이 단 둘이던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계시기 때문이다. 그가 발휘하는 이기심이란 고작 한달의 계약 연장을 앞두고 머리를 굴려보는 정도다. 그 현실적 머리굴림이 어찌나 슬프던지.<br/><br/>[친구] 간단하게 툭, 던져버린 이 제목이 슬프다. 해옥과 민수 모자에게는 '친구'가 없어보인다. 해옥에게 지금 잘해주는 친구가 한 명 있긴 한데 해옥이 호구가 될 것 같은 의심이 짙게 든다. 민수는 학교에서 가해자 전수조사를 해서 해옥을 부를 만큼 집단 괴롭힘의 징후가 농후하게 드러났는데, 모자간에 둘다 해맑게 친구들이 장난친 거예요, 친구니까 그럴 수 있죠 그러고 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 내 느낌은 이들의 (특히 엄마 해옥의) 이해력과 판단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변에 현명한 조력자가 필요한 상태로 보인다. 이들이 지금처럼 고립된 상태에서 안전하고 지혜로운 네트워크 없이 살아간다면 앞날은 더욱 험난해 보인다. 예정된 비극을 보는 것 같은 슬픔이다.ㅠ<br/><br/>[송추의 가을]을 읽고 유골함도 없이 보내드린 아빠 생각이 났다. 우린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갈 데도 없다. 추도일이 되면 엄마집에 모여 엄마가 꺼내놓은 아빠 사진 보고 각자 기도하고 다같이 밥먹으러 간다. 그런 내가 이 형제들을 보고 있자니 속터지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저마다 중요시하는 게 다르니 정답은 없다. 다만 위압적이고 제멋대로인 큰형과, 의견도 안맞으면서 입으로만 욕하는 누나와 작은형을 보는게 스트레스였고, 마지막으로 폭발한 막내의 눈물이 짠했다. 그리고 난, 내 마지막도 우리아빠처럼 할 거라고 다짐한다....<br/><br/>[전갱이의 맛]에서 작가는 '언어'에 대해 상당히 깊고 근본적인 고찰을 한 것 같다. 이런 생각까지 하다니, 라고 감탄은 하는데, 내가 속속들이 이해하진 못할 거 같다. 내가 닿아본 적이 없는 생각 같다. 작가는 언어를 만지는 사람이어설까. 그래서 오히려 언어의 한계에 대해 깊은 생각에 가 닿은 것일까. 굉장히 감탄하며 읽은 작품이었다. 나는 소설을 여러번 읽지는 않는데, 이 작품을 나중에 읽으면 또 이해가 달라지려나 하는 생각은 했다.<br/><br/>이 책도 역시 표제작은 없고 제목인 '아직 멀었다는 말'은 안쓰러운 젊은 소희가 나오는 [손톱]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아직 멀은' 것은 무엇일까. 이건 맥락을 따지지 않은 순전히 내 바람인데, '남겨진 행복'이었으면 좋겠다. 아직 멀었어. 한참 기다려야 올 거야. 마치 어린날 기차를 타고 외갓집 갈 때, 들썩거리는 우리한테 엄마가 말씀하셨듯이. 아직 멀었다는 말. 그건 시간의 유예일 뿐이지 언젠가는 온다는 거니까. 무리한 해석일지라도 나는 그걸 간절히 바란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3096/53/cover150/895467063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30965334</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전쟁의 본질과 속성을 꿰뚫은 동화 - [타마르의 숲]</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95895</link><pubDate>Mon, 25 May 2026 12: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9589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12030683&TPaperId=172958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702/69/coveroff/k31203068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12030683&TPaperId=1729589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타마르의 숲</a><br/>이귤희 지음, 오승민 그림 / 제제의숲 / 2025년 07월<br/></td></tr></table><br/>아이들과의 생활이 끝난 지금, 예전만큼 어린이책을 읽지 않지만 그래도 도서관에 가면 어린이 자료실에 들르긴 한다. 이젠 수업에 활용하거나 아이디어를 줄 책들을 찾지는 않으니 비문학 쪽은 잘 보지 않고, 동화 중에서 '아직도 재밌을 만한' 책이 있나 살펴보는 거다. 신간코너를 한번 둘러보고 '재밌으려나' 하는 책이 있으면 가끔 대출도 한다. 이 책도 그렇게 대출한 책이다. 유승민 작가님의 그림이 눈에 띄었고, 이귤희 작가님의 '고양이 섬'이라는 책을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br/><br/>읽어보니 전쟁의 본질과 속성을 정확히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한번에 다 읽긴 했지만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는데, 그건 이제 흥미가 거의 사라진 나의 상태 때문이 아닌가 싶고, 무거운 주제를 담으며 이정도 서사를 펼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주제를 교훈적이지 않게 서사의 무게로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br/><br/>타마르가 무엇인가 검색해보니 대추야자 열매이고 풍요를 상징하는 말이라고 한다. 풍요의 숲. 인간이 가진 감사하고 행복한 것들이다. 그런데 이것이 분쟁의 씨앗이 된다. 무엇 때문이겠는가? 바로 욕심이지. 나눠 갖기 싫어하고, 독차지하고 싶어하고, 한꺼번에 많이 갖고자 하는 욕심. 그 욕심이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환경을 파괴하고, 본래 갖고자 하던 것마저도 파괴한다. 전쟁에 승리란 없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이러한 전쟁의 속성을 이 책은 정확히 꿰뚫어 보여주고 있다.<br/><br/>다치고 기억을 잃은 아이 로아는 리마엘 나라의 마리 할머니 집에서 보살핌을 받고 살아났다. 이 나라는 디아스 나라와 전쟁중이라 궁핍하고 비참한 상태다. 모두가 전쟁에서 이기면 이 상태가 끝날 거라며 전쟁 승리에만 목을 매고 있다. 두 나라의 싸움은 풍요의 숲, 즉 자야 숲을 차지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됐다. 빽빽하고 울창한 자야 숲은 아이들에게만 들어올 틈을 열어 주었고, 두 손으로 가지고 나갈 만큼의 자야 열매만을 허락했다. 두 나라 모두에게 공평했고, 숲 안에서 두 나라 아이들은 함께 어울려 놀았다. 어른들은 그게 감질나고 양에 차지 않았다. 마치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듯 두 나라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의 파괴상과 참상, 인간성 상실의 장면이 작품 안에 잘 표현되었다. <br/><br/>"전쟁에서 이기는 건 없어. 모두 망할 뿐이지... (중략) 우리가 갖고 싶으면 다른 나라도 그렇겠지. 전쟁은 전쟁을 부른단다. 전쟁이 인간의 욕심을 깨우기 때문이지. 결국 우린 모두 죽게 될 거야." (78,80쪽)<br/><br/>"수많은 사람과 항구를 없앨 힘은 있지만 작고 힘없는 아이 한 명을 살릴 힘은 없었다. 파괴는 너무나 쉽고 생명을 지키는 건 어려웠다." (100,102쪽)<br/><br/>"이제 자야 열매는 중요하지 않아. 적에게 자야 숲을 뺏기느니 아예 없애는 게 낫지. 전쟁에선 이기고 지는 게 더 중요하니까. 자야 숲은 적들과 함께 사라질 거다. 그럼 우린 숲은 잃지만, 전쟁에서는 이기겠지." (107쪽)<br/><br/>하지만 이 참상들 속에서도 마지막 인간성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아주 미약해서 대부분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 아니 그래 보인다. 하지만 이 작품의 결말도 그렇고 우리 세상도 그 힘으로 이나마라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br/><br/>지금도 추악한 이기심을 명분으로 포장하려는 자들이 존재한다. 그런가하면 내 안에도 크건 작건 이런 본성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의 싸움은, (전쟁이 아닌 싸움은) 아주 여러 방향으로 뻗어 있어야 한다. 한 방향에만 매몰되면 다른 방향을 놓칠 수 있는 아주 정교한 싸움이다. 어린이들도 독서를 통해 이 싸움이 가능한 눈을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 4학년 이상 어린이들에게 추천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702/69/cover150/k31203068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7026924</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이세상은 가해의 사슬이 전부일까 -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85978</link><pubDate>Tue, 19 May 2026 18: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8597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991X&TPaperId=1728597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0/22/coveroff/893643991x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991X&TPaperId=1728597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a><br/>손원평 지음 / 창비 / 2026년 03월<br/></td></tr></table><br/>&lt;아몬드&gt;를 읽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이후 손원평 작가의 책을 샅샅이... 찾아 읽은 건 아니고 &lt;서른의 반격&gt;이라는 소설과 &lt;위풍당당 여우 꼬리&gt;라는 동화를 이어서 읽었다. 이 책이 나온 걸 보고 오호, 저 책도! 했었는데 며칠 전 도서관 신간코너에 아무도 안모셔가고 딱 놓여있어서 받들어들고 나왔다.ㅎㅎ<br/><br/>제목도 잘 지었고 표지도 느낌을 완전 잘 살린 것 같다. 어떤 느낌이냐면 불길하고 섬뜩한 느낌...ㅠ 이 책은 매우 흥미롭고도 불쾌했다. 재미는 있는데 마음은 불편했다. 그 불편의 정도는 여러 단계가 있었다. 순한 맛에서부터 핵매운맛까지. 아주 주관적인 기준으로 매운맛 점수를 매기며 리뷰를 해볼까 한다.<br/><br/>[당신의 손끝] 이건 '약간 순한 맛'이라 하겠다. 미술을 전공하고 딱히 자리를 못 잡은 효원은 좋은 동네의 문화센터에 채용이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보수는 매우 적지만 경력 면에서) 거기서 주영이라는 수강자와의 만남은 서로에게 행운이었다. 주영은 그림에서 행복을 찾아갔고 주4회나 수강을 끊어 효원에게 경제적 안정감도 선사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여야 했을까. 주영이 선사한 성취감은 효원에게 자꾸 그 이상을 보게 했다. 결국 좀더 크게 벌인 일 앞에서 주영과의 관계는 칼같이 끊어지고, 몰래 숨어 들은 주영의 평가는 비수와도 같았다. 얼마나 비참하고 상처였을지 알겠지만 그래도 내가 순한 맛 범주에 넣은 것은 이정도는 '약이 되는 경험' 축에 넣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불킥하고 가슴을 칠 경험인 것은 맞는데, 약이 된다면 그래도 다행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모욕과 후회의 기억으로 다듬어지는 것 아닐까. 그렇게 세상을 배운다는 게 서글프고 씁쓸하긴 하지만.<br/><br/>[태양 아래 반짝이는]은 ‘아주 매운 맛’이되 더럽고 고약한 맛이다. 화자는 고급 호텔의 수영장에서 구조요원으로 근무하는 젊은 남자다. 누군가의 느긋한 휴양지가 누군가에게는 고된 일터가 될 때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심리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럴 때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할까? 그 대답으로 이 젊은 남자는 최악을 보여준다. 내 기준으로는 그렇다.<br/><br/>법륜스님의 문답 영상을 어느 분이 페이스북에 공유를 했는데 썸네일에 “놀러나 다니는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라고 되어 있길래 궁금해서 한번 열어 보았다. 내 딸 또래의 젊은 직장여성이 훌쩍 훌쩍 울면서 회사 다니기 힘들다고 스님께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썸네일의 저 말이다. “소설을 쓰는 예술가나 되든지 놀러나 다니는 부자로 살고 싶어요.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서 우리 같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줬으면 좋겠어요.”<br/>스님의 말씀은 길어서 다 듣진 못하고 넘겨가며 대충 들어봤는데 의외로 이런 말씀이었다. 인류의 지나온 역사를 봐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형편도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덜 고생스럽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이미 소득 상위권들이 세금 많이 내고 있다... 젊으니까 열심히 살아보자 그런 말씀이셨다. 솔직히 그녀가 훌쩍거릴 때 코웃음이 나긴 했지만 딸처럼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했다. 에이구 이 딸래미야, 소설가는 뭐 쉬운 줄 아니? 그리고 너 회사 다니면서 월급 받고 세금 내잖아? 그럼 이미 소득 순위 어느정도는 되는 거야. 진짜로 너말처럼 그래야 한다면 니 월급에서도 더 떼야 돼. 그러기는 싫지? 젊고 멀쩡한 너가 일하지 않고 놀고먹겠다는데 왜 누가 돈을 보태줘야 하니?<br/><br/>난 그 딸래미가 지금은 열심히 잘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회사 때려치고 싶은 생각이야 누군들 안해봤을라구. 그날따라 유난히 힘들어서 했던 투정이었을 거라고. 근데 투정에서 그치지 않고 되지않는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 작품의 화자 같은 놈들이다. 세상의 격차는 그것대로 줄여가고자 하는 의식이 있어야겠지만 너같은 놈이 하는 짓은 그냥 범죄행위지. 내가 힘들여 일하는 곳이 팔자좋은 인간들의 휴양지라 해도 나는 너처럼 비틀어지진 않을 것 같아. 시스템? 인간의 시스템인데 모순 많지. 하지만 너의 행동이 더 모순이야. 너 같은 인간이 있는 한 모순은 더 깊어질 거야. 그가 마지막 새벽에 수영장 물에 풀어놓은 그 불순물은 딱 그 내면의 모습과도 같았다. 나는 그에게 세상이 어쩌구 타령할 기회를 절대 주지 않겠다. 그냥 너는, 아웃이야. 잡혀서 제대로 처벌받길 바란다. 통렬히 깨달은 후에야 기회가 있을 것.<br/><br/>[피아노]는 드물게 ‘순한 맛’이었다. 약간은 따뜻한 맛이기도 했다. 상황은 서글프고 딱히 밝은 앞날이 보이는 것도 아니었지만 막장으로는 치닫지 않아서 마음이 한결 나았다. 아파트에서 공부방을 하던 혜심은 가르치는 역량은 우수했지만 요즘 엄마들의 마음에 들기에는 너무 뻣뻣한 사람이었다. 수강생은 줄고 거기다가 아파트를 옮겨타려다 시기 조절에 실패해 사지도 못하고 있는 집만 팔고 손해보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공부방도 접고 외곽으로 이사가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자꾸만 찾아오는 아이가 있다. 준용이라는 이 아이는 더구나 수강료를 넉 달이나 안낸 아이다. 공부방에는 모두의 추억이 어린 피아노가 있었는데 중고로 팔기도 여의치 않아 딱지를 사다붙여 내놓은 다음날, 그걸 누군가 중고로 내놓은 걸 보았고, 찾아간 집에서 바로 준용을 마주쳤다. 사실 버린 걸 주웠는데 왜 화를 내냐고 뻗댈 수도 있는데, 준용은 순순히 카트를 밀고 제자리로 되돌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부탁한다. 공부 좀 봐주시면 안되냐고. 이사가 얼마 남지 않은 날 혜심과 준용은 마지막 수업을 한다.<br/><br/>크게 자극적인 소재는 없었지만 이 작품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건 나도 아이들과 긴 세월을 함께 보냈기 때문이다. 나도 혜심처럼 원칙주의자였고, 아이들에게 특별한 애정을 주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유난히 기대는 아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 경우는 가정집의 공부방이었으니 가정이 무너진 준용이 더욱 애착을 느끼는 공간이었던 것 같다. 주변 세계가 무너진 아이들을 내가 입양해서 키울 게 아니라면 애정을 주는 데 한계가 있다. 기한이 정해져 있는 관계라면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칼같이 끊는 것만 방법인 것은 아니다. 혜심의 마지막 수업이 준용에게 실제로 큰 도움이 될 수도 없고 지속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거부당하지 않았다는 기억, 마지막 따뜻함을 주고 떠났다는 신뢰감은 오래 남을 것 같다. 어른들이 아이를 대할 때 여러 원칙과 현실적인 상황과 더불어 생각해야 할 점이 이런 점이다. 쉽지는 않은 일이지.<br/><br/>[그 아이]는 '약간 매운 맛'이라고 할까. 몰랐던 세상 풍경 한 켠을 보았다 정도. 그 세상은 명품 소비 세상이다. 나로서는 명품 가방이 백만원이든 천만원이든 아무 상관없다. 왜 저래~? 이런 느낌이니까. 이 작품 속 정민은 구매대행 알바를 한다. 추운 겨울날 오픈런을 위해 몇시간씩 줄을 서서 구매해 주는 역할이다. 이 작품을 읽고 명품 가방은 중고가격이 신상 가격보다 더 비쌀 수도 있고, 그런 전문업자(리셀러)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정민아, 너무 맘 상하지 말고 니 갈 길 가라! 소수의 세상을 굳이 들여다보며 부러워하진 말자꾸나.<br/><br/>[유령의 집]은 여기서 가장 '핵 매운맛', 정말 고통스러운, 몸부림치도록 견디기 힘든 맛이라고 해야겠다. 아니 이게 이렇게 됐다는 거야? 눈을 비비며 다시 봐야 할 만큼 충격적인 장면들이었다. 젊은이들의 경제적 죽음, 거기에 이르게 된 절망이 너무 처절한 장면들과 함께 불시에 다가왔다. 그 작품 안에서 개는 비참함과 끔찍함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작품 앞에 실린 윤동주 님의 시는.... 돌아와서 다시 읽으면 눈물을 부른다.<br/>가자 가자<br/>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br/>백골 몰래<br/>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또다른 고향 중에서)<br/><br/>[모자이크]는 '매운 맛'이지만 떫고 비위 상하는 매운 맛이다. 화자는 아무 목표 없이 고시원의 방 한 칸에서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다 유튜버가 된 여자인데... 끝까지 가면을 쓰고 익명성을 유지했어야 하는 것을 딱 한 번 경계심을 풀고 누굴 만났다가 치명상을 입고 계정을 접었다. 이후 같은 수법으로 복수를.... 포장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랄까. B컷은 뒤로 다 감추고 A컷으로만 자신을 과시하는 SNS의 허상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심지어 A컷도 아닌 꾸며낸 거짓컷으로 사람들을 속이기도 하지. 결국에는 자기 자신까지도. 이 여자는 부르짖는다. “사람이 다 거기서 거기잖아요. 네, 그럼요, 아무도 감히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 못할 거예요. 절대로요.” 이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그런 속성을 안 가진 사람은 없지만 조절 능력에는 엄청난 차이가 차이가 있다는 점. 성찰 능력도.<br/><br/>[조망]도 '핵 매운맛'이다. 뒤통수를 내리누르는 둔중한 매운맛이다. 고속도로 요금소 그 좁은 공간에 갇혀 일하는 수하에게는 얼마전부터 자신만 아는 도피처가 생겼다. 쇼핑몰로 짓다가 중단된 큰 건물이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그 건물을 계단으로 올라 꼭대기 전망층에 올랐을 때 본 광경은 수하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특히 비가 세차게 올 때의 광경이.<br/><br/>큰 비는 수하에게 부모를 잃은 사고의 기억이자 어린 나이에 거부할 수 없는 폭력으로부터 벗어난 기억이기도 했다. 어느날도 비가 심상치 않게 내렸다. 주변 지역에 큰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관계자가 데려온 딸 한 명을 급하게 수하의 좁은 공간에 맡겼다. 그리고.... 상상을 초월한 재난이 터졌다. 살면서 거의 해마다 홍수 피해의 소식을 뉴스로 접했지만 이 정도의 재난은 듣도보도 못했다. 작가는 왜 이렇게 사고의 규모를 키웠을까? 잘 모르겠다. 거의 종말적 재난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 직전, 둘은 그 버려진 건물 전망층에 있었고 살아남았다. 수하가 처음보는 ‘맡겨진 아이’를 품에 안고 거기까지 왔다는 사실에서 한줄기 인간애를 찾아야 하겠지. 하지만 거기서 ‘조망’하는 비극을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다.<br/><br/>[통행증은 마스크]는 '아주 매운 맛'이라 하겠다. 어찌보면 별 일은 불거지지 않았고 선미와 까페에서 마주친 일행과의 은근한 실랑이가 다인 것 같지만, 선미가 하고 있는 일의 파괴력이 만만치 않아서이다. 선미는 듣보잡 매체의 연예부 기자이고 우리가 보통 기레기라고 비난하는 그런 종류의 기사를 쓴다. 있는거 없는거 긁어모아 대상은 죽든말든 알게 뭐냐는 식의 기사...<br/>"선미는 종종 이 일에 가책을 느끼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가 살기 위해선 그가 죽어야 했다. 생존의 법칙은 늘 그런 식이었다." (190쪽)<br/>어쩌면 이 작품이 책의 제목을 가장 강렬하게 반영하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br/><br/>마지막에 [딸과 깍 사이]를 배치한 것은 독자를 위한 배려인가. 전체 작품 중 가장 '순한 맛'이었다. 약간은 환하고 달콤한 맛이기도 했다. 그런 반면 현실성 면에서는 가장 약하다고 생각되니 이 일을 어쩌면 좋나.^^;;;;; 매운맛들만이 현실이라면 세상이 지옥에 접근했다는 뜻이 되니까.ㅠㅠ 하지만 이 작품은 현실에서 느껴지는 보통 사람들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잘 담고 있다. 악하지는 않은 소시민이 조직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진 못하고 그 안에서 고뇌하고 누군가를 생각하고 자신의 무가치함에 슬퍼하는 모습. 이 작품은 어떤 드라마의 몇 에피소드로 오마주되어도 좋을 것 같다. 그정도로 주인공 소미 씨의 마음에 공감이 갔다. 뜨개질이 소재로 쓰인 것도 인상적이었다.<br/><br/>뒷표지에 "비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전하는 손원평의 강렬한 메시지" 라는 말이 나온다. '비정함' 이야말로 이 책의 지배적인 정서이다. 내가 순한 맛으로 분류한 작품에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덜 비정하게 살아갈까. 이 책에 의하면 우리가 말하고 행동하는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상처와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냥 숨쉬는 것 자체가 남한테 가해가 되는 '가해의 사슬'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대 사회인가. <br/><br/>어제 '모자무싸' 드라마를 보다가 사소한 한 장면에서 울컥했는데, 황동만이 사채업자를 피해 도망가려고 뛰어나오면서도 매트리스를 옮기는 이웃을 도와 뒷부분을 받쳐 들어준 일이다. 나는 어쩜, 하고 감탄했다. 어쩜 저런 짧은 순간에도 저런 장면을 넣었지.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장면들은 힘이 없을까. 그런 장면들이 모이고 모여도 세상은 여전히 비정할까. 나는 마지막 작품에서 작가님이 이미 말씀하셨다고 생각한다. 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포기밖에 더 하겠는가. 그순간부터 지옥이 시작되는 것이다.<br/><br/>(하나씩 다 언급하다보니 리뷰가 넘 길어졌네.... 짧게 잘쓰는게 좋은 거지만 기록용으로 쓰는거라 아무말 대잔치...^^;;;;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0/22/cover150/893643991x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802201</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 [각각의 계절]</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80685</link><pubDate>Sat, 16 May 2026 22: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8068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92524&TPaperId=1728068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599/26/coveroff/8954692524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92524&TPaperId=1728068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각각의 계절</a><br/>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05월<br/></td></tr></table><br/>권여선 작가님을 접한 순서는 음식 에세이가 맨 먼저다. 두번째는 영화 '봄밤'이다. 세번째 비로소 소설을 접했다. &lt;엄마의 이름&gt;을 읽고나서 이 책을 잡았는데 그게 이 소설집에 포함된 단편인 걸 몰랐네.^^;;; (여기선 '실버들 천만사'라는 제목으로 실림) 그 작품 외에도 6편이 실려있다. 표제작은 따로 없는데 모든 작품을 어우르게 책 제목을 잘 뽑았다고 생각했다. '각각의 계절'이라....<br/><br/>첫번째 실린 [사슴벌레식 문답]에서 나는 작가님에게 바로 감탄하고 말았다. 사소한 소재 하나를 가져와 작품 전체를 뒤덮는 그 확장력이라고 할까 의미부여력이라고 할까. 그 소재가 바로 사슴벌레였다. 80년대로 추정되는 시기에 대학을 다니며 룸메이트였던 여성 4인방의 이야기다. 그들이 강촌으로 함께 1박 여행을 갔을 때, 민박집 방에서 사슴벌레를 보고 "방충망도 있는데 커다란 사슴벌레가 어디로 들어올까요" 하는 질문에 숙소 주인은 "어디로든 들어와" 라고 대답했다.<br/><br/>이것이 사슴벌레식 문답의 시작이다. 그들은 재미있는 것이라도 발견한듯 '든'이 들어간 그 대답을 수시로 써먹었다.<br/>-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br/>- 인간은 무엇으로든 살아.<br/>- 너는 왜 연극이 하고 싶어?<br/>- 나는 왜든 연극이 하고 싶어.<br/>이런 식. 처음에는 그게 상당히 경쾌하고 쿨하고 센스있으며 긍정적이고 희망차 보였다. 하지만 작품 후반으로 갈수록 그게 아니구나를 보여준다. '든'은 엄청난 무게를 지닌 화법이었다.  <br/>"어디로 들어와, 물으면 어디로든 들어와, 대답하는 사슴벌레의 말 속에는 들어오면 들어오는 거지, 어디로든 들어왔다, 어쩔래? 하는 식의 무서운 강요와 칼 같은 차단이 숨어 있었다. 어떤 필연이든, 아무리 가슴아픈 필연이라 할지라도 가차없이 직면하고 수용하게 만드는 잔인한 간명이 '든'이라는 한 글자 속에 쐐기처럼 박혀 있었다." (29쪽)<br/><br/>이 작품은 어쩌면 그 문답의 서늘한 진짜 의미를 깨달아가는 수십년의 과정을 보여주는 서사라 할 수 있다. 와 그 사소한 것으로 이렇게 엄청난 걸 보여주다니, 이런 걸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작가라고 부르는구나 생각했다. 빛나는 청춘을 같이했던 그들. 그들 중 하나는 그 엄혹했던 시절에 배신과 변절을 했고, 꿈을 찾아 안정을 버렸던 누구는 10년 후에 자살을 했고, 남은 둘도 결국 서로를 위로하며 손을 잡지 못한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선택은 결국 결별이다. 함께했던 시간들은 그들에게 무엇이었을까. 잊히는 것보다도 더 뼈저린 '서로를 견딜 수 없는' 관계가 되는 것.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러나 미련을 갖지 않는 게 좋겠다. 이제라도 그들이 과거에서 벗어나면 좋겠다. 노년이 되어가는 나이긴 해도.<br/><br/>첫 작품에서 작가의 확장력을 느꼈다면 [무구]라는 작품에서는 클리셰를 훨씬 넘어서버린 작가의 과감하고 자유로운 서사력이 느껴졌다. 비극으로 흘러갈 만한 소재가 의외로 행운 쪽으로 흘러간다? 우와 좋겠다, 부럽네... 근데 그게 또 훨씬 현실적인 외로움과 서늘함을 선사하다니. 애매하고 미묘한 맛이었지만 아주 신선하기는 했다.<br/><br/>소미는 퇴직자 남편과 아주 럭셔리한 노년생활을 시작했다. 하루 일과를 거의 '관리' 받는데 쓴다. 건강 관리, 외모 관리... 한마디로 세상 가장 편한 팔자라 하겠다. 그들이 원래 금수저였던 건 아니고 그들의 윤택한 생활에는 웃지못할 아이러니가 들어있다. 소미는 sns에서 우연히 옛 친구 현수와 연락이 되어 그를 찾아갔다. 현수는 먼 도시에서 부동산 중개인이 되어있었다. 이후 소미는 뻔질나게 그 먼 곳을 드나들었고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근묵자흑이라고 땅장수 옆에 붙어서 뭘 했겠어? 결국 현수의 소개로 빚을 얻어 빈 땅을 샀는데.... 어느날 현수는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렸고 산 땅의 가치는 한없이 하락했다. 근데 웃기는 반전은, 소미가 그 빚을 근근히 갚으며 존버했더니 결국은 대박이 났다는...ㅎㅎ 그래서 소미 부부의 윤택한 노년생활이 시작된 거다. 어휴 이보다 부러운 일이 있을까.^^<br/><br/>하지만 나라면 절대 못했을 일이다. 돈보다 중요한 게 많다지만 돈은 일단 무서운 거다. 십수년의 존버 생활동안 바늘방석을 견뎌낸 결과가 지금인 거지. 말하자면 그들 노년의 윤택은 중년의 불안과 맞바꾸어 얻은 것이다. 물론 말아먹은 보다는 천만배 나은 결과지. 부럽다니까? 아 근데, 왜 결말의 지배적 감정은 외로움일까? 그걸 배부른 투정이라 치부할 수 있을까. 돈과 운과 자본의 원리로 세워진 행복의 허망함은 크든 작든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갈수록 그건 더 심화되겠지. <br/>(그래도 어쨌든 부럽긴 해ㅋ)<br/><br/>[실버들 천만사]는 단행본에서 따로 리뷰했으니 넘어간다. 그런데 일곱 편의 단편 중 세 편이나 '엄마'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실버들 천만사]외에 [깜빡이]와 [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 두 편이었다. 이 두 편의 어머니들은 실버들 천만사의 반희 씨와 완전히 반대의 캐릭터였다. 이 두 편을 읽으며, 이혼하고 집을 나와 딸의 마음에 상처를 주긴 했어도 홀로 꼿꼿이 서려는 반희 씨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절감했다. 상처를 주고 떠나는 편이 물귀신처럼 들러붙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도. (반희 씨는 결국 완전히 떠나진 않는다)<br/><br/>[깜빡이]의 엄마도 그랬지만 [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의 어머니가 더 가슴이 답답하여 이 작품을 얘기해 보려고 한다. 오익은 박사과정생인 것 같다. 나이먹고 돈은 없고... 어머니의 전화를 잘 받아주는 걸 보면 모질지 못한 사람이다. 홀로 된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집착적으로 전화를 한다. 제목처럼 '잠을 못 잔다'며 자신의 불안을 중계방송하듯 자식에게 전가한다. <br/><br/>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라 그렇겠지만 이 대목을 읽으며 &lt;모자무싸&gt;에서 변은아의 대사가 떠올랐다. 인생의 목적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힘있는 엄마요" 라고 대답했다. 불안해하지 않고 옆을 지켜줄 수 있는 엄마. 여기엔 대단한 통찰이 담겼다고 본다. 인생의 목적이라 할 만큼 이게 쉽지 않다는 거다. 중심을 잡고 본인이 흔들리지 않으며 가족까지 안심시켜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요즘 보기 쉽겠나. 하지만 나는 다짐해본다. 나의 불안까지는 내가 어쩌지 못하더라도 그 진동으로 자식까지 흔들지는 말자. 나는 아직 자식에게 의존할 나이는 아니긴 한데, 앞으로도 최대한 의존성을 키우지 말자. <br/><br/>오익의 어머니는 고통과 눈물을 무기로 삼아 아들을 심리적 인질로 옭아매는 사람이다. 요양원에선 국에다 미원 대신 비료를 넣는다며 그런 데는 죽어도 가지 않겠다고 선수를 치는 잔머리도 가지신 분.ㅠ 오익 씨의 여동생은 결혼도 했는데, 요즘 난데없이 엄마랑 오빠에게 미친 듯이 패악을 떨어대고 있고 그게 극에 달해 마침내 절연을 선언했다. "요런 영악한 년 좀 보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걔는 판단이 선 거야. 이 굴레에서 빠져나가야 한다고. 모질지 못한 오빠도 있겠다, 자기라도 살고 봐야겠다고 판단을 한 거지. 일종의 선제공격을 통한 방어라고 할 수 있겠다. 엄마가 던지는 죄책감의 올가미를 쳐내고 나는 차라리 못된 년이 되겠다! 어찌보면 현실적인 판단이다. <br/><br/>하지만 짐을 좀 나눠 지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줌마 마음... 오익 씨가 허물어져가며 이야기가 끝나니.ㅠ 이젠 세상에 오익 씨가 많이 남지도 않았겠지만, 세상의 오익 씨들이 잠시라도 독한 마음으로 거리두기를 시도해보길 권하고 싶다. 나도 부모라서, 부모란 어떤 존재인지 마음이 무겁다. 이래서 저출산이 더 심화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ㅠ<br/><br/>표제작은 없지만 표제가 살짝 나온 작품은 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라는 작품이다. 여기 마지막 문장이 이렇다.<br/>"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 사모님."<br/>이 말을 한 마리아라는 분은 성당 교우들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를 하기도 하고 성당 봉사도 성심껏 하는 분이다. 70대의 나이에 자신보다 10살이상 어린 교우한테도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쓰는 마리아. 이분이 돌아가셨고, 성당 바자회 자리에서 나이든 여자 교우들이 그를 추억하며 수다를 떤다. 그들을 보며 베르타는 '참 고귀하지를 않구나 이 사람들은' 하고 눈살을 찌푸린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주어가 바뀌어있다. "전혀 고귀하지를 않구나 우리는...." 자신을 포함시킨 그 깨달음은 무엇이었을까. 여기에 나도 포함됨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읽는 내내 착잡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소설이든 드라마든 우리는 인물들을 욕하거나 응원하거나 간에 그 안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기에 몰입한다. 이 성당의 교우들도 특별히 나쁜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br/><br/>힘든 인생을 조용하고도 헌신적으로 살다 갔던 마리아가 했던 '각각의 계절'이라는 말이 이 책의 제목이 되었다. '각각'이라는 말에서 인생들 각자가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 떠오른다. 그건 남에게 인계할 수도 인계 받을 수도 없는 각자의 몫이다. 이 책에 나온 모든 인물들이 그렇듯이. 그렇다고 파편화가 우리의 지향점일 리는 없다. 자신의 인생, 즉 '각각의 계절'이 자기 몫인 것을 명확히 인식한 후에 연대도 있는 것이 아닐까. 어느 누구도 혼자의 힘으로 살 수 없다. 하지만 남의 힘으로만 살 수도 없다. <br/><br/>나의 계절을 나기 위해 나는 어떤 힘을 내야 할까. 내 옆에 가족도, 친구도, 언니들도 있었으면 좋겠는 건 당연한 마음이겠지? 나와 그들의 '각각의 계절'을 응원하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599/26/cover150/8954692524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5992660</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이정도는 엉켜서 살자 - [엄마의 이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76429</link><pubDate>Thu, 14 May 2026 17: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7642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59481&TPaperId=1727642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564/48/coveroff/893645948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59481&TPaperId=1727642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엄마의 이름</a><br/>권여선 지음, 박재인 그림 / 창비 / 2021년 07월<br/></td></tr></table><br/>도서관에서 권여선 작가님 책을 한권 빌렸는데 옆에 아주 얇은 이 책이 꽂혀 있었다. 오 금방 읽겠다 싶어서 같이 빌려왔고, 편한걸 선호하는 나는 원래 빌리려던 책보다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생각보다 더 짧은 책이었다. 중편 정도도 안되고 단편인 듯했다. 단편을 단행본으로 출간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작품 분량에 비해서 여운은 깊고 길었다. 그러니 충분히 곱씹어 감상하라고 따로 출간한 것일까...? 어쨌든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 책이다.<br/><br/>등장인물은 딱 둘이다. 50대로 짐작되는 엄마와 20대의 딸. 나와 비슷한 상황이다. <br/><br/>다른 점도 있다. 나는 평생 하던 일을 올해 그만두고 퇴직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이 엄마는 아직 생활 전선에서 분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완벽히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다는 점. 독립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인연을 끊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br/><br/>"반희는 채운이 자신을 닮는 게 싫었다. 둘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닮음의 실이 이어져 있다면 그게 몇천 몇 만 가닥이든 끊어 내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둘 사이가 끊어진다 해도 반희는 채운이 자신과 다르게 살기를 바랐다. 그래서 너는 '너' 나는 '나' 여야 했다." (21~22쪽)<br/><br/>딸 고2때 이혼하고 집을 나온 엄마는 이런 생각으로 누구와도 왕래 없이 혼자서 살아간다. <br/>"당분간 나를 지키고 싶어서 그래. 관심도 간섭도 다 폭력 같아. 모욕 같고. 그런 것들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고요하게 사는 게 내 목표야. 마지막 자존심이고. 죽기 전까지 그렇게 살고 싶어." (73쪽)<br/><br/>여기에 딸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점이 놀랍다. 세상에 딸 아닌 어떤 존재가 이렇게 할까. 아들도 아주 드물게는 할 수 있겠지. 딸이라고 다 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아들 엄마들이 딸 엄마들을 부러워하는 건 대부분 이렇게 최후의 친구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딸이라서가 아닐까.<br/><br/>아빠의 재혼을 앞두고, 딸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1박2일의 여행을 제안했다. 못이기듯 따라나선 그 이틀이 이 책의 내용이다. 그들은 여행동안 서로 이름을 부르기로 약속한다. "반희 씨" "채운 씨"  이런 식으로.<br/><br/>방송 관련 현장 일을 하는 듯 보이는 딸은 큼직한 SUV 차량을 렌트해와서 산속 펜션으로 엄마를 이끈다. 차 안에서, 숙소에서 그들은 각잡고 대화를 한 건 아니지만 할 말들은 다 했다. 돌아오는 길 엄마와 딸은, 특히 엄마에게는 아주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br/><br/>나는 처음에 저렇게 벽을 치는 엄마를 이해했다. 이혼, 요즘 세상에 그게 뭐라고 인생에 오점이라도 남긴 듯이 주변을 끊어내나 하겠지만, 평생 인생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은 포기하고 손을 놓아버린 엄마의 상한 자존심을 알 것 같았다. 단편이라 그간의 과정이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그냥 그렇게 짐작을 했다.<br/><br/>아예 안나오는 건 아니다. 두 사람의 기억 소환에서 딸 열 살때의 일이 나온다. 그날 참을 수 없었던 엄마는 가출을 했고 남편과 아들의 문자가 빗발쳤다. 결국 엄마는 밤을 넘기지 못하고 귀가했는데, 바로 '채운이가 울고 있다'는 연락 때문이었다. 그때 채운이는 엄마에게 안기지도 않고 눈을 흘기면서도 눈물을 흘리며 엄마 주변을 맴돌았다. 그래서 엄마는 이후 몇년을 더 참은 것 같다. 열살에서 고2때까지. 남편과 무슨 갈등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인내의 과정에 엄마 자신은 없었을 것으로 짐작한다.<br/><br/>큰 차로 산길을 운전하며 여행을 주도하던 씩씩한 딸이 공황 비슷한 증세를 보인 것은 또 어쩔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장면을 보며 '모자무싸' 드라마의 변은아가 생각났다. 버려진다는 공포감은 그런 것인가보다. 그들이 최악까지 가지 않은 건 다행히 변은아에게는 따뜻한 등을 내어준 새할머니가 있었고, 채운의 엄마는 이별을 몇년이나마 보류하고 더 보살펴주다 떠났다. 그래도 변은아는 어떤 장면에서 코피를 흘리고, 채운에게는 호흡곤란이 찾아온다.<br/><br/>채운이 '미래완료'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때 나는 이 책이 비록 단편이지만 안 보인 사건들을 구체화하고 상세화해서 드라마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16화는 너무 늘어지고, 8화 정도로? 생활 밀착형 드라마이면서 매 화마다 가슴에 꽂히는 단어들을 던져주는 드라마. 그 낱말 중 하나는 '미래완료'다.<br/><br/>"엄마, 나는 미래 완료라는 말이 그렇게 슬퍼. 언제부터인가 난 알았던 것 같아. 엄마가 집을 나갈 거라는 걸. 엄마가 나간 다음에 나 혼자 엄마 없이 살 거라는 걸. 나 고2때 진짜 엄마가 이혼하고 나갔잖아? 내가 상상한 그대로 미래 완료가 된 거야. 그렇게 될 줄 다 알면서 모른 척 살아온 거 같았어. 그리고 얼마 안 가 더 나쁜 미래완료가 생겨난 것 같았어.... (중략) .... 그러면 가슴이 아파서 도저히 숨을 못 쉬겠어." (81쪽)<br/><br/>속소에서의 밤, 맥주 기운을 빌려서인지 채운이 이런 고백을 하고 잠이 든다. 딸은 나와 달랐으면 하던, 그래서 천가닥 만가닥의 실이라도 끊어내려 하던, 추호라도 짐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결벽스러운 어미는 마음이 복잡해진다.<br/><br/>중간이라는 건 참 어렵다. 얼마전 읽었던 [용궁장의 고백]이라는 책에서는 부모가 천륜이라는 실을 물귀신처럼 틀어쥐고 자식의 피를 빨더니, 이 책의 엄마는 조금이라도 더럽게 얽힐까 봐 그렇게나 조심을 하네.... 하지만 20대의 딸이 정말 어른이네. 아직도 엄마 생각하며 사는 어린애 면도 있지만 그걸 이렇게 풀어가니 어찌 어른이 아닐소냐. 결국 모녀는 다소 구질구질하게 엉키더라도 인연의 실은 끊지 않고 살아갈 듯하다. 누추한 엄마 집에 놀러가고, 밥도 얻어먹고 그러지 않을까. <br/><br/>한편으로는 엄마의 결벽스러운 면과 독립적인 태도가 딸에게 신뢰감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징징대는 어른보다 얼마나 낫냐고. 공공체육센터 청소일을 하고 감염병으로 (코로나 때겠지) 문을 닫자 음식솜씨를 발휘해 반찬가게에 납품을 하는 성실함과 생활력. 사실 이런 면이 있으니까 딸도 손내밀 수 있는거고 관계의 균형이 이루어지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홀로서기가 먼저고 다음이 관계다. <br/><br/>나 포함 수많은 엄마들의 모녀간, 모자간 아름다운 관계를 빌고 응원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7564/48/cover150/893645948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5644812</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모든 좋은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야 - [페리스, 이건 사랑 이야기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70210</link><pubDate>Mon, 11 May 2026 14: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7021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701991&TPaperId=1727021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93/42/coveroff/896170199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701991&TPaperId=1727021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페리스, 이건 사랑 이야기야</a><br/>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26년 04월<br/></td></tr></table><br/>요즘엔 케이트 디카밀로 책이 자주 나오는 편이네? 지난번 얇은 동화(오리스와 팀블)에 이어 이번엔 좀 두꺼운 동화책이 나와서 읽어보았다. 이번 작품은 뭐랄까, 내가 좋아하던, 무척 익숙해져버린 케이트 디카밀로의 느낌과는 뭔가 살짝 다르다고 할까. 다 읽고 나서도 그 이유를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아마도 고요한 중에 마음을 건드리는, 그런 느낌이 나의 취향이다가 이 책은 좀 소란스러운 느낌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소란스러운 이유는, 소동이 많고, 그럴 만한 인물들이 있기 때문에....^^;;;<br/><br/>페리스라는 열 살 여자아이가 주인공이고, 주된 공간은 집이다. 그러니까 주로 가족 이야기라는 뜻이 되겠다. 내가 이집 엄마라면 도망가고 싶겠다. 이 집의 일상은 내가 선호하는 '고요한 시간'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집은 지하실이 딸린 큰 집이다. 그 지하실에 직장도 때려치고 집나온 시동생이 들어앉아 있다. 무슨 세계의 역사를 그림으로 그리라는 사명을 받았다나? 연로하신 할머니도 계신데, 페리스 시점에선 좋은 할머니지만 엄마가 '낭만주의자' 라고 평하는 걸 보면 나같은 사람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도움 안되는 사람일 것 같다.^^;;; 가장 두드러진 소동을 일으키는 인물은 페리스의 동생 핑키다. 얘는 악당이 되겠다고 기염을 토하며, 지명수배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한다. 기이하다는 면에선 말괄량이 삐삐랑 비슷하지만 그보다 훨씬 파괴적이어서 도무지 정이 안 가는 캐릭터인데다가 너무 톤이 튀는 인물이어서 거슬렸다. 앞에서 말한 좀 아쉬운 느낌이 이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br/><br/>가족만으로도 정신이 없는데 페리스의 절친 빌리는 아빠랑 둘이 사는 아이라 수시로 페리스네 집에 드나들 뿐 아니라 그집의 피아노를 친다. 물론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이라 아주 잘 치기는 하지만 그래도 군식구인데다가 시끄럽잖아. 하여간에 늘 이렇게 북적이고 바람 잘 날 없는 곳이 페리스네 집이다.<br/><br/>할머니는 언제부터인가 유령이 보인다고 하신다. 그리고 병에 걸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할머니는 이 집에 처음 살던 유령이 샹들리에를 밝히기 원한다고 한다. 그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 샹들리에를 밝히고 그 김에 파티를 하는 장면의 이 책의 클라이맥스다. 그 파티에는 이집 가족 외에 지하실 삼촌의 아내인 셜리 숙모도 오고, 평생 할머니를 흠모하던 부이 할아버지도 오고, 빌리의 아빠, 얼마전 남편을 여읜 밀크 선생님도 왔다. 빼곡히 초를 밝힌 샹들리에 아래, 정말 아름다운 파티였다. 내가 유난스럽다고 느낄 만큼 다양한 캐릭터의 사람들이 모였지만 그들이 받고 싶은 사랑, 주고자 하는 사랑은 하나로 모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인류가 그 많은 다툼 가운데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br/><br/>완벽하게 아름답다기엔 소동도 있었다. 어느새 자리를 이탈한 핑키는 다락방 상자 속에 들어가 있었고, 부엌에는 너구리가 출몰한다. 너구리 출몰의 의미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핑키 사건은 지금까지 핑키의 모든 기행이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는 몸짓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나는 물론 그런 방식을 매우 반대한다. 하지만 당위로만 풀어갈 수 없는 일들이 아이들과의 사이에선 많이 일어나니까... 그때 이렇게 말하는 페리스는 나보다 어른인가!<br/>"넌 내 동생이야."<br/>"그게 뭐."<br/>"사랑해."<br/><br/>파티는 아름다웠지만 결국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삼촌은 드디어 그림을 완성했다고 한다. 세계의 역사를 하나의 캔버스에 그린다는게 애초에 말이 안되지 않나? 하지만 그림은 완성되었고 그 장면은 연회장이었다. 샹들리에 아래 그날의 그들이었다. 그리고 하나가 더 있었다. 귀퉁이에 날고 있는 작은 참새.<br/><br/>이번 책이 전작들보다 재미있지는 않았는데, 이 비유만큼은 매우 강력해서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br/>"베데 작가가 이런 글을 남겼어. 우리 모두는 어떤 성의 거대한 연회장에 날아 들어왔다 나가는 참새와 같다고."<br/>"연회장으로 들어오기 전과 나간 뒤의 일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거지.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단지 우리가 그 안에 잠시 들어와 머물다가 밖으로 나와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 날아간다는 것 뿐이야." (216쪽)<br/><br/>작은 참새로 잠시 들어왔다 나가는 세상에서 굳이 이를 갈고 싸울 필요는 없지 않겠나? 그래서 작가는 작품마다 '사랑'과 '이야기'를 말하는가보다. 이번 작품에는 특히 사랑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가슴 절절한 로맨스만이 사랑은 아니니까. 일상의 소동이 보여주는 사랑도, 가족과 이웃, 친구 간에 생각해주는 마음도 다 사랑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br/>"모든 좋은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야."<br/>돌아가신 할머니의 말씀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93/42/cover150/896170199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934230</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이것은 응원이 아니다 - [용궁장의 고백]</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64627</link><pubDate>Fri, 08 May 2026 14: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6462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7707&TPaperId=1726462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50/38/coveroff/k56213770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7707&TPaperId=1726462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용궁장의 고백</a><br/>조승리 지음 / 달 / 2026년 03월<br/></td></tr></table><br/>조승리 작가의 에세이와 소설 한 권씩을 인상깊게 읽었다. 이번 소설은 자전적 내용을 넘어선 내용이어서 작가로서 더 한걸음 나아간 것 같아 관심이 생겨 읽어보았다. 특히 책 소개나 '작가의 말'을 보면 천륜에 묶여 학대받고 고통 당하는 이들에 대한 응원인 것 같아 꼭 읽어보고 싶었다. 이런 내용 때문이다.<br/>"일방적으로 강요된 인륜은 숭고한 가치가 아니라 명백한 폭력이다. 천륜이라는 굴레를 짊어진 채 각자의 지옥을 버텨내고 있을 이들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 (7쪽, 작가의 말)<br/><br/>근데 읽어보니 그렇게 단순한 내용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이야기였다. 그것들을 구성해 엮어낸 서사력에 놀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말 저게 주제라면 서사의 무게에 짓눌려 주제는 빛이 바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머리와 마음이 복잡해지는 독서였다. 가독성이 엄청나서 앉은자리에서 다 읽긴 했으나 쉬운 독서는 아니었다. 힘들었다.<br/><br/>보통의 부모들은 자녀가 나이 들어도 애틋해하고 하나라도 더 주지 못해서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인간 종류의 스펙트럼은 정말 넓어서, 전혀 다른 사람들도 있다. 자녀에게 빨대 꽂고 평생을 갈취하며 자녀가 주도적 삶을 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비정한 부모들이 있다. 미혼인 경우 결혼을 방해한다는 얘기도 들어봤다. 착한자식 콤플렉스건, 가스라이팅의 결과이건 그 자녀들은 끝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을 불행하게 살아간다.<br/><br/>내가 그 자식이라면 이 책을 읽고 그 강제된 천륜을 끊을 용기를 얻지 못할 것 같다. 용기를 내기는 커녕 더 겁먹고 실행에 못 옮길 것 같다. 왜냐하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나머지 서사가 너무 무겁고 참혹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아무것도 아니어야 용기를 내지, 이렇게 인간의 밑바닥 본성까지 보게되는 참혹함이어서야 어떻게 용기를 내겠는가 말이다. 만약 그것이 독서의 목적이라면 전체 5부 중 70대의 시각장애인이면서 90대의 패악한 노모를 떠맡은 주인공이 나오는 1부만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다. <br/><br/>아무도 울지 않는, 슬픔보다 안도와 평온이 자리한 장례식에서 작가는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런 장례식은 실제로 꽤 많이 있을 거라고 짐작한다. 평생 주변을 지옥으로 만들며 살아온 망자의 인생도, 그사람 때문에 행복 한조각 갖는 것도 사치였던 가족의 삶도 참 딱하다. 누군가가 죽기를 바라는 상황을 상상해본다. 의외로 많이 있을 것 같다. 그 인간의 파괴력이 크면 클수록. 그럴때 그가 죽기를 바라는 심정은 죄악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말'에 있는 그 응원을 나도 함께 보내고 싶다.<br/><br/>문제는 나머지 서사의 고통스러움이다. 이것까지 그려낸 작가의 역량은 소설가로서 한층 더 나아갔다고 인정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아쉬움은 밀도 높은 서사가 주제를 짓눌러버린 아이러니다. 하지만 이건 나만 느낀 것일 수도 있고, 작가가 그려내고 싶었던 진짜 주제는 다른 곳에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br/><br/>이 책은 총 5부로 다섯 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그동네 대형교회의 장로이자 동네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오사장'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종교의 외피를 뒤집어쓴 악의 실세로 보인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현실적으로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단순하지 않다. 나는 평소에 "나에게 실제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내가 아플 때 누워있으라고 하고 설거지를 해준다거나, 돈없고 허기졌을 때 국밥 한그릇 사준다거나 하는 사람이 말로만 사랑한다 하는 사람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오장로는 이런 면에서 부지런한 사람이고 해결력도 뛰어난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섬뜩한 악의 진면목을 외면할 수도 없다.<br/><br/>중심 장소인 용궁장은 그 신도시에서 매우 불행한 이력을 가진 참혹한 장소이다. 지금은 누구도 보살피기 어려운 사람들 몇명의 수용소처럼 되어버렸고, 그런 와중에 화재사고가 나서 입주자들이 다 사망해버렸다. 그 장례식이 바로 눈물 없는, 안도의 한숨이 조용히 번지는 장례식이었던 것이다.<br/><br/>5부의 이야기를 통해 그 사건의 전모가 조금씩 드러나는데, 그걸 확인하는 독자는 몹시 괴롭다. 오장로 뿐 아니라 다른 화자들까지 오장로의 굳건한 종교적 껍데기 속으로 편입하려 애쓴다. 그 안에 엄청난 것들을 다 묻은 채. 심지어 방화 살인까지도. 물론 그 방화는 누구에게는 나머지 삶의 행복을 보장해 주었지만.ㅠㅠ<br/><br/>세상이란 이다지도 단순하지 않으며, 뒤섞여 뭉쳐버린 컬러점토처럼 악을 분리하기가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이런 소설을 읽으며 나는 이 나이에도 세상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만 든다. 작가님은 보이지 않는 눈으로도 참 많은 것을 보셨구나 하는 생각도. 좋았던 책으로 꼽기는 어렵겠지만 작가님의 다음 창작도 응원한다. 그때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50/38/cover150/k56213770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503850</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음, 참 쉽지 않다 - [마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57995</link><pubDate>Tue, 05 May 2026 00: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5799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317968&TPaperId=172579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646/90/coveroff/893231796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317968&TPaperId=1725799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마음</a><br/>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06월<br/></td></tr></table><br/>예전부터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책이 도서관에서 자주 눈에 띄었는데 다음에 다음에 하고 미루다가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세상을 떠난지도 100년이 넘은 작가다. 그런데 요즘 작품이라고 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듯하다. 물론 생활상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인간의 내면 측면에서 말이다. 제목 또한 &lt;마음&gt;이다. '심리' '자아' '고뇌' '정신' 등등을 포괄하여 가장 적당한 제목이라 생각된다.<br/><br/>화자는 한 대학생인데 중심인물은 그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한 중년의 남자다. 우연히 만나 호감을 갖게된 선생님을 화자는 유난히 따른다. 선생님은 타인과의 교류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자신을 따르는 화자를 굳이 내치지는 않는다. 아니, 마지막에는 자신의 '마음'을 상세히 서술한 편지를 화자에게 남긴다.<br/><br/>그게 '유서'라는 게 슬픈 점이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심리묘사는 관찰자나 전지적시점이 아닌 자기고백으로 이루어진 셈이다. 이 책은 세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선생님과 나 2.부모님과 나 3.선생님의 유서) 이중 1,2는 학생이 화자이고 3은 선생님의 서신이다. 화자가 선생님을 좋아하면서도 선생님은 왜 조용하실까, 왜 어두우실까, 사회생활을 안하실까 등 이해하지 못했던 의문에 대한 대답이 그 서신에 들어있다.<br/><br/>그리고 두 사람의 죽음이 들어있다. 그게 모든 것이라 슬프다. 그리고 그 평생의 고뇌에 대한 마지막 결론이 자살이라는 점도 슬프다. <br/><br/>선생님에게는 예쁘고 상냥한 사모님이 있었는데 그녀는 대학생시절 하숙집의 딸이었고, 선생님이 끌어들인 친구 K가 어느새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하숙집 주인(그녀의 어머니)을 통해 청혼했는데, 그게 참 졸렬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젊은시절 누구나 부족한 처신을 하지 않나.... 그러나 만회할 수 없었다. K가 자살해 버렸으니.<br/><br/>선생님은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와 결혼은 했지만 심리적 고통과 평생 싸우며 산다. 그 과정을 기록한 '유서'는 그래서 길다. 언제나 당위가 앞서는 나는 이 책이 참 힘들었다. 결국 그게 결론인가 라는 생각과 제일 불쌍한 사람은 사모님이네 라는 생각이 앞서서 이 책에 가득한 심리묘사를 깊이 들여다보진 못했다.<br/><br/>마음, 그게 참 쉽지 않다는 생각만 든다. 이제 고양이...를 읽어볼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8646/90/cover150/893231796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6469018</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뒤늦게 양귀자 작가님 소설을 정독해봄 - [모순 - 개정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53762</link><pubDate>Sat, 02 May 2026 15: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5376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8441012&TPaperId=1725376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584/37/coveroff/8998441012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8441012&TPaperId=1725376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모순 - 개정판</a><br/>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04월<br/></td></tr></table><br/>1998년에 나온 이 책이 쭉 그랬는지 역주행하는 건지 순위권에 있길래 나도 읽어봤다. 그시절 책이 아직도 읽힌다는 건 왠지 기분이 좋은 일이라서 말이다. 그때의 나는 아가들이 딸린 젊은 엄마이자 초짜 직장인이었고, 소설을 읽을 여유는 없던 시절이었기에 못읽고 넘어갔었을 거다. 그 전에 나온 &lt;원미동 사람들&gt;은 학생때라 읽었던 것 같은데, 너무 오랜 과거라선지 기억이 거의 안난다. 결국 수십년이 지나서야 양귀자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으로 정독한 셈이다.<br/><br/>더 찾아 읽어봐야겠다 생각할만큼 감탄할 필력을 갖추셨다 생각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마음에 꼭 들었던 건 아니다. 작품성으로 보면 별 다섯개를 누르지만 동의로 치면 네 개, 아니면 세 개...? 하지만 내가 동의되어야만 좋은 책인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맞는 작품이 나와야할 만큼 내 생각이 인류보편적인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동의든 비동의든 생각과 말이 흘러나오는 작품은 의미가 있는 거니까.^^<br/><br/>워낙 포인트가 많아서 그중에 몇가지만 써볼까 한다.<br/>1. 양감 (볼륨)<br/>초반에 인생의 볼륨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30년이나 전에 쓰신 이 표현이 지금의 나를 사로잡았다. 화자인 안진진은 첫 장에서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br/>"내 인생의 볼륨이 이토록이나 빈약하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절망한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이 없다는 것이다." (15쪽)<br/>인생의 양감. 그건 어떻게 주어지는 것인가. 이것만 가지고도 긴 토론이 가능할 것 같다. 작가가 안진진의 어머니를 통해 보여주는 답은 '불행'인 것 같다. 다르게 말하면 고생(고난)이겠지. 고난이 인간을 성숙시킨다는 점에 동의한다. 아파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을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다는 말도. 그런 면에서 어린시절부터 엄마 치마꼬리 붙잡고 큰 풍파 없이 살아온 나의 인생 볼륨은 아주 빈약하다. 납작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풍족하게 자란 건 아님ㅎ) 이 책에서 어머니 자매는 쌍둥이로 나오는데, 이 쌍둥이의 갈라진 인생을 통해 작가는 대비를 극대화한다. 남편복도 자식복도 없는 고생투성이 엄마의 인생. 모든 것 다 가진 듯한 이모의 인생. 그런데 작가님은 엄마의 인생을 양감 가득한 인생으로, 이모의 인생을 납작 붙은, 혹은 텅 빈 인생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충분히 그럴 수 있고 대체로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동의되지는 않았다. 내가 납작한 쪽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너무나 선명한 대비라서 동의되지 않았달까. 인생은 그렇게나 선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처럼 모순되기 때문에. 모순의 모순. 모순의 모순의 모순.... 이 뒤섞인 것이 세상이라서. 그래서 난 이 극명한 대비가 좀 불편했던 것 같다.<br/><br/>2. 옳지 않음<br/>이모 인생에 양감이 없다 설정했으니 그 자식들 또한 당연히 그렇게 그려냈을 것이다. 부잣집에서 양친부모의 극진한 관심과 지원 속에서 자라 유학중인 사촌들. 그중에 진진과 동갑인 주리를 단둘이 만났을 때, 주리는 진진 동생 진모를 '옳지 않다'고 표현했다. (진모로 말하자면 스스로 같잖은 조폭 놀이를 하다가 살인미수를 저지르고 그나마 엄마의 헌신으로 간신히 합의되어 지금 짧은 옥고를 치르는 중)<br/>"진모 일은 너무 안됐어. 하지만 진모가 한 일은 정말 옳지 못한 거야. 그런 짓을 하면 안 되잖아. 나는 정말로 모르겠더라. 진모가 왜 그렇게 살고 있는지 이해하기가 힘들어." (173쪽)<br/>이 말에 안진진은 주리와 바로 벽을 쳤다. 내가 주리라면 딱 첫문장만 말하고 다음은 생략할 거 같긴 하다. 해봤자 소용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옳음, 옳지 않음으로 접근해서는 상대방과 절대 소통할 수 없다. 하지만 내용 자체는 난 주리 말에 동의한다. 납작한 인생을, 즉 평탄한 인생을 살아서 세상을 모른다고 판단할 자격도 없나?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생이 단순하지 않다는 건 맞지만, 그래도 하지 말아야 될 선택은 있는 거다. 그걸 지적했다고 비난받는 게 내가 비난받는 것처럼 약간 모욕적으로 느껴졌다. 오히려 진진의 비난이 나는 더 수용하기 어려웠다.<br/>"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173쪽)<br/>악도 악 나름이지 진모처럼 가당찮은 겉멋에 빠져 인생 낭비하다 저지른 죄악에 무슨 저런 의미씩이나? 나는 이 부분을 진진의 몸부림이라고 해석했다. 이게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봤다면 책을 덮었을 것이다. 주제 자체가 치기에 빠져있다고 볼 수 있으니. 설마 그건 아닐 거라고 본다. 진진의 아버지에 대한 합리화 또한 몸부림이라고 난 해석했다. 왜냐면 동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br/>"아버지는 다른 아버지들이 한평생 살고도 못 가르쳐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었어. 그것으로 이미 우리 아버지는 자식에게 해줘야 할 의무를 다했다고 봐." (177쪽)<br/>알콜중독자에 엄청난 가정폭력을 자행하고 부양의 의무도 저버린 아버지를 변호하고 싶은 몸부림을 주리가 알고 "그래" 하고 넘어갔으면 좋으련만 재반박하는 주리. 그점은 딱하긴 한데, 말인즉 틀린 말이 아니라 이거야. 그런 인간한테까지 의미있는 서사를 애써서 줄 건 없다는 거야 내 말은..... (어휴, 내가 이렇게 납작하네^^;;;;)<br/><br/>3. 존재감<br/>이 낱말은 직접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앞의 '양감'이란 말과 더불어 나에게 많이 떠오른 말이기에 적어본다. 진진의 엄마는 사고가 터질수록 삶의 활기를 찾고 힘이 넘친다. 아들이 저지른 사고, 죽었나 싶게 몇년간 안돌아오다 거지꼴이 되어 돌아온 남편 등... 여기서 활력을 낸다는게 불만은 아니다. 다행이고 고마운 거지. 문제는 이모... 착한 이모는 안진진네한테 도움을 많이 주었고 안진진을 예뻐하며 마음도 잘 나눈다. 이모부는 재미없지만 풍요로운 가정을 만들어주는 사람이고 아이들도 엘리트코스를 이탈없이 잘 가는 애들이다. 하지만 이모는 마지막에 '불행했다'고 자신의 삶을 규정했고 마침내 극단적인 선택을...ㅠ 이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존재감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없으면 안된다, 내가 꼭 필요하다는 확신. 그게 객관적 행불행을 확 뒤집는 절대적 요인으로 이 작품에서 그려진 것 같다. 대체로는 인정하나 이렇게 극단적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 이거야말로 납작한 설정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존재감이란 그런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너무 단순하게 다루어졌다고 생각한다.<br/><br/>4. 선택과 나아감<br/>스물다섯이라는, 지금시대론 어리지만 98년에는 그럴만한 나이에 진진은 결혼을 생각하며 두 남자를 만난다. (의도적인 양다리는 아니었기에 비난할 생각은 없다.) 누굴 선택할지 독자들이 끝까지 궁금해하도록 이 선택은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 이 선택 또한 '모순'이란 제목의 정점을 찍는 선택이다. 마치 내내 A를 지향해놓고 "음 그런데 나는 B를 선택하겠어." 하는 느낌이다. 딱히 반감은 들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다 이런 느낌이랄까.ㅎ 이 책이 보여주는 삶의 '모순'에 너무 젖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앞에서 말한 동의 못하는 지점들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작품을 인정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인 것 같다. 이런 모순을 인정하고, 실수를 예견하면서도 삶의 발걸음을 내디딘다는 것.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에.<br/><br/>네 가지 말했는데 글이 길어졌네.... 여기까지만 쓰고 다음으로 '희망'이라는 책을 읽어보고 싶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584/37/cover150/8998441012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843736</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난 권력욕 없는 사람이 좋아 - [셋이 되어 버렸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49184</link><pubDate>Thu, 30 Apr 2026 16: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4918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42137853&TPaperId=1724918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70/20/coveroff/k84213785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42137853&TPaperId=1724918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셋이 되어 버렸다</a><br/>김화요 지음, 근하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04월<br/></td></tr></table><br/>고학년 여학생들의 관계 문제를 다룬 동화책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이 책도 제목을 보는 순간, '아~ 대충 알겠다' 이런 느낌이었다. 게다가 더이상 나에게는 관심사도 아니기에 읽을까말까 하다가 감기로 집에 틀어박힌 날, 한번 꺼내서 넘겨봤다. 오, 의외로 잘 넘어가서 다 읽어버렸다. 내용도 뻔하지 않았다. 주제를 상당히 잘 다룬 작품이며 직면할 지점도 잘 짚어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내가 그럴 일은 없지만 고학년 여학생들과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면 이 책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내 생각과 같아서 속이 시원했던 것도 있다.<br/><br/>화자인 손여울은 6학년 첫날 잔뜩 긴장해 있다. 대다수의 고학년 여학생들이 이렇다고 들었다. 나는 뭘 그렇게까지 할까 생각하는데 걔네들 생각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3월 초는 그들의 '소속'을 결정짓는 기간이다. 1년간 몰려다닐 그룹, 그리고 안전한 '단짝'을 만들고 고정시키는 기간인 것이다. 여기에서 도태되면 1년이 괴롭단다. 그래서 이 보이지 않는 움직임은 매우 치열하다고 한다.<br/><br/>소극적인 여울이에게 다행히도 자은이가 말을 걸고 옆자리에 앉았다. 귀엽고 활기차고 애교가 많은 아이였다. 둘은 첫날부터 같이 하교한 것을 시작으로 완전한 단짝이 되었다. 여울이가 바라는 것이 다 이루어진 듯했다.<br/><br/>하지만 자은이는 여울이와 다른 점이 많았다. 그중 독자들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하는 성향이 있었으니 바로 '급'을 따진다는 것이었다.<br/>"성준희가 신다빈이랑 다닐 급은 아니지."<br/>이런 식이다. 자은이가 나눈 급에서 최상위에는 늘씬하고 예쁜 신다빈이 있다. 그리고 자신도 어디쯤에 위치한다. 급이 낮은 아이가 위의 급과 어울리려고 하는 것을 '주제에?' 이런 느낌으로 본다.<br/><br/>헉, 철렁했다. 두가지 이유에서다. 아이들을 가르치던 시절에 유난히 이런 느낌을 많이 받은 해가 있었다. 당연히도 그해는 몹시 힘들었다. 다음으로는 이런 마음이 나에게는 없던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급'이란 말을 직접적으로 쓰진 않는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누군가는 우러러보고 누군가는 업신여기는, 다르게 말하면 누군가의 접근엔 감지덕지하고 누군가의 접근엔 어딜 감히? 라며 불쾌해하는 마음이 내 안에 있지 아니한가? 이것은 어쩌면 다스려야 하는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한다. 오죽하면 인간들은 신분을 만들었을까. 이제 발전된 사회가 되어 제도는 폐지되었지만 무형의 신분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것이 바로 자은이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급'이다.<br/><br/>이것은 권력과도 관계가 있다. 인간의 권력욕은 역사가 증명한다. 모든 살육과 배신, 비정함이 다 권력욕에서 비롯되었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그 크기는 개인차가 큰 것 같다. 분명한 것은 권력욕이 강한 사람은 '다루기 힘들며'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나는 학급이 구성되면 가장 먼저 이 권력관계를 파악했다. 별다르게 불거지는 게 없으면 그 해는 안심했고 눈에 띄는 권력관계가 있으면 늘 주시하며 억제하려 애썼다. 소위 권력추구형 여왕벌이 있고, 자신을 그 급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권력의 콩고물이라도 얻어먹고 싶은 아이들이 시녀를 자청한다. (용어가 그런것이고 여성에게 국한된 것은 아님)<br/><br/>이 책의 신다빈은 권력욕을 거칠게 표출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급'을 당연하게 여기는 아이다. 얘한테도 단짝이 있었기에 관계는 평행한 듯했으나.... 구조가 바뀌는 일이 생겼다. 신다빈 단짝이 전학을 간 것이다. 이후 자은이는 최상위 '급' 신다빈의 시녀를 자청했고, 그래서 [셋이 되어버렸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이다.<br/><br/>그 틈바구니에서 여울이가 한 고생이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그게 다인줄 알았던 여울이에게 '새로운 인간형'들이 나타났다. 이게 이 책의 가장 신선한 점이고 나도 이 부분 때문에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br/><br/>준희와 수아라는 두 아이는 언뜻 단짝으로 보였으나 경계는 없었다. 한마디로 쿨했다. 오는 사람 막지 않으니 따뜻하면서 쿨하다고 할까. 걔네들은 여울이의 호의에 경계없이 고마워했고, 장점을 발견하면 시기없이 칭찬해주었다. 모둠발표까지 성공적으로 하고난 후 함께 다니게 되자 여울이가 조심스레 물었다.<br/>"내가 끼면 홀수가 되니까, 그게, 괜히 불편해질까 봐."<br/>그러자 아이들의 대답들이 넘 좋았다. 아, 난 늘 이런 아이들을 찾고 있었던 것 같아.<br/>"셋이 다니면... 좋은 점이 더 많을 것 같은데. 둘이 있을 때보다 화제도 다양해지고, 혹시 둘 사이에 오해가 생기면 한 명이 중재도 해 주고."<br/>"그리고 세 명이면 메뉴도 세 개 시킬 수 있음. 그럼 세 가지를 맛볼 수 있는 거니 이득."<br/>"우리는 너랑 더 친해지고 싶고, 그래서 같이 다녔으면 좋겠는데. 숫자가 중요한가?"<br/>그렇다. 둘이든 셋이든 뭐가 더 좋다는 법은 없다. 얘네들이 넷이 되지 말란 법도 없고 누군가 자연스럽게 빠지면 또 둘이 될 수도 있는 거고.... 문제는 관계 자체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br/><br/>준희와 수아를 보니 떠오르는 아이들이 있다. 눈에 띄는 (자은이 말대로 급이 높은) 아이들은 아니었지만 교실을 유연하게 채워주던 아이들. 언제나 깍두기들을 품어주던 아이들. 교사인 나조차 내 걱정을 솔직히 말해도 되었던, 그 틈을 살며시 채우고 아무것도 아닌듯 태평하던, 딱히 칭찬도 바라지 않던 그 아이들.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웠던가.<br/><br/>이 책은 이런 아이들의 가치를 높여주어서 내 마음에 딱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권력지향성 또한 천성인 것을 어쩌면 좋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의미가 있다. 그럴수록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성찰은 평생 해야 한다. 이 말이 이해가 안가면 부모님께 노인정 이야기를 좀 들어보면 단번에 이해 갈걸? 아이들도 노인들도 평생 돌아보아야 할 관계 이야기를 이 책은 요란스럽지 않게 잘 담았다. 부디 모두들 관계 속에서 평안하시길....]]></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70/20/cover150/k84213785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0702016</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연대하는 가시 - [돌말의 가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44281</link><pubDate>Tue, 28 Apr 2026 20: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4428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92137645&TPaperId=172442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59/35/coveroff/k89213764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92137645&TPaperId=1724428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돌말의 가시</a><br/>김영주 지음 / 서유재 / 2026년 04월<br/></td></tr></table><br/>동명의 작가님들이 많으신 것 같다. 내가 알던 김영주 작가님만 해도 남녀 각각 한분씩 계셨다. 그분들 중 누굴까 하면서 봤더니 또 다른 분이었다. 책도 많이 내신 분이네. 좋은 작가님들도 많고 읽을 책들은 더더욱 많다.^^<br/><br/>작가가 어떤 소재를 발견해내고 그 고유의 특성에 따라 작품의 주제를 표상할 상징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그건 큰 행운인 것 같다. 이 책의 '돌말'이 바로 그러하다. 돌말. 들어는 봤는데 뭔지 잘 몰랐다가 검색해봤더니 식물성 플랑크톤이었다. 먹이사슬의 베이스에 위치하는, 맨눈으로는 보기 어려운 작은 생물.<br/><br/>그 돌말을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가시가 있는 종류가 있는데, 그들은 그 가시로 서로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깍지를 낀다고 한다.<br/>"돌말은 서로의 가시를 붙잡고 깍지를 껴.<br/>그렇게 하나둘 모여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지.<br/>보석처럼 빛나는 무늬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br/>세상이 살만해 보이더라."<br/>이것이 이 소설의 중심 이미지이다. 돌말을 관찰해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상상할 수 있다. 인간의 시력으로 볼수 없는 미시세계의 환상적인 이미지를. 그 한 장면으로 풀어간 이 청소년 소설은 그 이미지만큼이나 섬세하고 아름답다.<br/><br/>주인공들의 처지가 밝은 것은 전혀 아니다. 처음부터 한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버린 사건이 나와서 흠칫 놀랐다. 결말까지 이 아이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버릴 수가 없었다. 나머지 아이들은 이 과정들을 통해 성장했으니 그래도 괜찮았어... 할 수는 없었다. 누구에게나 생명은 하나뿐이니까. 슬픔이란 자국은 지우지 못하고 그냥 안고 가는 것이다. 뒤늦게 알게된 그 아이의 마음에 남은 사람들은 안타까움과 후회가 남지만 그것도 그것대로....<br/><br/>민주의 죽음 때문에 서로 잘 모르던 세미(화자)와 수현(남학생)이 엮여서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수현이는 얼핏 돈독이 오른 비인간적인 놈으로 보이는데, 세상에 의지할 데라곤 한 군데도 없이 혼자 힘으로 서야 하는 보육원 출신 자립청소년이다. 그가 무슨 일이든 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건 그나마 건강한 지표라고 하겠다.<br/><br/>세미로 말하자면 부모님은 계시지만 아빠가 빚쟁이... 돈사고의 고충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것이다. 수없는 이사와 늘 긴장해야 하는 형편은 아이를 고립시켰다. 부모님께도 친구들에게도 속마음을 말하지 않는 까칠한 아이로 성장시켰다.<br/><br/>말하자면 각자의 아이들은 가시를 잔뜩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랐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가시를 '돌말의 가시'에 대입시켜 공격의 가시가 아닌 연대의 가시로 만든다. 이상적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연대하는 이들은 팔자가 좋아서가 아니다. 그들이 깍지를 낀 모습들은 작가가 제시하는 이 돌말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다.<br/><br/>적절한 어른 조력자가 나오는 것이 이 소설의 특징이자 다행스러운 점이다. 담임선생님의 친구 선홍쌤. (담임선생님이 소개) 동네 후미진 서점에서 아이들과 과학동아리를 하고 관찰샘플을 채취하고 정리하는 일들을 하는. 실속없는 일은 절대 안하려는 나랑은 너무 달라서 선뜻 이해는 가지 않지만 이런 넉넉한 마음의 어른들이 그나마 아이들을 살린다. 아이들 자체의 자생력도 있긴 하지만 어른의 존재도 필요하다.<br/><br/>현미경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를 작은 세상에 감탄해마지않을 아름다운 형상이 있다. 저마다의 세상이 모두 이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아름다움에 현미경을 대어준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표지에 보일듯말듯한 제목마저도 그 이미지와 함께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59/35/cover150/k89213764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0593540</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벌써 12년이 지났지만 -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22438</link><pubDate>Fri, 17 Apr 2026 13: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2243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7006&TPaperId=1722243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72/74/coveroff/k12213700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7006&TPaperId=1722243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늘은 나의 생일이야</a><br/>진은영 지음, 이수지 그림 / 초록귤(우리학교) / 2026년 04월<br/></td></tr></table><br/>읽고나서 살펴보니 4월 16일을 발행일로 찍고 나온 책이다. 어느새... 12년이 지난 4월 16일.<br/><br/>97년생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가던 그해, 2014년에 그애들은 고2였고 살아있다면 올해 서른이다. 그사이 취직도 했겠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룬 아이들도 있겠지. 그 과정을 지켜보며 세월 빠르네, 말하며 어쩌면 할머니 할아버지도 되었을 엄마 아빠들은 여전히 무뎌지지 않는 아픔 속에서 이날을 맞았겠지.<br/><br/>어제가 그날이어서 페북에서도 많은 추모 포스팅을 보았다. 12번째 추도회에 처음으로 대통령도 참석했다는 뉴스도 보았다. 많은 재난들이 있었고 어느하나 슬프지 않은 것은 없지만 이 재난은 여전히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고 있어 답답하고 언제쯤 제대로 된 추모를 할 수 있을지 안타까운 마음이다.<br/><br/>날씨도 궂던 그해의 4월을 분명히 기억한다. 전원 구조되었다는 오보에 안심했던 전국민은 정반대의 현장에 기함했다. 전국민이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보는 눈앞에서 많은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수장되었다. 그 집단적 패닉을 어떻게 잊을까. 하지만 조금씩 무디어진 나를 느끼기는 한다. 하지만 부모는 그럴 수가 없겠지.<br/><br/>제목만 보고는 이 책이 세월호 이야기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lt;오늘은 나의 생일이야&gt;<br/>하지만 첫 장을 넘기자 바로 알게 되었다.<br/>"엄마 미안,<br/>2킬로그램 조금 넘게,<br/>너무 조그맣게 태어나서 미안.<br/>스무 살도 못되게,<br/>너무 조금 곁에 머물러서 미안."<br/><br/>화자는 그때 떠난 학생 중 한 명인 예은이다. 그해 가을 예은이의 생일날 진은영 시인이 썼던 시를 그림책에 맞게 조금 다듬은 것이다. 그날은 또다른 한명의 생일이기도 했다. 예은이의 쌍둥이 언니. 쌍둥이 자매를 잃고 혼자 남은 아이의 심정은 어떨까. 시인은 그 언니를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br/>"나의 쌍둥이 언니, <br/>나와 손잡고 세상에 와줘서 정말 고마워.<br/>나는 언니가 행복한 시간만큼 똑같이 행복하고 <br/>언니가 사랑받는 시간만큼 똑같이 사랑받을 거야.<br/>그니까 언니, 알지?"<br/><br/>이렇게 언니나 할머니, 친구들을 부르기도 하지만 예은이의 편지는 (진은영 시인의 생일시는) 주로 엄마아빠를 향한다. <br/>"엄마 아빠!<br/>나를 위해 걷고<br/>나를 위해 외치고<br/>나를 위해 싸우고<br/>그날 이후에도 많이 사랑해줘 고마워.<br/>엄마 아빠, <br/>아프게 사랑해줘 고마워."<br/>그날 이후 엄마아빠가 싸워야 했던 세월을 위로하는 느낌이다. 자식을 그렇게 잃은 슬픔을 덜어주진 못할망정 상처를 파헤치고 모욕까지 주었던 그 세월을 생각하면 하늘에서도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그래서 꼭 말하고 싶을 것 같다. 저는 괜찮아요. 저는 잘 있어요. 부디 우리 엄마 아빠를 지켜주세요. 더이상 슬프지 않게 해주세요. 이런 슬픔이 또 있지 않게 해주세요.<br/><br/>이 책 또한 이러한 예은이들의 마음에서 나온 책이라고 생각한다. 예은이들은 자신들이 잘 있다는 말로 부모를 위로한다. 그보다 더 큰 외로가 있을까.<br/>"엄마,<br/>여기에도 아빠의 넓은 등처럼<br/>나를 업어주는 뭉게구름이 있어.<br/>여기에도 친구들이 달아준 리본처럼<br/>구름 사이에 햇빛이 눈부시게 펄럭이고."<br/><br/>이 장면과 며칠 전 알게된 이찬혁 솔로앨범에 있는 '장례희망'이라는 곡이 교차되었다. 그렇다고 슬픔이 기쁨이 될 수는 없지. 하지만 엄마아빠들의 작았던 기쁨 옆에 나란히 등을 댄 거대한 '슬픔'도 이제는 딱지가 앉은 모습이길 기도한다. 우리가 함께 기억하며 목소리를 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72/74/cover150/k12213700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727411</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라라라가 널리 퍼지길 바라며 - [오늘도 호라는 라라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08063</link><pubDate>Fri, 10 Apr 2026 11: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0806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42137692&TPaperId=172080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43/57/coveroff/k14213769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42137692&TPaperId=1720806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늘도 호라는 라라라</a><br/>김선정 지음, 권송이 그림 / 사계절 / 2026년 03월<br/></td></tr></table><br/>어린이들이 동화를 읽는 것은 여러 의미와 가치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내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친구를 만나는 일'이다. 현실친구가 아닌 상상 속의 친구라 해도 이 시기에는 중요하다. 우리가 어릴 때 삐삐나 앤이나 앨리스나 도로시와 친구가 되었던 것처럼. 이런 친구들은 배울 점이 많아서라기보다도 친근해서 끌린다. 그리고 친구가 되어보면 알게 된다. 실수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나와 닮았지만 선량한 친구라는 것을.<br/><br/>국내 동화 중에도 이런 '친구' 주인공이 시리즈로 나오는 경우가 꽤 있다. 유은실 작가님의 &lt;나도 편식할 거야&gt;에 나오는 정이. 김리리 작가님의 이슬비. 심윤경 작가님의 은지와 호찬이 등등. 깜냥이나 백꼬선생 같은 동물 캐릭터까지 넣는다면 셀 수도 없겠다.<br/><br/>그 친구들 중에 '호라'를 추가하고 싶다! 이 책이 (1)이라는 번호를 달고 나오진 않았지만 새로운 상황과 에피소드를 추가하며 계속 나오면 좋을 것 같다. 호라는 위에 말한 친근함의 조건을 찰떡같이 갖추었다. 거기다가 작명도 너무 잘하신 거야. 호라! 성까지 붙이면 오호라! 거기에 서브주연인 남동생 이름은 오동경인데 '동동이'로 통한다.^^<br/><br/>호라네는 행운동의 행운빌라에 산다. 건너편에는 파크뷰 아파트가 있고 친구들 대부분이 거기 살지만 격차나 자격지심 차별 이런 문제가 나타나진 않는다. 호라 남매는 행운빌라 주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행운빌라는 언덕배기에 있는데 조금만 올라가면 산이고, 밭도 있고, 버려진 강아지였다가 주민들이 공동으로 돌보는 복구도 있다. 도시 속 시골이랄까. 집값 면에선 거들떠도 안볼 집일거 같지만 살기에는 참 좋아보인다. 특히 놀기에 좋다!<br/><br/>그런 호라와 동동이가 만들어가는 사소하고 때로는 좀 별난 이야기들의 연속이다. 이런 구성이라면 2,3권...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이 책은 100쪽 남짓의 저학년용 동화이고 6개의 작은 장이 들어있다.<br/><br/>[울음 그치면 말해]를 읽어보면 호라는 울면서 말해서 의사전달을 잘 못하는 약점이 있었다. 가만히 보니 선생님은 다른 우는 애들한테는 잘해주시는 거 같은데 불공평해 보였다. 어느날 호라는 아빠한테 '데이터'라는 어려운 말을 배우고 나서 데이터 수집에 들어간다. 모은 데이터로 선생님께 대화를 요청했다.<br/>"선생님, 제가 주장할 게 있어요. 데이터를 갖고요."<br/>어리둥절한 선생님은 그 '데이터'를 살펴보셨고 공감과 사과도 해주셨다. 물론 앞으로 같은 상황에서 호라의 적절한 처신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으셨다. 좋은 선생님이다. 아빠는 자신의 교육이 먹힌 걸 흐뭇해했지만 엄마는 마지막 선생님의 조언에 방점을 찍는 걸 잊지 않았다. 이렇게 보호자들이 균형 잡혀 있어야 아이들이 바르게 큰다.<br/><br/>[선택이 중요해] 장에서는 "인생은 선택이라니까" 라는 엄마의 말을 듣고 셀프 선택체험을 하는 호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호라는 하루 하고는 힘들어서 포기하겠다고 하고, 엄마는 그게 바로 선택이라고 알려준다.ㅎㅎ<br/><br/>[소원이 살랑]에서는 동동이가 주인공이다. 요즘 아이들은 우체통을 잘 모르지? 호라도 방금 들어서 알았으면서도 동동이한테 그것도 몰랐냐고 하면서 '소원을 요정한테 전해 주는 통'이라고 골려먹는다. 그 말을 그대로 믿은 우리 일곱살 동동이는 어떤 소원을 넣을까요?^^<br/><br/>슬픈 일도 있다. [이상한 인사]에서는 행운빌라 101호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장례식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슬프지만 한편 따뜻하기도 했다. 다들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많았다.<br/><br/>마지막 [새로운 이웃]은 혹시 다음 권으로 이어지는 복선은 아닐까? 101호가 비고 거기에 엄마 친구네가 이사온다고 한다. 그 집에는 쌍둥이 형제가 있다!! 과연, 이사오는 날부터 심상치 않은데 이제 넷이 얽히면 행운빌라가 들썩들썩 하려나?^^<br/><br/>얘네들이 많은 어린이 독자들의 친구가 되길 응원하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야겠다. 우리 호라랑 동동이 넘 예뻐! 쌍둥이들은 아직 아니지만 정이 덜 들어서 그렇겠지? 호라의 '라라라' 오늘이 계속 이어지길. 하나 더, 어렵지만 바란다면 '라라라'가 현실 아이들에게도 퍼져나가길. 책 속에만 갇힌 '라라라'는 슬프니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43/57/cover150/k14213769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435776</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고통으로 빚어낸 행복의 역설 - [말로는 다 할 수 없어서 - 한쪽 가슴breast를 보내고 더 큰 가슴heart를 얻은 두 친구의 유방암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05009</link><pubDate>Wed, 08 Apr 2026 21: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0500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72136945&TPaperId=1720500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34/6/coveroff/k67213694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72136945&TPaperId=1720500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말로는 다 할 수 없어서 - 한쪽 가슴breast를 보내고 더 큰 가슴heart를 얻은 두 친구의 유방암 이야기</a><br/>박가빈.박송아 지음 / 훈훈 / 2026년 02월<br/></td></tr></table><br/>저자 중의 한분이 건너 아는 분이어서, 책을 쓰셨다기에 사보았다. 그보다 먼저 들었던 소식은 이분이 '아만자"(이 책 속의 표현. 제대로 쓰면 암환자)가 되셨다는 소식이었다. 대학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강의를 하시고 연주를 비롯한 문화 관련 일들도 많이 하시고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일처럼 마음을 내주는 사람이라고 느꼈기에 안타까웠다. 왜 할 일 많은 사람에게... 왜 40대의 젊은 나이에... 이런 생각으로 속상해했지만 직접 아는 사이는 아니어서 근황을 바로바로 알진 못했다. 책이 나온 걸 보니 어떤 고비를 넘은 상황이 아닐까 생각하며 조금 안도하는 마음이 됐다.<br/><br/>추천사를 보니 '지선아 사랑해'를 쓰신 이지선 교수님과 친구였구나! 그 책은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책 중의 한 권이다. 30대 젊은 시절에 그 책을 읽었다. 지선 씨는 20대였던 때다. 나보다 어린 그녀가 이런 고통의 터널을 넘어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전신 화상을 입고 수많은 수술과 치료를 하며 고통을 견뎌야 하는 그 상황에서 인간이나 신을 저주하지 않고 믿음이 더욱 또렷해지는 그 과정을 숨죽이고 지켜봤다. 당시 어떤 신앙서적보다도 믿음의 지침서가 되었다. 이후 나도 조그만 사고로 한쪽발에 화상을 입게 되었는데 그때 깨달았다. 고통이란 다른 것과 병행이 불가하구나. 그냥 그 고통을 느끼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구나. 지선 씨의 책을 읽었지만 진짜로 실감하진 못했던 것이다. 잠 못 이루던 밤 내내 지선 씨를 생각했다. '지선 씨, 미안해'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리기도 했던 것 같고 그를 위해 기도하기도 했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기란 이렇게 어렵다. 이 책을 읽고 20여 년 전의 기억을 또 떠올린다.<br/><br/>공저자인 두 분은 30년지기 친구라고 한다. 같은 질병까지 갖게 되었으니 위로도 되었겠지만 참 복잡한 심경이기도 했겠다.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바랄 사람은 없으니... 하지만 그렇게 되어 함께 책도 쓸 수 있었으니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들이 함께 겪었던 유방암의 투병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에서도 지선 씨의 책처럼 신앙을 느낄 수도 있지만 신자들 대상으로 쓴 책은 아니다. 같은 환우들에게 참고가 되고 더불어 위로와 견딜 힘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질병은 아니라도 결국 인간은 대부분 질병으로 무너질 존재이기에 누구나 읽어봐도 의미가 있는 책이기도 하다.<br/><br/>1부는 박가빈 작가가, 2부는 박송아 작가가 썼다. 투병의 과정은 주로 여기에 담겨있다. 3부는 여러 주제에 대하여 작가들의 단상이 번갈아 나오는 구성이다. 이런 책이 모든 과정을 지난 후 줄줄이 나오기는 어려우니 결국 평소 기록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아픈 중에도 기록을 남긴 저자들이 훌륭하고, 인간의 기록의 의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br/><br/>박가빈 작가의 글에서는 유방암 수술의 과정과 함께 환자의 심리를 잘 들여다보게 되었다. 사회에서 아무리 유능했던 사람도 환자복을 입혀 놓으면 떨고 있는 작고 외로운 존재일 뿐이다. 그는 그 마음을 숨기지 않았으며 잘 들여다보기도 했다. 1인가구였던 저자가 퇴원 후 부모님 집에서 잠시만 머물고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기 집으로 왔다가 집에 난데없이 번진 작은 벌레들 때문에 다시 돌아가 절규하는 장면이 나온다. 더한 고통도 참았던 그였기에 가족들은 당황했을 것 같지만 한편 너무 공감되었다. 자기주도력이 있는 상황과 없는 상황은 사람을 그렇게 바꾸어 놓는다. 그러니 환자 옆에는 조용히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꼭 있어야겠다.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br/><br/>박송아 작가의 글에서 알게 된 점은 항암의 과정이었다. 막연히 항암은 힘들다, 머리카락이 빠진다 정도로만 들었던 내게 그 구체적 과정은 읽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지만 처음 알게된 내용들이 많았다. 하루가 48시간인 듯 살아왔던 저자가 전혀 자의가 아니게 일들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과정도 감동적이었다. 그러면서 알게되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 신과 인간에 대한 감사도 역시 그러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이 힘겨운 고통의 과정 또한 인생에서 소중했다고 말한다. 작은 고통도 두려운 나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지만 당사자들이 느낀 농도깊은 감정과 생각을 독자 또한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br/><br/>육신의 질병과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것이다. 최대한 미루고 싶은 마음과 공포가 본능적으로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다. 최대한 건강습관을 가지고 살아가되 미리 너무 두려워하진 말자고. 그럴 에너지가 있으면 나 자신에게, 주변의 사람들에게 더욱 집중하자고. <br/><br/>작가님들이 이제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며 회복하시길 빈다. 그리고 독자들과의 만남도 넓혀가시면 좋겠다. 다정하고 소박한 형태의 북토크 같은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에 가까웠던 고통이 남은 삶을 더 알찬 맛으로 빚어놓은 느낌이다. 항암 중에 고무줄 씹는 맛이던 음식이 이제 제맛으로 느껴지시는 것처럼. 그래도 결국 우리 모두는 마지막 길을 갈테지만 너무 두려워 말고 갔으면 한다. 이제 생에서 바랄 것은 체에 거른 듯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그중 따스하게 잡는 손, 이해하는 눈빛이 최고일 것 같다. 나를 위해 시간을 내주고 기도해 주는 사람이 가장 고마운 사람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은 해보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34/6/cover150/k67213694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340693</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둔감력도 역량이라고? - [작은 일에도 예민해진다면? 둔감력 기르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00142</link><pubDate>Mon, 06 Apr 2026 14: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0014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42137867&TPaperId=1720014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65/44/coveroff/k24213786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42137867&TPaperId=1720014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작은 일에도 예민해진다면? 둔감력 기르기</a><br/>김현수 기획, 최와니 지음, 우지현 그림 / 우리학교 / 2026년 03월<br/></td></tr></table><br/>인간의 역량은 수많은 것들이 있지만 '둔감'에도 '력'자를 붙여야 하다니!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은 '둔감'이 좋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바탕에 있는 거겠지. 보통 "너 참 둔하다" 라는 말은 기분좋은 말이 아니니까.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예민성이 문제로 떠오르면서 둔감은 그저 특징이 아니고 갖춰야될 역량이 되었다.<br/><br/>예민 또한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다. 장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예민함이 일상의 즐거움과 편안함을 빼앗아가고 심리적 고통을 안겨줄 때 문제가 된다. 이 고통은 본인 한명으로 끝나지 않고 주변 사람들도 힘들게 한다. 결국 공동체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br/><br/>이런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느낌이 든다. 단지 느낌인건지, 연구 결과나 통계가 있는 건지 궁금하다. 이 책은 김현수 교수님을 대표로 함께 공부하는 관심단(관계의 심리학을 연구하는 교사단) 선생님들의 연구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님이 그 교사단의 일원이다.) 단체의 연구 사례 중 예민한 학생들의 문제점과 둔감력의 필요성에 절감했기에 이런 책도 나오지 않았을까 짐작한다.<br/><br/>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3가지 형식이 반복된다.<br/>(1) 이야기 : 학급에서의 에피소드들이 동화 형식으로 나옴<br/>(2) 사회 정서 역량 기르기 : 앞의 이야기애서 드러난 문제점과 해결 방법들을 설명함<br/>(3) 한번 연습해 봐 : 워크북 형식으로 진단과 연습을 할 수 있음<br/>세 가지 모두 현장 경험이 풍부한 현직 교사가 쓰고 만든 것이라 적절하고 방향이 잘 잡혀있다.<br/><br/>본문 중 민재랑 지윤이는 불안이 높고 긴장이 심하며 감각이 예민하고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아이들이다. 유찬이는 덜렁거리고 주변을 개의치 않고 속전속결을 추구하며 허용의 범위가 넓은 아이다. 어느쪽이 옳다기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책 속 이야기 안에는 각각의 아이들의 겪는 어려움과, 성향이 다른 아이들이 어울렸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약간의 갈등구도도 보여준다. 하지만 두 성향이 균형을 잡을 때 최상의 결과가 나타나는 흐뭇한 가능성도 보여준다. 각 성향의 아이들이 읽으면서 자신도 이해하고 다른 성향의 아이들도 이해하며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는, 말하자면 '사회정서학습'의 지침서로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바로 '스스로 연습하는 사회정서학습' 시리즈 중 한 권이다. <br/><br/>시리즈의 다른 책 제목을 보니 '거절하는 법', '화 다루기' 등이 함께 출간되어 있다. 이런 것도 따로 배워야 되는 세상인가 생각하면 슬프기도 하지만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게 책으로 나와있으니 없는 것보다는 얼마나 다행인가 라는 생각도 한다.<br/><br/>이런 책을 읽으면 자신을 대입해보게 되는데, 나는 유찬이보다는 민재나 지윤이쪽에 가깝지만 극단적이진 않다는 진단을 하게 됐다. 예민한 건 맞는데 주변에 표는 크게 안내고 그럭저럭 살았구나 하는.... 그러나 특히 감각 과부화 문제(나의 경우에는 청각이 매우 심하고 촉각도 약간)에 무척 공감했다. 이건 낫는 것도 아니고 평생 가져가는 문제이니 어떻게 다스릴지가 각자에게 주어진 과제가 되겠다.<br/><br/>이책을 부모님들도 좀 읽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민한 아이 뒤에 예민한 부모가 도사린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분들은 자녀의 예민함을 매우 어필한다. 아마 이 책을 보여드리면 "둔감력? 그런걸 키우라고?" 하면서 화내실 것 같다.^^;;;;; 각자의 특성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게 본인을 힘들게 하는데 좀 누그러지면 좋잖아요. 물론 저를 볼 때 그 성향은 평생을 가요. 하지만 발현을 좀 조절할 수는 있습니다. 마음을 열고 한 번 읽어보시죠!^^]]></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65/44/cover150/k24213786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654445</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심리적 고통의 집요한 총망라 - [남극]</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93301</link><pubDate>Thu, 02 Apr 2026 23: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9330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034089&TPaperId=1719330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079/65/coveroff/k75203408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034089&TPaperId=1719330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남극</a><br/>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2월<br/></td></tr></table><br/>도서관 신간코너에 이 책이 꽂혀 있는데 작가 이름이 클레어 키건? 남이 집을세라 얼른 집어들었다. &lt;이처럼 사소한 것들&gt;과 &lt;맡겨진 소녀&gt;를 읽었으니 이 책이 세번째인가보다 했는데 아니었다. 이 책은 다섯번째, 내가 몰랐던 두 권이 더 있었다. 그런데 출간 순서는 쓴 순서와 다르다. 우리나라에선 다섯번째로 출간된 이 책이 작가가 가장 먼저 쓴 책이라고 한다. 2,30대의 젊은 시절에.<br/><br/>그래서 그런가..... 앞서 읽은 두 권에서는 상황은 열악할지라도 믿을만한, 완벽한 선인은 아니라도 고민하며 따뜻하게 살아가려 애쓰는 인물들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저 서늘하고 가혹하기만 하다. 젊은 시절 매서운 눈매로 세상을 보던 작가가 나이가 들면서 빛의 따스함을 조금씩 넣기 시작한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그 책들도 문체가 부드럽지는 않았다. 매우 절제된 언어로 간결하게 표현되었다. 하지만 독자들은 차갑고 절제된 언어 사이에 따스한 공간들을 제법 만들 수 있었고 비교적 짧은 그의 작품들을 풍요롭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역순으로 본 셈이긴 하지만 한 작가의 작품 세계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너무 무섭긴 했지만.ㅠ<br/><br/>간결함이 특징인 작가는 단편 길이도 여느 책들보다 짧아서 300쪽 남짓 되는 이 책에 실린 단편이 무려 15편이나 된다. 짧아도 어느 하나 가벼운 게 없어서 읽는데 시간은 제법 걸렸다.<br/><br/>첫번째이자 표제작인 [남극]부터가 입을 틀어막을 섬뜩함을 선사했다. 작가가 '바람피면 골로간다' 이런 정도의 주제로 작품을 쓰진 않았을 텐데 대체 이게 뭐람? 한 여자가 문득 남편 말고 다른 남자랑 자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맹랑하게도 실행에 옮겼다.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온다는 핑계로 도시로 떠났다. 의도한 대로 착착, 남자도 만났고 만족한 시간도 보냈고... 하지만 그녀는 집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이게 형벌이라면 형벌치고는 너무 가혹하지.... '바람 피우지 말고 정숙하게 살아라'도 아닌 것 같고 '모험 걸지 말고 살던 대로 살아라'도 아닌 것 같은데 대체 뭐지? 하룻밤 함께했던 여자에게 그녀의 입으로 말했던 지옥을 그대로 선사하는 남자는 대체 어떤 인간인가? 세상에는 저런 인간이 어느정도 비율로 존재하는 것일까? 혹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게 아닐까? 이 작품은 이처럼 세상과 인간에 대한 공포심과 경계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녀의 최후는 나오지 않았고 최후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만약에 최후라고 한다면 그건 어떤 최후일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총질 칼질만 무서운게 아니다. 이런게 더 무서운 것 같아. 어휴.ㅠ<br/><br/>[키 큰 풀숲의 사랑]에서 사랑은 말하자면 불륜이다. 아내 있는 의사와의 사랑. 이 작품에선 잔인하거나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사랑의 측면에서 본다면 아프다기보다 어정쩡하다. 오히려 그래서 슬프달까... 남자는 아내한테 들켰고 가정을 선택했고 여자한테는 10년 후를 기약했는데... 그리고 그 약속은 10년이란 세월에 빛바래고 바스라져 버렸을 수도 있었는데, 의외로 그들은 거기에 왔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의 어색하고 민망한 구도가 사랑의 모양이 참 별로라고 알려주는 듯.... 풋풋한 청춘사랑이 아닌 담에야 사랑이 로맨틱하긴 어렵다. 오히려 모냥빠지고 비루하다. 어느 순간에는 '깨게' 된다. 이 작품이 말해주는 서늘한 현실은 이것일까? 확실히는 모르겠다.<br/><br/>[진저 로저스 설교]도 내게는 순위권으로 끔찍했다. 화자인 여자아이는 막 사춘기에 들어선 소녀이고, 내가 보기엔 성적 호기심이 강렬한 아이인 것 같다. 그집 농사일을 많이 돕던 아저씨가 폭설로 하루 그집에 묵던 밤 어떤 일이 일어났고 이후 아저씨는 목을 매었다. 근데 어리둥절한 점은 그 가족이 춤추고 놀면서 이야기가 끝난다는 거야. 마치 필사적으로 즐거우려고 하는 사람들처럼.... 이 작가는 '필요없는 문장은 하나도 쓰지 않는다' 라는 평이 있던데, 그렇다면 문장을 굉장히 경제적으로 쓴다는 것이고 계산되어 있다는 뜻도 되겠다. 그런 관점에서 난 한 문장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데 "부모님이 미리 이야기를 나눴음을 깨닫는다. 세워둔 계획이 있는 것이다." 라는 문장이다. 이어서 오빠에게 춤을 가르치는 내용이 나와서 그얘긴가 하고 슬쩍 넘어갈 수 있겠지만 왠지 그 문장이 도드라졌다. 오빠의 비난의 눈길과 달리 부모님은 어떤 내색도 하지 않았지만 모든걸 알고 있으며 그 흔적을 지우려고 하는게 아닐까.<br/>세상에 가해자 역할이나 억울한 입장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대체로 경향성은 있다. 물리적 우위에 있는 남성과 어른이 주로 가해자 쪽에 있다. 하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는 걸 간과하고 프레임대로만 판단했다가는 큰일을 치를 수 있다. 그치만 이게 입증이 쉽지 않고, 영원한 비밀로 묻히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세상 일이란게 이렇게 어렵다. 애건 어른이건 남자건 여자건 뻔뻔한 쪽이 갑이고 여린 쪽이 을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상이 그래서 잔인한 거 아니겠어. 이렇게 서늘한 이야기가 또 한 편.ㅠ<br/><br/>읽다보니 살짝 희망적인 작품도 발견하긴 했다. [화상]이라는 작품이었다. 아 근데 그건 다 읽고 나서 마지막에 발견한 한줄기 카타르시스이고, 그 과정은 너어무 끔찍해. 소재가 바퀴벌레이기 때문이었다. 한마리만 발견해도 잠을 못 자는 내게 그 근원지를 터뜨려 쏟아져나오는 바퀴벌레떼에 대한 묘사는 너무 고문이었단 말이지... 와 작가님 젊었을 때는 정말 장난아니셨구나....ㄷㄷㄷ 그래도 새엄마를 아직 어색해하는 재혼가정이 바퀴벌레 소탕에 함께 몰두한 장면을 보니 이제 박멸만 하면 깨끗해지겠다 싶기도 했다. 그렇게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바퀴벌레를 소재로 넣은 건 너무 악취미다 싶긴 했지만 희망의 극대화다 이렇게 해석해도 되려나? 내맘대로.^^<br/><br/>첫 작품 [남극]과 유사한 섬뜩함을 담은 작품도 있었다.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화자가 누군가한테 말하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 화자가 여자라고 느낀 건 나의 착오일까? 작가의 유도였을까? 심지어 본인이 어부라고 소개했는데도 난 여자 어부네... 라고 생각했다는....;;; 중간쯤에 남자인 걸 깨달았는데, 그는 살인 범죄자에게 말려들어서 그의 배로 단둘이 바다 위에 있었다. 배도 그의 배이고 범죄자는 수영도 못하는 사람이니 뭔가 방법이 있을 것 같았지만 결말은 [남극]의 그녀와 비슷한 신세... 진짜 이 작가는 독자에게 긴장감을 넘어 심리적 고통을 안겨주는데 천재적인듯... 화자는 자신의 선택이 '뱀보다 마귀를 선택한 것' 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심리적 배경이 목사였던 아버지가 어린시절 자신에게 행했던 잔인한 처벌 때문이었음을 알려준다. 어릴때 그는 도둑질을 한번 했고, 아버지는 죄에 대한 경고를 아주 섬뜩한 방법으로 했다. 뱀으로... 죄를 지어도 신이 무조건 용서하실 거라는 식의 도덕적 불감증을 가진 종교교육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공포와 죄책감으로 강박하는 교육은 더더욱 끔찍하다. 인간에겐 중간보다 양극단으로 가는 경향이 있는 것일까. 그게 자식을 이와같이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라는 심리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게 만든 건 아닐까. [남극]에서는 조심하지 않아서 파멸한 주인공을 그리더니 여기서는 저지르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늪에 빠진 주인공을 그리는가.... 이러나 저러나 참 지독한 심리극이다.<br/><br/>너무 길어지니 마지막 [여권스프] 한 편만 더 얘기하고 마칠까 한다. 마지막답게 최악의 고통을 그렸다. 나는 고통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이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누군가랑 고통에 대해서 잠깐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가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마음이 힘들대도 신체적 고통을 넘을 순 없는 것 같아." 나도 동의했지만 내가 마음속에 한가지 남겨둔 예외가 있었다. 바로 이 책의 이야기다. 자식의 실종, 즉 자식의 생사를 모르는 것이다. 연인의 배신도, 일의 실패도 시간이 지나면 어찌어찌 아물고 살게 마련이다. 하지만 자식의 실종은 하루하루가 데굴데굴 구르는 고통일 것 같다.<br/>더구나 부부는 이 일에 있어 협력하거나 위로하는 관계가 아니다. 엄마는 아빠에게 "당신이 괜히 요정 얘기를 해서" 라고 원망하며 극도의 증오를 드러낸다. 그 원망의 형상화가 바로 '여권스프'이다. 그게 뭔지는 말 안할래... 아 너무 끔찍하다.ㅠ<br/>인간은 이런 고통 가운데서도 본능적으로 고통을 잊는 '행위'를 하게 되어있나 보다. 아내의 가학행위도 일종의 그런 것 아닐까. 남편도 그렇다. 마지막 문장이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이다. <br/><br/>15편 중에 겨우 몇 편 골라 썼지만 그래도 글이 길어졌다. 한줄평으로 줄이라면 '심리적 고통의 총망라'라고 하겠다. 읽는 동안 재밌었다는 말은 못하겠다. 힘들었다. 하지만 알고 싶은 욕심으로 읽었다. 작가의 작품 경향이 20여년 간 이 책에서 &lt;이토록 사소한 것들&gt;로 옮겨간 과정을 볼 때, 다음 책이 나오면 꼭 읽고 싶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책은 이제 그만 읽어도 되겠다. 이 한 권으로 충분히 경험한 느낌이다. 실제로는 아직 더 있겠지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079/65/cover150/k75203408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0796507</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캄캄한 눈으로 밝은 세상에 - [나의 어린 어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84057</link><pubDate>Mon, 30 Mar 2026 16: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8405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039340&TPaperId=1718405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571/36/coveroff/k02203934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039340&TPaperId=1718405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의 어린 어둠</a><br/>조승리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06월<br/></td></tr></table><br/>&lt;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gt;를 뒤늦게 읽고서 조승리 작가의 책을 더 찾아 읽게 되었다. 이번엔 소설이다. 이책이 작가의 첫 소설이고 며칠 전에 &lt;용궁장의 고백&gt;이란 소설이 새로 나온 것을 보았다. 대충 소개를 훑어보았는데 심상치가 않아보였다. 과연 대단한 필력을 품은 작가였구나!<br/><br/>이 책은 단편소설 네 편과 에세이 한 편이 들어있는 책이다. 각 단편들의 주인공들이 모두 시각장애인이라는 얘기는 미리 들었다. 읽어보니 그 모든 주인공이 작가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말하자면 자전적 소설이라 하겠다. 어느정도 픽션은 추가했겠지만 그게 극히 일부일 것 같았다. 더구나 주인공의 생각이나 감정은 정확히 작가의 것 그대로라고 느껴졌다. &lt;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gt; 책의 다른 버전처럼 느끼면서 읽었다.<br/><br/>첫편 [네가 없는 시작]부터 가슴에 콱 들어와 박혔다. 어린 중고등 시절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이자 지극히 현실적인 이별 이야기이기도 했다. 남자아이도 엄마에게 버림받고 아빠마저 돌아가셔서 가엾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그래도 불안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자신의 불행이 더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밝히는 순간 이 사랑이 끝이라 생각해서 언젠가 다가올 그 끝을 최대한 미루며 안타까운 사랑을 누린다. 혹시나 붙잡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는 헛된 것이었다. 대부분은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떠나간다. 나도 그럴 것 같기 때문에 누구를 비난은 못하겠다. 그렇게 여자아이는 '네가 없는 시작'에 발을 내디뎠다.<br/><br/>두번째 제목은 [내 안의 검은 새]이다. 내 안의 검은 새는 불안과 공포라고 나는 해석한다. 앞이 보이는 내 안에도 검은 새가 있다. 시력을 잃어가는 그에게는 오죽할까.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푸른 하늘을 훨훨 나는 새를 바라본다. 엄마의 품에 안겨서였다.<br/><br/>이 작품 안의 엄마와 아빠는 대조된다. 아빠란 인간의 행태가 너무 화나는데, 사실 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난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 주말부부인 이집에서 농사일은 거의 엄마 차지인데, 엄마가 농사규모를 늘린 다음부터 (아무래도 딸의 앞날 때문이지 않을까) 아빠도 손을 보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엄마는 지치도록 농사일을 하고 들어와서도 식구들 끼니를 챙기고 딸의 마음까지도 챙긴다. 하지만 아빠는 안하던 일 좀 했다고 온갖 생색을 내며 딸에게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이 대비를 보며 나를 생각해 보았다. 내가 아무래도 아버지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아서.<br/><br/>자식이 안타까울 때, 그 마음을 화를 내고 구박하며, 한숨쉬고 한탄하면서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일종의 애정표현이라고들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극히 이기적인 애정표현이라는 걸 (말하자면 애정이라 하기도 어렵다는 걸) 이 아버지를 보면서 깨달았다. 딸은 더욱 움츠러들고 작아지고 자신을 무가치하고 걸리적거리는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마음 속의 검은 새가 더욱 커지는 일이다. 하지만 엄마는 달랐다. 엄마의 사랑은 의지로 가득했고 단호했다. 이 사랑이 자식을 살린다. 부모라고 모두다 이런 사랑은 가진 것은 아니다.<br/><br/>[브라자는 왜 해야 해?]에서 주인공은 그리 불쌍하게 표현되지 않았는데 나는 이 작품이 특히 슬펐다. 성인 장애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그 단면을 조금 본 것 같아서 그렇다. 자신을 지킬 지능을 갖지 못한 성인 장애인들이 얼마나 함부로 취급되어 왔는지, 동시에 주변에 얼마나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하는지 알 것 같아서다. 그 손길이 충당되면 큰 문제가 없겠으나 그렇지 못하다면 당사자도 주변인들도 다 괴로운 게 현실이다. <br/><br/>주인공이 특수학교(맹학교) 기숙사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 야무지고 머리가 좋기 때문에 역할이 많이 주어져 여기서 '부장님'으로 통한다. 맹학교지만 성인 중복장애 학생들을 받았다. 주인공의 기숙사에도 두 명의 언니가 있다. '브라자는 왜 해야 하냐'고 하루종일 묻는 부희 언니가 그 중 한명이다. 가끔 다녀가는 부모들을 보며 주인공이 품는 씁쓸함이 곧 독자의 씁쓸함이다. 이 작품이 가장 실화 같았다. 작가님의 특수학교 시절 경험이 반영된 것 같다. 주인공의 성정도 실제와 가장 비슷한 듯하다. 야무지고 부당함을 참지 못하는 '부장님'.<br/><br/>마지막 [나의 어린 어둠]도 작가의 수기 같았다. 바쁜 농사꾼인 엄마의 딸로 지낸 어린시절부터 눈의 질병을 알게되고 받아들이는 시기까지의 이야기다. 엄마의 사랑을 대표하는 '호박부침개'가 오감을 자극한다. 따도따도 끝이 없는 고추밭의 암담함에서 농부의 고단함을 실감하고, 자전거를 사랑했던 아이에게서 작가의 성정을 본다.<br/><br/>소설 뒤에는 에세이 한 편이 추가되어 있다. 쓰는 열망이 살아났다 식었다 하다가 맹렬하게 끓어오르는 과정을 잘 보여주었다. 그 열망이 좋은 열매를 맺어서 정말 다행이다. 좋은 선생님이자 공감하는 독자인 스승을 만난 것도 다행이다. 무엇보다 본인의 노력과 끊이지 않는 이야기의 씨앗이 계속 움트고 있기 때문이다. 첫문단에서 언급한 신간소설도 그렇게 해서 나왔으리라.<br/><br/>"나는 캄캄한 눈으로 세상 가장 어두운 곳의 이야기를 밝은 세상에 내놓겠다고 다짐한다."<br/>마지막 문장이다. 든든한 느낌으로 진심을 다한 응원을 보내드린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571/36/cover150/k02203934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5713665</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감사하며 살아가는 무해한 사람들 - [쓰가루 백년식당]</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75300</link><pubDate>Thu, 26 Mar 2026 17: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7530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6047168&TPaperId=1717530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114/70/coveroff/897604716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6047168&TPaperId=1717530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쓰가루 백년식당</a><br/>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04월<br/></td></tr></table><br/>동화작가는 좀 아는 편인데 소설가들은 잘 몰라서 도서관 갔을 때 서가 앞에 서면 좀 막연하다. 그래서 제미나이한테 한번 물어봤더니 이 작가를 추천해 주었다.ㅎㅎ 내가 어떻게 물어봤냐면,<br/>"일본 소설 별로 안읽어봤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들은 대부분 재밌게 읽었어. 그리고 스미노 요루 작품도 몇권 좋았던 게 있어. 고려해서 다른 작가들 추천 부탁해."<br/><br/>읽어보니 왜 이 작가를 추천했는지 알 것 같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와 무해함? 제미나이는 내 취향을 그렇게 판단했나보다. 뭐 틀린 판단은 아니다.^^<br/><br/>엄청 흥미로운 스토리까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책장이 안 넘어가지도 않았다. 100년식당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4대에 걸친 식당의 이야기인데, 술술 읽히면서 주 화자들의 일상 감정에도 공감이 많이 갔다. 의외로 음식 자체에 집중하는 느낌은 아니었다.<br/><br/>장마다 여러 화자들이 교차되어 나오는데, 식당의 4대손이라 할 수 있는 오모리 요이치가 가장 많이 나온다. 다음으로는 그의 여친인 쓰쓰이 나나미. 그러니까 어떻게보면 연애소설이기도 하다. 현실연애랄까? 우연히 만나고, 호감을 갖고, 연락하고, 만나고, 친해지고 커플이 되고, 알콩달콩하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고, 거기에 오해가 겹치고, 싸우고, 화해하고.... 뭐 그런 이야기들. 나로선 아주 멀어진 시절이지만 자식들 생각도 나고 그들의 현실적 고민이 나이를 떠나 공감도 됐다.<br/><br/>쓰가루 식당은 히로사키라는 시골에 있고 요이치는 독립하여 혼자 도쿄에 산다. 나나미와의 우연한 만남이 운명이 된 것은 둘이 같은 고향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이다. 요이치 부모님은 메밀국수 식당을 하시고 나나미 부모님은 사과 과수원을 하시고. 둘은 대도시에 혼자 와서 살아보겠다고 애를 쓰고 있는 상황.<br/><br/>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나미가 훨씬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존경하는 사진작가의 제자가 되어 조수 역할을 하며 사사를 받고 있으니. 요이치는 광고회사를 다니는 걸로 집에선 알고 있지만 거긴 나온지 오래고 지금은 이벤트 같은 걸 하고 있다. 삐에로와 풍선아트. 난 풍선 공작에 대해서 좀 안좋은 의견을 가지고 있어서 이부분이 살짝 실망되긴 했는데.... 어쨌든 요이치는 뭐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심성도 이쁜 괜찮은 청년이다.<br/><br/>이 둘 외에 중간중간 등장하는 화자로는 아버지인 오모리 겐지 씨가 있고, 1대 할아버지인(말하자면 창업자인) 오모리 데쓰오와 그 부인 오모리 도요 씨도 나온다. (두분도 로맨스가 있음) 고향 친구도 한번 나온다.<br/><br/>젊은 커플의 연애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둘의 진로 때문이다. 나나미가 스승의 인정을 받으며 실력이 늘어갈 때 못난 마음이 되던 요이치가 이해된다. 요이치는 어찌든 도쿄에서 버텨낼 것인가? 나나미가 있는 도쿄를 떠나 백년식당을 이어받아 지킬 것인가?<br/><br/>일본에서는 이렇게 '가업'을 잇는 일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 요즘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훌륭한 맛의 식당이 전통을 이어가는 건 좋지만 꼭 그게 자식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어서.... 혈연관계에 대한 가치는 크게 보지 않지만, 작은 가게의 맛을 소중하게 지켜온 역대 주인장들의 장인정신에는 경의를 표한다.<br/><br/>중간에 굉장히 인상적인 대화가 있어서 적어놓았다. 어떻게보면 눈에 띄게 교훈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너무 진리라고 생각되었다. 이걸 옮겨적고 마치겠다. <br/>"이건 내가 어릴 때, 이 식당을 처음 만든 할아버지한테 몇번이나 들은 이야긴데."<br/>"모든 일의 끝에는 반드시 감사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배웠단다."<br/>"그 말을 생각하면 식당 주인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하루에도 몇 번이나 손님에게 감사합니다, 인사하잖니?"<br/>"고맙다거나 감사하다는 말은 뭐랄까, 좀.... 신비한 힘을 가진 것 같더구나."<br/>나도 이런 마음으로 살려고 애를 써야겠다. 이게 이 책을 읽은 수확이라 하겠다. 이젠 영 헤어졌지만 우리반 어린이들한테 늘 하고 싶은 말도 바로 이거였는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114/70/cover150/897604716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1147050</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챙겨줌을 느끼는 감수성 - [해든 버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72154</link><pubDate>Wed, 25 Mar 2026 13:0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7215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92137703&TPaperId=1717215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49/62/coveroff/k59213770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92137703&TPaperId=1717215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해든 버거</a><br/>동지아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03월<br/></td></tr></table><br/>&lt;해든분식&gt;의 후속편인 것을 척 보면 알 수 있다. 등장인물들도 거의 같다. 2학년 강정인과 주변인들.(가족, 이웃, 친구들)<br/><br/>사실 전편을 읽고 리뷰까지 썼으나 내용을 다 까먹은 참에, 읽다보니 하나씩 생각이 났다. 정인이 엄마는 분식집을 하시지. 거기 신메뉴가 닭강정이었지. 어떤 화제작 드라마에서처럼 여기서도 정인이가 닭강정으로 변신을 했었지. 이번 책도 비슷한 패턴을 유지한다. 변신 판타지도 그대로 반복된다. 말도 안되는 변신이니까 판타지는 맞는데 그것만 빼면 너무 현실동화라서 판타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br/><br/>제목이 해든을 그대로 두고 '분식'을 '버거'로만 바꾸었으니, 닭강정 다음으로 엄마가 내놓은 메뉴가 햄버거인가? 아니면 해든분식 옆에 누가 해든버거를 차렸나? 라는 짐작을 하게 됐는데, 둘다 아니었다. 한가지 짐작은 맞았다. 정인이가 이번엔 닭강정이 아닌 햄버거로 변신한다는 것! 그 변신 스토리 안에 따뜻하고 유쾌한 전편의 느낌이 그대로 이어져 흐른다.<br/><br/>정인이는 엄마가 분식집 일로 바쁘고, 구구단도 잘 못해서 6학년인 언니가 봐주는 신세다. 구박과 설움을 상당히 받을 것 같은 설정이지만 읽다보면 점점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마지막엔 우와 정인아, 너는 진짜로 사랑받는 아이로구나. 너무 충만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한다는 말을 습관처럼 하고, 수시로 포옹하고, 눈에서 하트 뿅뿅이 뿜어져 나와서는 아니다. 다들 일상을 고단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마음써주고 챙겨주는 것이다. 좋아하는 걸 기억해주고, 맛있는 걸 남겨놓고. 이런 사소한 것들이 엄청 중요한 거다.<br/><br/>정인이가 이걸 결정적으로 깨닫는 건 바로 변신되어 있을 때이다. 햄버거로 변해서 식탁위에, 그리고 음식쓰레기통 안에 있으면서. 삼총사 중 두 명이 원플러스원 햄버거를 나눠먹었다는 사실에 살짝 서운함을 느끼던 정인이는 그걸 꼭 사먹고 싶었지만 용돈이 모자랐다. 근데 그걸 언니가 먹었다는 증거를 보게되어 씩씩댄다. 햄버거가 되어서 가만히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네. 언니는 감튀만 먹고 버거는 동생이랑 먹으려고 가방에 넣어놨던 거야! (구구단 봐줄 때는 퉁명스럽고 놀리기도 잘하지만 그렇지도 않다면 현실자매가 아니겠지^^) 삼총사 친구들은 정인이를 기다리며 선물을 나눠가질 궁리를 하고, 엄마 친구 아들 준찬이는 정인이 몫의 음식을 챙기며 정인이가 어디갔나 내심 기다린다. 이런 사랑둥이 정인이!<br/><br/>음쓰통에 처박힌 햄버거, 아니 정인이는 그럼 언제 사람으로 돌아오냐고? 사실 아슬아슬한데 또 별로 그렇지가 않아요. 예고된 해피엔딩이나 마찬가지라서 적당한 때 딱 돌아오게 되어 있으니깐. 언니랑 마주앉아 햄버거를 먹는 그림으로 &lt;해든버거&gt; 이야기는 마무리.<br/><br/>막 엄청난 감동 휴먼 스토리가 아닌 것이 은근히 맘에 들었다. (엥? 무슨 심보일까ㅎㅎ) 닭강정, 햄버거 모두 정크푸드이긴 하지만 어쨌든 맛있는 음식에 버무린 이야기인 점도 좋았다. (이야기에서 맛있다는 느낌이 들면 누구나 좋아한다.) 소소하지만 서로 챙겨주는 마음이 우리를 살게한다는 느낌이 들게 해줘서 좋았다. 나도 나를 그렇게 챙겨주는 사람이 있고, 조금만 노력하면 그런 챙김을 약간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챙김 받았구나에 대한 감수성인 것 같다. 이게 없는 애들이 정말 많거든.<br/><br/>두번째 권을 읽다보니 정인이 이야기도 유은실 작가님의 정이 시리즈나 김리리 작가님의 떡집 시리즈처럼 시리즈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제3, 제4의 변신물을 궁리하셔야겠다.ㅎㅎ]]></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49/62/cover150/k59213770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496216</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애쓰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차려주고 싶은 식탁 - [눈물 대신 라면 - 밥상 앞에선 오늘의 슬픔을 잊을 수 있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68369</link><pubDate>Mon, 23 Mar 2026 18: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6836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032247&TPaperId=171683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675/69/coveroff/k91203224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032247&TPaperId=1716836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눈물 대신 라면 - 밥상 앞에선 오늘의 슬픔을 잊을 수 있지</a><br/>원도 지음 / 빅피시 / 2025년 11월<br/></td></tr></table><br/>일을 그만두고 시간이 많아지면 난 그동안 시간의 부담으로 엄두를 못냈던 벽돌책들을 읽을거라 생각했다. 근데 한달이 가까워오도록 벽돌책은 커녕 독서량 자체가 줄었다. 도서관은 전보다 자주 가는데, 대출했던 책을 읽지도 않고 반납하기도....^^;;; 그리고 일단 편하게 읽을 얇고 작은 책을 집어들게 된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었다. 표지는 새빨갛지, 신간코너에 떡하니 놓여있으니 집어드는 건 백퍼.^^<br/><br/>이 책을 알라딘에서 검색해보니 '음식에세이 주간○○위' 라고 나온다. 이것도 순위를 매길만큼 많은가? 생각하며 눌러보니 줄줄줄... 우와 많구나. 이 많은 중에 내가 접해본 작가는 권여선 작가 정도.<br/><br/>음식에 곁들인 이야기는 친근하고 손이 쉽게 간다. 당연하게도 안 먹고 사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누구나 음식에 대한 추억과 사연이 있다. 공감할 지점들도 많다. 학급 어린이들과 매주 쓰던 주제글쓰기에서 인기주제 중 하나가 기억난다. '맛있는 이야기'라는 제목이었다. 좋아하는 음식이든, 만들 수 있는 음식이든, 가족이 즐겨먹는 음식이든 음식에 대한 아무 이야기나 쓰라고 하면 아주 사각사각 연필 소리가 신이 났었다. 읽을만한 글도 꽤 많이 나왔었고. 나 또한 몇 가지 음식 이야기는 낱말만 던져주면 몇천자쯤 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나만 읽을 글일지언정.^^<br/><br/>이왕이면 재밌고, 오감이 자극되며 그 안에 작가의 인생과 통찰까지 들어있다면 더 좋겠지. 이 책은 그런 방향으로 쓰여진 책 같았다. 다만 독자(나)의 나이가 훨씬 많다보니 귀엽다거나, 기특하다거나, 응원한다 등의 마음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도 나름 좋은 감상이다. 동년배나 인생 선배의 이야기만 들으란 법은 없으니까. 경찰공무원이었다가 전업작가로 전향한 그의 이력도 흥미롭고 아직도 불투명한 진로 앞에서 흔들리는 그를 보며 내 자식과 그 친구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언젠가 장난 반으로 가족 톡에 "나중에 엄마가 죽거나 없다면 어떤 음식이 가장 생각날까요?" 라고 올렸더니 톡을 바로바로 보는 딸은 "난 비빔국수!" 라고 바로 올렸고 아들은 한참 후에 "난 곰탕!"이라고 대답했다.ㅎㅎ<br/><br/>이 작가의 소울푸드는 절친과 만나기만 하면 먹는 조개전골이고, 경상도에서 홀로 상경한 딸을 위해 엄마는 좁은 냉장고가 감당할 수 없게 김치를 보내주고, 작가는 미역국에 소고기 들어간 걸 어색하게 여긴다. 작가네 고향에선 간짜장에 당연하게 계란후라이를 올려 주었다.... 등등 글을 통해 작가에 대한 tmi도 알게 된다. 엄마에 대한 글을 읽다보니 나도 음식으로 엄마를 얘기하려면 할 말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팥시루떡을 무려 집에서 쪘던 엄마, 평생 그만한 걸 먹어본 적 없는 동지 팥죽, 나(딸)보다 아들(외손자)이 더 좋아하는 식혜, 나이 들어서야 참맛을 깨달은 엄마표 약과, 한천이 뭐야? 그런 걸 써서 만들었던 팥양갱 등등.<br/><br/>[라면] 꼭지에서 저자의 성찰에 공감했다. 인스턴트 음식의 대표주자인 라면을 보고 한계가 없는 요리라고 하는 말에 굳이 태클을 걸고 싶지 않다.<br/>"그러니 라면 한 개를 먹더라도 작은 변주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한다. 기쁨에도, 글에도, 삶에도 아직 남은 여백이 많으니까."<br/>남은 여백이 많은 젊음이 부럽지만, 20대도 아니고 30대인 그들에게 젊음은 여유도 아니고 더한 절박함인 경우도 많다. 나도 굳이 그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보통사람도 그런데 창작자들은 더하겠지.<br/><br/>작가는 자신의 전직인 경찰 이력을 굳이 숨기지도 강조하지도 않았지만 그 시기의 경험이 그의 많은 것을 이루었음을 글 속에서 간간이 발견하게 된다. 특히 이태원사고 수습의 경험은 자극적으로 쓰지 않았는데도 파문을 남긴다. 그는 본격 경찰 이야기도 썼는데 독립출판이었던 그 책이 뜨면서 작가로 데뷔했다고 한다. 검색해보니 꽤 많은 책들이 나왔고 모두 경찰 경험이 그 바탕이 된 것 같다. 이 책에 가장 적게 들어간 셈이다.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다.<br/><br/>이 책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해장국 같은 오래된 음식들도 있지만 젊은이답게 불닭볶음면, 마라탕 등도 들어있다. 특히 불닭볶음면이 그렇게나 팔린 줄은 처음 알았네. 난 딱 한번 먹어본 음식이라서.ㅎㅎ 이런 종류의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새삼스레 입맛이 돌면서 낼 귀가길에 마트에 들러 장바구니에 담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음식 속에 표현한 그의 경험과 철학을 본다. 나이가 더 들면 색이 바뀔 수 있겠지만 지금의 색깔 그대로도 멋지다. 고민 속에서 어찌든 나아가고 있는 젊은이들, 특히 창작자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사람들에게 소울푸드를 내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수많은 '식당 서사' 문학들 또한 같은 맥락에서 탄생했는지도 모르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675/69/cover150/k91203224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6756928</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따로 또 같이! - [혼자가 좋은 토끼 하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57914</link><pubDate>Wed, 18 Mar 2026 16: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5791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6724&TPaperId=1715791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695/62/coveroff/k75213672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6724&TPaperId=1715791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혼자가 좋은 토끼 하나</a><br/>신은경 지음, 소보루 그림 / 북스그라운드 / 2026년 02월<br/></td></tr></table><br/>주인공 토끼 이름을 '하나' 라고 지은 이유를 제목에서 바로 알 수 있다. '혼자가 좋은' 이라니. 읽기 전부터 '얘는 내 캐릭터겠는데?' 느낌이 왔다.<br/><br/>하나가 이사하는 날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나는 일부러 숲속 가장 깊은 외딴집으로 이사를 왔다. 친구를 사귀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기적이라고 하기엔 이전의 사연들에 공감이 간다. 그동안의 친구들은 한결같이 힘들었다.<br/><br/>이전의 가치관이라면 "아무리 그래도 친구를 피하면 쓰나!!" 이겠지만 요즘은 워낙 혼자 하는게 어색하지 않은 풍경이라.... 식당을 가도 혼밥자가 반이 넘는다. 까페는 완전 대세고.... 나도 혼자 뭘 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게 누구랑 싸워서도 싫어해서도 아니고 그냥 그게 편해서이다. 이런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지 않을까.<br/><br/>하지만 내가 진정한 고립자냐면 절대 아니다. 나는 은근 의존성이 높은 사람이라 내 옆에 지혜롭고 든든한 사람이 꼭 있어주길 원한다. 아무도 없다는 느낌이 들면 무척 당황하고 불안할 것이다. 나의 감정이 일반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조용히 혼자있는 시간도 배려해 주되, 필요시 긴밀히 연대도 하는 것이 요즘의 가치관으로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옆집 숟가락 갯수까지 안다는 옛날 이웃들의 관계가 요즘의 나에겐 너무 끔찍한 방식이다. 예상치 못한 시공간에 불쑥불쑥 들어오는 게 너무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을 높이 세우고 그 성 안에 갇히는 건 그보다 더 끔찍하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관계는 딱 요즘의 스타일에 맞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말하자면 "이런 책도 나올 때가 되었어!" 라는 것이다.^^<br/><br/>"친구를 사귀지 않겠어!" 라는 하나의 결심은 예기치 않은 일들로 자꾸만 어긋난다. 할머니의 선물인 당근쿠키가 통째로 사라지면서 용의자가 생기고 이어서 친구도 생긴다. 세상 일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토끼 하나는 까마귀, 돼지, 사슴, 두더지와 새 집의 식탁에 둘러앉아 작은 티파티를 한다. 어둑해지자 시간 끌지 않고 미련없이 인사하며 다음을 기약하는 것도 인상적이다.<br/><br/>딸 아들이 다 독립해서 가끔 온다. 온다고 하면 맛있는 거 하나라도 준비하는 손길이 즐겁다. 가고 나면 한편 홀가분하다. 그래서 내가 이랬다.<br/>"오면 와서 좋고, 가면 가서 좋으니 얼마나 행복하냐~!!"ㅎㅎ<br/>이 책은 요즘 시대의 적정한 관계 설정을 저학년 수준의 동화로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펼쳐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거부감없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695/62/cover150/k75213672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6956209</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축제로 가는 길 -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53927</link><pubDate>Mon, 16 Mar 2026 16: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5392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62939047&TPaperId=1715392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696/25/coveroff/k962939047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62939047&TPaperId=1715392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a><br/>조승리 지음 / 달 / 2024년 03월<br/></td></tr></table><br/>제목이 낯익은 걸 보니 무척 유명한 책이었다. 도서관에서 누가 방금 반납한 듯 북트럭 위에 있길래 집어들었다. 내용은 내 예상을 넘어섰다. 얼마전에 시각장애인 김한솔씨의 책 두 권을 읽었는데 이 작가님도 시각장애인이었다. 여성이란 점이 다를 뿐, 10대 때부터 발병하여 후천적 장애인 것도 같았다.<br/><br/>제목부터 작가님의 성깔(?)이 느껴진다.ㅎㅎ 어릴 적부터 한성격 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까다롭고 못된 성격이란 뜻이 아니고 자신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대우를 참지 못하고, 아닌건 아니라고 꼭 말하기 때문이다. 깊은 시골 집성촌에서 살던 어린시절의 이야기는 아주 옛날얘기 같았다. 작가님이 나보다 훨씬 젊으신데도 말이다. 장애가 없던 시절도 녹록치 않던 생활이었다. 엄마의 삶도 무척 고단했다.<br/><br/>서울 변두리에서 엄마 치마꼬리 붙잡고 고만고만하게 어린시절을 보낸 나는 드문드문 생각나는 장면들은 있지만 그리 강렬하지 않다. 이 작가님의 인생 이야기는 굵고 거칠고 진하다. 장애 이전의 어린시절부터 이미. 거기에다 십대에 실명에 이르는 질병이 덮쳤으니 엄마는 얼마나 기가 막혔으며 본인은 얼마나 두려웠을까. 하지만 숱한 상처들에 딱지가 앉아가며 지금까지 왔다. 내가 살면서 본 바, 인생이 완전히 공평하지는 않다. 하지만 쓴맛 사이에 단맛이 슬며시 들어있기는 한 것 같다. 그의 인생에도 슬픔 사이에 위로도 기쁨도 보람도 있어서 이토록 다채로운 책이 된 걸 보면 말이다.<br/><br/>가장 큰 수확은 그가 공모전에 입상하고 이 책을 출간함으로 작가로서 성공했다는 점이다. 나는 2년이나 지나 읽어봤지만 여전히 판매지수도 엄청나다. 내용의 화제성을 떠나 필력 자체가 무척 탄탄해서인 것 같다. 검색해보니 이후 한 권의 에세이가 더 있고, 세번째 책은 소설이다! 그 소설을 꼭 읽어보고 싶다.<br/><br/>어떤 서사든 인물이 등장하므로, 이 책은 그의 경험과 더불어 그가 만나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될 듯하다. 그의 직업이 마사지사인 만큼, 고객으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문밖으로도 못나오며 오그라들어 살았던 할머니는 그에게 "담이 커지는 안마를 해주세요." 라고 부탁한다. 나도 은근 의존성이 큰 사람이라 이 할머니의 사정과 심리가 이해되었다. 담이 커지는 안마라니, 나도 작가님께 마사지를 한번 받아보고 싶네. 평생 한번도 받아본 적 없었는데....^^;;; 마사지사는 시각장애인 학교의 주력 직업교육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길을 거부할 수도 있지만 작가님처럼 그길로 간 경우도 무척 좋아보였다. 유명 작가가 된 지금도 계속 하고 계시겠지? 그에게서 마사지 자체의 효과와 함께 꿀같은 쪽잠, 용기, 위안, 때로는 각성을 얻고 간 모든 고객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다.<br/><br/>그 외에 장애인학교에서 만났던 엄마뻘의 언니가 아직도 챙겨주는 하염없는 사랑에도 눈물이 났고, 은사님과의 사연도 눈물겹다. 고향에서 살던 이들의 인생의 무게는 왜들 그렇게 무거운지... 인생의 고단함과 치열함을 다시 느끼는 시간이었다.<br/><br/>누군가는 기억도 못할 무심결의 말이라 할지라도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불편하거나 상처가 되는 말인지도 실감했다. 남의 불행에서 행복을 느끼라고 말하는 몰지각한 목사, 빨리 결혼해서 자식 낳아 시중들게 하라고 강권하는 눈치없는 할머니들 등등. 활동자원사님은 매우 선하고 좋으신 분인데도 그의 해맑은 발언이나 권유에 마음이 상하고, 그걸 느끼는 그분이 또 상처를 받아 잠시라도 불편해지기도 한다. 악의가 없더라도 그러하니, 사회 전체의 감수성이 더 높아져야겠다고 생각했다.<br/><br/>마지막으로 멋진 걸 얘기하고 마치겠다. "앞도 못 보면서 여길 뭐하러 왔누!" 라며 혀를 끌끌 차는 시선을 무시하고 멋진 여행을 다녀온 점. 또 탱고를 배워 춤의 맛을 만끽하고 있는 점. 그리하여 두번째 책이 여행 이야기인 것 같다. 그 책도, 그 다음 소설도 궁금하다. 책은 읽을수록 가지를 친다더니 진짜 그렇네!<br/><br/>인생은 많은 비율 지랄맞은 일들도 채워져 있지 않나. 내가 본 바로는 대부분 그렇다. 하지만 그걸 축제로 끌고 가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축제로 가는 길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남의 길을 조금 컨닝해도 괜찮지 않을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696/25/cover150/k962939047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6962528</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시작된 이야기는 어디로 흘러갈까 - [오리스와 팀블 1 : 처음 만난 날 - 생쥐와 올빼미의 우정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47827</link><pubDate>Fri, 13 Mar 2026 12: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4782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135159&TPaperId=1714782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78/34/coveroff/k702135159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135159&TPaperId=1714782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리스와 팀블 1 : 처음 만난 날 - 생쥐와 올빼미의 우정 이야기</a><br/>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카르멘 목 그림, 박인혜 옮김 / 루덴스 / 2026년 02월<br/></td></tr></table><br/>케이트 디카밀로의 신간이 나왔길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도서관에 신청했다. 월 2권까지만 신청할 수 있어서 신중해야 하지만 워낙 좋아하는 작가라서.... 처리에 시간이 꽤 걸리긴 하지만 나오자마자 신청한 탓에 한달도 안된 신간을 새책으로 열어보았네. 기분이 좋았다.^^<br/><br/>이 책은 저학년용 짧은 동화이고 장마다 그림이 가득 들어가 있는 그림동화이다. 이 책에 '(1)처음 만난 날' 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다음 책들이 이어진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이 책이 발단에 해당되겠다. 그래서 아직 아주 극적인 느낌이나 클라이막스는 없고,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기도 하다. 하지만 디카밀로 특유의 섬세하고 어루만지는 듯한 문체, 그의 작품 전체에 흐르는 주제나 키워드 같은 것들이 여전히 느껴져 애독자들을 붙잡는다.<br/><br/>나에게는 그것이 두 가지로 느껴진다. 첫째는 '이야기'라는 키워드이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비어트리스의 예언, 노렌디 이야기를 거쳐 이 작품까지. 이야기의 가치를 반복적으로 친절하게 강조한다. 만들어져 있는 이야기 뿐 아니라 내가,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대한 소중함을 전하려 애쓴다. 우리 삶이 이야기라는 인식은 내가 바로 창작자이며 아름답게 완성하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면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있다.<br/><br/>두번째는 '선하고 순수한' 주제이다. 고전적이고 권선징악을 담은 주제 말이다. 착한 마음을 가져라, 어렵더라도 남을 도와라, 지금 당장 고난에 처할지라도 결국에는 가치있다.... 이런 생각들이다. 케이트 다카밀로의 작품에는 비꼼이나 코웃음, 의심, 냉소, 이런 것들이 없다. 물론 그런 것들이 들어있는 작품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한결같이 이것들을 지켜내는 디카밀로의 작품이 내게는 따뜻하면서도 든든하다.<br/><br/>&lt;오리스와 팀블&gt;에서 오리스는 생쥐다. 팀블은 올빼미고. 천적관계인 두 존재의 우정 이야기. 동화에서 아주 흔하다. 거기서 먹히는 존재인 생쥐가 올빼미를 구해준다? 이거 역시 흔하디흔한 소재다. 요즘 말로 '클리셰 범벅'인 이야기라 하겠다.ㅎㅎ 하지만 이어지는 2,3권에서 디카밀로가 이 작품을 어떻게 개성있게 이끌어갈지 흥미롭게 지켜보도록 하자.^^<br/><br/>오리스가 살고 있는 보금자리에 대한 묘사들이 정겹다. 헛간 벽 구멍 안의 작은 공간. 그곳을 오리스는 버려진 헌책들로 꾸몄다. 빨간 털 슬리퍼에 작가의 섬세함이 들어있는 느낌이다. (오리스가 푹 파묻혀 잠들 수 있는 공간) 그리고 통조림 캔. 이게 중요하다. 물고기 왕이 그려져 있는 이 캔에는 "올바르고 값진 선택을 하세요!" 라고 쓰여있다. 이 문구는 장차 오리스의 모든 행동에 좌우명이 된다. 1권의 모든 사건들이 끝나고 오리스가 이 캔을 향해 경례를 하는 장면에서 귀여움과 함께 경건함이 느껴졌달까.<br/><br/>어린이들에게는 상징과 은유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직설적으로 말해야 될 때가 있다. 그러니 동화도 양쪽이 적절히 섞여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에선 통조림 캔이 말해주고 있으니 훨 낫다.ㅎㅎ 아이들과 선택의 기로에서 이 문구를 떠올리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아예 급훈처럼 삼아도 좋겠는데? <br/>"올바르고 값진 선택을 하자!"<br/>영어를 배우는 학년이라면 원어와 병행해서 가르쳐도 좋을 것 같다. 번역은 아무래도 원어의 맛을 다 살리진 못하니까.<br/><br/>그 '선택'으로 인해서 천적관계인 둘은 드디어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건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br/>"그럼, 팀블. 우린 이제 친구야!"<br/>"하지만 그게 이야기의 끝은 아니잖아."<br/>"그래. 이건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야."<br/><br/>둘이 친구가 되어 시작된 이야기는 어디로 흘러갈지 다음 권들을 기다려 봐야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78/34/cover150/k702135159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5783410</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현실이 악몽이어도 살아내야 하니 - [이중 하나는 거짓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46240</link><pubDate>Thu, 12 Mar 2026 16: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4624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92932634&TPaperId=1714624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474/76/coveroff/s40203571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92932634&TPaperId=1714624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중 하나는 거짓말</a><br/>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08월<br/></td></tr></table><br/>김애란 작가의 책을 도서실에서 빌리려니 어렵네. 항상 대출중이야.... 이번엔 아예 예약을 걸어놨다가 차례가 돼서 빌려왔다. 재작년에 나온 책이고 장편이다. 이 작가의 장편은 &lt;두근두근 내인생&gt; 이후 두번째 읽었다. 이 책이 더 좋았다. 청소년들의 이야기인데도 세상살이가 더 복잡하고 인생의 무게도 더 무겁다고 느껴졌다. 나는 동화나 청소년소설을 보면서도 내가 참 편하게 살아왔다고 느낀다. 삶의 무게는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이 책의 주인공 청소년들도 그렇다.<br/><br/>안지우, 오채운, 김소리 세 명의 관점에서 돌아가며 서술하고 있어서 초반에 잠깐 혼동되었지만 금방 이해되었고 책장이 빨리빨리 넘어갔다.<br/><br/>지우. 엄마를 사고로 잃고 지금은 엄마의 남친이던 아저씨와 함께 지내고 있어 마음이 편치 않다. 엄마의 사고는 자살인지 실족사인지 애매하다. 이 아이의 도피처는 웹툰이다. 가끔 자신이 그린 것을 만화까페에 올리는데 반응해 주는 사람들이 조금은 있다. 유일하게 마음을 주는 상대는 용식이라는 반려 파충류. <br/><br/>채운. 가장 참혹한 일을 겪은 아이라고 생각한다. 지우의 인생도 보통이 아니지만 채운은 정말 '이보다 더할 수 없다'고 할 만하다. 제멋대로이고 고압적이며 대책없고 폭력적인 아빠. 이런 사람 한 명이 가정을 불행으로 몰아넣는 모습을 보면 너무 화가 난다. 가정이란 가장 행복한 안식처일 수도 있지만 끊어내기 징글징글하게 어려운 저주의 고리일 수도 있다. 어른도 그런데 그 틈바구니 속의 아이들은 어떠하랴.<br/>'그날의 일' 이후로 엄마는 감옥에 갔고 아빠는 요양원에 누워있고 채운이는 이모 집에 얹혀 지낸다. 지우의 용식이처럼 채운이한테도 뭉치가 있다. 근데 리트리버라서 데리고 얹혀 살기에는 참 눈치보이는 존재다. 그 틈바구에서 태연한 척 살아가려 애쓰는 채운.<br/><br/>소리. 소리도 엄마가 아파서 돌아가셨지만 위의 두 아이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낫다. 그래도 그 가정은 한때 단란했고 지금 상실로 인한 슬픔 외에 다른 참혹함은 없으니까. 소리는 이 작품에서 연결의 역할을 주로 한다. 지우가 겨울방학 동안 독립자금을 벌기 위해 건설현장으로 떠났을 때 용식을 맡아주었다. 이로써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둘은 간단한 안부 속에서 서로를 기다리는 사이가 되었다. <br/><br/>채운과의 연결은 좀 특별한 설정 때문이다. 이 작품에는 뜻밖의 초현실적 장치가 나온다. 소리가 죽음을 앞둔 존재를 알아볼 수 있다는.... 나는 처음에 이 설정이 김애란 소설의 결과 질감이 달라 겉도는 느낌에 좀 불편했다. 비슷한 설정의 스티븐 킹 소설을 읽고 난 후여서인지 너무 흔한 클리셰 같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읽어가며 익숙해질 무렵, 작가가 고민했을 이 장치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이런 초현실적 능력, 다시말해 기적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도약하기 힘든 그들의 처지를.<br/><br/>이 책에서 또 중요한 장치는 제목인 '이중 하나는 거짓말' 게임이다. 담임선생님이 자기소개 시킬 때 쓰시는 그 게임. 나도 개학식날 방학이야기 나누기 할 때 몇번 써봤지만 왠지 맘에 들지 않아 조금 하다 말았다.... 그 게임은 '하얀 거짓말' 게임이라는 별칭도 있다. 이 책의 거짓말이 바로 그걸 말한 것일까. 이 세상은 아이들에게 거짓말처럼 잔인하지만 아이들은 서로에게 그렇지 않다. 그 잔인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마음의 고통을 안은 채 거짓말을 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조금 덜 가혹한 처지의 소리가 두 친구의 아픔에 본의아니게 관여하게 되었을 때. 아마도 셋의 연대를 독자들이 상상하며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그 모습을 본 탓이 아닐까. 그뿐 아니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을 '거짓말'의 범주에 넣는다면 지금 이들이 괜찮은 듯 버티고 있는 모습 자체가 거짓말일 수도 있겠지.<br/><br/>지우 엄마의 애인이던 아저씨. 그 아저씨가 자신의 생계인 트럭에 지우를 태우고 그 게임을 하며 끝남으로 이 책은 제목의 소재로 수미상관이 되었다. 하지만 첫 게임과 마지막 게임은 많이 다르다. 아저씨는 규칙을 어겼다. 거짓을 넣지 않았다. 지우가 거짓으로 골랐던 "너와 살게 돼 기쁘다."는 진심이었다.<br/><br/>지우-소리, 채운-소리 간 사건들은 많았지만 지우-채운은 서로를 의식하긴 하나 직접적인 소통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될 것 같은 암시로 이야기는 끝난다. 이 아이들이 연대함으로 혈연 가족 안에서 느꼈던 슬픔과 외로움, 심지어는 참혹함까지도 씻어낼 수 있을까. 너무나 차갑게 비어있던 그 자리에 서로 앉아주며 온기를 나눌 수 있을까. <br/>˝꿈에서 나는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돌아왔다.˝ <br/>국어 선생님이 읽어준 시의 한구절이라는 이 문장이 가능성을 말해준다. 그 꿈은 깨어야만 하는 악몽인 거겠지. 좋은 꿈도, 무서운 꿈도 결국은 깨어난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깨달음은 우리에게 위로를 줄 수 있을까. 아예 꿈을 안꿨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부질없겠지. 뒷표지의 대화처럼 그건 시작되지도 않은 이야기니까.<br/><br/>어딘가에 있을 그 아이들에게 위로를 보내고 싶다. 그들이 남은 이야기를 써나갈 힘을 채우길 빈다. 작가의 말을 덧붙이고 마치겠다.<br/>"삶은 가차없고 우리에게 계속 상처를 입힐 테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 마지막에 좋은 이야기를 남기고, 의미있는 이야기 속에 머물다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474/76/cover150/s40203571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4747677</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