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기진맥진님의 서재 (기진맥진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Wed, 07 Oct 2026 16:35:51 +0900</lastBuildDate><image><title>기진맥진</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A_021.gif</url><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기진맥진</description></image><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서로의 도망을 도와주자 - [엄마가 도망갔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551410</link><pubDate>Fri, 02 Oct 2026 22: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55141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72130240&TPaperId=1755141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73/63/coveroff/k47213024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72130240&TPaperId=1755141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엄마가 도망갔다</a><br/>소복이 지음 / 나무의말 / 2026년 09월<br/></td></tr></table><br/>사랑스러운 그래픽노블이다. 어린이들이 읽어도 좋겠지만 어른들에게 더욱 그렇다. 엄마인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지금 한창인 이들은 폭풍 공감할 것이고 나처럼 한숨 돌린 사람들의 마음도 애틋할 것이다.<br/><br/>나는 손도 느리고 일도 살림도 그닥 잘하지 못한다. 그런 내가 직장생활하며 두 아이를 키운게 돌아보면 신통하다. 주중도 주말도 밤도 낮도 없었다. 그냥 닥치고 몰아치니까 떠밀려 감당했을 뿐이다. 그런 내가 퇴직하고 이제 자유시간이 많아졌다. 아이들은 독립했고 시아버님과는 하루 두세마디밖에 안하고 각자의 방에 들어앉아 각자 조용히 산다. 평생 그리던 고요한 생활이 찾아왔달까. 그런데 생각만큼 좋지는 않다. 그럼 옛날로 돌아가? 아니아니 그건 절대로 더 싫다.ㅎㅎ<br/><br/>그때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혼자 사는 커리어우먼' 이었을 것이다. 원룸이라도 혼자 쉴 수 있는 집이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생각했을 것이다.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은 이런 생각조차도 길게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엄마를 보니 그때의 순간적인 감정들이 뒤늦게 떠올랐다.<br/>"엄마는 까페가 유일한 쉴곳이라고 했다." (18쪽)<br/>"엄마는 낯선 사람이 오히려 편하다고 했다." (37쪽)<br/>"아무도 없는 깊은 곳에 숨고 싶다고 했다." (41쪽)<br/>지금은 온갖 까페들을 매일 돌아가며 전전할 수 있는데, 아이들 취학전에 양손에 한명씩 잡고 다니며 동네 던킨을 지나다가 그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언제 저런데 들어가서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을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고급 브런치 레스토랑도 아니고 베이커리 카페도 아닌 동네 지하철역의 던킨 앞에서 그런 생각을 내가 했었다....<br/><br/>이 책의 엄마가 쏜살같이 달려나가는 장면으로 책이 시작된다. 집에는 아빠와 아이가 남았고, 아이가 화자다. 아이는 엄마가 했던 말들을 회상했고 자신이 아는 엄마를 아빠한테 얘기해주기도 한다. 마지막쯤에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엄마가 나온다. 얼마나 금쪽같은 시간일까 생각한다. 나는 그런 시간을 시도하지 못했지만 응원하고 격려하고 싶다. 마지막 장면 엄마가 누운 곳은 아이가 있는 집이라 독자는 휴우~ 하며 책을 덮을 수 있다.<br/><br/>이 '도망'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가 이 엄마의 도망을 응원하는 건 '만성 도망'이 아니어서다. 자신이 낳은 자식에 대한 회피도 아니어서다. 자기가 낳은 자식인데 어쩜 저렇게 자식이랑 있기를 싫어할까 싶은 엄마들을 종종 보았다. 숨쉴 구멍을 아예 차단한 경우와 도망이 만성이 된 경우 둘다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간이 있어야지. 이 집의 엄마처럼.<br/><br/>평상시에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애쓰고 밀도 높은 시간들을 살아내고, 축적해둔 여유들을 모아 가끔 한번씩 '도망'을 가길 추천한다. 남편찬스가 가장 좋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서로 찬스가 되어주는게 좋겠다. 뭐든 일방적인 건 좋지 않으니까. 조부모찬스를 쓸 수 있는 사람들은 복이 많은 이들이다. 나는 아직 해당사항이 없지만서도 언젠가 해당이 되는 날이 오면 이 찬스에 투입될 수 있길 바라며 내 건강을 잘 지켜야 한다고 다짐하는 중이다.<br/><br/>이 책의 엄마가 평소 얼마나 마음을 다했는지는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들로 알 수 있다. 아이는 정교한 말로 표현하진 못하지만 엄마의 속마음과 진짜 모습을 거의 다 알고 있다. 엄마의 한숨과 눈물까지도. 평소 엄마와 얼마나 밀접한 사이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외로워하지 않고 엄마를 기다릴 수 있다. 엄마의 회복은 이 아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었다. 며칠 힘들긴 했겠지만 아빠를 위해서도.<br/><br/>인생의 특정 시기에 주어진 빡셈을 아예 회피할 수는 없다. 그게 싫다면 아예 시작을 하지 말 일이다. 하지만 한계로까지 밀어부쳐지기 전에 이렇게 숨통을 틔우는 일은 꼭 필요하다. 그걸 서로서로 해줄 수 있는 우리라면 훨씬 좋은 세상이 되겠지.<br/>오랜만에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를 듣고 싶네.<br/>도망가자<br/>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아<br/>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br/>괜찮아<br/>우리 가자<br/>걱정은 잠시 내려놓고<br/>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br/>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br/>캬. 명곡이다. 이 책도 명저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73/63/cover150/k47213024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736391</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는 아이들 - [보물찾기 수첩]</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520808</link><pubDate>Wed, 16 Sep 2026 22: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52080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1778&TPaperId=1752080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69/45/coveroff/k56213177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1778&TPaperId=1752080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보물찾기 수첩</a><br/>송미경 지음, 최민지 그림 / 우리학교 / 2026년 09월<br/></td></tr></table><br/>송미경 작가님의 저학년 동화가 또 나왔네. 이번 책은 특히 더 맘에 들었다. 내 취향이기도 하면서 송미경 작가님의 특징도 많이 보이는 작품이었다.<br/><br/>송미경 작가님의 특징으로는 서늘함도 있지만 이 작품 같은 귀여움도 있다. 작고 약간은 허당인 존재가 사부작거리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은 너무 사랑스러운데 본인은 그런 걸 모른다. 그냥 마음과 생각이 가는대로 하는 것 뿐이다. 그게 더 사랑스럽다. 웃음도 나오고.<br/><br/>영아가 오빠의 곰인형을 부러워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곰인형은 보물찾기에서 받은 거다. 오빠는 비법이 있다며 으스대기만 할 뿐 절대로 가르쳐 주진 않는다. 오빠들이 그렇지 뭐. 영아는 친구들을 인터뷰하기로 마음 먹는다.<br/><br/>조용하고 주로 집에서 혼자 노는 영아한테 이건 큰 결심이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았고 반응도 좋았다. 얘기하고 싶었는데 영아가 멍석을 깔아준 셈이랄까. 신나게 말해주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영아는 수첩에 적는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이다.<br/><br/>그 수첩에 적는 내용들이 귀여워 웃음이 난다.<br/>비법 1. 넘어진다.<br/>비법 2. 행운의 모자를 쓴다.<br/>비법 3. 확률을 믿고 기다린다.<br/>이런 식^^<br/><br/>인터뷰하는 아이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세상엔 이렇게 다양한 아이들이 있다. 이렇게 다른 아이들이 친구로 어우러져 사는 것이다. 보물찾기 비법 인터뷰는 이 과정을 귀엽고 사소하게, 그러면서 의미심장하게 보여준다. 제나는 적극적이고 밝고 유쾌하다. 로모는 통계를 논할 정도로 똑똑하다. (그래서 친구들은 재미없어 하지만 우리의 허당 영아는 눈을 빛내며 듣는다.) 어떤 아이는 관찰력이 좋다. 어떤 아이는 엉뚱하고 느낌 가는 대로 한다. 등등... 조용한 성격 탓에 친구가 적었던 영아는 이렇게 친구들이 점점 많이 생겨났다.<br/><br/>자! 이 모든 노력은 가을 소풍날을 위한 것이었다. 보물찾기가 있는 날. 드디어 이 날이 왔다. 영아는 과연 비법들을 활용해 보물을 찾았을까?^^<br/><br/>이정도 이야기였어도 괜찮았겠지만 좀더 깊은 부분이 있다. 작가님은 보물찾기 전 자연관찰과 글짓기 하는 시간을 자세하고 따뜻하게 펼쳐보여 주었다. 가을 단풍을 주워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모습이 동화속(엥?) 모습처럼 아름답다. 아, 이런 모습이 정말 동화 속으로만 사라지지는 않겠지... 단풍 이야기를 하는 데는 로모처럼 안토시아닌 운운하는 논리적인 아이도 도움이 되고 지호 같은 시인도 도움이 된다. 함께 어우러져 가을을 느끼는 아이들이 예쁘다.<br/>"선생님, 어쩌면 나뭇잎의 진짜 색은 가을에나 알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친구도 시간이 지나야 진짜 마음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50~51쪽)<br/>제나의 이 말에 작가님이 하고 싶은 말이 담긴 건지도 모르겠다.<br/><br/>솔직히 말해서 아이들은 늘 그림처럼 예쁜 존재들은 아니다. 그들은 무엇도 될 수 있는 매우 스펙트럼이 넓은 생명체들이다. (이 책처럼 천사들도, 또는 그 반대편도...) 하지만 함께 이런 장면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부인하거나 잊으면 안되겠다. 이런 그림이 나오지 않을 때 좌절하지도 말고.<br/><br/>마지막에 다시 오빠 얘기가 나와서 수미상관도 되면서 또한번 웃음을 준다. 전체적으로는 무해하고 예쁜 그림 한 장을 구석구석 미소를 띠고 살펴본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을 선생님들에게도, 어린이와 부모님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학급에서 함께 읽어도 좋겠다. 단, 마지막 활동으로 보물찾기는 꼭 해주셔야 할 듯.^^]]></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69/45/cover150/k56213177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694587</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역사적 분노와 인류애를 한 작품에 - [그해 선우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513306</link><pubDate>Sun, 13 Sep 2026 14:1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51330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130920&TPaperId=1751330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98/18/coveroff/k272130920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130920&TPaperId=1751330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그해 선우는</a><br/>임지형 지음, 양양 그림 / 이지북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이 책 소개를 페북에서 두세번 접하고나니 궁금해져서 찾아 읽어보았다. 읽기 전에 정보를 찾아보니 개정해서 다시 펴낸 책이었다. 초판이 나온지 10년이 조금 넘었구나. 그때의 제목은 &lt;마루타 소년&gt;이다. 임지형 작가님의 책을 몇 권 읽었지만 그 책은 접하지 못했는데 마침 잘된 일이다. 개정하며 달라진 점들이 있겠지만 초판을 못본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주인공의 이름 정도다. 초판에선 경복이였던 것 같은데 이번 책에선 선우다. 그리고 그것이 제목이 되었다. '그해 선우는'. 경복이보다는 요즘 감성의 이름이라고 할까.(사실 난 경복이도 좋긴 한데^^) 삽화도 느낌이 달라 완전히 새로운 책이 된 느낌이다.<br/><br/>잔잔한 톤의 표지그림과는 다르게 내용은 무척이나 끔찍하고 잔인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제강점기 생체실험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에 이제는 고개를 돌리고 싶어진다. 인간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 이런 잔인함은 끝난 게 아니겠지. 어떤 형태로든 재현되고 있겠지. 우리 안에도 없는 게 아니겠지 이런 복잡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br/><br/>하지만 이 책은 어린이 대상인 만큼 참혹한 묘사는 최대한 절제하고, 인간성이 마비된 상황에서도 말라죽지 않은 마음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어린이들이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알되, 마지막까지 지켜야 하는 인간애의 소중함은 놓치지 않도록 쓰여진 점이 좋았다.<br/><br/>200쪽 정도로 중학년도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역사동화라는 것이 자료조사가 선행되어야 하고, 역사적 상상력과 함께 사실관계도 놓치지 않아야 해서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 아닐까 짐작한다. 이 책은 두껍지 않은 분량에 그런 것들이 잘 녹아져 있어 고심의 흔적이 느껴진다. 200쪽은 2만 쪽일수도 있고 20만 쪽일 수도 있는 것이다. 역사동화를 읽으면 항상 그런 생각이 든다.<br/><br/>일본의 생체실험은 차마 인간이 할 짓이 아닌 악행이었지만 이 책에서는 일본인 전체를 악인으로 묘사하진 않았다. 특히 환자와 마루타로 만난 일본인-조선인 두 소년의 우정은 어린이들 마음에 따뜻하게 퍼지는 온기와 감동을 줄 것 같다.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슬픔도 있었지만 희망을 기대하게 되는 열린 결말이 인상적이다.<br/><br/>어린이들에게 마땅히 분노해야 할 과거의 역사를 알려주면서, 동시에 인류애도 잃지 않게 하는 작품이다. 어린이들이 역사를 접할 때 역사동화로 만나는 방식을 병행하는 것에 나는 찬성한다. 시대별 여러 작품들과 함께 이 책도 읽어보길 권해주고 싶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98/18/cover150/k272130920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981800</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소중한 만남의 여름 - [모모의 여름 방학 - 2000년 프랑스 크로노 상, 트리올로 상, 발렝시엔 상, 피티비에 상 수상작, 2026 행복한아침독서 추천, 2025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2026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69311</link><pubDate>Mon, 24 Aug 2026 19: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6931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12030769&TPaperId=1746931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593/67/coveroff/k412030769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12030769&TPaperId=1746931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모모의 여름 방학 - 2000년 프랑스 크로노 상, 트리올로 상, 발렝시엔 상, 피티비에 상 수상작, 2026 행복한아침독서 추천, 2025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2026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a><br/>야엘 아쌍 지음, 박재연 옮김 / 불광출판사 / 2025년 06월<br/></td></tr></table><br/>프랑스 작가 야엘 아쌍의 이 동화는 20년 전에 국내에서 &lt;수레국화마을의 어린왕자 모모&gt; 라는 제목으로 이미 출간된 적이 있다고 한다. 최근 재출간한 이 책이 눈에 띄어 읽게 되었다. 작가의 이름이 낯설지는 않아 검색해보니 2007년 &lt;색깔 전쟁&gt;이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났다. 이 책은 &lt;색깔 전쟁&gt;이 보여준 강렬하고 무거운 메시지와는 또 다른 결의 따뜻한 감동을 준다. '어린왕자'라는 정체성을 강조한 이전의 제목도, 평이하게 작품의 배경을 담아낸 이번 제목도 모두 괜찮은 것 같다. 모모라는 소년이 겪은 초등 시절 마지막 여름을 그려내고 있다. 매우 중요한 만남이 있었다. 첫째는 책, 둘째는 사람.<br/><br/>그 사람이 또래가 아닌 어른이라는 점, 그리고 모모네 부모님이 모모를 살뜰히 보살필 여력이 없어 주로 외로운 시간을 혼자 보내고 있다는 점, 형은 다소 심술궂고 누나가 모모를 감싸준다는 점 등에서 &lt;나의 라임오렌지 나무&gt;가 떠올랐다. 제제와 모모. 어딘가 비슷하고도 다르다.<br/><br/>이주민 노동자용 공동주택에 사는 모모에게 학교에 가지 않는 여름방학은 자유가 아닌 무료함과 쓸쓸함의 시간이다. 그러던 어느 날, 모모의 가능성을 알아본 교장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와 독서 목록을 건넨다. 모모는 처음으로 마을의 도서관에 등록하고 대출카드를 받는다. 책과의 만남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 순간은 실제로 우리의 삶의 질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갈수록 좋아지는 공간과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는 딱 한정되어 있다. 특히 젊거나 어린 사람들을 보기 힘든 점이 가장 아쉽다. 그런 의미에서 모모의 도서관 등록은 환영할 일이고 소외된 아이가 세상과 연결되는 의미있는 출발점이다.<br/><br/>교장 선생님이 추천한 생텍쥐페리의 &lt;어린 왕자&gt;, 미셸 투르니에의 &lt;방드르디, 야생의 삶&gt;, 그리고 이동도서관 직원 수아드가 선물한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의 &lt;자기 앞의 생&gt;은 모두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걸작들이다. 이처럼 '책 속의 책'을 활용하는 구도는 서사의 입체감을 더해준다.<br/><br/>첫 번째 책 &lt;어린 왕자&gt;는 에드와르 할아버지와의 만남과 나란히 진행되는 서사로서 의미있다. 두 사람은 모모가 책을 읽는 장소, 언덕 위의 벤치에서 만났다. 할아버지는 모모가 읽은 책의 목록을 듣고는 크게 기뻐한다. 자신을 은퇴 교사라고 소개한 할아버지는 "어린왕자와 너를 동일시했니?" 라는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모모는 머리 색깔부터 다르다며 손을 내젓는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모모도 충분히 왕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모모를 왕자로 모시겠다고 한다. '수레국화마을의 어린왕자'로. 국내 초판본의 제목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주는 할아버지는 알고보니 근처 요양원에 살고 계시며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신 분이었다. 하지만 모모는 할아버지와 진심으로 대화하고 안보이면 걱정하며 끝까지 진정한 친구로 여긴다. 이 대목이 가장 놀라웠다. 12살 아이가 인연의 소중함을 알고 끝까지 가져간다는 것이.<br/>"할아버지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된 다음부터 모모는 할아버지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자기를 방어할 가시가 네 개밖에 없는 장미에 대해 어린 왕자가 책임감을 느낀 것처럼요." (113쪽)<br/>조금만 부담되는 관계가 될라치면 미리 손절하라는 충고가 만연한 세상에서 어린 모모의 이런 책임감은 참 별스럽고도 숭고하다. 저절로 나를 돌아보게 된다. 이와같이 원작의 텍스트가 인물의 상황에 맞게 유기적으로 변주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br/><br/>두번째 책 &lt;방드르디, 야생의 삶&gt;은 "무인도에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지요." 정도로 잠깐 언급되고 지나가긴 했지만 작가가 굳이 고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작가는 로빈슨 크루소를 재해석한 이 작품의 메시지를 모모의 이야기 속에도 넣으려 했던 것이 아닐까. 주류 인간들이 '우월한 문명'이라 착각하는 것들에 대한 허상. 다르게 말하면 편견으로 타자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에 대한 경고를 담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br/><br/>세번째 책 &lt;자기 앞의 삶&gt;은 어린왕자 못지않게 모모와의 '동일시'가 이루어지는 책이 아닐까 짐작한다. 일단 주인공 이름부터 같다. 게다가 이민자라는 배경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맹 가리는 결국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이 사실은 모모의 꿈과 지향점을 보여준다.<br/><br/>여든이 넘은 할아버지의 병세는 점점 심해져 언덕 위에서의 만남도 어려워진다. 진심으로 걱정하고 마음을 쓰는 모모를 보며 할아버지의 마지막은 그래도 괜찮았다는 생각을 한다. 자식이나 친구들이 많아도 철저히 외롭게 떠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면. 세대를 훌쩍 넘은 두 사람의 우정이 정말 흔치 않고 소중하다. 할아버지가 남긴 책 선물을 받은 모모, 국어시간에 '우정'이라는 글을 쓰는 모모를 보며 독자들은 편견을 넘어선 또다른 작가의 탄생을 예감한다.<br/><br/>130쪽 정도의 짧은 책이지만 그렇게 빨리 읽히지는 않는다. '책 속의 책'들이 어린이용 책들은 아니어서, 고학년은 되어야 권해줄 만하겠다. 청소년이나 어른이 읽어도 좋을 만한 책이다. 텍스트에 내포된 수많은 상징과 메시지를 세세히 파악하지 않더라도, 두 사람의 우정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책이라고 생각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593/67/cover150/k412030769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5936754</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판타지인듯 오래전 기억인듯 - [코끼리 고모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62488</link><pubDate>Thu, 20 Aug 2026 21: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6248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92130424&TPaperId=1746248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52/53/coveroff/k392130424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92130424&TPaperId=1746248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코끼리 고모부</a><br/>윤여림 지음, 소복이 그림 / 사과잼롱롱 / 2026년 08월<br/></td></tr></table><br/>출판사들도 많고 그 이름들도 다채롭다. '사과잼롱롱'은 또 어떤 출판사인가 하고 보니 이 책이 첫 책인 신생브랜드이다. 활발하게 책을 내고 있는 '우리학교' 출판사 내의 그림책주력 출판 브랜드인 것 같다. 사과잼롱롱. 흔히 지어낼 수 없는 이름이지만 뭔가 재미나고 신기한 것들이 나올 느낌이기도 하다. 딸기잼롱롱이면 이상했을 것 같은데 사과잼롱롱은 왜 어울리지?ㅎㅎ 출판사이름에 주목하는 일은 드문데 오늘은 그 이야기로 시작해 보았다.^^<br/><br/>윤여림 작가님이 소복이 작가님이랑 만났다! 이 조합 찬성일세 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다. 이 조합이 계속되길 바라는 독자들도. <br/><br/>윤여림 작가님의 이번 글은 판타지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혼재된 특별하고 새로운 느낌이고, 이제 눈에 익은 소복이 작가님의 그림은 익숙한 곳에서 어서 와 앉으라 손을 내미는 느낌이다.<br/><br/>코끼리 고모부. 고모부가 주인공이거나 제목인 적이 있었던가? 내가 읽어본 책들 중엔 없는 것 같다. 화자인 '하나'네는 외국 생활을 하다 귀국하며 잠시 고모댁에 머무른다. 근처로 집을 구해 이사를 한 후에도 고모 댁에 갈 일이 많다. 바쁘시다는 고모부는 가끔씩 볼 수 있었는데, 하나가 본 고모부는 코끼리였다.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지만 새학교 친구 기찬기만은 믿는다. 그에 더해 멋지다는 감탄까지.<br/>"코끼리가 네 고모부라고? 멋지다." (14쪽)<br/>이래서 진정한 판타지는 어린이들의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어느날 하나는 고모네 갔다가 가족들이 모두 자기 일로 나가버린 빈집에서 코끼리 고모부와 시간을 보낸다. 고모부는 배가 아픈 것 같았고, 나비가 되길 원했던 어린시절의 얘기를 들려준다.<br/><br/>다음 계절에 하나는 병원에 입원한 고모부의 문병을 가고, 다음 해에 고모부는 집으로 온다. 의식을 잃은 채로. 가족들은 슬픔과 걱정에 잠긴 채로 고모부의 발을 주무른다. 말이 없던 고모부는 힘든 상황을 혼자 해결하려 하셨던 것 같다. 스트레스가 많았고, 자신을 챙길 여유가 없었던 고모부의 사정을 그가 쓰러지고 나서야 사람들이 알게됐다.<br/><br/>슬픈 결말이다. 하지만 하나는 차가운 밤길을 밝히는 목련나무 아래에서 보았다. 코끼리였던 고모부가 나비로 변하여 날아간 모습을. 아주 환하고 평화로웠던 모습을. 고모부는 이제 더이상 외롭지도 아프지도 않은 걸까.<br/><br/>평생 호들갑 한번 없이 묵묵하게 살아온 사람에게도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구멍은 있는 법이다. 그걸 하나가 알아보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간직한다. 그것은 죽음이 허무와 절망만은 아니던 아득한 기억으로 남았다. <br/><br/>사람의 겉모습만 보는 우리는 누군가의 진짜 마음을 평생 모르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다 지나고 나서야 "아이고 그랬더래" 하지만, 그것마저도 진실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코끼리 고모부처럼 견고해 보이는 사람들일수록, 안은 더 여리고 보드라울 수도 있다.<br/><br/>그분이 그렇게 환하고 가볍게 가셨다니 다행이다. 아직도 두려운 것을 보면 나의 믿음이 보잘것없음을 인정하게 된다. 죽음은 작가님에게나 나에게나 더 오래 생각해야 할 숙제인지도 모른다.<br/><br/>80쪽에 글밥도 꽤 되어서, 유아용 그림책이라기보단 전 연령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림책이란 원래 전 연령 용이지만 이 책은 특히) '하나'가 되어 누군가를 떠올리는 사람, 코끼리 고모부가 되어 위로받는 사람, 자녀들이 되어 떠나보낸 기억에 새삼 눈물짓는 사람.... 다양한 감정을 불러올 수 있는 책이다. 혼자 읽어도 좋지만 책모임에서 함께 읽으면 공감 속에서 더 깊이 감상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52/53/cover150/k392130424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525377</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너무 이해돼서 너무 슬픈 - [두고 온 여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44304</link><pubDate>Tue, 11 Aug 2026 11: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4430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9006&TPaperId=1744430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294/95/coveroff/893643900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9006&TPaperId=1744430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두고 온 여름</a><br/>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03월<br/></td></tr></table><br/>성해나 작가의 최근 유명작들은 도서관에서 내 차례가 오기 어려워 이 책을 먼저 읽어보았다. 이 책 한권으로 작가의 작품세계를 알아보긴 힘들겠다. 비교적 소품 같은 책이었다. 이 책 바로 전에 뉴베리상 수상작인 어떤 동화책을 읽다 진도가 안 나가 겨우 끝냈는데, 이 책은 그 책의 반의 반도 안 걸려 다 읽었다. 무척 평이한 소재여서이기도 할 것이고 작품 길이도 150쪽 정도로 짧아서일 것이다. 하지만 감정은 매우 섬세하고도 무거웠다. <br/><br/>두 명의 주인공이 두 번 교차 서술한 이야기다. 기하와 재하. 이들은 여덟살 차이나는 재혼가정의 형제다. 배다른 이런거 아니고 각각의 가정에서 남으로 살다 재혼이라는 부모의 결정 때문에 가족으로 묶여버린 사이다. 둘이 친근하게 지내며 새 가정을 화목하게 묶었다면 좋았겠지만 감정이란 게 무척이나 복잡하고 미묘하여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참 슬펐던 것은 그 새 가족 4명 모두가 너무 이해갔다는 점이다. 결국 행복할 수 없었던, 그들의 상황과 감정과 순간의 결정과 행동들이 모두 이해되었다. 그러니 행복한 결말이란 엄청난 행운인가, 아니면 뼈를 깎는 노력인가, 그 합의 산물인가. <br/><br/>먼저 서술하는 기하는 아버지의 아들이고 형이다. 어릴때 엄마가 돌아가셨고 새로운 가족을 바란 적 없다. 그런데 어느날 아버지가 새엄마와 어린 동생을 소개시켜 주었다. 이들에게 딱히 적의는 없다. 그들이 애쓰고 노력하는 것도 안다. 하지만 도저히 마음이 말랑해지지 않는다. 새어머니를 저기요, 그쪽, 이렇게밖에 부르지 못하고 간절하게 다가오면 이렇게까지 하지 마시라며 더 멀리 달아난다. 새 모자와는 달리 새 부자가 친근해지는 모습을 보며 나이차가 많은 동생임에도 질투심과 반발심을 느끼기도 한다. 그는 곧 대학에 갔고 기숙사에 들어가며 가족에서 빠져나왔다. 군대에 가면서는 완전히 멀어졌다.<br/><br/>재하네 친아버지는 폭군이고, 사별이 아니었기에 화근을 늘 안고있는 셈이었다. 이것부터가 엄청 기우는 조건이라 새엄마와 재하는 늘 눈치를 살피며 노력한다. 엄마는 기하에게 하나라도 더 잘해주려 애를 쓰지만 그 시도는 늘 튕겨나오고, 재하는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재하는 심한 아토피라는 약점까지 있었다. 눈치보며 약이나 바르고 있던 모자를 크게 꾸짖고 아버지가 재하를 대학병원에 다니게 한다. 일에 바쁜 부모 대신에 기하가 병원길을 동행한다. 화를 내거나 나쁜말을 하지도 않지만 딱히 가까워지지도 않으며 그 시간들이 지나간다. 그들이 치료 후 대학로에서 늘 함께 먹었던 중국냉면이 겨우 둘의 한조각 따스함의 추억이 되었달까. 땅콩소스를 좋아하지만 버벅대는 재하의 그릇을 가져가 잘 섞어주고, 자신의 땅콩소스를 얹어준 기하. 환하게 미소지은 재하. 순간 미세하게 보인듯도 했던 기하의 미소. <br/><br/>하지만 '이후로 둘은 다정한 형제가 되었습니다'는 되지 않았고 다만 거기까지였다. 나는 이 상황까지도 이해가 되었다. 미안해하고 눈치보는 재하와 엄마도, 마음이 도저히 안 열리는 기하도 이해된다. 이 가정을 지키려고 애쓰는 아버지도 참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재하에게 좋은 것으로 주려 애썼고 내탓이라 자책하는 엄마에게 늘 단호한 태도로 자신의 의지를 알렸다. <br/><br/>기하는 성인이 되었으니 제갈길 가고 이렇게 가정이 안정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그 기간은 4년이 끝이었다. 새엄마가 군에 있는 기하에게 전화해서 냉장고에 니가 좋아하는 콩잎짠지를 담가 놓았다고 말한 것은 이별 인사였다. 기하는 그것도 모르고 뜨악하고 짜증스럽게 받았을 것 같지만.... 아버지가 그토록 다시 세우려 했던 두번째 가정은 이렇게 끝이 났다.<br/><br/>기하와 재하의 두번째 서술들은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후이다. 먼저 기하. 그는 그동안 그 4년의 기억을 깨끗이 잊었을까. 아닌 것 같다.<br/>"헤어진 이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뉘었다. 다신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과 한번쯤은 더 만나도 좋을 사람. 내 삶에서 재하와 재하어머니는 언제나 전자였다가, 언제는 후자가 되곤 했다." (98쪽)<br/>이런 말도 있다.<br/>"그들과 함께 살았던 날들을 떠올리면 불안하고 미숙했던 내가 재하 모자에게 안겨주었던 자잘한 상처만이 선명히 상기되었다." (97쪽)<br/>어느날 우연히 그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알게 된 기하는 그곳에 가본다. 그때와는 마음도 달라졌고 나이도 먹었지만 여전히 서툰 처신을 느끼며 돌아온다.<br/>"재하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때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부르고 또 어떤 말을 나누게 될까.<br/>이무것도 두고 온 게 없는데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132쪽)<br/><br/>기하가 왔던 날 하필 가게를 접는 모습을 보여줬던 재하의 마지막 서술이 이어진다. 그는 일본 고베에서 정착해 혼자 하루하루 일하며 단순하게 살아간다. 가게를 운영하던 시절의 불안과 염오는 옅어져가는 채로, 남는 시간에는 그옛날 새아버지가 주셨던 DSLR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그리고 지난 사진을 함께 보던 주인집 여자의 권유로, 아마도 받을 수 없는 편지를 형에게 부친다.<br/><br/>그들이 가족으로 묶였던 4년은 행복하기 어려웠지만 불행하지도 않았고, 좋은 기억이었다고 쉽게 말하긴 어렵지만 나쁜 기억도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아쉬웠던 기억. 더 잘했었더라면 싶지만 다시 돌아가도 딱히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 과거. 미안함이 옅은 흉터처럼 남은 과거. 상대가 잘 지내길 바라지만 그걸 내가 해줄 수는 없어서 그저 빌어줄 수밖에 없는 관계. 이런 관계와 감정이 은은하지만 생생하게 다가왔다.<br/><br/>그들이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행복을 빌며 아쉬운 기억 속의 추억 한조각을 아름답게 여기며 살면 좋겠다. 재하의 이야기 속에 어머니가 "재하야, 니는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나?" 라고 묻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 재하는 형과 먹던 중국냉면이 떠올랐지만 "저는 없어요"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대답을 듣지 못했어도 들은 것처럼 가슴이 무지근해졌다고 했다.(88쪽) 행복의 조각을 딱 맞추기는 어떤 이들에게 이토록 어렵다. 그래도 이들이 서로를 원망하지 않아서 난 다행스러웠다. 그것만으로도 나보다 좋은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br/><br/>성해나 작가의 작품세계 한쪽을 잘 느껴보았으니 다른 책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294/95/cover150/893643900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2949534</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새로운 독서 경험^^ - [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35499</link><pubDate>Thu, 06 Aug 2026 13: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3549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2819274&TPaperId=1743549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3/28/coveroff/s77283290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2819274&TPaperId=1743549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a><br/>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br/></td></tr></table><br/>이 글은 리뷰가 아니고 약간의 푸념 (불평) 같은 게 될거란 느낌이다. 20년이 넘은 이 유명한 책을 난 안읽어봤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 나는 철저히 실용적인 독서를 했다. 소설이란 건 휴가때나 읽었다. 이제 좀 시간이 자유로워져 이것저것 찾아읽다보니 과거 유명작들을 뒤늦게 읽어보게 된다. 이 책은 최근작인 &lt;아코디언&gt;을 읽으려다가 능가하기 어려운 전작이 있다고 하길래 찾아 읽어봤다. 호불호가 강할 것 같은 작품이었다. 그중에 나는 불호였다.<br/><br/>재미없다는 뜻은 아니다. 500쪽이 넘는 분량을 한호흡...까진 아니고 두 호흡 정도에 다 읽었다. 문제는 잔뜩 인상을 쓰면서 읽었다는 것이다.ㅎㅎ 불편한 게 너무 많은 나의 한계다. 영화나 소설에 나올때 내가 속으로 쌍욕을 하면서 보는 소재는 단연 '신체절단'이다. 여기선 그게 두번이나 나온다. 특히 '칼자루'라는 남자가 연상의 여인에게 사랑의 맹세로 수시로 손가락을 잘라 바칠 때 진짜 욕지거리가 나왔다. 내가 허구와 현실을 구분 못해서 그런걸까? 그러고보면 이 책은 한편에 리얼리티를 담고 있으면서도 다른 편에는 판타지를 담고 있다. 아름답고 달달한 판타지와는 대척점에 있는 '잔혹 판타지'다. 그런 점에서 민담과 비슷한 점이 있다. 떡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하는 호랑이한테 팔다리 한개씩 턱턱 떼어주던 그 느낌에 대입하면 될까? 그러나 이 책은 엄연히 현대소설이기에 난 그게 잘 안되어서 계속 인상을 찡그리며 읽었다.<br/><br/>신체절단까진 아니어도 내게 불편한 소재는 어마어마한 식탐과 폭식, 그리고 인간성을 상실한 초고도비만이다. 나도 날씬하지 않으면서 뚱뚱한 사람 욕하면 되겠냐? 그정도가 아니고 일상생활도 못할 병적인 비만은 보기 힘들다. 먹는 행위에 대한 혐오가 느껴진다. 내가 먹방 유튜버들을 싫어하는 이유도 이런 혐오에 뿌리가 있는 것 같다. 이 혐오는 나의 문제이기도 한데 아직 극복을 못했다. 여기서 '걱정'이라는 거구의 남자가 말년에 이런 꼴이 되었는데 500kg가 되었다가 종국에는 1톤에 이르렀다는 대목에서 참나, 하고 실소가 나왔다. 이 대목도 '잔혹 판타지'에 해당되겠다.<br/><br/>남자 둘을 먼저 언급했지만 이 책의 주 서사는 세 명의 여인이 이끌어간다. 노파 - 금복 - 춘희. 이들의 정체성이 육체에 치중해있는 것도 읽기 불편한 이유 중 하나였다. 모욕적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인간이 이런 존재이지만은 않지 않나? 아니 결국은 그런 존재라는 건가? 이런 인생도 있다는 건가? 노파는 너무너무 못생겨서 그가 돌보던 반편이라는 부잣집 아들과 성적인 사단이 나고, 금복은 너무 예쁘고 성적매력이 출중해서 셀 수 없이 많은 남자와 사단이 난다. 그리고 그 상대 남자를 죽이거나 죽게 한다. 갈구하고 탐욕하며 복수한다. 본인도 파멸하며 '잔혹 판타지'를 거세게 몰아간다.<br/><br/>금복의 딸인 춘희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그도 거구라는 육체적 정체성에 갇혀 살았고 지적 장애에 벙어리였지만 유일한 친구였던 코끼리와의 소통으로 훨씬 더 깊은 정신세계를 가진 느낌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표현을 못한다. 그래서 말없이 모든 저주와 고통을 다 감당하며 살아간다. 슬픈데 슬픔을 모르고 외로운데 외로움을 모른 채로.<br/><br/>이 거대하고 거침없는 잔혹극에서 가끔 신나는 장면은 생산성이었다. 주로 금복이 이걸 담당한다. 우연과 행운이 겹쳐 횡재가 찾아오자 금복은 엄청난 스케일로 각종 사업을 벌여나간다. 그중 벽돌공장에는 무모할 정도의 투자를 한다. 금복의 수많은 남자 중 한명이었던 문이라는 이가 거듭된 연구와 실패 끝에 탁월한 벽돌을 개발하고, 그게 생산되어 신나게 팔려나갈 때 독자의 기분도 좀 좋아진다. 전화위복과 전복위화가 엎치락뒤치락하며 몰락의 위기와 생산성의 희열이 번갈아 찾아와 독자를 들었다놨다 한다. 하지만 결국 그 종말은.....<br/><br/>폐허 속에 춘희가 다시 등장한다. 상황 이해도 잘 못하는 춘희가 그 폐허 속에서 일구고 얻고 그리고 잃고 상해가는 장면들은 앞의 두 여자의 느낌과 왠지 다르다. 그리고 벽돌.... 그가 세상과의 소통도 없는 상태에서 집념처럼 구워내는 벽돌. 그 생산성에서는 어떤 경건함마저도 느껴진다. 이 대목에 이르러서야 앞의 혐오감이 좀 씻어진다. 알라딘 리뷰에서 '재미는 있었지만 오물에서 뒹굴다 나온 느낌' 이라는 한줄평을 읽고 공감했다. 하지만 춘희의 벽돌은 우리에게 발이라도 씻게 해주는 느낌이다. <br/><br/>나는 이 책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작가가 엄청난 이야기꾼인 것은 알겠는데, 그걸 다 즐기지는 못한 느낌이다. 새로운 경험의 독서이긴 했다. 유쾌했건 아니건 간에.^^]]></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53/28/cover150/s77283290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32835</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로맨스소설의 스테디셀러였구나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26536</link><pubDate>Sat, 01 Aug 2026 10: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2653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838510&TPaperId=1742653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829/2/coveroff/k70283851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838510&TPaperId=1742653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서함 110호의 우편물</a><br/>이도우 지음 / 수박설탕 / 2022년 07월<br/></td></tr></table><br/>요즘 유튜브에서 소설책 소개 쇼츠영상이 자주 뜬다. 내가 검색해본 적은 없는데, 언젠가 우연히 뜬 것을 내가 눌러봤을 테고, 그 이후부터는 알고리즘으로 계속 뜨는 것 같다. 그러다 한 영상에서 감동적인 우리나라 소설 몇권을 소개하는데 이 책이 제일 먼저 나온 것을 보았다. 짧은 영상이라 내용까지 소개해주진 않았고 제목과 표지에 ‘잔잔한 로맨스 소설’ 정도로만 소개했다. 소설을 많이 안 읽은 나로서는 처음 보는 책이었다. 검색해보니 어머나! 엄청나게 팔린 책이네. 지금 팔리는 건 개정판이고 처음 나온 때는 2004년, 초판부터 합치면 100쇄를 넘게 찍었다나? 20년 넘은 로맨스 소설이 아직도 먹히나? 나도 한번 읽어보자 하고 집어들었다.<br/><br/>로맨스 세포가 다 죽을 나이라 엄청난 감흥은 없었으나 그래도 지루하진 않았다. 유명 작가가 쓴 소설들을 읽을 때도 과제 같은 느낌으로 읽을 때가 있다. 부분적으로 지루하거나 어렵거나 읽기 힘들어서. 하지만 이 책은 드라마 보는 정도의 난이도였다. 500쪽이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다 읽을 수 있다. 이 책이 나왔을 때 드라마 제작 말이 오락가락 했었다고 하던데 왜 안 만들어졌까? 주인공들의 직업도, 감정선들도 드라마로 딱이었을 것 같은데?<br/><br/>로맨스치고는 현실적이어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나 싶다. 재벌 3세 본부장님 그런 남자 나오지 않고, 출생의 비밀도 없고, 질투하고 대립하는 연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 아주 살짝은 있는데 귀여운 수준) 한마디로 막장 요소는 없다. 신데렐라 스토리도 아니고 타임슬립, 영혼체인지, 귀신 서사 그런 것들도 나오지 않는다. 사랑이 너무 격렬하여 모든 것을 휩쓸어가지도 않고 인간의 밑바닥을 보여주며 ‘이게 현실이야’ 라고 말해서 독자들을 우울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현실적이면서도 최대한 달달한, 적당한 설렘을 가진 로맨스라고 하겠다. 작가님이 그런 전략을 세우신 것 같지는 않지만 본의아니게 매우 좋은 전략이었던 셈이다.<br/><br/>나는 남녀가 만나는 방식이 ‘함께 일하다 정드는 방식’이 가장 좋겠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게 좋은 점은 두 가지다. 일단 그 사람의 포장 안한 생활모습과 삶의 방식 등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직장에 있으면 직장 가기가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에...ㅎㅎ  이 책의 직장은 라디오 방송국이다. 공진솔은 작가고 이건은 PD이다. 음... 이 직업도 약간 클리셰 같긴 한데 작가 약력을 보니 라디오 구성작가였다고 한다. 본인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직업군을 고른 셈이다. 그래서인지 아주 현장감이 넘쳤다. 뭔가 조사하고 글쓰고 하는 작업을 좋아하는 나는 젊을 때로 돌아가면 저런 일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착각이겠지. 치열하면서도 안정감은 부족한 일이니까. 쉬운 직업이란 없다.<br/><br/>둘이 그렇게 일로 만나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특히 공진솔 작가는 말과 표현이 적은 매우 조용한 사람인데,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보고 싶어 먼저 고백한다. 소설 속의 사랑에 난관이 없을 수는 없는 법. 그 난관은 이건 PD의 오랜 친구 커플에 있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의 주된 서사는 이건-공진솔, 선우-애리 두 커플이 이끌어간다. 선우-애리 커플의 인사동 카페에서 넷이 함께 어울리기도 한다. 넷은 각각 꽤 괜찮은 성품들을 가졌고 서로를 존중하며 편하고 즐겁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뇌관이 있다. 이걸 치워야 한다. 그것 때문에 조심스럽고, 그것 때문에 아프게 바라보며, 어느날 터져버린 바람에 모든 것은 엉망이 된다.<br/><br/>내 수준에선 그게 극복할 수 없는 사건 같았는데, 생각하기에 따라선 그정도로 끝장은 아니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 같고.... 어쨌든 둘이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수없이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자신과 상대의 마음을 회피하지 않으며 천천히 나아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확실히 요즘 연애랑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두 커플 다 마찬가지다. <br/><br/>작가 소개를 보니 눈에 익은 제목도 보인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 책이야말로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이네. 그걸 한 번 볼까. 파괴적이거나 참혹하지 않은 것도 가끔은 보고 싶거든. 이런 건 딱 명절연휴 때 전 부쳐놓고 잡으면 기분 느긋하고 좋을 것 같아. 지금 나는 연휴가 따로 없으니까 아무 때나 한번 봐볼까 싶다. 살찌니까 전은 생략하고.ㅎㅎ]]></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9829/2/cover150/k70283851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8290264</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세상은 연결되어 있다 - [죽지 마, 소슬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22226</link><pubDate>Thu, 30 Jul 2026 20: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2222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92135050&TPaperId=1742222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63/79/coveroff/k19213505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92135050&TPaperId=1742222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죽지 마, 소슬지</a><br/>원도 지음 / 한끼 / 2026년 02월<br/></td></tr></table><br/>원도 작가의 소설을 한 권은 읽어봐야지 했었다. &lt;눈물 대신 라면&gt;이라는 책을 읽고 그의 이력을 알고부터다. &lt;경찰관속으로&gt;라는 책이 큰 반응을 얻은 후 그는 경찰 생활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경찰이었던 그의 이력은 모든 작품에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 그게 흥미로운 요소이기도 하고 작품의 사실성을 높여주기도 하니 힘들었어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하겠다.<br/><br/>위의 책을 읽었던 건 몇달 전인데 잊어버리고 았다가 도서관 신간 큐레이션에서 작가의 이름을 발견하고 아맞다! 반가워서 집어들고 왔다. 그 책에서도 젊은이의 냄새가 진했는데 이 책도 그렇다. 나이들어가는 나의 정서와는 좀 결이 다르지만, 오래 살았다고 무게와 깊이가 꼭 있는 건 아니다. 이 책은 젊은이의 시각으로 쓰여졌지만 가볍거나 얕진 않다. 오히려 단조롭게 살아온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삶의 현장'이 들어있다. <br/><br/>그런데 이 책도 요즘 서사의 유행을 따르는지 '귀신'과 '빙의' '귀신이 보이는 주인공'이 주 설정이어서 읽다가 덮을까 잠시 고민했다. 드라마고 소설이고 요즘은 귀신이 단골손님인가. 그래도 덮기에는 재밌어서 끝까지 읽었다. 그리고 죽은 소슬지 얘기를 하는데 귀신 설정 아니고는 어려웠겠다 싶어 이해가 가기도 했고.<br/><br/>경찰관 '하주'가 귀신을 보는 주인공이다. 작가님의 직업과 캐릭터가 그대로 반영된 듯하다. 하주는 경찰관으로서는 결정적인 핸디캡이 있었는데 바로 '급똥 문제' 였다. 화장실을 참아야하는 직업들이 꽤 많다. (초등교사 직업병으로 방광염이 있다. 유치원교사는 더하겠지) 경찰관은 이보다도 더할 것 같은데 급똥문제라니.... 그래서 하주는 이용가능한 화장실 지도를 파악하고 있을 정도다. 소슬지와의 만남도 똥과 무관하지 않았다. <br/><br/>과학수사팀인 하주는 변사자를 보는 게 일상이다. 그날도 변사 신고가 들어와 확인하러 간 원룸에서 화장실로 뛰어들고 말았다. 급볼일을 마치고 고개를 든 순간, 변사자가 거기에 있었다. (으악) 그리고 그날 밤, 본인의 원룸에서 아까 그 변사자, 소슬지의 귀신을 만난다.<br/><br/>소슬지 귀신은 원한을 해결하러 온 것도 아니고 딱히 요구사항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죽어서도 죽지못해(?) 떠돌며 힘들어하고 있을 뿐이었다. 죽어서 가는 곳에 어떻게 가는지를 모르는? 귀신과의 동거상황에 처음에는 분노했으나 은근 심한 오지랖인 하주는 소슬지를 연민하게 되고 그의 삶(?)에 끼어들게 된다. 그렇게 엮이고 풀려가는 이야기다.<br/><br/>나는 자식들에게 별로 해준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양친부모 다 건강히 존재하고 경제활동을 하며 그들이 취업할 때까지 집과 학비와 용돈을 해결해준 것만으로도 꽤나 든든한 울타리가 되었다는 걸 실감했다. 더 잘 사는 사람들 보면서 저런 것도 못해줬어... 하고 슬퍼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거다. 이 모든 배경이 전무한 젊은이가 세상에 내던져져서 7평 원룸 월세라도 살게 되기까지 얼마나 막막했는지, 고단했는지, 치열했는지, 외로웠는지, 사랑도 사치였는지, 그래서 좋아하는 감정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헤어지고 얼마나 아팠는지 절절히 느껴졌다. 죽고 나서 알게된 것들에 의하면 말이다. 그렇다 소슬지는 스물 아홉 젊은 나이에 무리해서 자기집 화장실에 쓰러져 죽은 이시대의 불쌍한 청년이다.<br/><br/>공무원 신분이라 그나마 나은 변하주 또한 부모님 노답에 동생들 줄줄이다. 잘 버텨내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또한 소슬지의 다른 이름이다. 젊은이들 생각없고 철없다고 쉽게 욕하지만 나의 평생보다 힘든 삶의 현장을 지켜가고 있는 젊은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자주 까먹는다. <br/><br/>자식뻘인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젊은이들에 대한 응원의 필요성'으로 읽혔다. 젊은이들에겐 공감과 위로, 그외 다양한 깨달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br/><br/>또한가지 생각이 드는 것은 '어른의 존재'이다. 경찰관 하주의 '반장님' 근덕은 뚝배기(국물) 음식을 흡입하는 식성으로 하주의 소화기에 부하를 가하지만 젊은 동료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좋은 어른이다. 슬지의 어른은 너무 늦게 잠깐 만났다. 물류센터의 컨베이어벨트에서 쓰러지고 쫓겨나는 슬지를 쫓아나와 걱정해준 아주머니. "여사님이 우리 엄마면 좋겠어요." 라는 말에 크게 울어준 아주머니. 이런 어른들이 많아야지. 나는 어떤 어른인가.<br/><br/>전직 경찰 작가님이 작품에 풀어놓은 내용에 의하면 변사자는 매우 자주 꽤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모든 인생들의 주변에 방어벽이 적어도 세 겹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일이라고 다른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세상은 연결되어 있다. 이것을 기억하자.]]></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63/79/cover150/k19213505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5637973</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맹렬한 여름을 향해 문을 열고 한발짝 - [바깥은 여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21935</link><pubDate>Thu, 30 Jul 2026 17:4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2193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46077&TPaperId=1742193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1145/47/coveroff/s53293279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46077&TPaperId=1742193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바깥은 여름</a><br/>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06월<br/></td></tr></table><br/>동네에 청년주택이 지어지고, 입주가 다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3층에 새 도서관이 들어섰다. 자그만 규모에 책도 적다. 하지만 다른 도서관에선 다 대출중이라 대기 걸어야 하는 책이 떡하니 새책으로 놓여있을 때가 있다. 이 책도 그런 행운으로 잡은 책이다. 내가 읽은 김애란 작가의 책으로 4권째다. 그동안 장편 2권 단편 1권 읽었는데 다들 '김애란은 단편!' 이러셔서 몇권 꼽아놓고 있었던 중의 한 권이다. 이 책 나왔을 때 유명세를 익히 알았는데도 그때는 넘겼다가 이제야 읽게됐네.<br/><br/>일곱 편 모두가 다른 상황 다른 인물이 나오는데도 어쩌면 마지막 한줄기 감정은 같은지. 그건 상실감과 외로움이다. 그냥 가을날 고독을 씹으며 왠지 쓸쓸해지는 그런 종류의 외로움이 아니고 통렬하게 깨달아지는 외로움. 그래서 제목에 '여름'이라는 계절을 넣은 걸까. 신록이 푸르고 생명력이 왕성한 여름이 아니고 작렬하는 태양이 두려운 맹렬한 여름.<br/><br/>첫 작품 [입동]은 젊은 부부가 거실 한쪽 벽에 도배를 하는 이야기다. 읽어보니 그들은 어린 아들을 어린이집 차량 사고로 잃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보고싶어 허공을 휘저어도 만져지지 않는 허망함에 애간장이 끊어질 것이다. 그걸 공감할 사람은 같은 입장밖에는 없다. 그러니까 엄마, 아빠. 그들이 같은 마음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같은 슬픔, 같은 고통. (그것마저도 안되는 부부들도 있으니) 이웃들은 처음엔 탄식과 안타까움을 표했지만 이제는 피한다.<br/>"- 다른 사람들은 몰라.<br/>- 다른 사람들은 몰라.<br/>그러곤 내가 아내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37쪽)<br/>그 둘만의 공감 속에서 그들이 버티고 일어날 수 있기만을 바란다.<br/><br/>[노찬성과 에반]이 무슨 뜻일까 봤더니 사람 이름과 개 이름이었다. 노찬성은 남자 어린이고 에반은 개다. 찬성은 독자가 볼때 한없이 불쌍한 상황에 처했으나 본인은 그런 의식도 못하고 살아가는 듯하다. 아버지가 사고로 죽었으나 보상금도 나오지 않았고 할머니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죽어라 일해서 겨우 찬성이랑 먹고 산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찬성이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됐다. 바로 에반이라는 버려진 개였다. <br/>에반이 어리고 건강한 개이기라도 하면 뭔가 웃을 일도 생길 것 같잖아. 근데 늙고 병들었다. 모아둔 전재산을 들고 동물병원에 가서 알게된 건 에반이 암이라는 것과 '안락사'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거였다. 검사할게 많다는 수의사의 말에 "이만오천원어치만 검사해주세요." 하는 찬성이가 왤케 슬퍼.ㅠㅠ <br/>"있잖아, 에반. 만약에 못 참겠으면.... 나중에 정말 너무 힘들면 형한테 꼭 말해. 알았지?" <br/>안락사라는 선택지를 조용히 받아들이는 찬성이는 나이만 어린 어른인가. 그 어린애가 안락사비를 마련하려고 전단지 알바를 한다. 딱 그만큼의 돈을 모았다. 에반은 그돈으로 편안하게 눈을 감을 것인가, 아니면.....<br/><br/>[건너편]은 지친 커플이 마침내 헤어지는 이야기다. 오래된 연인의 헤어짐이 이렇게 무기력하고 쓸쓸할 수가. 딱히 유능하지도 않고 의지력과 인내심이 강하지도 않고 부모 재산이나 배경도 없는 평범한 젊은이가 취업에만 젊은시절을 낭비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우면서 동시에 너무 현실적이다. 이렇게 헤어진 커플들이 실제로 많을 것이다. 말하자면 흔한 얘기인데 작가님의 펜끝에서 나오니 유독 쓸쓸하고 눈물겹네.....<br/><br/>이 책의 수록작들은 외롭고 슬프긴 해도 현실의 사람들을 보여주기에 서사를 따라가긴 어렵지 않다. 다만 [침묵의 미래] 이 작품만은 예외였다. 화자를 파악하는데서부터 어리둥절하다. 읽다보면 화자가 스스로 밝힌다. <br/>"나는 이 세계에서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 순간, 그 말에서 빠져나온 숨결과 기운들로 이뤄진 영이다." (125쪽)<br/>공간적배경은 '소수언어박물관' 이라는 곳이다. <br/>"지금 이곳에는 천여 명의 화자가 천여 개의 언어를 지키며 산다." (129쪽)<br/>"멸종위기에 처한 언어를 보호하고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 단지를 세웠다. 결과는 정 반대였다. 그들은 잊어버리기 위해 애도했다. 멸시하기 위해 치켜세웠고, 죽여버리기 위해 기념했다." (132쪽)<br/>대단한 상징과 비유가 담긴 작품인 것 같다. 작가님이 담으신 걸 다 찾아낼 수나 있을까. 개인적인 상실감을 넘어서 인류적 상실감을 담은 작품이라고 할까. 내가 한번에 이해하긴 어려웠던 작품이다.<br/><br/>[풍경의 쓸모]에선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직업군으로 대학강사 이정우가 나온다. 착하고 조용한 성격인 그가 겨우겨우 버티고 지탱해온 것들에 균열이 가는 느낌으로 끝난다. <br/>"마음속으로 '나는 공짜를 바란 적이 없다'고 중얼거렸다. 왕왕거리는 비행기 소음 사이로 누군가 내게 '더블폴트'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183쪽)<br/>남에게 모질지 않게 살아왔는데 그게 본전도 아닌 실책(더블폴트)이 되어 기회가 다 상실되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되는 걸까. 모질게 말한다면 이선생, 당신은 좀 똑땍이 할 말은 하고 처신해라! 라고 해야되는 걸까. 공짜를 바란 적은 없지만 비겁한 적은 있잖아, 라고. 그가 비겁하지 않았어도 삶이 그에게 주는 것은 마찬가지였을지 몰라도 자괴감만은 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br/><br/>[가리는 손] 에서는 죽음이나 이별로 인한 상실은 없지만 어쩌면 더 서늘한 상실이 있다. 다문화가정을 이뤘으나 남편과는 헤어지고 아들 하나를 정성껏 키우며 지켰다고 생각했는데.... 청소년기에 이른 아들의 내면은 엄마의 상상과 기대 범위를 넘어선다. 모종의 좋지 않은 일로 찍힌 영상에 아들의 모습이 담겼고, 아들의 변명에 남들은 넘어갔지만 엄마는 직감한다. 자식의 거짓말을, 그리고 '가리는 손' 안쪽의 진짜 표정을.... 다른 작품들도 그렇지만 이건 정말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다.<br/><br/>[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가장 슬펐지만, 상실감과 그리움도 가장 컸지만 왠지 절망감은 가장 덜한 느낌이었다. 남편이 떠났다. 교사였던 그는 현장학습에서 계곡사고를 당한 제자를 구하려고 뛰어들었다가 같이 목숨을 잃었다. 혼자 남은 아내에게 나타난 피부질환은 그 내면의 고통의 형상화인 것 같았다. 안팎으로 처참한 그녀 앞으로 편지가 한통 도착한다. 죽은 학생의 유일한 유가족인 누나가 보낸 편지였다. 그제서야 그녀는 외면해왔던 상황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다.<br/>"어쩌면 그날 그 시간, 그곳에선 '삶'이 '죽음'에 뛰어든 게 아니라 '삶'이 '삶'에 뛰어든 게 아니었을까." (266쪽)<br/>가버린 남편을 이해했다고 그리움이 줄어드는 건 아닐 거다. 더 커졌으면 커졌지. 마지막 문장도 '당신이 보고 싶었다'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맨 마지막에 자리한 건 슬픔 이상의 것이 들어있어서라고 나는 생각한다.<br/>2017년에 나온(첫 발표는 2015년) 이 작품에는 지금의 인공지능 채팅도구들이 아닌 초기 인공지능(시리)이 나온다. 아무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이런저런 질문을 해보는 주인공의 마음을 알 것 같다. 10년이 지난 지금의 인공지능은 답변이 더욱 정교해지고 공감능력은 사람보다 더 나은 지경이 되었지만.... 채워줄 수 없다.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아주 작은 답이 있다면 있고, 영 없다면 없는 것도 같다.<br/><br/>폭염 경보가 내려진 7월 말, 여름의 한복판에서 이 책을 읽었다. '바깥은 여름'이니 에어컨 켜진 까페에 들어와서. 지금은 시원하고 좋지만 문을 밀고 나가면 여지없이 폭염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감싸겠지. 이 책은 어쩌면 나의 '문 밖 세상'을, 그러니까 내가 열고 나갈 바깥을 보여주는 것일까. 알고는 있으라고. 어쩌면 선불, 혹은 후불의 위로 혹은 경고이기도 하고.]]></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1145/47/cover150/s53293279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1454737</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양궁으로 동화가 될까 했는데^^ - [숨 참고 슛오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11495</link><pubDate>Sat, 25 Jul 2026 21: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1149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82138719&TPaperId=174114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99/86/coveroff/k78213871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82138719&TPaperId=1741149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숨 참고 슛오프</a><br/>문경민 지음, 오승민 그림 / 다산어린이 / 2026년 05월<br/></td></tr></table><br/>문경민 작가님의 책은 거의 다 읽어본 독자라 최근 나온 이 책도 궁금했다. 제목과 표지만 딱 봐도 양궁 이야기. 이번에는 스포츠 동화를 쓰셨구나. 스포츠 동화도 참 종목이 다양하다. 야구가 가장 많은 것 같고 축구, 농구, 배구 등등의 구기종목, 체조, 육상, 스케이트, 수영까지도 읽어봤다. 양궁은 처음이다. 양궁이 동화가 될까? 올림픽 때 다른건 몰라도 양궁은 챙겨보는데, 그때 참 희한하다고 생각한 적 있다. 조준, 쐈다, 몇점! 이게 끝인데 이게 뭐라고 이렇게 재미나게 볼까?<br/><br/>이걸 서사로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전략이 있길 하나, 예측불허의 경기상황이 있길 하나, 격하게 뛰길 하나.... 도통 재밌게 만들어낼 건덕지가 없어보인다. (그래서 그동안 안나왔던 것 아닐까?^^;;;) 하지만 문경민 작가님은 도전해 내셨다.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평하고 싶다.<br/><br/>이러한 양궁의 성격은 본문 중에도 나온다. 주인공 정다희가 도희성 코치님과 대화하는 장면에서다.<br/>"내가 양궁을 좋아하는 이유는 말이지."<br/>"양궁은 태권도나 권투처럼 대련하는 경기가 아니잖니. 상대랑 몸 부딪치며 싸울 필요가 없어요. 체조나 다이빙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평가받는 경기도 아니고."<br/>"양궁은 과녁과 나의 싸움이야. 운이 따라 줘야 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양궁은 공정해. 나는 양궁이 과녁과 승부를 보는 스포츠라서 마음에 든다." (171쪽)<br/><br/>이렇게 깔끔하고 딱 떨어지는 것이 양궁의 장점이면서 서사로 표현하기에는 재밌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겠는데, 이런 점을 이 작품은 잘 극복해냈다. 나는 신체기능이 매우 취약해서 절대 그럴 리 없지만 스포츠를 하나 해야 한다면 저 코치님과 같은 이유로 양궁이 그중 맞을 것 같다. 또한 우리나라의 온갖 스포츠협회들이 욕먹고 있는 가운데 양궁협회만은 인정받고 있는 것은 구성원들이 훌륭하신 점도 있겠지만 이 종목 자체의 깔끔함도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판정시비가 나올 일도 없고, 경기중 거친 몸싸움이나 허리우드 액션도 나올 일이 없으며 누굴 봐주고 싶다고 봐줄 수도 없으니. 이상 양궁에 대한 얘기를 길게 했는데, 올림픽 때 외에는 전혀 생각하지 않던 양궁이라는 종목에 대해 이 책을 읽고 좀더 애착을 갖게 되었다는 증거라 하겠다.^^<br/><br/>운동을 하는 주인공은 뭔가 핸디캡이 있기 마련이다. 다희의 경우는 약한 몸과 부모님의 걱정이다. 다희는 태어나면서부터 병원 신세를 많이 졌고 체구도 작고 체력도 약하다. 빛든초로 전학 와서 양궁부에 들었지만 부모님은 다희가 선수생활을 하길 바라진 않는다. 코치님한테도 기본만 가르쳐주고 무리는 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빛든초 양궁부는 매번 예선탈락이지만, 누구하나 조급해하지 않는다. 이런 모습이 다희는 불만이다.<br/><br/>새로운 주인공의 등장과 함께 이야기는 힘을 받기 시작한다. 파장 작전의 양궁부에 신입부원 방봉식이 전학왔다. 다희가 있었던 주명초에서. 다희는 그곳의 영서라는 아이한테 괴롭힘 당하다 전학왔었다. 영서는 그곳 양궁부 에이스였고.<br/><br/>봉식이는 양궁실력도 수준급이고 성격도 의욕도 좋았다. 혼성팀으로 나가야 하는 스포츠축제에 함께 나가자고 다희를 설득한다. 당연히 주명초도 영서도 출전한다. 이렇게 이야기는 풀려야하는 매듭을 향해 치닫는다. 대회 결과는 어떻게 될까? 영서와의 과거는? 이해와 화해가 가능할까? 매듭은 어떤 식으로 풀릴까? 그리고 그 이후는....<br/><br/>이 모든 일들에 작가의 마음이 담긴 것이 느껴지고,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더욱 확인이 된다. <br/>"작품을 출간할 때마다 마음에 품고 함께 살아가던 이들에게 손을 흔드는 기분이 든다. 다희가 좋았다. 봉식과 영서도 좋았다. 그들과 함께 &lt;숨 참고 슛오프&gt;를 만들어 온 지난날이 즐거웠다. 막상 떠나보내려니 못내 아쉽다."<br/>작가님은 여러 입장에서 학폭을 지켜보신 분인 것 같다. 특히 최근 몇년간은 학교에서 학폭 업무를 맡으셨다고 한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는 나로서는 수업에, 학폭업무에, 창작까지 하신 작가님의 애씀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작가의 말에 보니 이 작품은 같은 소재의 이전 작품보다 훨씬 괜찮아진 마음으로 쓰신 것 같다. 세월이 준 그 치유와 힘이 이 책을 읽는 학생들 모두에게 화살처럼 정확히 전달되었으면 좋겠다.<br/><br/>대회 장면의 묘사에는 문학작품에선 보기 드문 점수표까지 들어갔다. 딱딱한 사각의 표가 긴장감을 주고 마음을 흔들 수 있을까? 꽤 가능하다! 양궁도 되는 거였어.ㅎㅎ 재미있게 읽었고, 고학년 학생들에게 추천한다. 4학년과 중1 정도까지도 좋을 것 같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99/86/cover150/k78213871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2998617</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미친 칼춤을 제발 막아 주세요 - [벼랑 끝의 교사, 다시 교실 문을 열다 -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의 시대, 교육을 살리는 회복과 연대의 기록]</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09072</link><pubDate>Fri, 24 Jul 2026 12:5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0907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82130192&TPaperId=1740907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57/42/coveroff/k38213019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82130192&TPaperId=1740907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벼랑 끝의 교사, 다시 교실 문을 열다 -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의 시대, 교육을 살리는 회복과 연대의 기록</a><br/>실천교육교사모임 지음 / 푸른칠판 / 2026년 07월<br/></td></tr></table><br/>나는 평범한 초등교사로 30년 조금 넘게 근무하고 올 초에 퇴직했다. 나의 교직생활은 그리 파란만장하진 않았다. 하루하루 온힘을 다해 떠받쳐야할 만큼 무겁고 버거운 일이긴 했지만 그렇게 버티다보니 퇴직 가능한 시기가 와서 뒤도 안돌아보고 퇴직했다. 마지막날 인사자리에서 소감을 묻는 동료들에게 이렇게 대답했다.<br/>"무사퇴직이 감사할 뿐 후회도 미련도 없습니다."<br/><br/>영광도 찬사도 없이 그저 물러나는 자리에서 나는 왜 그렇게 감사했을까. 이 책에 답이 있다. 운이 좋으면 나처럼 특별한 재주 없는 교사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훌륭한 교사도 덫에 걸려 큰 상처를 입고 피흘리며 신음하고 오점에 괴로워한다. 그런 일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책으로 나오고 심지어 드라마에서까지표현된 것은 '그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타인을 괴롭히는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가능한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아니 그것도 피해 교사가 받는 시간, 물질, 정신적 고통에 비하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수준이다. 그러니 점점 많은 이들이 시도한다. 이 무고한 교사 죽이기를.<br/><br/>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아홉 명의 교사가 겪었던 아동학대 피소의 경험을 담았고 2부에는 이 책을 엮어낸 실천교사모임에서 회장이나 교권법무팀장 등 중책을 맡아 이 문제에 대해 연구와 경험이 풍부한 4명 선생님들의 제언이 실려있다. 매우 효율적이고 짜임새있는 구성이다.<br/><br/>1부를 쓰신 아홉 분의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는 것은 떠올리기 싫은 악몽같은 기억을 또박또박 되살려 그 과정을 상세히 적어주셨기 때문이다. 되돌아보면 아차 싶거나 아쉬웠던 부분과 천만다행이었던 지점들이 보인다. 같은 일을 당하는 분들께도 도움이 되겠지만 언제 피해를 당할지 모를 모든 교사들이 읽고 염두에 두어야할 내용들이다.<br/><br/>사례들은 모두 기가 막혔지만 익히 상상이 가능한 상황들이었다.<br/>1) 6학년 교실의 권력자 학생이 마땅히 교사에게 돌아가야 할 권한을 두고보지 않고 세력을 만들어 담임을 몰아내려 모의한 경우 (그 조직 이름이 '교실혁명당'이라니 기가 막혀서)<br/><br/>2) 담임교사도 아닌 학폭 담당교사로 주어진 업무를 했을 뿐인데 가해학생들 측에서 아동학대 신고와 행정심판 청구가 들어온 경우<br/><br/>3) 성 사안 학폭을 끊임없이 일으키는 아이의 학폭 처리 후 보복성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온 경우 (심지어 그 부모가 교사였다니, 교사들도 학부모로 위치가 바뀌었을때 자기 발밑을 늘 점검할 필요가 있다)<br/><br/>4) 유치원 교사의 사례. 한국인 아버지가 해외에 체류 중이고 언어에 서툰 어머니가 데리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를 극진히 돌봐줬으나 아이의 거짓말+한국말 못하는 엄마의 콜라보로 오해한 아버지가 신고한 경우 (다문화 학생... 편견없이 잘 지도해야 되지만 이런 경우 정말 모든 의욕 상실됨ㅠ)<br/><br/>5) 생활기록부를 자기 입맛에 맞게 고치기 위해서 아동학대 신고를 무기로 휘두른 경우<br/><br/>6) 아이의 문제행동에 비해 교육의지가 현저히 부족한부모가 긴 지도의 과정에도 불구하고 학폭과 선도위원회 처분에 분노하여 아동학대 신고를 한 경우<br/><br/>7) 과학전담교사로 6학년 교육과정의 고난이도 실험을 할 때 보안경 착용을 지시하고 실험 안전교육을 철저히 했다는 이유로 정서적 학대 신고를 당한 경우<br/><br/>8)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와 더불어 교권보호위원회의 2차 가해를 당한 경우<br/><br/>9) 전담시간의 무질서에 대해 전해듣고 반 전체 학생들을 훈휵하는 과정에서 한 아이의 거짓진술로 학대 신고를 당한 경우<br/><br/>요약하면서도 기막히다는 생각이 또 든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어찌됐든 '혐의없음' 처분이 나왔다는 것이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겪었던 불안과 공포, 억울함과 슬픔 등의 심적 고통은 필설로 다할 수가 없다. 또한 무혐의를 받아낸 것 또한 매우 다행스러운 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br/><br/>1) 사건발생 직후 교원단체와의 연결, 즉각적인 지원과 대응 (꼭 이럴 때를 대비해서는 아니지만 교사라면 교원단체 한곳에는 꼭 들어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퇴직하며 탈퇴했지만 나는 세 곳에 들었었다. 다들 강점과 성격이 다르니 두 군데 정도 드는 걸 추천한다)<br/><br/>2) 교실 수업 장면에선 교사가 전문가지만, 조사를 받으러 갔을 때는 실수할 수 있는 불안한 존재일 뿐이다. 전문가와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 위의 단체 가입과도 연결되는 이야기다.<br/><br/>3) 기록의 중요성이다. 현장에 적자생존이라는 우스개소리가 통용될 정도로, 사안을 겪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이다. <br/>"차가운 조사실의 압박감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유일한 방패는 억울하다는 눈물이 아니라 빈틈없이 준비된 차가운 기록과 논리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146쪽)<br/>내가 운이 엄청 좋았다고 느끼는 건, 나는 평소 독서기록 등 글쓰기를 즐기면서도 이런 기록에는 철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교과보다 생활지도 기록에 철저하지 못했는데, 다시 돌아간다면 이 부분을 반드시 보완할 것이다. 나는 평소 교사가 '지도자' '기록자' '평가자'의 역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이 '기록자'의 역할을 다시한번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사시 나를 방어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교사의 꾸준한 기록은 학생의 성장 과정을 파악하는데도 반드시 도움이 된다.<br/><br/>4) 평소 관계를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그렇게 신뢰로 형성된 관계는 중요할 때 힘이 된다. 위 아홉번째 사례에서도 교사를 살린 건 선생님을 신뢰하는 학생들의 증언이었다. <br/><br/>거칠게 요약했는데, 책을 읽어보면 이 모든 과정이 가까운 사람의, 심지어 나의 일처럼 와닿으며 꼭 필요한 지침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힘든 과정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다시 교실문을 여는' 선생님들께 감사와 응원이 마음이 생긴다. 극복하며 단단해지고 더 성숙해지는 마음에 존경심도 생겼다. 나같으면 적개심과 복수심 말고는 남지 않을 것 같은데. 선생님들은 훨씬 성숙하시더라구. 그게 이후 인생의 행복을 추구하는 맞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라, 고개를 끄덕이며 응원을 보낼 뿐이다.<br/><br/>이렇게 극복했으니 된 건가. 그게 끝이 아니다. 이렇게 어이없는 아동학대 신고의 칼날을 제멋대로 휘두르지 않도록 제도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누군가가 기분 나쁘다고 트집을 잡으면 그로부터 교실이 마비되는 이 잘못된 현실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학교가 불안한 쟁송의 장이 아니라 안정된 신뢰의 장이 되어야 한다. 불안과 미움 속에서는 배움이 싹틀 수 없다. 2부의 선생님들의 분석과 제언이 이후 사회 변화에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교사들의 필독서이자 학부모, 행정가, 정책자 등 교육에 옷깃이라도 스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57/42/cover150/k38213019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574298</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무관심의 자유로움을 만끽해! - [빨개져버린 - 서울국제도서전 2025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05621</link><pubDate>Wed, 22 Jul 2026 13:3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0562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5827660&TPaperId=174056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236/73/coveroff/895582766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5827660&TPaperId=1740562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빨개져버린 - 서울국제도서전 2025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a><br/>아하 지음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07월<br/></td></tr></table><br/>판형도 큰 편이고 양장본이라 그림책 느낌을 주는데 100쪽 좀 넘는 그래픽노블이다. 주인공이 중학생이라 소설로 치면 청소년소설이라 하겠는데, 사건이 생각보다는 심각하지 않아서? 약간 안심?이 되고 슬며시 미소도 지어지는 스토리였다. 그동안 중등 학생들은 나의 영역이 아니어서 한발 떨어져 보는 입장이었다. 그런 내 눈에 중딩은 가까이하기 어려운, 조금은 무서운 존재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하는 걸 보니 초딩과 별 다를 게 없네. 하긴 언젠가 중등 선생님이 강사로 오신 연수에 참여한 적 있었는데, 그때 한 초등 선생님이 "이런 걸 중등 학생들도 잘 못하나요?" 하고 질문하셨다. 그러자 강사님이 무슨 국가기밀을 알려주듯 자못 비장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br/>"선생님! 선생님 교실의 그 아이가 몇 년 후에 저의 교실에 있는 겁니다! 별반 다르지 않아요!"<br/>웃자고 하신 말씀이어서 다같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ㅎㅎ 어쨌든, 이 책은 청소년 뿐 아니라 초등 고학년에게도 잘 맞을 것 같다. <br/><br/>표지와 속표지가 빨강인 이 책은 본문은 흑백이지만 빨강이 부분적으로 들어가있다. 제목도 '빨개져버린'. 빨강은 이 책의 주요 소재이고 발단이다. 어느날 아이의 한쪽눈에 실핏줄이 터져서 엄마와 함께 안과에 간다. 의사선생님은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거지만 신경쓰이면 안대를 쓰라고 한다. 아이는 안대를 쓰고 걱정하며 등교한다.<br/><br/>아이는 친구가 한명 뿐이고 그나마도 다른 반이라니 왕따가 아닌가 걱정하며 읽어나갔다. 그정도는 아닌것 같다. 안대를 본 학급 아이들은 몰려와 관심을 보이며 눈을 보여달라고 조른다. 빨개진 눈알을 본 아이들 중엔 걱정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특유의 생각없는 멘트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아이는.... 좀 좋았다. '오랜만에 받은 관심'이어서. 선생님도 걱정해주시고 체육시간에 벤치에 앉아있는 특권도 누릴 수 있어서 아이는 이 상황이 점점 좋아진다. 심지어 '쎈 선배들'이 찾아와서 보고 가기도 했다. 반 아이들의 관심이 추가로 이어진다.<br/><br/>그런데 문제가 있다. 눈이 점점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어디봐봐" 했을때 징그러운 눈을 보여줘야 하는데 시뻘건 부분이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사라졌다. 하지만 아이는 안대를 벗지 못한다. 때가 꼬질꼬질해진 안대가 내 마음을 살짝 아프게 할 때쯤, 누군가 깐족거렸고, 화가나서 싸움이 났고, 아이는 두들겨 맞았다. 말하자면 선빵 날리고 진 상황이다. 아이는 반성문을 써야했고 엄마가 학교에 불려갔다. 아 골치아프다. 어찌보면 갈데까지 간 상황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닫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었어? 싶게 일상으로 금방 돌아가 버린다. 시시하게도. 그 시시함이 이 책의 매력이고, 나의 안심이다.<br/><br/>"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다.<br/>애들도 더는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br/>그게 아쉬운 동시에<br/>자유로웠다." (102~106쪽)<br/><br/>이렇게 시시한 결말에 무사히 다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반 아이들이 특별히 악독한 애들은 아니라는 점과 아이 가정의 평범성 때문이었던 같다. 드라마 '참교육'에서 유행한 "우리 남편이 화가 많이 났어요." 처럼 여기 아빠도 화를 내기는 하는데 그냥 집에서 내는 화일 뿐이다. 진것도 쪽팔린데 울긴 왜 우냐며 의자라도 던지든가 귀라도 깨물라고 한다. (책임은 져 줄테니까! 어? 라며) 하지만 아이는 그럴 인물이 아니고 아빠도 그냥 해본 말일 뿐이다. 언니는 "개웃기네~" 하면서 놀리고, 엄마는 이마를 짚으며 속상해한다. 이렇게 가족 내의 다양한 반응이 공존하는 가운데 엄마가 중심을 잡는 느낌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이랬다. 아니 지금도 대다수는 이렇다. 하지만 내 직성이 풀릴 때까지 갈데까지 간다, 내 자식 잘못은 티끌이고 남의 자식 잘못은 들보다, 하는 부모들의 파괴력을 누구도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작금의 문제들이 일어난다.<br/><br/>개인적으로는 무관심 속에서 "자유로웠다"는 아이의 느낌에 크게 공감한다. 아이들아, 그 자유를 만끽하자. 그리고 인간에게는 누구나 관종의 본성이 있으므로 가끔은 주변에 반응도 좀 해주고. 친구 한두명 있으면 됐지 모두가 자길 좋아해야 하는 것처럼 세상 무너진 마음 갖지 말고. 그 자유 속에서 헤엄치다 보면 친구를 만나기도 한단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남한테 관심이 없다는 거 잊지 마. 안대나 해야 겨우 쳐다볼 정도니. 그렇다고 일부러 안대를 할 필요는 없었던 거 봤지? 외로움은 인간의 기본값이며, 너 자신한테 멋있는 사람이 되길 추천한다. 찡긋!^^]]></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236/73/cover150/895582766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2367382</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무엇을 '주의'해야 할까 - [반대편 사람 주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05075</link><pubDate>Wed, 22 Jul 2026 02: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0507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137864&TPaperId=1740507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64/59/coveroff/k02213786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137864&TPaperId=1740507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반대편 사람 주의</a><br/>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03월<br/></td></tr></table><br/>조경란 작가님의 책을 처음 읽어보았다. 30년을 쓰신 작가님인데.... 이로써 필력이 훌륭하신 작가님을 또 한 분 알게 되었다.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서 전체적인 성향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만 놓고 본다면 은근히 마음이 힘든 작품이었다. 평범한 듯 잔인한 이야기라고 할까, 일상의 잔인함이라고 할까. 칼부림하고 욕하고 싸우고 그래서 그런게 아니다. 큰 사건은 없는 편이고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이다. 하지만 그 조용함 속에 고요와 평안이 아닌 커다란 불안과 우울함이 진득하게 자리한다. 도저히 치울 수 없을 것 같은 그 무거움. 그게 일상 속에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게 바로 평범한 잔인함이 아니고 뭐겠는가. 주인공들이 별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그 일상의 일부가 나에게도 깃들어 있지 않은가 흠칫하게 되는 작품이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라는 점에 이 책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br/><br/>일곱 편이 들어있는 단편집이다. 나왔던 인물이 또 나오기도 하고 서로 연관되기도 하니 연작의 성격을 띤다. 반복해서 나오는 인물과 상황의 특징이 있다. 일단 주인공들 중 다수가 대학교수다. ‘교수님’이라고 불리지만 연구실은 없는. 말하자면 일명 보따리 장사라 불리는 강사들이다. 익히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갑갑하고 막막했다. 최고학력 최저시급 알바라고 할까. 많은 세월과 노력을 (돈도) 공부에 쏟아부었는데 내 자리는 없고 바늘구멍 같은 자리는 이미 임자가 다 있고, 되돌아가기엔 나이가 이미 중년이고, 강의만으로 생활이 안되고.... 그래서 그들은 투잡을 안할 수가 없다. 배우자가 잘 벌거나 물려받은 재산이 있다면 좀 낫겠지만 여기의 주인공들은 다 비혼이고, 부모도 돈이 없다. [검은 개 흰 말], [빗방울 하나 마른 잎을 두드리네]에 나오는 서양지는 부잣집 사람들이 장기 출타를 할 때 집을 관리해주는 알바를 하고, [그들], [빗방울 하나 마른 잎을 두드리네], [절차]에 나오는 이종소는 친구가 개업한 주막에서 주방일을 한다.<br/><br/>공통적 상황 두 번째는 나이든 비혼 자녀 + 고령의 부모 조합이다. 고령이기만 할 뿐만 아니라 몸과 정신의 건강도 모두 나쁘다. 고령만으로도 힘든데.... 나도 노인을 향해 가고 있으면서, 아니 그래서 더 그런 건지 요즘엔 길에서 심하게 늙으신 분들을 만나면 마음이 좋지가 않다. 천벌 받을 소리 같지만 ‘저 나이까지는 안 살고 싶은데....’ 이런 마음이다.ㅠ 보기만 해도 괴로운 지경까지 늙은 분들을 보면 1차로 나의 부모님들(시부모님 포함), 2차로 나와 배우자가 걱정되기 마련이다. 그 걱정의 현실이 이 책에 담겨있다. 처참한 지경까지는 아닌데도, ‘부모님이 가셔야 당신의 삶을 살겠군요’ 라는 마음이 드는 상황이 슬프다.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존재 자체가 고통인 그 관계. 죽어야만 끝나는 그 고통을 뭐라 말해야 할까. 이 책은 그 현실을 과장도 미화도 없이 그저 담담하게 적고 있다. 그게 앞에서 말한 평범한 잔인함의 일부라 하겠다.<br/><br/>작품마다 누군가는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는 암시도 매우 힘든 공통점이다. 마지막에 배치된 [절차]라는 작품에는 실제로 두 건의 죽음이 나온다. 이 작품에 나오는 교수는 이종소인데, 그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 한명이 자살을 했다. 유서에 이종소 교수를 언급하고. 원한이 아니라 좋았다는 언급이었지만 그것도 그에게는 위협이었고 그래서 방어적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보니 안그랬어도 되는 거였지만, 난 그 방어가 너무 이해가 간다. 책임져야 할 대상이 분명한 경우도 있지만 모호할 때, 그걸 어떻게 해야 누구도 억울하지 않게 끝낼 수 있을까. 이건 정말 조심스러운 이야기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하다. 순수하게 추모하고 슬퍼하며 내가 그에게 더 해줄 수 있었는데 못 해준 것을 미안해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이유가 뭘까. 우리 사회가 물어뜯을 공격 대상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그게 내가 된다고 생각하면, 그걸 감내하고 선택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몰아세우기에 집착하는 사회에서는 자기방어가 최우선인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본능적인 공포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공포의 꺼풀이 벗겨져야 남에 대한 진심이 나오는 것이다. 나 다음에 남인 것은 평범한 인간의 당연한 순서이니까.<br/><br/>하나같이 사실적인 허무감과 우울감이 감도는 작품들이었는데 작중 관계들 중 그나마 보기 괜찮았던 건 세 번째 작품 [일러두기]의 미용과 재서였다. 다른 작품과 분위기는 비슷하고 처지가 깝깝하기도 마찬가지였지만 뭔가 서로에게 발견해 주는 느낌이라서. 그나마 희망이 들어있었달까.<br/><br/>읽기에 앞서 단편들의 제목을 쭉 보면서 표제작을 찾아보았는데 없었다. 그럼 &lt;반대편 사람 주의&gt;라는 제목은 어디서 왔을까, 무슨 뜻일까 생각하면서 읽었다. 나는 일단 ‘주의’가 조심이라는 뜻은 아닐 거라고 짐작했다. ‘주의를 기울이다’라는 표현처럼 관심이나 배려 쪽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다섯 번째 수록작 [그들]에 그 문구가 나왔다.<br/>“반대편사람주의<br/>문뒤에누가있을수있습니다” (205쪽)<br/>모종의 사건 후 까페 화장실에 붙은 안내문이다. 조심이라는 뜻도 있는 거였어. 물론 확대하면 배려라는 뜻도 있지만. 어쩌면 둘은 상당 부분 의미가 겹치는지도 모르겠다. 이 장면을 제목으로 삼은 작가님의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하다.<br/><br/>앞표지와 뒤표지에 각각 남녀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다. 말하자면 ‘반대편 사람’이 되겠다. 우리는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 많은 생각과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상처받고 밀려나며 종국에는 노쇠해질 우리. 이 책의 색조보다는 조금은 더 밝았으면 하는 바람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64/59/cover150/k02213786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645956</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명랑한 이시봉이 원하는 삶은 -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95063</link><pubDate>Thu, 16 Jul 2026 13: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9506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02030700&TPaperId=173950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792/68/coveroff/k402030700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02030700&TPaperId=1739506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a><br/>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07월<br/></td></tr></table><br/>소설이라고는 하나 500쪽이 넘으니 내게는 벽돌책이나 다름없는데...? 그치만 시간도 있으니 읽어보자 하고 도전했다. 가독성이 좋았지만 그래도 하루에 끝내긴 어려웠고 다음날까지 넘겨서 겨우 완독했다. 어쩌면 간단할 수 있는 주제를 위해 동원된 서사는 엄청났다. 가성비추구인인 나는 '작가님 엄청 고생하셨겠는데? 왜 이렇게까지 고생을 하셨담.' 이라는 생각에 조금 갸웃하기까지....^^;;; 하지만 인정한다. 이 책의 차별성은 그래서 생겨났다는 걸.<br/><br/>그 서사의 줄기는 크게 세 갈래다. 시대별로 놓고 보면 이렇다.<br/>(1) 18세기후반~19세기초반 스페인 왕가와 귀족가의 이야기<br/>(2) 1990년대 후반 프랑스로 유학 갔던 한국 젊은이 세 명의 이야기<br/>(3) 지금, 이곳에 살고 있는 화자와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br/>이 굵직한 시공간에서 집중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다. 개. 비숑프리제라는 귀한 혈통의 개.<br/><br/>화자인 이시습은 20대 초반의 청년이다. 제목의 '이시봉'은 그집 막내...라고 하지만 사람이 아니고 개다. 몇년 전 아버지가 데려왔던. 타이어공장에서 묵묵히 일하시던 아버지는 어느날 한계가 왔는지 퇴직을 선언하고 피자집을 차렸다. 그러다 바로 가게 앞에서 불의의 고통사고로 돌아가셨는데, 나중에 알게 된 바, 달려나간 이시봉을 쫓아가다 그리 되셨다고 한다. 이시봉은 여전히 해맑지만 엄마는 더이상 개의 눈을 보지 못한다. 지금은 외할머니 간호차 집을 떠나 있다. 고3인 여동생 시현이는 무섭게 공부에 몰두하고, 결국 이시봉은 이시습의 차지다. 이시습은 독자가 볼 때 약간 안타까울 정도로 백수 폐인 상태이다. 밤중과 새벽의 경계인 시간에 이시봉을 산책시키고, 그때 혼자 술을 많이 마시고 들어온다. 매일 그리 마시니 알콜중독이라 할 수도.<br/><br/>느리고 가라앉은 시간들이 그렇게 흘러갈 무렵, 이시봉을 찾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이웃의 리다 누나가 sns에 릴스 하나를 올렸는데 그걸 보고 연락해온 것이다. 그들은 '앙시앙 하우스'라는 곳에서 나온 브리더들이며 대표는 정채민이라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이시봉은 비숑 중에서도 '후에스카르' 계열의 매우 희귀한 순종 혈통이며, 그래서 대표가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한다.<br/><br/>90년대말 프랑스에는 가난한 유학생 김상우, 박유정 커플이 있었다. 대책없이 떠난 그들에게 파리는 공부보다도 힘든 알바를 하는 곳이었다. 그러던 중 부유한 유학생 정채민을 만난다. 바로 위에서 말한 그 대표다. 그는 두사람과 우연히 엮이게 되었는데 그들이 맡은 순종 비숑 두마리를 잠시 봐주게 되면서였다. 그때 처음 알게된 개에 대한 마음은 그의 인생을 바꾸어놓는다. 두사람을 먼저 보낸 그도 뒤이어 귀국하고 보니 두 사람과 두마리 개는 자취가 없었다. 앙시앙하우스를 운영하면서도 그는 과거의 그 아이들을(그 혈통의 후손을) 늘 찾고 있었다. <br/>(그런데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 초반 서사를 무심코 다 믿고 읽었다가 나중 반전에 기막힘;;;) <br/>이 정채민이라는 사람이 의문의 결을 가진 사람이다. 그의 정체가 드러나는 과정이 곧 책의 진행이라 할 수 있다.<br/><br/>이렇게만 봐도 복잡하고, 보통 소설의 분량인 300여 쪽은 넉근히 나올 것 같은데 작가는 더 옛날 유럽의 이야기를 직조에 추가했다. 나폴레옹도 나오고 카를로스 4세, 그의 왕비, 마누엘 고도이라는 총리, 알마 공작부인 등등... 책 앞장에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 강아지, 고양이, 사건은 모두 허구이며...." 라고 분명히 되어있기는 하지만 검색해보니 인물 자체는 실존했던 인물들이 아닌가. 왕비가 남성편력이 심했고 특히 고도이를 좋아해서 그에게 권력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고, 고야라는 화가가 알마 공작부인의 초상화를 그린 것도, 그 초상화들 중 한 점에는 하얀 애완견이 예쁘게 단장하고 함께 그려져 있다는 것도.... 참, 이런 걸 자신의 이야기 속에 허구와 적당히 섞어서 직조하는 작가님의 스케일과 능청스러움에 감탄한다. 아마도 착상의 발단은 바로 그 하얀 개가 나온 초상화 아니었을까? 그리고 작가 본인이 키우신다는 비숑 이시봉.... 그것들이 스파크 파바박!! 그리하여 이렇게 벽돌 소설책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 보았다.<br/><br/>결국 등장인물들의 실체와 사연들은 어떠한지, 이시봉은 어떻게 되었는지는 남겨두고 끝내야 할 것 같다. 나는 책을 읽으며 나중에 다시 볼 구절은 메모장에 쪽수를 적어놓는 습관이 있는데, 다 읽고 보니 의외로 초반부의 쪽수가 적혀 있었다. (후반부는 반전에 휘말려서 적지도 못하고 마구 읽은 탓도 있음) 하지만 나는 이 부분을 전체를 아우르는 메시지라고 보고 싶다. 시습 시현 남매의 대화 장면인데, 엄청 똑소리나는 시현이 한 말들이 거의 진리 수준이었다.<br/><br/>"이건 비단 오빠 개인만의 문제라고 할 순 없지만, 어쨌든 오빠는 그만큼 이시봉이라는 타자를 오빠라는 자아의 시선으로만 보고 있다는 증거야. 이시봉은 오빠라는 자아한테 먹힌 타자인 거지. 그건 이시봉을 이해하거나 위하는 일이 아니거든. 오빠는 사실 오빠를 위로하고 있는 거지. 그럴수록 이시봉은 더욱 더 소외되는 거고." (188쪽)<br/><br/>다음 말은 더욱 더 똑부러진다.<br/>"이론적으론 인간과 동물은 동등하다고 말할 수 있어. 어쩌면 동물들은 인간을 그렇게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인간은 아니라는 거지. 인간은 자기에게 이로운 존재나 친근한 동물들에게 더 높은 계층을 부여하고, 그 친구들에게만 복지를 부여하려고 애쓴다는 거야. 그게 점점 더 심해지고 심화되고 있다는 게 문제고..... 후에스카르 비숑 프리제? 그런 게 그 증거지.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인간이 동물을 바라본다는 증거." (189쪽)<br/><br/>다음 말은 결정적 한방이다.<br/>"인간은 자꾸 동물을 인간화시키려고 해. 그것도 자기와 친한 동물들만. 그러면서도 인간의 동물화는 참지 못하는 게 또 인간이야." (189쪽)<br/><br/>이시봉 자신에게는 혈통이 무슨 의미일까. 나폴레옹 시대 때부터 관리해서 지켜온 혈통이든 아니든 지금은 폐인같은 주인 곁을 나른하게 지키고 있는 시고르자브종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정채민 쪽 인력인 수의사가 한 말이 그의 의도(순수한 의도는 아녔음)와는 상관없이 내 마음에 남았다. <br/>"좋은 보호자 아래서 개들도 행복한 거예요" (109 쪽)<br/>주인이 세상의 전부이도록 반려동물들을 만들어놓고, 주인이 불행하거나 악하면 걔네들은 어떻게 되는 거겠어... 사람들도 동물들도 좀더 행복한 세상이 오면 좋겠으나.... 일단 기본 방향이 잘 잡혀있지 않은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다. 그나마 그것을 뻘처럼 붙잡고 있는 것은 시습의 친구들처럼 내가 힘들 때 혼자 내버려두지 않고 함께하는 사람들, 외로워죽을 사람 옆에 무심히 버티고 있는 어떤 존재(그게 개라도). 내가 좋은 사람이어야 할 이유는 이렇게 추가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792/68/cover150/k402030700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7926805</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흔한 식당 얘기가 아니었네 - [심심포차 심심 사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90409</link><pubDate>Tue, 14 Jul 2026 00: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9040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832346&TPaperId=1739040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517/75/coveroff/895740358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832346&TPaperId=1739040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심심포차 심심 사건</a><br/>홍선주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04월<br/></td></tr></table><br/>바쁘게 살던 시간들 동안 소설을 거의 안 읽다가 이제 시간이 있으니 조금씩 읽어보고 있는데, 도서관의 800번대 앞에 서면 막막하다. 세상에 작가는 얼마나 많고 그들이 써낸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많은 것인가. 여기에 없는 책들도 많은데 말이다. 이중에 오호 잘 읽었다 하는 책을 만나는 것도 행운이다.<br/><br/>오늘은 이 책을 골라잡아 보았는데, 요즘 식당이니 빵집이니 까페니 라면집이니 분식집이니 과자점이니 등등의 설정을 가진 힐링물들이 워낙 많아서 조금 다른 얘기였으면 했다. 그 바람은 맞아들어갔다. 확실히 다른 이야기이긴 했다. 반전이 아주 제대로였다. 그래서 이 책은 리뷰를 아주 짧게 써야 하겠다. 나도 내용을 전혀 모르고 책을 읽었고 그래서 재밌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내용을 말 안하고 뭘 써야 하지.^^;;;<br/><br/>화자는 젊은 여성 전문직(프로그래머)이다. 배경이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전혀 그 반대다. 다섯 살에 보육원에 버려졌고 그 이전 기억은 전혀 없으며 오드아이라는 신체적 특징을 가졌고 그것 때문에 괴물이라고 놀림 받으며 철저히 배척당했다. 얼굴도 모르는 부모가 오드아이라는 핸디캡과 함께 특출한 머리를 물려준 덕분에 다른 보육원 친구들보다는 훨씬 안정적으로 자립했다. 하지만 뭔가 품고 있는 내면의 사연은 많을 것이다. 그런 화자가 한밤중 퇴근길에 ‘심심포차’를 발견한다.<br/><br/>그 식당의 출현은 시작부터 시한부였다. 1주일 후에 문 닫는다고 붙어있었다. 한 번 들어갔던 화자는 마음이 끌려 그 시한부 기간 동안 여러번 찾아가게 된다. 바 형태의 그 식당은 다른 손님들의 대화가 잘 들렸고, 주인장은 그들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내용들이 하나같이 흥미로운 사건들이어서 저도모르게 솔깃하여 듣게 되었다. 듣다보니 알게 된 사실인즉, 그 음식솜씨 좋고 품 넓은 여자주인장이 전직 검사였다는.... (‘서프로’라고 불린다)<br/><br/>주변에 아무도 없고 삶의 이유도 딱히 없어 삶의 마감을 생각하던 화자가 남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고 그 공간에서 따스함과 충족감을 느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그 중심에는 서프로가 있다. 포차의 마지막날 서프로는 화자에게 이런 고백을 한다.<br/>“자꾸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어요. 잘은 모르지만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인 것 같아. 근데 그 사람이 잘못된 선택을 하려고 해. 내가 그걸 막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면 그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겠어. 나를 원망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내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175쪽)<br/><br/>생각지 못한 반전의 결말이 씁쓸했으나 도라지나 더덕 같은 몸에 좋은 씁쓸함이었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마음에 들었다. 당장은 가혹해도 결국 좋은 결말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의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나 교사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걸 할 수 없게 만든, 다르게 말해서 무책임을 종용하는 사회는 문제가 아닐까. 기승전무엇이라고, 나는 또 이런 생각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네. 어쨌든 소설은 흥미로웠다. 작가의 다른 책을 더 읽어볼 참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517/75/cover150/895740358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5177592</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서평쓰기 명강의의 지면 버전 - [책 읽고 글쓰기 -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84281</link><pubDate>Fri, 10 Jul 2026 14:5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8428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138062&TPaperId=173842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5/80/coveroff/k62213806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138062&TPaperId=1738428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책 읽고 글쓰기 -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a><br/>나민애 지음 / 서울문화사 / 2026년 04월<br/></td></tr></table><br/>'책 읽고 글쓰기'는 내가 시간이 있을 때 주로 하는 일이다. 별다른 재주나 취미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10여년 전부터는 읽은 책을 적어놓기 시작했고 증발을 막기 위해 온라인 공간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사적인 공간은 페북이고(친구공개), 공개된 공간은 알라딘 서재이다. 고맙게도 알라딘에선 계정만 있으면 바로 개인 서재가 만들어져서 독서기록을 축적할 수 있었다. 어느덧 1000편이 훌쩍 넘었다. 1년에 100편 정도 쓴 셈이다. <br/><br/>그렇게 써온 글들을 무엇이라 규정할까 궁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흔히 서평이라고 하는데 내가 아는 바, 내가 쓰는 독서기록은 엄격히 말하면 서평이 아니다. 사적인 상황이나 감정을 전혀 감추지 않고 쓰기 때문이다. 구성을 따지면서 쓰지도 않고 퇴고도 전혀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마음 가는대로 펜 가는대로 쓰는 독서기록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무엇이겠는가? '독후감'에 가장 가까운 것 같다. 근데 그렇게만 말하기엔 추천 이유라든가 대상, 내용 분석 등 서평적인 내용도 들어가긴 한다. 한마디로 양다리를 걸친 글이라고 할까? 그래서 그 두 개념을 포괄한 '리뷰' 라는 용어가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br/><br/>그러다 이 책을 발견하고 골라들었다.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 라는 부제 때문이었다. 이제 나도 좀 서평다운 서평을 써보면 어떨까 싶어서.ㅎㅎ<br/><br/>결론을 먼저 얘기하자면 나의 경우엔 굳이 '서평'을 쓰겠다고 나의 글을 뜯어고칠 필요는 없어보인다. 내가 잘 쓰고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문체나 글버릇도 성격이나 말버릇과 같아서 어지간해선 안 고쳐진다는 깨달음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서평만 가치있는 글인 건 아니기도 하고. 독후감이면 어떻고 짬뽕이면 어때. 독서 기록을 위한 글이라면 어찌 했든 독서기록을 했으면 된 것이니까. 단, 서평이벤트에 응모를 했다거나, (그럴 일은 없지만) 의뢰받은 서평이 있다면 그동안의 자유로움에서 벗어나 형식과 내용을 다듬어 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자주 안 입더라도 정장 한 벌은 가지고 있어야 하듯이. 그 정장을 갖추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br/><br/>1부 [서평 체급 정하기]에서는 먼저 서평의 분량을 기준으로 단형, 중형, 장형 서평으로 나누었다. 단형서평은 100자평 같은 것들. 중형서평은 A4 1~2장, 장형서평은 3장 이상이라고 한다. 내가 주로 쓰는 분량은 중형서평에 해당하는 것 같고, 가끔 단편소설집을 읽고 수록작품을 한편씩 다 언급하거나 교육서적을 읽고 생각을 풀다보면 장형까지 분량이 넘어가기도 한다. <br/><br/>이어서 저자는 서평의 개념을 규정하는데 바로 '책을 평가하는 글'이다. "그러므로 평가를 위한 분석과 판단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34쪽)<br/>이를 위해서는 독서법도 따로 있다. 1단계 독서가 '감상의 독서'라면 2단계는 '비판의 독서' 3단계는 '학문의 독서' 라고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두 번은 읽어야 서평이 가능한 셈이다. 그동안 내 독서기록이 독후감 쪽에 가까웠던 이유가 여기에 있나보다.^^;;; <br/><br/>2부 [서평러의 기초체력 키우기]에서는 위에 분류한 각 서평을 쓰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내가 주로 쓰는 중형 서평을 이 장에선 '블로그 서평'이라고 명명했다. 제목 짓기, 서지사항 밝히기, 내용 요약, 인용과 핵심포착 등 저자의 경륜에 따른 팁들이 가득하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좀 위안이 되었던 것은 내가 요약에 있어서는 틀에 박히지 않은 유연한 요약에 좀 자신감이 있고(이건 절대 누구한테 배운게 아니다. 1000편을 쓰다보니 스스로 터득한 듯) 저자가 알려주신 인용의 팁도 이미 하고 있던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내 얘기를 늘어놓는 것만 봐도 이미 서평에서 멀어지고 있다ㅋ) 이 부분은 저자가 블로그라는 온라인 공간을 감안해서 팁을 제시해 주신 부분이 많은데, 블로그를 운영하는 분들은 그런 팁도 도움이 많이 되겠다.<br/><br/>장형 서평(아카데믹한 학술서평)이야말로 저자에게 배울 점이 많은 분야이다. 진짜로 공식적이고 정형화된 버전의 서평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전체 구성 나누기와 각 부분에 합당한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조언한다. 이 조언들 중에 나에게 인상적인 문장들이 있었다. <br/>"꼭 이성적인 판단과 감성적 독해 사이에 위치하길 바란다." (136) 라는 지침이었다. 서평에서 제일 어려운 점이 바로 이 점이고, 서평을 서평이게 하는 점도 바로 이 점이라고 하셨다. 동의한다. 근데 이게 말하자면 고난이도의 줄타기이지 않은가? 감성 쪽에 치우치면 개인 독후감이 되어버리고 이성 쪽에 치우치면 재미가 없다. 서평이란 백퍼 남 읽으라고 쓰는 글인데 읽기를 거부당한다면 의미가 없지 않은가? 개인적 감상을 지양하면서도 독자들이 관심있게 끝까지 읽게 하는 서평. 무척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같은 맥락에서 "자기 혼자만의 경험과 결부해서 쓰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142쪽), "일기나 사소설처럼 글을 시작하지 말라." (145쪽)는 조언도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지인들과 나누려고 쓰는 블로그형 서평까지는 어느정도 용납이 되겠지만 진짜 찐 서평을 쓰고자 하는 경우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br/><br/>1,2부 뒤에는 부록으로 [서평 쓰기 실전 활용 꿀팁]이 6가지 들어있다. 그중 '좋은 점수를 받는 서평의 사례'에는 저자가 지도하신 대학생 서평의 모범사례도 들어있다. <br/><br/>이 책은 저자의 대학 강의를 지면으로 옮긴 성격이 강한데, 그만큼 대학생들이나 그보다 조금 앞단계인 고등학생들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 같다. 나처럼 나이먹은 사람에게도 참고가 되었다. 나이 먹었어도 이제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블로그나 서재를 개설하시고 당장 읽는 책부터 기록을 시작하시라고 강추하고 싶다. 이 책을 옆에 끼고 하시면 든든하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5/80/cover150/k62213806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658037</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가장 쉽고 엉뚱하고 재미난 인류사 입문서 -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 낯설게 보는 인류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83165</link><pubDate>Thu, 09 Jul 2026 21: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8316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130709&TPaperId=1738316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20/10/coveroff/k97213070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130709&TPaperId=1738316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 낯설게 보는 인류사</a><br/>옥이샘 지음, 이정모 감수 / 천개의바람 / 2026년 06월<br/></td></tr></table><br/>옥이샘의 만화가 점점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감정툰, 진로툰에서 환경툰으로 영역을 확장하더니 이제는 인류사툰? 놀라운 확장력이다. 환경툰에 서평을 쓸 때 작가님이 참 많은 책을 읽으셨겠다고 했었는데 이 책은 ‘말해뭐해’이다. 우리가 A4 한 장의 자료를 만든다고 할 때 입에서 나오는대로 주워섬기는 게 아니라면 그 안에 들어간 노력은 그저 종이 한 장이 아닌 것을 해본 사람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러니 이 책에 들어간 사전작업은 그저 책 한 권이 아닌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노력이 가장 보람있는 직업이 바로 교사라고 생각한다. 뭐든 배우고 알면 다 써먹을 데가 있어요~ 작가님은 교사이기도 하시니 가장 보람있는 작업을 하셨다고도 볼 수 있겠다.^^<br/><br/>인류사를 제대로 서술하자고 들면 1000 페이지인들 넉넉하랴? 그런데 이 책은 고작 150여 쪽. 게다가 만화. 게다가 직접 서술이 아닌 상상과 실제를 오가는 구성. 에계계. 그럼 내용이 얼마나 되려고? 그런 걱정은 굳이 안해도 되겠다. 책은 많고 각자의 역할을 하는 법이니. 이 책은 ‘쉽고 재미있고 말랑한 개관’의 역할을 한다. 입문서로 가장 적당하다는 뜻이다. 4,5학년 정도에 가장 알맞아 보이고, 6학년도 유치하진 않다. 관심만 있다면 저학년도 읽기는 가능하겠다. 부모가 함께 읽거나 교사가 자료로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br/><br/>이 책은 어떤 가정에서 출발한다. 바로 제목이 그것이다.<br/>“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br/>공룡은 어린이들이 매우 선호하는 소재다. 멸종된 동물이 왜 그리 어린이들에게 인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지인의 아들은 어린 나이에 나도 모르는 길~다란 공룡의 이름들을 줄줄 외우고 특징을 살려 그림까지 그려내곤 했었다. 이 책에 보니 데일 러셀이라는 고생물학자는 “만약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인간처럼 지능이 뛰어난 공룡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라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이 책의 설정은 바로 이 말을 상상으로 펼쳐낸 것이다.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매우 적절한 아이디어이다. 게다가 옥이샘은 만화가이기도 하잖아. 그의 독특한 그림체는 이제 널리 알려진 바, 그가 그린 공룡은 어떨까? 역시나 특징이 잘 살아있으면서 웃기고 친근하다.<br/><br/>공룡 중에서 어떤 종류가 직립보행을 하고 손이 자유로워지며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이들에게 ‘똑똑이 공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들이 곳곳에 퍼져나가는 데까지가 1장. 2장은 [농사와 가축, 변화를 일으키다]로 정착생활의 단계를 다룬다. 이로써 농사를 짓고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지만 빈부차이와 계급이 생기고 감염병도 생겨났다. 이와 같이 이 책은 인류 발전의 각 단계에서 장단점을, 다르게 말하면 명암을 균형있게 설명한다.<br/><br/>3장은 [거대한 나라로 뭉치다], 4장은 [과학으로 세상을 보다], 5장은 [산업혁명, 놀라운 세상을 만들다]이다. 증기기관을 시작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빠르고 편리해진 생활이 가능해진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여기서도 역시 “세상은 크게 발전했지만, 대신 어떤 댓가를 치르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을 제시한다. 뒤이어 나올 환경 문제의 시작을 짚어주기도 한다.<br/>“그래서 우리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만큼, 그 결과를 책임 있게 다루는 법도 함께 배워야 한단다.” (101쪽)<br/>이 문장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이미 늦었는지도 모르지만 지금이라도...<br/><br/>6장부터는 벌써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인공지능, 빛과 그림자를 가져오다]에서는 ‘빛과 그림자’라는 소제목에서 말해주듯 우려되는 점에 대해서도 짚어주고 있다. 그중 특히 “인공지능이 오히려 주인이 될 수 있어”(114쪽) 라는 내용은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는데, 독자들마다 각기 이런 부분이 있을 테고, 그게 다음 독서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되리라고 생각한다.<br/><br/>이제 현대까지 다 왔는데 아직도 두 개의 장이 남아있다. 7장은 [기후위기를 맞닥뜨리다]이다. 환경툰을 저술하신 작가님이니 이 내용을 한 개의 장으로 따로 다루신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 여기에서도 눈에 꽂히는 문장들이 있다.<br/>“또 다른 문제는 똑똑이 공룡이 사는 사회가 돈과 성장이라는 약속 위에 세워져 있다는 점이야.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이 쓰는 일이 좋다고 믿는 사회 말이야. 이 믿음이 기후 위기를 키운 면도 있어.” (128쪽)<br/>“중요한 건 모두가 함께 믿고 행동할 수 있는 약속을 만드는 거야.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라는 약속을 모든 똑똑이 공룡이 다 같이 믿기 시작한다면, 다시 한번 세상을 바꿀 수 있어.” (129쪽)<br/>이 약속과 믿음이 가능할까? 꼭 그래야만 하는데....<br/><br/>마지막 8장의 제목은 무엇일까? 이 책이 문학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서사가 있고 구성의 독창성이 있으니 마지막 장 소개는 덮어두는 것으로 스포를 방지하려고 한다. 여기까지 오게 되면 까마득한 옛날 인류의 시작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독서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공룡책이면서 역사책이고 과학책이면서 미래책입니다.”라는 이정모 관장님의 추천사가 아주 딱이다. 옥이샘의 다음 툰은 무엇일지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20/10/cover150/k97213070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201084</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