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기진맥진님의 서재 (기진맥진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Wed, 28 Oct 2026 02:53:41 +0900</lastBuildDate><image><title>기진맥진</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A_021.gif</url><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기진맥진</description></image><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친하면서도 멀고 따뜻하면서도 서늘한 세상 -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592037</link><pubDate>Sun, 25 Oct 2026 17: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59203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97941&TPaperId=1759203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899/7/coveroff/s27203847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97941&TPaperId=1759203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두 사람의 인터내셔널</a><br/>김기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05월<br/></td></tr></table><br/>이 작가님의 책을 처음 읽어보았다. 비교적 젊으시고 주목받는 남성 작가이신 듯하다. 생각해보니 올해 읽은 한국문학 대부분이 여성 작가의 책이었다. 교직이 그렇듯이 문학계도 성비가 치우쳐 있을까? 음 그건 내가 확인할수 없고 굳이 중요하지도 않지. 제목이 들어본 듯하고 검색을 해보니 더욱 구미가 당겨서 대출해왔다. 읽어보니 이분도 독자적인 작품 스타일이 있으시네. 저절로 책장이 막 넘어가는 몰입감 쪽은 아니고, 재밌다고 말하기에도 쫌 그런데, 그래도 읽기를 중단하고 싶진 않았다. 이런 느낌도 나의 감상 경험 안에 넣어두고 싶은 마음이었달까. <br/><br/>썩 재밌다고 말할 수 없는 건 이 책의 수록작들이 대부분 일반적인 기승전결을 초월한 작품들 같기 때문이다. 뭔 일이 일어날거 같은데 결국 별일은 안 일어난다. 내가 올해 읽었던 소설집들 (권여선, 손원평, 김애란, 백온유, 조경란 등)에서 자주 느꼈던 결말의 참담함과 깊은 슬픔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다. 그것들에 익숙해져서인지 '이번엔 뭐가 올까.... 큰 게 오나....' 하면서 긴장하고 있는 나를 무시하듯 쓱 지나간다. 나는 엥... 이렇게 끝나나 하면서 그 안에 박혀있는 미세한 감정들을 다시 거슬러 돌아보게 된다. 그 과정이 나쁘지 않았다.<br/><br/>가장 황당했던 작품은 [전조등]이었는데, 여기서 독자는 시종일관 느껴지는 불길함에 마음을 조인다. 어릴 적 아스팔트 위에서 본 어떤 생물의 사체로부터 시작하여 '12인의 성난 사람들' 이라는 연극, 인적 없는 밤길 운전, 전조등의 파열, 털고무신 한짝의 발견... 등등 온갖 불길한 복선으로 독자들을 잔뜩 옥죄어놓고는 그냥 평범한 일상으로 툭 끝난다. 이게 뭐지? 난 아직도 내가 제대로 읽은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했다. 작가는 나를 이렇게 농락해 놓고, 내 안의 불안의 실체를 보라고 말해주는 것인가? 당신 안의 불안의 크기만큼이나 현실에서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뭐 이런? 그렇다면 난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불안을 무럭무럭 키우는 습성은 이 책을 읽는 과정과 매우 흡사했는데, 사실 그럴 필요는 없다는 말은 큰 위안이기 때문이다. 작품 의도가 뭐건 간에 난 그냥 그렇게 해석할테다.ㅎㅎ<br/><br/>위 작품만큼은 아니지만 [세상의 모든 바다] 또한 소설적 기승전결과는 결이 다른 느낌이었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고는 볼 수 없었다. 현실로 말한다면 BTS급인 '세상의 모든 바다'의 공연 주변에 사고가 일어나 사람들이 죽고 다쳤기 때문이다. 공연 전 화자가 굿즈샵에서 만났던 고등학생도 사망자 명단에 있었다. 화자는 그 사건을 털어버리기 힘들어 그가 대화에서 말했던 그의 고향마을에도 가보지만 바다 앞에 잠시 서있다 그대로 돌아왔을 뿐이다. 그리고 아무일 없는 일상으로 끝이 난다. 별 재미 없고 쓸쓸한 이야기다. 그래서, 이 작품은 현실에 닿아있는 것일까. 거대한 의미의 이름을 가진 그룹과 그 팬덤이 추구했던 선한 영향력은 결국 환상이고 착각이었으며 개인의 삶은 그것과는 전혀 별개로 진행된다. 그렇다고 사회와 삶을 바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우리는 화를 내며 단정지어야 할까. 꼭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 작가는 뭘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고 단지 세상을 바라보는 것 뿐인가. 그 시선에는 흥분이나 열정은 없고 약간의 다정한 시선이 쓸쓸함과 나란히 있다.<br/><br/>[롤링 선더 러브]의 주인공 조맹희 씨는 그나마 좀 입체적인 인물이다. 37세 미혼인 그녀는 나를 걱정시키지 않았다. 심지어 TV 짝짓기 프로그램인 '솔로농장'에 신청서를 넣어 출연하게 되고, 거기서 여성적으로는 어필하지 못한채 엉뚱한 캐릭터로만 부각되고 방영분량도 얼마 잡히지 못했어도 그랬다. 내가 지인이라면 반대했겠지만 나쁜 짓만 아니면 뭐든 경험해보는 거 괜찮지 뭐. 본인이 흑역사라고 후회할 것만 아니면 말이다. 그녀에겐 금기도 비관도 없다. 방송 중엔 출연자가 아닌 PD에게 꽂히고, 방송 후엔 뒤늦게 누군가랑 사귀지만 몇달 후엔 또 쿨하게 헤어진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주워 얻은 애착인형 호랑이에게 말한다.<br/>"사랑하고 왔다."<br/>이 사람의 '걱정되지 않음'의 원천은 무엇일까 걱정이 많은 나는 생각해보게 된다. 걱정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달라질 건 없다는 명확한 인식? 타고난 성격? 어쨌든 기분이 괜찮은 이야기였다. 대중음악의 제목이나 가사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런 면에서도 작가와 소통이 되는 작품이었다. <br/><br/>[보편 교양]은 주인공이 교사라 더 집중해서 읽었는데.... 일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무난하게 잘 끝났는데도 왠지 느껴지는 쓸쓸함이 다른 작품들과 연결되었다. 곽선생은 선택과목으로 '고전읽기'를 맡아 겨울방학을 온전히 들이고 사비까지 들여 정성다해 준비했다. 기대와는 다르게 잠자러 온 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했지만 최상위권 학생이 와서 서울대를 합격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 수업의 목록에 마르크스의 '자본론'도 있어서 민원이 들어오길래 이걸로 뭔일 나나 했더니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근데 왜 착잡하지...<br/><br/>이건 작품과는 상관없는 개인적인 의문인데, 고교에서 학생들 독서수준을 너무 높게 잡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가르쳤던 고학년 아이들은 5,6년 안에 '자본론'의 수준에 절대 이르지 못한다. 중학교에 가서도 초등고학년 동화 정도 겨우 읽을 아이들이 태반이다. 좀더 평이한 책으로 깊이있게 감상하고 자본론 정도는 대학 가서 읽는게 어떨까? 이 책이 현실을 얼마나 반영했는지 내가 확실히 모르니 기우일 수도 있지만... 그리고 독서수준이란 게 워낙 개인차가 심한 것이니 수준 되는 학생들이야 뭐 말릴 필요는 없겠지만... 어쨌든 곽선생의 수업준비와 열정은 존경스러웠다. 하지만 그의 열정이 최상위권 아이의 스펙 한 줄이 되고 마는 과정이 나에게 쓸쓸함을 안겨준 것인가.... 입시제도 가지고 온국민이 말을 보태지만 나는 세상이 학교에게 네모난 동그라미를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 거점의 국립대까지 무력화시킨 사회가 인서울의 상위권 대학 몇개에 한줄 경쟁을 만들어놓은 상태에서는 어떤 제도도 어그러진 형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곽선생 수업의 의미가 그 스펙 한줄에서만 반짝 빛났듯이... 그는 거기에서 의미를 찾고 다음 학기 수업도 그런 열정으로 준비할 수 있으려나.<br/><br/>표제작인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과연 표제작다운 작품이라 생각했다. 진주는 저소득층 가정의 한국인 아이. 니콜라이는 한국 국적을 얻지 못한 고려인 후손. 그 둘의 국적이 달라서 저 제목인가보다 했는데 그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었다. 과거 민중들의 집단적 연대의 구호였던 용어는 지금 두 사람만을 엮어주는 용어가 되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둘은 고교 교무실에서 담임선생님이 부모님 갖다드리라며 주는 서류봉투를 같이 받으며 서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아 우리는 같은 류의 사람들이구나. <br/><br/>사회에 나와 고생하고 애쓰지만 별 진전은 없는 생활을 하며 둘은 만나 밥을 먹고 가끔 술도 마시고 톡을 주고받고 형편이 뻔한 서로의 거처에도 가고 그러다 결국 동거를 시작한다. 인터넷 최저가의 식탁을 주문했으나 볼트가 안맞아 결국 첫 식사는 바닥에서.... 이런 자신들의 관계를 "우리는 친한 사이야." 라고 규정했다. 사랑도 아니고 통속적 파트너도 아닌 '친한 사이' 그 온도감이 참 좋다. 그 연대로 그들은 살아갈 수 있겠지.<br/><br/>다 언급하기엔 너무 길어지기에 이정도에서 마무리하겠다. 새로운 작가님에 대한 독서 경험이 꽤 의미있었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커다란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 시원한 해답은 없지만 세상의 평범한듯 다양한 여러 장면들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밋밋한 듯 서늘한 듯 따뜻한 듯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장편도 쓰시면 또 읽어보고 싶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899/7/cover150/s27203847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8990710</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소중한 집의 역사가 계속되길 - [빛과 소리를 담은 집 - 소박하고 위엄 있는 일상의 풍경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584500</link><pubDate>Wed, 21 Oct 2026 14:5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58450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131982&TPaperId=1758450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47/23/coveroff/k10213198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131982&TPaperId=1758450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빛과 소리를 담은 집 - 소박하고 위엄 있는 일상의 풍경들</a><br/>박경이 지음 / 플로베르 / 2026년 09월<br/></td></tr></table><br/>책의 내용이나 작가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상태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알아가는 사실들은 이러했다.<br/><br/>1. 퇴직하신 분인가보다. (아마도 교직. 나랑 같네.)<br/>2. 귀농(?)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퇴직 후 시골집을 짓고 남편과 둘이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br/>3. 남편은 너그럽고 교양있고 부지런한 분인 것 같다.<br/>4. 아내(저자)는 감정이 풍부하고 소녀스러운 면도 있다. 부지런한 분인 것은 같다. 매사 귀찮고 시큰둥한 나랑은 종류가 다른 분이다.<br/>5. 4번과 연결되는 말인지 모르겠는데, 시적인 문장을 주로 사용하신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나랑 반대의 성향이시다. 나는 시랑은 거리가 멀어 처음엔 조금 몰입이 안되었지만 읽다보니 괜찮아졌다.<br/>6. 시골집에 살면서 일상적으로 돌봐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당연한 일이다. 관리사무소가 있는 아파트에 평생 살기로 다짐한 나는, 내가 지은 집을 내가 관리하며 살아야하는 번거로움을 상상하지 못하겠다. 난 지금 베란다에 있는 화분도 싫어서 아버님 안계시게 되면 다 치워버릴 거라고, 내 집에 살아있는 건 그 어떤 것도 안키우고 '어지르지 않아 치울 필요 없는' 집으로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는 중인데..... 사실 편안한게 곧 행복이 아닌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분들의 삶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br/><br/>이 '빛과 소리를 담은 집' 주인장들은 사람을 좋아하는 분이고 방문을 환대하는 분이다. 부부간에 형제자매도 많고 조카들까지 많은 친지들이 방문하고 그때마다 북적이는데 그걸 즐기시는 듯하다. 참 좋은 품성이다. 친지들 뿐만이 아니다. 제자들에게도 전심을 다하셨던 분인듯 아직도 이어지는 인연들이 있고, 그외 친구와 지인들도 이 집을 찾아 부침개며 찌개며 맛있는 음식에 향기로운 커피와 함께 수다보따리를 풀며 쉬었다 간다. 그 수다 내용을 자세히 쓰시진 않았지만 몇가지 인상적인 내용은 있었다. 가부장제 속에서 평생 살았지만 이제라도 속박을 풀려는 시도. 또 자식을 날려보내줘야 할 때 붙들어매지 않고 건강히 날려보낼 다짐 등등.<br/><br/>본문이 다 끝나고, 작가의말도 끝나고, 추가 속지가 세 쪽 이어지는데 나는 그만 먹먹해지고 말았다. 함께 했던 반려견 두 마리를 나무 아래 묻었다는 말, 이듬해엔 남편도 떠나셨다는 말이 아주 간결한 문장으로 남아 있었다. 본문에 아무 예고도 없었기에 얼얼했다. 그럼 저 시골집에 이제 혼자 남으신 것인가?ㅠ<br/><br/>하지만 그곳을 찾아 마음을 털고 서로 위로하던 이들은 남아있으니, '빛과 소리를 담은 집'의 역사는 이어질 것이다. 그것이 작가님께 웃음과 활력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나하나 손이 많이 가는 시골집의 생활이 나에겐 어림없는 일이라도 이렇게 책으로나마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br/><br/>이 책은 여러 시선으로 읽을 수 있겠지만 나는 읽다보니 퇴직자의 삶/시골생활 이라는 시선에서 보게 되었다. 자연의 변화에 온 감각을 열고, 느린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으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그 생활이 좋아 보였다. 도시지향에서 벗어나는 건 사회적으로도 꼭 필요한 일이니까. 또 한가지, 매일 읽고 쓰는 생활이 이렇게 책으로 이어진 과정도 인상적이다. 작가님이 다양한 장르의 글을 꾸준히 쓰시길 응원하며 소중한 집에서 소중한 이야기들이 계속 흘러나오길 기대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47/23/cover150/k10213198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472362</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착한 선생님이 쓰러지지 않기 위해 - [착한 선생님을 위한 심리학 - 흔들리지 않고 나를 지키며 당당한 교사로 살아가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582466</link><pubDate>Tue, 20 Oct 2026 13: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58246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92131405&TPaperId=1758246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33/38/coveroff/k19213140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92131405&TPaperId=1758246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착한 선생님을 위한 심리학 - 흔들리지 않고 나를 지키며 당당한 교사로 살아가기</a><br/>서준호 지음 / 지식프레임 / 2026년 10월<br/></td></tr></table><br/>서준호 선생님의 전작 &lt;교사의 자존감&gt;을 읽고 긴 리뷰를 쓴 적이 있는데 그게 5년 전이니 일부는 기억이 희미해졌다. 저자의 특기인 심리극 사례가 많이 나와 감탄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도 심리극 사례가 많이 들어있다. 다만 제목에서도 나와 있듯이 '착한 선생님'에게 중점이 있다는 사실이 차별점이다. 따로 다루어야 할 만큼 그렇게 사례가 많은 것일까.<br/><br/>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물론 어느 직군에나 다양한 성격과 성향의 사람들이 공존하고, 교직도 예외는 아니다. 이기적이고 약아빠져서 상종하기 싫었던 사람도 있었다. '참 도움 안되네' 라고 느껴지거나 심지어 폭탄인 사람도 존재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착한 사람'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사용한 용어인 '착한 교사 증후군'이 중증부터 경증까지 스펙트럼은 다양하나 일부 특별한 성향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직군 전반에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 따로 다룬 책이 나온 것도 필요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br/><br/>퇴직 1년차인 내가 이 책을 보며 나를 진단해보니 나는 살짝만 걸친 경증에 해당되었던 것 같다. 중증 아니었을까 생각했던 건 완전 착각이었다.ㅎㅎ 나는 거절도 할 수 있고 팩폭도 가끔 하며 내 영역이 아닌 일에선 미련없이 물러나고 포기할 수도 있다. 싫은 소리도 할 수 있고 가끔 버럭도 했다. 나의 부족함이라고 생각했던 성품들이 실은 나를 지탱해줬다고 생각하니 느낌이 묘하네.^^;;; 어쨌든 이 착한 교사 증후군은 많은 교사들을 극한으로 몰았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이들의 훌륭한 점이 분명 많지만, 본인의 심신의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치유해야 할 점들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모든 교사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착한 교사'와 거리가 먼 교사들도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들의 수고와 마음고생 때문에 내가 편했구나 느끼고 짐을 좀 덜어 지면 좋지 않을까? 어디서든 중간이 없어서 탈이란 말이지. 이 책은 교직의 중간지(균형지대)를 찾아가는 책이라고 해도 좋겠다.<br/><br/>저자인 서준호 선생님은 오랫동안 '성장교실' 운영자로 멘토링, 집단상담을 진행해오신 분이다. 이런 분도 교통사고, 건강악화, 새로운 학교, 어려운 학급 등등의 악재가 한꺼번에 겹쳐오자 결국 내담자들 중 한 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강철이 아닌 것이다. 저자의 이런 경험은 모든 고난이 모든 교사에게 다가올 수 있음을 알게 한다. 거대한 상황 앞에서 개인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버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바로 이런 상황에서 '착한 교사 증후군' 교사들은 자신을 자책한다. 그래서 더욱 더 상처받고 고통이 깊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심리적 양상들을 명확히 짚어 보여주고 솔루션도 제시한다. <br/><br/>1부 [착한 아이의 탄생]은 가정 안에서 착한 아이로 자랐던 '착한 아이'가 '착한 교사'로 고착되는 과정 등 '착한 선생님'의 탄생 배경을 다루고 있다.<br/><br/>2부 [착한 선생님으로 산다는 것]에서는 착한 교사의 대표적 증상 11가지와 그에 대한 설명, 심리극 사례, 솔루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핵심 파트라고 할 수 있겠고 분량상으로도 가장 많다.<br/><br/>나의 경우 가장 해당되었던 것은 '평가의 기준이 자기 밖에 있다'는 점이었다. 욕먹기 싫어하고 민폐 극혐인 사람들의 성향이 주로 이렇다. '타인의 반응이라는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게'(86쪽) 되어 그 불안정한 기준에 늘 흔들린다. 격한 요구와 불만이 많은 작금의 현장이 이런 불안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하겠다. 그외 여러 사례들을 보니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 몸이 자주 아픈 것,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것 등의 증상들도 있었다. 지나온 몇몇 선생님들이 떠올랐다. 나는 그들이 딱하면서도 민폐는 민폐다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들이 '착한 선생님'이어서 그랬구나 라는 깨달음이 왔다. 민폐를 극혐하면서 결국은 민폐를 끼치게 되고 더욱 자책하는 수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후배를 도울 수 있는 선배였으면 좋았을 텐데.... 이 책이 그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br/><br/>3부 [착한 선생님이어도 괜찮아]에서는 내면가족체계(IFS)라는 용어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관점에서 보면 2부의 증상들은 나를 지키기 위한 내면의 일꾼들이었을 수 있다. 이 내면의 방식을 들여다보면 깊은 곳의 나를 만날 수 있고 나를 세우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br/><br/>이 책은 저자의 깊은 공부와 경험이 담긴 전문서적이면서도, 읽는 내내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그 마음은 바로 "괜찮아요." 이다. 현장의 한가운데서 그 마음을 느껴온 저자가 동료들에게 건네는 간절하고 따뜻한 위로이자 격려이다. 이 책에 큰 위로를 받고 한걸음을 다시 떼는 선생님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 본다. 아울러 저자가 2부의 말미에서 "바뀌어야 할 것은 사람보다 구조다." 라고 지적하셨듯이, 사회적 제도적으로도 착한 교사가 넘어지지 않을 울타리를 갖추었으면 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33/38/cover150/k19213140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4333859</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열린 결말 앞에서 힘들긴 하지만 - [혼모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566465</link><pubDate>Sun, 11 Oct 2026 21:3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56646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32137959&TPaperId=1756646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101/66/coveroff/s76213738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32137959&TPaperId=1756646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혼모노</a><br/>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03월<br/></td></tr></table><br/>이 유명한 책을 이제야 읽어봤다. 평점이 생각보다 낮아서 100자평들을 훑어보니 별 한개부터 다섯개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말하자면 호불호가 크다는 뜻이겠다. 좋다 싫다 뿐 아니라 재미있다 재미없다도 많이 갈렸다. 박정민 배우가 넷플릭스를 운운한 추천사에 대해서도 공감 반 태클 반이었다.ㅎㅎ 독자들의 이렇게 엇갈린 반응도 나한테는 읽기 전 기대 요소가 되었다. 어떤 점이 넷플보다 재밌는지, 싫다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느끼는지.<br/><br/>표제작인 [혼모노]를 먼저 읽었는데 읽자마자 딱 느낌이 왔다. 헐, 이게 뭐지. 라는 느낌. 얼떨떨하네, 뭔 얘길 하려는 거야. 라는 느낌. 이토록 무속이 강한 작품은 처음 보는데 그걸로 인간의 어떤 단면을 말하려고 하는 거겠지? 그런데 그게 이렇게 끝난다고?<br/><br/>이어서 읽은 다른 작품들에서도 '이렇게 끝난다고?'의 느낌은 이어졌다. 재미없다는 평가는 대체로 여기서 오는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소재들은 매 작품마다 파격적이었으니까. 유사성이 거의 없는 각각 새로운 소재들이었다. [혼모노]는 무속인들의 세계, [길티 클럽:호랑이만지기]는 영화감독에 대한 팬덤의 세계, [스무드]는 한국에 대해 아는게 없는 이민 3세대의 한국 출장기, [우호적 감정]은 마을 재생 사업을 맡은 스타트업 회사원들의 세계 .... 이런 식으로. 워낙 배경과 소재가 다양하여 능숙한 표현을 위해서는 공부와 조사를 많이 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br/><br/>그러면서 재밌는 점은, 한 편 한 편 읽어갈수록 처음의 느낌(헐, 이게 뭐지)이 점점 줄어든다는 점이었다. 읽을수록 익숙해져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몰입감이 점점 더해졌다. 나의 경우 그 절정은 딱 가운데 있는 수록작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였다. 이 작품의 소재는 '건축'이고 주인공들은 건축가들이다. 그런데 그 건축물이 심상치 않은 것임이 곧 드러난다. 서울촌놈이라고,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동네라 제목을 보고도 느낌이 없었는데 그곳은 바로 남영동 대공분실이었던 것이다. <br/><br/>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허구가 잘 어우러져 있다. 건물 자체에 대한 내용은 허구보다는 대부분 사실이다. 비밀리의 참혹한 일을 하기 위한 건물의, 철저하게도 적합한 설계.... 그걸 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어떤 이유로 하게 되고 어떤 마음으로 하는 것인가.... 너도 나도 많이들 말하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을 여기에 적용하면 맞는 것일까. 그걸로도 다 말할 수 없는 인간의 다면성과 의외성이 느껴진다. 그 건물은 지금은 다른 용도로 쓰여진다니 세상이 그만큼 좋아졌구나 싶으면서도 한쪽이 펴졌으면 다른 어딘가가 구겨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나는, 인간에 대한 지독한 불신을 가진 사람이다.ㅠ<br/><br/>이런 나의 성향은, [우호적 감정]을 읽으면서 마을 프로젝트가 (진정한 의미로는) 실패할 것을 초장에 예감했다. 그런 게 가능하면 국가력이 필요없게? 동상이몽이라고, 이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속도 제각기 다를 뿐더러 그 순도가 변질되는 것은 순식간이라 인간의 선의에 기대서 뭘 한다는 건 기적을 바라는 일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게 슬프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음...<br/><br/>[길티 클럽:호랑이 만지기]에서 화자가 한때 참여했던 영화감독 팬덤도 그렇다. 화자는 충성된 팬으로 결국 소수의 오프모임 멤버까지 되었지만 정작 모임에 가서는 소외와 조롱의 느낌까지 받고 온다. 다른 이들에겐 그 와중에도 실속과 속셈이 있었다. 난 그게 없었던 화자가 더 미련해 보인다. 결국 그 우상을 대면했던 시사회 자리에서 내면에 뭔가가 터지며 덕질의 종말이 예고없이 순식간에 찾아왔다. 이후 여행지에서 이빨 발톱 빼버린 호랑이 만지기의 그 복합적인 느낌은.... 인간의 팬심과 유사성이 있지 않을까. 유명인에 대한 우리의 소비가 바로 이런 모양이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일까.<br/><br/>[잉태기]는 자녀에 대한 이야기이고 집안 이야기이기도 해서 소재가 익숙하다 생각하며 읽어나갔는데 뒤로 갈수록 이질감이 커지다가 마지막 장면에선 과장이 너무 심한거 아니야?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생활권이 매우 평범하고 소박해서라는 생각이 이어서 들면서 이런 세계도 존재하고, 그들의 높은 경제력만 빼면 생각이나 행동양식은 결국 일맥상통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식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그렇다. 자식을 소유하려 하고 자식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관철하려 하는 태도. 그건 재력이 있는 이들이나 내가 본 평범한 사람들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를 성공시키는 요인이 엄마의 정보력과 할아버지의 경제력이라더니 이 책이 딱 그 꼴이었다. 다만 이 집의 문제는 그 둘이 극한 대립을 한다는 점.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딸의 양육을 놓고 무섭게 적대하는데, 그 고래싸움에 낀 새우는 누구겠는가? 바로 그들이 사랑한다는 딸 서진이. 어린애 같으면 말도 안하겠다. 이미 성인이 됐고 결혼도 했고 이혼도 했으며 출산도 앞두고 있다. 다 컸는데 그 고래싸움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한 그녀. 정말 딱하다. 저들은 대체 뭘 원하는가.<br/><br/>[메탈]에서는 오랜만에 옛날 헤비메탈 그룹의 이름들을 접했다. 주인공은 이들을 신봉하며 메탈음악을 추구하는 세 청년이다. 그중 둘은 20대가 되며 대학으로, 직업으로 타협해 들어갔지만 우림만은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되는 것도 없이 나이만 먹는 것을 보니 내 속이 탈 지경이다. 나도 청년들의 부모이고, 꿈을 쫓는 자식도 현실을 쫓는 자식도 다 안쓰럽고 불쌍하다.ㅠ <br/><br/>결국은 그도 악기들을 다 치우고 아지트를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몇년이나 절연했던 친구한테 전화를 거는데.... 영화로 치면 신호음에서 영화가 끝난다. 파도소리와 어우러지며.... 그는 친구에게 무슨 말을 하려 했으며 무슨 말이 듣고 싶었던 걸까. 성해나 작가는 절대로 이런 걸 말해주지 않는다. 딱 한 발 앞에서 끝내는 느낌이다. 말하자면 열린 결말인데 독자들에게 정신적 고생을 안기는 열린 결말이랄까. 자괴감도 불안함도 파탄의 예감도 후회도 낭패감도 모두 독자가 끌어안아야 한다. 이 책이 폭발적 유명세를 탄 걸 보면 그걸 좋아하는 독자들도 많은 것이다. 나도 읽어보니 나쁘지 않았다. 높게 평가하고 싶다.<br/><br/>성해나 작가의 책은 &lt;두고 온 여름&gt;이라는 소품 같은 소설을 가장 먼저 접했고 이 책이 두번째다. 첫 책으로 살짝 엿봤다면 이번 책으로 활짝 열고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본 느낌이다. 최근작으로 인비인이라는 책이 나왔던데 그건 '기담집'이래. 뭔가 무척 내 취향이 아닌 것....^^;;; 내가 그걸 읽어볼까 말까 망설이는 중에도 작가님의 이야기 주머니는 계속 채워지고 있기를 바란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101/66/cover150/s76213738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1016676</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서로의 도망을 도와주자 - [엄마가 도망갔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551410</link><pubDate>Fri, 02 Oct 2026 22: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55141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72130240&TPaperId=1755141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73/63/coveroff/k47213024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72130240&TPaperId=1755141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엄마가 도망갔다</a><br/>소복이 지음 / 나무의말 / 2026년 09월<br/></td></tr></table><br/>사랑스러운 그래픽노블이다. 어린이들이 읽어도 좋겠지만 어른들에게 더욱 그렇다. 엄마인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지금 한창인 이들은 폭풍 공감할 것이고 나처럼 한숨 돌린 사람들의 마음도 애틋할 것이다.<br/><br/>나는 손도 느리고 일도 살림도 그닥 잘하지 못한다. 그런 내가 직장생활하며 두 아이를 키운게 돌아보면 신통하다. 주중도 주말도 밤도 낮도 없었다. 그냥 닥치고 몰아치니까 떠밀려 감당했을 뿐이다. 그런 내가 퇴직하고 이제 자유시간이 많아졌다. 아이들은 독립했고 시아버님과는 하루 두세마디밖에 안하고 각자의 방에 들어앉아 각자 조용히 산다. 평생 그리던 고요한 생활이 찾아왔달까. 그런데 생각만큼 좋지는 않다. 그럼 옛날로 돌아가? 아니아니 그건 절대로 더 싫다.ㅎㅎ<br/><br/>그때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혼자 사는 커리어우먼' 이었을 것이다. 원룸이라도 혼자 쉴 수 있는 집이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생각했을 것이다.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은 이런 생각조차도 길게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엄마를 보니 그때의 순간적인 감정들이 뒤늦게 떠올랐다.<br/>"엄마는 까페가 유일한 쉴곳이라고 했다." (18쪽)<br/>"엄마는 낯선 사람이 오히려 편하다고 했다." (37쪽)<br/>"아무도 없는 깊은 곳에 숨고 싶다고 했다." (41쪽)<br/>지금은 온갖 까페들을 매일 돌아가며 전전할 수 있는데, 아이들 취학전에 양손에 한명씩 잡고 다니며 동네 던킨을 지나다가 그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언제 저런데 들어가서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을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고급 브런치 레스토랑도 아니고 베이커리 카페도 아닌 동네 지하철역의 던킨 앞에서 그런 생각을 내가 했었다....<br/><br/>이 책의 엄마가 쏜살같이 달려나가는 장면으로 책이 시작된다. 집에는 아빠와 아이가 남았고, 아이가 화자다. 아이는 엄마가 했던 말들을 회상했고 자신이 아는 엄마를 아빠한테 얘기해주기도 한다. 마지막쯤에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엄마가 나온다. 얼마나 금쪽같은 시간일까 생각한다. 나는 그런 시간을 시도하지 못했지만 응원하고 격려하고 싶다. 마지막 장면 엄마가 누운 곳은 아이가 있는 집이라 독자는 휴우~ 하며 책을 덮을 수 있다.<br/><br/>이 '도망'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가 이 엄마의 도망을 응원하는 건 '만성 도망'이 아니어서다. 자신이 낳은 자식에 대한 회피도 아니어서다. 자기가 낳은 자식인데 어쩜 저렇게 자식이랑 있기를 싫어할까 싶은 엄마들을 종종 보았다. 숨쉴 구멍을 아예 차단한 경우와 도망이 만성이 된 경우 둘다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간이 있어야지. 이 집의 엄마처럼.<br/><br/>평상시에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애쓰고 밀도 높은 시간들을 살아내고, 축적해둔 여유들을 모아 가끔 한번씩 '도망'을 가길 추천한다. 남편찬스가 가장 좋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서로 찬스가 되어주는게 좋겠다. 뭐든 일방적인 건 좋지 않으니까. 조부모찬스를 쓸 수 있는 사람들은 복이 많은 이들이다. 나는 아직 해당사항이 없지만서도 언젠가 해당이 되는 날이 오면 이 찬스에 투입될 수 있길 바라며 내 건강을 잘 지켜야 한다고 다짐하는 중이다.<br/><br/>이 책의 엄마가 평소 얼마나 마음을 다했는지는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들로 알 수 있다. 아이는 정교한 말로 표현하진 못하지만 엄마의 속마음과 진짜 모습을 거의 다 알고 있다. 엄마의 한숨과 눈물까지도. 평소 엄마와 얼마나 밀접한 사이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외로워하지 않고 엄마를 기다릴 수 있다. 엄마의 회복은 이 아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었다. 며칠 힘들긴 했겠지만 아빠를 위해서도.<br/><br/>인생의 특정 시기에 주어진 빡셈을 아예 회피할 수는 없다. 그게 싫다면 아예 시작을 하지 말 일이다. 하지만 한계로까지 밀어부쳐지기 전에 이렇게 숨통을 틔우는 일은 꼭 필요하다. 그걸 서로서로 해줄 수 있는 우리라면 훨씬 좋은 세상이 되겠지.<br/>오랜만에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를 듣고 싶네.<br/>도망가자<br/>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아<br/>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br/>괜찮아<br/>우리 가자<br/>걱정은 잠시 내려놓고<br/>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br/>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br/>캬. 명곡이다. 이 책도 명저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73/63/cover150/k47213024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736391</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는 아이들 - [보물찾기 수첩]</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520808</link><pubDate>Wed, 16 Sep 2026 22: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52080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1778&TPaperId=1752080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69/45/coveroff/k56213177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1778&TPaperId=1752080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보물찾기 수첩</a><br/>송미경 지음, 최민지 그림 / 우리학교 / 2026년 09월<br/></td></tr></table><br/>송미경 작가님의 저학년 동화가 또 나왔네. 이번 책은 특히 더 맘에 들었다. 내 취향이기도 하면서 송미경 작가님의 특징도 많이 보이는 작품이었다.<br/><br/>송미경 작가님의 특징으로는 서늘함도 있지만 이 작품 같은 귀여움도 있다. 작고 약간은 허당인 존재가 사부작거리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은 너무 사랑스러운데 본인은 그런 걸 모른다. 그냥 마음과 생각이 가는대로 하는 것 뿐이다. 그게 더 사랑스럽다. 웃음도 나오고.<br/><br/>영아가 오빠의 곰인형을 부러워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곰인형은 보물찾기에서 받은 거다. 오빠는 비법이 있다며 으스대기만 할 뿐 절대로 가르쳐 주진 않는다. 오빠들이 그렇지 뭐. 영아는 친구들을 인터뷰하기로 마음 먹는다.<br/><br/>조용하고 주로 집에서 혼자 노는 영아한테 이건 큰 결심이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았고 반응도 좋았다. 얘기하고 싶었는데 영아가 멍석을 깔아준 셈이랄까. 신나게 말해주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영아는 수첩에 적는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이다.<br/><br/>그 수첩에 적는 내용들이 귀여워 웃음이 난다.<br/>비법 1. 넘어진다.<br/>비법 2. 행운의 모자를 쓴다.<br/>비법 3. 확률을 믿고 기다린다.<br/>이런 식^^<br/><br/>인터뷰하는 아이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세상엔 이렇게 다양한 아이들이 있다. 이렇게 다른 아이들이 친구로 어우러져 사는 것이다. 보물찾기 비법 인터뷰는 이 과정을 귀엽고 사소하게, 그러면서 의미심장하게 보여준다. 제나는 적극적이고 밝고 유쾌하다. 로모는 통계를 논할 정도로 똑똑하다. (그래서 친구들은 재미없어 하지만 우리의 허당 영아는 눈을 빛내며 듣는다.) 어떤 아이는 관찰력이 좋다. 어떤 아이는 엉뚱하고 느낌 가는 대로 한다. 등등... 조용한 성격 탓에 친구가 적었던 영아는 이렇게 친구들이 점점 많이 생겨났다.<br/><br/>자! 이 모든 노력은 가을 소풍날을 위한 것이었다. 보물찾기가 있는 날. 드디어 이 날이 왔다. 영아는 과연 비법들을 활용해 보물을 찾았을까?^^<br/><br/>이정도 이야기였어도 괜찮았겠지만 좀더 깊은 부분이 있다. 작가님은 보물찾기 전 자연관찰과 글짓기 하는 시간을 자세하고 따뜻하게 펼쳐보여 주었다. 가을 단풍을 주워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모습이 동화속(엥?) 모습처럼 아름답다. 아, 이런 모습이 정말 동화 속으로만 사라지지는 않겠지... 단풍 이야기를 하는 데는 로모처럼 안토시아닌 운운하는 논리적인 아이도 도움이 되고 지호 같은 시인도 도움이 된다. 함께 어우러져 가을을 느끼는 아이들이 예쁘다.<br/>"선생님, 어쩌면 나뭇잎의 진짜 색은 가을에나 알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친구도 시간이 지나야 진짜 마음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50~51쪽)<br/>제나의 이 말에 작가님이 하고 싶은 말이 담긴 건지도 모르겠다.<br/><br/>솔직히 말해서 아이들은 늘 그림처럼 예쁜 존재들은 아니다. 그들은 무엇도 될 수 있는 매우 스펙트럼이 넓은 생명체들이다. (이 책처럼 천사들도, 또는 그 반대편도...) 하지만 함께 이런 장면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부인하거나 잊으면 안되겠다. 이런 그림이 나오지 않을 때 좌절하지도 말고.<br/><br/>마지막에 다시 오빠 얘기가 나와서 수미상관도 되면서 또한번 웃음을 준다. 전체적으로는 무해하고 예쁜 그림 한 장을 구석구석 미소를 띠고 살펴본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을 선생님들에게도, 어린이와 부모님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학급에서 함께 읽어도 좋겠다. 단, 마지막 활동으로 보물찾기는 꼭 해주셔야 할 듯.^^]]></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69/45/cover150/k56213177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694587</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역사적 분노와 인류애를 한 작품에 - [그해 선우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513306</link><pubDate>Sun, 13 Sep 2026 14:1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51330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130920&TPaperId=1751330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98/18/coveroff/k272130920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130920&TPaperId=1751330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그해 선우는</a><br/>임지형 지음, 양양 그림 / 이지북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이 책 소개를 페북에서 두세번 접하고나니 궁금해져서 찾아 읽어보았다. 읽기 전에 정보를 찾아보니 개정해서 다시 펴낸 책이었다. 초판이 나온지 10년이 조금 넘었구나. 그때의 제목은 &lt;마루타 소년&gt;이다. 임지형 작가님의 책을 몇 권 읽었지만 그 책은 접하지 못했는데 마침 잘된 일이다. 개정하며 달라진 점들이 있겠지만 초판을 못본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주인공의 이름 정도다. 초판에선 경복이였던 것 같은데 이번 책에선 선우다. 그리고 그것이 제목이 되었다. '그해 선우는'. 경복이보다는 요즘 감성의 이름이라고 할까.(사실 난 경복이도 좋긴 한데^^) 삽화도 느낌이 달라 완전히 새로운 책이 된 느낌이다.<br/><br/>잔잔한 톤의 표지그림과는 다르게 내용은 무척이나 끔찍하고 잔인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제강점기 생체실험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에 이제는 고개를 돌리고 싶어진다. 인간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 이런 잔인함은 끝난 게 아니겠지. 어떤 형태로든 재현되고 있겠지. 우리 안에도 없는 게 아니겠지 이런 복잡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br/><br/>하지만 이 책은 어린이 대상인 만큼 참혹한 묘사는 최대한 절제하고, 인간성이 마비된 상황에서도 말라죽지 않은 마음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어린이들이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알되, 마지막까지 지켜야 하는 인간애의 소중함은 놓치지 않도록 쓰여진 점이 좋았다.<br/><br/>200쪽 정도로 중학년도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역사동화라는 것이 자료조사가 선행되어야 하고, 역사적 상상력과 함께 사실관계도 놓치지 않아야 해서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 아닐까 짐작한다. 이 책은 두껍지 않은 분량에 그런 것들이 잘 녹아져 있어 고심의 흔적이 느껴진다. 200쪽은 2만 쪽일수도 있고 20만 쪽일 수도 있는 것이다. 역사동화를 읽으면 항상 그런 생각이 든다.<br/><br/>일본의 생체실험은 차마 인간이 할 짓이 아닌 악행이었지만 이 책에서는 일본인 전체를 악인으로 묘사하진 않았다. 특히 환자와 마루타로 만난 일본인-조선인 두 소년의 우정은 어린이들 마음에 따뜻하게 퍼지는 온기와 감동을 줄 것 같다.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슬픔도 있었지만 희망을 기대하게 되는 열린 결말이 인상적이다.<br/><br/>어린이들에게 마땅히 분노해야 할 과거의 역사를 알려주면서, 동시에 인류애도 잃지 않게 하는 작품이다. 어린이들이 역사를 접할 때 역사동화로 만나는 방식을 병행하는 것에 나는 찬성한다. 시대별 여러 작품들과 함께 이 책도 읽어보길 권해주고 싶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98/18/cover150/k272130920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981800</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소중한 만남의 여름 - [모모의 여름 방학 - 2000년 프랑스 크로노 상, 트리올로 상, 발렝시엔 상, 피티비에 상 수상작, 2026 행복한아침독서 추천, 2025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2026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69311</link><pubDate>Mon, 24 Aug 2026 19: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6931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12030769&TPaperId=1746931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593/67/coveroff/k412030769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12030769&TPaperId=1746931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모모의 여름 방학 - 2000년 프랑스 크로노 상, 트리올로 상, 발렝시엔 상, 피티비에 상 수상작, 2026 행복한아침독서 추천, 2025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2026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a><br/>야엘 아쌍 지음, 박재연 옮김 / 불광출판사 / 2025년 06월<br/></td></tr></table><br/>프랑스 작가 야엘 아쌍의 이 동화는 20년 전에 국내에서 &lt;수레국화마을의 어린왕자 모모&gt; 라는 제목으로 이미 출간된 적이 있다고 한다. 최근 재출간한 이 책이 눈에 띄어 읽게 되었다. 작가의 이름이 낯설지는 않아 검색해보니 2007년 &lt;색깔 전쟁&gt;이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났다. 이 책은 &lt;색깔 전쟁&gt;이 보여준 강렬하고 무거운 메시지와는 또 다른 결의 따뜻한 감동을 준다. '어린왕자'라는 정체성을 강조한 이전의 제목도, 평이하게 작품의 배경을 담아낸 이번 제목도 모두 괜찮은 것 같다. 모모라는 소년이 겪은 초등 시절 마지막 여름을 그려내고 있다. 매우 중요한 만남이 있었다. 첫째는 책, 둘째는 사람.<br/><br/>그 사람이 또래가 아닌 어른이라는 점, 그리고 모모네 부모님이 모모를 살뜰히 보살필 여력이 없어 주로 외로운 시간을 혼자 보내고 있다는 점, 형은 다소 심술궂고 누나가 모모를 감싸준다는 점 등에서 &lt;나의 라임오렌지 나무&gt;가 떠올랐다. 제제와 모모. 어딘가 비슷하고도 다르다.<br/><br/>이주민 노동자용 공동주택에 사는 모모에게 학교에 가지 않는 여름방학은 자유가 아닌 무료함과 쓸쓸함의 시간이다. 그러던 어느 날, 모모의 가능성을 알아본 교장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와 독서 목록을 건넨다. 모모는 처음으로 마을의 도서관에 등록하고 대출카드를 받는다. 책과의 만남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 순간은 실제로 우리의 삶의 질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갈수록 좋아지는 공간과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는 딱 한정되어 있다. 특히 젊거나 어린 사람들을 보기 힘든 점이 가장 아쉽다. 그런 의미에서 모모의 도서관 등록은 환영할 일이고 소외된 아이가 세상과 연결되는 의미있는 출발점이다.<br/><br/>교장 선생님이 추천한 생텍쥐페리의 &lt;어린 왕자&gt;, 미셸 투르니에의 &lt;방드르디, 야생의 삶&gt;, 그리고 이동도서관 직원 수아드가 선물한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의 &lt;자기 앞의 생&gt;은 모두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걸작들이다. 이처럼 '책 속의 책'을 활용하는 구도는 서사의 입체감을 더해준다.<br/><br/>첫 번째 책 &lt;어린 왕자&gt;는 에드와르 할아버지와의 만남과 나란히 진행되는 서사로서 의미있다. 두 사람은 모모가 책을 읽는 장소, 언덕 위의 벤치에서 만났다. 할아버지는 모모가 읽은 책의 목록을 듣고는 크게 기뻐한다. 자신을 은퇴 교사라고 소개한 할아버지는 "어린왕자와 너를 동일시했니?" 라는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모모는 머리 색깔부터 다르다며 손을 내젓는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모모도 충분히 왕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모모를 왕자로 모시겠다고 한다. '수레국화마을의 어린왕자'로. 국내 초판본의 제목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주는 할아버지는 알고보니 근처 요양원에 살고 계시며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신 분이었다. 하지만 모모는 할아버지와 진심으로 대화하고 안보이면 걱정하며 끝까지 진정한 친구로 여긴다. 이 대목이 가장 놀라웠다. 12살 아이가 인연의 소중함을 알고 끝까지 가져간다는 것이.<br/>"할아버지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된 다음부터 모모는 할아버지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자기를 방어할 가시가 네 개밖에 없는 장미에 대해 어린 왕자가 책임감을 느낀 것처럼요." (113쪽)<br/>조금만 부담되는 관계가 될라치면 미리 손절하라는 충고가 만연한 세상에서 어린 모모의 이런 책임감은 참 별스럽고도 숭고하다. 저절로 나를 돌아보게 된다. 이와같이 원작의 텍스트가 인물의 상황에 맞게 유기적으로 변주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br/><br/>두번째 책 &lt;방드르디, 야생의 삶&gt;은 "무인도에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지요." 정도로 잠깐 언급되고 지나가긴 했지만 작가가 굳이 고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작가는 로빈슨 크루소를 재해석한 이 작품의 메시지를 모모의 이야기 속에도 넣으려 했던 것이 아닐까. 주류 인간들이 '우월한 문명'이라 착각하는 것들에 대한 허상. 다르게 말하면 편견으로 타자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에 대한 경고를 담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br/><br/>세번째 책 &lt;자기 앞의 삶&gt;은 어린왕자 못지않게 모모와의 '동일시'가 이루어지는 책이 아닐까 짐작한다. 일단 주인공 이름부터 같다. 게다가 이민자라는 배경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맹 가리는 결국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이 사실은 모모의 꿈과 지향점을 보여준다.<br/><br/>여든이 넘은 할아버지의 병세는 점점 심해져 언덕 위에서의 만남도 어려워진다. 진심으로 걱정하고 마음을 쓰는 모모를 보며 할아버지의 마지막은 그래도 괜찮았다는 생각을 한다. 자식이나 친구들이 많아도 철저히 외롭게 떠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면. 세대를 훌쩍 넘은 두 사람의 우정이 정말 흔치 않고 소중하다. 할아버지가 남긴 책 선물을 받은 모모, 국어시간에 '우정'이라는 글을 쓰는 모모를 보며 독자들은 편견을 넘어선 또다른 작가의 탄생을 예감한다.<br/><br/>130쪽 정도의 짧은 책이지만 그렇게 빨리 읽히지는 않는다. '책 속의 책'들이 어린이용 책들은 아니어서, 고학년은 되어야 권해줄 만하겠다. 청소년이나 어른이 읽어도 좋을 만한 책이다. 텍스트에 내포된 수많은 상징과 메시지를 세세히 파악하지 않더라도, 두 사람의 우정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책이라고 생각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593/67/cover150/k412030769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5936754</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판타지인듯 오래전 기억인듯 - [코끼리 고모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62488</link><pubDate>Thu, 20 Aug 2026 21: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6248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92130424&TPaperId=1746248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52/53/coveroff/k392130424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92130424&TPaperId=1746248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코끼리 고모부</a><br/>윤여림 지음, 소복이 그림 / 사과잼롱롱 / 2026년 08월<br/></td></tr></table><br/>출판사들도 많고 그 이름들도 다채롭다. '사과잼롱롱'은 또 어떤 출판사인가 하고 보니 이 책이 첫 책인 신생브랜드이다. 활발하게 책을 내고 있는 '우리학교' 출판사 내의 그림책주력 출판 브랜드인 것 같다. 사과잼롱롱. 흔히 지어낼 수 없는 이름이지만 뭔가 재미나고 신기한 것들이 나올 느낌이기도 하다. 딸기잼롱롱이면 이상했을 것 같은데 사과잼롱롱은 왜 어울리지?ㅎㅎ 출판사이름에 주목하는 일은 드문데 오늘은 그 이야기로 시작해 보았다.^^<br/><br/>윤여림 작가님이 소복이 작가님이랑 만났다! 이 조합 찬성일세 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다. 이 조합이 계속되길 바라는 독자들도. <br/><br/>윤여림 작가님의 이번 글은 판타지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혼재된 특별하고 새로운 느낌이고, 이제 눈에 익은 소복이 작가님의 그림은 익숙한 곳에서 어서 와 앉으라 손을 내미는 느낌이다.<br/><br/>코끼리 고모부. 고모부가 주인공이거나 제목인 적이 있었던가? 내가 읽어본 책들 중엔 없는 것 같다. 화자인 '하나'네는 외국 생활을 하다 귀국하며 잠시 고모댁에 머무른다. 근처로 집을 구해 이사를 한 후에도 고모 댁에 갈 일이 많다. 바쁘시다는 고모부는 가끔씩 볼 수 있었는데, 하나가 본 고모부는 코끼리였다.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지만 새학교 친구 기찬기만은 믿는다. 그에 더해 멋지다는 감탄까지.<br/>"코끼리가 네 고모부라고? 멋지다." (14쪽)<br/>이래서 진정한 판타지는 어린이들의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어느날 하나는 고모네 갔다가 가족들이 모두 자기 일로 나가버린 빈집에서 코끼리 고모부와 시간을 보낸다. 고모부는 배가 아픈 것 같았고, 나비가 되길 원했던 어린시절의 얘기를 들려준다.<br/><br/>다음 계절에 하나는 병원에 입원한 고모부의 문병을 가고, 다음 해에 고모부는 집으로 온다. 의식을 잃은 채로. 가족들은 슬픔과 걱정에 잠긴 채로 고모부의 발을 주무른다. 말이 없던 고모부는 힘든 상황을 혼자 해결하려 하셨던 것 같다. 스트레스가 많았고, 자신을 챙길 여유가 없었던 고모부의 사정을 그가 쓰러지고 나서야 사람들이 알게됐다.<br/><br/>슬픈 결말이다. 하지만 하나는 차가운 밤길을 밝히는 목련나무 아래에서 보았다. 코끼리였던 고모부가 나비로 변하여 날아간 모습을. 아주 환하고 평화로웠던 모습을. 고모부는 이제 더이상 외롭지도 아프지도 않은 걸까.<br/><br/>평생 호들갑 한번 없이 묵묵하게 살아온 사람에게도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구멍은 있는 법이다. 그걸 하나가 알아보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간직한다. 그것은 죽음이 허무와 절망만은 아니던 아득한 기억으로 남았다. <br/><br/>사람의 겉모습만 보는 우리는 누군가의 진짜 마음을 평생 모르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다 지나고 나서야 "아이고 그랬더래" 하지만, 그것마저도 진실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코끼리 고모부처럼 견고해 보이는 사람들일수록, 안은 더 여리고 보드라울 수도 있다.<br/><br/>그분이 그렇게 환하고 가볍게 가셨다니 다행이다. 아직도 두려운 것을 보면 나의 믿음이 보잘것없음을 인정하게 된다. 죽음은 작가님에게나 나에게나 더 오래 생각해야 할 숙제인지도 모른다.<br/><br/>80쪽에 글밥도 꽤 되어서, 유아용 그림책이라기보단 전 연령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림책이란 원래 전 연령 용이지만 이 책은 특히) '하나'가 되어 누군가를 떠올리는 사람, 코끼리 고모부가 되어 위로받는 사람, 자녀들이 되어 떠나보낸 기억에 새삼 눈물짓는 사람.... 다양한 감정을 불러올 수 있는 책이다. 혼자 읽어도 좋지만 책모임에서 함께 읽으면 공감 속에서 더 깊이 감상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52/53/cover150/k392130424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525377</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너무 이해돼서 너무 슬픈 - [두고 온 여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44304</link><pubDate>Tue, 11 Aug 2026 11: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4430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9006&TPaperId=1744430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294/95/coveroff/893643900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9006&TPaperId=1744430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두고 온 여름</a><br/>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03월<br/></td></tr></table><br/>성해나 작가의 최근 유명작들은 도서관에서 내 차례가 오기 어려워 이 책을 먼저 읽어보았다. 이 책 한권으로 작가의 작품세계를 알아보긴 힘들겠다. 비교적 소품 같은 책이었다. 이 책 바로 전에 뉴베리상 수상작인 어떤 동화책을 읽다 진도가 안 나가 겨우 끝냈는데, 이 책은 그 책의 반의 반도 안 걸려 다 읽었다. 무척 평이한 소재여서이기도 할 것이고 작품 길이도 150쪽 정도로 짧아서일 것이다. 하지만 감정은 매우 섬세하고도 무거웠다. <br/><br/>두 명의 주인공이 두 번 교차 서술한 이야기다. 기하와 재하. 이들은 여덟살 차이나는 재혼가정의 형제다. 배다른 이런거 아니고 각각의 가정에서 남으로 살다 재혼이라는 부모의 결정 때문에 가족으로 묶여버린 사이다. 둘이 친근하게 지내며 새 가정을 화목하게 묶었다면 좋았겠지만 감정이란 게 무척이나 복잡하고 미묘하여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참 슬펐던 것은 그 새 가족 4명 모두가 너무 이해갔다는 점이다. 결국 행복할 수 없었던, 그들의 상황과 감정과 순간의 결정과 행동들이 모두 이해되었다. 그러니 행복한 결말이란 엄청난 행운인가, 아니면 뼈를 깎는 노력인가, 그 합의 산물인가. <br/><br/>먼저 서술하는 기하는 아버지의 아들이고 형이다. 어릴때 엄마가 돌아가셨고 새로운 가족을 바란 적 없다. 그런데 어느날 아버지가 새엄마와 어린 동생을 소개시켜 주었다. 이들에게 딱히 적의는 없다. 그들이 애쓰고 노력하는 것도 안다. 하지만 도저히 마음이 말랑해지지 않는다. 새어머니를 저기요, 그쪽, 이렇게밖에 부르지 못하고 간절하게 다가오면 이렇게까지 하지 마시라며 더 멀리 달아난다. 새 모자와는 달리 새 부자가 친근해지는 모습을 보며 나이차가 많은 동생임에도 질투심과 반발심을 느끼기도 한다. 그는 곧 대학에 갔고 기숙사에 들어가며 가족에서 빠져나왔다. 군대에 가면서는 완전히 멀어졌다.<br/><br/>재하네 친아버지는 폭군이고, 사별이 아니었기에 화근을 늘 안고있는 셈이었다. 이것부터가 엄청 기우는 조건이라 새엄마와 재하는 늘 눈치를 살피며 노력한다. 엄마는 기하에게 하나라도 더 잘해주려 애를 쓰지만 그 시도는 늘 튕겨나오고, 재하는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재하는 심한 아토피라는 약점까지 있었다. 눈치보며 약이나 바르고 있던 모자를 크게 꾸짖고 아버지가 재하를 대학병원에 다니게 한다. 일에 바쁜 부모 대신에 기하가 병원길을 동행한다. 화를 내거나 나쁜말을 하지도 않지만 딱히 가까워지지도 않으며 그 시간들이 지나간다. 그들이 치료 후 대학로에서 늘 함께 먹었던 중국냉면이 겨우 둘의 한조각 따스함의 추억이 되었달까. 땅콩소스를 좋아하지만 버벅대는 재하의 그릇을 가져가 잘 섞어주고, 자신의 땅콩소스를 얹어준 기하. 환하게 미소지은 재하. 순간 미세하게 보인듯도 했던 기하의 미소. <br/><br/>하지만 '이후로 둘은 다정한 형제가 되었습니다'는 되지 않았고 다만 거기까지였다. 나는 이 상황까지도 이해가 되었다. 미안해하고 눈치보는 재하와 엄마도, 마음이 도저히 안 열리는 기하도 이해된다. 이 가정을 지키려고 애쓰는 아버지도 참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재하에게 좋은 것으로 주려 애썼고 내탓이라 자책하는 엄마에게 늘 단호한 태도로 자신의 의지를 알렸다. <br/><br/>기하는 성인이 되었으니 제갈길 가고 이렇게 가정이 안정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그 기간은 4년이 끝이었다. 새엄마가 군에 있는 기하에게 전화해서 냉장고에 니가 좋아하는 콩잎짠지를 담가 놓았다고 말한 것은 이별 인사였다. 기하는 그것도 모르고 뜨악하고 짜증스럽게 받았을 것 같지만.... 아버지가 그토록 다시 세우려 했던 두번째 가정은 이렇게 끝이 났다.<br/><br/>기하와 재하의 두번째 서술들은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후이다. 먼저 기하. 그는 그동안 그 4년의 기억을 깨끗이 잊었을까. 아닌 것 같다.<br/>"헤어진 이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뉘었다. 다신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과 한번쯤은 더 만나도 좋을 사람. 내 삶에서 재하와 재하어머니는 언제나 전자였다가, 언제는 후자가 되곤 했다." (98쪽)<br/>이런 말도 있다.<br/>"그들과 함께 살았던 날들을 떠올리면 불안하고 미숙했던 내가 재하 모자에게 안겨주었던 자잘한 상처만이 선명히 상기되었다." (97쪽)<br/>어느날 우연히 그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알게 된 기하는 그곳에 가본다. 그때와는 마음도 달라졌고 나이도 먹었지만 여전히 서툰 처신을 느끼며 돌아온다.<br/>"재하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때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부르고 또 어떤 말을 나누게 될까.<br/>이무것도 두고 온 게 없는데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132쪽)<br/><br/>기하가 왔던 날 하필 가게를 접는 모습을 보여줬던 재하의 마지막 서술이 이어진다. 그는 일본 고베에서 정착해 혼자 하루하루 일하며 단순하게 살아간다. 가게를 운영하던 시절의 불안과 염오는 옅어져가는 채로, 남는 시간에는 그옛날 새아버지가 주셨던 DSLR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그리고 지난 사진을 함께 보던 주인집 여자의 권유로, 아마도 받을 수 없는 편지를 형에게 부친다.<br/><br/>그들이 가족으로 묶였던 4년은 행복하기 어려웠지만 불행하지도 않았고, 좋은 기억이었다고 쉽게 말하긴 어렵지만 나쁜 기억도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아쉬웠던 기억. 더 잘했었더라면 싶지만 다시 돌아가도 딱히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 과거. 미안함이 옅은 흉터처럼 남은 과거. 상대가 잘 지내길 바라지만 그걸 내가 해줄 수는 없어서 그저 빌어줄 수밖에 없는 관계. 이런 관계와 감정이 은은하지만 생생하게 다가왔다.<br/><br/>그들이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행복을 빌며 아쉬운 기억 속의 추억 한조각을 아름답게 여기며 살면 좋겠다. 재하의 이야기 속에 어머니가 "재하야, 니는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나?" 라고 묻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 재하는 형과 먹던 중국냉면이 떠올랐지만 "저는 없어요"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대답을 듣지 못했어도 들은 것처럼 가슴이 무지근해졌다고 했다.(88쪽) 행복의 조각을 딱 맞추기는 어떤 이들에게 이토록 어렵다. 그래도 이들이 서로를 원망하지 않아서 난 다행스러웠다. 그것만으로도 나보다 좋은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br/><br/>성해나 작가의 작품세계 한쪽을 잘 느껴보았으니 다른 책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294/95/cover150/893643900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2949534</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새로운 독서 경험^^ - [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35499</link><pubDate>Thu, 06 Aug 2026 13: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3549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2819274&TPaperId=1743549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3/28/coveroff/s77283290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2819274&TPaperId=1743549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a><br/>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br/></td></tr></table><br/>이 글은 리뷰가 아니고 약간의 푸념 (불평) 같은 게 될거란 느낌이다. 20년이 넘은 이 유명한 책을 난 안읽어봤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 나는 철저히 실용적인 독서를 했다. 소설이란 건 휴가때나 읽었다. 이제 좀 시간이 자유로워져 이것저것 찾아읽다보니 과거 유명작들을 뒤늦게 읽어보게 된다. 이 책은 최근작인 &lt;아코디언&gt;을 읽으려다가 능가하기 어려운 전작이 있다고 하길래 찾아 읽어봤다. 호불호가 강할 것 같은 작품이었다. 그중에 나는 불호였다.<br/><br/>재미없다는 뜻은 아니다. 500쪽이 넘는 분량을 한호흡...까진 아니고 두 호흡 정도에 다 읽었다. 문제는 잔뜩 인상을 쓰면서 읽었다는 것이다.ㅎㅎ 불편한 게 너무 많은 나의 한계다. 영화나 소설에 나올때 내가 속으로 쌍욕을 하면서 보는 소재는 단연 '신체절단'이다. 여기선 그게 두번이나 나온다. 특히 '칼자루'라는 남자가 연상의 여인에게 사랑의 맹세로 수시로 손가락을 잘라 바칠 때 진짜 욕지거리가 나왔다. 내가 허구와 현실을 구분 못해서 그런걸까? 그러고보면 이 책은 한편에 리얼리티를 담고 있으면서도 다른 편에는 판타지를 담고 있다. 아름답고 달달한 판타지와는 대척점에 있는 '잔혹 판타지'다. 그런 점에서 민담과 비슷한 점이 있다. 떡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하는 호랑이한테 팔다리 한개씩 턱턱 떼어주던 그 느낌에 대입하면 될까? 그러나 이 책은 엄연히 현대소설이기에 난 그게 잘 안되어서 계속 인상을 찡그리며 읽었다.<br/><br/>신체절단까진 아니어도 내게 불편한 소재는 어마어마한 식탐과 폭식, 그리고 인간성을 상실한 초고도비만이다. 나도 날씬하지 않으면서 뚱뚱한 사람 욕하면 되겠냐? 그정도가 아니고 일상생활도 못할 병적인 비만은 보기 힘들다. 먹는 행위에 대한 혐오가 느껴진다. 내가 먹방 유튜버들을 싫어하는 이유도 이런 혐오에 뿌리가 있는 것 같다. 이 혐오는 나의 문제이기도 한데 아직 극복을 못했다. 여기서 '걱정'이라는 거구의 남자가 말년에 이런 꼴이 되었는데 500kg가 되었다가 종국에는 1톤에 이르렀다는 대목에서 참나, 하고 실소가 나왔다. 이 대목도 '잔혹 판타지'에 해당되겠다.<br/><br/>남자 둘을 먼저 언급했지만 이 책의 주 서사는 세 명의 여인이 이끌어간다. 노파 - 금복 - 춘희. 이들의 정체성이 육체에 치중해있는 것도 읽기 불편한 이유 중 하나였다. 모욕적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인간이 이런 존재이지만은 않지 않나? 아니 결국은 그런 존재라는 건가? 이런 인생도 있다는 건가? 노파는 너무너무 못생겨서 그가 돌보던 반편이라는 부잣집 아들과 성적인 사단이 나고, 금복은 너무 예쁘고 성적매력이 출중해서 셀 수 없이 많은 남자와 사단이 난다. 그리고 그 상대 남자를 죽이거나 죽게 한다. 갈구하고 탐욕하며 복수한다. 본인도 파멸하며 '잔혹 판타지'를 거세게 몰아간다.<br/><br/>금복의 딸인 춘희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그도 거구라는 육체적 정체성에 갇혀 살았고 지적 장애에 벙어리였지만 유일한 친구였던 코끼리와의 소통으로 훨씬 더 깊은 정신세계를 가진 느낌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표현을 못한다. 그래서 말없이 모든 저주와 고통을 다 감당하며 살아간다. 슬픈데 슬픔을 모르고 외로운데 외로움을 모른 채로.<br/><br/>이 거대하고 거침없는 잔혹극에서 가끔 신나는 장면은 생산성이었다. 주로 금복이 이걸 담당한다. 우연과 행운이 겹쳐 횡재가 찾아오자 금복은 엄청난 스케일로 각종 사업을 벌여나간다. 그중 벽돌공장에는 무모할 정도의 투자를 한다. 금복의 수많은 남자 중 한명이었던 문이라는 이가 거듭된 연구와 실패 끝에 탁월한 벽돌을 개발하고, 그게 생산되어 신나게 팔려나갈 때 독자의 기분도 좀 좋아진다. 전화위복과 전복위화가 엎치락뒤치락하며 몰락의 위기와 생산성의 희열이 번갈아 찾아와 독자를 들었다놨다 한다. 하지만 결국 그 종말은.....<br/><br/>폐허 속에 춘희가 다시 등장한다. 상황 이해도 잘 못하는 춘희가 그 폐허 속에서 일구고 얻고 그리고 잃고 상해가는 장면들은 앞의 두 여자의 느낌과 왠지 다르다. 그리고 벽돌.... 그가 세상과의 소통도 없는 상태에서 집념처럼 구워내는 벽돌. 그 생산성에서는 어떤 경건함마저도 느껴진다. 이 대목에 이르러서야 앞의 혐오감이 좀 씻어진다. 알라딘 리뷰에서 '재미는 있었지만 오물에서 뒹굴다 나온 느낌' 이라는 한줄평을 읽고 공감했다. 하지만 춘희의 벽돌은 우리에게 발이라도 씻게 해주는 느낌이다. <br/><br/>나는 이 책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작가가 엄청난 이야기꾼인 것은 알겠는데, 그걸 다 즐기지는 못한 느낌이다. 새로운 경험의 독서이긴 했다. 유쾌했건 아니건 간에.^^]]></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53/28/cover150/s77283290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32835</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로맨스소설의 스테디셀러였구나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26536</link><pubDate>Sat, 01 Aug 2026 10: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2653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838510&TPaperId=1742653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829/2/coveroff/k70283851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838510&TPaperId=1742653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서함 110호의 우편물</a><br/>이도우 지음 / 수박설탕 / 2022년 07월<br/></td></tr></table><br/>요즘 유튜브에서 소설책 소개 쇼츠영상이 자주 뜬다. 내가 검색해본 적은 없는데, 언젠가 우연히 뜬 것을 내가 눌러봤을 테고, 그 이후부터는 알고리즘으로 계속 뜨는 것 같다. 그러다 한 영상에서 감동적인 우리나라 소설 몇권을 소개하는데 이 책이 제일 먼저 나온 것을 보았다. 짧은 영상이라 내용까지 소개해주진 않았고 제목과 표지에 ‘잔잔한 로맨스 소설’ 정도로만 소개했다. 소설을 많이 안 읽은 나로서는 처음 보는 책이었다. 검색해보니 어머나! 엄청나게 팔린 책이네. 지금 팔리는 건 개정판이고 처음 나온 때는 2004년, 초판부터 합치면 100쇄를 넘게 찍었다나? 20년 넘은 로맨스 소설이 아직도 먹히나? 나도 한번 읽어보자 하고 집어들었다.<br/><br/>로맨스 세포가 다 죽을 나이라 엄청난 감흥은 없었으나 그래도 지루하진 않았다. 유명 작가가 쓴 소설들을 읽을 때도 과제 같은 느낌으로 읽을 때가 있다. 부분적으로 지루하거나 어렵거나 읽기 힘들어서. 하지만 이 책은 드라마 보는 정도의 난이도였다. 500쪽이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다 읽을 수 있다. 이 책이 나왔을 때 드라마 제작 말이 오락가락 했었다고 하던데 왜 안 만들어졌까? 주인공들의 직업도, 감정선들도 드라마로 딱이었을 것 같은데?<br/><br/>로맨스치고는 현실적이어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나 싶다. 재벌 3세 본부장님 그런 남자 나오지 않고, 출생의 비밀도 없고, 질투하고 대립하는 연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 아주 살짝은 있는데 귀여운 수준) 한마디로 막장 요소는 없다. 신데렐라 스토리도 아니고 타임슬립, 영혼체인지, 귀신 서사 그런 것들도 나오지 않는다. 사랑이 너무 격렬하여 모든 것을 휩쓸어가지도 않고 인간의 밑바닥을 보여주며 ‘이게 현실이야’ 라고 말해서 독자들을 우울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현실적이면서도 최대한 달달한, 적당한 설렘을 가진 로맨스라고 하겠다. 작가님이 그런 전략을 세우신 것 같지는 않지만 본의아니게 매우 좋은 전략이었던 셈이다.<br/><br/>나는 남녀가 만나는 방식이 ‘함께 일하다 정드는 방식’이 가장 좋겠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게 좋은 점은 두 가지다. 일단 그 사람의 포장 안한 생활모습과 삶의 방식 등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직장에 있으면 직장 가기가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에...ㅎㅎ  이 책의 직장은 라디오 방송국이다. 공진솔은 작가고 이건은 PD이다. 음... 이 직업도 약간 클리셰 같긴 한데 작가 약력을 보니 라디오 구성작가였다고 한다. 본인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직업군을 고른 셈이다. 그래서인지 아주 현장감이 넘쳤다. 뭔가 조사하고 글쓰고 하는 작업을 좋아하는 나는 젊을 때로 돌아가면 저런 일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착각이겠지. 치열하면서도 안정감은 부족한 일이니까. 쉬운 직업이란 없다.<br/><br/>둘이 그렇게 일로 만나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특히 공진솔 작가는 말과 표현이 적은 매우 조용한 사람인데,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보고 싶어 먼저 고백한다. 소설 속의 사랑에 난관이 없을 수는 없는 법. 그 난관은 이건 PD의 오랜 친구 커플에 있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의 주된 서사는 이건-공진솔, 선우-애리 두 커플이 이끌어간다. 선우-애리 커플의 인사동 카페에서 넷이 함께 어울리기도 한다. 넷은 각각 꽤 괜찮은 성품들을 가졌고 서로를 존중하며 편하고 즐겁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뇌관이 있다. 이걸 치워야 한다. 그것 때문에 조심스럽고, 그것 때문에 아프게 바라보며, 어느날 터져버린 바람에 모든 것은 엉망이 된다.<br/><br/>내 수준에선 그게 극복할 수 없는 사건 같았는데, 생각하기에 따라선 그정도로 끝장은 아니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 같고.... 어쨌든 둘이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수없이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자신과 상대의 마음을 회피하지 않으며 천천히 나아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확실히 요즘 연애랑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두 커플 다 마찬가지다. <br/><br/>작가 소개를 보니 눈에 익은 제목도 보인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 책이야말로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이네. 그걸 한 번 볼까. 파괴적이거나 참혹하지 않은 것도 가끔은 보고 싶거든. 이런 건 딱 명절연휴 때 전 부쳐놓고 잡으면 기분 느긋하고 좋을 것 같아. 지금 나는 연휴가 따로 없으니까 아무 때나 한번 봐볼까 싶다. 살찌니까 전은 생략하고.ㅎㅎ]]></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9829/2/cover150/k70283851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8290264</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세상은 연결되어 있다 - [죽지 마, 소슬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22226</link><pubDate>Thu, 30 Jul 2026 20: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2222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92135050&TPaperId=1742222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63/79/coveroff/k19213505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92135050&TPaperId=1742222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죽지 마, 소슬지</a><br/>원도 지음 / 한끼 / 2026년 02월<br/></td></tr></table><br/>원도 작가의 소설을 한 권은 읽어봐야지 했었다. &lt;눈물 대신 라면&gt;이라는 책을 읽고 그의 이력을 알고부터다. &lt;경찰관속으로&gt;라는 책이 큰 반응을 얻은 후 그는 경찰 생활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경찰이었던 그의 이력은 모든 작품에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 그게 흥미로운 요소이기도 하고 작품의 사실성을 높여주기도 하니 힘들었어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하겠다.<br/><br/>위의 책을 읽었던 건 몇달 전인데 잊어버리고 았다가 도서관 신간 큐레이션에서 작가의 이름을 발견하고 아맞다! 반가워서 집어들고 왔다. 그 책에서도 젊은이의 냄새가 진했는데 이 책도 그렇다. 나이들어가는 나의 정서와는 좀 결이 다르지만, 오래 살았다고 무게와 깊이가 꼭 있는 건 아니다. 이 책은 젊은이의 시각으로 쓰여졌지만 가볍거나 얕진 않다. 오히려 단조롭게 살아온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삶의 현장'이 들어있다. <br/><br/>그런데 이 책도 요즘 서사의 유행을 따르는지 '귀신'과 '빙의' '귀신이 보이는 주인공'이 주 설정이어서 읽다가 덮을까 잠시 고민했다. 드라마고 소설이고 요즘은 귀신이 단골손님인가. 그래도 덮기에는 재밌어서 끝까지 읽었다. 그리고 죽은 소슬지 얘기를 하는데 귀신 설정 아니고는 어려웠겠다 싶어 이해가 가기도 했고.<br/><br/>경찰관 '하주'가 귀신을 보는 주인공이다. 작가님의 직업과 캐릭터가 그대로 반영된 듯하다. 하주는 경찰관으로서는 결정적인 핸디캡이 있었는데 바로 '급똥 문제' 였다. 화장실을 참아야하는 직업들이 꽤 많다. (초등교사 직업병으로 방광염이 있다. 유치원교사는 더하겠지) 경찰관은 이보다도 더할 것 같은데 급똥문제라니.... 그래서 하주는 이용가능한 화장실 지도를 파악하고 있을 정도다. 소슬지와의 만남도 똥과 무관하지 않았다. <br/><br/>과학수사팀인 하주는 변사자를 보는 게 일상이다. 그날도 변사 신고가 들어와 확인하러 간 원룸에서 화장실로 뛰어들고 말았다. 급볼일을 마치고 고개를 든 순간, 변사자가 거기에 있었다. (으악) 그리고 그날 밤, 본인의 원룸에서 아까 그 변사자, 소슬지의 귀신을 만난다.<br/><br/>소슬지 귀신은 원한을 해결하러 온 것도 아니고 딱히 요구사항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죽어서도 죽지못해(?) 떠돌며 힘들어하고 있을 뿐이었다. 죽어서 가는 곳에 어떻게 가는지를 모르는? 귀신과의 동거상황에 처음에는 분노했으나 은근 심한 오지랖인 하주는 소슬지를 연민하게 되고 그의 삶(?)에 끼어들게 된다. 그렇게 엮이고 풀려가는 이야기다.<br/><br/>나는 자식들에게 별로 해준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양친부모 다 건강히 존재하고 경제활동을 하며 그들이 취업할 때까지 집과 학비와 용돈을 해결해준 것만으로도 꽤나 든든한 울타리가 되었다는 걸 실감했다. 더 잘 사는 사람들 보면서 저런 것도 못해줬어... 하고 슬퍼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거다. 이 모든 배경이 전무한 젊은이가 세상에 내던져져서 7평 원룸 월세라도 살게 되기까지 얼마나 막막했는지, 고단했는지, 치열했는지, 외로웠는지, 사랑도 사치였는지, 그래서 좋아하는 감정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헤어지고 얼마나 아팠는지 절절히 느껴졌다. 죽고 나서 알게된 것들에 의하면 말이다. 그렇다 소슬지는 스물 아홉 젊은 나이에 무리해서 자기집 화장실에 쓰러져 죽은 이시대의 불쌍한 청년이다.<br/><br/>공무원 신분이라 그나마 나은 변하주 또한 부모님 노답에 동생들 줄줄이다. 잘 버텨내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또한 소슬지의 다른 이름이다. 젊은이들 생각없고 철없다고 쉽게 욕하지만 나의 평생보다 힘든 삶의 현장을 지켜가고 있는 젊은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자주 까먹는다. <br/><br/>자식뻘인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젊은이들에 대한 응원의 필요성'으로 읽혔다. 젊은이들에겐 공감과 위로, 그외 다양한 깨달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br/><br/>또한가지 생각이 드는 것은 '어른의 존재'이다. 경찰관 하주의 '반장님' 근덕은 뚝배기(국물) 음식을 흡입하는 식성으로 하주의 소화기에 부하를 가하지만 젊은 동료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좋은 어른이다. 슬지의 어른은 너무 늦게 잠깐 만났다. 물류센터의 컨베이어벨트에서 쓰러지고 쫓겨나는 슬지를 쫓아나와 걱정해준 아주머니. "여사님이 우리 엄마면 좋겠어요." 라는 말에 크게 울어준 아주머니. 이런 어른들이 많아야지. 나는 어떤 어른인가.<br/><br/>전직 경찰 작가님이 작품에 풀어놓은 내용에 의하면 변사자는 매우 자주 꽤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모든 인생들의 주변에 방어벽이 적어도 세 겹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일이라고 다른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세상은 연결되어 있다. 이것을 기억하자.]]></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63/79/cover150/k19213505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5637973</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맹렬한 여름을 향해 문을 열고 한발짝 - [바깥은 여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21935</link><pubDate>Thu, 30 Jul 2026 17:4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2193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46077&TPaperId=1742193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1145/47/coveroff/s53293279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46077&TPaperId=1742193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바깥은 여름</a><br/>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06월<br/></td></tr></table><br/>동네에 청년주택이 지어지고, 입주가 다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3층에 새 도서관이 들어섰다. 자그만 규모에 책도 적다. 하지만 다른 도서관에선 다 대출중이라 대기 걸어야 하는 책이 떡하니 새책으로 놓여있을 때가 있다. 이 책도 그런 행운으로 잡은 책이다. 내가 읽은 김애란 작가의 책으로 4권째다. 그동안 장편 2권 단편 1권 읽었는데 다들 '김애란은 단편!' 이러셔서 몇권 꼽아놓고 있었던 중의 한 권이다. 이 책 나왔을 때 유명세를 익히 알았는데도 그때는 넘겼다가 이제야 읽게됐네.<br/><br/>일곱 편 모두가 다른 상황 다른 인물이 나오는데도 어쩌면 마지막 한줄기 감정은 같은지. 그건 상실감과 외로움이다. 그냥 가을날 고독을 씹으며 왠지 쓸쓸해지는 그런 종류의 외로움이 아니고 통렬하게 깨달아지는 외로움. 그래서 제목에 '여름'이라는 계절을 넣은 걸까. 신록이 푸르고 생명력이 왕성한 여름이 아니고 작렬하는 태양이 두려운 맹렬한 여름.<br/><br/>첫 작품 [입동]은 젊은 부부가 거실 한쪽 벽에 도배를 하는 이야기다. 읽어보니 그들은 어린 아들을 어린이집 차량 사고로 잃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보고싶어 허공을 휘저어도 만져지지 않는 허망함에 애간장이 끊어질 것이다. 그걸 공감할 사람은 같은 입장밖에는 없다. 그러니까 엄마, 아빠. 그들이 같은 마음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같은 슬픔, 같은 고통. (그것마저도 안되는 부부들도 있으니) 이웃들은 처음엔 탄식과 안타까움을 표했지만 이제는 피한다.<br/>"- 다른 사람들은 몰라.<br/>- 다른 사람들은 몰라.<br/>그러곤 내가 아내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37쪽)<br/>그 둘만의 공감 속에서 그들이 버티고 일어날 수 있기만을 바란다.<br/><br/>[노찬성과 에반]이 무슨 뜻일까 봤더니 사람 이름과 개 이름이었다. 노찬성은 남자 어린이고 에반은 개다. 찬성은 독자가 볼때 한없이 불쌍한 상황에 처했으나 본인은 그런 의식도 못하고 살아가는 듯하다. 아버지가 사고로 죽었으나 보상금도 나오지 않았고 할머니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죽어라 일해서 겨우 찬성이랑 먹고 산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찬성이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됐다. 바로 에반이라는 버려진 개였다. <br/>에반이 어리고 건강한 개이기라도 하면 뭔가 웃을 일도 생길 것 같잖아. 근데 늙고 병들었다. 모아둔 전재산을 들고 동물병원에 가서 알게된 건 에반이 암이라는 것과 '안락사'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거였다. 검사할게 많다는 수의사의 말에 "이만오천원어치만 검사해주세요." 하는 찬성이가 왤케 슬퍼.ㅠㅠ <br/>"있잖아, 에반. 만약에 못 참겠으면.... 나중에 정말 너무 힘들면 형한테 꼭 말해. 알았지?" <br/>안락사라는 선택지를 조용히 받아들이는 찬성이는 나이만 어린 어른인가. 그 어린애가 안락사비를 마련하려고 전단지 알바를 한다. 딱 그만큼의 돈을 모았다. 에반은 그돈으로 편안하게 눈을 감을 것인가, 아니면.....<br/><br/>[건너편]은 지친 커플이 마침내 헤어지는 이야기다. 오래된 연인의 헤어짐이 이렇게 무기력하고 쓸쓸할 수가. 딱히 유능하지도 않고 의지력과 인내심이 강하지도 않고 부모 재산이나 배경도 없는 평범한 젊은이가 취업에만 젊은시절을 낭비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우면서 동시에 너무 현실적이다. 이렇게 헤어진 커플들이 실제로 많을 것이다. 말하자면 흔한 얘기인데 작가님의 펜끝에서 나오니 유독 쓸쓸하고 눈물겹네.....<br/><br/>이 책의 수록작들은 외롭고 슬프긴 해도 현실의 사람들을 보여주기에 서사를 따라가긴 어렵지 않다. 다만 [침묵의 미래] 이 작품만은 예외였다. 화자를 파악하는데서부터 어리둥절하다. 읽다보면 화자가 스스로 밝힌다. <br/>"나는 이 세계에서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 순간, 그 말에서 빠져나온 숨결과 기운들로 이뤄진 영이다." (125쪽)<br/>공간적배경은 '소수언어박물관' 이라는 곳이다. <br/>"지금 이곳에는 천여 명의 화자가 천여 개의 언어를 지키며 산다." (129쪽)<br/>"멸종위기에 처한 언어를 보호하고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 단지를 세웠다. 결과는 정 반대였다. 그들은 잊어버리기 위해 애도했다. 멸시하기 위해 치켜세웠고, 죽여버리기 위해 기념했다." (132쪽)<br/>대단한 상징과 비유가 담긴 작품인 것 같다. 작가님이 담으신 걸 다 찾아낼 수나 있을까. 개인적인 상실감을 넘어서 인류적 상실감을 담은 작품이라고 할까. 내가 한번에 이해하긴 어려웠던 작품이다.<br/><br/>[풍경의 쓸모]에선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직업군으로 대학강사 이정우가 나온다. 착하고 조용한 성격인 그가 겨우겨우 버티고 지탱해온 것들에 균열이 가는 느낌으로 끝난다. <br/>"마음속으로 '나는 공짜를 바란 적이 없다'고 중얼거렸다. 왕왕거리는 비행기 소음 사이로 누군가 내게 '더블폴트'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183쪽)<br/>남에게 모질지 않게 살아왔는데 그게 본전도 아닌 실책(더블폴트)이 되어 기회가 다 상실되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되는 걸까. 모질게 말한다면 이선생, 당신은 좀 똑땍이 할 말은 하고 처신해라! 라고 해야되는 걸까. 공짜를 바란 적은 없지만 비겁한 적은 있잖아, 라고. 그가 비겁하지 않았어도 삶이 그에게 주는 것은 마찬가지였을지 몰라도 자괴감만은 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br/><br/>[가리는 손] 에서는 죽음이나 이별로 인한 상실은 없지만 어쩌면 더 서늘한 상실이 있다. 다문화가정을 이뤘으나 남편과는 헤어지고 아들 하나를 정성껏 키우며 지켰다고 생각했는데.... 청소년기에 이른 아들의 내면은 엄마의 상상과 기대 범위를 넘어선다. 모종의 좋지 않은 일로 찍힌 영상에 아들의 모습이 담겼고, 아들의 변명에 남들은 넘어갔지만 엄마는 직감한다. 자식의 거짓말을, 그리고 '가리는 손' 안쪽의 진짜 표정을.... 다른 작품들도 그렇지만 이건 정말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다.<br/><br/>[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가장 슬펐지만, 상실감과 그리움도 가장 컸지만 왠지 절망감은 가장 덜한 느낌이었다. 남편이 떠났다. 교사였던 그는 현장학습에서 계곡사고를 당한 제자를 구하려고 뛰어들었다가 같이 목숨을 잃었다. 혼자 남은 아내에게 나타난 피부질환은 그 내면의 고통의 형상화인 것 같았다. 안팎으로 처참한 그녀 앞으로 편지가 한통 도착한다. 죽은 학생의 유일한 유가족인 누나가 보낸 편지였다. 그제서야 그녀는 외면해왔던 상황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다.<br/>"어쩌면 그날 그 시간, 그곳에선 '삶'이 '죽음'에 뛰어든 게 아니라 '삶'이 '삶'에 뛰어든 게 아니었을까." (266쪽)<br/>가버린 남편을 이해했다고 그리움이 줄어드는 건 아닐 거다. 더 커졌으면 커졌지. 마지막 문장도 '당신이 보고 싶었다'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맨 마지막에 자리한 건 슬픔 이상의 것이 들어있어서라고 나는 생각한다.<br/>2017년에 나온(첫 발표는 2015년) 이 작품에는 지금의 인공지능 채팅도구들이 아닌 초기 인공지능(시리)이 나온다. 아무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이런저런 질문을 해보는 주인공의 마음을 알 것 같다. 10년이 지난 지금의 인공지능은 답변이 더욱 정교해지고 공감능력은 사람보다 더 나은 지경이 되었지만.... 채워줄 수 없다.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아주 작은 답이 있다면 있고, 영 없다면 없는 것도 같다.<br/><br/>폭염 경보가 내려진 7월 말, 여름의 한복판에서 이 책을 읽었다. '바깥은 여름'이니 에어컨 켜진 까페에 들어와서. 지금은 시원하고 좋지만 문을 밀고 나가면 여지없이 폭염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감싸겠지. 이 책은 어쩌면 나의 '문 밖 세상'을, 그러니까 내가 열고 나갈 바깥을 보여주는 것일까. 알고는 있으라고. 어쩌면 선불, 혹은 후불의 위로 혹은 경고이기도 하고.]]></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1145/47/cover150/s53293279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1454737</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