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기진맥진님의 서재 (기진맥진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Thu, 23 Jul 2026 15:14:53 +0900</lastBuildDate><image><title>기진맥진</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A_021.gif</url><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기진맥진</description></image><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무관심의 자유로움을 만끽해! - [빨개져버린 - 서울국제도서전 2025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05621</link><pubDate>Wed, 22 Jul 2026 13:3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0562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5827660&TPaperId=174056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236/73/coveroff/895582766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5827660&TPaperId=1740562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빨개져버린 - 서울국제도서전 2025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a><br/>아하 지음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07월<br/></td></tr></table><br/>판형도 큰 편이고 양장본이라 그림책 느낌을 주는데 100쪽 좀 넘는 그래픽노블이다. 주인공이 중학생이라 소설로 치면 청소년소설이라 하겠는데, 사건이 생각보다는 심각하지 않아서? 약간 안심?이 되고 슬며시 미소도 지어지는 스토리였다. 그동안 중등 학생들은 나의 영역이 아니어서 한발 떨어져 보는 입장이었다. 그런 내 눈에 중딩은 가까이하기 어려운, 조금은 무서운 존재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하는 걸 보니 초딩과 별 다를 게 없네. 하긴 언젠가 중등 선생님이 강사로 오신 연수에 참여한 적 있었는데, 그때 한 초등 선생님이 "이런 걸 중등 학생들도 잘 못하나요?" 하고 질문하셨다. 그러자 강사님이 무슨 국가기밀을 알려주듯 자못 비장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br/>"선생님! 선생님 교실의 그 아이가 몇 년 후에 저의 교실에 있는 겁니다! 별반 다르지 않아요!"<br/>웃자고 하신 말씀이어서 다같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ㅎㅎ 어쨌든, 이 책은 청소년 뿐 아니라 초등 고학년에게도 잘 맞을 것 같다. <br/><br/>표지와 속표지가 빨강인 이 책은 본문은 흑백이지만 빨강이 부분적으로 들어가있다. 제목도 '빨개져버린'. 빨강은 이 책의 주요 소재이고 발단이다. 어느날 아이의 한쪽눈에 실핏줄이 터져서 엄마와 함께 안과에 간다. 의사선생님은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거지만 신경쓰이면 안대를 쓰라고 한다. 아이는 안대를 쓰고 걱정하며 등교한다.<br/><br/>아이는 친구가 한명 뿐이고 그나마도 다른 반이라니 왕따가 아닌가 걱정하며 읽어나갔다. 그정도는 아닌것 같다. 안대를 본 학급 아이들은 몰려와 관심을 보이며 눈을 보여달라고 조른다. 빨개진 눈알을 본 아이들 중엔 걱정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특유의 생각없는 멘트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아이는.... 좀 좋았다. '오랜만에 받은 관심'이어서. 선생님도 걱정해주시고 체육시간에 벤치에 앉아있는 특권도 누릴 수 있어서 아이는 이 상황이 점점 좋아진다. 심지어 '쎈 선배들'이 찾아와서 보고 가기도 했다. 반 아이들의 관심이 추가로 이어진다.<br/><br/>그런데 문제가 있다. 눈이 점점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어디봐봐" 했을때 징그러운 눈을 보여줘야 하는데 시뻘건 부분이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사라졌다. 하지만 아이는 안대를 벗지 못한다. 때가 꼬질꼬질해진 안대가 내 마음을 살짝 아프게 할 때쯤, 누군가 깐족거렸고, 화가나서 싸움이 났고, 아이는 두들겨 맞았다. 말하자면 선빵 날리고 진 상황이다. 아이는 반성문을 써야했고 엄마가 학교에 불려갔다. 아 골치아프다. 어찌보면 갈데까지 간 상황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닫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었어? 싶게 일상으로 금방 돌아가 버린다. 시시하게도. 그 시시함이 이 책의 매력이고, 나의 안심이다.<br/><br/>"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다.<br/>애들도 더는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br/>그게 아쉬운 동시에<br/>자유로웠다." (102~106쪽)<br/><br/>이렇게 시시한 결말에 무사히 다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반 아이들이 특별히 악독한 애들은 아니라는 점과 아이 가정의 평범성 때문이었던 같다. 드라마 '참교육'에서 유행한 "우리 남편이 화가 많이 났어요." 처럼 여기 아빠도 화를 내기는 하는데 그냥 집에서 내는 화일 뿐이다. 진것도 쪽팔린데 울긴 왜 우냐며 의자라도 던지든가 귀라도 깨물라고 한다. (책임은 져 줄테니까! 어? 라며) 하지만 아이는 그럴 인물이 아니고 아빠도 그냥 해본 말일 뿐이다. 언니는 "개웃기네~" 하면서 놀리고, 엄마는 이마를 짚으며 속상해한다. 이렇게 가족 내의 다양한 반응이 공존하는 가운데 엄마가 중심을 잡는 느낌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이랬다. 아니 지금도 대다수는 이렇다. 하지만 내 직성이 풀릴 때까지 갈데까지 간다, 내 자식 잘못은 티끌이고 남의 자식 잘못은 들보다, 하는 부모들의 파괴력을 누구도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작금의 문제들이 일어난다.<br/><br/>개인적으로는 무관심 속에서 "자유로웠다"는 아이의 느낌에 크게 공감한다. 아이들아, 그 자유를 만끽하자. 그리고 인간에게는 누구나 관종의 본성이 있으므로 가끔은 주변에 반응도 좀 해주고. 친구 한두명 있으면 됐지 모두가 자길 좋아해야 하는 것처럼 세상 무너진 마음 갖지 말고. 그 자유 속에서 헤엄치다 보면 친구를 만나기도 한단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남한테 관심이 없다는 거 잊지 마. 안대나 해야 겨우 쳐다볼 정도니. 그렇다고 일부러 안대를 할 필요는 없었던 거 봤지? 외로움은 인간의 기본값이며, 너 자신한테 멋있는 사람이 되길 추천한다. 찡긋!^^]]></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236/73/cover150/895582766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2367382</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무엇을 '주의'해야 할까 - [반대편 사람 주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05075</link><pubDate>Wed, 22 Jul 2026 02: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40507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137864&TPaperId=1740507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64/59/coveroff/k02213786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137864&TPaperId=1740507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반대편 사람 주의</a><br/>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03월<br/></td></tr></table><br/>조경란 작가님의 책을 처음 읽어보았다. 30년을 쓰신 작가님인데.... 이로써 필력이 훌륭하신 작가님을 또 한 분 알게 되었다.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서 전체적인 성향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만 놓고 본다면 은근히 마음이 힘든 작품이었다. 평범한 듯 잔인한 이야기라고 할까, 일상의 잔인함이라고 할까. 칼부림하고 욕하고 싸우고 그래서 그런게 아니다. 큰 사건은 없는 편이고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이다. 하지만 그 조용함 속에 고요와 평안이 아닌 커다란 불안과 우울함이 진득하게 자리한다. 도저히 치울 수 없을 것 같은 그 무거움. 그게 일상 속에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게 바로 평범한 잔인함이 아니고 뭐겠는가. 주인공들이 별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그 일상의 일부가 나에게도 깃들어 있지 않은가 흠칫하게 되는 작품이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라는 점에 이 책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br/><br/>일곱 편이 들어있는 단편집이다. 나왔던 인물이 또 나오기도 하고 서로 연관되기도 하니 연작의 성격을 띤다. 반복해서 나오는 인물과 상황의 특징이 있다. 일단 주인공들 중 다수가 대학교수다. ‘교수님’이라고 불리지만 연구실은 없는. 말하자면 일명 보따리 장사라 불리는 강사들이다. 익히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갑갑하고 막막했다. 최고학력 최저시급 알바라고 할까. 많은 세월과 노력을 (돈도) 공부에 쏟아부었는데 내 자리는 없고 바늘구멍 같은 자리는 이미 임자가 다 있고, 되돌아가기엔 나이가 이미 중년이고, 강의만으로 생활이 안되고.... 그래서 그들은 투잡을 안할 수가 없다. 배우자가 잘 벌거나 물려받은 재산이 있다면 좀 낫겠지만 여기의 주인공들은 다 비혼이고, 부모도 돈이 없다. [검은 개 흰 말], [빗방울 하나 마른 잎을 두드리네]에 나오는 서양지는 부잣집 사람들이 장기 출타를 할 때 집을 관리해주는 알바를 하고, [그들], [빗방울 하나 마른 잎을 두드리네], [절차]에 나오는 이종소는 친구가 개업한 주막에서 주방일을 한다.<br/><br/>공통적 상황 두 번째는 나이든 비혼 자녀 + 고령의 부모 조합이다. 고령이기만 할 뿐만 아니라 몸과 정신의 건강도 모두 나쁘다. 고령만으로도 힘든데.... 나도 노인을 향해 가고 있으면서, 아니 그래서 더 그런 건지 요즘엔 길에서 심하게 늙으신 분들을 만나면 마음이 좋지가 않다. 천벌 받을 소리 같지만 ‘저 나이까지는 안 살고 싶은데....’ 이런 마음이다.ㅠ 보기만 해도 괴로운 지경까지 늙은 분들을 보면 1차로 나의 부모님들(시부모님 포함), 2차로 나와 배우자가 걱정되기 마련이다. 그 걱정의 현실이 이 책에 담겨있다. 처참한 지경까지는 아닌데도, ‘부모님이 가셔야 당신의 삶을 살겠군요’ 라는 마음이 드는 상황이 슬프다.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존재 자체가 고통인 그 관계. 죽어야만 끝나는 그 고통을 뭐라 말해야 할까. 이 책은 그 현실을 과장도 미화도 없이 그저 담담하게 적고 있다. 그게 앞에서 말한 평범한 잔인함의 일부라 하겠다.<br/><br/>작품마다 누군가는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는 암시도 매우 힘든 공통점이다. 마지막에 배치된 [절차]라는 작품에는 실제로 두 건의 죽음이 나온다. 이 작품에 나오는 교수는 이종소인데, 그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 한명이 자살을 했다. 유서에 이종소 교수를 언급하고. 원한이 아니라 좋았다는 언급이었지만 그것도 그에게는 위협이었고 그래서 방어적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보니 안그랬어도 되는 거였지만, 난 그 방어가 너무 이해가 간다. 책임져야 할 대상이 분명한 경우도 있지만 모호할 때, 그걸 어떻게 해야 누구도 억울하지 않게 끝낼 수 있을까. 이건 정말 조심스러운 이야기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하다. 순수하게 추모하고 슬퍼하며 내가 그에게 더 해줄 수 있었는데 못 해준 것을 미안해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이유가 뭘까. 우리 사회가 물어뜯을 공격 대상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그게 내가 된다고 생각하면, 그걸 감내하고 선택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몰아세우기에 집착하는 사회에서는 자기방어가 최우선인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본능적인 공포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공포의 꺼풀이 벗겨져야 남에 대한 진심이 나오는 것이다. 나 다음에 남인 것은 평범한 인간의 당연한 순서이니까.<br/><br/>하나같이 사실적인 허무감과 우울감이 감도는 작품들이었는데 작중 관계들 중 그나마 보기 괜찮았던 건 세 번째 작품 [일러두기]의 미용과 재서였다. 다른 작품과 분위기는 비슷하고 처지가 깝깝하기도 마찬가지였지만 뭔가 서로에게 발견해 주는 느낌이라서. 그나마 희망이 들어있었달까.<br/><br/>읽기에 앞서 단편들의 제목을 쭉 보면서 표제작을 찾아보았는데 없었다. 그럼 &lt;반대편 사람 주의&gt;라는 제목은 어디서 왔을까, 무슨 뜻일까 생각하면서 읽었다. 나는 일단 ‘주의’가 조심이라는 뜻은 아닐 거라고 짐작했다. ‘주의를 기울이다’라는 표현처럼 관심이나 배려 쪽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다섯 번째 수록작 [그들]에 그 문구가 나왔다.<br/>“반대편사람주의<br/>문뒤에누가있을수있습니다” (205쪽)<br/>모종의 사건 후 까페 화장실에 붙은 안내문이다. 조심이라는 뜻도 있는 거였어. 물론 확대하면 배려라는 뜻도 있지만. 어쩌면 둘은 상당 부분 의미가 겹치는지도 모르겠다. 이 장면을 제목으로 삼은 작가님의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하다.<br/><br/>앞표지와 뒤표지에 각각 남녀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다. 말하자면 ‘반대편 사람’이 되겠다. 우리는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 많은 생각과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상처받고 밀려나며 종국에는 노쇠해질 우리. 이 책의 색조보다는 조금은 더 밝았으면 하는 바람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64/59/cover150/k02213786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645956</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명랑한 이시봉이 원하는 삶은 -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95063</link><pubDate>Thu, 16 Jul 2026 13: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9506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02030700&TPaperId=173950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792/68/coveroff/k402030700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02030700&TPaperId=1739506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a><br/>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07월<br/></td></tr></table><br/>소설이라고는 하나 500쪽이 넘으니 내게는 벽돌책이나 다름없는데...? 그치만 시간도 있으니 읽어보자 하고 도전했다. 가독성이 좋았지만 그래도 하루에 끝내긴 어려웠고 다음날까지 넘겨서 겨우 완독했다. 어쩌면 간단할 수 있는 주제를 위해 동원된 서사는 엄청났다. 가성비추구인인 나는 '작가님 엄청 고생하셨겠는데? 왜 이렇게까지 고생을 하셨담.' 이라는 생각에 조금 갸웃하기까지....^^;;; 하지만 인정한다. 이 책의 차별성은 그래서 생겨났다는 걸.<br/><br/>그 서사의 줄기는 크게 세 갈래다. 시대별로 놓고 보면 이렇다.<br/>(1) 18세기후반~19세기초반 스페인 왕가와 귀족가의 이야기<br/>(2) 1990년대 후반 프랑스로 유학 갔던 한국 젊은이 세 명의 이야기<br/>(3) 지금, 이곳에 살고 있는 화자와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br/>이 굵직한 시공간에서 집중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다. 개. 비숑프리제라는 귀한 혈통의 개.<br/><br/>화자인 이시습은 20대 초반의 청년이다. 제목의 '이시봉'은 그집 막내...라고 하지만 사람이 아니고 개다. 몇년 전 아버지가 데려왔던. 타이어공장에서 묵묵히 일하시던 아버지는 어느날 한계가 왔는지 퇴직을 선언하고 피자집을 차렸다. 그러다 바로 가게 앞에서 불의의 고통사고로 돌아가셨는데, 나중에 알게 된 바, 달려나간 이시봉을 쫓아가다 그리 되셨다고 한다. 이시봉은 여전히 해맑지만 엄마는 더이상 개의 눈을 보지 못한다. 지금은 외할머니 간호차 집을 떠나 있다. 고3인 여동생 시현이는 무섭게 공부에 몰두하고, 결국 이시봉은 이시습의 차지다. 이시습은 독자가 볼 때 약간 안타까울 정도로 백수 폐인 상태이다. 밤중과 새벽의 경계인 시간에 이시봉을 산책시키고, 그때 혼자 술을 많이 마시고 들어온다. 매일 그리 마시니 알콜중독이라 할 수도.<br/><br/>느리고 가라앉은 시간들이 그렇게 흘러갈 무렵, 이시봉을 찾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이웃의 리다 누나가 sns에 릴스 하나를 올렸는데 그걸 보고 연락해온 것이다. 그들은 '앙시앙 하우스'라는 곳에서 나온 브리더들이며 대표는 정채민이라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이시봉은 비숑 중에서도 '후에스카르' 계열의 매우 희귀한 순종 혈통이며, 그래서 대표가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한다.<br/><br/>90년대말 프랑스에는 가난한 유학생 김상우, 박유정 커플이 있었다. 대책없이 떠난 그들에게 파리는 공부보다도 힘든 알바를 하는 곳이었다. 그러던 중 부유한 유학생 정채민을 만난다. 바로 위에서 말한 그 대표다. 그는 두사람과 우연히 엮이게 되었는데 그들이 맡은 순종 비숑 두마리를 잠시 봐주게 되면서였다. 그때 처음 알게된 개에 대한 마음은 그의 인생을 바꾸어놓는다. 두사람을 먼저 보낸 그도 뒤이어 귀국하고 보니 두 사람과 두마리 개는 자취가 없었다. 앙시앙하우스를 운영하면서도 그는 과거의 그 아이들을(그 혈통의 후손을) 늘 찾고 있었다. <br/>(그런데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 초반 서사를 무심코 다 믿고 읽었다가 나중 반전에 기막힘;;;) <br/>이 정채민이라는 사람이 의문의 결을 가진 사람이다. 그의 정체가 드러나는 과정이 곧 책의 진행이라 할 수 있다.<br/><br/>이렇게만 봐도 복잡하고, 보통 소설의 분량인 300여 쪽은 넉근히 나올 것 같은데 작가는 더 옛날 유럽의 이야기를 직조에 추가했다. 나폴레옹도 나오고 카를로스 4세, 그의 왕비, 마누엘 고도이라는 총리, 알마 공작부인 등등... 책 앞장에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 강아지, 고양이, 사건은 모두 허구이며...." 라고 분명히 되어있기는 하지만 검색해보니 인물 자체는 실존했던 인물들이 아닌가. 왕비가 남성편력이 심했고 특히 고도이를 좋아해서 그에게 권력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고, 고야라는 화가가 알마 공작부인의 초상화를 그린 것도, 그 초상화들 중 한 점에는 하얀 애완견이 예쁘게 단장하고 함께 그려져 있다는 것도.... 참, 이런 걸 자신의 이야기 속에 허구와 적당히 섞어서 직조하는 작가님의 스케일과 능청스러움에 감탄한다. 아마도 착상의 발단은 바로 그 하얀 개가 나온 초상화 아니었을까? 그리고 작가 본인이 키우신다는 비숑 이시봉.... 그것들이 스파크 파바박!! 그리하여 이렇게 벽돌 소설책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 보았다.<br/><br/>결국 등장인물들의 실체와 사연들은 어떠한지, 이시봉은 어떻게 되었는지는 남겨두고 끝내야 할 것 같다. 나는 책을 읽으며 나중에 다시 볼 구절은 메모장에 쪽수를 적어놓는 습관이 있는데, 다 읽고 보니 의외로 초반부의 쪽수가 적혀 있었다. (후반부는 반전에 휘말려서 적지도 못하고 마구 읽은 탓도 있음) 하지만 나는 이 부분을 전체를 아우르는 메시지라고 보고 싶다. 시습 시현 남매의 대화 장면인데, 엄청 똑소리나는 시현이 한 말들이 거의 진리 수준이었다.<br/><br/>"이건 비단 오빠 개인만의 문제라고 할 순 없지만, 어쨌든 오빠는 그만큼 이시봉이라는 타자를 오빠라는 자아의 시선으로만 보고 있다는 증거야. 이시봉은 오빠라는 자아한테 먹힌 타자인 거지. 그건 이시봉을 이해하거나 위하는 일이 아니거든. 오빠는 사실 오빠를 위로하고 있는 거지. 그럴수록 이시봉은 더욱 더 소외되는 거고." (188쪽)<br/><br/>다음 말은 더욱 더 똑부러진다.<br/>"이론적으론 인간과 동물은 동등하다고 말할 수 있어. 어쩌면 동물들은 인간을 그렇게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인간은 아니라는 거지. 인간은 자기에게 이로운 존재나 친근한 동물들에게 더 높은 계층을 부여하고, 그 친구들에게만 복지를 부여하려고 애쓴다는 거야. 그게 점점 더 심해지고 심화되고 있다는 게 문제고..... 후에스카르 비숑 프리제? 그런 게 그 증거지.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인간이 동물을 바라본다는 증거." (189쪽)<br/><br/>다음 말은 결정적 한방이다.<br/>"인간은 자꾸 동물을 인간화시키려고 해. 그것도 자기와 친한 동물들만. 그러면서도 인간의 동물화는 참지 못하는 게 또 인간이야." (189쪽)<br/><br/>이시봉 자신에게는 혈통이 무슨 의미일까. 나폴레옹 시대 때부터 관리해서 지켜온 혈통이든 아니든 지금은 폐인같은 주인 곁을 나른하게 지키고 있는 시고르자브종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정채민 쪽 인력인 수의사가 한 말이 그의 의도(순수한 의도는 아녔음)와는 상관없이 내 마음에 남았다. <br/>"좋은 보호자 아래서 개들도 행복한 거예요" (109 쪽)<br/>주인이 세상의 전부이도록 반려동물들을 만들어놓고, 주인이 불행하거나 악하면 걔네들은 어떻게 되는 거겠어... 사람들도 동물들도 좀더 행복한 세상이 오면 좋겠으나.... 일단 기본 방향이 잘 잡혀있지 않은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다. 그나마 그것을 뻘처럼 붙잡고 있는 것은 시습의 친구들처럼 내가 힘들 때 혼자 내버려두지 않고 함께하는 사람들, 외로워죽을 사람 옆에 무심히 버티고 있는 어떤 존재(그게 개라도). 내가 좋은 사람이어야 할 이유는 이렇게 추가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792/68/cover150/k402030700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7926805</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흔한 식당 얘기가 아니었네 - [심심포차 심심 사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90409</link><pubDate>Tue, 14 Jul 2026 00: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9040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832346&TPaperId=1739040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517/75/coveroff/895740358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832346&TPaperId=1739040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심심포차 심심 사건</a><br/>홍선주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04월<br/></td></tr></table><br/>바쁘게 살던 시간들 동안 소설을 거의 안 읽다가 이제 시간이 있으니 조금씩 읽어보고 있는데, 도서관의 800번대 앞에 서면 막막하다. 세상에 작가는 얼마나 많고 그들이 써낸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많은 것인가. 여기에 없는 책들도 많은데 말이다. 이중에 오호 잘 읽었다 하는 책을 만나는 것도 행운이다.<br/><br/>오늘은 이 책을 골라잡아 보았는데, 요즘 식당이니 빵집이니 까페니 라면집이니 분식집이니 과자점이니 등등의 설정을 가진 힐링물들이 워낙 많아서 조금 다른 얘기였으면 했다. 그 바람은 맞아들어갔다. 확실히 다른 이야기이긴 했다. 반전이 아주 제대로였다. 그래서 이 책은 리뷰를 아주 짧게 써야 하겠다. 나도 내용을 전혀 모르고 책을 읽었고 그래서 재밌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내용을 말 안하고 뭘 써야 하지.^^;;;<br/><br/>화자는 젊은 여성 전문직(프로그래머)이다. 배경이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전혀 그 반대다. 다섯 살에 보육원에 버려졌고 그 이전 기억은 전혀 없으며 오드아이라는 신체적 특징을 가졌고 그것 때문에 괴물이라고 놀림 받으며 철저히 배척당했다. 얼굴도 모르는 부모가 오드아이라는 핸디캡과 함께 특출한 머리를 물려준 덕분에 다른 보육원 친구들보다는 훨씬 안정적으로 자립했다. 하지만 뭔가 품고 있는 내면의 사연은 많을 것이다. 그런 화자가 한밤중 퇴근길에 ‘심심포차’를 발견한다.<br/><br/>그 식당의 출현은 시작부터 시한부였다. 1주일 후에 문 닫는다고 붙어있었다. 한 번 들어갔던 화자는 마음이 끌려 그 시한부 기간 동안 여러번 찾아가게 된다. 바 형태의 그 식당은 다른 손님들의 대화가 잘 들렸고, 주인장은 그들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내용들이 하나같이 흥미로운 사건들이어서 저도모르게 솔깃하여 듣게 되었다. 듣다보니 알게 된 사실인즉, 그 음식솜씨 좋고 품 넓은 여자주인장이 전직 검사였다는.... (‘서프로’라고 불린다)<br/><br/>주변에 아무도 없고 삶의 이유도 딱히 없어 삶의 마감을 생각하던 화자가 남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고 그 공간에서 따스함과 충족감을 느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그 중심에는 서프로가 있다. 포차의 마지막날 서프로는 화자에게 이런 고백을 한다.<br/>“자꾸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어요. 잘은 모르지만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인 것 같아. 근데 그 사람이 잘못된 선택을 하려고 해. 내가 그걸 막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면 그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겠어. 나를 원망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내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175쪽)<br/><br/>생각지 못한 반전의 결말이 씁쓸했으나 도라지나 더덕 같은 몸에 좋은 씁쓸함이었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마음에 들었다. 당장은 가혹해도 결국 좋은 결말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의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나 교사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걸 할 수 없게 만든, 다르게 말해서 무책임을 종용하는 사회는 문제가 아닐까. 기승전무엇이라고, 나는 또 이런 생각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네. 어쨌든 소설은 흥미로웠다. 작가의 다른 책을 더 읽어볼 참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517/75/cover150/895740358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5177592</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서평쓰기 명강의의 지면 버전 - [책 읽고 글쓰기 -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84281</link><pubDate>Fri, 10 Jul 2026 14:5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8428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138062&TPaperId=173842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5/80/coveroff/k62213806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138062&TPaperId=1738428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책 읽고 글쓰기 -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a><br/>나민애 지음 / 서울문화사 / 2026년 04월<br/></td></tr></table><br/>'책 읽고 글쓰기'는 내가 시간이 있을 때 주로 하는 일이다. 별다른 재주나 취미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10여년 전부터는 읽은 책을 적어놓기 시작했고 증발을 막기 위해 온라인 공간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사적인 공간은 페북이고(친구공개), 공개된 공간은 알라딘 서재이다. 고맙게도 알라딘에선 계정만 있으면 바로 개인 서재가 만들어져서 독서기록을 축적할 수 있었다. 어느덧 1000편이 훌쩍 넘었다. 1년에 100편 정도 쓴 셈이다. <br/><br/>그렇게 써온 글들을 무엇이라 규정할까 궁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흔히 서평이라고 하는데 내가 아는 바, 내가 쓰는 독서기록은 엄격히 말하면 서평이 아니다. 사적인 상황이나 감정을 전혀 감추지 않고 쓰기 때문이다. 구성을 따지면서 쓰지도 않고 퇴고도 전혀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마음 가는대로 펜 가는대로 쓰는 독서기록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무엇이겠는가? '독후감'에 가장 가까운 것 같다. 근데 그렇게만 말하기엔 추천 이유라든가 대상, 내용 분석 등 서평적인 내용도 들어가긴 한다. 한마디로 양다리를 걸친 글이라고 할까? 그래서 그 두 개념을 포괄한 '리뷰' 라는 용어가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br/><br/>그러다 이 책을 발견하고 골라들었다.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 라는 부제 때문이었다. 이제 나도 좀 서평다운 서평을 써보면 어떨까 싶어서.ㅎㅎ<br/><br/>결론을 먼저 얘기하자면 나의 경우엔 굳이 '서평'을 쓰겠다고 나의 글을 뜯어고칠 필요는 없어보인다. 내가 잘 쓰고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문체나 글버릇도 성격이나 말버릇과 같아서 어지간해선 안 고쳐진다는 깨달음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서평만 가치있는 글인 건 아니기도 하고. 독후감이면 어떻고 짬뽕이면 어때. 독서 기록을 위한 글이라면 어찌 했든 독서기록을 했으면 된 것이니까. 단, 서평이벤트에 응모를 했다거나, (그럴 일은 없지만) 의뢰받은 서평이 있다면 그동안의 자유로움에서 벗어나 형식과 내용을 다듬어 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자주 안 입더라도 정장 한 벌은 가지고 있어야 하듯이. 그 정장을 갖추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br/><br/>1부 [서평 체급 정하기]에서는 먼저 서평의 분량을 기준으로 단형, 중형, 장형 서평으로 나누었다. 단형서평은 100자평 같은 것들. 중형서평은 A4 1~2장, 장형서평은 3장 이상이라고 한다. 내가 주로 쓰는 분량은 중형서평에 해당하는 것 같고, 가끔 단편소설집을 읽고 수록작품을 한편씩 다 언급하거나 교육서적을 읽고 생각을 풀다보면 장형까지 분량이 넘어가기도 한다. <br/><br/>이어서 저자는 서평의 개념을 규정하는데 바로 '책을 평가하는 글'이다. "그러므로 평가를 위한 분석과 판단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34쪽)<br/>이를 위해서는 독서법도 따로 있다. 1단계 독서가 '감상의 독서'라면 2단계는 '비판의 독서' 3단계는 '학문의 독서' 라고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두 번은 읽어야 서평이 가능한 셈이다. 그동안 내 독서기록이 독후감 쪽에 가까웠던 이유가 여기에 있나보다.^^;;; <br/><br/>2부 [서평러의 기초체력 키우기]에서는 위에 분류한 각 서평을 쓰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내가 주로 쓰는 중형 서평을 이 장에선 '블로그 서평'이라고 명명했다. 제목 짓기, 서지사항 밝히기, 내용 요약, 인용과 핵심포착 등 저자의 경륜에 따른 팁들이 가득하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좀 위안이 되었던 것은 내가 요약에 있어서는 틀에 박히지 않은 유연한 요약에 좀 자신감이 있고(이건 절대 누구한테 배운게 아니다. 1000편을 쓰다보니 스스로 터득한 듯) 저자가 알려주신 인용의 팁도 이미 하고 있던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내 얘기를 늘어놓는 것만 봐도 이미 서평에서 멀어지고 있다ㅋ) 이 부분은 저자가 블로그라는 온라인 공간을 감안해서 팁을 제시해 주신 부분이 많은데, 블로그를 운영하는 분들은 그런 팁도 도움이 많이 되겠다.<br/><br/>장형 서평(아카데믹한 학술서평)이야말로 저자에게 배울 점이 많은 분야이다. 진짜로 공식적이고 정형화된 버전의 서평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전체 구성 나누기와 각 부분에 합당한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조언한다. 이 조언들 중에 나에게 인상적인 문장들이 있었다. <br/>"꼭 이성적인 판단과 감성적 독해 사이에 위치하길 바란다." (136) 라는 지침이었다. 서평에서 제일 어려운 점이 바로 이 점이고, 서평을 서평이게 하는 점도 바로 이 점이라고 하셨다. 동의한다. 근데 이게 말하자면 고난이도의 줄타기이지 않은가? 감성 쪽에 치우치면 개인 독후감이 되어버리고 이성 쪽에 치우치면 재미가 없다. 서평이란 백퍼 남 읽으라고 쓰는 글인데 읽기를 거부당한다면 의미가 없지 않은가? 개인적 감상을 지양하면서도 독자들이 관심있게 끝까지 읽게 하는 서평. 무척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같은 맥락에서 "자기 혼자만의 경험과 결부해서 쓰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142쪽), "일기나 사소설처럼 글을 시작하지 말라." (145쪽)는 조언도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지인들과 나누려고 쓰는 블로그형 서평까지는 어느정도 용납이 되겠지만 진짜 찐 서평을 쓰고자 하는 경우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br/><br/>1,2부 뒤에는 부록으로 [서평 쓰기 실전 활용 꿀팁]이 6가지 들어있다. 그중 '좋은 점수를 받는 서평의 사례'에는 저자가 지도하신 대학생 서평의 모범사례도 들어있다. <br/><br/>이 책은 저자의 대학 강의를 지면으로 옮긴 성격이 강한데, 그만큼 대학생들이나 그보다 조금 앞단계인 고등학생들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 같다. 나처럼 나이먹은 사람에게도 참고가 되었다. 나이 먹었어도 이제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블로그나 서재를 개설하시고 당장 읽는 책부터 기록을 시작하시라고 강추하고 싶다. 이 책을 옆에 끼고 하시면 든든하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5/80/cover150/k62213806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658037</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가장 쉽고 엉뚱하고 재미난 인류사 입문서 -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 낯설게 보는 인류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83165</link><pubDate>Thu, 09 Jul 2026 21: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8316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130709&TPaperId=1738316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20/10/coveroff/k97213070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130709&TPaperId=1738316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 낯설게 보는 인류사</a><br/>옥이샘 지음, 이정모 감수 / 천개의바람 / 2026년 06월<br/></td></tr></table><br/>옥이샘의 만화가 점점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감정툰, 진로툰에서 환경툰으로 영역을 확장하더니 이제는 인류사툰? 놀라운 확장력이다. 환경툰에 서평을 쓸 때 작가님이 참 많은 책을 읽으셨겠다고 했었는데 이 책은 ‘말해뭐해’이다. 우리가 A4 한 장의 자료를 만든다고 할 때 입에서 나오는대로 주워섬기는 게 아니라면 그 안에 들어간 노력은 그저 종이 한 장이 아닌 것을 해본 사람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러니 이 책에 들어간 사전작업은 그저 책 한 권이 아닌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노력이 가장 보람있는 직업이 바로 교사라고 생각한다. 뭐든 배우고 알면 다 써먹을 데가 있어요~ 작가님은 교사이기도 하시니 가장 보람있는 작업을 하셨다고도 볼 수 있겠다.^^<br/><br/>인류사를 제대로 서술하자고 들면 1000 페이지인들 넉넉하랴? 그런데 이 책은 고작 150여 쪽. 게다가 만화. 게다가 직접 서술이 아닌 상상과 실제를 오가는 구성. 에계계. 그럼 내용이 얼마나 되려고? 그런 걱정은 굳이 안해도 되겠다. 책은 많고 각자의 역할을 하는 법이니. 이 책은 ‘쉽고 재미있고 말랑한 개관’의 역할을 한다. 입문서로 가장 적당하다는 뜻이다. 4,5학년 정도에 가장 알맞아 보이고, 6학년도 유치하진 않다. 관심만 있다면 저학년도 읽기는 가능하겠다. 부모가 함께 읽거나 교사가 자료로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br/><br/>이 책은 어떤 가정에서 출발한다. 바로 제목이 그것이다.<br/>“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br/>공룡은 어린이들이 매우 선호하는 소재다. 멸종된 동물이 왜 그리 어린이들에게 인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지인의 아들은 어린 나이에 나도 모르는 길~다란 공룡의 이름들을 줄줄 외우고 특징을 살려 그림까지 그려내곤 했었다. 이 책에 보니 데일 러셀이라는 고생물학자는 “만약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인간처럼 지능이 뛰어난 공룡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라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이 책의 설정은 바로 이 말을 상상으로 펼쳐낸 것이다.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매우 적절한 아이디어이다. 게다가 옥이샘은 만화가이기도 하잖아. 그의 독특한 그림체는 이제 널리 알려진 바, 그가 그린 공룡은 어떨까? 역시나 특징이 잘 살아있으면서 웃기고 친근하다.<br/><br/>공룡 중에서 어떤 종류가 직립보행을 하고 손이 자유로워지며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이들에게 ‘똑똑이 공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들이 곳곳에 퍼져나가는 데까지가 1장. 2장은 [농사와 가축, 변화를 일으키다]로 정착생활의 단계를 다룬다. 이로써 농사를 짓고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지만 빈부차이와 계급이 생기고 감염병도 생겨났다. 이와 같이 이 책은 인류 발전의 각 단계에서 장단점을, 다르게 말하면 명암을 균형있게 설명한다.<br/><br/>3장은 [거대한 나라로 뭉치다], 4장은 [과학으로 세상을 보다], 5장은 [산업혁명, 놀라운 세상을 만들다]이다. 증기기관을 시작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빠르고 편리해진 생활이 가능해진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여기서도 역시 “세상은 크게 발전했지만, 대신 어떤 댓가를 치르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을 제시한다. 뒤이어 나올 환경 문제의 시작을 짚어주기도 한다.<br/>“그래서 우리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만큼, 그 결과를 책임 있게 다루는 법도 함께 배워야 한단다.” (101쪽)<br/>이 문장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이미 늦었는지도 모르지만 지금이라도...<br/><br/>6장부터는 벌써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인공지능, 빛과 그림자를 가져오다]에서는 ‘빛과 그림자’라는 소제목에서 말해주듯 우려되는 점에 대해서도 짚어주고 있다. 그중 특히 “인공지능이 오히려 주인이 될 수 있어”(114쪽) 라는 내용은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는데, 독자들마다 각기 이런 부분이 있을 테고, 그게 다음 독서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되리라고 생각한다.<br/><br/>이제 현대까지 다 왔는데 아직도 두 개의 장이 남아있다. 7장은 [기후위기를 맞닥뜨리다]이다. 환경툰을 저술하신 작가님이니 이 내용을 한 개의 장으로 따로 다루신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 여기에서도 눈에 꽂히는 문장들이 있다.<br/>“또 다른 문제는 똑똑이 공룡이 사는 사회가 돈과 성장이라는 약속 위에 세워져 있다는 점이야.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이 쓰는 일이 좋다고 믿는 사회 말이야. 이 믿음이 기후 위기를 키운 면도 있어.” (128쪽)<br/>“중요한 건 모두가 함께 믿고 행동할 수 있는 약속을 만드는 거야.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라는 약속을 모든 똑똑이 공룡이 다 같이 믿기 시작한다면, 다시 한번 세상을 바꿀 수 있어.” (129쪽)<br/>이 약속과 믿음이 가능할까? 꼭 그래야만 하는데....<br/><br/>마지막 8장의 제목은 무엇일까? 이 책이 문학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서사가 있고 구성의 독창성이 있으니 마지막 장 소개는 덮어두는 것으로 스포를 방지하려고 한다. 여기까지 오게 되면 까마득한 옛날 인류의 시작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독서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공룡책이면서 역사책이고 과학책이면서 미래책입니다.”라는 이정모 관장님의 추천사가 아주 딱이다. 옥이샘의 다음 툰은 무엇일지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20/10/cover150/k97213070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201084</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여러 옛이야기의 변주가 한권에 - [도깨비 임금님 납시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74573</link><pubDate>Sun, 05 Jul 2026 10: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7457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130709&TPaperId=1737457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20/19/coveroff/k90213070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130709&TPaperId=1737457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도깨비 임금님 납시오</a><br/>강혜숙 지음 / 초록귤(우리학교) / 2026년 07월<br/></td></tr></table><br/>무척 새로우면서도 어딘가 낯익은 느낌도 들어 찾아보니, 아! 몇년 전 재미있게 읽었던 &lt;호랑이 생일날이렷다&gt;의 작가님이구나. 그때는 호랑이, 지금은 도깨비로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뭔가 통하는 느낌이 있다. 창작그림책이지만 옛이야기의 소재를 천연덕스럽게 갖다 쓴 능청스러운 재미를 첫번째로 꼽겠다. 그림체가 다르지만 익살스럽다는 점도 공통점이고 색상도 올컬러가 아니면서 뭔가 강조되는 색상을 집중배치했다는 점이 같다. &lt;호랑이...&gt;에서는 특이하게도 형광분홍색을 사용하더니만 이 책의 주 색조는 주황과 파랑이다. (보색의 배치인가...?) 올컬러가 아니라도 충분히 생동감 있고 눈길을 끈다.<br/><br/>호랑이보다 무서운 존재가 있다고 소개하며 책이 시작된다. 그건 바로 도깨비! 망태기 도깨비, 빗자루 도깨비, 솥뚜껑 도깨비 등 집안의 일곱 도깨비가 등장한다. 도깨비들은 사람을 놀래키고 싶어 아기를 업고 일하는 한 아이한테 다가갔는데 이게 웬일, 하나도 안 놀라는 거야. 심지어 이런 말까지.<br/>"바빠 죽겠는데 도깨비 따위 뭐가 무서워!"<br/><br/>그 '따위'라는 말에 각기 절망하는 도깨비들이 펼친 화면 가득 들어있다. 그림과 더불어 글씨체로도 웃길 수 있는 작가의 재치가 부럽다. 그럼 뭐가 무섭냐는 질문에 아이는 '임금님'이라고 답하고, 도깨비들은 저마다 자기가 임금님이라고 우기기 시작했다. 그때, 앞으로의 서사를 재미나게 펼쳐갈 아이의 제안이 나온다.<br/>"임금님이 되고 싶은 도깨비는 다음 보름달이 뜰 때까지,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을 가져오도록 해. 그럼 내가 도깨비 임금님을 뽑아 줄게."<br/><br/>순식간에 흥미진진해지는 이 전개를 보소! 과연 약속한 날 도깨비들은 어떤 보물을 가져왔을까? 이 대목이 바로 작가님이 이런저런 옛이야기에서 뽑아온 소재들이다. 저번 호랑이 이야기도 그러더니.... 다 말해버리면 김샐 것 같아서 두가지만 살짝 말한다면 빨간부채, 파란부채와 투명감투. 느낌이 오쥬?^^<br/><br/>아이는 이중 최고를 뽑기가 난감하여 없던 일로 하자고 했더니 도깨비들의 분노가 대단했다. 할 수 없이 "내가 가지고 가서 하나씩 써보고 어떤 보물이 으뜸인지 정해줄게." 하고는 일곱 도깨비들에게는 임시 모자를 하나씩 씌웠다. "진짜 임금님을 뽑을 때까지 너희 모두 도깨비 임금님이야!" 하면서.<br/><br/>자, 아이들과 함께 읽고 있다면 이 대목에서 딱 멈추면 좋겠다. 다음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는 거다. 아이들이 만들어낸 뒷이야기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야기 창작력도 보여주겠지만 내면의 욕구도 보여주지 않을까? 그런 속셈까지 가지 않더라도 저마다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재미나게 웃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br/><br/>이제 뒤로 계속 가볼까? 책의 아이는 보물들을 가지고 어떻게 하는지. 복수를 했을까? 부자가 되었을까? 높은 사람이 되었을까? 이 대목은 책의 백미이니 남겨두어야 할 것 같다. 아 마지막으로, 도깨비들과의 약속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가 기억하는 바, 도깨비들은 신통력은 있지만 아주 허술하잖아. 여기까지만......^^;;;<br/><br/>두 권을 읽어봤을 뿐이지만 작가님은 재치가 남다르시다. 게다가 다양한 이야기를 모으는 수렴력에다 그걸 다시 펼치는 확산력까지 출중하셔. 덕분에 오랜만에 창작 옛이야기 그림책을 재미나게 읽어봤다. 가정 소장용으로 부모님들이 선택하셔도 좋겠고 위에 쓴 이유로 선생님들이 선택하셔도 좋을 것 같다. 도서관에는 기본으로 한 권씩.^^]]></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20/19/cover150/k90213070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201902</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나는 태구가 궁금하네^^ -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73218</link><pubDate>Sat, 04 Jul 2026 13: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7321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76287&TPaperId=1737321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131/90/coveroff/892557628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76287&TPaperId=1737321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a><br/>이선주 지음, 국민지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3년 07월<br/></td></tr></table><br/>오랜만에 이선주 작가님의 책을 읽어봤다. 쓰신 작품은 많은데 나는 두 권만 읽어봤었다. 한권은 공저로 쓰신 단편집이고, 한 권은 &lt;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실종 사건&gt;이라는 고학년 동화다. 몇 년 전이라 기억이 많이 지워졌긴 하지만 꽤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은 남아있다.<br/><br/>이 책도 나온지 3년이나 되었는데 이제야 눈에 띄어 읽어봤다. &lt;태구 시리즈&gt;라고 할 수 있게 후속작들이 나와서 현재 4권까지 나와있다. 그 시리즈의 문을 여는 첫 책이다.<br/><br/>태구는 자신이 쿨하고 덤덤한 존재라는 것을 초장부터 독자들에게 각인시킨다. 프롤로그에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가장 먼저 나이(열두 살)와 사는 곳(복도식 아파트)을 밝힌다. 나머지는 이야기 전개에 별 상관이 없다는 투다. 이야기 주인공이 인생에 대해 다 아는듯이 우쭐대다가 마지막에 아닌 것을 깨닫는 이야기를 가장 싫어한다며 "나는 인생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앞으로도 모를 것"이라고 미리 못을 박는다. 앞에 말한 저런 서사는 등장인물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다며.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면서 "그래, 어떤 느낌인지 알겠다 얘야." 라는 마음이 된다. 얘는 인생을 모르는 대신에 이웃들에 대한 사소한 정보를 잘 알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br/><br/>이렇게 덤덤함(밋밋함?)을 강조한 태구를 이후의 서사에서 바라볼작시면, 쿨함을 가장하여 꼬인 아이도 아니고 반항심과 공격성을 품은 아이도 아니다. 적당히 평범하면서 양심도 웬만큼 있고 따뜻한 시선도 있다. 다만 완전하진 않을 뿐. 세상에 완전한 아이가 어디 있겠나? 그러니 이 작품은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리고 꽤나 웃길 때도 있는데 그 상황이 썩 좋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웃프다'고 표현하는 게 적당해 보인다. 웃프다는 우리 일상에서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 상황이냐. 그러니 더욱 현실적일 수밖에.<br/><br/>태구의 가족은 할머니와 아빠다. 세대별로 한명씩인 것은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엄마는 태구 아기때 아빠랑 헤어졌기 (공식적으로는 죽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태구가 알면서도 속는 척 한다는 것을 가족들은 모른다. 이처럼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들도 꽤나 귀가 밝고 눈치도 빠르다. 어쩌면 어른들보다 더.<br/><br/>15층, 층별 10세대인 복도식 아파트는 태구가 이웃들을 관찰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다.  그 이웃에는 시험기간에만 층간소음을 따지러 올라오는 아랫집 아주머니도 있고, 식당에서 일하면서도 최저시급 정책에는 찬성하기 껄쩍지근한 아주머니도 있다. 같은 층에 사는 맞벌이 신혼부부 중 남편이 실직하여 아내몰래 낮에 집에 드나든다는 것도 태구의 레이더에 걸린 상황이다. 가장 흠칫했던 건 끝집의 할아버지가 며칠째 보이지 않은 건데, 태구가 경찰에까지 신고했지만 대수롭지 않은 일 취급을 받았다. 문앞에 가면 된장찌개 썩은 냄새가 난다고 써있어서 설마 했는데 고독사가 맞았던 거였어....ㅠ 그런데 의외인 점은 이 이야기가 그 사건을 그리 '참혹한 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어찌보면 '그럴 때가 됐지 뭐...' 라든가 '언젠간 겪을 일' 이런 수준으로 다루어진다. 그렇다. 어쩌면 그런 시각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너무 슬퍼하며 살고 있는지도....? 아닌가, 우린 슬픔의 감각을 더 키워야 하나. 어느 쪽이 맞는지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br/><br/>이웃 뿐 아니라 가족에 대한 태구의 관찰 표현도 재미있고 정곡을 찌른다. 아빠의 늘 실패하는 연애사까지도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는 태구. 한화 지역에서 태어나 살며 만날 지는 야구를 응원해야 하는 운명에 절망하고 한숨 쉬는 아빠를 묘사한 부분을 읽으면 태구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의 친구가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말 많고 걱정 많은 할머니에 대한 묘사도 마찬가지다. 위에서 '웃프다'는 표현을 썼는데 가장 웃픈 사건은 그 가족이 처음 함께 떠난 여름휴가.... 에휴 그래 집이 최고지. 휴가가 절대적인 건 아니라고 나도 생각한다.ㅎㅎ<br/><br/>동네 친구도 있다. 정확히 말하면 동생들이지만. 옆옆집 사는 예은이는 초반부터 나오고, 끝날 무렵에 해모가 나온다. 그런데 이 해모라는 녀석, 태구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네??? 그렇다. 나는 관찰하기만 하는 게 아니야. 동시에 관찰 당하기도 하는 거지.ㅋㅋ 셋은 아마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될 것 같다. 이쯤에서 시리즈의 첫 권인 이 책은 마무리된다. 자연스럽게 다음 권으로 손이 가는 구성이다.<br/><br/>막 엄청 흥미롭고 입맛이 짭짭 다셔지게 재미난 것도 아니지만 나는 다음 책을 조만간 읽을 것 같다. 태구라는 아주 평범하지도 그렇다고 엄청 특이하지도 않은 아이가 궁금해. 그 아이가 계속 지켜볼 이웃들과, 또 그 안에서 성장할 태구의 다음이 궁금해. 아마도 난 응원할 거야. 새로운 에피소드에 웃거나 한숨쉬면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2131/90/cover150/892557628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1319035</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우리 모두의 불펜의 시간 - [불펜의 시간 - 제2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70145</link><pubDate>Thu, 02 Jul 2026 17: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7014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02733492&TPaperId=1737014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546/82/coveroff/k30273349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02733492&TPaperId=1737014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불펜의 시간 - 제2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a><br/>김유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07월<br/></td></tr></table><br/>훌륭한 작가이자 교사이신 분이 이 책을 짧게 언급하며 포스팅하신 걸 봤다. 그때 난 마침 도서관에 있었고 운좋게도 책이 딱 있었다. 당장 대출해와서 읽었다. 요즘 독서력이 떨어진 나를 흔들어주는 책이었다. 가독성이 엄청 좋아서 하룻밤 사이에 읽었다.<br/><br/>불펜의 시간이라.... 나도 오래전 한때 야구를 무척 좋아했던 추억이 있지만 경기장 응원을 가본 적이 없어서 불펜의 위치나 생김새는 잘 모른다. 물론 눈에 훤히 보이는 곳에 있지 않겠지.... 대기하며 몸을 푸는 공간으로 알고 있다. 기약없는 공간, 함성과 스포트라이트에서 비껴나 있는 공간. 어떤 인생에게든 내리막길이 있다. 오르고 싶었던 곳에 끝내 오르지 못하는 인생도 있다. 불펜의 시간이란 그런 이들이 살아내고 있는 시간이 아닐까. 나도 예외는 아니다.<br/><br/>세 젊은이가 번갈아 중심인물로 나온다. 새파란 젊은이들은 아니고 세상 물을 10년쯤 먹은 30대 정도인 것 같다. 공통점은 모두 야구와 관련있는 사람들이라는 것.<br/><br/>가장 먼저 나오는 준삼은 중학교 때 감독의 눈에 띄어 야구부 생활을 했다. 거기 mvp 혁오가 있었다. 혁오의 활약은 눈부셨고 투구폼은 완벽하고 유려해서 아름다웠다.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차이를 인식한 준삼은 졸업과 동시에 야구를 그만뒀다. 공부하고 대학 졸업해 지금은 증권회사 말단으로 있다.<br/><br/>이어서 나오는 혁오. 이미 준삼이 그가 얼마나 훌륭한 선수인지 알려준 바 있다. 하지만 프로에 입단한 혁오는 그의 명성에 걸맞는 활약은 커녕 믿을 수 없는 슬럼프를 보여줬다. 극복에는 오랜 세월이 걸렸고 지금은 중간 계투 요원으로 길어야 2이닝 정도 던지는 미미한 존재감으로 살아남아 있다.<br/><br/>마지막 기현. 여자다. 초등학교 때 오빠 따라 들어간 야구부에서 남자들을 뛰어넘는 기량을 보여주며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진학을 앞두고 여자선수들을 위한 팀이 더이상 없다는 것을 알고 울면서 야구를 그만둔다. 지금은 스포츠신문사의 기자가 되었다.<br/><br/>세 명의 서사가 유기적으로 얽히면서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내 마음을 쓰이게 한 사람은 혁오였다. 그의 트라우마가 죄책감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무딘 사람에게는 그냥 지나가버릴 사건이었고, 더한 짓을 하고도 뻔뻔하게 웃으며 사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많다. 그 생생하게 벼려진 양심이 오히려 판타지였다. 준 성자를 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현실에 이런 사람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이 사람 때문에 이 책을 끝까지 읽었던 것이 사실이니 뭐라 말할 수가 없겠다.<br/><br/>배구선수 출신이었던 혁오의 엄마는 패배한 사람의 눈을 오래 보지 말라고 아들에게 늘 충고했다. <br/>"경기에서 이기면 기뻐하되 우월감을 느끼거나 상대를 얕잡아보진 말라고, 노력해서 얻은 승리라 해도 뽐내지는 말라고 했다." (37쪽)<br/>혁오 또한 엄마의 당부를 늘 기억했지만 결정적 순간에 참지 못하고 상대방을 잔인하게(?) 이겼다. 눈빛으로 쐐기까지 박았다. 상대방이 엄청 못나게 굴었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대응이었다. 사이다라고 박수를 받을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극적 사건이 이어졌고 혁오의 죄책감은 평생의 트라우마가 되었다.<br/><br/>혁오의 죄책감과 자기형벌은 요즘 이슈가 된 고교야구 조롱응원과 정확히 대척점에 있다. '승리에도 신사적이어야 하고 사려깊어야 한다'는 원칙을 딱 한번 어긴 댓가로 스타플레이어에서 멀어진 혁오를 그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학생 선수들만 잘못이라 할 수는 없다. 혁오의 엄마가 가르친 저 원칙들을 유난하다 느끼는 스포츠판 전체가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페북에서 초등학교에서 티볼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글을 읽었다.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았다. 티볼에서는 세레머니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하 그렇구나. 그렇게 패자를 배려하고 신사적인 승부를 가르치는 거구나. 그게 스포츠계 전체에 확대되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불상사가 있었겠나? 나는 지역의 문제로 말하고 싶지 않고, 스포츠맨십의 문제로만 말해도 분명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br/><br/>내 아이들이 어릴 때, 그리고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던 시절에 '포커 페이스'를 지도한 적이 있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요구한 포커 페이스 상황은 세 가지였다.<br/>1. 짝꿍이나 조원 정할 때<br/>2. 시험지(결과) 받았을 때<br/>3. 게임이나 경기 끝났을 때<br/>물론 3번은 칼같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날뛰지는 못하게 했고, 1,2번은 워낙 강조하다보니 아이들을 혼낼 때도 있었는데 그럴때 약간의 불만을 감지한 적도 있다. 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다시 한다면 더 강력하게 할 거다. 저항을 느껴 멈칫거리기도 했던 마음을 후회한다. 한편으론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무례가 이런다고 사라질까 싶은 회의적인 마음도 든다.ㅠㅠ<br/><br/>아무튼, 이 면에서 뻔뻔하지 못했던 혁오는 길고 긴 '불펜의 시간' 속에서 살아가며 자신의 내면이 허락하는 자신만의 리그를 만들어 선수생활을 해나간다. 나머지 두 인물도 구조조정의 피바람이 부는 회사 속에서, 거짓 기사와 부당한 압력이 판치는 신문사에서 그들만의 '불펜의 시간'을 살아간다. 표지를 봤을 때 야구소설이었던 이 작품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와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감동적으로 보여주....기는 커녕,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되나 하는 고민을 독자가 함께 하게 만든다.<br/><br/>하지만 이것이 대다수 인간들의 삶이다. 지금 정점에서 승리와 성취에 취해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불펜의 시간은 올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무게가 나는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혁오의 양심수준만 빼고는 모든게 현실적이었어....^^;;;; 그 비현실적 양심 수준이 우리 세상에도 좀 섞여들어오면 좋겠다. 문학이 그정도는 지향해도 괜찮잖아? 그래서 요즘같은 슬픈 뉴스와 아우성은 좀 적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ㅠ]]></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7546/82/cover150/k30273349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5468221</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한시로 쓴 먹는 이야기 - [나를 보고 단것에 미쳤다고 하든 말든 - 맛있는 한시漢詩]</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59981</link><pubDate>Sun, 28 Jun 2026 16:1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5998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72136378&TPaperId=173599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95/75/coveroff/k47213637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72136378&TPaperId=1735998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를 보고 단것에 미쳤다고 하든 말든 - 맛있는 한시漢詩</a><br/>강혜선 지음 / 서유재 / 2026년 02월<br/></td></tr></table><br/>관심 가던 책이 도서관 신간서가에 꽂혀있어서 당장 들고 왔다. 한시와 음식이 결합된 책이라고 할까. 한문학 전공하신 교수님이 한시 중에서 음식 이야기를 모아 소개하고 해석을 붙여 내신 책이다.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br/><br/>1. 한시로 '먹는 이야기'도 많이 썼구나<br/>한시 하면 뭔가 고상하고 심각하거나 우아한 얘기만 썼을 것 같은데 이렇게 먹는 얘기도 많이 나오는구나. 책의 분량도 꽤나 방대하다. <br/>'먹는 이야기'는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즐겁다. 아이들한테 글감으로 먹는 이야기를 주면 평소에 글쓰기 싫어하던 아이들도 신나서 잘쓴다. 한편 얼마전 음식 에세이를 한권 읽었는데 재밌더라구. 그때 검색해보고 그런 류의 책이 꽤 많은 것도 알게 되었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안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고, 먹는 즐거움만큼 큰 것도 드무니까.<br/><br/>2. 그 옛날에도 조리법은 최대한 다양했구나<br/>'먹는 데 진심' 이라고들 하지. 옛날에도 다양한 식재료로 다양한 양념을 사용하여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우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러려면 여자들이 고생깨나 했겠다. 지금도 '삼식이'는 지탄의 대상인데 옛날이야 누구나 삼식이였을테니 말이야...  돌아서면 다음 끼니를 걱정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렇기는 해도 묘사된 음식들은 정말 지금 못지않게 맛있었겠다.<br/><br/>3. 한자는 정말 양반들의 문자였구나.<br/>한시를 보니 정말 한자는 양반들의 언어일 수밖에 없었음이 실감난다. 드문드문 아는 한자들이 보이기는 하나 모르는 한자 투성이고 해석은 더욱 어렵다. 이 수많은 한자들을 익히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썼을까. 그러니 당연히 백성들에겐 그림의 떡이었겠지. 난 중고딩 때 한문 과목 성적이 꽤 좋았었는데 한구절이라도 읽어보려 눈을 부릅떠 봤지만 어림없었다.^^;;; 새삼 한글의 은혜로움에 찬사를.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여 이렇게 고서를 해석해 주시는 학자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다.<br/><br/>4. 익숙한 음식을 보니 친근하구나<br/>다루어진 음식도 얼마나 다양한지 총 5부의 편성으로 되어있다. 나의 특별한 밥상(재료별로 다시 나뉨), 문인들의 미식회, 길 위의 밥상, 계절 밥상, 다과상 이렇게 나뉘어 있으니 참 다채로운 구성과 내용이다. 첫장에서 선비들이 쌈싸먹는 모습을 표현한 시와 다양한 쌈채소 이름들을 보니 친근하다. 음 역시 쌈밥은 대표적인 k-푸드로구나. 계절밥상 여름편에 '꿀 탄 빙수'가 있길래 오잉? 하고 보았더니 여기서 빙수는 언 우유를 간 오늘날의 빙수가 아니고 말 그대로 '얼음물'이다. 왕과 그 측근만 먹을 수 있었던. 그 시원함을 그리워하며 쓴 글이다. 그러고보면 아무때나 냉장고만 열면 얼음이 한통 그득 차 있는 지금의 팔자가 얼마나 편한가.ㅎㅎ<br/><br/>5. 간식은, 특히 단 것은 귀했겠구나<br/>제목인 '단 것'은 마지막장 '다과상'에 집중되어 있다. 현대 우리나라 입맛은 단맛에 거의 마비되어 있다시피 하다. 반찬에도 설탕을 때려넣으니까. 그렇지 않던 옛날에는 다소의 단맛도 황홀하게 즐겼던 것 같다. 각종 과일과 곶감, 떡 등을 귀하게 먹는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책 제목 치고는 참 특이한 '날보고 단 것에 미쳤다고 하든 말든'은 엿에 대해서 쓴 김조순의 싯귀이다. 엿이야 뭐 지금은 단 것 축에도 못들지만. 그리고 나는 엿을 별로 안좋아하지만 당시를 상상하면 참 귀한 간식거리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br/><br/>사람 사는 모든 일이 예로부터 이어져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음식도 예외는 아니다. 그 이어짐을 한시를 통해 알게된다는 점이 참 흥미롭고 특별했다. 책의 구성도 좋고 내용도 알차다고 느꼈다. 저자와 출판사 모두 오랜 기간 애써서 준비하신 책인 것 같다. 그런 만큼 독자도 한달음에 읽어치우긴 힘들다. 조금씩 음미하며 읽는 독서방법을 추천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95/75/cover150/k47213637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5957556</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작지만 깊고 큰 이야기 - [내 고양이 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45180</link><pubDate>Sat, 20 Jun 2026 14: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4518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32030216&TPaperId=1734518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931/31/coveroff/k83203021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32030216&TPaperId=1734518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내 고양이 포</a><br/>이와세 조코 지음, 마쓰나리 마리코 그림, 이랑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08월<br/></td></tr></table><br/>작은 에피소드 하나에 불과한 이야기인데 어쩜 이렇게 깊고 따뜻할까. 그래선지 80쪽 정도의 얇은 분량인데 중학년용으로 분류되어 있다. 고학년이나 어른들이 읽어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저학년이 읽기에도 어렵진 않다. 독자층이 한정된 책도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이렇게 모두에게 열린 책은 참 귀하다.<br/><br/>요즘 고양이 없이는 얘기가 안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고양이는 동화의 단골 소재이다. 하지만 새로울 게 없는 소재와 어찌보면 교훈적인 주제가 전혀 식상하지 않았다. 작가님이 보낸 아주 섬세한 물결이 다가와 닿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br/><br/>하루는 어느날 등하교길에 고양이를 만났다. 주인이 없어보이는 그 고양이는 하루를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몇번 쓰다듬다 그만 그 고양이에게 마음이 가버렸다. 하필이면 비까지 주룩주룩 내렸다. 하루로서는 고양이를 안고 집에 올 수밖에 없었다. <br/><br/>부모님도 연민을 보이고, 고양이를 키울 수 있게 되어 하루는 너무 행복했다. 이름을 짓는 과정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것저것 불러봐도 반응이 없던 고양이가 '포'라는 이름에 살짝 반응했다. 그렇게 포는 하루네 고양이가 되었다.<br/><br/>그런데 갈등은 여기서부터다. 모리라는 아이가 전학왔다. 성격이 무척 좋은 친구였다. 둘은 친해져서 함께 하교하는데, 모리네 고양이가 이삿날 사라져서 아직 못찾았다는 얘길 듣는다.<br/>"나는 고양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묻지 않았다.<br/>왠지 어떤 고양이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 (37쪽)<br/><br/>이제 하루는 모리를 멀리한다. 그럴수록 내적 갈등은 커져만 간다. 어느날 길에서 마주친 모리에게 잃어버린 고양이 이름이 '퐁'이라는 얘길 듣고 가슴이 내려앉는다.<br/>"가슴이 너무 쿵쾅거려서 모리랑 이야기하는 게 힘들었다." (52쪽)<br/><br/>집에 온 하루는 고양이를 끌어안고 "포, 너는 내 고양이 포 맞지?" 하고 속삭인다. 진실을 외면하고 싶은 하루의 애정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진다. 방과후 수업에서 동물 그림을 그리던 날, 하루는 모리에게 저리 가라고 심술을 부리고, 무거운 마음을 안고 집에 돌아왔다.<br/>"혹시 포가 퐁이라면, 포를 모리에게 데려다줘야 하는걸까.<br/>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는 포와 너무 친해졌으니까.<br/>정말 그러기 싫었다." (68쪽)<br/><br/>자고 있던 '포'를 부르며 쓰다듬던 하루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질 때, 착하고 여린 하루의 마음이 느껴진다. 하루는 절대 부르고 싶지 않았던 그 이름을 불러본다.<br/>"퐁....."<br/>그러자 고양이의 반응이.... 이제 어쩔 수 없었다. 하루는 벌떡 일어났다. 결말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다.<br/>"퐁이가 행복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83쪽)<br/><br/>하루가 끝까지 숨기지 않고 모리를 집에 데려온 것에서 정직함, 양심을 지키는 태도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이정도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걸음 더 들어가면 거기에는 사랑의 태도가 있다. 진정한 사랑. 그것은 소유에 있는 것이 아니다. 소유를 넘어선 사랑, 상대의 행복을 지켜주고 더 나아가 찾아주는 태도가 사랑임을 이 어린 아이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br/><br/>소유욕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데서 수많은 비극, 때로는 참극이 일어나기도 했다. 상대를 불행하게 만든 사람들도, 심지어 범죄자들도 자신은 사랑했다고 말한다. 인정해줄 수 없다. 이 작은 동화책이 말해주는 바에 의하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니까.<br/>"혹시 포가 퐁이라면, 퐁은 분명 모리가 엄청나게 보고 싶을거야.<br/>나는 왜 지금까지 퐁이 마음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73쪽)<br/><br/>자신이 지은 이름 '포'를 미련없이 버리고 '퐁'을 부르는 이 아이를 보라. 어른 중에도 이보다 멋진 사랑을 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걸. 연인이든 친구든 자식이든 모든 관계에서. 그래서 난 포를 쓰다듬으며 떨구었던 하루의 눈물이 보석보다 아름답고 순수하다고 느꼈다. 이런 아이들은 커서 얼마나 멋진 사람들이 될까. 그러면 세상이 무슨 걱정일까. 책을 읽는다고 그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을 많은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어른들에게도.]]></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931/31/cover150/k83203021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9313180</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외롭지만 행복하게 - [오늘내일하는 사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31807</link><pubDate>Sat, 13 Jun 2026 02: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3180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42137142&TPaperId=1733180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37/92/coveroff/k54213714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42137142&TPaperId=1733180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늘내일하는 사이</a><br/>임봉근.임다운 지음 / 안온북스 / 2026년 04월<br/></td></tr></table><br/>어디선가 이 책 소개인가 광고인가를 봤다.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쓴 책이라고? 도서관에 검색해보니 마침 있길래 빌려왔다. 편하게 재미있게 금방 읽었다. 그러면서도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br/><br/>31년생 할머니와 91년생 손녀. 할머니는 우리 엄마보다 열 살쯤 많으시고 손녀도 내 딸보다 몇 살 많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이 중간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다운 씨의 아빠 엄마 세대인 건데, 그 세대의 입장에 당연히 공감하지만 할머니의 마음에도, 다운 씨의 마음에도 공감이 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다운 씨한테는 고마운 마음이고, 할머니에게 많이 이입되었다고 할 수 있다.<br/><br/>왜 할머니와 성이 같은가? 친할머니라고 해도 성이 같진 않잖아? 그건 할머니가 그 옛날, 모계로 자식들의 성을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중학교도 겨우 가던 시대에 대학까지 갔던 할머니는 대학 나온 멋진 남자를 만나 결혼했으나 완전 사기결혼이었다. 딴살림을 차렸을 뿐 아니라 본처는 또 따로 있더라는.... 미련없이 남편의 짐을 새 여자한테 넘긴 할머니는 그 이후 자식들을 키우며 혼자 살았다. 남자 하나 잘못 만나 친정 집안 재산까지 날린 할머니는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며 손녀딸의 존재를 가장 감사하며 살아간다.<br/><br/>지금 할머니는 혼자 사신다. 딸들과 가까운 동네에 집을 얻었다고는 하나 어쨌든 독거노인인 것은 맞다. 그동안은 다운이네랑 사셨다. 맞벌이하는 아들 며느리 집에서 손녀를 키워주며 사셨던 건데, 다운이도 결혼해 독립하고, 아들 며느리도 퇴직하자 각자의 독립적 삶을 살기로 한 것이다. 솔직히 나는 완전 찬성이다. 평생 같이 산 부모도, 품에 안고 물고 빨던 자식도 나이들면 다 불편하다. 불편..... 참 씁쓸한데 그렇다, 불편하다. 그동안의 함께한 세월도 아무 소용 없이.ㅠ<br/><br/>할머니는 가곡이나 재즈를 좋아하시는 세련된 취향에 (그치만 뒤늦게 장민호에게 빠져 트로트의 매력도 알아가는 중) 요리나 뜨개질보다도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 나이대에는 드문 취미를 가지셨다. 덕분에 손녀에 대한 그리움을 비롯한 다양한 상념을 편지라는 형식으로 기록하셨고, 그것을 모으고 추려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4부로 되어 있는데 1,3부는 손녀의 글, 2,4부는 할머니의 글이다.<br/><br/>할머니는 딱히 살림이나 육아에 소질이 있어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다운 씨의 성장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그건 서로에게 고마운 일인 것 같다. 둘은 서로 죽이 잘 잘 맞았다. 할머니가 보여주는 세상을 다운 씨는 재미있어했고, 그걸 보는 할머니는 행복했다. 그렇게 할머니는 손녀의 좋은 양육자가 되었고, 다운 씨는 결혼하고도 할머니를 챙기는 손녀가 되었다. 거주지가 달라 기차를 타야 하는 것 같은데, 한달에 한번 꼴로 할머니 댁에 가서 장도 같이 보고 맛있는 것 같이 사먹고, 필요한 것 챙겨 드리고 돌아온다. 한달에 한번이 대수냐 할지 모르지만 기다리는 한달은 길어도 바쁜 한달은 순식간이다. 자식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br/><br/>다운 씨의 글은 젊음처럼 경쾌하고, 할머니와 가족의 서사를 적절하게 잘 짜서 넣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할머니의 글에는 독거노인의 단상이 잘 들어있다. 두가지 감정을 대표로 꼽으라면 그리움과 외로움이다. 자식보다도 손녀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다. 내 성격 탓이기도 하겠지만 나라면 약간 부담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떨어져 있는 사랑이 곧 그리움인데 사랑이 부담된다는 거냐, 내가 좀 한심한 마음도 든다...ㅠ 할머니의 글 중에 아들이 전화해서 다운이한테 너무 전화하지 마라, 다운이네 집에는 가지 마라 했다고 무척 서운해하시는 내용이 있던데, 아들 마음도 나는 이해가 된다. (같은 세대라서?) 이와 같이 각 세대의 현실 상황과 마음이 두루 손에 잡힐 듯 느껴지는 책이었다. 특히 할머니의 일상에 기본값으로 스며든 외로움이 간결한 문장 중에도 절절히 느껴진다.<br/><br/>물론 할머니는 치매도 안왔고, 아직 걸어다니시고, 다양한 음식을 즐기실 수 있고, 요양원에 들어가신 것도 아니니 다른 할머니들보다 얼마나 행복하시냐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다. 그렇긴 해도 각자 외로움의 농도는 비교가 무의미한 것이니. 할머니를 보면서 내가 각오할 외로움은 어느 정도일까 생각하게 된다. 기대하지 않음이 그 외로움을 줄여줄 수 있는지도. 또한 내 주변 노인들의 외로움을 덜어줄 방법이 딱히 없는 것도 슬픈 일이다.<br/><br/>두 사람이 이렇게 책을 내기 위한 협업을 한 것 자체가 행복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오늘 내일 하는 사이’ 라는 제목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인간은 오늘 내일 하는 존재이지. 내일이 지구의 마지막이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은 아니라도 뭔가 재미난 걸 최대한 마지막까지 도모하는 우리들이면 좋겠다. 할머니와 손녀는 그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할머니와 우리의 가는 길이 조금은 덜 외롭고 덜 아프고 편안했으면. 할머니 건강하고 재미나게 오래 사세요. 다운 씨도 행복하구요!<br/><br/>(아참, 출판사 이름 ‘안온’이 인상적이었다. 책과도 어울리고. ‘모자무싸’ 드라마에서도 나왔던 낱말을 출판사 이름으로 보니 반갑기도 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37/92/cover150/k54213714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0379231</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결함이 아닌 특징으로 이해되는 세상 - [같이 살아도 서로 다른 세계를 산다면 - 마흔에 자폐를 알게 된 남편을 통해 보는 신경다양성의 세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24295</link><pubDate>Mon, 08 Jun 2026 23: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2429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12137761&TPaperId=173242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58/40/coveroff/k21213776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12137761&TPaperId=1732429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같이 살아도 서로 다른 세계를 산다면 - 마흔에 자폐를 알게 된 남편을 통해 보는 신경다양성의 세계</a><br/>지은정 지음 / 새로온봄 / 2026년 03월<br/></td></tr></table><br/>'마흔에 자폐를 알게 된 남편을 통해 보는 신경다양성의 세계’ 라는 부제를 보고 골라든 책이다. 이 부제가 중요했다. 본제만 봤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 같다. 자폐나 신경다양성은 학생들과의 생활이 끝난 지금의 나에게는 아주 절실한 관심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관심의 끈이 다 끊어지지는 않았는지 두 단어를 보자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br/><br/>결론적으로 이 책은 특정 직군이나 특정 연령대에 적합한 책이라기보다는 그냥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책으로 누구나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인간의 스펙트럼은 어찌나 넓은지, 그 넓이가 점점 더 펼쳐지는 느낌이다. 끝이 안보일 정도로.... 그 어딘가에 내가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내가 부딪치며 겪어야 하는 사람도 있겠지. 사람을 어떤 틀에다 넣고 규정하거나 이해하려고 하면 우리는 늘 한계에 부딪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성을, 특별히 신경다양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알아보려 노력하면 더 좋을 것이다.<br/><br/>마흔 살에 자폐를 알게 되었다니, 그때까지 학업도 마치고 직장도 다니고 결혼도 했다니 고기능 자폐에 해당될 것이다. 바로 저자의 남편이다. 그러나 결혼하고 오래 지나지 않아 저자는 남편과 함께 산다는 것이 무척 난이도가 높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게 미움이나 분노,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고 평생의 탐구 과제가 되어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보니 감동이다. 저자는 정말 보통 분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책도 쓰셨겠지만. 남편분(책 속에서 ‘스누피’로 칭함)도 마찬가지다. 신상명세만 안 밝혔다 뿐 매우 사적인 기록이며 본인의 정체성을 다 드러내는 것인데 책 쓰기에 동의하고 다 쓰라고 격려까지 해주었다는 점이.<br/><br/>사실은 나도 과감각을 가진 편이라서 스펙트럼에서 상당히 가까운 쪽에 위치하지 않을까 하는 자각이 늘 있었다. 청각이 예민해서 소음을 견디기 힘들어하고 촉각의 불쾌감은 나보다 심한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을 지경이다. 운동시설에서 코치님들이 터치하는 게 너무 싫지만 싫은 티를 내면 미안하니까 억지로 참는 게 너무 괴롭다. (나도 모르게 표정이 나와 버린 날 터치없이 지도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그건 사실 돈내고 손해보는 일...;;;) 스누피도 나랑 비슷할까 했는데 예민하다고 다 같은 건 아니고 종류가 매우 다르더라. 또 나도 불안도가 매우 높은 사람인데 스누피의 불안과 강박, 그로 인한 행동 제약을 보면 나 정도는 불안 축에도 들지 못하긴 하겠더라....<br/><br/>이 모든 것들을 부부는 발견하며 대화하며 이해하며 인정하며 맞추어 나간다. 몇 마디 말로 끝냈지만 실제 과정은 매우 길고 지난했다. 그래도 평상심을 거의 유지한 저자, 사랑과 존중이 더욱 깊어진 부부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 사람과 사람이 맞춘다는 것이 이렇게 거의 반평생이 걸린다해도 그것은 가치있는 일이로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인내심으로는 자신이 없지만.<br/><br/>부부는 최상위 난이도라 할 수 있겠고, 우리가 사회에서 만나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들을 보며 '이상하다' '짜증난다' '멀리하는 게 상책이다' 등의 생각을 하기 전에 타인이 다와 다른 것은 당연하다는 전제 하에 이해하려고 노력해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누구에게나 권할 만한 책이다. 물론 이 책에 담긴 사례도 전체 스펙트럼에서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그래도 시야를 훨씬 넓혀줄 수는 있을 것이다.<br/><br/>결국 부부가 병원을 찾고 그들의 계획과는 다르게 약처방을 받게 된 점도 나에겐 관심사였는데, 첫 번째 약의 효과가 드라마틱했던 것도, 이후 다른 약을 찾아가는 과정도 인상적이었다. 정답은 없고, 모든 가능성에 열린 마음이 중요할 것 같다.<br/><br/>저자가 소개해주신 간이 AQ(자폐스펙트럼 지수) 검사를 인터넷에 검색해서 나도 한번 해보았는데 ‘비자폐성향’의 끝점수가 나왔다. 1점만 높으면 경계선으로 가는 점수였다. 평균보다는 훨씬 높았다. 혼자를 추구하는 극도의 내향성 때문에 그렇게 나온 것 같지만, 어쨌든 누구나 이런저런 경향을 조합해서 갖고 있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싶다.<br/><br/>비정상이 아닌, 결함이 아닌, 특징으로 이해되는 세상을 위해 저자는 이 책을 쓰셨을 것이다. 나도 그 점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 보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58/40/cover150/k21213776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584026</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오랜 추억을 꺼내보며 - [이층에서 본 거리 - 다섯손가락 이두헌 노래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19963</link><pubDate>Sat, 06 Jun 2026 13:0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1996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42138761&TPaperId=173199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44/66/coveroff/k44213876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42138761&TPaperId=1731996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층에서 본 거리 - 다섯손가락 이두헌 노래글</a><br/>이두헌 지음 / 이은북 / 2026년 04월<br/></td></tr></table><br/>이 책을 읽게 된 건 어떤 우연이 겹쳐서였다. 얼마전 멜론의 재생목록에 '새벽기차'와 '이층에서 본 거리'를 추가해서 길을 가며 들었다. 둘 다 젊을 때(어릴 때?) 좋아하던 곡들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층에서 본 거리 가사가 처음 보는 것처럼 다가왔다. 에잉? 이런 가사였나? 왜 난 그때 아무 의문도 없이 들었을까? 제미나이의 해석을 한번 물어봤다.<br/><br/>"어렸을때 '다섯손가락'이란 그룹의 노래를 좋아했거든. 아주아주 오랜만에 오늘 '이층에서 본 거리' 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가사가 새롭게 들리더라구.<br/>[수녀가 지나가는 그 길가에서<br/>어릴적 내친구는 외면을 하고]<br/>이게 무슨 의미일까?"<br/><br/>그랬더니 제미나이의 답변이 아주 그럴듯했다.<br/>'다섯손가락'의 명곡을 오랜만에 들으셨군요! 어릴 때 듣던 노래가 나이가 들어서 다시 들으면 완전히 다르게 다가오는 경험, 정말 특별하죠.<br/>​질문하신 "수녀가 지나가는 그 길가에서 어릴 적 내 친구는 외면을 하고"라는 구절은, 이 노래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인 '순수했던 과거와의 결별'과 '비정하고 차가운 도시 삶에 물들어버린 서글픔'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br/>​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몇 가지 시선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br/>​1. '수녀'와 '친구'의 대비 (종교적 성스러움 vs 세속적 외면)<br/>• ​수녀는 우리 사회에서 '순수함', '양심', '도덕', '평화' 혹은 '구원'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br/>• ​반면, 어릴 적 그 누구보다 순수했던 내 친구는 그 수녀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외면'해 버립니다.<br/>• ​이는 친구가 단순히 수녀라는 사람을 피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남아있던 일말의 순수함이나 양심을 마주하기 부끄러워 피하는 모습을 상징합니다.<br/>​2. 도시 속에서 변해버린 인간관계와 무관심<br/>• ​어릴 때는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서로에게 진심이었던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복잡하고 냉혹한 도시(이층에서 내려다보는 거리)의 삶에 적응하느라, 타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차가운 도시인'이 되어버린 것이죠.<br/>• ​길거리에서 아는 체를 하지 않거나, 혹은 세상의 소외된 곳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무관심을 뜻하기도 합니다.<br/>​3. '이층'이라는 관찰자 시점이 주는 쓸쓸함<br/>• ​화자는 길거리에 섞여 있는 게 아니라 '이층'이라는 조금 떨어진 공간에서 이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br/>• ​한때는 단짝이었을 친구가 거리에서 수녀를 외면하며 지나가는 차가운 모습을 한 걸음 뒤에서 지켜보며,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변해버렸을까" 하는 깊은 환멸과 쓸쓸함을 느끼는 순간을 포착한 가사입니다.<br/><br/>오호 그렇군 가사를 진짜 잘 쓰시네 하며 감탄하고 며칠 후, 알라딘에서 이 책이 나온걸 보았다. 오마나 웬일이야 하며 도서관에 신청했는데 한참만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와서 받아왔다. 수많은 곡 중 이 곡부터 읽어보았더니 제미나이의 설명과는 많이 달랐다.ㅎㅎㅎㅎ 하지만 창작물이야 손을 떠나면 감상자의 몫인 거고, 저 해석도 꽤나 일리있으며 창작자의 고뇌도 반영되었다고 생각한다. (제미나이와 소설, 영화, 음악에 대한 감상을 몇 번 나눠본 결과, 넘겨짚다가 팔부러지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오류를 짚어주면 앗! 제가 착각을 했군요! 하고는 시침 뚝 따고 계속 넘겨짚기를 한다. 그러려니 하며 거리를 두고 봐야지 뭐.ㅎㅎ) <br/><br/>하지만 정보에 대한 설명은 비교적 정확하지 않을까?<br/>"이 곡, 멤버중 이두헌 씨가 만든 곡 같은데, 해석해보니 꽤나 문학적 소양이 있으신 것 같네."<br/>이렇게 물었더니 또 좔좔좔 설명을 이어갔다.<br/><br/>"정확하게 보셨습니다!  &lt;이층에서 본 거리&gt;는 다섯손가락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이두헌 씨가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가 맞습니다.<br/>​이두헌 씨는 대중음악계에서도 '시적인 가사를 쓰는 음악가'로 아주 유명합니다. 단순히 귀에 꽂히는 노랫말이 아니라, 한 편의 단편 소설이나 시를 읽는 듯한 문학적 소양을 가사 곳곳에 녹여내기로 정평이 나 있죠.<br/>​그의 문학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br/>​1. 한 편의 영화 같은 '시각적 묘사'<br/>​이두헌 씨의 가사는 눈앞에 풍경이 그대로 그려지는 것이 특징입니다.<br/>• ​&lt;이층에서 본 거리&gt;만 해도 '창가에 맺힌 빗방울', '길가에 지나가는 수녀', '약국에서 파는 담배'처럼 구체적인 오브제를 배치해 도시의 쓸쓸한 분위기를 완벽하게 시각화합니다.<br/>• ​다섯손가락의 또 다른 메가 히트곡인 **&lt;새벽기차&gt;**나 &lt;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gt; 역시 이두헌 씨의 작품인데, 제목만 들어도 어떤 계절과 시간, 분위기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서정성을 자랑합니다.<br/>​2. 일상의 풍경을 철학적으로 뒤트는 통찰력<br/>​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약국'과 '담배', '친구'의 뒷모습을 보고 인간의 소외와 현대 사회의 모순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이끌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억지로 심오한 단어를 쓰지 않고, 가장 일상적인 언어로 인간의 내면을 건드리는 게 진짜 문학적인 내공이죠.<br/>​3. 음악과 문학의 경계를 허문 행보<br/>​실제로 이두헌 씨는 음악 활동 외에도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치고, 에세이집을 출간하거나 시인들과 교류하는 등 글과 인문학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인물입니다. 그의 깊은 사색과 독서량이 고스란히 다섯손가락의 노래에 자양분이 된 셈입니다.<br/>​그 시절 청년이 썼던 청춘의 고뇌와 쓸쓸함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더 깊게 다가오는 걸 보면 참 대단한 창작자라는 생각이 듭니다."<br/><br/>제미나이는 그때 이 책이 나온 것을 몰랐겠지만, 이렇게 본인이 쓴 노래 가사로 풀어가는 '노래글' 책을 읽어보니 제미나이의 찬사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시대 음악에 향수가 있거나 그의 노래를 좋아했다면 책장이 술술술 넘어갈 것 같다. 나도 멜론에 노래를 추가해 들어가며 읽었는데, 내가 알던 곡은 극히 일부란 것도 알게 되었다.<br/><br/>AI와 나눈 얘기를 너무 길게 늘어놔버렸네. 몇가지 감상만 간단히 쓰고 마쳐야겠다.<br/>1. 자신의 얘기를 한다는 것.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굳이 부끄러운 얘기 아픈 얘기 안해도 AI가 저리 찬사를 해주는 인물 아닌가? 그래도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 '노래' 이야기를 쓰자면 어떨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 안쓰면 안썼지 자신의 이야기를 빼고 노래를 논할 순 없었을 테니까. 에필로그에 그 심정이 담겼다.<br/>"다 말해 버렸네요.<br/>더 할 말이 없는 건 아마 오늘뿐일 거예요 <br/>살아있는 한 또 뭔가 말하려 하겠죠.<br/>말은 그렇잖아요. 비온 뒤 풀이 자라듯 또 무성할 테니.<br/>하지만 우리는 곧 모두 말을 잃게 될 거예요. <br/>그리고 우리가 잃어버린 말을 아무도 주우려 하지 않을 겁니다."<br/><br/>2. 노래도 어디로 어떻게 뻗어갈지 모른다는 것이 우리 인생과 똑같은 것 같다. 이두헌 씨는 그의 메가 히트곡들이 의외로 매우 '싱겁게' 탄생했다고 말한다. (싱겁게라는 말이 세번인가 나왔는데, 난 그때마다 모자무싸 속의 시인 황진만이 떠올랐다.) 대표적으로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같은 곡. 저자는 공연에서도 이 곡을 되도록 안부르고 싶다고 한다. (이런 점 관객들의 니즈와 충돌한다.ㅎㅎ) 반면, 절절한 사연과 감정을 담아서 쓴 노래들이 묻혀있는 경우도 많다.<br/><br/>3. 예술가의 내면과 생활이 고요하고 잔잔할 수는 없는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존심은 어떤 예술가나 움켜쥐고 놓지 못하는 애물단지인 것 같기도 하고... 치열한 감정 속에서 살고 계속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 삶은 쉽지 않겠다.... 누구의 삶인들 쉽겠는가마는.... 그저 응원할 수밖에.<br/><br/>다섯손가락이 활동하던 시기는 나의 중고등 시절이었다. 그때 우린 친한 친구 생일에 음악테이프를 선물하길 좋아했는데, 자주 건넸던 음반이 바로 이 다섯손가락이었고 그외에 들국화와 부활 등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유튜브 검색해보니 3년 전에 모 방송사에서 '불꽃밴드' 라는 프로그램을 했더라고? 거기에 이 모든 아저씨들 다 나오셨다. (애들이 보면 할아버지라 하겠지만 난 아저씨라 하겠음. 오빠는 좀 그렇고ㅋ) 세월이 무상하도다..... 하지만 젊은이부터 늙은이까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그것을 서로 따뜻하게 보아주었으면 좋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44/66/cover150/k44213876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446608</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조금은 유식해진 느낌^^ - [심리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18792</link><pubDate>Fri, 05 Jun 2026 18: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1879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62138964&TPaperId=173187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4/96/coveroff/k162138964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62138964&TPaperId=1731879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심리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a><br/>한소원 지음 / 스몰빅라이프 / 2026년 05월<br/></td></tr></table><br/>이 책을 어디서 보고 도서관에 검색을 해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검색했을 때 대출중이었고 나는 예약을 눌러놨다. 잊고 있을 때쯤 도착했다는 문자가 와서 대출해왔다. <br/><br/>책을 받아 훑어보니 아마도 나는 '유식해지려는' 목적으로 이 책을 골랐던 것 같다. 이 책에 담긴 수많은 심리학 용어들, 그 뜻을 정확히 알고 싶어서. 목차를 훑어보면, 이 책은 4개의 장으로 나누어 각 장별 약 20개씩, 총 80여개의 심리학 용어를 설명한다. 쭉 보면 어디서 들어본 것들이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공부하지 않았던 내 수준에선 정확히는 모르는, 그래서 써먹을 수는 없는 개념들이 대부분이다. 그걸 내가 써먹을 상태로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책에 걸었던 실용적인 목표였다. '삶의 무기'는 사실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무언가가 그리 쉽게 삶의 무기가 된다는 걸 믿지 않아서일 것이다. <br/><br/>하지만 읽기에 따라서 두가지 목표가 다 가능해 보인다. 나처럼 읽으면 교양서가, 저자의 의도에 맞춰 읽으면 거기에 더해 자기계발서가 될 것이다. 각 챕터가 3쪽 정도로 짧아서 마음에 깊이 들어갈 겨를은 없다. 하지만 각자 지금의 심리상태에 따라, 혹은 취약한 부분에 따라 염두에 둘 이론이나 법칙들이 있다. 그것들을 명심해 두면 많은 도움이 되겠다. 한번 정독 후에 상황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br/><br/>가독성이 무척 좋다. 술술 넘어간다. 빨리 넘기는 만큼 아하 해놓고는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문제가 생기는데(ㅎㅎ) 이건 나의 문제인 것 같다. 위에 말한 목표를 잡으려면 한번씩이라도 쭉 써보면서 읽을 걸 그랬다. 일단 몇가지만 적어본다.<br/><br/>1장 [삶의 체력을 길러주는 심리 법칙]에서<br/>- 과잉정당화(Overjustification)는 아이들을 가르치던 시절에 늘 염두에 두던 법칙이다. 외적 보상이 내적 동기를 약화시킬 위험에 대해서. <br/>- 그릿(Grit) 이 제목의 책이 따로 있는 것 같은데 '장기적인 목표를 향한 열정과 끈기'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다.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만 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살아보니 끈기가 상당한 강점이더라.<br/>- 행동편향, 부작위편향, 현상유지편향 등 편향에 대한 이론들도 들어있다.<br/>- 시험 효과 (Testing Effect) 출력연습효과라고도 부른다. 내가 아무 보상도 없는 책리뷰를 꾸준히 쓰는 것도 이 효과를 노려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반가웠던 내용이다.^^;;<br/><br/>2장 [내 마음을 풀어주는 심리법칙]에서<br/>- 확증편향 (Confirmation Bias)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져도 갈수록 양극화되는 우리 사회를 보면 떠오르는 말. 허위 합의 효과 (False Consensus Effect)도 비슷한 결과를 가져온다. <br/>- 여러 챕터를 보고 내린 내 결론. 나는 틀릴 수 있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을 수 있다. 그 가능성을 부정하는 순간 나는 남들과 소통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 된다.<br/><br/>3장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심리 법칙]에서 <br/>- 프랭클린  효과. 사람은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호의를 베푼 사람을 좋아한다. 끄덕끄덕.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떠오르는 상황들이 있는 걸 보면 일리있는 이론.<br/>- 스포트라이트 효과, 투명성 환상처럼 사람은 착각하며 살아갈 때가 많다.<br/>- 집단사고, 동조현상, 가스등효과 등은 살피고 조심해야 됨<br/>- 호손효과(Hawthorn Effect)라는 용어는 새로 배움. 관심이 작업의 능률을 높임. 학교에서도 적용될 이론.<br/><br/>4장 [불행은 줄이고 행복은 늘리는 심리 법칙]에서<br/>- 파워 포즈 (Power Pose) 라는 내용에서 찔끔. 나도 어깨 펴라는 소리 많이 듣는데. 단순히 건강을 위한 것만이 아니었음.<br/>- Miracle Running. 달리기가 뇌기능도 향상시킨다네. 음.....^^;;;;<br/>- 제임스-랑게 정서 이론, 캐넌-바드 정서 이론, 샥터-싱거2요인 이론 등 잘 몰랐던 감정 이론들이 들어있었다. 감정의 발생이 우리가 기존에 생각해오던 것과 다르게 우리 몸의 생리적 변화 및 이를 바라보는 뇌의 해석과 아주 긴밀하게 얽혀 있다고 한다.<br/>- 행복을 위해 추구해야 할 것, 주변을 정돈하고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알려주는 이론들이 들어있다. 헬퍼스 하이, 이케아 효과, 깨진 유리창 이론, 창고 효과 등등.<br/><br/>유식해지고 싶어서 이 책을 고른 독서의 목적을 완전히 달성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다. 다 기억하질 못할 것 같으니...^^;; 하지만 한번 접해본 것은 다음에 다시 접할 때 더 깊어질테니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무기'로 삼기 위해선 하나하나 더 깊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돌아돌아 다시 접할 기회가 있으리라 믿으며 이번 독서는 여기까지. 저자는 해당 분야를 오래 공부하신 교수님이라고 하는데, 많은 이론(80여 가지)을 쉽고 간단하게 잘 정리해 주셔서 일반 독자들의 접근성을 높인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하고 싶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4/96/cover150/k162138964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649667</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여름방학의 추억 그이상 - [주게무의 여름 - 제73회 소학관 아동출판문화상 수상작, 제71회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수상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16441</link><pubDate>Thu, 04 Jun 2026 12: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1644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030585&TPaperId=1731644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97/45/coveroff/k91203058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030585&TPaperId=1731644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주게무의 여름 - 제73회 소학관 아동출판문화상 수상작, 제71회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수상작</a><br/>모가미 잇페이 지음, 마메 이케다 그림, 고향옥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07월<br/></td></tr></table><br/>지금은 사계절 중 가장, 끔찍히 싫어하는 여름이지만 어릴 때는 아니었다. 여름이 주는 느낌과 추억이 있다. 특히 여름방학. 가장 자유롭고 신나는 시간. 나는 어린시절도 도시에서 자라서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시골의 여름이라면 더욱 무궁무진했을 자연 속에서의 놀이들. 모험과 탐험의 시간들. 이 책은 이러한 여름 이야기다. <br/><br/>책에서 다룬 시간은 길지 않다. 딱 한번의 여름방학이다. 천신마을에 사는 4명의 남자아이들(화자인 아킨과 야마, 슈, 가쓰)의 4학년 여름방학 이야기다. 일본도 우리처럼 도시집중이 심해서 이 학교 4학년이 아홉 명밖에 되지 않는다는데, 그중 천신마을 아이들은 이 4명이 전부다. 인원이 적을 때 관계가 어긋나면 참 힘든데, 얘네들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보인다. 똘똘 뭉쳐다니며 온갖 놀 궁리들을 한다. 이중에서 가쓰가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것이 이 책의 긴장요인이다.<br/><br/>가쓰의 근위축증은 그를 못 걷게 할 것이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할 것이다. 그 피할 수 없는 결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 책에 어두움이나 슬픔은 없다. 닥친 불행이 없는데도 늘 뭔가 불안하여 지금을 즐기지 못하는 나는 이런 모습에서 삶의 태도를 배워야 한다.<br/><br/>아이들은 놀이나 모험에서 가쓰를 제외하지 않는다. 가쓰의 방은 그들의 아지트다. (등장하지 않는 가쓰의 부모님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보통은 부모님의 염려와 통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단절될 터인데) 가쓰는 만담을 즐기고, 연습한 것을 친구들 앞에서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주특기가 바로 '주게무'인데 그 내용은 우리나라로 치면 '김수한무....'와 같다.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른 가쓰가, 말하자면 '장수이름송'을 부른다는 것인데... 여기에서도 가슴의 미어짐이나 눈물의 느낌은 없다.<br/><br/>모험을 먼저 제안하는 것도 가쓰 쪽이다. 괴팍하고 무섭기로 소문난 '곰잡이 할아버지' 집으로 모험을 가자는.... 하지만 대체로 그렇듯이 소문은 소문일 뿐. 험상궂은 외모와 전혀 다른 할아버지의 따뜻함을 맛보고 돌아온다.<br/><br/>그동네 아이들의 통과의례인 '천신다리에서 강으로 뛰어들기'에 도전하겠다고 도움을 요청한 것도 가쓰였다. <br/>"내년에는 못할지도 모르잖아. 올해가 마지막 기회일 것 같다고. 그러니까 제발, 응?" <br/>이 말을 할 때, 딱한번 울컥한다. 아마 드러내진 않았지만 친구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강물 속에서 기다리다 잡아 준 친구도, 다리 위에서 튜브를 던져주고 뒤이어 뛰어든 친구도, 튜브를 잡아서 씌워주고 잡아준 친구도, 모두 가쓰의 성공을 함께 기뻐한다. 이렇게 눈부신 여름방학의 날들이 지나간다.<br/><br/>마지막 모험은 '요괴 칠엽수'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이 길은 멀고 울퉁불퉁하고 경사도 험했다. 이정도면 진짜 "위험하니 우리끼리 다녀올게" 해야되는 것 아니냐. 하지만 아이들은 방법을 찾는다. 외바퀴 손수레에 가쓰를 태우고 나머지 친구들은 진땀을 흘려가면서.... 몇번이나 손수레가 쓰러져 가쓰가 튕겨나가기도 했다. 부모님이 아시면 기함할 일이다. 하지만 결국 아이들은 또하나의 모험을 성공시켰다. <br/><br/>그 나무는 과연, 모험을 걸 만큼 크고 대단했다. 밑동의 커다란 구멍은 넷이 누울 정도로 컸다. 거기서 말하는 아이들의 꿈(장래희망) 이야기가 엄청 감동적!^^ 마지막까지도 유쾌하게 끝난다.<br/><br/>이 여름방학은 내년이면 얼마나 병이 더 진행되어있을지 모를 가쓰의 인생에 생생한 색을 입혀준 기간이 되겠다. 나머지 친구들도 '친구를 도와준 기억'이 아니라 '신나고 짜릿했던 모험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무얼 하든 함께 하고 싶은, 함께 하면 즐거운 그 마음이 우정일 것이다. 온전히 건강한 우정을 이 책으로 만났다.<br/><br/>장수 노래로 제목을 삼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의 길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것까지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다가오는 여름방학,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에게도 이런 시간들이 주어질 수 있으려나.]]></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97/45/cover150/k91203058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6974528</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단단한 땅에 희망의 뿌리가 내리겠지 - [희망]</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13129</link><pubDate>Tue, 02 Jun 2026 14: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1312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844108X&TPaperId=1731312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4415/15/coveroff/899844108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844108X&TPaperId=1731312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희망</a><br/>양귀자 지음 / 쓰다 / 2020년 06월<br/></td></tr></table><br/>내 젊은 시절 이름높던 양귀자 작가님의 소설들을 다 흘려보내고 뒤늦게 읽어보는 중이다. 지난번에 &lt;모순&gt;을 읽었고 이번에 읽은 책은 &lt;희망&gt;이다. 출간된 순으로 놓는다면 이 책이 먼저다. 처음엔 상,하 두권으로 나왔던 듯한데 합권하여 재출간되니 분량이 600쪽에 가깝다. 그래도 가독성이 워낙 뛰어나 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총 10개의 장인데 배경이나 인물을 설명하는 1,2장만 넘어가면 읽기에 엄청나게 가속이 붙어서 어느새 마지막장을 보게 된다.<br/><br/>90년도에 첫 출간되었다고 한다. 주 배경은 80년대 후반 쯤이라 하겠다. 학생운동이 정점에 이르렀던 시기. 이 책은 시대상을 진하게 담고 있다. 여러 인물들의 서사를 한데 모아야 하기에, 작가는 영리하게도 '나성여관'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았다. 여관집 3남매와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장기투숙객들. 여관이라는 배경은 아주 밀도 높고도 자연스럽게 시대상을 담은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를 흡수하고 긴밀하게 엮어냈다.<br/><br/>30여년이 흐른 지금 보니, 여기 담긴 현대사의 질곡은 크게 세 가지라 하겠다. 첫째는 학생운동이다. 이 역할은 여관집 장남 진도연이 맡았다. <br/>둘째는 이산가족의 아픔이다. 10호실의 장기투숙객 할아버지다.<br/>셋째는 중동 건설 근로자 파견과 그로 인한 부수적인 불행들이다. 이 사연은 9호실 장기투숙객 찌르레기 아저씨가 안고 있다.<br/>그외 화려함을 쫓아 퇴폐적인 삶을 선택한 누나, 쇠락해가는 여관을 지키며 악착같이 살아가는 어머니와, 기죽어 살아가는 아버지 등도 주요 인물이다.<br/>이 모든 이들을 옆에서 보며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인물은 막내 진우연이다. 삼수생이라는 아주 애매하고 불안정한 신분이 관찰자와 고뇌자 역힐을 하기에 제격이다.<br/><br/>이산가족의 아픔에 대해서는 예전엔 역사나 도덕 수업 때 많이 다루곤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말에 힘이 잘 실리지 않는 것을 느끼곤 했다. 이제 해당되는 분들이 거의 생존해 계시지 않고, 들으면서 자란 나도 나이가 들었으니 젊거나 어린 세대들에게는 다가가기 힘든 주제다. 오랜만에 그 서사를 읽으면서 '그래, 참 기막힌 일이었다' 싶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그 할아버지는 너무 싫었다. 북에 두고온 부귀영화를 평생 되뇌이면서 자신도, 새로 맺은 가족도 비참에 처하게 한 노인네가 꼴보기 싫었다. 딱한 마음도 없진 않았지만 짜증이 앞서는 나도 참 큰일이다. 남겨진 손자 민구가 얼마나 딱하냐고. 하지만 여관에 살던 기간 동안은 이런저런 사람들이 품어줬으니 90년대만 해도 옛날이었나 싶다.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는 소리니까. <br/><br/>중동 건설 근로자 이야기도 내가 어릴 때 있었던 일이라 실감은 못해본 역사이다. 이 책을 읽고 어느정도 실감을 했다고 할까. 찌르레기 아저씨. 겨우 만들어낸 따뜻하고 환한 가정이 뒤틀리고 꼬여 비참으로 끝나는 과정이 너무 안타까웠다. (물론 온갖 불행요인이 몰려서 그런 것이다. 중동에 갔던 것 자체가 불행은 아니지. 하지만 엄청 고생들은 하셨겠다. 가정을 위해 희생하려는 의식이 강했던 그때) 여관 주방 아줌마가 남몰래 흠모했을 만큼 아저씨는 독자에게도 참 마음이 가는 인물이다. 이 책에 진정성과 긴장감을 높여주는 아주 특별한 인물이다.<br/><br/>나머지 한 가지의 시대상, 학생운동. 이것은 내가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다닐 때 한창이었으니 가장 생생하게 체험한 시대상이라 하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20대밖에 안된 그들이 어찌 제적, 투옥, 고문을 불사하고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며 몸을 던졌을까. 분신의 기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던 시절이었다. 생명과 온 인생을 걸게 한 그 동력은 대부분 순수했었겠지. 이 책의 장남 진도연처럼.... 지금 우리가 너무 당연해서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민주주의가 많은 부분 그 외침 위에 세워진 것은 사실이다. <br/><br/>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 정의감을 그대로 품고 있는가 생각하면 회의적이다. 이 책 이후 이어진 몇십년은 계속해서 진화해 나타나는 모순에 실망과 회의감이 더해진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흔히 후일담 소설이라고 부르는 소설들이 파장한 장터에서 부는 바람에 잔해들이 날리는 느낌이 드는 것은.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어떤 무게감을 갖고 있는 것이겠지.<br/><br/>결국 나성여관도 문을 닫고, 쓸쓸함 속에서 이야기는 끝나지만 그 쓸쓸함을 뚫고 나오는 희망을 담으려 작가는 노력했다. 그 3남매가 60대가 되었을 지금, 그 희망은 싹을 틔웠나?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대답하기 어렵다. 우연이를 비롯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민, 삶의 무게를 견디고 빗장을 열고 걸어들어가는 태도, 이런 것들을 더욱 보기 어려워졌다. 이 책이 화석이 되지 않고 우리에게 계속 그것들을 되살려 준다면 좋을 것 같다. 희망의 뿌리는 단단한 땅속으로 뻗을 테니까.<br/><br/>이 책을 읽으며 드라마로 딱이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 보니 과연 있었네! 93년에 동명의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김호진 배우가 진우연 역할을 했었구나. 패악을 떠는 여관 안주인 역에는 나문희 씨가....^^ 유튜브에 있으니 심심할 때 하나씩 봐도 괜찮겠다.ㅎㅎ]]></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4415/15/cover150/899844108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4151572</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어른의 세계에 들어와버린 아이들에게 - [여름, 첫눈 - 제16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05815</link><pubDate>Sat, 30 May 2026 14: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0581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28930X&TPaperId=1730581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38/80/coveroff/890128930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28930X&TPaperId=1730581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여름, 첫눈 - 제16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a><br/>오늘 지음, 토티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06월<br/></td></tr></table><br/>오랜만에 고학년 동화를 한권 골라 읽어봤다. 웅진주니어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해서 믿고 골랐는데, 수상작인 이유는 알 것 같았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내 취향이 아니었다는 말은 권해주거나 함께읽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는 뜻이다. 사실 아이들이 각자 사든 기관에서 사주든 간에 여러 권이 구입되어야 하는 책은 '안전빵'을 고르게 된다. (나쁜 뜻 아님) 이 책은 안전빵이라기에는 아슬아슬한 경계를 살짝씩 넘나든다. 그게 미묘하게 자극적이란 생각이 들어서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꼰대라는 걸 백퍼 인정하고 하는 말들이니 양해를 바란다. <br/><br/>그렇다고 이 책이 연애감정만 자극하는 옛날 하이틴로맨스 류의 저급한 책인 건 아니다. 어쩌다 일찍 '어른의 계절'을 맛보게 된 아이의 내면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어른들도 알고 있다. 이렇게 본의아니게 '어른의 계절'에 들어서버린 아이들이 있다는 걸. 그중 대부분은 주변환경 때문이란 걸. 하지만 그 아이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어떤 지점에서 아파하고 고뇌하는지 속속들이는 잘 모른다. 그래서 아이와 거리가 생기고 갈등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어떤 아이들을 품고 위로하는 책이며 어른들에게도 의미있는 책일 수 있다.<br/><br/>열매네는 아빠만 온돌마을에 두고 엄마와 남매만 서울로 이사왔다. 5학년인 열매는 반에서 회장도 하는 적극적인 성격이고, 부회장인 최한빛과 사귀는 등 할건 다 하는 아이다. 타지역에서 온 열매와는 다르게 최한빛에겐 재니라는 소꿉친구가 있다. 그냥 가족끼리 친한 사이라고는 하지만 자꾸만 삼각관계로 얽힌다. 재니 생파를 안간댔다가 갔다가, 게임에 걸려서 뽀뽀를 했네 마네... 이 대목에서 난 1차 짜증.ㅎㅎ<br/><br/>마음이 울적한 열매는 최한빛과 연락을 끊고 여름방학을 맞아 충동적으로 어릴때 살던 집(아빠집)으로 내려왔다. 그 동네에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직도 옆집에 살고 있는 연우와 연아 남매 가족. 그리고 잘해줬던 다정 언니. 잊고 지냈던 추억들이 되살아나며 동시에 다양한 감정들이 생성되고 재배치된다. 복잡한 심정을 담아 최한빛에게 보내지 않을 편지를 쓴다. 그 중 한 대목에 이 책의 제목이 들어있다.<br/><br/>"최한빛, 너는 어른의 계절이 뭔지 몰라. 서로 다른 두 계절이 맞물려 있어. 뜨겁고도 차가운 맛.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그런 게 있어. 마치 한여름에 내리는 첫눈처럼 그런 어른의 계절이 있어." (103쪽)<br/><br/>열매가 이 어른의 계절에 강제진입당한 이유는 부모의 비밀을 봐버렸기 때문이다. 아빠랑 떨어져 올라와 같은 약국에서 일하는 친구 남동생과 연애하는 엄마. (드라마로 치면 '밥 잘사주는 예쁜 누나' 연애?) 그 비밀을 품고있기 힘들어 다정언니한테 고백했더니 더 강력한 아빠의 비밀이 판도라의 상자에서.... 이렇게 열매네 가정에는 어른드라마에서 보던 일들이 두가지나 일어난다.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하다고, 기막힌 사연을 품고 있는 가정들이 실제로 숱하다. 이정도는 순한맛에 속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매가 어른의 계절로 진입하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ㅠ<br/><br/>2차 짜증은 마지막 씬이 키스씬이고 그게 열매와 연우의 씬이라는 점이었다. 꼭 그렇게 마무리했어야 했나? 지금까지 열매의 내적 갈등을 잘 가져왔는데, 좀 다르게 마무리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웠다. 부모님이 (엄마보다는 특히 아빠가) 단도리했어야 할 감정을 그러지 못해서 가족 전체를 으른의 세계로 빠뜨렸다면 열매라도 어른이 될 때까지는 좀 건강한 감정으로 크면 안돼? 사랑이 건강하지 않다는 거냐고는 말하지 말자. <br/><br/>초등 연애동화들도 이제 꽤 많다. (한때 그 목록을 적어본 적도 있었다.^^;;;) 이 책은 백퍼 연애동화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그 감정을 담고 있으니 포함시켜 본다면,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감각적(?)이다. 요즘 아이들의 감각 추구 경향이 강하다는 면에서 이건 장점은 아니라고 본다. 작품 속 말고 실제 아이들의 연애를 관찰해보면 이해와 존중, 서로를 세워주는 응원 같은 것과는 거리가 꽤 있다. 자극 놀이에 가깝다고 할까. 거기에 전류를 더 넣어줄 필요까지는 없어보인다. 그래서 난 이 작품의 결말이 꽤나 아쉬웠다. <br/><br/>지금까지 말한 건 경향성이고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그리고 이 작품의 소재와 인물, 배경 모두 새롭고 의미있었다. 다만 감각만 쬐금 덜어냈으면 어떨까 하는 한 독자의 생각일 뿐이다. '어른의 계절'에 떠밀려 들어와버린, 내가 만났던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존재할 어린이들이 진짜 어른이 될때까지 건강하게 자라길 함께 응원하는 마음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38/80/cover150/890128930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6388049</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아직 멀었다는 말, 언젠가는 온다는 말 - [아직 멀었다는 말 - 권여선 소설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00150</link><pubDate>Wed, 27 May 2026 17: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30015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70636&TPaperId=1730015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096/53/coveroff/895467063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70636&TPaperId=1730015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아직 멀었다는 말 - 권여선 소설집</a><br/>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02월<br/></td></tr></table><br/>이것으로 권여선 작가님의 소설 3권을 읽었다. (에세이도 한권 읽었지만 그건 빼고도) 앞으로도 몇 권 더 읽을 것이 남았지만 좀 쉬었다 읽어야겠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앞에 읽었던 다른 작가님의 책도 꽤나 힘든 책이었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걸 거다. 소설을 심심풀이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고되어서야 원.... 그래도 더 읽고 싶다. 좀 쉬었다 와서.^^;;;<br/><br/>뒤에 붙은 평론에서 작가님을 '슬픔의 마에스트로' 라고 부른다는 말을 보았다. 어울리는 별명이네. 전에 어떤 젊은이가 "힘들게 일하지 않고 소설이나 쓰며 살고 싶다"고 하는 말에 버럭한 적이 있는데, 바로 이런 글을 쓰는 분들 때문이다. 어디까지 잠겨 봐야 이런 이야기들을 쓸 수 있을까. 상상력만으로 글을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모든 서사가 경험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이 원천이기는 한지라, 인간의 고통을 예술로 표현한다는 것은 그 예술가가 같은 자리에 처하거나 최소한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공감한다는 것을 전제로 할 것이다. <br/><br/>이 말을 하다보니 또 '모자무싸' 드라마가 생각나네. 글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작가님들이 더욱 공감하며 보시지 않았을까 싶다. 거기에서 고혜진이 남편 박경세의 창작의 원천을 위해 새로운 사랑까지도 눈감겠다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박경세가 얼른 수습해서 바로 정리되긴 했지만.... 그걸 보며 생각했다. 글이란 건 저렇게나 절박하고 처절한 것인가... 백퍼는 아니겠지만 대체로는 그런 것 같다. 소재는 취재할 수도 있지만 감정의 씨앗은 본인의 내면에서 싹을 틔워서 키워내야 할 테니까. 그래야 생명력을 가질 테니까. 그렇게 힘든 일을 왜 하냐고? 그건 나도 모르지만, 그게 예술의 속성 아닐까 싶기도 하고 창작을 하든가 최소한 소비라도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 아닐까 싶기도 하다.<br/><br/>쓸데없는 서론이 너무 길어서 작품 얘기는 간단하게... 첫 작품 [모르는 영역]은 드물게 부녀 관계의 이야기다. 부자나 모자, 모녀 관계는 많이 보는데 부녀는 많이 못 본 것 같다. 그런데 '모르는 영역'이 가장 많은 관계가 바로 이 부녀 관계일 거다. 게다가 이 아빠는 이혼한 것 같고 딸도 이제 성인이니 모르는 영역은 더욱 확대되었을 거다. "왜 한번은 해도 되냐"고 따지고 드는 기세를 보아하니 딸은 그 '한번'에 치명상을 입었던 듯한데, 그게 뭔지 딱히 짚어내지도 못하는 아빠.... 그런데도 아빠를 걱정하고 챙기는 딸의 양가적 감정이 짠하고도 예쁘다. 잘들 살아요! 상처 키우지 말고....<br/><br/>[손톱]은 대다수의 독자들이 꼽을 것 같은 가장 안타까운 이야기다. 스물 한살 소희는 스포츠매장에서 열심히 일하며 170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는데... 그 액수의 박함보다도 그것 외에 아무것도 없는 고립무원의 처지가 너무 힘들어 보인다. 엄마란 여자는 자매들 어릴 때 도망을, 그것도 있는 돈 다 들고 빚까지 남긴 채 날라버린 정신나간 인간이고, 이젠 언니마저도 얼마전 엄마랑 똑같은 수법으로 날라버렸다니. 웬만한 젊은애들 같으면 용돈으로 써버릴 것 같은 월급으로 대출금 값고, 월세랑 관리비 내고, 하다보면 어느날 너무 먹고 싶어 들어갔던 매운 짬뽕도 결국 다음에 오겠다며 돌아나와야 했고 제목의 '손톱' 부상도 치료하지 못해 덧나있다. 머릿속엔 늘 빽빽한 숫자들만이 가득하다. 숨막히게 부족한 그 숫자. 소희에게도 숨쉴 날, 편한 날, 여유있는 날은 올 수 있을까. 요즘 캥거루 족들이 많다지만 이렇게 세상에 혼자 위태하게 내던져진 청년들도 있다는 게 현실.<br/><br/>[희박한 마음]의 데런과 디엔은 수십년을 함께한, 그러니까 이제 노쇠한 여성 커플이다. '희박한' 이라는 단어가 슬펐다. 긴 세월도 채워주지 못하는, 아니 세월 때문에 더 희박해진 마음이려나. 한명은 조용히 떠나갔고, 한 명은 홀로 남아 상념들을 견딘다. 이 쓸쓸함은 모든 인간관계에 다 해당될 것 같은데 작가가 굳이 여성 커플을 등장시킨 이유는, 세상의 관점에서 볼 때 그들의 고리가 가장 연약해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가족도 아니고 법적인 어떤 구속력도 없는 관계. 오랜 세월을 함께 했지만 뒤늦은 후회나 미안한 장면들을 곱씹으며 그 바스라짐을 느끼는 것 밖에 도리가 없는 관계.<br/><br/>[너머]는 주인공 N이 기간제교사이고 배경이 학교여서 더 눈길이 갔던 작품이다. 학교 내 다양한 직군들의 저마다의 이기심이 적나라하게도 표현되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내 마음 한구석은 이런 항변도 한다. 꼭 이렇지만은 않아. 나도 월급값보다 더 정성을 쏟은 적 많았고, 생색도 내지 않고 힘든 일을 맡아 하시는 분들도 많아 라고. 하지만 이런 섬세한 결들은 그들이 '집단'이 될 때는 묻혀버리고 저마다의 거칠고 선명한 이기심만이 부각된다. 이것이 당연한 사회적 현상이라면 어떻게 해야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이 책에서 신분이 가장 불안정한 N은 남들이 악착같이 이기심을 발휘할 때 그럴 기운조차 없다. 서로밖에 없이 단 둘이던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계시기 때문이다. 그가 발휘하는 이기심이란 고작 한달의 계약 연장을 앞두고 머리를 굴려보는 정도다. 그 현실적 머리굴림이 어찌나 슬프던지.<br/><br/>[친구] 간단하게 툭, 던져버린 이 제목이 슬프다. 해옥과 민수 모자에게는 '친구'가 없어보인다. 해옥에게 지금 잘해주는 친구가 한 명 있긴 한데 해옥이 호구가 될 것 같은 의심이 짙게 든다. 민수는 학교에서 가해자 전수조사를 해서 해옥을 부를 만큼 집단 괴롭힘의 징후가 농후하게 드러났는데, 모자간에 둘다 해맑게 친구들이 장난친 거예요, 친구니까 그럴 수 있죠 그러고 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 내 느낌은 이들의 (특히 엄마 해옥의) 이해력과 판단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변에 현명한 조력자가 필요한 상태로 보인다. 이들이 지금처럼 고립된 상태에서 안전하고 지혜로운 네트워크 없이 살아간다면 앞날은 더욱 험난해 보인다. 예정된 비극을 보는 것 같은 슬픔이다.ㅠ<br/><br/>[송추의 가을]을 읽고 유골함도 없이 보내드린 아빠 생각이 났다. 우린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갈 데도 없다. 추도일이 되면 엄마집에 모여 엄마가 꺼내놓은 아빠 사진 보고 각자 기도하고 다같이 밥먹으러 간다. 그런 내가 이 형제들을 보고 있자니 속터지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저마다 중요시하는 게 다르니 정답은 없다. 다만 위압적이고 제멋대로인 큰형과, 의견도 안맞으면서 입으로만 욕하는 누나와 작은형을 보는게 스트레스였고, 마지막으로 폭발한 막내의 눈물이 짠했다. 그리고 난, 내 마지막도 우리아빠처럼 할 거라고 다짐한다....<br/><br/>[전갱이의 맛]에서 작가는 '언어'에 대해 상당히 깊고 근본적인 고찰을 한 것 같다. 이런 생각까지 하다니, 라고 감탄은 하는데, 내가 속속들이 이해하진 못할 거 같다. 내가 닿아본 적이 없는 생각 같다. 작가는 언어를 만지는 사람이어설까. 그래서 오히려 언어의 한계에 대해 깊은 생각에 가 닿은 것일까. 굉장히 감탄하며 읽은 작품이었다. 나는 소설을 여러번 읽지는 않는데, 이 작품을 나중에 읽으면 또 이해가 달라지려나 하는 생각은 했다.<br/><br/>이 책도 역시 표제작은 없고 제목인 '아직 멀었다는 말'은 안쓰러운 젊은 소희가 나오는 [손톱]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아직 멀은' 것은 무엇일까. 이건 맥락을 따지지 않은 순전히 내 바람인데, '남겨진 행복'이었으면 좋겠다. 아직 멀었어. 한참 기다려야 올 거야. 마치 어린날 기차를 타고 외갓집 갈 때, 들썩거리는 우리한테 엄마가 말씀하셨듯이. 아직 멀었다는 말. 그건 시간의 유예일 뿐이지 언젠가는 온다는 거니까. 무리한 해석일지라도 나는 그걸 간절히 바란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3096/53/cover150/895467063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30965334</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전쟁의 본질과 속성을 꿰뚫은 동화 - [타마르의 숲]</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95895</link><pubDate>Mon, 25 May 2026 12: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9589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12030683&TPaperId=172958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702/69/coveroff/k31203068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12030683&TPaperId=1729589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타마르의 숲</a><br/>이귤희 지음, 오승민 그림 / 제제의숲 / 2025년 07월<br/></td></tr></table><br/>아이들과의 생활이 끝난 지금, 예전만큼 어린이책을 읽지 않지만 그래도 도서관에 가면 어린이 자료실에 들르긴 한다. 이젠 수업에 활용하거나 아이디어를 줄 책들을 찾지는 않으니 비문학 쪽은 잘 보지 않고, 동화 중에서 '아직도 재밌을 만한' 책이 있나 살펴보는 거다. 신간코너를 한번 둘러보고 '재밌으려나' 하는 책이 있으면 가끔 대출도 한다. 이 책도 그렇게 대출한 책이다. 유승민 작가님의 그림이 눈에 띄었고, 이귤희 작가님의 '고양이 섬'이라는 책을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br/><br/>읽어보니 전쟁의 본질과 속성을 정확히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한번에 다 읽긴 했지만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는데, 그건 이제 흥미가 거의 사라진 나의 상태 때문이 아닌가 싶고, 무거운 주제를 담으며 이정도 서사를 펼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주제를 교훈적이지 않게 서사의 무게로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br/><br/>타마르가 무엇인가 검색해보니 대추야자 열매이고 풍요를 상징하는 말이라고 한다. 풍요의 숲. 인간이 가진 감사하고 행복한 것들이다. 그런데 이것이 분쟁의 씨앗이 된다. 무엇 때문이겠는가? 바로 욕심이지. 나눠 갖기 싫어하고, 독차지하고 싶어하고, 한꺼번에 많이 갖고자 하는 욕심. 그 욕심이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환경을 파괴하고, 본래 갖고자 하던 것마저도 파괴한다. 전쟁에 승리란 없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이러한 전쟁의 속성을 이 책은 정확히 꿰뚫어 보여주고 있다.<br/><br/>다치고 기억을 잃은 아이 로아는 리마엘 나라의 마리 할머니 집에서 보살핌을 받고 살아났다. 이 나라는 디아스 나라와 전쟁중이라 궁핍하고 비참한 상태다. 모두가 전쟁에서 이기면 이 상태가 끝날 거라며 전쟁 승리에만 목을 매고 있다. 두 나라의 싸움은 풍요의 숲, 즉 자야 숲을 차지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됐다. 빽빽하고 울창한 자야 숲은 아이들에게만 들어올 틈을 열어 주었고, 두 손으로 가지고 나갈 만큼의 자야 열매만을 허락했다. 두 나라 모두에게 공평했고, 숲 안에서 두 나라 아이들은 함께 어울려 놀았다. 어른들은 그게 감질나고 양에 차지 않았다. 마치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듯 두 나라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의 파괴상과 참상, 인간성 상실의 장면이 작품 안에 잘 표현되었다. <br/><br/>"전쟁에서 이기는 건 없어. 모두 망할 뿐이지... (중략) 우리가 갖고 싶으면 다른 나라도 그렇겠지. 전쟁은 전쟁을 부른단다. 전쟁이 인간의 욕심을 깨우기 때문이지. 결국 우린 모두 죽게 될 거야." (78,80쪽)<br/><br/>"수많은 사람과 항구를 없앨 힘은 있지만 작고 힘없는 아이 한 명을 살릴 힘은 없었다. 파괴는 너무나 쉽고 생명을 지키는 건 어려웠다." (100,102쪽)<br/><br/>"이제 자야 열매는 중요하지 않아. 적에게 자야 숲을 뺏기느니 아예 없애는 게 낫지. 전쟁에선 이기고 지는 게 더 중요하니까. 자야 숲은 적들과 함께 사라질 거다. 그럼 우린 숲은 잃지만, 전쟁에서는 이기겠지." (107쪽)<br/><br/>하지만 이 참상들 속에서도 마지막 인간성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아주 미약해서 대부분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 아니 그래 보인다. 하지만 이 작품의 결말도 그렇고 우리 세상도 그 힘으로 이나마라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br/><br/>지금도 추악한 이기심을 명분으로 포장하려는 자들이 존재한다. 그런가하면 내 안에도 크건 작건 이런 본성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의 싸움은, (전쟁이 아닌 싸움은) 아주 여러 방향으로 뻗어 있어야 한다. 한 방향에만 매몰되면 다른 방향을 놓칠 수 있는 아주 정교한 싸움이다. 어린이들도 독서를 통해 이 싸움이 가능한 눈을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 4학년 이상 어린이들에게 추천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702/69/cover150/k31203068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7026924</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이세상은 가해의 사슬이 전부일까 -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85978</link><pubDate>Tue, 19 May 2026 18: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8597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991X&TPaperId=1728597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0/22/coveroff/893643991x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991X&TPaperId=1728597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a><br/>손원평 지음 / 창비 / 2026년 03월<br/></td></tr></table><br/>&lt;아몬드&gt;를 읽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이후 손원평 작가의 책을 샅샅이... 찾아 읽은 건 아니고 &lt;서른의 반격&gt;이라는 소설과 &lt;위풍당당 여우 꼬리&gt;라는 동화를 이어서 읽었다. 이 책이 나온 걸 보고 오호, 저 책도! 했었는데 며칠 전 도서관 신간코너에 아무도 안모셔가고 딱 놓여있어서 받들어들고 나왔다.ㅎㅎ<br/><br/>제목도 잘 지었고 표지도 느낌을 완전 잘 살린 것 같다. 어떤 느낌이냐면 불길하고 섬뜩한 느낌...ㅠ 이 책은 매우 흥미롭고도 불쾌했다. 재미는 있는데 마음은 불편했다. 그 불편의 정도는 여러 단계가 있었다. 순한 맛에서부터 핵매운맛까지. 아주 주관적인 기준으로 매운맛 점수를 매기며 리뷰를 해볼까 한다.<br/><br/>[당신의 손끝] 이건 '약간 순한 맛'이라 하겠다. 미술을 전공하고 딱히 자리를 못 잡은 효원은 좋은 동네의 문화센터에 채용이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보수는 매우 적지만 경력 면에서) 거기서 주영이라는 수강자와의 만남은 서로에게 행운이었다. 주영은 그림에서 행복을 찾아갔고 주4회나 수강을 끊어 효원에게 경제적 안정감도 선사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여야 했을까. 주영이 선사한 성취감은 효원에게 자꾸 그 이상을 보게 했다. 결국 좀더 크게 벌인 일 앞에서 주영과의 관계는 칼같이 끊어지고, 몰래 숨어 들은 주영의 평가는 비수와도 같았다. 얼마나 비참하고 상처였을지 알겠지만 그래도 내가 순한 맛 범주에 넣은 것은 이정도는 '약이 되는 경험' 축에 넣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불킥하고 가슴을 칠 경험인 것은 맞는데, 약이 된다면 그래도 다행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모욕과 후회의 기억으로 다듬어지는 것 아닐까. 그렇게 세상을 배운다는 게 서글프고 씁쓸하긴 하지만.<br/><br/>[태양 아래 반짝이는]은 ‘아주 매운 맛’이되 더럽고 고약한 맛이다. 화자는 고급 호텔의 수영장에서 구조요원으로 근무하는 젊은 남자다. 누군가의 느긋한 휴양지가 누군가에게는 고된 일터가 될 때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심리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럴 때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할까? 그 대답으로 이 젊은 남자는 최악을 보여준다. 내 기준으로는 그렇다.<br/><br/>법륜스님의 문답 영상을 어느 분이 페이스북에 공유를 했는데 썸네일에 “놀러나 다니는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라고 되어 있길래 궁금해서 한번 열어 보았다. 내 딸 또래의 젊은 직장여성이 훌쩍 훌쩍 울면서 회사 다니기 힘들다고 스님께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썸네일의 저 말이다. “소설을 쓰는 예술가나 되든지 놀러나 다니는 부자로 살고 싶어요.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서 우리 같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줬으면 좋겠어요.”<br/>스님의 말씀은 길어서 다 듣진 못하고 넘겨가며 대충 들어봤는데 의외로 이런 말씀이었다. 인류의 지나온 역사를 봐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형편도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덜 고생스럽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이미 소득 상위권들이 세금 많이 내고 있다... 젊으니까 열심히 살아보자 그런 말씀이셨다. 솔직히 그녀가 훌쩍거릴 때 코웃음이 나긴 했지만 딸처럼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했다. 에이구 이 딸래미야, 소설가는 뭐 쉬운 줄 아니? 그리고 너 회사 다니면서 월급 받고 세금 내잖아? 그럼 이미 소득 순위 어느정도는 되는 거야. 진짜로 너말처럼 그래야 한다면 니 월급에서도 더 떼야 돼. 그러기는 싫지? 젊고 멀쩡한 너가 일하지 않고 놀고먹겠다는데 왜 누가 돈을 보태줘야 하니?<br/><br/>난 그 딸래미가 지금은 열심히 잘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회사 때려치고 싶은 생각이야 누군들 안해봤을라구. 그날따라 유난히 힘들어서 했던 투정이었을 거라고. 근데 투정에서 그치지 않고 되지않는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 작품의 화자 같은 놈들이다. 세상의 격차는 그것대로 줄여가고자 하는 의식이 있어야겠지만 너같은 놈이 하는 짓은 그냥 범죄행위지. 내가 힘들여 일하는 곳이 팔자좋은 인간들의 휴양지라 해도 나는 너처럼 비틀어지진 않을 것 같아. 시스템? 인간의 시스템인데 모순 많지. 하지만 너의 행동이 더 모순이야. 너 같은 인간이 있는 한 모순은 더 깊어질 거야. 그가 마지막 새벽에 수영장 물에 풀어놓은 그 불순물은 딱 그 내면의 모습과도 같았다. 나는 그에게 세상이 어쩌구 타령할 기회를 절대 주지 않겠다. 그냥 너는, 아웃이야. 잡혀서 제대로 처벌받길 바란다. 통렬히 깨달은 후에야 기회가 있을 것.<br/><br/>[피아노]는 드물게 ‘순한 맛’이었다. 약간은 따뜻한 맛이기도 했다. 상황은 서글프고 딱히 밝은 앞날이 보이는 것도 아니었지만 막장으로는 치닫지 않아서 마음이 한결 나았다. 아파트에서 공부방을 하던 혜심은 가르치는 역량은 우수했지만 요즘 엄마들의 마음에 들기에는 너무 뻣뻣한 사람이었다. 수강생은 줄고 거기다가 아파트를 옮겨타려다 시기 조절에 실패해 사지도 못하고 있는 집만 팔고 손해보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공부방도 접고 외곽으로 이사가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자꾸만 찾아오는 아이가 있다. 준용이라는 이 아이는 더구나 수강료를 넉 달이나 안낸 아이다. 공부방에는 모두의 추억이 어린 피아노가 있었는데 중고로 팔기도 여의치 않아 딱지를 사다붙여 내놓은 다음날, 그걸 누군가 중고로 내놓은 걸 보았고, 찾아간 집에서 바로 준용을 마주쳤다. 사실 버린 걸 주웠는데 왜 화를 내냐고 뻗댈 수도 있는데, 준용은 순순히 카트를 밀고 제자리로 되돌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부탁한다. 공부 좀 봐주시면 안되냐고. 이사가 얼마 남지 않은 날 혜심과 준용은 마지막 수업을 한다.<br/><br/>크게 자극적인 소재는 없었지만 이 작품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건 나도 아이들과 긴 세월을 함께 보냈기 때문이다. 나도 혜심처럼 원칙주의자였고, 아이들에게 특별한 애정을 주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유난히 기대는 아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 경우는 가정집의 공부방이었으니 가정이 무너진 준용이 더욱 애착을 느끼는 공간이었던 것 같다. 주변 세계가 무너진 아이들을 내가 입양해서 키울 게 아니라면 애정을 주는 데 한계가 있다. 기한이 정해져 있는 관계라면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칼같이 끊는 것만 방법인 것은 아니다. 혜심의 마지막 수업이 준용에게 실제로 큰 도움이 될 수도 없고 지속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거부당하지 않았다는 기억, 마지막 따뜻함을 주고 떠났다는 신뢰감은 오래 남을 것 같다. 어른들이 아이를 대할 때 여러 원칙과 현실적인 상황과 더불어 생각해야 할 점이 이런 점이다. 쉽지는 않은 일이지.<br/><br/>[그 아이]는 '약간 매운 맛'이라고 할까. 몰랐던 세상 풍경 한 켠을 보았다 정도. 그 세상은 명품 소비 세상이다. 나로서는 명품 가방이 백만원이든 천만원이든 아무 상관없다. 왜 저래~? 이런 느낌이니까. 이 작품 속 정민은 구매대행 알바를 한다. 추운 겨울날 오픈런을 위해 몇시간씩 줄을 서서 구매해 주는 역할이다. 이 작품을 읽고 명품 가방은 중고가격이 신상 가격보다 더 비쌀 수도 있고, 그런 전문업자(리셀러)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정민아, 너무 맘 상하지 말고 니 갈 길 가라! 소수의 세상을 굳이 들여다보며 부러워하진 말자꾸나.<br/><br/>[유령의 집]은 여기서 가장 '핵 매운맛', 정말 고통스러운, 몸부림치도록 견디기 힘든 맛이라고 해야겠다. 아니 이게 이렇게 됐다는 거야? 눈을 비비며 다시 봐야 할 만큼 충격적인 장면들이었다. 젊은이들의 경제적 죽음, 거기에 이르게 된 절망이 너무 처절한 장면들과 함께 불시에 다가왔다. 그 작품 안에서 개는 비참함과 끔찍함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작품 앞에 실린 윤동주 님의 시는.... 돌아와서 다시 읽으면 눈물을 부른다.<br/>가자 가자<br/>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br/>백골 몰래<br/>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또다른 고향 중에서)<br/><br/>[모자이크]는 '매운 맛'이지만 떫고 비위 상하는 매운 맛이다. 화자는 아무 목표 없이 고시원의 방 한 칸에서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다 유튜버가 된 여자인데... 끝까지 가면을 쓰고 익명성을 유지했어야 하는 것을 딱 한 번 경계심을 풀고 누굴 만났다가 치명상을 입고 계정을 접었다. 이후 같은 수법으로 복수를.... 포장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랄까. B컷은 뒤로 다 감추고 A컷으로만 자신을 과시하는 SNS의 허상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심지어 A컷도 아닌 꾸며낸 거짓컷으로 사람들을 속이기도 하지. 결국에는 자기 자신까지도. 이 여자는 부르짖는다. “사람이 다 거기서 거기잖아요. 네, 그럼요, 아무도 감히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 못할 거예요. 절대로요.” 이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그런 속성을 안 가진 사람은 없지만 조절 능력에는 엄청난 차이가 차이가 있다는 점. 성찰 능력도.<br/><br/>[조망]도 '핵 매운맛'이다. 뒤통수를 내리누르는 둔중한 매운맛이다. 고속도로 요금소 그 좁은 공간에 갇혀 일하는 수하에게는 얼마전부터 자신만 아는 도피처가 생겼다. 쇼핑몰로 짓다가 중단된 큰 건물이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그 건물을 계단으로 올라 꼭대기 전망층에 올랐을 때 본 광경은 수하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특히 비가 세차게 올 때의 광경이.<br/><br/>큰 비는 수하에게 부모를 잃은 사고의 기억이자 어린 나이에 거부할 수 없는 폭력으로부터 벗어난 기억이기도 했다. 어느날도 비가 심상치 않게 내렸다. 주변 지역에 큰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관계자가 데려온 딸 한 명을 급하게 수하의 좁은 공간에 맡겼다. 그리고.... 상상을 초월한 재난이 터졌다. 살면서 거의 해마다 홍수 피해의 소식을 뉴스로 접했지만 이 정도의 재난은 듣도보도 못했다. 작가는 왜 이렇게 사고의 규모를 키웠을까? 잘 모르겠다. 거의 종말적 재난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 직전, 둘은 그 버려진 건물 전망층에 있었고 살아남았다. 수하가 처음보는 ‘맡겨진 아이’를 품에 안고 거기까지 왔다는 사실에서 한줄기 인간애를 찾아야 하겠지. 하지만 거기서 ‘조망’하는 비극을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다.<br/><br/>[통행증은 마스크]는 '아주 매운 맛'이라 하겠다. 어찌보면 별 일은 불거지지 않았고 선미와 까페에서 마주친 일행과의 은근한 실랑이가 다인 것 같지만, 선미가 하고 있는 일의 파괴력이 만만치 않아서이다. 선미는 듣보잡 매체의 연예부 기자이고 우리가 보통 기레기라고 비난하는 그런 종류의 기사를 쓴다. 있는거 없는거 긁어모아 대상은 죽든말든 알게 뭐냐는 식의 기사...<br/>"선미는 종종 이 일에 가책을 느끼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가 살기 위해선 그가 죽어야 했다. 생존의 법칙은 늘 그런 식이었다." (190쪽)<br/>어쩌면 이 작품이 책의 제목을 가장 강렬하게 반영하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br/><br/>마지막에 [딸과 깍 사이]를 배치한 것은 독자를 위한 배려인가. 전체 작품 중 가장 '순한 맛'이었다. 약간은 환하고 달콤한 맛이기도 했다. 그런 반면 현실성 면에서는 가장 약하다고 생각되니 이 일을 어쩌면 좋나.^^;;;;; 매운맛들만이 현실이라면 세상이 지옥에 접근했다는 뜻이 되니까.ㅠㅠ 하지만 이 작품은 현실에서 느껴지는 보통 사람들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잘 담고 있다. 악하지는 않은 소시민이 조직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진 못하고 그 안에서 고뇌하고 누군가를 생각하고 자신의 무가치함에 슬퍼하는 모습. 이 작품은 어떤 드라마의 몇 에피소드로 오마주되어도 좋을 것 같다. 그정도로 주인공 소미 씨의 마음에 공감이 갔다. 뜨개질이 소재로 쓰인 것도 인상적이었다.<br/><br/>뒷표지에 "비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전하는 손원평의 강렬한 메시지" 라는 말이 나온다. '비정함' 이야말로 이 책의 지배적인 정서이다. 내가 순한 맛으로 분류한 작품에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덜 비정하게 살아갈까. 이 책에 의하면 우리가 말하고 행동하는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상처와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냥 숨쉬는 것 자체가 남한테 가해가 되는 '가해의 사슬'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대 사회인가. <br/><br/>어제 '모자무싸' 드라마를 보다가 사소한 한 장면에서 울컥했는데, 황동만이 사채업자를 피해 도망가려고 뛰어나오면서도 매트리스를 옮기는 이웃을 도와 뒷부분을 받쳐 들어준 일이다. 나는 어쩜, 하고 감탄했다. 어쩜 저런 짧은 순간에도 저런 장면을 넣었지.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장면들은 힘이 없을까. 그런 장면들이 모이고 모여도 세상은 여전히 비정할까. 나는 마지막 작품에서 작가님이 이미 말씀하셨다고 생각한다. 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포기밖에 더 하겠는가. 그순간부터 지옥이 시작되는 것이다.<br/><br/>(하나씩 다 언급하다보니 리뷰가 넘 길어졌네.... 짧게 잘쓰는게 좋은 거지만 기록용으로 쓰는거라 아무말 대잔치...^^;;;;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0/22/cover150/893643991x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802201</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 [각각의 계절]</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80685</link><pubDate>Sat, 16 May 2026 22: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8068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92524&TPaperId=1728068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599/26/coveroff/8954692524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92524&TPaperId=1728068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각각의 계절</a><br/>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05월<br/></td></tr></table><br/>권여선 작가님을 접한 순서는 음식 에세이가 맨 먼저다. 두번째는 영화 '봄밤'이다. 세번째 비로소 소설을 접했다. &lt;엄마의 이름&gt;을 읽고나서 이 책을 잡았는데 그게 이 소설집에 포함된 단편인 걸 몰랐네.^^;;; (여기선 '실버들 천만사'라는 제목으로 실림) 그 작품 외에도 6편이 실려있다. 표제작은 따로 없는데 모든 작품을 어우르게 책 제목을 잘 뽑았다고 생각했다. '각각의 계절'이라....<br/><br/>첫번째 실린 [사슴벌레식 문답]에서 나는 작가님에게 바로 감탄하고 말았다. 사소한 소재 하나를 가져와 작품 전체를 뒤덮는 그 확장력이라고 할까 의미부여력이라고 할까. 그 소재가 바로 사슴벌레였다. 80년대로 추정되는 시기에 대학을 다니며 룸메이트였던 여성 4인방의 이야기다. 그들이 강촌으로 함께 1박 여행을 갔을 때, 민박집 방에서 사슴벌레를 보고 "방충망도 있는데 커다란 사슴벌레가 어디로 들어올까요" 하는 질문에 숙소 주인은 "어디로든 들어와" 라고 대답했다.<br/><br/>이것이 사슴벌레식 문답의 시작이다. 그들은 재미있는 것이라도 발견한듯 '든'이 들어간 그 대답을 수시로 써먹었다.<br/>-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br/>- 인간은 무엇으로든 살아.<br/>- 너는 왜 연극이 하고 싶어?<br/>- 나는 왜든 연극이 하고 싶어.<br/>이런 식. 처음에는 그게 상당히 경쾌하고 쿨하고 센스있으며 긍정적이고 희망차 보였다. 하지만 작품 후반으로 갈수록 그게 아니구나를 보여준다. '든'은 엄청난 무게를 지닌 화법이었다.  <br/>"어디로 들어와, 물으면 어디로든 들어와, 대답하는 사슴벌레의 말 속에는 들어오면 들어오는 거지, 어디로든 들어왔다, 어쩔래? 하는 식의 무서운 강요와 칼 같은 차단이 숨어 있었다. 어떤 필연이든, 아무리 가슴아픈 필연이라 할지라도 가차없이 직면하고 수용하게 만드는 잔인한 간명이 '든'이라는 한 글자 속에 쐐기처럼 박혀 있었다." (29쪽)<br/><br/>이 작품은 어쩌면 그 문답의 서늘한 진짜 의미를 깨달아가는 수십년의 과정을 보여주는 서사라 할 수 있다. 와 그 사소한 것으로 이렇게 엄청난 걸 보여주다니, 이런 걸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작가라고 부르는구나 생각했다. 빛나는 청춘을 같이했던 그들. 그들 중 하나는 그 엄혹했던 시절에 배신과 변절을 했고, 꿈을 찾아 안정을 버렸던 누구는 10년 후에 자살을 했고, 남은 둘도 결국 서로를 위로하며 손을 잡지 못한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선택은 결국 결별이다. 함께했던 시간들은 그들에게 무엇이었을까. 잊히는 것보다도 더 뼈저린 '서로를 견딜 수 없는' 관계가 되는 것.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러나 미련을 갖지 않는 게 좋겠다. 이제라도 그들이 과거에서 벗어나면 좋겠다. 노년이 되어가는 나이긴 해도.<br/><br/>첫 작품에서 작가의 확장력을 느꼈다면 [무구]라는 작품에서는 클리셰를 훨씬 넘어서버린 작가의 과감하고 자유로운 서사력이 느껴졌다. 비극으로 흘러갈 만한 소재가 의외로 행운 쪽으로 흘러간다? 우와 좋겠다, 부럽네... 근데 그게 또 훨씬 현실적인 외로움과 서늘함을 선사하다니. 애매하고 미묘한 맛이었지만 아주 신선하기는 했다.<br/><br/>소미는 퇴직자 남편과 아주 럭셔리한 노년생활을 시작했다. 하루 일과를 거의 '관리' 받는데 쓴다. 건강 관리, 외모 관리... 한마디로 세상 가장 편한 팔자라 하겠다. 그들이 원래 금수저였던 건 아니고 그들의 윤택한 생활에는 웃지못할 아이러니가 들어있다. 소미는 sns에서 우연히 옛 친구 현수와 연락이 되어 그를 찾아갔다. 현수는 먼 도시에서 부동산 중개인이 되어있었다. 이후 소미는 뻔질나게 그 먼 곳을 드나들었고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근묵자흑이라고 땅장수 옆에 붙어서 뭘 했겠어? 결국 현수의 소개로 빚을 얻어 빈 땅을 샀는데.... 어느날 현수는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렸고 산 땅의 가치는 한없이 하락했다. 근데 웃기는 반전은, 소미가 그 빚을 근근히 갚으며 존버했더니 결국은 대박이 났다는...ㅎㅎ 그래서 소미 부부의 윤택한 노년생활이 시작된 거다. 어휴 이보다 부러운 일이 있을까.^^<br/><br/>하지만 나라면 절대 못했을 일이다. 돈보다 중요한 게 많다지만 돈은 일단 무서운 거다. 십수년의 존버 생활동안 바늘방석을 견뎌낸 결과가 지금인 거지. 말하자면 그들 노년의 윤택은 중년의 불안과 맞바꾸어 얻은 것이다. 물론 말아먹은 보다는 천만배 나은 결과지. 부럽다니까? 아 근데, 왜 결말의 지배적 감정은 외로움일까? 그걸 배부른 투정이라 치부할 수 있을까. 돈과 운과 자본의 원리로 세워진 행복의 허망함은 크든 작든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갈수록 그건 더 심화되겠지. <br/>(그래도 어쨌든 부럽긴 해ㅋ)<br/><br/>[실버들 천만사]는 단행본에서 따로 리뷰했으니 넘어간다. 그런데 일곱 편의 단편 중 세 편이나 '엄마'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실버들 천만사]외에 [깜빡이]와 [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 두 편이었다. 이 두 편의 어머니들은 실버들 천만사의 반희 씨와 완전히 반대의 캐릭터였다. 이 두 편을 읽으며, 이혼하고 집을 나와 딸의 마음에 상처를 주긴 했어도 홀로 꼿꼿이 서려는 반희 씨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절감했다. 상처를 주고 떠나는 편이 물귀신처럼 들러붙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도. (반희 씨는 결국 완전히 떠나진 않는다)<br/><br/>[깜빡이]의 엄마도 그랬지만 [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의 어머니가 더 가슴이 답답하여 이 작품을 얘기해 보려고 한다. 오익은 박사과정생인 것 같다. 나이먹고 돈은 없고... 어머니의 전화를 잘 받아주는 걸 보면 모질지 못한 사람이다. 홀로 된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집착적으로 전화를 한다. 제목처럼 '잠을 못 잔다'며 자신의 불안을 중계방송하듯 자식에게 전가한다. <br/><br/>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라 그렇겠지만 이 대목을 읽으며 &lt;모자무싸&gt;에서 변은아의 대사가 떠올랐다. 인생의 목적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힘있는 엄마요" 라고 대답했다. 불안해하지 않고 옆을 지켜줄 수 있는 엄마. 여기엔 대단한 통찰이 담겼다고 본다. 인생의 목적이라 할 만큼 이게 쉽지 않다는 거다. 중심을 잡고 본인이 흔들리지 않으며 가족까지 안심시켜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요즘 보기 쉽겠나. 하지만 나는 다짐해본다. 나의 불안까지는 내가 어쩌지 못하더라도 그 진동으로 자식까지 흔들지는 말자. 나는 아직 자식에게 의존할 나이는 아니긴 한데, 앞으로도 최대한 의존성을 키우지 말자. <br/><br/>오익의 어머니는 고통과 눈물을 무기로 삼아 아들을 심리적 인질로 옭아매는 사람이다. 요양원에선 국에다 미원 대신 비료를 넣는다며 그런 데는 죽어도 가지 않겠다고 선수를 치는 잔머리도 가지신 분.ㅠ 오익 씨의 여동생은 결혼도 했는데, 요즘 난데없이 엄마랑 오빠에게 미친 듯이 패악을 떨어대고 있고 그게 극에 달해 마침내 절연을 선언했다. "요런 영악한 년 좀 보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걔는 판단이 선 거야. 이 굴레에서 빠져나가야 한다고. 모질지 못한 오빠도 있겠다, 자기라도 살고 봐야겠다고 판단을 한 거지. 일종의 선제공격을 통한 방어라고 할 수 있겠다. 엄마가 던지는 죄책감의 올가미를 쳐내고 나는 차라리 못된 년이 되겠다! 어찌보면 현실적인 판단이다. <br/><br/>하지만 짐을 좀 나눠 지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줌마 마음... 오익 씨가 허물어져가며 이야기가 끝나니.ㅠ 이젠 세상에 오익 씨가 많이 남지도 않았겠지만, 세상의 오익 씨들이 잠시라도 독한 마음으로 거리두기를 시도해보길 권하고 싶다. 나도 부모라서, 부모란 어떤 존재인지 마음이 무겁다. 이래서 저출산이 더 심화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ㅠ<br/><br/>표제작은 없지만 표제가 살짝 나온 작품은 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라는 작품이다. 여기 마지막 문장이 이렇다.<br/>"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 사모님."<br/>이 말을 한 마리아라는 분은 성당 교우들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를 하기도 하고 성당 봉사도 성심껏 하는 분이다. 70대의 나이에 자신보다 10살이상 어린 교우한테도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쓰는 마리아. 이분이 돌아가셨고, 성당 바자회 자리에서 나이든 여자 교우들이 그를 추억하며 수다를 떤다. 그들을 보며 베르타는 '참 고귀하지를 않구나 이 사람들은' 하고 눈살을 찌푸린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주어가 바뀌어있다. "전혀 고귀하지를 않구나 우리는...." 자신을 포함시킨 그 깨달음은 무엇이었을까. 여기에 나도 포함됨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읽는 내내 착잡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소설이든 드라마든 우리는 인물들을 욕하거나 응원하거나 간에 그 안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기에 몰입한다. 이 성당의 교우들도 특별히 나쁜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br/><br/>힘든 인생을 조용하고도 헌신적으로 살다 갔던 마리아가 했던 '각각의 계절'이라는 말이 이 책의 제목이 되었다. '각각'이라는 말에서 인생들 각자가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 떠오른다. 그건 남에게 인계할 수도 인계 받을 수도 없는 각자의 몫이다. 이 책에 나온 모든 인물들이 그렇듯이. 그렇다고 파편화가 우리의 지향점일 리는 없다. 자신의 인생, 즉 '각각의 계절'이 자기 몫인 것을 명확히 인식한 후에 연대도 있는 것이 아닐까. 어느 누구도 혼자의 힘으로 살 수 없다. 하지만 남의 힘으로만 살 수도 없다. <br/><br/>나의 계절을 나기 위해 나는 어떤 힘을 내야 할까. 내 옆에 가족도, 친구도, 언니들도 있었으면 좋겠는 건 당연한 마음이겠지? 나와 그들의 '각각의 계절'을 응원하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599/26/cover150/8954692524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5992660</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이정도는 엉켜서 살자 - [엄마의 이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76429</link><pubDate>Thu, 14 May 2026 17: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7642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59481&TPaperId=1727642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564/48/coveroff/893645948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59481&TPaperId=1727642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엄마의 이름</a><br/>권여선 지음, 박재인 그림 / 창비 / 2021년 07월<br/></td></tr></table><br/>도서관에서 권여선 작가님 책을 한권 빌렸는데 옆에 아주 얇은 이 책이 꽂혀 있었다. 오 금방 읽겠다 싶어서 같이 빌려왔고, 편한걸 선호하는 나는 원래 빌리려던 책보다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생각보다 더 짧은 책이었다. 중편 정도도 안되고 단편인 듯했다. 단편을 단행본으로 출간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작품 분량에 비해서 여운은 깊고 길었다. 그러니 충분히 곱씹어 감상하라고 따로 출간한 것일까...? 어쨌든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 책이다.<br/><br/>등장인물은 딱 둘이다. 50대로 짐작되는 엄마와 20대의 딸. 나와 비슷한 상황이다. <br/><br/>다른 점도 있다. 나는 평생 하던 일을 올해 그만두고 퇴직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이 엄마는 아직 생활 전선에서 분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완벽히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다는 점. 독립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인연을 끊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br/><br/>"반희는 채운이 자신을 닮는 게 싫었다. 둘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닮음의 실이 이어져 있다면 그게 몇천 몇 만 가닥이든 끊어 내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둘 사이가 끊어진다 해도 반희는 채운이 자신과 다르게 살기를 바랐다. 그래서 너는 '너' 나는 '나' 여야 했다." (21~22쪽)<br/><br/>딸 고2때 이혼하고 집을 나온 엄마는 이런 생각으로 누구와도 왕래 없이 혼자서 살아간다. <br/>"당분간 나를 지키고 싶어서 그래. 관심도 간섭도 다 폭력 같아. 모욕 같고. 그런 것들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고요하게 사는 게 내 목표야. 마지막 자존심이고. 죽기 전까지 그렇게 살고 싶어." (73쪽)<br/><br/>여기에 딸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점이 놀랍다. 세상에 딸 아닌 어떤 존재가 이렇게 할까. 아들도 아주 드물게는 할 수 있겠지. 딸이라고 다 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아들 엄마들이 딸 엄마들을 부러워하는 건 대부분 이렇게 최후의 친구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딸이라서가 아닐까.<br/><br/>아빠의 재혼을 앞두고, 딸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1박2일의 여행을 제안했다. 못이기듯 따라나선 그 이틀이 이 책의 내용이다. 그들은 여행동안 서로 이름을 부르기로 약속한다. "반희 씨" "채운 씨"  이런 식으로.<br/><br/>방송 관련 현장 일을 하는 듯 보이는 딸은 큼직한 SUV 차량을 렌트해와서 산속 펜션으로 엄마를 이끈다. 차 안에서, 숙소에서 그들은 각잡고 대화를 한 건 아니지만 할 말들은 다 했다. 돌아오는 길 엄마와 딸은, 특히 엄마에게는 아주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br/><br/>나는 처음에 저렇게 벽을 치는 엄마를 이해했다. 이혼, 요즘 세상에 그게 뭐라고 인생에 오점이라도 남긴 듯이 주변을 끊어내나 하겠지만, 평생 인생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은 포기하고 손을 놓아버린 엄마의 상한 자존심을 알 것 같았다. 단편이라 그간의 과정이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그냥 그렇게 짐작을 했다.<br/><br/>아예 안나오는 건 아니다. 두 사람의 기억 소환에서 딸 열 살때의 일이 나온다. 그날 참을 수 없었던 엄마는 가출을 했고 남편과 아들의 문자가 빗발쳤다. 결국 엄마는 밤을 넘기지 못하고 귀가했는데, 바로 '채운이가 울고 있다'는 연락 때문이었다. 그때 채운이는 엄마에게 안기지도 않고 눈을 흘기면서도 눈물을 흘리며 엄마 주변을 맴돌았다. 그래서 엄마는 이후 몇년을 더 참은 것 같다. 열살에서 고2때까지. 남편과 무슨 갈등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인내의 과정에 엄마 자신은 없었을 것으로 짐작한다.<br/><br/>큰 차로 산길을 운전하며 여행을 주도하던 씩씩한 딸이 공황 비슷한 증세를 보인 것은 또 어쩔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장면을 보며 '모자무싸' 드라마의 변은아가 생각났다. 버려진다는 공포감은 그런 것인가보다. 그들이 최악까지 가지 않은 건 다행히 변은아에게는 따뜻한 등을 내어준 새할머니가 있었고, 채운의 엄마는 이별을 몇년이나마 보류하고 더 보살펴주다 떠났다. 그래도 변은아는 어떤 장면에서 코피를 흘리고, 채운에게는 호흡곤란이 찾아온다.<br/><br/>채운이 '미래완료'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때 나는 이 책이 비록 단편이지만 안 보인 사건들을 구체화하고 상세화해서 드라마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16화는 너무 늘어지고, 8화 정도로? 생활 밀착형 드라마이면서 매 화마다 가슴에 꽂히는 단어들을 던져주는 드라마. 그 낱말 중 하나는 '미래완료'다.<br/><br/>"엄마, 나는 미래 완료라는 말이 그렇게 슬퍼. 언제부터인가 난 알았던 것 같아. 엄마가 집을 나갈 거라는 걸. 엄마가 나간 다음에 나 혼자 엄마 없이 살 거라는 걸. 나 고2때 진짜 엄마가 이혼하고 나갔잖아? 내가 상상한 그대로 미래 완료가 된 거야. 그렇게 될 줄 다 알면서 모른 척 살아온 거 같았어. 그리고 얼마 안 가 더 나쁜 미래완료가 생겨난 것 같았어.... (중략) .... 그러면 가슴이 아파서 도저히 숨을 못 쉬겠어." (81쪽)<br/><br/>속소에서의 밤, 맥주 기운을 빌려서인지 채운이 이런 고백을 하고 잠이 든다. 딸은 나와 달랐으면 하던, 그래서 천가닥 만가닥의 실이라도 끊어내려 하던, 추호라도 짐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결벽스러운 어미는 마음이 복잡해진다.<br/><br/>중간이라는 건 참 어렵다. 얼마전 읽었던 [용궁장의 고백]이라는 책에서는 부모가 천륜이라는 실을 물귀신처럼 틀어쥐고 자식의 피를 빨더니, 이 책의 엄마는 조금이라도 더럽게 얽힐까 봐 그렇게나 조심을 하네.... 하지만 20대의 딸이 정말 어른이네. 아직도 엄마 생각하며 사는 어린애 면도 있지만 그걸 이렇게 풀어가니 어찌 어른이 아닐소냐. 결국 모녀는 다소 구질구질하게 엉키더라도 인연의 실은 끊지 않고 살아갈 듯하다. 누추한 엄마 집에 놀러가고, 밥도 얻어먹고 그러지 않을까. <br/><br/>한편으로는 엄마의 결벽스러운 면과 독립적인 태도가 딸에게 신뢰감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징징대는 어른보다 얼마나 낫냐고. 공공체육센터 청소일을 하고 감염병으로 (코로나 때겠지) 문을 닫자 음식솜씨를 발휘해 반찬가게에 납품을 하는 성실함과 생활력. 사실 이런 면이 있으니까 딸도 손내밀 수 있는거고 관계의 균형이 이루어지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홀로서기가 먼저고 다음이 관계다. <br/><br/>나 포함 수많은 엄마들의 모녀간, 모자간 아름다운 관계를 빌고 응원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7564/48/cover150/893645948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5644812</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모든 좋은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야 - [페리스, 이건 사랑 이야기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70210</link><pubDate>Mon, 11 May 2026 14: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7021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701991&TPaperId=1727021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93/42/coveroff/896170199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701991&TPaperId=1727021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페리스, 이건 사랑 이야기야</a><br/>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26년 04월<br/></td></tr></table><br/>요즘엔 케이트 디카밀로 책이 자주 나오는 편이네? 지난번 얇은 동화(오리스와 팀블)에 이어 이번엔 좀 두꺼운 동화책이 나와서 읽어보았다. 이번 작품은 뭐랄까, 내가 좋아하던, 무척 익숙해져버린 케이트 디카밀로의 느낌과는 뭔가 살짝 다르다고 할까. 다 읽고 나서도 그 이유를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아마도 고요한 중에 마음을 건드리는, 그런 느낌이 나의 취향이다가 이 책은 좀 소란스러운 느낌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소란스러운 이유는, 소동이 많고, 그럴 만한 인물들이 있기 때문에....^^;;;<br/><br/>페리스라는 열 살 여자아이가 주인공이고, 주된 공간은 집이다. 그러니까 주로 가족 이야기라는 뜻이 되겠다. 내가 이집 엄마라면 도망가고 싶겠다. 이 집의 일상은 내가 선호하는 '고요한 시간'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집은 지하실이 딸린 큰 집이다. 그 지하실에 직장도 때려치고 집나온 시동생이 들어앉아 있다. 무슨 세계의 역사를 그림으로 그리라는 사명을 받았다나? 연로하신 할머니도 계신데, 페리스 시점에선 좋은 할머니지만 엄마가 '낭만주의자' 라고 평하는 걸 보면 나같은 사람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도움 안되는 사람일 것 같다.^^;;; 가장 두드러진 소동을 일으키는 인물은 페리스의 동생 핑키다. 얘는 악당이 되겠다고 기염을 토하며, 지명수배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한다. 기이하다는 면에선 말괄량이 삐삐랑 비슷하지만 그보다 훨씬 파괴적이어서 도무지 정이 안 가는 캐릭터인데다가 너무 톤이 튀는 인물이어서 거슬렸다. 앞에서 말한 좀 아쉬운 느낌이 이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br/><br/>가족만으로도 정신이 없는데 페리스의 절친 빌리는 아빠랑 둘이 사는 아이라 수시로 페리스네 집에 드나들 뿐 아니라 그집의 피아노를 친다. 물론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이라 아주 잘 치기는 하지만 그래도 군식구인데다가 시끄럽잖아. 하여간에 늘 이렇게 북적이고 바람 잘 날 없는 곳이 페리스네 집이다.<br/><br/>할머니는 언제부터인가 유령이 보인다고 하신다. 그리고 병에 걸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할머니는 이 집에 처음 살던 유령이 샹들리에를 밝히기 원한다고 한다. 그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 샹들리에를 밝히고 그 김에 파티를 하는 장면의 이 책의 클라이맥스다. 그 파티에는 이집 가족 외에 지하실 삼촌의 아내인 셜리 숙모도 오고, 평생 할머니를 흠모하던 부이 할아버지도 오고, 빌리의 아빠, 얼마전 남편을 여읜 밀크 선생님도 왔다. 빼곡히 초를 밝힌 샹들리에 아래, 정말 아름다운 파티였다. 내가 유난스럽다고 느낄 만큼 다양한 캐릭터의 사람들이 모였지만 그들이 받고 싶은 사랑, 주고자 하는 사랑은 하나로 모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인류가 그 많은 다툼 가운데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br/><br/>완벽하게 아름답다기엔 소동도 있었다. 어느새 자리를 이탈한 핑키는 다락방 상자 속에 들어가 있었고, 부엌에는 너구리가 출몰한다. 너구리 출몰의 의미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핑키 사건은 지금까지 핑키의 모든 기행이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는 몸짓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나는 물론 그런 방식을 매우 반대한다. 하지만 당위로만 풀어갈 수 없는 일들이 아이들과의 사이에선 많이 일어나니까... 그때 이렇게 말하는 페리스는 나보다 어른인가!<br/>"넌 내 동생이야."<br/>"그게 뭐."<br/>"사랑해."<br/><br/>파티는 아름다웠지만 결국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삼촌은 드디어 그림을 완성했다고 한다. 세계의 역사를 하나의 캔버스에 그린다는게 애초에 말이 안되지 않나? 하지만 그림은 완성되었고 그 장면은 연회장이었다. 샹들리에 아래 그날의 그들이었다. 그리고 하나가 더 있었다. 귀퉁이에 날고 있는 작은 참새.<br/><br/>이번 책이 전작들보다 재미있지는 않았는데, 이 비유만큼은 매우 강력해서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br/>"베데 작가가 이런 글을 남겼어. 우리 모두는 어떤 성의 거대한 연회장에 날아 들어왔다 나가는 참새와 같다고."<br/>"연회장으로 들어오기 전과 나간 뒤의 일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거지.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단지 우리가 그 안에 잠시 들어와 머물다가 밖으로 나와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 날아간다는 것 뿐이야." (216쪽)<br/><br/>작은 참새로 잠시 들어왔다 나가는 세상에서 굳이 이를 갈고 싸울 필요는 없지 않겠나? 그래서 작가는 작품마다 '사랑'과 '이야기'를 말하는가보다. 이번 작품에는 특히 사랑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가슴 절절한 로맨스만이 사랑은 아니니까. 일상의 소동이 보여주는 사랑도, 가족과 이웃, 친구 간에 생각해주는 마음도 다 사랑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br/>"모든 좋은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야."<br/>돌아가신 할머니의 말씀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93/42/cover150/896170199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934230</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이것은 응원이 아니다 - [용궁장의 고백]</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64627</link><pubDate>Fri, 08 May 2026 14: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6462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7707&TPaperId=1726462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50/38/coveroff/k56213770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7707&TPaperId=1726462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용궁장의 고백</a><br/>조승리 지음 / 달 / 2026년 03월<br/></td></tr></table><br/>조승리 작가의 에세이와 소설 한 권씩을 인상깊게 읽었다. 이번 소설은 자전적 내용을 넘어선 내용이어서 작가로서 더 한걸음 나아간 것 같아 관심이 생겨 읽어보았다. 특히 책 소개나 '작가의 말'을 보면 천륜에 묶여 학대받고 고통 당하는 이들에 대한 응원인 것 같아 꼭 읽어보고 싶었다. 이런 내용 때문이다.<br/>"일방적으로 강요된 인륜은 숭고한 가치가 아니라 명백한 폭력이다. 천륜이라는 굴레를 짊어진 채 각자의 지옥을 버텨내고 있을 이들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 (7쪽, 작가의 말)<br/><br/>근데 읽어보니 그렇게 단순한 내용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이야기였다. 그것들을 구성해 엮어낸 서사력에 놀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말 저게 주제라면 서사의 무게에 짓눌려 주제는 빛이 바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머리와 마음이 복잡해지는 독서였다. 가독성이 엄청나서 앉은자리에서 다 읽긴 했으나 쉬운 독서는 아니었다. 힘들었다.<br/><br/>보통의 부모들은 자녀가 나이 들어도 애틋해하고 하나라도 더 주지 못해서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인간 종류의 스펙트럼은 정말 넓어서, 전혀 다른 사람들도 있다. 자녀에게 빨대 꽂고 평생을 갈취하며 자녀가 주도적 삶을 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비정한 부모들이 있다. 미혼인 경우 결혼을 방해한다는 얘기도 들어봤다. 착한자식 콤플렉스건, 가스라이팅의 결과이건 그 자녀들은 끝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을 불행하게 살아간다.<br/><br/>내가 그 자식이라면 이 책을 읽고 그 강제된 천륜을 끊을 용기를 얻지 못할 것 같다. 용기를 내기는 커녕 더 겁먹고 실행에 못 옮길 것 같다. 왜냐하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나머지 서사가 너무 무겁고 참혹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아무것도 아니어야 용기를 내지, 이렇게 인간의 밑바닥 본성까지 보게되는 참혹함이어서야 어떻게 용기를 내겠는가 말이다. 만약 그것이 독서의 목적이라면 전체 5부 중 70대의 시각장애인이면서 90대의 패악한 노모를 떠맡은 주인공이 나오는 1부만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다. <br/><br/>아무도 울지 않는, 슬픔보다 안도와 평온이 자리한 장례식에서 작가는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런 장례식은 실제로 꽤 많이 있을 거라고 짐작한다. 평생 주변을 지옥으로 만들며 살아온 망자의 인생도, 그사람 때문에 행복 한조각 갖는 것도 사치였던 가족의 삶도 참 딱하다. 누군가가 죽기를 바라는 상황을 상상해본다. 의외로 많이 있을 것 같다. 그 인간의 파괴력이 크면 클수록. 그럴때 그가 죽기를 바라는 심정은 죄악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말'에 있는 그 응원을 나도 함께 보내고 싶다.<br/><br/>문제는 나머지 서사의 고통스러움이다. 이것까지 그려낸 작가의 역량은 소설가로서 한층 더 나아갔다고 인정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아쉬움은 밀도 높은 서사가 주제를 짓눌러버린 아이러니다. 하지만 이건 나만 느낀 것일 수도 있고, 작가가 그려내고 싶었던 진짜 주제는 다른 곳에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br/><br/>이 책은 총 5부로 다섯 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그동네 대형교회의 장로이자 동네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오사장'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종교의 외피를 뒤집어쓴 악의 실세로 보인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현실적으로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단순하지 않다. 나는 평소에 "나에게 실제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내가 아플 때 누워있으라고 하고 설거지를 해준다거나, 돈없고 허기졌을 때 국밥 한그릇 사준다거나 하는 사람이 말로만 사랑한다 하는 사람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오장로는 이런 면에서 부지런한 사람이고 해결력도 뛰어난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섬뜩한 악의 진면목을 외면할 수도 없다.<br/><br/>중심 장소인 용궁장은 그 신도시에서 매우 불행한 이력을 가진 참혹한 장소이다. 지금은 누구도 보살피기 어려운 사람들 몇명의 수용소처럼 되어버렸고, 그런 와중에 화재사고가 나서 입주자들이 다 사망해버렸다. 그 장례식이 바로 눈물 없는, 안도의 한숨이 조용히 번지는 장례식이었던 것이다.<br/><br/>5부의 이야기를 통해 그 사건의 전모가 조금씩 드러나는데, 그걸 확인하는 독자는 몹시 괴롭다. 오장로 뿐 아니라 다른 화자들까지 오장로의 굳건한 종교적 껍데기 속으로 편입하려 애쓴다. 그 안에 엄청난 것들을 다 묻은 채. 심지어 방화 살인까지도. 물론 그 방화는 누구에게는 나머지 삶의 행복을 보장해 주었지만.ㅠㅠ<br/><br/>세상이란 이다지도 단순하지 않으며, 뒤섞여 뭉쳐버린 컬러점토처럼 악을 분리하기가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이런 소설을 읽으며 나는 이 나이에도 세상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만 든다. 작가님은 보이지 않는 눈으로도 참 많은 것을 보셨구나 하는 생각도. 좋았던 책으로 꼽기는 어렵겠지만 작가님의 다음 창작도 응원한다. 그때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50/38/cover150/k56213770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503850</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마음, 참 쉽지 않다 - [마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57995</link><pubDate>Tue, 05 May 2026 00: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5799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317968&TPaperId=172579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646/90/coveroff/893231796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317968&TPaperId=1725799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마음</a><br/>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06월<br/></td></tr></table><br/>예전부터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책이 도서관에서 자주 눈에 띄었는데 다음에 다음에 하고 미루다가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세상을 떠난지도 100년이 넘은 작가다. 그런데 요즘 작품이라고 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듯하다. 물론 생활상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인간의 내면 측면에서 말이다. 제목 또한 &lt;마음&gt;이다. '심리' '자아' '고뇌' '정신' 등등을 포괄하여 가장 적당한 제목이라 생각된다.<br/><br/>화자는 한 대학생인데 중심인물은 그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한 중년의 남자다. 우연히 만나 호감을 갖게된 선생님을 화자는 유난히 따른다. 선생님은 타인과의 교류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자신을 따르는 화자를 굳이 내치지는 않는다. 아니, 마지막에는 자신의 '마음'을 상세히 서술한 편지를 화자에게 남긴다.<br/><br/>그게 '유서'라는 게 슬픈 점이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심리묘사는 관찰자나 전지적시점이 아닌 자기고백으로 이루어진 셈이다. 이 책은 세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선생님과 나 2.부모님과 나 3.선생님의 유서) 이중 1,2는 학생이 화자이고 3은 선생님의 서신이다. 화자가 선생님을 좋아하면서도 선생님은 왜 조용하실까, 왜 어두우실까, 사회생활을 안하실까 등 이해하지 못했던 의문에 대한 대답이 그 서신에 들어있다.<br/><br/>그리고 두 사람의 죽음이 들어있다. 그게 모든 것이라 슬프다. 그리고 그 평생의 고뇌에 대한 마지막 결론이 자살이라는 점도 슬프다. <br/><br/>선생님에게는 예쁘고 상냥한 사모님이 있었는데 그녀는 대학생시절 하숙집의 딸이었고, 선생님이 끌어들인 친구 K가 어느새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하숙집 주인(그녀의 어머니)을 통해 청혼했는데, 그게 참 졸렬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젊은시절 누구나 부족한 처신을 하지 않나.... 그러나 만회할 수 없었다. K가 자살해 버렸으니.<br/><br/>선생님은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와 결혼은 했지만 심리적 고통과 평생 싸우며 산다. 그 과정을 기록한 '유서'는 그래서 길다. 언제나 당위가 앞서는 나는 이 책이 참 힘들었다. 결국 그게 결론인가 라는 생각과 제일 불쌍한 사람은 사모님이네 라는 생각이 앞서서 이 책에 가득한 심리묘사를 깊이 들여다보진 못했다.<br/><br/>마음, 그게 참 쉽지 않다는 생각만 든다. 이제 고양이...를 읽어볼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8646/90/cover150/893231796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6469018</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뒤늦게 양귀자 작가님 소설을 정독해봄 - [모순 - 개정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53762</link><pubDate>Sat, 02 May 2026 15: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5376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8441012&TPaperId=1725376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584/37/coveroff/8998441012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8441012&TPaperId=1725376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모순 - 개정판</a><br/>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04월<br/></td></tr></table><br/>1998년에 나온 이 책이 쭉 그랬는지 역주행하는 건지 순위권에 있길래 나도 읽어봤다. 그시절 책이 아직도 읽힌다는 건 왠지 기분이 좋은 일이라서 말이다. 그때의 나는 아가들이 딸린 젊은 엄마이자 초짜 직장인이었고, 소설을 읽을 여유는 없던 시절이었기에 못읽고 넘어갔었을 거다. 그 전에 나온 &lt;원미동 사람들&gt;은 학생때라 읽었던 것 같은데, 너무 오랜 과거라선지 기억이 거의 안난다. 결국 수십년이 지나서야 양귀자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으로 정독한 셈이다.<br/><br/>더 찾아 읽어봐야겠다 생각할만큼 감탄할 필력을 갖추셨다 생각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마음에 꼭 들었던 건 아니다. 작품성으로 보면 별 다섯개를 누르지만 동의로 치면 네 개, 아니면 세 개...? 하지만 내가 동의되어야만 좋은 책인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맞는 작품이 나와야할 만큼 내 생각이 인류보편적인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동의든 비동의든 생각과 말이 흘러나오는 작품은 의미가 있는 거니까.^^<br/><br/>워낙 포인트가 많아서 그중에 몇가지만 써볼까 한다.<br/>1. 양감 (볼륨)<br/>초반에 인생의 볼륨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30년이나 전에 쓰신 이 표현이 지금의 나를 사로잡았다. 화자인 안진진은 첫 장에서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br/>"내 인생의 볼륨이 이토록이나 빈약하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절망한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이 없다는 것이다." (15쪽)<br/>인생의 양감. 그건 어떻게 주어지는 것인가. 이것만 가지고도 긴 토론이 가능할 것 같다. 작가가 안진진의 어머니를 통해 보여주는 답은 '불행'인 것 같다. 다르게 말하면 고생(고난)이겠지. 고난이 인간을 성숙시킨다는 점에 동의한다. 아파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을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다는 말도. 그런 면에서 어린시절부터 엄마 치마꼬리 붙잡고 큰 풍파 없이 살아온 나의 인생 볼륨은 아주 빈약하다. 납작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풍족하게 자란 건 아님ㅎ) 이 책에서 어머니 자매는 쌍둥이로 나오는데, 이 쌍둥이의 갈라진 인생을 통해 작가는 대비를 극대화한다. 남편복도 자식복도 없는 고생투성이 엄마의 인생. 모든 것 다 가진 듯한 이모의 인생. 그런데 작가님은 엄마의 인생을 양감 가득한 인생으로, 이모의 인생을 납작 붙은, 혹은 텅 빈 인생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충분히 그럴 수 있고 대체로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동의되지는 않았다. 내가 납작한 쪽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너무나 선명한 대비라서 동의되지 않았달까. 인생은 그렇게나 선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처럼 모순되기 때문에. 모순의 모순. 모순의 모순의 모순.... 이 뒤섞인 것이 세상이라서. 그래서 난 이 극명한 대비가 좀 불편했던 것 같다.<br/><br/>2. 옳지 않음<br/>이모 인생에 양감이 없다 설정했으니 그 자식들 또한 당연히 그렇게 그려냈을 것이다. 부잣집에서 양친부모의 극진한 관심과 지원 속에서 자라 유학중인 사촌들. 그중에 진진과 동갑인 주리를 단둘이 만났을 때, 주리는 진진 동생 진모를 '옳지 않다'고 표현했다. (진모로 말하자면 스스로 같잖은 조폭 놀이를 하다가 살인미수를 저지르고 그나마 엄마의 헌신으로 간신히 합의되어 지금 짧은 옥고를 치르는 중)<br/>"진모 일은 너무 안됐어. 하지만 진모가 한 일은 정말 옳지 못한 거야. 그런 짓을 하면 안 되잖아. 나는 정말로 모르겠더라. 진모가 왜 그렇게 살고 있는지 이해하기가 힘들어." (173쪽)<br/>이 말에 안진진은 주리와 바로 벽을 쳤다. 내가 주리라면 딱 첫문장만 말하고 다음은 생략할 거 같긴 하다. 해봤자 소용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옳음, 옳지 않음으로 접근해서는 상대방과 절대 소통할 수 없다. 하지만 내용 자체는 난 주리 말에 동의한다. 납작한 인생을, 즉 평탄한 인생을 살아서 세상을 모른다고 판단할 자격도 없나?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생이 단순하지 않다는 건 맞지만, 그래도 하지 말아야 될 선택은 있는 거다. 그걸 지적했다고 비난받는 게 내가 비난받는 것처럼 약간 모욕적으로 느껴졌다. 오히려 진진의 비난이 나는 더 수용하기 어려웠다.<br/>"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173쪽)<br/>악도 악 나름이지 진모처럼 가당찮은 겉멋에 빠져 인생 낭비하다 저지른 죄악에 무슨 저런 의미씩이나? 나는 이 부분을 진진의 몸부림이라고 해석했다. 이게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봤다면 책을 덮었을 것이다. 주제 자체가 치기에 빠져있다고 볼 수 있으니. 설마 그건 아닐 거라고 본다. 진진의 아버지에 대한 합리화 또한 몸부림이라고 난 해석했다. 왜냐면 동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br/>"아버지는 다른 아버지들이 한평생 살고도 못 가르쳐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었어. 그것으로 이미 우리 아버지는 자식에게 해줘야 할 의무를 다했다고 봐." (177쪽)<br/>알콜중독자에 엄청난 가정폭력을 자행하고 부양의 의무도 저버린 아버지를 변호하고 싶은 몸부림을 주리가 알고 "그래" 하고 넘어갔으면 좋으련만 재반박하는 주리. 그점은 딱하긴 한데, 말인즉 틀린 말이 아니라 이거야. 그런 인간한테까지 의미있는 서사를 애써서 줄 건 없다는 거야 내 말은..... (어휴, 내가 이렇게 납작하네^^;;;;)<br/><br/>3. 존재감<br/>이 낱말은 직접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앞의 '양감'이란 말과 더불어 나에게 많이 떠오른 말이기에 적어본다. 진진의 엄마는 사고가 터질수록 삶의 활기를 찾고 힘이 넘친다. 아들이 저지른 사고, 죽었나 싶게 몇년간 안돌아오다 거지꼴이 되어 돌아온 남편 등... 여기서 활력을 낸다는게 불만은 아니다. 다행이고 고마운 거지. 문제는 이모... 착한 이모는 안진진네한테 도움을 많이 주었고 안진진을 예뻐하며 마음도 잘 나눈다. 이모부는 재미없지만 풍요로운 가정을 만들어주는 사람이고 아이들도 엘리트코스를 이탈없이 잘 가는 애들이다. 하지만 이모는 마지막에 '불행했다'고 자신의 삶을 규정했고 마침내 극단적인 선택을...ㅠ 이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존재감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없으면 안된다, 내가 꼭 필요하다는 확신. 그게 객관적 행불행을 확 뒤집는 절대적 요인으로 이 작품에서 그려진 것 같다. 대체로는 인정하나 이렇게 극단적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 이거야말로 납작한 설정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존재감이란 그런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너무 단순하게 다루어졌다고 생각한다.<br/><br/>4. 선택과 나아감<br/>스물다섯이라는, 지금시대론 어리지만 98년에는 그럴만한 나이에 진진은 결혼을 생각하며 두 남자를 만난다. (의도적인 양다리는 아니었기에 비난할 생각은 없다.) 누굴 선택할지 독자들이 끝까지 궁금해하도록 이 선택은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 이 선택 또한 '모순'이란 제목의 정점을 찍는 선택이다. 마치 내내 A를 지향해놓고 "음 그런데 나는 B를 선택하겠어." 하는 느낌이다. 딱히 반감은 들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다 이런 느낌이랄까.ㅎ 이 책이 보여주는 삶의 '모순'에 너무 젖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앞에서 말한 동의 못하는 지점들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작품을 인정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인 것 같다. 이런 모순을 인정하고, 실수를 예견하면서도 삶의 발걸음을 내디딘다는 것.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에.<br/><br/>네 가지 말했는데 글이 길어졌네.... 여기까지만 쓰고 다음으로 '희망'이라는 책을 읽어보고 싶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584/37/cover150/8998441012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843736</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난 권력욕 없는 사람이 좋아 - [셋이 되어 버렸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49184</link><pubDate>Thu, 30 Apr 2026 16: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4918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42137853&TPaperId=1724918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70/20/coveroff/k84213785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42137853&TPaperId=1724918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셋이 되어 버렸다</a><br/>김화요 지음, 근하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04월<br/></td></tr></table><br/>고학년 여학생들의 관계 문제를 다룬 동화책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이 책도 제목을 보는 순간, '아~ 대충 알겠다' 이런 느낌이었다. 게다가 더이상 나에게는 관심사도 아니기에 읽을까말까 하다가 감기로 집에 틀어박힌 날, 한번 꺼내서 넘겨봤다. 오, 의외로 잘 넘어가서 다 읽어버렸다. 내용도 뻔하지 않았다. 주제를 상당히 잘 다룬 작품이며 직면할 지점도 잘 짚어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내가 그럴 일은 없지만 고학년 여학생들과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면 이 책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내 생각과 같아서 속이 시원했던 것도 있다.<br/><br/>화자인 손여울은 6학년 첫날 잔뜩 긴장해 있다. 대다수의 고학년 여학생들이 이렇다고 들었다. 나는 뭘 그렇게까지 할까 생각하는데 걔네들 생각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3월 초는 그들의 '소속'을 결정짓는 기간이다. 1년간 몰려다닐 그룹, 그리고 안전한 '단짝'을 만들고 고정시키는 기간인 것이다. 여기에서 도태되면 1년이 괴롭단다. 그래서 이 보이지 않는 움직임은 매우 치열하다고 한다.<br/><br/>소극적인 여울이에게 다행히도 자은이가 말을 걸고 옆자리에 앉았다. 귀엽고 활기차고 애교가 많은 아이였다. 둘은 첫날부터 같이 하교한 것을 시작으로 완전한 단짝이 되었다. 여울이가 바라는 것이 다 이루어진 듯했다.<br/><br/>하지만 자은이는 여울이와 다른 점이 많았다. 그중 독자들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하는 성향이 있었으니 바로 '급'을 따진다는 것이었다.<br/>"성준희가 신다빈이랑 다닐 급은 아니지."<br/>이런 식이다. 자은이가 나눈 급에서 최상위에는 늘씬하고 예쁜 신다빈이 있다. 그리고 자신도 어디쯤에 위치한다. 급이 낮은 아이가 위의 급과 어울리려고 하는 것을 '주제에?' 이런 느낌으로 본다.<br/><br/>헉, 철렁했다. 두가지 이유에서다. 아이들을 가르치던 시절에 유난히 이런 느낌을 많이 받은 해가 있었다. 당연히도 그해는 몹시 힘들었다. 다음으로는 이런 마음이 나에게는 없던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급'이란 말을 직접적으로 쓰진 않는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누군가는 우러러보고 누군가는 업신여기는, 다르게 말하면 누군가의 접근엔 감지덕지하고 누군가의 접근엔 어딜 감히? 라며 불쾌해하는 마음이 내 안에 있지 아니한가? 이것은 어쩌면 다스려야 하는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한다. 오죽하면 인간들은 신분을 만들었을까. 이제 발전된 사회가 되어 제도는 폐지되었지만 무형의 신분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것이 바로 자은이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급'이다.<br/><br/>이것은 권력과도 관계가 있다. 인간의 권력욕은 역사가 증명한다. 모든 살육과 배신, 비정함이 다 권력욕에서 비롯되었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그 크기는 개인차가 큰 것 같다. 분명한 것은 권력욕이 강한 사람은 '다루기 힘들며'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나는 학급이 구성되면 가장 먼저 이 권력관계를 파악했다. 별다르게 불거지는 게 없으면 그 해는 안심했고 눈에 띄는 권력관계가 있으면 늘 주시하며 억제하려 애썼다. 소위 권력추구형 여왕벌이 있고, 자신을 그 급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권력의 콩고물이라도 얻어먹고 싶은 아이들이 시녀를 자청한다. (용어가 그런것이고 여성에게 국한된 것은 아님)<br/><br/>이 책의 신다빈은 권력욕을 거칠게 표출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급'을 당연하게 여기는 아이다. 얘한테도 단짝이 있었기에 관계는 평행한 듯했으나.... 구조가 바뀌는 일이 생겼다. 신다빈 단짝이 전학을 간 것이다. 이후 자은이는 최상위 '급' 신다빈의 시녀를 자청했고, 그래서 [셋이 되어버렸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이다.<br/><br/>그 틈바구니에서 여울이가 한 고생이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그게 다인줄 알았던 여울이에게 '새로운 인간형'들이 나타났다. 이게 이 책의 가장 신선한 점이고 나도 이 부분 때문에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br/><br/>준희와 수아라는 두 아이는 언뜻 단짝으로 보였으나 경계는 없었다. 한마디로 쿨했다. 오는 사람 막지 않으니 따뜻하면서 쿨하다고 할까. 걔네들은 여울이의 호의에 경계없이 고마워했고, 장점을 발견하면 시기없이 칭찬해주었다. 모둠발표까지 성공적으로 하고난 후 함께 다니게 되자 여울이가 조심스레 물었다.<br/>"내가 끼면 홀수가 되니까, 그게, 괜히 불편해질까 봐."<br/>그러자 아이들의 대답들이 넘 좋았다. 아, 난 늘 이런 아이들을 찾고 있었던 것 같아.<br/>"셋이 다니면... 좋은 점이 더 많을 것 같은데. 둘이 있을 때보다 화제도 다양해지고, 혹시 둘 사이에 오해가 생기면 한 명이 중재도 해 주고."<br/>"그리고 세 명이면 메뉴도 세 개 시킬 수 있음. 그럼 세 가지를 맛볼 수 있는 거니 이득."<br/>"우리는 너랑 더 친해지고 싶고, 그래서 같이 다녔으면 좋겠는데. 숫자가 중요한가?"<br/>그렇다. 둘이든 셋이든 뭐가 더 좋다는 법은 없다. 얘네들이 넷이 되지 말란 법도 없고 누군가 자연스럽게 빠지면 또 둘이 될 수도 있는 거고.... 문제는 관계 자체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br/><br/>준희와 수아를 보니 떠오르는 아이들이 있다. 눈에 띄는 (자은이 말대로 급이 높은) 아이들은 아니었지만 교실을 유연하게 채워주던 아이들. 언제나 깍두기들을 품어주던 아이들. 교사인 나조차 내 걱정을 솔직히 말해도 되었던, 그 틈을 살며시 채우고 아무것도 아닌듯 태평하던, 딱히 칭찬도 바라지 않던 그 아이들.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웠던가.<br/><br/>이 책은 이런 아이들의 가치를 높여주어서 내 마음에 딱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권력지향성 또한 천성인 것을 어쩌면 좋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의미가 있다. 그럴수록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성찰은 평생 해야 한다. 이 말이 이해가 안가면 부모님께 노인정 이야기를 좀 들어보면 단번에 이해 갈걸? 아이들도 노인들도 평생 돌아보아야 할 관계 이야기를 이 책은 요란스럽지 않게 잘 담았다. 부디 모두들 관계 속에서 평안하시길....]]></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70/20/cover150/k84213785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0702016</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연대하는 가시 - [돌말의 가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44281</link><pubDate>Tue, 28 Apr 2026 20: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24428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92137645&TPaperId=172442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59/35/coveroff/k89213764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92137645&TPaperId=1724428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돌말의 가시</a><br/>김영주 지음 / 서유재 / 2026년 04월<br/></td></tr></table><br/>동명의 작가님들이 많으신 것 같다. 내가 알던 김영주 작가님만 해도 남녀 각각 한분씩 계셨다. 그분들 중 누굴까 하면서 봤더니 또 다른 분이었다. 책도 많이 내신 분이네. 좋은 작가님들도 많고 읽을 책들은 더더욱 많다.^^<br/><br/>작가가 어떤 소재를 발견해내고 그 고유의 특성에 따라 작품의 주제를 표상할 상징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그건 큰 행운인 것 같다. 이 책의 '돌말'이 바로 그러하다. 돌말. 들어는 봤는데 뭔지 잘 몰랐다가 검색해봤더니 식물성 플랑크톤이었다. 먹이사슬의 베이스에 위치하는, 맨눈으로는 보기 어려운 작은 생물.<br/><br/>그 돌말을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가시가 있는 종류가 있는데, 그들은 그 가시로 서로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깍지를 낀다고 한다.<br/>"돌말은 서로의 가시를 붙잡고 깍지를 껴.<br/>그렇게 하나둘 모여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지.<br/>보석처럼 빛나는 무늬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br/>세상이 살만해 보이더라."<br/>이것이 이 소설의 중심 이미지이다. 돌말을 관찰해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상상할 수 있다. 인간의 시력으로 볼수 없는 미시세계의 환상적인 이미지를. 그 한 장면으로 풀어간 이 청소년 소설은 그 이미지만큼이나 섬세하고 아름답다.<br/><br/>주인공들의 처지가 밝은 것은 전혀 아니다. 처음부터 한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버린 사건이 나와서 흠칫 놀랐다. 결말까지 이 아이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버릴 수가 없었다. 나머지 아이들은 이 과정들을 통해 성장했으니 그래도 괜찮았어... 할 수는 없었다. 누구에게나 생명은 하나뿐이니까. 슬픔이란 자국은 지우지 못하고 그냥 안고 가는 것이다. 뒤늦게 알게된 그 아이의 마음에 남은 사람들은 안타까움과 후회가 남지만 그것도 그것대로....<br/><br/>민주의 죽음 때문에 서로 잘 모르던 세미(화자)와 수현(남학생)이 엮여서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수현이는 얼핏 돈독이 오른 비인간적인 놈으로 보이는데, 세상에 의지할 데라곤 한 군데도 없이 혼자 힘으로 서야 하는 보육원 출신 자립청소년이다. 그가 무슨 일이든 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건 그나마 건강한 지표라고 하겠다.<br/><br/>세미로 말하자면 부모님은 계시지만 아빠가 빚쟁이... 돈사고의 고충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것이다. 수없는 이사와 늘 긴장해야 하는 형편은 아이를 고립시켰다. 부모님께도 친구들에게도 속마음을 말하지 않는 까칠한 아이로 성장시켰다.<br/><br/>말하자면 각자의 아이들은 가시를 잔뜩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랐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가시를 '돌말의 가시'에 대입시켜 공격의 가시가 아닌 연대의 가시로 만든다. 이상적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연대하는 이들은 팔자가 좋아서가 아니다. 그들이 깍지를 낀 모습들은 작가가 제시하는 이 돌말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다.<br/><br/>적절한 어른 조력자가 나오는 것이 이 소설의 특징이자 다행스러운 점이다. 담임선생님의 친구 선홍쌤. (담임선생님이 소개) 동네 후미진 서점에서 아이들과 과학동아리를 하고 관찰샘플을 채취하고 정리하는 일들을 하는. 실속없는 일은 절대 안하려는 나랑은 너무 달라서 선뜻 이해는 가지 않지만 이런 넉넉한 마음의 어른들이 그나마 아이들을 살린다. 아이들 자체의 자생력도 있긴 하지만 어른의 존재도 필요하다.<br/><br/>현미경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를 작은 세상에 감탄해마지않을 아름다운 형상이 있다. 저마다의 세상이 모두 이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아름다움에 현미경을 대어준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표지에 보일듯말듯한 제목마저도 그 이미지와 함께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59/35/cover150/k89213764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0593540</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