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기진맥진님의 서재 (기진맥진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at, 04 Apr 2026 05:05:25 +0900</lastBuildDate><image><title>기진맥진</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A_021.gif</url><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기진맥진</description></image><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심리적 고통의 집요한 총망라 - [남극]</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93301</link><pubDate>Thu, 02 Apr 2026 23: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9330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034089&TPaperId=1719330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079/65/coveroff/k75203408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034089&TPaperId=1719330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남극</a><br/>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2월<br/></td></tr></table><br/>도서관 신간코너에 이 책이 꽂혀 있는데 작가 이름이 클레어 키건? 남이 집을세라 얼른 집어들었다. &lt;이처럼 사소한 것들&gt;과 &lt;맡겨진 소녀&gt;를 읽었으니 이 책이 세번째인가보다 했는데 아니었다. 이 책은 다섯번째, 내가 몰랐던 두 권이 더 있었다. 그런데 출간 순서는 쓴 순서와 다르다. 우리나라에선 다섯번째로 출간된 이 책이 작가가 가장 먼저 쓴 책이라고 한다. 2,30대의 젊은 시절에.<br/><br/>그래서 그런가..... 앞서 읽은 두 권에서는 상황은 열악할지라도 믿을만한, 완벽한 선인은 아니라도 고민하며 따뜻하게 살아가려 애쓰는 인물들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저 서늘하고 가혹하기만 하다. 젊은 시절 매서운 눈매로 세상을 보던 작가가 나이가 들면서 빛의 따스함을 조금씩 넣기 시작한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그 책들도 문체가 부드럽지는 않았다. 매우 절제된 언어로 간결하게 표현되었다. 하지만 독자들은 차갑고 절제된 언어 사이에 따스한 공간들을 제법 만들 수 있었고 비교적 짧은 그의 작품들을 풍요롭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역순으로 본 셈이긴 하지만 한 작가의 작품 세계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너무 무섭긴 했지만.ㅠ<br/><br/>간결함이 특징인 작가는 단편 길이도 여느 책들보다 짧아서 300쪽 남짓 되는 이 책에 실린 단편이 무려 15편이나 된다. 짧아도 어느 하나 가벼운 게 없어서 읽는데 시간은 제법 걸렸다.<br/><br/>첫번째이자 표제작인 [남극]부터가 입을 틀어막을 섬뜩함을 선사했다. 작가가 '바람피면 골로간다' 이런 정도의 주제로 작품을 쓰진 않았을 텐데 대체 이게 뭐람? 한 여자가 문득 남편 말고 다른 남자랑 자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맹랑하게도 실행에 옮겼다.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온다는 핑계로 도시로 떠났다. 의도한 대로 착착, 남자도 만났고 만족한 시간도 보냈고... 하지만 그녀는 집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이게 형벌이라면 형벌치고는 너무 가혹하지.... '바람 피우지 말고 정숙하게 살아라'도 아닌 것 같고 '모험 걸지 말고 살던 대로 살아라'도 아닌 것 같은데 대체 뭐지? 하룻밤 함께했던 여자에게 그녀의 입으로 말했던 지옥을 그대로 선사하는 남자는 대체 어떤 인간인가? 세상에는 저런 인간이 어느정도 비율로 존재하는 것일까? 혹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게 아닐까? 이 작품은 이처럼 세상과 인간에 대한 공포심과 경계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녀의 최후는 나오지 않았고 최후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만약에 최후라고 한다면 그건 어떤 최후일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총질 칼질만 무서운게 아니다. 이런게 더 무서운 것 같아. 어휴.ㅠ<br/><br/>[키 큰 풀숲의 사랑]에서 사랑은 말하자면 불륜이다. 아내 있는 의사와의 사랑. 이 작품에선 잔인하거나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사랑의 측면에서 본다면 아프다기보다 어정쩡하다. 오히려 그래서 슬프달까... 남자는 아내한테 들켰고 가정을 선택했고 여자한테는 10년 후를 기약했는데... 그리고 그 약속은 10년이란 세월에 빛바래고 바스라져 버렸을 수도 있었는데, 의외로 그들은 거기에 왔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의 어색하고 민망한 구도가 사랑의 모양이 참 별로라고 알려주는 듯.... 풋풋한 청춘사랑이 아닌 담에야 사랑이 로맨틱하긴 어렵다. 오히려 모냥빠지고 비루하다. 어느 순간에는 '깨게' 된다. 이 작품이 말해주는 서늘한 현실은 이것일까? 확실히는 모르겠다.<br/><br/>[진저 로저스 설교]도 내게는 순위권으로 끔찍했다. 화자인 여자아이는 막 사춘기에 들어선 소녀이고, 내가 보기엔 성적 호기심이 강렬한 아이인 것 같다. 그집 농사일을 많이 돕던 아저씨가 폭설로 하루 그집에 묵던 밤 어떤 일이 일어났고 이후 아저씨는 목을 매었다. 근데 어리둥절한 점은 그 가족이 춤추고 놀면서 이야기가 끝난다는 거야. 마치 필사적으로 즐거우려고 하는 사람들처럼.... 이 작가는 '필요없는 문장은 하나도 쓰지 않는다' 라는 평이 있던데, 그렇다면 문장을 굉장히 경제적으로 쓴다는 것이고 계산되어 있다는 뜻도 되겠다. 그런 관점에서 난 한 문장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데 "부모님이 미리 이야기를 나눴음을 깨닫는다. 세워둔 계획이 있는 것이다." 라는 문장이다. 이어서 오빠에게 춤을 가르치는 내용이 나와서 그얘긴가 하고 슬쩍 넘어갈 수 있겠지만 왠지 그 문장이 도드라졌다. 오빠의 비난의 눈길과 달리 부모님은 어떤 내색도 하지 않았지만 모든걸 알고 있으며 그 흔적을 지우려고 하는게 아닐까.<br/>세상에 가해자 역할이나 억울한 입장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대체로 경향성은 있다. 물리적 우위에 있는 남성과 어른이 주로 가해자 쪽에 있다. 하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는 걸 간과하고 프레임대로만 판단했다가는 큰일을 치를 수 있다. 그치만 이게 입증이 쉽지 않고, 영원한 비밀로 묻히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세상 일이란게 이렇게 어렵다. 애건 어른이건 남자건 여자건 뻔뻔한 쪽이 갑이고 여린 쪽이 을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상이 그래서 잔인한 거 아니겠어. 이렇게 서늘한 이야기가 또 한 편.ㅠ<br/><br/>읽다보니 살짝 희망적인 작품도 발견하긴 했다. [화상]이라는 작품이었다. 아 근데 그건 다 읽고 나서 마지막에 발견한 한줄기 카타르시스이고, 그 과정은 너어무 끔찍해. 소재가 바퀴벌레이기 때문이었다. 한마리만 발견해도 잠을 못 자는 내게 그 근원지를 터뜨려 쏟아져나오는 바퀴벌레떼에 대한 묘사는 너무 고문이었단 말이지... 와 작가님 젊었을 때는 정말 장난아니셨구나....ㄷㄷㄷ 그래도 새엄마를 아직 어색해하는 재혼가정이 바퀴벌레 소탕에 함께 몰두한 장면을 보니 이제 박멸만 하면 깨끗해지겠다 싶기도 했다. 그렇게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바퀴벌레를 소재로 넣은 건 너무 악취미다 싶긴 했지만 희망의 극대화다 이렇게 해석해도 되려나? 내맘대로.^^<br/><br/>첫 작품 [남극]과 유사한 섬뜩함을 담은 작품도 있었다.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화자가 누군가한테 말하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 화자가 여자라고 느낀 건 나의 착오일까? 작가의 유도였을까? 심지어 본인이 어부라고 소개했는데도 난 여자 어부네... 라고 생각했다는....;;; 중간쯤에 남자인 걸 깨달았는데, 그는 살인 범죄자에게 말려들어서 그의 배로 단둘이 바다 위에 있었다. 배도 그의 배이고 범죄자는 수영도 못하는 사람이니 뭔가 방법이 있을 것 같았지만 결말은 [남극]의 그녀와 비슷한 신세... 진짜 이 작가는 독자에게 긴장감을 넘어 심리적 고통을 안겨주는데 천재적인듯... 화자는 자신의 선택이 '뱀보다 마귀를 선택한 것' 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심리적 배경이 목사였던 아버지가 어린시절 자신에게 행했던 잔인한 처벌 때문이었음을 알려준다. 어릴때 그는 도둑질을 한번 했고, 아버지는 죄에 대한 경고를 아주 섬뜩한 방법으로 했다. 뱀으로... 죄를 지어도 신이 무조건 용서하실 거라는 식의 도덕적 불감증을 가진 종교교육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공포와 죄책감으로 강박하는 교육은 더더욱 끔찍하다. 인간에겐 중간보다 양극단으로 가는 경향이 있는 것일까. 그게 자식을 이와같이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라는 심리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게 만든 건 아닐까. [남극]에서는 조심하지 않아서 파멸한 주인공을 그리더니 여기서는 저지르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늪에 빠진 주인공을 그리는가.... 이러나 저러나 참 지독한 심리극이다.<br/><br/>너무 길어지니 마지막 [여권스프] 한 편만 더 얘기하고 마칠까 한다. 마지막답게 최악의 고통을 그렸다. 나는 고통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이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누군가랑 고통에 대해서 잠깐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가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마음이 힘들대도 신체적 고통을 넘을 순 없는 것 같아." 나도 동의했지만 내가 마음속에 한가지 남겨둔 예외가 있었다. 바로 이 책의 이야기다. 자식의 실종, 즉 자식의 생사를 모르는 것이다. 연인의 배신도, 일의 실패도 시간이 지나면 어찌어찌 아물고 살게 마련이다. 하지만 자식의 실종은 하루하루가 데굴데굴 구르는 고통일 것 같다.<br/>더구나 부부는 이 일에 있어 협력하거나 위로하는 관계가 아니다. 엄마는 아빠에게 "당신이 괜히 요정 얘기를 해서" 라고 원망하며 극도의 증오를 드러낸다. 그 원망의 형상화가 바로 '여권스프'이다. 그게 뭔지는 말 안할래... 아 너무 끔찍하다.ㅠ<br/>인간은 이런 고통 가운데서도 본능적으로 고통을 잊는 '행위'를 하게 되어있나 보다. 아내의 가학행위도 일종의 그런 것 아닐까. 남편도 그렇다. 마지막 문장이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이다. <br/><br/>15편 중에 겨우 몇 편 골라 썼지만 그래도 글이 길어졌다. 한줄평으로 줄이라면 '심리적 고통의 총망라'라고 하겠다. 읽는 동안 재밌었다는 말은 못하겠다. 힘들었다. 하지만 알고 싶은 욕심으로 읽었다. 작가의 작품 경향이 20여년 간 이 책에서 &lt;이토록 사소한 것들&gt;로 옮겨간 과정을 볼 때, 다음 책이 나오면 꼭 읽고 싶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책은 이제 그만 읽어도 되겠다. 이 한 권으로 충분히 경험한 느낌이다. 실제로는 아직 더 있겠지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079/65/cover150/k75203408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0796507</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캄캄한 눈으로 밝은 세상에 - [나의 어린 어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84057</link><pubDate>Mon, 30 Mar 2026 16: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8405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039340&TPaperId=1718405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571/36/coveroff/k02203934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039340&TPaperId=1718405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의 어린 어둠</a><br/>조승리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06월<br/></td></tr></table><br/>&lt;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gt;를 뒤늦게 읽고서 조승리 작가의 책을 더 찾아 읽게 되었다. 이번엔 소설이다. 이책이 작가의 첫 소설이고 며칠 전에 &lt;용궁장의 고백&gt;이란 소설이 새로 나온 것을 보았다. 대충 소개를 훑어보았는데 심상치가 않아보였다. 과연 대단한 필력을 품은 작가였구나!<br/><br/>이 책은 단편소설 네 편과 에세이 한 편이 들어있는 책이다. 각 단편들의 주인공들이 모두 시각장애인이라는 얘기는 미리 들었다. 읽어보니 그 모든 주인공이 작가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말하자면 자전적 소설이라 하겠다. 어느정도 픽션은 추가했겠지만 그게 극히 일부일 것 같았다. 더구나 주인공의 생각이나 감정은 정확히 작가의 것 그대로라고 느껴졌다. &lt;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gt; 책의 다른 버전처럼 느끼면서 읽었다.<br/><br/>첫편 [네가 없는 시작]부터 가슴에 콱 들어와 박혔다. 어린 중고등 시절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이자 지극히 현실적인 이별 이야기이기도 했다. 남자아이도 엄마에게 버림받고 아빠마저 돌아가셔서 가엾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그래도 불안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자신의 불행이 더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밝히는 순간 이 사랑이 끝이라 생각해서 언젠가 다가올 그 끝을 최대한 미루며 안타까운 사랑을 누린다. 혹시나 붙잡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는 헛된 것이었다. 대부분은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떠나간다. 나도 그럴 것 같기 때문에 누구를 비난은 못하겠다. 그렇게 여자아이는 '네가 없는 시작'에 발을 내디뎠다.<br/><br/>두번째 제목은 [내 안의 검은 새]이다. 내 안의 검은 새는 불안과 공포라고 나는 해석한다. 앞이 보이는 내 안에도 검은 새가 있다. 시력을 잃어가는 그에게는 오죽할까.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푸른 하늘을 훨훨 나는 새를 바라본다. 엄마의 품에 안겨서였다.<br/><br/>이 작품 안의 엄마와 아빠는 대조된다. 아빠란 인간의 행태가 너무 화나는데, 사실 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난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 주말부부인 이집에서 농사일은 거의 엄마 차지인데, 엄마가 농사규모를 늘린 다음부터 (아무래도 딸의 앞날 때문이지 않을까) 아빠도 손을 보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엄마는 지치도록 농사일을 하고 들어와서도 식구들 끼니를 챙기고 딸의 마음까지도 챙긴다. 하지만 아빠는 안하던 일 좀 했다고 온갖 생색을 내며 딸에게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이 대비를 보며 나를 생각해 보았다. 내가 아무래도 아버지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아서.<br/><br/>자식이 안타까울 때, 그 마음을 화를 내고 구박하며, 한숨쉬고 한탄하면서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일종의 애정표현이라고들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극히 이기적인 애정표현이라는 걸 (말하자면 애정이라 하기도 어렵다는 걸) 이 아버지를 보면서 깨달았다. 딸은 더욱 움츠러들고 작아지고 자신을 무가치하고 걸리적거리는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마음 속의 검은 새가 더욱 커지는 일이다. 하지만 엄마는 달랐다. 엄마의 사랑은 의지로 가득했고 단호했다. 이 사랑이 자식을 살린다. 부모라고 모두다 이런 사랑은 가진 것은 아니다.<br/><br/>[브라자는 왜 해야 해?]에서 주인공은 그리 불쌍하게 표현되지 않았는데 나는 이 작품이 특히 슬펐다. 성인 장애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그 단면을 조금 본 것 같아서 그렇다. 자신을 지킬 지능을 갖지 못한 성인 장애인들이 얼마나 함부로 취급되어 왔는지, 동시에 주변에 얼마나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하는지 알 것 같아서다. 그 손길이 충당되면 큰 문제가 없겠으나 그렇지 못하다면 당사자도 주변인들도 다 괴로운 게 현실이다. <br/><br/>주인공이 특수학교(맹학교) 기숙사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 야무지고 머리가 좋기 때문에 역할이 많이 주어져 여기서 '부장님'으로 통한다. 맹학교지만 성인 중복장애 학생들을 받았다. 주인공의 기숙사에도 두 명의 언니가 있다. '브라자는 왜 해야 하냐'고 하루종일 묻는 부희 언니가 그 중 한명이다. 가끔 다녀가는 부모들을 보며 주인공이 품는 씁쓸함이 곧 독자의 씁쓸함이다. 이 작품이 가장 실화 같았다. 작가님의 특수학교 시절 경험이 반영된 것 같다. 주인공의 성정도 실제와 가장 비슷한 듯하다. 야무지고 부당함을 참지 못하는 '부장님'.<br/><br/>마지막 [나의 어린 어둠]도 작가의 수기 같았다. 바쁜 농사꾼인 엄마의 딸로 지낸 어린시절부터 눈의 질병을 알게되고 받아들이는 시기까지의 이야기다. 엄마의 사랑을 대표하는 '호박부침개'가 오감을 자극한다. 따도따도 끝이 없는 고추밭의 암담함에서 농부의 고단함을 실감하고, 자전거를 사랑했던 아이에게서 작가의 성정을 본다.<br/><br/>소설 뒤에는 에세이 한 편이 추가되어 있다. 쓰는 열망이 살아났다 식었다 하다가 맹렬하게 끓어오르는 과정을 잘 보여주었다. 그 열망이 좋은 열매를 맺어서 정말 다행이다. 좋은 선생님이자 공감하는 독자인 스승을 만난 것도 다행이다. 무엇보다 본인의 노력과 끊이지 않는 이야기의 씨앗이 계속 움트고 있기 때문이다. 첫문단에서 언급한 신간소설도 그렇게 해서 나왔으리라.<br/><br/>"나는 캄캄한 눈으로 세상 가장 어두운 곳의 이야기를 밝은 세상에 내놓겠다고 다짐한다."<br/>마지막 문장이다. 든든한 느낌으로 진심을 다한 응원을 보내드린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571/36/cover150/k02203934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5713665</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감사하며 살아가는 무해한 사람들 - [쓰가루 백년식당]</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75300</link><pubDate>Thu, 26 Mar 2026 17: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7530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6047168&TPaperId=1717530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114/70/coveroff/897604716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6047168&TPaperId=1717530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쓰가루 백년식당</a><br/>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04월<br/></td></tr></table><br/>동화작가는 좀 아는 편인데 소설가들은 잘 몰라서 도서관 갔을 때 서가 앞에 서면 좀 막연하다. 그래서 제미나이한테 한번 물어봤더니 이 작가를 추천해 주었다.ㅎㅎ 내가 어떻게 물어봤냐면,<br/>"일본 소설 별로 안읽어봤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들은 대부분 재밌게 읽었어. 그리고 스미노 요루 작품도 몇권 좋았던 게 있어. 고려해서 다른 작가들 추천 부탁해."<br/><br/>읽어보니 왜 이 작가를 추천했는지 알 것 같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와 무해함? 제미나이는 내 취향을 그렇게 판단했나보다. 뭐 틀린 판단은 아니다.^^<br/><br/>엄청 흥미로운 스토리까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책장이 안 넘어가지도 않았다. 100년식당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4대에 걸친 식당의 이야기인데, 술술 읽히면서 주 화자들의 일상 감정에도 공감이 많이 갔다. 의외로 음식 자체에 집중하는 느낌은 아니었다.<br/><br/>장마다 여러 화자들이 교차되어 나오는데, 식당의 4대손이라 할 수 있는 오모리 요이치가 가장 많이 나온다. 다음으로는 그의 여친인 쓰쓰이 나나미. 그러니까 어떻게보면 연애소설이기도 하다. 현실연애랄까? 우연히 만나고, 호감을 갖고, 연락하고, 만나고, 친해지고 커플이 되고, 알콩달콩하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고, 거기에 오해가 겹치고, 싸우고, 화해하고.... 뭐 그런 이야기들. 나로선 아주 멀어진 시절이지만 자식들 생각도 나고 그들의 현실적 고민이 나이를 떠나 공감도 됐다.<br/><br/>쓰가루 식당은 히로사키라는 시골에 있고 요이치는 독립하여 혼자 도쿄에 산다. 나나미와의 우연한 만남이 운명이 된 것은 둘이 같은 고향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이다. 요이치 부모님은 메밀국수 식당을 하시고 나나미 부모님은 사과 과수원을 하시고. 둘은 대도시에 혼자 와서 살아보겠다고 애를 쓰고 있는 상황.<br/><br/>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나미가 훨씬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존경하는 사진작가의 제자가 되어 조수 역할을 하며 사사를 받고 있으니. 요이치는 광고회사를 다니는 걸로 집에선 알고 있지만 거긴 나온지 오래고 지금은 이벤트 같은 걸 하고 있다. 삐에로와 풍선아트. 난 풍선 공작에 대해서 좀 안좋은 의견을 가지고 있어서 이부분이 살짝 실망되긴 했는데.... 어쨌든 요이치는 뭐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심성도 이쁜 괜찮은 청년이다.<br/><br/>이 둘 외에 중간중간 등장하는 화자로는 아버지인 오모리 겐지 씨가 있고, 1대 할아버지인(말하자면 창업자인) 오모리 데쓰오와 그 부인 오모리 도요 씨도 나온다. (두분도 로맨스가 있음) 고향 친구도 한번 나온다.<br/><br/>젊은 커플의 연애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둘의 진로 때문이다. 나나미가 스승의 인정을 받으며 실력이 늘어갈 때 못난 마음이 되던 요이치가 이해된다. 요이치는 어찌든 도쿄에서 버텨낼 것인가? 나나미가 있는 도쿄를 떠나 백년식당을 이어받아 지킬 것인가?<br/><br/>일본에서는 이렇게 '가업'을 잇는 일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 요즘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훌륭한 맛의 식당이 전통을 이어가는 건 좋지만 꼭 그게 자식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어서.... 혈연관계에 대한 가치는 크게 보지 않지만, 작은 가게의 맛을 소중하게 지켜온 역대 주인장들의 장인정신에는 경의를 표한다.<br/><br/>중간에 굉장히 인상적인 대화가 있어서 적어놓았다. 어떻게보면 눈에 띄게 교훈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너무 진리라고 생각되었다. 이걸 옮겨적고 마치겠다. <br/>"이건 내가 어릴 때, 이 식당을 처음 만든 할아버지한테 몇번이나 들은 이야긴데."<br/>"모든 일의 끝에는 반드시 감사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배웠단다."<br/>"그 말을 생각하면 식당 주인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하루에도 몇 번이나 손님에게 감사합니다, 인사하잖니?"<br/>"고맙다거나 감사하다는 말은 뭐랄까, 좀.... 신비한 힘을 가진 것 같더구나."<br/>나도 이런 마음으로 살려고 애를 써야겠다. 이게 이 책을 읽은 수확이라 하겠다. 이젠 영 헤어졌지만 우리반 어린이들한테 늘 하고 싶은 말도 바로 이거였는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114/70/cover150/897604716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1147050</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챙겨줌을 느끼는 감수성 - [해든 버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72154</link><pubDate>Wed, 25 Mar 2026 13:0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7215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92137703&TPaperId=1717215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49/62/coveroff/k59213770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92137703&TPaperId=1717215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해든 버거</a><br/>동지아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03월<br/></td></tr></table><br/>&lt;해든분식&gt;의 후속편인 것을 척 보면 알 수 있다. 등장인물들도 거의 같다. 2학년 강정인과 주변인들.(가족, 이웃, 친구들)<br/><br/>사실 전편을 읽고 리뷰까지 썼으나 내용을 다 까먹은 참에, 읽다보니 하나씩 생각이 났다. 정인이 엄마는 분식집을 하시지. 거기 신메뉴가 닭강정이었지. 어떤 화제작 드라마에서처럼 여기서도 정인이가 닭강정으로 변신을 했었지. 이번 책도 비슷한 패턴을 유지한다. 변신 판타지도 그대로 반복된다. 말도 안되는 변신이니까 판타지는 맞는데 그것만 빼면 너무 현실동화라서 판타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br/><br/>제목이 해든을 그대로 두고 '분식'을 '버거'로만 바꾸었으니, 닭강정 다음으로 엄마가 내놓은 메뉴가 햄버거인가? 아니면 해든분식 옆에 누가 해든버거를 차렸나? 라는 짐작을 하게 됐는데, 둘다 아니었다. 한가지 짐작은 맞았다. 정인이가 이번엔 닭강정이 아닌 햄버거로 변신한다는 것! 그 변신 스토리 안에 따뜻하고 유쾌한 전편의 느낌이 그대로 이어져 흐른다.<br/><br/>정인이는 엄마가 분식집 일로 바쁘고, 구구단도 잘 못해서 6학년인 언니가 봐주는 신세다. 구박과 설움을 상당히 받을 것 같은 설정이지만 읽다보면 점점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마지막엔 우와 정인아, 너는 진짜로 사랑받는 아이로구나. 너무 충만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한다는 말을 습관처럼 하고, 수시로 포옹하고, 눈에서 하트 뿅뿅이 뿜어져 나와서는 아니다. 다들 일상을 고단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마음써주고 챙겨주는 것이다. 좋아하는 걸 기억해주고, 맛있는 걸 남겨놓고. 이런 사소한 것들이 엄청 중요한 거다.<br/><br/>정인이가 이걸 결정적으로 깨닫는 건 바로 변신되어 있을 때이다. 햄버거로 변해서 식탁위에, 그리고 음식쓰레기통 안에 있으면서. 삼총사 중 두 명이 원플러스원 햄버거를 나눠먹었다는 사실에 살짝 서운함을 느끼던 정인이는 그걸 꼭 사먹고 싶었지만 용돈이 모자랐다. 근데 그걸 언니가 먹었다는 증거를 보게되어 씩씩댄다. 햄버거가 되어서 가만히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네. 언니는 감튀만 먹고 버거는 동생이랑 먹으려고 가방에 넣어놨던 거야! (구구단 봐줄 때는 퉁명스럽고 놀리기도 잘하지만 그렇지도 않다면 현실자매가 아니겠지^^) 삼총사 친구들은 정인이를 기다리며 선물을 나눠가질 궁리를 하고, 엄마 친구 아들 준찬이는 정인이 몫의 음식을 챙기며 정인이가 어디갔나 내심 기다린다. 이런 사랑둥이 정인이!<br/><br/>음쓰통에 처박힌 햄버거, 아니 정인이는 그럼 언제 사람으로 돌아오냐고? 사실 아슬아슬한데 또 별로 그렇지가 않아요. 예고된 해피엔딩이나 마찬가지라서 적당한 때 딱 돌아오게 되어 있으니깐. 언니랑 마주앉아 햄버거를 먹는 그림으로 &lt;해든버거&gt; 이야기는 마무리.<br/><br/>막 엄청난 감동 휴먼 스토리가 아닌 것이 은근히 맘에 들었다. (엥? 무슨 심보일까ㅎㅎ) 닭강정, 햄버거 모두 정크푸드이긴 하지만 어쨌든 맛있는 음식에 버무린 이야기인 점도 좋았다. (이야기에서 맛있다는 느낌이 들면 누구나 좋아한다.) 소소하지만 서로 챙겨주는 마음이 우리를 살게한다는 느낌이 들게 해줘서 좋았다. 나도 나를 그렇게 챙겨주는 사람이 있고, 조금만 노력하면 그런 챙김을 약간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챙김 받았구나에 대한 감수성인 것 같다. 이게 없는 애들이 정말 많거든.<br/><br/>두번째 권을 읽다보니 정인이 이야기도 유은실 작가님의 정이 시리즈나 김리리 작가님의 떡집 시리즈처럼 시리즈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제3, 제4의 변신물을 궁리하셔야겠다.ㅎㅎ]]></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49/62/cover150/k59213770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496216</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애쓰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차려주고 싶은 식탁 - [눈물 대신 라면 - 밥상 앞에선 오늘의 슬픔을 잊을 수 있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68369</link><pubDate>Mon, 23 Mar 2026 18: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6836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032247&TPaperId=171683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675/69/coveroff/k91203224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032247&TPaperId=1716836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눈물 대신 라면 - 밥상 앞에선 오늘의 슬픔을 잊을 수 있지</a><br/>원도 지음 / 빅피시 / 2025년 11월<br/></td></tr></table><br/>일을 그만두고 시간이 많아지면 난 그동안 시간의 부담으로 엄두를 못냈던 벽돌책들을 읽을거라 생각했다. 근데 한달이 가까워오도록 벽돌책은 커녕 독서량 자체가 줄었다. 도서관은 전보다 자주 가는데, 대출했던 책을 읽지도 않고 반납하기도....^^;;; 그리고 일단 편하게 읽을 얇고 작은 책을 집어들게 된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었다. 표지는 새빨갛지, 신간코너에 떡하니 놓여있으니 집어드는 건 백퍼.^^<br/><br/>이 책을 알라딘에서 검색해보니 '음식에세이 주간○○위' 라고 나온다. 이것도 순위를 매길만큼 많은가? 생각하며 눌러보니 줄줄줄... 우와 많구나. 이 많은 중에 내가 접해본 작가는 권여선 작가 정도.<br/><br/>음식에 곁들인 이야기는 친근하고 손이 쉽게 간다. 당연하게도 안 먹고 사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누구나 음식에 대한 추억과 사연이 있다. 공감할 지점들도 많다. 학급 어린이들과 매주 쓰던 주제글쓰기에서 인기주제 중 하나가 기억난다. '맛있는 이야기'라는 제목이었다. 좋아하는 음식이든, 만들 수 있는 음식이든, 가족이 즐겨먹는 음식이든 음식에 대한 아무 이야기나 쓰라고 하면 아주 사각사각 연필 소리가 신이 났었다. 읽을만한 글도 꽤 많이 나왔었고. 나 또한 몇 가지 음식 이야기는 낱말만 던져주면 몇천자쯤 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나만 읽을 글일지언정.^^<br/><br/>이왕이면 재밌고, 오감이 자극되며 그 안에 작가의 인생과 통찰까지 들어있다면 더 좋겠지. 이 책은 그런 방향으로 쓰여진 책 같았다. 다만 독자(나)의 나이가 훨씬 많다보니 귀엽다거나, 기특하다거나, 응원한다 등의 마음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도 나름 좋은 감상이다. 동년배나 인생 선배의 이야기만 들으란 법은 없으니까. 경찰공무원이었다가 전업작가로 전향한 그의 이력도 흥미롭고 아직도 불투명한 진로 앞에서 흔들리는 그를 보며 내 자식과 그 친구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언젠가 장난 반으로 가족 톡에 "나중에 엄마가 죽거나 없다면 어떤 음식이 가장 생각날까요?" 라고 올렸더니 톡을 바로바로 보는 딸은 "난 비빔국수!" 라고 바로 올렸고 아들은 한참 후에 "난 곰탕!"이라고 대답했다.ㅎㅎ<br/><br/>이 작가의 소울푸드는 절친과 만나기만 하면 먹는 조개전골이고, 경상도에서 홀로 상경한 딸을 위해 엄마는 좁은 냉장고가 감당할 수 없게 김치를 보내주고, 작가는 미역국에 소고기 들어간 걸 어색하게 여긴다. 작가네 고향에선 간짜장에 당연하게 계란후라이를 올려 주었다.... 등등 글을 통해 작가에 대한 tmi도 알게 된다. 엄마에 대한 글을 읽다보니 나도 음식으로 엄마를 얘기하려면 할 말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팥시루떡을 무려 집에서 쪘던 엄마, 평생 그만한 걸 먹어본 적 없는 동지 팥죽, 나(딸)보다 아들(외손자)이 더 좋아하는 식혜, 나이 들어서야 참맛을 깨달은 엄마표 약과, 한천이 뭐야? 그런 걸 써서 만들었던 팥양갱 등등.<br/><br/>[라면] 꼭지에서 저자의 성찰에 공감했다. 인스턴트 음식의 대표주자인 라면을 보고 한계가 없는 요리라고 하는 말에 굳이 태클을 걸고 싶지 않다.<br/>"그러니 라면 한 개를 먹더라도 작은 변주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한다. 기쁨에도, 글에도, 삶에도 아직 남은 여백이 많으니까."<br/>남은 여백이 많은 젊음이 부럽지만, 20대도 아니고 30대인 그들에게 젊음은 여유도 아니고 더한 절박함인 경우도 많다. 나도 굳이 그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보통사람도 그런데 창작자들은 더하겠지.<br/><br/>작가는 자신의 전직인 경찰 이력을 굳이 숨기지도 강조하지도 않았지만 그 시기의 경험이 그의 많은 것을 이루었음을 글 속에서 간간이 발견하게 된다. 특히 이태원사고 수습의 경험은 자극적으로 쓰지 않았는데도 파문을 남긴다. 그는 본격 경찰 이야기도 썼는데 독립출판이었던 그 책이 뜨면서 작가로 데뷔했다고 한다. 검색해보니 꽤 많은 책들이 나왔고 모두 경찰 경험이 그 바탕이 된 것 같다. 이 책에 가장 적게 들어간 셈이다.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다.<br/><br/>이 책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해장국 같은 오래된 음식들도 있지만 젊은이답게 불닭볶음면, 마라탕 등도 들어있다. 특히 불닭볶음면이 그렇게나 팔린 줄은 처음 알았네. 난 딱 한번 먹어본 음식이라서.ㅎㅎ 이런 종류의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새삼스레 입맛이 돌면서 낼 귀가길에 마트에 들러 장바구니에 담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음식 속에 표현한 그의 경험과 철학을 본다. 나이가 더 들면 색이 바뀔 수 있겠지만 지금의 색깔 그대로도 멋지다. 고민 속에서 어찌든 나아가고 있는 젊은이들, 특히 창작자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사람들에게 소울푸드를 내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수많은 '식당 서사' 문학들 또한 같은 맥락에서 탄생했는지도 모르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675/69/cover150/k91203224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6756928</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따로 또 같이! - [혼자가 좋은 토끼 하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57914</link><pubDate>Wed, 18 Mar 2026 16: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5791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6724&TPaperId=1715791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695/62/coveroff/k75213672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6724&TPaperId=1715791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혼자가 좋은 토끼 하나</a><br/>신은경 지음, 소보루 그림 / 북스그라운드 / 2026년 02월<br/></td></tr></table><br/>주인공 토끼 이름을 '하나' 라고 지은 이유를 제목에서 바로 알 수 있다. '혼자가 좋은' 이라니. 읽기 전부터 '얘는 내 캐릭터겠는데?' 느낌이 왔다.<br/><br/>하나가 이사하는 날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나는 일부러 숲속 가장 깊은 외딴집으로 이사를 왔다. 친구를 사귀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기적이라고 하기엔 이전의 사연들에 공감이 간다. 그동안의 친구들은 한결같이 힘들었다.<br/><br/>이전의 가치관이라면 "아무리 그래도 친구를 피하면 쓰나!!" 이겠지만 요즘은 워낙 혼자 하는게 어색하지 않은 풍경이라.... 식당을 가도 혼밥자가 반이 넘는다. 까페는 완전 대세고.... 나도 혼자 뭘 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게 누구랑 싸워서도 싫어해서도 아니고 그냥 그게 편해서이다. 이런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지 않을까.<br/><br/>하지만 내가 진정한 고립자냐면 절대 아니다. 나는 은근 의존성이 높은 사람이라 내 옆에 지혜롭고 든든한 사람이 꼭 있어주길 원한다. 아무도 없다는 느낌이 들면 무척 당황하고 불안할 것이다. 나의 감정이 일반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조용히 혼자있는 시간도 배려해 주되, 필요시 긴밀히 연대도 하는 것이 요즘의 가치관으로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옆집 숟가락 갯수까지 안다는 옛날 이웃들의 관계가 요즘의 나에겐 너무 끔찍한 방식이다. 예상치 못한 시공간에 불쑥불쑥 들어오는 게 너무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을 높이 세우고 그 성 안에 갇히는 건 그보다 더 끔찍하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관계는 딱 요즘의 스타일에 맞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말하자면 "이런 책도 나올 때가 되었어!" 라는 것이다.^^<br/><br/>"친구를 사귀지 않겠어!" 라는 하나의 결심은 예기치 않은 일들로 자꾸만 어긋난다. 할머니의 선물인 당근쿠키가 통째로 사라지면서 용의자가 생기고 이어서 친구도 생긴다. 세상 일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토끼 하나는 까마귀, 돼지, 사슴, 두더지와 새 집의 식탁에 둘러앉아 작은 티파티를 한다. 어둑해지자 시간 끌지 않고 미련없이 인사하며 다음을 기약하는 것도 인상적이다.<br/><br/>딸 아들이 다 독립해서 가끔 온다. 온다고 하면 맛있는 거 하나라도 준비하는 손길이 즐겁다. 가고 나면 한편 홀가분하다. 그래서 내가 이랬다.<br/>"오면 와서 좋고, 가면 가서 좋으니 얼마나 행복하냐~!!"ㅎㅎ<br/>이 책은 요즘 시대의 적정한 관계 설정을 저학년 수준의 동화로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펼쳐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거부감없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695/62/cover150/k75213672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6956209</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축제로 가는 길 -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53927</link><pubDate>Mon, 16 Mar 2026 16: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5392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62939047&TPaperId=1715392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696/25/coveroff/k962939047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62939047&TPaperId=1715392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a><br/>조승리 지음 / 달 / 2024년 03월<br/></td></tr></table><br/>제목이 낯익은 걸 보니 무척 유명한 책이었다. 도서관에서 누가 방금 반납한 듯 북트럭 위에 있길래 집어들었다. 내용은 내 예상을 넘어섰다. 얼마전에 시각장애인 김한솔씨의 책 두 권을 읽었는데 이 작가님도 시각장애인이었다. 여성이란 점이 다를 뿐, 10대 때부터 발병하여 후천적 장애인 것도 같았다.<br/><br/>제목부터 작가님의 성깔(?)이 느껴진다.ㅎㅎ 어릴 적부터 한성격 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까다롭고 못된 성격이란 뜻이 아니고 자신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대우를 참지 못하고, 아닌건 아니라고 꼭 말하기 때문이다. 깊은 시골 집성촌에서 살던 어린시절의 이야기는 아주 옛날얘기 같았다. 작가님이 나보다 훨씬 젊으신데도 말이다. 장애가 없던 시절도 녹록치 않던 생활이었다. 엄마의 삶도 무척 고단했다.<br/><br/>서울 변두리에서 엄마 치마꼬리 붙잡고 고만고만하게 어린시절을 보낸 나는 드문드문 생각나는 장면들은 있지만 그리 강렬하지 않다. 이 작가님의 인생 이야기는 굵고 거칠고 진하다. 장애 이전의 어린시절부터 이미. 거기에다 십대에 실명에 이르는 질병이 덮쳤으니 엄마는 얼마나 기가 막혔으며 본인은 얼마나 두려웠을까. 하지만 숱한 상처들에 딱지가 앉아가며 지금까지 왔다. 내가 살면서 본 바, 인생이 완전히 공평하지는 않다. 하지만 쓴맛 사이에 단맛이 슬며시 들어있기는 한 것 같다. 그의 인생에도 슬픔 사이에 위로도 기쁨도 보람도 있어서 이토록 다채로운 책이 된 걸 보면 말이다.<br/><br/>가장 큰 수확은 그가 공모전에 입상하고 이 책을 출간함으로 작가로서 성공했다는 점이다. 나는 2년이나 지나 읽어봤지만 여전히 판매지수도 엄청나다. 내용의 화제성을 떠나 필력 자체가 무척 탄탄해서인 것 같다. 검색해보니 이후 한 권의 에세이가 더 있고, 세번째 책은 소설이다! 그 소설을 꼭 읽어보고 싶다.<br/><br/>어떤 서사든 인물이 등장하므로, 이 책은 그의 경험과 더불어 그가 만나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될 듯하다. 그의 직업이 마사지사인 만큼, 고객으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문밖으로도 못나오며 오그라들어 살았던 할머니는 그에게 "담이 커지는 안마를 해주세요." 라고 부탁한다. 나도 은근 의존성이 큰 사람이라 이 할머니의 사정과 심리가 이해되었다. 담이 커지는 안마라니, 나도 작가님께 마사지를 한번 받아보고 싶네. 평생 한번도 받아본 적 없었는데....^^;;; 마사지사는 시각장애인 학교의 주력 직업교육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길을 거부할 수도 있지만 작가님처럼 그길로 간 경우도 무척 좋아보였다. 유명 작가가 된 지금도 계속 하고 계시겠지? 그에게서 마사지 자체의 효과와 함께 꿀같은 쪽잠, 용기, 위안, 때로는 각성을 얻고 간 모든 고객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다.<br/><br/>그 외에 장애인학교에서 만났던 엄마뻘의 언니가 아직도 챙겨주는 하염없는 사랑에도 눈물이 났고, 은사님과의 사연도 눈물겹다. 고향에서 살던 이들의 인생의 무게는 왜들 그렇게 무거운지... 인생의 고단함과 치열함을 다시 느끼는 시간이었다.<br/><br/>누군가는 기억도 못할 무심결의 말이라 할지라도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불편하거나 상처가 되는 말인지도 실감했다. 남의 불행에서 행복을 느끼라고 말하는 몰지각한 목사, 빨리 결혼해서 자식 낳아 시중들게 하라고 강권하는 눈치없는 할머니들 등등. 활동자원사님은 매우 선하고 좋으신 분인데도 그의 해맑은 발언이나 권유에 마음이 상하고, 그걸 느끼는 그분이 또 상처를 받아 잠시라도 불편해지기도 한다. 악의가 없더라도 그러하니, 사회 전체의 감수성이 더 높아져야겠다고 생각했다.<br/><br/>마지막으로 멋진 걸 얘기하고 마치겠다. "앞도 못 보면서 여길 뭐하러 왔누!" 라며 혀를 끌끌 차는 시선을 무시하고 멋진 여행을 다녀온 점. 또 탱고를 배워 춤의 맛을 만끽하고 있는 점. 그리하여 두번째 책이 여행 이야기인 것 같다. 그 책도, 그 다음 소설도 궁금하다. 책은 읽을수록 가지를 친다더니 진짜 그렇네!<br/><br/>인생은 많은 비율 지랄맞은 일들도 채워져 있지 않나. 내가 본 바로는 대부분 그렇다. 하지만 그걸 축제로 끌고 가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축제로 가는 길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남의 길을 조금 컨닝해도 괜찮지 않을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696/25/cover150/k962939047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6962528</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시작된 이야기는 어디로 흘러갈까 - [오리스와 팀블 1 : 처음 만난 날 - 생쥐와 올빼미의 우정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47827</link><pubDate>Fri, 13 Mar 2026 12: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4782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135159&TPaperId=1714782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78/34/coveroff/k702135159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135159&TPaperId=1714782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리스와 팀블 1 : 처음 만난 날 - 생쥐와 올빼미의 우정 이야기</a><br/>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카르멘 목 그림, 박인혜 옮김 / 루덴스 / 2026년 02월<br/></td></tr></table><br/>케이트 디카밀로의 신간이 나왔길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도서관에 신청했다. 월 2권까지만 신청할 수 있어서 신중해야 하지만 워낙 좋아하는 작가라서.... 처리에 시간이 꽤 걸리긴 하지만 나오자마자 신청한 탓에 한달도 안된 신간을 새책으로 열어보았네. 기분이 좋았다.^^<br/><br/>이 책은 저학년용 짧은 동화이고 장마다 그림이 가득 들어가 있는 그림동화이다. 이 책에 '(1)처음 만난 날' 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다음 책들이 이어진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이 책이 발단에 해당되겠다. 그래서 아직 아주 극적인 느낌이나 클라이막스는 없고,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기도 하다. 하지만 디카밀로 특유의 섬세하고 어루만지는 듯한 문체, 그의 작품 전체에 흐르는 주제나 키워드 같은 것들이 여전히 느껴져 애독자들을 붙잡는다.<br/><br/>나에게는 그것이 두 가지로 느껴진다. 첫째는 '이야기'라는 키워드이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비어트리스의 예언, 노렌디 이야기를 거쳐 이 작품까지. 이야기의 가치를 반복적으로 친절하게 강조한다. 만들어져 있는 이야기 뿐 아니라 내가,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대한 소중함을 전하려 애쓴다. 우리 삶이 이야기라는 인식은 내가 바로 창작자이며 아름답게 완성하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면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있다.<br/><br/>두번째는 '선하고 순수한' 주제이다. 고전적이고 권선징악을 담은 주제 말이다. 착한 마음을 가져라, 어렵더라도 남을 도와라, 지금 당장 고난에 처할지라도 결국에는 가치있다.... 이런 생각들이다. 케이트 다카밀로의 작품에는 비꼼이나 코웃음, 의심, 냉소, 이런 것들이 없다. 물론 그런 것들이 들어있는 작품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한결같이 이것들을 지켜내는 디카밀로의 작품이 내게는 따뜻하면서도 든든하다.<br/><br/>&lt;오리스와 팀블&gt;에서 오리스는 생쥐다. 팀블은 올빼미고. 천적관계인 두 존재의 우정 이야기. 동화에서 아주 흔하다. 거기서 먹히는 존재인 생쥐가 올빼미를 구해준다? 이거 역시 흔하디흔한 소재다. 요즘 말로 '클리셰 범벅'인 이야기라 하겠다.ㅎㅎ 하지만 이어지는 2,3권에서 디카밀로가 이 작품을 어떻게 개성있게 이끌어갈지 흥미롭게 지켜보도록 하자.^^<br/><br/>오리스가 살고 있는 보금자리에 대한 묘사들이 정겹다. 헛간 벽 구멍 안의 작은 공간. 그곳을 오리스는 버려진 헌책들로 꾸몄다. 빨간 털 슬리퍼에 작가의 섬세함이 들어있는 느낌이다. (오리스가 푹 파묻혀 잠들 수 있는 공간) 그리고 통조림 캔. 이게 중요하다. 물고기 왕이 그려져 있는 이 캔에는 "올바르고 값진 선택을 하세요!" 라고 쓰여있다. 이 문구는 장차 오리스의 모든 행동에 좌우명이 된다. 1권의 모든 사건들이 끝나고 오리스가 이 캔을 향해 경례를 하는 장면에서 귀여움과 함께 경건함이 느껴졌달까.<br/><br/>어린이들에게는 상징과 은유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직설적으로 말해야 될 때가 있다. 그러니 동화도 양쪽이 적절히 섞여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에선 통조림 캔이 말해주고 있으니 훨 낫다.ㅎㅎ 아이들과 선택의 기로에서 이 문구를 떠올리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아예 급훈처럼 삼아도 좋겠는데? <br/>"올바르고 값진 선택을 하자!"<br/>영어를 배우는 학년이라면 원어와 병행해서 가르쳐도 좋을 것 같다. 번역은 아무래도 원어의 맛을 다 살리진 못하니까.<br/><br/>그 '선택'으로 인해서 천적관계인 둘은 드디어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건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br/>"그럼, 팀블. 우린 이제 친구야!"<br/>"하지만 그게 이야기의 끝은 아니잖아."<br/>"그래. 이건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야."<br/><br/>둘이 친구가 되어 시작된 이야기는 어디로 흘러갈지 다음 권들을 기다려 봐야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78/34/cover150/k702135159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5783410</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현실이 악몽이어도 살아내야 하니 - [이중 하나는 거짓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46240</link><pubDate>Thu, 12 Mar 2026 16: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4624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92932634&TPaperId=1714624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474/76/coveroff/s40203571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92932634&TPaperId=1714624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중 하나는 거짓말</a><br/>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08월<br/></td></tr></table><br/>김애란 작가의 책을 도서실에서 빌리려니 어렵네. 항상 대출중이야.... 이번엔 아예 예약을 걸어놨다가 차례가 돼서 빌려왔다. 재작년에 나온 책이고 장편이다. 이 작가의 장편은 &lt;두근두근 내인생&gt; 이후 두번째 읽었다. 이 책이 더 좋았다. 청소년들의 이야기인데도 세상살이가 더 복잡하고 인생의 무게도 더 무겁다고 느껴졌다. 나는 동화나 청소년소설을 보면서도 내가 참 편하게 살아왔다고 느낀다. 삶의 무게는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이 책의 주인공 청소년들도 그렇다.<br/><br/>안지우, 오채운, 김소리 세 명의 관점에서 돌아가며 서술하고 있어서 초반에 잠깐 혼동되었지만 금방 이해되었고 책장이 빨리빨리 넘어갔다.<br/><br/>지우. 엄마를 사고로 잃고 지금은 엄마의 남친이던 아저씨와 함께 지내고 있어 마음이 편치 않다. 엄마의 사고는 자살인지 실족사인지 애매하다. 이 아이의 도피처는 웹툰이다. 가끔 자신이 그린 것을 만화까페에 올리는데 반응해 주는 사람들이 조금은 있다. 유일하게 마음을 주는 상대는 용식이라는 반려 파충류. <br/><br/>채운. 가장 참혹한 일을 겪은 아이라고 생각한다. 지우의 인생도 보통이 아니지만 채운은 정말 '이보다 더할 수 없다'고 할 만하다. 제멋대로이고 고압적이며 대책없고 폭력적인 아빠. 이런 사람 한 명이 가정을 불행으로 몰아넣는 모습을 보면 너무 화가 난다. 가정이란 가장 행복한 안식처일 수도 있지만 끊어내기 징글징글하게 어려운 저주의 고리일 수도 있다. 어른도 그런데 그 틈바구니 속의 아이들은 어떠하랴.<br/>'그날의 일' 이후로 엄마는 감옥에 갔고 아빠는 요양원에 누워있고 채운이는 이모 집에 얹혀 지낸다. 지우의 용식이처럼 채운이한테도 뭉치가 있다. 근데 리트리버라서 데리고 얹혀 살기에는 참 눈치보이는 존재다. 그 틈바구에서 태연한 척 살아가려 애쓰는 채운.<br/><br/>소리. 소리도 엄마가 아파서 돌아가셨지만 위의 두 아이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낫다. 그래도 그 가정은 한때 단란했고 지금 상실로 인한 슬픔 외에 다른 참혹함은 없으니까. 소리는 이 작품에서 연결의 역할을 주로 한다. 지우가 겨울방학 동안 독립자금을 벌기 위해 건설현장으로 떠났을 때 용식을 맡아주었다. 이로써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둘은 간단한 안부 속에서 서로를 기다리는 사이가 되었다. <br/><br/>채운과의 연결은 좀 특별한 설정 때문이다. 이 작품에는 뜻밖의 초현실적 장치가 나온다. 소리가 죽음을 앞둔 존재를 알아볼 수 있다는.... 나는 처음에 이 설정이 김애란 소설의 결과 질감이 달라 겉도는 느낌에 좀 불편했다. 비슷한 설정의 스티븐 킹 소설을 읽고 난 후여서인지 너무 흔한 클리셰 같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읽어가며 익숙해질 무렵, 작가가 고민했을 이 장치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이런 초현실적 능력, 다시말해 기적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도약하기 힘든 그들의 처지를.<br/><br/>이 책에서 또 중요한 장치는 제목인 '이중 하나는 거짓말' 게임이다. 담임선생님이 자기소개 시킬 때 쓰시는 그 게임. 나도 개학식날 방학이야기 나누기 할 때 몇번 써봤지만 왠지 맘에 들지 않아 조금 하다 말았다.... 그 게임은 '하얀 거짓말' 게임이라는 별칭도 있다. 이 책의 거짓말이 바로 그걸 말한 것일까. 이 세상은 아이들에게 거짓말처럼 잔인하지만 아이들은 서로에게 그렇지 않다. 그 잔인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마음의 고통을 안은 채 거짓말을 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조금 덜 가혹한 처지의 소리가 두 친구의 아픔에 본의아니게 관여하게 되었을 때. 아마도 셋의 연대를 독자들이 상상하며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그 모습을 본 탓이 아닐까. 그뿐 아니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을 '거짓말'의 범주에 넣는다면 지금 이들이 괜찮은 듯 버티고 있는 모습 자체가 거짓말일 수도 있겠지.<br/><br/>지우 엄마의 애인이던 아저씨. 그 아저씨가 자신의 생계인 트럭에 지우를 태우고 그 게임을 하며 끝남으로 이 책은 제목의 소재로 수미상관이 되었다. 하지만 첫 게임과 마지막 게임은 많이 다르다. 아저씨는 규칙을 어겼다. 거짓을 넣지 않았다. 지우가 거짓으로 골랐던 "너와 살게 돼 기쁘다."는 진심이었다.<br/><br/>지우-소리, 채운-소리 간 사건들은 많았지만 지우-채운은 서로를 의식하긴 하나 직접적인 소통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될 것 같은 암시로 이야기는 끝난다. 이 아이들이 연대함으로 혈연 가족 안에서 느꼈던 슬픔과 외로움, 심지어는 참혹함까지도 씻어낼 수 있을까. 너무나 차갑게 비어있던 그 자리에 서로 앉아주며 온기를 나눌 수 있을까. <br/>˝꿈에서 나는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돌아왔다.˝ <br/>국어 선생님이 읽어준 시의 한구절이라는 이 문장이 가능성을 말해준다. 그 꿈은 깨어야만 하는 악몽인 거겠지. 좋은 꿈도, 무서운 꿈도 결국은 깨어난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깨달음은 우리에게 위로를 줄 수 있을까. 아예 꿈을 안꿨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부질없겠지. 뒷표지의 대화처럼 그건 시작되지도 않은 이야기니까.<br/><br/>어딘가에 있을 그 아이들에게 위로를 보내고 싶다. 그들이 남은 이야기를 써나갈 힘을 채우길 빈다. 작가의 말을 덧붙이고 마치겠다.<br/>"삶은 가차없고 우리에게 계속 상처를 입힐 테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 마지막에 좋은 이야기를 남기고, 의미있는 이야기 속에 머물다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474/76/cover150/s40203571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4747677</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오 신선하다 괴물이야기가 - [빨간 돌을 찾아 줘 - 제2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대상 수상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27679</link><pubDate>Tue, 03 Mar 2026 13:4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2767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6726&TPaperId=171276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696/95/coveroff/k75213672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6726&TPaperId=1712767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빨간 돌을 찾아 줘 - 제2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대상 수상작</a><br/>최지안 지음, 차야다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02월<br/></td></tr></table><br/>오랜만에 만난 신선한 작품이다. 이 책이 작가님의 첫 책이라고 하니 더욱 눈이 번쩍! 나는 이제 이전만큼 동화를 읽진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런 동화는 즐겁게 읽어볼 것 같다.<br/><br/>리뷰를 쓰면서 심사평을 인용한 적은 없었는데, 이번 책은 심사평에 너무 공감해서 좀 인용해 보겠다.<br/>"20여년 전에도 우리 어린이문학판에서는 잘놀건강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문제의식은 정확했지만 어린이 독자들과 진짜 잘 어울려 노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는 당위를 설파하는 데 그치는 작품들이 많았다."<br/>맞아맞아!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이제 그때의 아쉬움이 이해되었다. 당위도 중요하지만 접근은 거칠면 안 된다. 꼭 동화만 그런 것도 아니다. 학교 현장에서 놀이 자체에 대한 접근도 그러했다. 쉽게 경도되었다가 금방 후회했던 나의 과거가 그걸 말해준다. 계속 인용해 보겠다.<br/><br/>"이 작품은 이런 한계를 훌쩍 벗어나 있다. 우선 이 작품은 재미있다. 저학년 어린이의 말투와 행동에 바짝 다가선 문장은 날렵하고 경쾌하다. 여기에 들려주는 말투와 간결하면서도 생생한 장면 묘사는 날개를 달아준다.<br/>무엇보다 돋보이는 점은 어린이들에게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질문이나 주제가 날것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이 작품이 추리물의 미학적 특질을 저학년 동화의 성격에 맞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br/>내가 오랜만에 신선한 작품을 만났다고 느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던 것 같다. 심사평이 내 느낌을 정확히 표현해 주셔서 매우 반가웠다.<br/><br/>화자인 한석구와 친구 오동오가 주인공이다. 2학년인 얘네들은 아직도 놀이터를 접수하고 괴물놀이를 하는, 한마디로 '잘 노는' 아이들이다. 햇살 쨍쨍한 더운 날 땀범벅이 되면서도 놀이터에서 발견한 돌을 끝까지 파내는 집념을 발휘하는 애들이다. 그 돌은 빨갛고 길쭉하고 뾰족했다. <br/><br/>지금부터가 사건의 시작이다. 털뭉치 괴물 셋이서 석구네 집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서로 그 빨간 돌이 자기 거라며. 뿔달린 괴물은 자기 뿔 하나가 떨어져나갔다고 하고, 이빨 괴물은 그게 자기 한쪽 송곳니라고 하고, 발톱 괴물은 자기 발톱 중 하나라고 한다. 석구는 난감하다. 하지만 주인이 정확히 밝혀지면 돌려주겠다고 한 뒤 동오와 함께 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은다.<br/><br/>그들이 지혜를 얻기 위해 처음 간 곳이 도서관이라는 점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서서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lt;솔로몬왕의 지혜&gt;라는 책까지 찾아본 아이들. 돌을 쪼개서 나눠줄까도 생각해봤지만.... 거짓말을 정확히 가리기 위해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때의 특징도 조사해 본다. 그리고 괴물들의 재방문. 전혀 그런 특징들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서로의 주장이 다르다고 꼭 누군가 거짓말하는 것은 아니지. 각자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니까. 이럴 때는 거짓을 다그치기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해야지. <br/><br/>아이들은 그런 과정을 거쳐 빨간돌의 주인을 찾아주었다. 오~ 현대판 솔로몬이라 해도 되겠는걸. 하지만 이작품은 추리적 요소가 들어있으면서도 구태여 그것에 집착하지는 않는 느낌이다. 주인괴물은 그걸 찾아서 너무 다행이고, 나머지 괴물들은 아~ 내것이 아니구나~ 하면서 순순히 인정하고, 친구가 찾은걸 기뻐해 주는 모습들이 예쁘다. <br/><br/>심사평을 한군데 더 인용해야겠다. 동화에서의 '괴물'에 대한 설명이다.<br/>"사람들은 미지의 대상인 외부 세계나 타민족에 대한 두려움과 적대감을 괴물로 이미지화하거나 인간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근원적인 폭력성과 악마성을 괴물로 상징화하기도 했다.<br/>... 어린이들은 좀 다르다. 그림책 &lt;괴물들이 사는 나라&gt;나 애니메이션 &lt;몬스터 주식회사&gt;에서처럼 어린이들은 넘쳐나는 생명력과 자연에 대한 친화성을 바탕으로 괴물을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모든 어린이들이 다 그렇지는 않다. 나 지신과 세계에 대한 믿음이 굳건한 어린이만이 괴물을 친구로 삼을 수 있다."<br/><br/>이 책의 털뭉치 괴물 셋과 아이 둘의 관계가 그렇다. 더구나 이 괴물들은 예의도 바르고 상식적이며 결과에 승복할 줄 알고 마음씨도 따뜻하다. 그림작가님께서 괴물이라기엔 너무 귀엽게 그려 주시기도 했다. 마침내 그 괴물들이 석구의 잊혀진 어린시절 속에서 만들어졌던 캐릭터들인것이 밝혀졌을 때 뭔가 아련한 마음이 아릿하게 느껴졌다. 어린시절은 잊혀진다. 그것이 그 사람의 구성 성분이 된 지도 모른채.... 엄마는 서툴고 형편없는 석구의 그림도 상자 안에 잘 보관해 두셨구나. 그렇게 놀이터에서 하루 종일 놀아도 내버려두던 엄마가 아이의 흔적들은 잘 갈무리해뒀다는 점에서 진짜 부모의 역할이 뭔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나도 잘 못했고 어리석었지만 우리반 엄마들한테는 이렇게 부탁했었다.<br/>"자녀의 작품을 소중히 여겨주세요. 아무리 서툴러 보여도 바로 버리지 말고 감탄하며 천천히 봐주세요. 제가 다른 건 못해도 여러분 자녀들 작품의 최초 감상자가 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부모님들도 그렇게 해주세요."<br/><br/>다 증발되고 남지 않을 것들에 집착하고 안달복달하는 것. 아주 흔하게 보이는 모습이다. 소중하고 중요한 것들은 석구와 동오가 한심하게 땅을 파던, 소위 '삽질하던' 시간 속에 들어있는지도 모른다. 그걸 봐줄 수 있고 조바심 내지 않는 인내심이 곧 지혜인지도 모른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696/95/cover150/k75213672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6969528</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나중 일은 나중에 - [나중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17615</link><pubDate>Fri, 27 Feb 2026 12:2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1761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32830280&TPaperId=1711761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469/35/coveroff/k63283028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32830280&TPaperId=1711761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중에</a><br/>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11월<br/></td></tr></table><br/>소설, 그것도 외국작가의 소설은 거의 안읽어보고 살다가 이제 일을 그만두고 시간이 나서 읽기 시작했다. 일단 먼저 가독성이 높은 작가루다가....<br/><br/>스티븐 킹의 가독성은 말해뭐해여서 재미있게 쭉 읽었다. 스티븐 킹도 이제 80세쯤 되신 것 같고 이 책은 비교적 최근작이다. 담엔 초기작을 읽어봐야겠다. 내가 재밌게 본 영화 best5 안에 꼽는 &lt;쇼생크 탈출&gt;의 원작이라든지.... 30년도 더 된 그 영화, 비디오가게가 성행하던 때 빌려봤던 그 영화.... 진짜 충격적이게 재밌었다.<br/><br/>이 책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재밌긴 했다. 초현실적인 설정(주인공에게 유령이 보이고 대화를 나눈다는)이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부분 좀 점수가 깎였다 해도 책장은 잘 넘어갔다.<br/><br/>AI도구를 전혀 사용하지 않던 내가 요즘 제미나이한테 요것저것 말을 걸어보고 있다. 책에 대해서 말을 건 것은 이 책이 처음인데, 오잉? 재밌네? 사람 만나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AI와 독서토론을 하면 되겠구나. 그의 문장을 사용하긴 싫다는 거부감이 내 안에 버티고 있긴 한데, 생각을 나눠보는 건 재밌는 일이 될 것 같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br/><br/>- 제이미는 삼촌의 유령의 답을 듣고 더이상의 질문이나 대화를 하지 않았는데 이유가 뭘까요?<br/>내가 이렇게 물었다. 그랬더니 제미나이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럴듯한 답변을 좔좔잘 내놓더니 나한테 이렇게 물었다.<br/><br/>- 제이미가 이 비밀을 알게 된 후, 어머니를 대하는 마음이 예전 같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오히려 어머니를 더 이해하게 되었을까요? 이 결말에 대한 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br/>와 질문도 잘하네. 나는 제미나이에 비해 엄청 빈약한 답변을 내놓았다.<br/><br/>- 이해는 잘 모르겠지만 연민은 더 갖게 되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어머니와 심리적으로 더 가까워지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머니의 인생에 연민은 갖되, 부모자식간이라 해도 인생은 각자의 것이므로, 감정을 절제하고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님의 의견은 어때요?<br/>난 이렇게 질문을 이어갔다. 그러자 제미나이는 공감과 함께 의견을 주었다.<br/><br/>- 님의 통찰에 깊이 공감합니다. 특히 ‘연민은 갖되 거리를 두는 것이 낫다’는 지점은 이 소설이 가진 비극적인 함의를 가장 성숙하게 해석하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br/>제 의견을 덧붙이자면, 님께서 말씀하신 '정서적 거리두기'야말로 제이미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생존 전략이었을 것입니다.<br/>그리고 또 질문이 이어졌다.<br/><br/>- 결국 이 소설의 결말이 주는 씁쓸함은 '진실을 알았기에 예전처럼 사랑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거리를 두어야만 한다'는 비극적인 성장에 있는 것 같습니다.<br/>님께서는 제이미가 이 진실을 알고 난 후,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내색하지 않고 끝까지 비밀로 품고 살아가는 것이 제이미 본인에게 더 이로울 거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언젠가는 어머니와 이 문제에 대해 대면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시나요?<br/>나의 빈약한 답변이 또 이어졌다.<br/><br/>- 저라면 끝까지 내색하지 않겠습니다. 내색하는 건 일종의 둑을 터뜨리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봐요.<br/>그러자 AI는 유려한 칭찬을 보내주었다.ㅎㅎㅎ 그리고 주제에 대한 결론까지 내려버렸다.<br/>- 님의 '둑을 터뜨리는 행위'라는 표현이 정말 절묘합니다. 그 둑이 무너지는 순간, 단순히 진실이 오가는 수준을 넘어 두 사람의 남은 인생 전체가 흙탕물에 휩쓸려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하신 거군요.<br/>제이미 역시 소설 속에서 "나중에(Later)"라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며 그 둑을 지키려 노력합니다. 님의 시각처럼 침묵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파괴적인 진실로부터 자신과 어머니를 보호하는 가장 자애로우면서도 처절한 '성인식'이었을 것입니다.<br/>스티븐 킹이 그려낸 이 어두운 성장담은 결국 '모든 것을 드러내는 용기'보다 '끝까지 침묵하며 견디는 인내'가 더 고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br/><br/>이쯤에서 대화를 끝냈다. 처음이라 토론이라 하기는 뭣한 얕은 대화였지만 숙달되면 깊이있는 토론도 가능하려나? 하여간 세상은 심심할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겠구나.ㅎㅎ<br/><br/>화자인 제이미가 어린시절부터 청년이 된 지금까지의 일을 서술한 이 소설은 제이미의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토록 심리적으로 참혹한 성장서사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제이미는 구부러지되 꺾이지 않는 식물과 같다고 할까, 여러가지 심리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가며 여기까지 왔다. 그다지 강한 성격 같지도 않은데. 어쨌든 살아야 하니까? 사람들마다 각자의 방법이 있겠지만 제이미의 방어기제는 'Later'인 셈이다. 벌어질 일은 벌어진다. 하지만 지금 그걸 붙들고 있을 필요는 없다. <br/><br/>남편의 자취가 전혀 없는 엄마, 엄마의 파산 위기, 엄마의 동성 연인 리즈, 마약 때문에 파탄난 관계, 유령을 보는 능력 때문에 보게된 여러가지 참혹한 사건들, 자기들 살겠다고 어른들이 끌어들인 판에서 봐야하는 끔찍하고 충격적인 현실들, 마지막의 가장 큰 충격. 이 모든 것들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제이미는 용케도 두 발을 잘 딛고 서 있다. 독자들은 그를 응원하며 다른 책을 고르러 가도 될 듯하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469/35/cover150/k63283028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4693562</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세상에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 - [청년 도배사 이야기 - 까마득한 벽 앞에서 버티며 성장한 시간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10556</link><pubDate>Tue, 24 Feb 2026 09:1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1055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8207264&TPaperId=1711055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471/85/coveroff/8958207264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8207264&TPaperId=1711055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청년 도배사 이야기 - 까마득한 벽 앞에서 버티며 성장한 시간들</a><br/>배윤슬 지음 / 궁리 / 2021년 07월<br/></td></tr></table><br/>동네 도서관 서가를 훑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읽어봤다. 누구나 부러워할 대학을 나와 도배사가 되었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었다. 유튜브로 보았던가? 어디서 봤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매우 인상적이어서인지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다.<br/><br/>듣던대로 저자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나와서 전공 관련 일을 하다가 퇴사하고 새로운 일을 찾았다. 내 딸이었다면 아까워서 말렸을 것 같지만 그의 퇴사 이유도 공감한다. 물론 나라면 그래도 꾸역꾸역 하면서 참았겠지만... 그건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 자신이 없어서다. 그는 새로운 직업을 탐색했다.<br/><br/>새로운 직업을 찾는 그의 조건을 보니 나랑 성격이 비슷한 사람이 아닌가 싶었다. 조직 생활이나 힘들게 소비자를 상대해야 하는 일이 아닌 것, 누군가의 삶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 일, 순발력 있게 판단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일. 읽다보니 웃음이 났다. 내가 평생 몸담았던 일이 바로 저 조건과 딱 반대였구나. 그래서 힘들게 조심조심 걷느라 스트레스가 많았었다. 저자나 나나 책임감은 있어서 맡으면 해내긴 하지만 굳이 책임이 막중한 일을 하고 싶지는 않은 성격인 것 같다. 그런데 마지막 조건이 나와는 달랐다. 바로 ‘기술직’이었기 때문이다.<br/><br/>나는 예전부터 ‘기술이 최고’라고 주장하곤 했다. 우리 시아버님은 목수셨는데, 집안의 온갖 보수를 책임져 주셨다. 나는 그걸 ‘서바이벌 능력’ 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한 능력만 남기고 하나씩 지운다면 끝까지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대부분 기술직이 아닐까. 하지만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기술이 천대받는 사회였다. 이제 바뀌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모든 학생들이 일괄적으로 대학 문만 바라보고 공부하는 사회는 낭비가 심한 사회다. 고등학문을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 있고, 그보다는 빨리 기술을 익히는 것이 나은 직업도 있다. 다양한 길을 모색하지 않고 그저 무조건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인생이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다보니 과한 경쟁에 어린 시절부터 자녀들을 몰아넣는 것이다. 여기서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클까.     <br/><br/>저자 또한 소위 일류대학을 나왔지만 나중에라도 기술직을 선택한 것은 이런 면에서 선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2021년에 나왔는데 약 2년간의 도배사 생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을 초보 도배사라고 소개했는데, 5년 가까이 흐른 지금은 아주 숙련된 기술자가 되셨으려나. <br/><br/>읽어보니 저자에게 도배사라는 새 직업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고 아주 딱 맞는 옷 같은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기술은 는다는 선배들의 말을 듣고 하루하루 단기 목표를 잡고 해오다보니 어느새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새로운 직업인이 된 것이다. 그간의 어려운 점들을 읽어보니 와, 나는 못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초반에 그만두는 도전자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다. 인내심 없이 성공할 수 있는 도전이 있을까.<br/><br/>첫 직장이었던 조직생활과 출근생활에 비해서 기술직은 근무가 유연하고 시간이 좀더 많을 거라고 짐작했는데 아니었다. 주 6일 일했고 근무시간도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라 더 길었다. 휴가도 그리 자유롭지는 않았다. 어른들 말씀대로 남의 돈 쉽게 먹는 직장은 없구나.... 다만 조금이라도 더 편한 마음으로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진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중에 기술직이 큰 비중으로 들어있으면 좋겠다.<br/><br/>“기술직이란 말 그대로 몸으로 터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직업이기에 기술만 완전하게 연마했다면 여타 직업보다 안정적이라 할 수 있다. 긴 시간 익혀왔기 때문에 하루이틀의 인수인계만으로 다른 사람이 내 자리를 대체할 수 없다. 나는 그래서 이 일을 택했다. 필요한 일을 하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일에 대한 사회적 인식보다 일터에서의 내 존재감이 더 중요했다.”<br/>“나는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머리를 쓰는 일을 할 필요는 없을뿐더러 몸을 쓰는 사람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게 어떤 것이 더 잘 맞고 잘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47쪽)<br/><br/>나는 신체지능이 매우 취약한 사람이라 몸을 잘 쓰지 못한다. 겨우겨우 하는 일도 두서가 없고 서툴다. 그래서 난 몸을 잘 쓰는 사람들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우리 사회가 머리를 쓰든 몸을 쓰든 이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존경했으면 한다. 그리고 모두가 자랑스럽게 책임감 있게 월급값하며 양심적으로 일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7471/85/cover150/8958207264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4718542</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어른의 방식은 자칫 매우 폭력적이다 - [아주 흔한 인사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04296</link><pubDate>Sat, 21 Feb 2026 00: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0429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72850&TPaperId=1710429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10/32/coveroff/892557285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72850&TPaperId=1710429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아주 흔한 인사말</a><br/>송미경 지음, 양양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01월<br/></td></tr></table><br/>송미경 작가의 &lt;어떤 아이가&gt; 책이 절판되고 그 안에 담긴 다섯 편 중 두 편은 이 책에, 세 편은 다른 책에 들어가 반개정판(?) 책 두 권이 되었다. 이 책에 담긴 두 편은 [귀여웠던 로라는]과 [아버지 가방에서 나오신다]이다. 거기에 표제작인 [아주 흔한 인사말]이 추가되어 세 편이 담긴 단편집이 되었다.<br/><br/>세 작품 모두 등장인물이나 사건 등에서 각각 다르지만 뭔가 공통점이 느껴지는데, 내가 보기엔 ‘어른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인 것 같다. 그 방식은 한마디로, 폭력적이다.<br/><br/>맨 앞에 실린 표제작 [아주 흔한 인사말]에서 막 태어난 설이는 어른들에게 끔찍한 재앙과 같았다. ‘태어나자마자 인사말을 하지 못하고 울기만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아기가 태어나 울음으로 의사표현을 하고 옹알이를 하던 시절은 아주아주 옛날이고, 지금은 태어나자마자 필요한 말을 딱딱 할 수 있게 유전자조작을 한 세상이다. 그런데 설이는 왜 이렇게 태어난 걸까? 알 수 없었다.<br/><br/>절망하던 엄마 아빠는 어른들을 실망시켰던 자신들의 부끄러운 어린 시절을 고백한다. 아빠는 쓸데없이 시를 읊어대서 부모님을 낙심시켰다고 한다. 엄마는 우스갯소리를 잘해서 부모님을 수치스럽게 했다고 한다. 그런 시절을 거쳐 엄마 아빠는 사회에 적응해서 겨우겨우 살고 있었는데, 이제는 말 못하는 설이를 낳게 된 것이다. 설이를 지켜보던 박사는 수소문 끝에 백 살 넘은 할머니를 찾아갔다가 지금 설이가 내고 있는 뜻모를 소리가 과거의 ‘옹알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박사는 설이를 옹호하다가 연구실에서 쫓겨난다.     <br/><br/>2년이 지난 후 박사의 칠순 잔치에 설이 가족이 초대받았다. 그때 박사는 너무 기쁜 소리를 들었다.<br/>“박사님, 안녕하세요.”<br/>그렇다. 이 작품의 제목, ‘아주 흔한 인사말’이다. 때가 되어 나오면 모두를 기쁘게 해주는 말. 그 말을 굳이 2년 먼저 들어야 할 이유는 무엇이고, 그걸 못한다고 난리법석을 피울 이유는 무엇이냐. 읽을수록 소름이 돋았다. 지금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자행하는 폭력을 이토록 간단명료하게 보여주는 동화가 또 있을까. <br/><br/>두 번째 작품 [귀여웠던 로라는]에서의 로라 엄마는 로라가 크는 것을 싫어한다. 나도 애들이 한창 귀여울 때 너무 귀여워~ 천천히 컸으면 좋겠어~ 한 적이 있지만 이 엄마는 그런 정도의 느낌이 아니다. <br/>“지금 여기서 더 크면 모델 못해.”<br/>세상에. 로라는 엄마가 운영하는 아동복 쇼핑몰의 모델이었다. 이가 흔들려 빼야 하는데도 엄마는 겨울 신상 찍고 빼자며 미룬다. ‘귀여웠던 로라는’ 계속 귀여워야 하는 압박에 시달린다. 자기 행동을 자기도 모른 채 이러고 있는 어른들이 많다. 어떤 어른은 심어놓은 모를 빨리 자라라고 뽑아올리고, 어떤 어른은 빨리 자라면 안된다며 짓누른다. 둘다 어떻게 되겠냐고....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는 말은 구호에 불과한 것인가. 첫 작품의 어른과 두 번째 작품의 어른은 서로 반대 방향의 같은 어른이다. 난 요즘 부모들을 보면서 ‘중간이 없다’ 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이 두 작품이 딱 그렇다.<br/><br/>세 번째 작품은 제목이 가장 인상적이다. [아버지 가방에서 나오신다] 이 작품은 작가님의 첫 단편이며 아주 아끼는 작품이라고 한다. 이 첫 작품으로부터 지금까지, 송미경 작가님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결같다고 느낀다. 사실 이 작품에서 표면적으로 가장 불쌍한 존재는 아버지들이겠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아이들한테서 연민을 느낀다. 엄마들은 아버지들을 가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고 먹을 것만 겨우 줄 뿐이다. 그러다 엄마들이 단체로 여행을 떠나면 아이들은 아버지 가방을 지켜야 한다. 그러다 아이들은 어디선가 나타난 이상이와 이상이 아빠랑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우리의 아버지 가방들에도 목말을 태워줄 아버지가 들어 있을까?”라는 질문을 해보게 된다. 아이들은 기어이.... 엄마들이 돌아오기 전 아버지 가방을 열어버렸다. 하지만 그 안의 아버지들은......<br/><br/>정말 기괴한 상상이면서 묘하게 마음이 아픈 이야기다. 어디서 이런 느낌을 만나면 송미경 작품의 느낌이라고, 익숙한 냄새를 알아차리듯 알아보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 안에는 어린이들에 대한 작가의 연민과 신뢰의 시선이 들어있다. 이 책의 작품들에는 그것들에 더해 그들을 슬프게 하는 여러 형태의 잔인함에 대한 항변도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그것을 꼭 집어내진 못하겠지만 무의식적으로 위로를 받게 되진 않을까? 그리고 어른들은 좀 집어내야 한다. 그리고 방향이든 속도든 뭐든 바꿔야 할 건 하루빨리 바꿀수록 좋을 것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10/32/cover150/892557285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103285</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송미경 작가 초기작과 최근작이 한권에 - [오렌지 먹는 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03269</link><pubDate>Fri, 20 Feb 2026 15: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10326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62135836&TPaperId=171032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02/36/coveroff/k06213583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62135836&TPaperId=1710326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렌지 먹는 법</a><br/>송미경 지음, 히히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01월<br/></td></tr></table><br/>익숙한 느낌이다 했는데 익숙을 넘어 이미 읽어본 작품들이 들어있었다. 송미경 작가님의 초기 작품인 &lt;어떤 아이가&gt;가 절판되고 그중 3편은 이 책에, 2편은 또다른 한권에 실려 새로운 모양으로 나왔다. 그러니까 그 두 책은 작가님의 초기작과 최근작의 결합이라고 하겠다.<br/><br/>읽어본 작품이지만 리뷰를 써놓지 않아서인지 10여년의 세월이 기억을 거의 지워버려서 어렴풋하게만 기억이 났다. 그중 가장 선명한 기억은 제일 앞에 실린 [어떤 아이가]이다. 그때도 좀 놀라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서로에 대한 관심 없이 그저 '동거'만 하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서늘하게 보여준다고 느꼈는데, 그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 이렇게 새롭고 특이하다고? 지금 봐도 특이하다. 하지만 이런 가족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그런 집들을 찾아 살고 있는 '어떤 아이'를 상상해본다. '어떤 아이'는 착하고, 집에 몰래 사는 대신 가족을 위해 필요한 소소한 일들을 나름 하려고 노력한다. 그동안 그 가족이 갈등 없이 살았다면 이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아이'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 문재랑 형 정재처럼 뒤늦게라도 깨닫고 서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br/><br/>[어른동생]은 웃음이 나는 이야기다. 어떤 사람들은 외피와는 다른 고유의 나이를 갖고 있다는 설정이 웃기면서도 일면 공감이 가고 한편 섬뜩하기도 하다. 평생 철이 안 드는 것 같은 어떤 사람을 떠올리게도 되고 애늙은이 그애가 생각나기도 하고. 나는 어떨까 싶기도 하고. <br/><br/>[없는 나]는 그 '없는 나'가 화자인 이야기다. 상황을 보면 그 아이는 축복받지 못한 생명이었고 외할머니는 딸의 미래를 위해 아이를 지우라고 종용했다. 하지만 엄마는 고집을 꺾지 않고 출산을 했다. 하지만 '없는 나'가 태어난 것이다. 상상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구체적 묘사나 설명은 없다. 엄마는 아기용품을 샀고 아기 이름을 붙여 불렀고, 젖을 물리고 자장가를 불렀다. 정신병원에 데려가려는 가족을 피해 낯선 동네에 자리를 잡고 엄마와 '없는 나'는 꽤 긴 시간을 함께 살았다. <br/><br/>아이의 영혼이 엄마를 떠나 가야할 곳으로 가기까지 둘은 그저 사랑하며 때를 기다렸다. 그 사랑의 표현이 얼마나 조용하고 따뜻하며 지극한지 눈물이 날 정도다. 떠나는 장면도 그렇다. 이런 사랑도 있을까. 어떤 마음인지 잘 모르겠기도, 조금 상상이 가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이것은 왜 동화일까 생각했다. 이럴 때 언제나 내 결론은 동화는 어린이들만 읽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 그들은 또 그들의 방식으로 감상하니, 각자 알아서 감상하면 된다는 것....<br/><br/>나머지 세 작품은 최근작인 것 같다. 표제작인 [오렌지 먹는 법]에서는 예서의 고모가 온다. 미국에 간지 오래돼서 처음 보는 고모다. 고모라면 할머니의 딸인데, 할머니는 놀라기만 할 뿐 반기지 않는다. 사실 두 사람은 큰 화해가 필요했던 거였다. 반대하는 결혼을 했던 고모, 오랜 세월이 지나 아기를 안고 화해를 하러 온 고모. 화해는 잘 되었을까? 고모는 과일바구니를 사왔고, 예서네가 오렌지를 까먹는 과정을 작가님은 필요이상(?)으로 상세하게 묘사했다. 바로 그거였구나. 화해랑 닮은 것이. 오렌지 먹는 법은 그러니까 '화해를 하는 법'인 거구나. 껍질과 과육이 밀착되어 쭉쭉 까지지 않는다. 손에 묻기도 하고 얼굴에 튀기도 한다. 하지만 버릴 순 없잖아. 까고 나면 맛있잖아. 오렌지가 주는 메시지는 오렌지 만큼이나 상큼하네.<br/><br/>[나는 진짜 마술사가 아니니까]의 노고는 아빠, 형과 함께 유랑 마술단의 일원으로 낯선 마을을 떠돌며 마술쇼를 한다. 그의 앞에 '동생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을 해달라'는 남매가 나타난다. 이들의 운명의 공통점. 그리고 연대. 뭔가 환상적이면서 애틋한 송미경 특유의 느낌이 여기에도 있었다. 인상적이면서 내게 해석은 가장 어려운 작품이었다.<br/><br/>마지막 수록 작품 [사람 만들기]의 공간은 교실이다. 화자인 지수가 결석 후 이른 등교를 했을 때 교실 안엔 전날 했던 미술수업의 결과물인 찰흙작품들이 놓여있었다. 그 점토들이 생명력을 얻듯 살아나 지수와 또 한 아이와 함께 빗속을 달리는데 그 장면의 생동감이 대단하다. 그 사이에 아이들의 행동이나 작품의 소재들에서 작가의 메시지와 상징들이 짐작되기도 한다. (물론 해석은 독자의 자유다) 감쪽같이 돌아온 현실에서 지수는 은숨이한테 할말을 했고, 관계회복이 된 장면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끝난다. 찰흙은 내가 선생을 하며 수없이 사용해 본 재료인데, 그걸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 역시 작가는 다르다 그런 생각도 들었다.^^<br/><br/>초기작과 최근작이 나란히 놓인 이 책에서 송미경 작품의 변화라든가 이런걸 논할 눈은 내게 없는 것 같다. 여전한 느낌을 말할 수는 있으려나. 작가님은 어렸을 때 매우 느린 아이였다고 작가의말에서 본인이 말하고 있다. 보통의 아이들에게 작동하는 기능이 약간 늦게 작동하는 동안, 대신 대단한 무엇이 그 안에서 작동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건 이야기의 씨앗과 그 느낌을 품은 일이다. 그 작은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며 울거나 웃거나 혹 외로웠을까. 이런 책들을 읽으며 어른들이 아이의 마음을 조심스레 들여다봤으면 한다. 남아있다면 말이다. 남아있겠지?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재미와 공감의 지점이 많았으면 좋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02/36/cover150/k06213583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5023622</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외로운 아이에서 사랑하는 어른으로 - [후회하지 않고 사랑하는 법 - 원샷한솔 가족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97580</link><pubDate>Tue, 17 Feb 2026 19:4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9758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72033907&TPaperId=1709758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881/53/coveroff/k87203390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72033907&TPaperId=1709758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후회하지 않고 사랑하는 법 - 원샷한솔 가족 이야기</a><br/>김한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br/></td></tr></table><br/>한솔씨의 첫번째 책을 읽고나니 자연스럽게 두번째 책으로 손이 뻗어갔다. '천재견 토리' 쇼츠를 우연히 보고 한솔씨를 알게 되었는데 첫번째 책에는 토리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첫번째 책도 한달음에 읽었지만 토리가 나오는 책은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br/><br/>나는 토리가 전문가에게 도우미 훈련을 특별히 받고 한솔씨한테 보내졌을 거라 짐작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토리가 가족이 된 과정은 일반 가정 입양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한솔씨는 한참 고민했다. 내가 강아지를 데려오는 게 맞는건지.... 하지만 결단한 후에는 특유의 완벽주의로 하나하나 준비하고 해결해 나갔다. 필요한 도움이 있으면 요청하고 배우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다. 설채현 수의사님의 도움도 그래서 받을 수 있었다.<br/><br/>훈련에 도움을 받았지만 반복과 숙달은 한솔 씨의 몫이었다. 그의 집요함과 인내심은 정말 닮고싶은 장점이다. 그렇게 해서 토리는 천재견으로 나같은 사람들 앞에 나타나게 되었다. 시력을 잃은 후 한솔씨는 수많은 도전을 했지만 토리와 함께 한 도전은 더욱 특별했다. 특히 장애물경기(어질리티 대회) 출전이 그랬다. 결과만 보면 환호가 나오지만 과정까지 보면 눈물+감탄이 함께 나온다. 도전과, 그에 걸맞는 노력과 인내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한솔씨가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주로 이렇게 해서 나왔다.<br/><br/>이 책을 읽으면서 첫책보다 더 많이 감정에 자극을 받는 나를 느꼈다. 첫 책이 다큐라면 이 책은 감성 영화라고 할까. 첫장에 가슴이 무너졌다. (다행히 뒤로갈수록 힘이 붙고 유쾌해졌지만) 첫장이 생모에 대한 추억이었기 때문이다. 소설적인 표현들도 많아서 더 감정이 요동했다.<br/>"첫번째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아무렇게나 잘라낸 필름 조각 같다. 애써 기억을 더듬으면 단편적인 장면과 냄새, 표정들이 맞춰지지 않는 퍼즐 조각처럼 얽히고설켜 둥둥 떠다닌다. 밤늦도록 술을 따르던 얼굴, 어딘가 울적해 보이는 미소, 새벽에 홀연히 사라진 빈 방, '해바라기' 멜로디... 이 모두를 나는 끝 모를 외로움의 장면들로 기억한다." (17쪽)<br/>이제 한솔씨는 '보호자이기엔 외로웠던 아버지와 어머니들'의 상처를 이해하지만, 난 그중 누구도 한솔이만큼 외롭진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첫장의 제목은 011로 시작되는 옛날 전화번호이다. 한솔이가 아버지 눈을 피해 수없이 공중전화를 걸었기에 20년이 넘게 지났어도 뇌리에 남아있는 번호. 그 번호로 전화를 걸면 컬러링이 '해바라기'였다니. 여기서 눈물이 안날 수 없었던 거다. 나도 한때 그 노래를 좋아했었다.<br/>"사랑해요. 사랑해요.<br/>세상의 말 다 지우니<br/>그말 하나 남네요. 늦었지만."<br/>어린 한솔이가 울면서 그 노래를 수없이 반복해 듣다가 결국 포기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지금 화면 가득 웃고있는 한솔씨의 얼굴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 기적인 것만 같다. 아빠 또한 내 기준으론 참 상대하기 어려운 성품이었다. 그래도 한솔씨가 그들을 다 이해하고 지금 행복을 전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니. 인간의 신경줄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바스러질 재질부터 강철재질까지 천차만별인가 싶기도 하다. 그렇게 좋은 마음을 먹고 스스로를 단련한 한솔 씨가 고맙다.<br/><br/>다정한 부모를 만나지 못한 그에게 다정한 큰엄마 가정에 들어가는 복이 주어졌다. 거기에서 한솔이는 비로소 평안을 맛보았는데,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br/>"두분의 말과 반응은 언제나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었다. 삶이 무난하다는 감각. 예측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 같은 상황에서 같은 느낌을 받는 일이 반복되면서, 나는 그들이 주는 사랑을 비로소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였다." (72쪽)<br/>부모들이 한번쯤 돌아봐야 할 말이다. 아이들을 안정되게 키운다는 것, 그건 거창함보다는 오히려 무난함에 있다는 것. <br/>다음 말도 중요하다. 어떤 교수님들의 말씀보다 더 울림이 있다.<br/>"자존감이 무너진 아이를 구하는 데 대단히 거창한 힘과 사건은 필요하지 않다. '1박2일'과 사또통닭, 같이 나무를 사러 가고 웃으며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평범한 시간들이, 그 시기의 아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최대치라고 나는 확신한다." (72쪽)<br/><br/>이 책은 총 4부, 각 부의 말미에 편지가 한장씩 들어있다. 1장에선 혹시 지나간 엄마 아빠에게 썼을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니어서 난 좋았다) 8살의 한솔이에게 썼다. 그렇게 어린 한솔이는 고개를 들었다. <br/>2부에선 큰엄마 큰아빠께 썼다.<br/>"그 이름 안에서, 저는 다시 태어났습니다."<br/>이 말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br/>3부에선 토리에게 썼고, 4부에선 '언젠가 만날 나의 아이에게' 썼다. 이 책을 읽어보니 한솔씨는 우리 큰애보다 한두살 많은 것 같다. 한창 주변에서 결혼하거나 자녀를 낳을 나이다. 그러니 한솔씨도 당연히 가정을 꿈꿀 것이다. 참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아서, 빨리 좋은 사람과 함께했으면 하는 엄마마음이 생기네...^^;;;; <br/><br/>하지만 한솔씨는 여전히 조급하지 않게 미완성의 바탕 위에서 한걸음 나아가며 살아갈 것이다. <br/>"가족을 꿈꾸며 품어온 수많은 번뇌와 슬픔, 그 끝에 찾은 나름의 결론들이 나를 여기 이 자리에 데려왔다.... (중략).... 겁 없이 다음을 기대하는 지금이 좋다. 내가 찾은 정답들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고민들 사이에서, 앞으로도 나는 계속 사랑하고 넘어지고 자라고 웃을 것이다." (221~222쪽)<br/><br/>전작을 장애 극복기로 용기와 긍정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면, 이 책은 부모들이나 예비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다. 가정을 만든다는 것이 함부로 덤빌 일이 절대 아니며 그렇다고 거창하고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시작했으면 한다. 한솔이는 아픔 끝에 단단히 서게 되었지만 그 아픔을 어린 누군가가 다시 겪는 일은 한솔씨도 말리고 싶은 일일 테니까. <br/><br/>마지막으로 세상 귀엽고 똘똘한 토리의 건강을 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881/53/cover150/k87203390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8815321</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청소년들의 고통의 바다에서 함께 헤엄치는 어른 - [청소년이라는 우주 - 찬란하고 아름다운 날들의 기록]</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96077</link><pubDate>Mon, 16 Feb 2026 17:4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9607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22934227&TPaperId=1709607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183/25/coveroff/k72293422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22934227&TPaperId=1709607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청소년이라는 우주 - 찬란하고 아름다운 날들의 기록</a><br/>오선화 지음 / 이상북스 / 2024년 11월<br/></td></tr></table><br/>이 책을 동네도서관에 신청했다. 연초여서 그런지 오래 걸려 책이 구입됐다는 연락이 왔다. 올해부터 책을 도서관에 의지하겠다고 결심한 터라 신중하게 책을 신청한다. (월 2권 제한이 있기 땜시) 근데 첫 신청이 이 책이었다니. 퇴직하고 이제 선생님 호칭에서 벗어나 학교 쪽은 쳐다보지도 않을 참인데. 더구나 청소년은 나의 대상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아닐 거고, 아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던 그런 존재였는데. 난 무엇이 궁금해 이 책을 신청했을까.<br/><br/>페친도 아닌데 페북에서 작가님의 글이 눈에 띄었다. 이런 일을 하는 작가님의 마음이 궁금했다. 그 일이란 자칭 '청소년과 밥 먹는 사람' 이다. 상담사는 많지만 이렇게 삶에 뛰어드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선긋기를 잘하는 나로선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혼자만의 시간이나 공간을 침범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나로서는 작가님이 정해놓은 '새벽 2시'라는 시간제한이 너무 끔찍하다. 제한은 정해놓기만 했을 뿐 그 제한을 뛰어넘는 연락이나 돌발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통잠 자는 생활'이 그립지만 그래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작가님. '통잠'하면 수유 기간이 떠오른다. 아기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깨어 도무지 깊이 잘 수 없었던 그때. 통잠자는 게 소원이던 그때. 그게 인생 전체로 봤을 땐 길지 않았고 끝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런데 작가님은 '끝이 없는 수유 기간' 속에서 살고 계신 것 아닌가. 그런 마음이 외면하고 싶으면서도 궁금했다.<br/><br/>나에게 청소년의 이미지는 첫번째로 '시끄럽고 욕 잘하는 미성숙한 인간들' 이다. 어쩌다 중고등 하교시간에 같이 버스를 타게 되면 귀를 막고 싶고 내리고 싶다. 두번째는 '힘들고 불쌍한 아이들' 이다. 주로 부모들 때문이다. 요즘 부모들은 중간이 잘 없다. 자신들의 욕심과 고정관념으로 자녀들을 숨 못쉬게 압박하는 부류. 반대로 최소한의 필요한 관심과 돌봄마저도 나몰라라 하고 방치하는 부류. 그 사이 적정선을 지키는 경우를 별로 못본 것 같다. 극단적인 경우겠지만 부부상담을 받는 TV 프로그램 등을 보면 '저 틈바구니에서 자녀가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겠나' 라는 생각이 든다. <br/><br/>내가 전자의 이미지로 그들 옆에 다가가지 않는다면 작가님은 후자의 이미지로 그들을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만나고 밥을 사준다. 방치하는 부모를 대신해 사고처리를 하러 동동거리며 쫓아다니기도 한다. 부모가 사랑의 울타리이긴 커녕 학대의 칼인 아이들에게 따뜻한 부모의 사랑을 대신 주기도 한다.<br/><br/>"아프냐, 나도 아프다."<br/>이 대사는 이제는 나이들고 평범해진 이서진 배우의 빛났던 매력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다. 작가님이 자청한 삶이기도 하다. 같이 울고 애통해야 하고 때론 가슴을 부여잡고 불안과 조바심을 견뎌야하는, 필히 아플 수밖에 없는 그 삶을 작가님은 기쁨과 선물이 있기에 계속 걸어간다고 말하고 있다. <br/><br/>죽겠다며 하루가 멀다하고 옥상에 올라가는 아이들이 이젠 살아가겠다고 약속할 때, 그 지옥같던 고통의 터널을 같이 건너준 아이들이 월급을 탔다며 후배들의 밥값을 보내왔을 때, 이젠 편안해진 미소와 사랑의 말을 전해줄 때, 그건 중독성이 있나보다.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다시 일으켜 또 다른 청소년을 만나러 간다.<br/><br/>나는 작가님이 나랑은 아주 다른 마음 구조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예쁘지 않은 아이들을 보고 예쁘다고 허허거리고, 어떤 경우에도 아이들을 믿으며 애타는 사랑만을 전하는 사람. 당연히 나랑 다른 종류의 사람이라고. 사실 거의 그렇긴 하다. 하지만 책에는 이렇게 매끈한 면만 담기진 않았다. 소위 말하는 뒤통수(작가님은 아니라고 하지만 내 기준으로는 그런), 해도해도 안되고 한도 끝도 없는 아이, 배은망덕한 아이, 심지어 '인간은 악하구나'를 증명하는 아이. 이런 인간들이 어떻게 없겠는가? 작가님은 이것을 완전히 부정하진 않았다. 하지만 100의 하나가 가시라고 해서 나머지 99를 부정하거나 포기하면 어떻게 되겠냐는 것이다. 그 말에 난 설득되었다.<br/><br/>세상은 고통의 바다인 듯, 반백을 넘게 산 내가 알지도 못하던 참혹한 일들과 여러 종류의 아픔이 가득하다. 거기에 발가락 하나도 담그지 못하는 내가 있고, 그 안에서 헤엄치는 작가님 같은 분들이 있다. 내가 교직도 다 끝난 마당에 이 책을 왜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마음을 기억하겠다. 부끄러움을 알면서 살기 위해서라도 기억하고 응원하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5183/25/cover150/k72293422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1832509</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경고와 감정이 넘실댄다 - [인어 사냥]</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89743</link><pubDate>Fri, 13 Feb 2026 14: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8974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02839723&TPaperId=1708974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275/13/coveroff/k80283972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02839723&TPaperId=1708974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인어 사냥</a><br/>차인표 지음 / 해결책 / 2022년 10월<br/></td></tr></table><br/>인어 사냥이라니 어떤 비유일까 생각했다. 크게 보면 비유일 수도 있지만 비유가 아니기도 하다. 이야기엔 진짜 인어가 나온다. 그 인어를 인간들이 사냥한다. 제목 그대로의 일들이 벌어진다. 그 서사로 꽉 차있는 책이다.<br/><br/>인어라니 황당하겠다 싶지만 그런 느낌 없이 몰입하게 된다. 인어라는 존재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에다 인간의 탐욕에 대한 몸서리쳐짐까지 느끼며 책장이 숨가쁘게 넘어간다. 이건 작가의 힘이 아닐 수 없다. 이로써 차인표 작가의 소설 3권을 다 읽었다. 첫권부터 인정했지만 이번 책에서 더욱 확정하게 되었다. 연예인 프리미엄이 필요없는 진정한 작가구나. 다음 작품 나올 때는 아직 안되었나? 기다려진다.<br/><br/>시대를 오가는 구성도 흥미롭고 쫀쫀하다. 100여년 전 1900년대, 외딴섬에 사는 어부 덕무와 그의 딸 영실, 영득이의 서사가 가까운 시대고, 또 한 시대는 그로부터 1000년 전이다. 소재는 같다. 인어 사냥이다. 1000년을 넘어, 두 시대는 절묘하게 연결된다.<br/><br/>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 경험했던 인어와의 만남. 알려지지 않아야 되는 것들은 평생 가슴 속에만 담아두어야 했을 것을, 알려진 소문은 탐욕을, 탐욕은 무자비한 행위를, 그 행위는 파멸을 가져온다. <br/><br/>아내를 잃은 덕무가 같은 병이 딸에게도 발병한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살리고 싶었을지 공감한다. 딸은 숨이 안쉬어져 허공에 손짓하는데, 그가 생포한 애처로운 어린 인어는 공영감에게 고문 수준의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그의 괴로움에 공감한다. 인간에겐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왜이리 어려울까.ㅠㅠ 그래도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 고통을 보면서 느낀다. 순리를 거슬러서라도 얻겠다는 탐욕이 결국 얼마나 흉하게 뒤틀리는지 절감한다. 이 부분에서 인어는 비유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어는 아니지만 그런 방식으로 취급당한 수많은 생명들이 있으니까.<br/><br/>뒷세대의 서사에는 강치도 나온다.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여 씨가 마르게 되었다는 그 강치... 차인표 작가는 의미있는 소재들을 찾고 공부하고 작품에 녹여 넣으려 애쓰는 작가인 것 같다. 또 그것들을 문학적으로 잘 표현하기도 한다. 묘사하는 문장들도 무척 아름답고, 대사도 자연스러우며 감정도 잘 전달된다. <br/><br/>뒷표지의 추천사를 보니 영화관련인들이 많다. 영화로 잘 표현되면 무척 멋질 만한 이야기겠다. 판타지의 존재인 인어를 어떻게 구현하는가, 천년 전 바닷가, 특히 공랑이 처음 발견한 그 환상적인 공간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가, 인어에 대한 인간의 마음 (어떤 이는 눈먼 탐욕, 어떤 이는 갈등과 고통, 어떤 이는 연민과 사랑)을 잘 연기하는지가 관건이겠다. 세번째는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많으니까. 하지만 첫번째와 두번째는 내 상상력으로는 무척 어려워 보인다. 누군가는 도전을 할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275/13/cover150/k80283972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2751355</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후속편 예감^^ - [몬스터 캠핑장 - 반달이 뜨면 열리는，제13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59674</link><pubDate>Sat, 31 Jan 2026 11: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5967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9162679&TPaperId=1705967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42/39/coveroff/894916267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9162679&TPaperId=1705967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몬스터 캠핑장 - 반달이 뜨면 열리는，제13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a><br/>정주영 지음, 김현민 그림 / 비룡소 / 2026년 01월<br/></td></tr></table><br/>으스스하고 무섭지만 단지 그렇지만은 않은, 깨알재미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표지에서부터 풍긴다. 어린이들은 무서운 걸 좋아하니 몬스터는 좋은 소재이기도 하다. 거기다가 캠핑장!!<br/><br/>화자인 오햇님이 도서관 구석에서 &lt;괴물 손님 사전&gt;이라는 책을 찾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사전에 수록된 괴물들이 맛보기로 몇몇 소개된다.  구슬부자 미룡이, 무술의 달인 백여랑, 식탐왕 꾸역이 등. '와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대하게 만드는 도입이다. 도입이 완벽하다. 그 책 마지막장에 초대장이 있었던 것이다. 바로 몬스터 캠핑장으로의 초대장!<br/><br/>햇님이는 바로 모험단을 꾸려 (아빠와 강아지 두두) 캠핑장으로 향했다. 도착한 캠핑장은 기대와는 달리 을씨년스러워 실망했지만, 밤이 되어 달이 뜨고 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리자 모든 것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등장한 몬스터는! 사자 같기도 하고 용 같기도 하고 활활 타오르는 불덩이 같기도 한 괴물, '사고뭉치 버럭이' 였다.<br/><br/>이 이름을 보는 순간, 아 이 이야기는 그저 재미로 쓴 얘기는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들은 재미로만 읽어도 충분하고, 어른들은 뭔가 생각할 지점이 있겠다는 생각. 우리 주변의 몬스터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라고 할까. [괴물 손님 사전의 시작] 부분을 읽으니 그 느낌이 더욱 확실하다.<br/>"아득한 옛날 인간 세상에 괴물들이 나타나던 시대, 대부분의 인간들은 괴물이 무서워 피하고 숨기 바빴다. 그러나 괴물들을 손님으로 맞이해 깍듯이 보살펴준 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이랑'이다." (34쪽)<br/>어떻게보면 사람을 상대하는 모든 이들이 &lt;몬스터전&gt;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나부터도 작년 한해의 몬스터전만도 족히 다섯 권은 쓸 것 같은데....ㅎㅎㅎ <br/><br/>등장한 버럭이는 고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캠핑장을 휩쓸었고 햇님이와 아빠는 속절없이 당했지만.... 점차 친구가 되어가고 말썽이 수습되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아주 전형적이진 않고 흥미로운 소재도 맛난 양념처럼 들어 있어서 어린이 독자들이 즐겁게 읽을 것 같다.<br/><br/>버럭이와의 만남이 끝나자 이 책도 마무리된다. 그건 좀 의외였다. 도입에서 사전을 펼칠 때, 다양한 몬스터가 등장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껏 캐릭터들을 만들어 놓고 등장은 하지 않는다고? 혹시 다음 권들이 계속 나오는게 아닐까? 이 책에 1권이라 표시되어 있진 않지만 아무래도 그럴 것 같다. 이미 기본 구성은 해놓으신 셈이니 말이다.<br/><br/>돌아온 햇님이는 &lt;괴물 손님 사전&gt;에서 버럭이 부분을 고친다. 그건 버럭이한테 씌워진 고정관념과 오명을 바로잡는 작업이었다. 이런 작업을 하는 존재들이 많이 필요하다. 나도 누군가에겐 몬스터일 수 있겠지. (솔직히 그렇지는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어떤 존재를 쉽게 규정하고 배척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이 책처럼 훈훈하고 재미나게 끝나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이 마지막으로 남았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42/39/cover150/894916267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423954</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잠비의 편안함이 고루 깃들길 - [여름에 내리는 비, 잠비 - 2025년 제4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대상 수상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43307</link><pubDate>Sat, 24 Jan 2026 21: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4330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912209X&TPaperId=1704330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844/95/coveroff/894912209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912209X&TPaperId=1704330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여름에 내리는 비, 잠비 - 2025년 제4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대상 수상작</a><br/>김도영 지음, 해랑 그림 / 비룡소 / 2025년 07월<br/></td></tr></table><br/>출간되는 역사동화를 거의 다 챙겨보던 때가 있었는데 한동안 놓았다가 오랜만에 한 권 읽어보았다. 수상작이라 제목이 눈에 자주 띄었지만 잡지 않고 있다가 해를 넘기고 읽어본다. 한달음에 끝까지 읽었다. 상당히 매력있는 작품이었다.<br/><br/>역사동화 중에는 감정을 크게 건드리지 않으면서 당시 역사 사건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있고, 역사적 인물들에 이입될 수 있게 감정을 자극하는 작품들도 있다. 굳이 구분하자면 이 작품은 후자라고 하겠다. 주인공은 훗날 정조가 되는 왕세손 이산, 그리고 양반 아버지와 천민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서얼 규안이다. 전자는 실존 인물이고 후자는 작가의 역사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다.<br/><br/>또 이산이야? 할 수 있다. 매우 드라마틱한 서사를 가진 인물이어선지 책으로, 영화나 드라마로 많이도 다루었다. 주로 당대 인기있고 잘생긴 배우들이 역할을 맡았다. 내가 기억나는 배우만 해도 이서진, 현빈, 이준호 등... 조금씩 다른 관점의 서사였지만 이산이 강인하고 능력 있으며, 그러면서도 고뇌하고 사랑하는 멋진 청년으로 나온다는 점은 동일하다. 이 책은 독자가 어린이니만큼, 11살 이산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가 만든 규안이라는 인물 역시 같은 나이로 나온다.  <br/><br/>지금도 살기 힘든 세상이지만 역사서를 읽어보면 그나마 지금 태어나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첫 번째는 신분제도 때문이다. 내가 귀족이나 양반으로 태어났을 것 같지는 않고... 그럼 평생 사람 취급도 못 받고 죽도록 일만 하다 죽을 거 아니야? 두 번째는 비정한 권력투쟁 때문이다. 이건 어쩌면 지금이 더 교묘하게 잔인할 수도 있지만.... 하여간에 권력이 무엇인지 부모자식 간에도 죽고 죽이니. 특히 그 권력의 집중처인 궁궐이야 말해 무엇하랴. 그 권력 기반이 약하거나 흔들리는 경우에는 내일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곳이 바로 궁궐 아니던가. 이산이 처한 상황이 바로 그랬다.<br/><br/>가상 인물인 규안의 아픔은 신분제도 때문이다. 서얼인 규안은 홍길동전에서 보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의 딱 그 모습이다. 그뿐이 아니라 성품 고약한 부인과 친자들의 행패를 수시로 견뎌야 한다. 다 허물어가는 별채에서 제대로 얻어먹지도 못하고 살아간다. 충직한 하인 큰노미를 붙여주신 것이 그나마 양반 아비가 베푼 배려였다. 작가는 이 규안이의 캐릭터를 다채롭게 창조하며 흔한 소재를 흔하지 않게 만들었다. 천덕꾸러기로 자라난 탓에 몸집이 작고 상처투성이고, 그렇다고 어른스러운 성품은 아니어서 작중 소소한 웃음을 유발하고, 그렇지만 생각은 반듯해서 속깊은 마음과 행동을 엿볼 수 있는 캐릭터. 독자들의 애정과 응원을 받을 만한 캐릭터다.   <br/><br/>서로 다른 어려움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것은 이산의 할머니(사도세자의 어머니) 영빈이 왕세손 옆에 둘 또래 아이를 구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설마 규안이 뽑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세손 또한 규안을 소 닭보듯 했지만 둘은 어느새 가까워지게 된다.<br/><br/>11살 규안의 눈으로 본 모습에 궁궐의 암투가 다 담길 리는 없다. 하지만 하나만 봐도 열을 알 듯한 장면은 바로 세손의 ‘불면’이었다. 세손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 일도 없고 달게 자는 일도 없었다. 그의 선택은 오로지 책을 읽는 것이었다. 그의 몸에 밴 불안에 연민을 느낀다. 나는 가장 괴로운 감정이 불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객을 두려워하며 잠에 들어야 하는 삶은 어떠할까. 으으.... 모든 걸 포기하고 부도 권력도 없이 사는 게 낫지 그렇게는 한시도 못살 것 같다. 인간은 어쩌자고 그런 존재들일까.<br/><br/>규안의 다채로운 캐릭터 중에는 그의 재능이 있다. 귀가 특별히 예민하여 작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고 들은 것을 잘 기억하여 외국어에 소질이 있다는 점. 그래서 사역원에 들어가 역관이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이렇게 귀가 밝은 규안의 특기는 세손에게 잠시의 단잠을 선사했다. 밥보다 잠을 더 좋아하는 내가 이 대목에서 흐뭇함을 느낀 것은 당연한 일.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세손의 고단한 처지와 애씀이 시대를 넘어 느껴졌다. 이것이 역사동화의 역할이라면 이 책은 그 역할을 너무 잘해냈다. 그래서 역사동화상 수상작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br/><br/>‘잠비’가 이 책의 제목이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br/>“저하, 백성들은 여름비에 달콤한 잠을 청하고 다시 기운을 얻지 않사옵니까? 그렇게 이어나가는 삶을 생각해 보소서.” (124쪽)<br/>규안이 세손에게 잠시라도 선사한 잠비의 평화로움. 내가 잠을 사랑하는 사람이어선지 그 평화로움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누구든 큰 욕심 내지 않고 이 평화로움을 누릴 수 있는 세상. 바로 그들이 꿈꾸던 세상이 아니었을까. 그런 세상은 왔나. 그렇진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나아온 것은 사실이다.<br/><br/>작가가 캐릭터를 창조할 때는 작명도 중요할 것 같은데, 이 작품에서는 특히 중요하고 어려웠을 것 같다. 해바라기 규에 편안할 안. 자식이 당하는 수모를 모른척 하는 아비가 지어준 그 이름에서 얼자인 그는 아비의 사랑을 믿었었지. 아비의 작명이지만 실제로는 작가의 작명인 이름. 그 이름 하나에도 작가의 고심이 느껴지는, 많은 감정이 꽉 들어찬 역사동화였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844/95/cover150/894912209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8449599</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아서라, 그냥 생긴대로 살아 - [나도 사람이나 되어 볼까? - 제6회 Be그림책 대상 수상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41792</link><pubDate>Sat, 24 Jan 2026 00: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4179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52034812&TPaperId=170417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205/12/coveroff/k55203481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52034812&TPaperId=1704179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도 사람이나 되어 볼까? - 제6회 Be그림책 대상 수상작</a><br/>카미 치토세 지음, 김현정 옮김 / 꿈터 / 2025년 12월<br/></td></tr></table><br/>앗, 그림책이 이렇게 작아? 동화책만한 판형을 가진 그림책이다. 캐릭터가 개성있고 귀엽고(내 기준) 코믹해서 그림만으로도 보는 재미가 있다.  &nbsp;  내용도 꽤 의미가 있는데, 한번 봤을 때는 좀 진부하게 느껴졌다. 이런 거 많잖아? 문제의식 좋은데 이미 많이 한 이야기잖아? 이런 느낌. 하지만 다시 한번 읽어보니 처음보다는 생각이 좀 많아졌다.  &nbsp;  “나는 강아지야.”로 시작한다. 강아지라는데 아주 크고 좀 험악하게 생겼다. 아 그 험악이란 것이 귀엽게 험악한? 전형적인 귀여움과는 좀 다르지만 색다른 매력이 있다. 얘가 심심하고 따분해서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이 되기 위한 특별한 공부를 시작하기로 하자, ‘진짜 사람 되기’라는 책과 ‘학습 상자’가 집으로 도착한다. “슬플 때는 멍멍하고 짖지 말고 눈물을 흘리세요.”라고 책에 쓰여 있고 학습 상자에 안약이 들어있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사람 옷을 입었다. 책의 다음 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사람들은 시간에 쫒기며 살아요. 그러니까 서둘러 주세요.”  &nbsp;  옷을 입고 합류한 ‘사람들의 대열’에서 그는 빨리 걸어야 했고 방향을 틀 수도 없었다. 똑같지 않다고 엄청 혼이 났다. 겨우 대열에서 도망친 그가 “사람이 되는 건 이렇게 힘들고 무서운 일이구나.”라고 깨달았다는 이야기다.   &nbsp;  여러 가지 면에서 공감한다. 일단 세상에 인간만큼 무서운 존재가 없다는 점부터 인정한다. 그리고 반대쪽에서 걸어오거나 다른 길로 가는 사람에게 퍼붓는 그 무지막지한 비난도 바로 이 세계의 모습이다. 세상엔 사람 수만큼 많은 길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좋을 텐데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 자기 길이 맘에 들면 그냥 감사하면 되는데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을 바보 같다고 비웃고 손가락질한다. 아주 못된 의미의 오지랖이 폭발한다.   &nbsp;  &lt;나도 사람이나 되어볼까?&gt;라는 제목에 대한 답은 “아서라, 그냥 생긴 대로 살아.”가 되겠다. 하지만 이미 사람으로 태어난 입장에서, 그래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사람된 도리겠지? 이 책은 그 방법을 반어적인 방법으로 말해주는 책이라 하겠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205/12/cover150/k55203481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2051255</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캐치볼부터 시작! - [리플레이 - 제2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39635</link><pubDate>Fri, 23 Jan 2026 07: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3963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135581&TPaperId=1703963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17/99/coveroff/k27213558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135581&TPaperId=1703963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리플레이 - 제2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a><br/>이윤정 지음, 박재인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01월<br/></td></tr></table><br/>표지그림도 담담하고 도입부의 이야기도 평범한 듯했는데 어느새 다 읽었다. 엄청 흥미롭거나 긴장되는 것 같지 않으면서도 끝까지 가는 서사의 힘이 있다. 수없이 나오는 이야기들 중 기억에 남기는 쉽지 않은데 이 책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이유가 뭘까? <br/><br/>동화 제목을 영어로 뽑는 건 좀 별로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에는 어쩔 수 없이 동의가 됐다. 이중의 의미 때문이다. ①다시 재생(돌려보기), ②재경기 이 두가지 의미가 이야기 안에서 모두 중요했다.<br/><br/>경기가 나오는 것을 보니 스포츠 동화인가? 일종의 그렇다고도 볼 수 있지만 경기 장면이 두드러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손에 땀을 쥐는 경기의 묘사에서 현장감이 폭발하는 스포츠 동화들은 그것대로 매력이 있지만 이 책은 그런 쪽은 아니다. 그 이면의 이야기, 실패와 극복의 이야기라고 할까. 아니 아직 다 극복되지도 않은 이야기다. 아니 어쩌면 굳이 극복되지 않아도 괜찮은 이야기라고 말하고도 싶다.<br/><br/>전학 온 권해람은 이전 학교에서 야구를 하다가 왔다고 한다. 그반의 황희영은 아빠랑 둘이 살며 시간관리가 잘 안되어 학교에 늘 지각한다. 두 아이가 번갈아 화자로 나오는 이야기다. <br/><br/>해람이의 문제는 제목인 리플레이(다시 재생)이다. 촉망받는 야구선수였던 해람이는 어느 경기에서 투수가 던진 공에 얼굴을 맞고 쓰러진 후 그 트라우마로 공에 대한 공포심이 생겨버렸다. 얼굴로 공이 날아오던 그 순간이 자꾸만 리플레이 되는 것이다. 야구선수가 공에 대한 공포심? 안될 말이다. 결국 해람이는 야구를 그만두고 여기로 전학왔다. 폭주하는 성격은 아니어서 평범하게 적응하는 듯하지만 마음속에 좌절감과 야구에 대한 미련은 늘 해람이를 괴롭히고 있다. <br/><br/>희영이의 문제는 혼자 방치된 외로움...이라고 할까. 엄마가 떠나고 아빠는 시간이 안맞고 단짝이던 제나마저 아이돌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전학갔다. 하지만 지각 문제를 알고 손을 내민 상담 선생님 덕분에 힘을 내려 하고 있는 중이다. 상담 선생님은 소소한 상품을 걸면서 희영이의 성취감을 자극한다. 지각하지 않기에서 저녁운동하기까지 목표가 올라갔다. 그 저녁운동에서 이 두 주인공의 만남이 시작된다. 어떤 만남들은 참 중요하다. 서로를 일으켜주게 되는 만남. <br/><br/>둘은 캐치볼을 하게 된다. 해람이가 희영이의 첫 던지기를 ‘패대기쳤다’고 표현할 때 웃음이 났다. 내가 바로 그랬거든. 체력장 중에서 던지기를 제일 못했다. 나도 이렇게 매일 받아주는 친구가 있었으면 좀 나아질 수 있었으려나....^^ 희영이는 많이 늘었다. 그리고 해람이에게도 좋은 점이 있었다. 희영이랑 주고 받는 공은 공포심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br/><br/>함께 야구장에도 놀러가면서 둘은 더 친해지지만, 캐치볼은 이쯤에서 그만둬야 했다. 해람이가 용기를 냈기 때문이다. 야구를 다시 해보기로. 좋은 일이지만 희영이는 다시 혼자가 됐다. 서울로 간 제나한테서도 성공의 좋은 소식이 왔다. 이때 못나게도 제나와 연락을 끊는 희영이. 그러지 말지... 싶으면서도 희영이를 욕할 수는 없었다. 내 안에도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나만 빼고 주변은 모두 잘 되어 또다시 나만 남았을 때.... 나도 이를 악물고 잘되면 좋겠지만 그게 쉽던가?<br/><br/>리플레이의 두 번째 의미는 해람이의 재도전 시합이라 하겠다. 여기서 해람이가 역전 홈런....을 쳤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홈런은커녕 공에 배트도 대보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때 야구 절친인 진우와의 대화.<br/>“나.... 할만큼 한 것 같다. 진짜로.”<br/>“해람이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그건 진짜일 거야. 할 만큼 해봤는데도 안되고 이제 그만두고 싶으면 시원하게 보내 줘 버려! 야구, 이까짓 거.”<br/>“푸하핫” <br/>말을 이렇게 했지만 해람이는 좀 더 해볼 작정인 것 같다. 그리고 그 경기에 찾아왔던 희영이. 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결말에서 희영이의 모습은 어떻게 끝날까?<br/><br/>애쓰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어른 독자의 마음이 애틋했다. 다들 힘들지만, 친구의 모습이 같이 늪에 빠지는 모습이어선 안된다. 이럴 땐 내가, 저럴 땐 네가 서로 잡아줘야 친구인 거다. 해람이와 희영이한테서 그런 친구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몸을 움직이면서 벗어나는 모습을 작가님이 보여주신 것도 좋았다. 역시 사람은 몸을 움직여야 머리도 상쾌해지는 법! 그리고 아이들의 도전에 무턱대고 하면 된다!!고 강요하는 느낌이 아닌 점도 좋았다. 해람이는 트라우마를 단번에 극복하진 못했지만 계속 도전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하다 안돼서 그만두면 또 뭐 어떤가? 다른 도전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는 거지. 그 사이에 또다른 방황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 보여준 건강한 모습을 잃지 않으면 된다. 가족과 친구가 그 옆에 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17/99/cover150/k27213558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179988</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지루함의 실감나는 형상화, 지룽이!^^ - [너무너무 지루한 지룽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25375</link><pubDate>Fri, 16 Jan 2026 14: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2537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3196720&TPaperId=1702537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331/29/coveroff/896319672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3196720&TPaperId=1702537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너무너무 지루한 지룽이</a><br/>베티나 오브레히트 지음, 율리 푈크 그림, 김서정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6년 01월<br/></td></tr></table><br/>원제의 이름은 뭔지 모르겠지만 우리말로는 '지룽이'라고 번역했다. 적당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너무 지루해서 지룽이다. 얘는 말하자면 '지루함'을 형상화한 존재다.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함께 이 형상화를 아주 잘해내신 것 같다. 아주 느낌이 쏙쏙 온다. 길쭉하고 회색인 이 존재는 팔도 없고 표정도 없다. (아 지루한 표정이 있는건가)<br/><br/>에밀이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던 순간 이 지룽이가 찾아왔다. 에밀은 지룽이에게 말을 걸며 이것저것 제안하기 시작했다. 지룽이는 다 싫다고 한다. 하지만 에밀의 상상력은 계속 뻗쳐나간다. 악어장난감은 프린츠가 되고 여자아이인형은 펠린느가 되었다. 지룽이는 말도 안된다며 툴툴댄다. 인형이랑 장난감은 말을 못한다며. 음 그건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에밀도 가만있지 않는다.<br/>"그렇지 않아. 프리츠랑 펠린느한테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어. 보물을 찾아낼 수도 있어."<br/><br/>이렇게 말하는 에밀의 주변이 침대에서 뻗어나가 점점 확대된다. 언덕이 생기고, 하늘에 여러가지가 날고, 강아지와 호랑이 인형은 보물상자를 지키는 용이 된다. 성이 지어지고 멋진 정원도 펼쳐진다. 에밀의 세상이 펼쳐질수록, 지룽이는 작아진다. 어느 순간, 들어왔던 창문으로 스륵 빠져나가 버렸다. 그걸 붙잡을 겨를이 없다. 지금 에밀은 신나는 모험에 푹 빠졌으니까!<br/><br/>아이들에게 텅 빈 시간, 심심한 시간은 결코 해롭지 않은 시간이며 오히려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많이들 얘기한다. 이 책은 그 메시지에 대한 최고의 형상화라고 평가하고 싶다. 글과 그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지루함이 다가온 순간과 물러난 순간, 그 사이에 구축된 아이의 상상의 세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가들 본인이 어린 시절을 그렇게 살지 않았을까. 틀림없이 그럴 것 같다.<br/><br/>나도 어린 시절 텅빈 시간들을 많이 보냈다. 부모님들은 그걸 내버려 두셨고. 그때는 다들 그랬으니 어떤 조바심도 없었다. 지금은 크게 다르다. 부모들은 텅빈 시간에 아이들이 머무르는 걸 아까워하고 분노하게 되었다. 물론 바쁘거나 무관심해서 방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지룽이가 찾아오진 않는다. 아이들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줬기 때문이다. 아이들 또한 조금의 틈이라도 불안하다는 듯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뭐라도 들여다본다. 이러면 어떤 순간에도 지룽이는 올 수가 없다.<br/><br/>사실 이 모습이 내 모습이기도 해서 할 말이 없다. 지금 이 글도 폰으로 쓰고 있다.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내가 폰을 한번도 잃어버리지 않은 건 늘 지니고 다니기 때문이지.... 하지만 아이들에게 평생 지룽이를 한번도 만나지 못하게 하는 건 너무나 잔인한 일이다. 이것을 위해 사회와 부모가 고민하고 뭔가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br/><br/>요즘 &lt;편안함의 습격&gt;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그 내용과 관련지어 생각할 부분도 있어 보인다. 완벽한 보호를 받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그건 약간의 위험성, 시련이 있는 상황에 아이들을 놓아둘 필요가 있다는 말이겠다. 그러나 요즘의 인식은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만드는 것 자체가 책임의 소재를 따질 일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시도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한가지 기억을 말해본다. 어느 반이 체육시간에 줄넘기를 하다가 한 아이가 혼자 넘어지며 무릎을 찧었다. 세게 찧었는지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담임은 즉시 보건실로 업어서 옮겼고 보건실도 응급처치 및 보호자 연락 등 해야 할 일들을 했다. 근데 그 보호자들은 "어떻게 학교에서! 아이가 다칠 수 있냐!'고 분노하면서 관련자들을 오랫동안 괴롭게 했다. <br/><br/>결국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는 지위, 즉 부모의 지위 아니고는 모험이나  '도전 상황'은 해줄 수가 없는 일이 되었다. 부모들이 고민하고 결정하고 실행할 일이 더욱 많아졌다는 뜻이 되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부모님이 읽어주시면 가장 좋을 것 같다.<br/><br/>무겁고 심각하게 리뷰를 썼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 밝고 예쁘고 미소가 지어지는 느낌의 책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331/29/cover150/896319672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3312912</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긍정에너지의 위력이 이정도일 줄이야 - [슬픔은 원샷, 매일이 맑음 -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의 유쾌한 반전 라이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21041</link><pubDate>Wed, 14 Jan 2026 19:4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2104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839369&TPaperId=1702104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040/68/coveroff/k27283936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839369&TPaperId=1702104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슬픔은 원샷, 매일이 맑음 -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의 유쾌한 반전 라이프</a><br/>김한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09월<br/></td></tr></table><br/>저자를 처음 본것은 '천재견 토리' 라는 쇼츠 영상에서다. 강아지가 우리집 개와 똑같이 생겨서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갔던 거다. ('말티푸'들은 다 비슷하게 생겼다) 다만 우리집 개보다 훨씬 작고, 우리 개도 똑똑한 편인데 훨씬 더 똑똑했다. (그러니까 천재견이라는 영상을 찍었겠지?) 개의 재롱에 웃다가 그제서야 개아빠 한솔씨한테 눈길이 갔다. 그가 개와 대화중 지나가듯 자신의 눈이 안보인다고 말했을 때 깜짝 놀랐다. 아 시각장애인이구나. 근데 엄청 밝고 유쾌하시며 움직임도 자연스러우시네. 그런 생각을 했다. 이후로도 토리 쇼츠는 종종 떴고 재미있게 봤다. 그러다가 페이스북에서 이분의 책 소개를 보게 됐다. 아 책도 쓰신 분이구나!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최근작과 이 책까지 두 권의 저서가 있다. 먼저 나온 이 책부터 읽어보았다. <br/><br/>이 책에는 그의 어린시절부터 시각장애인이 된 과정, 극복하며 맹학교와 대학생활을 한 과정, 유튜버가 된 과정까지 담겨있다. 내가 처음 관심을 갖게된 계기인 토리 이야기는 아마도 다음 권에 나오는 것 같다. 그 책도 재미있을 것 같다. <br/><br/>한솔씨의 성장과정을 보면 흔한 말로 불우했다. 9살부터 13살까지 그는 3명의 어머니와 헤어져야 했는데 친어머니와 새어머니들 모두 어린 그에게 상처를 주었다. 이 과정만 가지고도 평생 어둡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근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세번째 어머니는 말도없이 떠나갔다. 한솔이 혼자만 남겨진 거다.<br/><br/>이때, 지금 돌아보면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을까' 아찔해지는 손길이 있었다. 바로 큰엄마 큰아빠가 맡아주신 것이다. 조카를 거두는 것, 옛날 시대엔 당연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않다. 얘길 들어보니 방도 모자랐고 그래서 큰엄마, 큰아빠와 거실서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이건 아무리 칭송해도 모자랄 만큼 큰엄마가 대단하신 거다. 아마도 주변에서 반대도 많았을걸? 자신 하나만 봐서는 어리석은 선택이다. 하지만 그 어리석은 선택이 가져온 선한 물결은 지금까지도 퍼져나가고 있다.<br/><br/>고마운 손길도 있었으니 어린 한솔의 고난이 거기까지였으면 얼마나 좋아. 고2때 눈에 이상이 감지되었는데 그건 실명에 이르는 불치병이었다. 한솔과 큰엄마 가족이 얼마나 슬퍼하고 염려했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책의 한구절에서 한솔씨는 "복지카드를 받았을 때 잠깐이었지만 '이젠 끝이야' 라고 생각했다." 라고 썼다. 그 감정에 너무나 공감한다. 시각을 잃은 세상을 나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한솔 씨의 장점이 있었으니 그 감정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이든 했고, 거기서 성취감을 얻어내고 그걸 동력으로 또 나아갔다. 그 시작은 점자였다. 그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냈다. 그에게 학습능력과 집요한 성취욕이 있었던 것에 나는 감사한다.<br/><br/>맹학교 재학기간 중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며 그게 그에게 희망이 되었던 것도 참 다행이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이라는 그의 장점은 볼수록 다행스러웠다.우울질이 약간 스며 있는 내 성격으로는 도저히 그러지 못했을 것 같다. 그 두 성격은 출발이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천지차이의 결과를 가져온다. 지금 한솔 씨의 행보를 보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한솔씨에게 그 긍정에너지를 형성해 준 곳이 큰엄마네 가정이었다는 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솔 씨는 그 전에 바닥을 헤매던 학업성적이 큰엄마네 가정에 편입되고부터 수직상승했다고 밝히고 있다. 저녁을 함께 먹으면서 하루를 얘기할 수 있는 일상이 신기할 정도로 행복하고 좋았다고 한다. 이건 모든 사람들이 주목할 만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엔 한솔 씨의 천성인 것 같기도 하지만, 이 따뜻함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천성도 발휘되기 어렵지 않았을까.<br/><br/>한솔 씨의 도전은 계속된다. 시각장애인이 주로 가는 학과들을 마다하고 어렵다는 경영학과에 진학했으며, 장애 학생들과 동아리도 결성해서 활동했고 소수자들에 무심했던 학교의 여러 모습을 바꾸어 나갔다. 가장 큰 도전은 역시 유튜브라 하겠는데, 이 도전을 통해 그의 삶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 한조각인 토리 쇼츠를 보고 그를 알게 되었으니. 이 책을 읽고 그의 정식 채널을 구독했다. 이 책의 제목에도 들어있는 '원샷한솔'이다. 이게 끝은 아닐 터이다. 그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고 나는 그가 영상으로 공개되는 부분, 보여지지 않는 모습 모두에서 평안하고 즐겁기를 바란다.<br/><br/>그는 이제 시력을 잃었던 처음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을 혼자서 해내고 있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부분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한솔 씨도 나처럼 아쉬운 소리 하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던 것 같다. 이런 말을 했던 걸 보면.<br/>"다른 사람들 입장에선 저랑 뭘 하든 제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 상대가 힘들지 않을까요?" (101쪽)<br/>하지만 이걸 넘어서야 한다. 장애 당사자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사회가 넘어서야 한다. 필요한 도움을 주고받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걸 보여주는 한솔 씨와 친구들이 정말 고맙다. 서로 고마워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당연하다고 해서 고마운 마음까지 제거할 필요는 없다. 내미는 손길은 흔쾌히 잡고, 고마워하고, 나도 내밀 수 있는 곳에 손을 내밀고, 또 고마워하고. 이렇게 고마운 마음이 퍼져나가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 아닐까. 한솔 씨는 처음의 미안함과 주춤거림을 극복했다. 너무 다행이다. 지금은 한솔 씨한테 용기를 받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내 자식 또래의 한솔 씨한테 나는 또 이렇게 배운다.<br/><br/>어린시절의 상처에 대해서도 지금의 한솔씨는 파도타기의 경험이라고 말하고 있다. 파도타기에 익숙해지고 새로 오는 파도를 넘을 수 있는 힘이 생긴 과정. 또 이렇게도 말한다.<br/>"같은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두려움으로 맞이하는 것과 기대감으로 맞이하는 것은 크게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240쪽)<br/>앞이 보이지 않는 두려움보다 더 큰 것이 있을까. 난 앞이 보이지만 한솔 씨보다 두려움은 훨씬 크고 기대감은 훨씬 작다. 젊지만 나보다 훨씬 단기간에 큰 파도를 많이 넘은 한솔 씨는 이제 웃으며 여유있게 파도를 타고 있다. 닮고 싶은 모습이다. 그의 파도타기를 계속 응원하겠다. 그리고 천재견 토리의 이야기가 담긴 두번째 책도 꼭 읽어보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040/68/cover150/k27283936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0406827</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멀리서 같은 별을 바라보는 사랑 -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13805</link><pubDate>Sun, 11 Jan 2026 12: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1380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82835835&TPaperId=1701380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8513/21/coveroff/k88283583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82835835&TPaperId=1701380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a><br/>차인표 지음, 제딧 그림 / 해결책 / 2021년 12월<br/></td></tr></table><br/>차인표 작가의 책을 두 번째 읽었다. 쓴 순서로는 이 책이 첫 번째라 할 수 있다. 2009년에 &lt;잘가요 언덕&gt;이라는 책으로 먼저 나왔다. 이야기의 씨앗을 마음속에서 품고 굴리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10년도 더 전이니 이 책은 정말 오래 걸려 나온 책이다. 나는 차인표 씨가 작가라는 걸 겨우 재작년에 알았는데, 그가 이야기를 품고 살아온 지는 거의 30년이 되어가는 셈이다. 알게 된 계기는 이 책이다. 외국의 어느 대학에서 필수도서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역주행이 시작된 때. 얼마전 드디어 그의 책 한 권을 읽어봤다. 한 권 읽으니 자동적으로 다음 책으로 손이 뻗어갔다. 아마도 &lt;인어 사냥&gt;까지 쭉 이어갈 듯하다. 그것까지 읽으면 끝인데, 작가님은 차기작을 집필 중이시려나.^^<br/><br/>일제강점기라는 참혹한 시대와 위안부 징용이라는 만행을 다룬 책인데도 너무나 결이 고운 느낌이다. 조심조심 예쁘게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그 안에 백성들의 고달픈 삶과 참혹한 죽음과 고통스러운 부상과 비극으로 끝난 사랑이 들어있음에도 그렇다. 인간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굳게 믿는 사람이 괴롭고 힘든 이야기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조심조심 들려주는 것 같다. 이 또한 차인표 스타일일까. 나는 이런 느낌만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느낌도 좋았다. 접근 방법은 다양한 것이 좋으니까. 이 책은 어린이들도 고학년 정도면 충분히 읽을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역사동화가 많이 출간되었는데, 그중에 어떤 작품은 이 책보다 더 두껍고 어렵다. 그러니 이 책은 역사동화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어도 무리가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대로가 더 좋긴 하다. 동화로 나왔으면 훨씬 덜 읽혔을 지도 모르니까....<br/><br/>제목을 말하자면 구판 제목인 &lt;잘가요 언덕&gt;도 좋다. 책을 읽어보면 그것이 이 책의 중요한 배경인 것을 알 수 있다. 개정판 제목인 &lt;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gt;도 좀 길긴 하지만 좋다. 순이와 용이의 사랑의 대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br/><br/>고뇌하는 일본군 장교 가즈오가 나오는 것도 이 책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준 요인 중 하나다. 그가 자원하여 입대하고 조선에 투입되어 몇 년이 흐르는 동안 처음의 공명심과 의지가 점점 회의와 곤혹스러움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중간중간 삽입된 그의 편지에서 볼 수 있다. 그의 어머니께 보내는 그 편지에는 군인으로서 발설하기 어려운 그의 인간적인 고뇌가 점점 스며들고 있으며 편지의 끝에는 꼭 그림이 한 점씩 그려져 있는데 이것도 작품에서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br/><br/>&lt;잘가요 언덕&gt;이 있는 이 마을은 백두산의 ‘호랑이 마을’이다. 쉬지 않고 땀흘려 일구어야 먹고 살 수 있는 곳이지만 그들을 품어주는 자연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 아름답다. 거기에 촌장님의 손녀 순이가 살고 있었고, 백호를 잡기 위해 마을로 들어온 황포수와 그의 아들 용이가 있었다. 둘의 애틋한 사랑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그리고 누구나 예측할 수 있듯이 위안부로 징용되는 소녀가 바로 순이다. 순이는 이야기 안에서 할아버지를 잘 모시며 밥을 짓고 나무를 하고,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떠서 건네고, 마을에 머무는 사람에게 밥을 지어주는 따뜻한 존재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중국으로 도피하는 부부가 떨구고 간 아기 ‘샘물이’를 업어 키우며 보살펴주는 모습이다. 특히 눈물샘이 막힌 샘물이를 위해 날마다 눈을 꾹꾹 눌러주는 것을 잊지 않는 모습.<br/><br/>중반쯤 가즈오가 인력 동원 명령 공문을 받으면서 이야기는 비극으로 휘몰아친다. 순이를 구해내기 위한 가즈오의 전략, 그걸 꿈에도 모르는 용이의 전략. 두 전략이 엉키면서 숨을 멈추고 보게 되는 활극들이 펼쳐진다. 이런 부분을 읽을 때는 드라마로 만들어도 몰입감이 대단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산을 누비는 포수들이 아니면 접근하기도 어려운 그 대자연의 모습을 잘 구현하는 게 관건이겠다.<br/><br/>용이와 순이가 함께 하늘을 올려다볼 때, 순이는 엄마별을 얘기했었다. 호랑이에게 엄마를 잃은 용이는 그 별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만난 그들은 또 별을 이야기한다.<br/>“난 네가 백호를 용서해 주면, 엄마별을 볼 수 있게 될 것 같아.”<br/>“모르겠어. 용서를..... 어떻게 하는 건지.”<br/>“상대가 빌지도 않은 용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195쪽)<br/><br/>총을 맞아가며 그들은 또 눈으로 별을 이야기한다.<br/>‘용이야, 우리, 다시 만나자.’<br/>‘그래, 꼭 다시 만나자.’<br/>‘엄마별에서 기다릴게.’<br/>‘그래, 꼭 찾아갈게.’ (223쪽)<br/><br/>순이를 구하려던 사람들은 이렇게 모두 실패했고 책은 이제 몇 장 남지 않았다. 순이가 징용된 이후의 일은 책에서 다루지 않았다. 아주 먼.... 훗날 고향 찾아 필리핀에서 온 ‘쑤니 할머니’가 뒷이야기에 나올 뿐이다. 어떤 사람들의 삶과 사랑은 이렇게 기구하다.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은 이렇게 한 별을 바라보고 있다는 믿음만으로 그 사랑을 평생 지키며 산다. 그래서 더 애틋한 사랑. 개정판의 제목은 이렇게해서 나온 것 같다.<br/><br/>아픈 역사를 그만의 느낌으로 색다르게 다룬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용서든 응징이든 그 안에 담긴 작가의 가치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그 아픔을 이렇게 오래 품고 다듬어 작품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가 닿지 않을까. 그것을 위해 고민한 마음이 느껴진 책이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8513/21/cover150/k88283583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85132160</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따뜻한 희망의 인사같은 책 - [그들의 하루]</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08238</link><pubDate>Thu, 08 Jan 2026 16: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0823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12934122&TPaperId=1700823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164/58/coveroff/k51293412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12934122&TPaperId=1700823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그들의 하루</a><br/>차인표 지음 / 사유와공감 / 2024년 11월<br/></td></tr></table><br/>(당연한 말이지만) 차인표 님은 진정 작가가 맞구나 생각했다. 배우로 각인된 분이어서 본업은 아닌 걸로 생각했던 걸까. 스토리와 문장들에 좀 놀라면서 읽었다. 워낙 잘생긴 얼굴로 유명한 분이고 나의 20대에 혜성같이 나타나 &lt;사랑을 그대 품안에&gt;에서 윙크를 날린 그를 에세이도 아닌 장편소설로 만난다는게 상상이 잘 안 갔기 때문인 것 같다.<br/><br/>이분이 소설가라는 것을 알게 된 건 &lt;언젠가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본다면&gt; 이라는 작품이 유명해져 역주행을 할 때부터다. 궁금해서 도서관에 가면 한번씩 찾아보곤 했었는데 항상 대출중이었고 나도 다른 읽을거리에 밀려 잊어버렸다. 이번에도 역시 대출중이었지만 타관에 이 책이 한 권 남아있어서 상호대차로 대출해 읽어봤다. 읽고나서 &lt;언젠가 우리가...&gt; 책에 당장 대출예약을 눌러놓았다. 차인표 소설의 독서가 앞으로 몇권 이어질 듯하다.^^<br/><br/>이 책은 &lt;오늘예보&gt; 의 개정판이다. 3인의 인물들 이야기가 따로 또 같이 얽힌 책이었고 개정판에선 한 명이 더 추가되었다. 추가되어 이야기가 더 풍성해지고 완성도도 높아진 것 같다.<br/><br/>각각의 이야기는 웃기면서도 무척 비극적이다. '코믹 감동 소설' 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물론 대사 등이 무척 웃기니까 코믹 맞지만 이렇게 비참한 스토리에 '코믹'자를 붙이는 게 맞나 읽는 내내 생각했다. 하지만 후기 성격의 마지막 장, [20년 후 그들의 하루]를 보고는 푸하하 웃고 완전 인정하고 말았다. 비참한 인생들은 어떤 선택으로 인해 완전히 바뀌었다. 어쩌면 이 후기는 없어야 현실적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게 있어 좋았다. 한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이걸 '차인표식 이야기'라고 부르면 안될까. 이런 이야기도 있길 나는 바라니까.<br/><br/>각 편의 구성은 꿈-오전-오후-해 질 무렵으로 모두 동일하다. 이런 면에서도 상당히 짜임새 있다고 느꼈다. 각 인물들의 이야기는 독립적이면서 다른 인물의 이야기에 조연으로 등장하는데 그 등장시점이 절묘한 것도 웃음포인트 중 하나다. 차인표식 작명도 코믹하다.<br/><br/>첫 인물은 '나고단' 씨다. 그는 키가 작아 1번을 벗어나지 못했던 어린시절부터 한번도 기를 펴보지 못하고 살다 기껏 벌인 일들은 다 말아먹고 40대인 현재 노숙자다. 그가 노숙자 무료급식소에서 동료(?) 노숙자들을 보며 느낀 마음에 너무 공감이 갔다. 내 마음의 치부를 들킨 것처럼 섬뜩한 마음이었다.<br/>"서로가 서로를 모른 체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하는 이유는 부끄러움 때문이 아니다. 부끄러움은 이미 배고픔이 먹어 버렸다. 그런데 인간에개는 배고픔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이 있다. 억울함이다. 무엇이 억울하냐고? 자신이 여기에 앉아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동급으로 여겨진다는 것이 죽도록 억울한 것이다." (27쪽)<br/>고단 씨는 자신이 이걸 잘 아는 이유가 초딩 시절 선생님과 친구들이 심어놓은 '독 가시' 때문이라고 말한다. 느닷없이 민주적 방법이라며 자유 짝짓기 방식이 도입된 학교. 키 1번 고단 씨를 고르는 여학생은 없었다. 하지만 반에는 코흘리개나 코딱지 같은 녀석들도 있었기 때문에 고단 씨의 마음에는 일말의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결국 끝까지 남은 건 고단 씨였다. 그 억울과 수치의 독 가시는 평생을 따라다녔다. 이 대목을 읽으며 찔리고 염려가 되었다. 저렇게 사람이 사람을 지명해 고르는 방식은 사용하지 않지만, 가끔씩 학생들이 강력하게 원할 때 버스 좌석이나 모둠구성을 하며 자유방식을 사용해본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조심해야 된다는 생각을 늘 하고는 있었지만 혹시나 이런 상처가 남지 않았기를....<br/><br/>그는 결국 많은 이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다는 한강 다리로 갔는데, 거기서 만난 공익들, 드라마 엑스트라 포졸과 만나 실랑이한다. 이들이 다음 편 인물로 등장할 때 너무 재밌었다.^^<br/><br/>두번째 인물은 이보출 씨다. 흔하지 않은 이름이네 정도로 생각했는데 직업이 엑스트라, 즉 보조출연이다. 이 편에선 보조출연자들의 고충과 애환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보출이 아닌 정식 연기자, 그것도 톱 주연을 주로 해온 차인표 씨가 이런 이야기를 쓰다니. 그래도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일종의 동료여서인지 내용이 너무나 생생하다. 이쪽 계통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쓸 수 없는 내용이니까. <br/><br/>보출 씨의 역경은 단지 보출이어서가 아니고, 그가 빚을 지고 쫒기며 아들을 누나 집에 맡겨놓고 떠돌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빚쟁이 또한 인생이 괴로운 사람이다. 그가 세번째 인물인 박대수 씨다.<br/><br/>박대수 씨는 조폭 출신이고 전과도 있다. 뒤늦게 딸을 낳고 착하게 살아보려 하지만 딸이 난치병에 걸려 위독하다. 골수 기증자가 필요한데 희귀 혈액형이다. 그는 최후까지 남은 부하, 충성심은 끝내주지만 눈치와 센스는 디럽게 없는 김부장을 대동하고서 돈떼먹고 날른 보출 씨를 찾아다닌다. 정말 싫은 종류의 사람들이지만 아픈 딸 봉봉이 얘기가 나오면 너무 슬퍼....ㅠㅠ 그는 돈을 찾겠다고 눈이 벌게서 다니는데 병원에선 마지막을 예감한듯 "아이 옆에 있어주세요" 라고 전화가 와....ㅠ<br/><br/>마지막, 개정판에서 추가된 인물은 별명이 독자(독구은둔자)인 정유일 씨다. 지금은 공익이라 초소 근무를 하는데, 제대 후에 아무 대책이 없다. 한달에 두번씩 꼬박꼬박 헌혈을 하시던 아버지가 어느날 갑자기 비명횡사하시고 유일 씨는 더 안으로 웅크러들고 식욕만 비정상적으로 폭발하여 100키로 거구가 되었다. 거구인데 안쓰러.... 아들 가진 엄마 마음인지...ㅠ 유일 씨는 꿈에서 아버지를 자주 만나는데 아버진 참 좋은 사람인거 같다. 마지막 꿈에 아버지는 기차 같은 것을 타고 떠나면서 아들에게 말했다.<br/>"아들아, 슬픈 날, 힘든 날, 고통스럽거나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날에는 여러 생각 말고 오늘 하루에만 집중해. 딱 하루 동안만 오늘을 마지막 날인 것처럼 잘 살아 보겠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술이나 담배를 끊고 싶다면 여러 생각 말고 오늘 하루만 끊어봐... (중략) ... 신에게 내일까지 보장해 달라고 매달리지 마. 내일은 내일 살면 돼. 오늘은 오늘을 살아." (280쪽)<br/><br/>눈물이 핑 돌았던 장면은 나고단 씨와 정유일 씨가 연결된 장면이었다. 나고단 씨가 죽으려고 하던 순간 "하늘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라고 작가는 표현했다. 물론 신의 음성이 그렇게 들릴 수도 있는 일이지만 소설적 표현으로는 좀 안맞다고 생각하며 넘긴 장면이었는데, 마지막 편에서 보니 그건 하늘이 아닌 정유일 씨의 목소리였던 거다. 둘다 모른 채로 고단 씨의 귀에 들린 그 소리. 신은 그렇게 일하실 수도 있는 거다.<br/><br/>웃기면서도 애절했던 장면은 카메라 앵글에서 알짱대는 고단씨가 안비키고 고집부리자 "놔둬, CG로 지우게." 하자 고단 씨가 열폭하는 장면이다. 삶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죽으려고 하는 사람이 '지운다'는 말에 열폭하는 것, 이거 코믹 장면일 수도 있지만 엄청 현실적이라고 난 생각했다. 나의 존재는 그런 것이다. 누군가는 나의 존재로 기뻐하고, 누군가는 나의 부재로 슬퍼하고. 그러길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울부짖었을 것이다. 죽겠다고 나선 길에서 말이다.<br/>"지우지 마, CG로 지우지 말라고. 난 아직 살아있어. 너희들이랑 똑같이 살아서 숨 쉬고 있다고. 엉엉. 니들이 뭔데 날 지워. 엄연히 살아 있는데 왜 지워... (중략)... 지우지 말라고, 이 개새끼들아." (89쪽)<br/><br/>이렇게 돈없고 친구없고 가족없고 (혹은 아프고) 비참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중 네 장면을 작가는 잘도 포착했고 그것을 참 절묘하게도 잘 엮었다. 그러나 마지막 후기, 여기서 어떤 독자들은 홀딱 깰 수도 있겠다. 역시 배우라선가 참 드라마스러운 결말이네 할 수도 있겠다. (진짜로 분위기가 딱 드라마적^^)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난 이게 좋았다. 하나의 기회와 실행에서 번져간 도미노가 행운과 행복의 도미노가 된 이 이야기가 좀 허황하긴 해도 마음에 든다. 이렇게 절묘하게 얽히기는 어렵겠지만 우리들 삶에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br/><br/>며칠전 청춘을 같이 보낸 친구를 만나고 왔다. 바빠서 못만난 세월이 길지만 아직도 "아이그 이것아" 하면서 대화할 수 있는 친구. 차가운 밤의 거리에서 헤어지며 친구가 내 얼굴을 장갑으로 감싸며 인사를 해주었다.<br/>"행복해라 이것아.^^"<br/>대화 중 딱히 이유 없는 내 마음의 불안을 캐치한 친구가, 차인표 작가님과 똑같은 인사를 해준 것이다.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인 내가 "당신은 소중해요."라는 인사를 많이 하며 살아왔던가 돌아보게 된다. 이 인사가 많은 독자들에게 전해지길 빈다. 이 인사를 또 듣고 싶은 마음에, 차인표 작가님의 창작을 응원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5164/58/cover150/k51293412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1645822</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나와 너의 소중한 우주 - [너의 우주가 들린다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05575</link><pubDate>Wed, 07 Jan 2026 15: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0557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5739X&TPaperId=1700557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956/12/coveroff/893645739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5739X&TPaperId=1700557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너의 우주가 들린다면</a><br/>최양선 지음 / 창비 / 2025년 08월<br/></td></tr></table><br/>픽싱(fixing)이라는 존재가 보이는 주인공'이라는 설정이 &lt;보건교사 안은영&gt;을 떠올리게 했다. 물론 내용은 완전 다르다. 안은영이 보는 것이 주로 젤리 모양의 흉칙한 것이고 물리쳐야 하는 악한 존재라면, 이 책의 주인공들이 보는 픽싱은 고양이, 새, 돌, 물고기, 호랑이 등 모습이 다양하며 무조건 악한 존재도 아니다. 안은영에서처럼 물리치는 게 아니고 '잘 다스리고 품어야 하는' 존재라고 할까.<br/><br/>창비 청소년문고로 나온 책이고 주인공들은 고등학생이다. 화자인 수온이는 열한 살 때부터 타인의 픽싱을 보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의 조건은 '마음을 주고받으면 보인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픽싱은 있고 특별한 사람 눈에만 그게 보인다는 뜻이겠다. 하지만 안은영이 그랬듯이 그걸 본다는 것은 보통 사람과 다른 일이고 괴로운 일이었기에 수온이는 되도록 보지 않으려 스스로 조용히 고립된다. 상황마저 마침 그랬다. 아빠와 단둘인데 아빠마저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해 떠도느라 수온이는 혼자 사는 거나 다름없는 신세가 됐다. 고딩이지만 학원도 안 다니고 생활을 위해 국수집에서 알바를 한다. 이 국수집은 중요한 배경이다.<br/><br/>홀로이던 수온에게 친구가 생기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웃사이더인 도경이다. 수행평가 팀을 짤 때, 아웃사이더는 서로를 알아보는 건지 도경이가 다가와 짝을 청했고 과제를 해나가며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특별한 친구가 된다. 둘의 발표 주제와 내용에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심었다고 느껴졌다. <br/>"우리는 매 순간 감정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기쁨, 슬픔, 불안, 환희, 미움 등의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우리는 감정에 의해 변화합니다. 감정의 에너지와 파동으로 우리는 다른 존재로 분열되거나 변신할 수 있지 않을까요?" (95쪽)<br/><br/>우주에 관심이 많아 관련 책을 늘 읽고 있는 도경이의 이런 말에서도 작가의 생각이 엿보인다.<br/>"우주와 인간은 연결되어 있어. 인간은 우주의 일부이면서 하나의 작은 우주인 셈이지." (77쪽)<br/><br/>그들이 보는 픽싱을 통해서 국수집 아저씨와 딸, 수온이의 옛 친구 다미와 엄마, 도경의 수영선수 시절 친구 은표, 수온이 아빠 등 인물들의 내면 문제와 그 해결이 보여지는 구성으로 되어있는 이야기다. 꽤 흥미롭고 잘 읽히는 책이며 다양한 상황과 마음에 대한 공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어떤 상태에 대해서는 경고의 빨간불도 감지하는 책이 될 수도 있겠다.<br/><br/>내게는 다미와 다미 엄마 스토리가 가장 관심사였는데, 다미 엄마를 이해하기에는 심리묘사나 배경 설명이 좀 부족했던 것 같아 그 부분은 살짝 아쉽다. 다미가 엄마를 극복한 것은 다행이지만 나는 그 엄마도 좀 이해해보고 싶었나보다. 약간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br/><br/>현실에서 수온이나 도경이 같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고립되었지만 무너지거나 매몰되지 않고 외로움의 힘으로 세상의 근본을 고민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 맛있는 밥이라도 사주고 싶다. 아마 그런 접점을 찾을 기회와 주변머리가 내게 없겠지만.... 아이들이 이런 책도 읽으며 서로 마음을 연결하고 자신의, 타인의 우주를 귀하게 여긴다면. 그런 아이들이 자라나면 좋은 세상이 될 텐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956/12/cover150/893645739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9561220</link></image></item><item><author>기진맥진</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예술 안에 갇힌 그들이 예술 안에서 자유를 얻다 - [[세트] 국보 : 상·하 세트 - 전2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02960</link><pubDate>Tue, 06 Jan 2026 08: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6609155/1700296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033360&TPaperId=1700296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732/61/coveroff/k822033360_0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033360&TPaperId=1700296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세트] 국보 : 상·하 세트 - 전2권</a><br/>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br/></td></tr></table><br/>이 책을 다 읽고 영화까지 봤다. 리뷰가 책 리뷰가 될지 영화 리뷰가 될지 잘 모르겠다.^^;;; 먼저 알게 된 건 영화인데, 상영시간이 3시간이나 된다고 해서 망설이고 있다가,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책을 발견하는 바람에 “둘 다 보자!”가 되어 버렸다. 휴가중이라 가능했다. 책이 상하권 합하면 750쪽이 넘는다. 게다가 영화도 길지, 난 능력자가 아니라서 이런 감상은 시간이 많아야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무척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다.<br/><br/>주인공 키쿠오의 소년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을 담았다. 그의 일대기라 할 수 있겠다. 그는 나가사키에서 야쿠자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가 폭력에 목숨을 잃는 장면을 목도한다. 난 솔직히 책과 영화 모두 이 장면을 보면서 혀를 찼는데.... 일본 영화나 우리 영화나 조폭 얘기가 나오면 혐오의 감정이 끓어오른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기껏해야 주먹질 칼질 도끼질 밖에 못하는 것들이 예쁜 여자 옆에 끼고 부하들 거느리고 떵떵거리며 폭력으로 얻은 돈과 권력을 휘두르는 꼬락서니라니.... 키쿠오 아빠도 솔직히 마찬가지지. 멋진 척 해봤자 조폭이 조폭이지 뭐. 그쪽 파의 신년회에서 소년 키쿠오는 가부키 춤을 선보이는데, 그때 당대 최고 배우 한지로가 초청받아 참여했다가 그의 재능을 발견하고 감탄한다. 그것도 잠시, 다른 파의 습격을 받아 잔치 자리는 난장판 피바다가 되고.... (아 역겨워) 아 그리고 걔네들 역겨운 짓의 최고봉 있잖아. 작두랑 신체 절단. 진짜 지구 최고 욕을 해도 모자란다. 책에는 좀 나중에 이 장면도 나온다. (영화에는 다행히 안 나왔다.) 인간은 어떻게 두면 그렇게 폭력을 자행하게 되는 걸까. 나도 내 안의 폭력성을 느낄 때가 있다. 말하자면 인간의 죄악된 본성이라고 하겠는데, 나처럼 쫄보는 그걸 발현하지 못하고 겁대가리 없는 인간들은 발현하고 그러는 걸까? 인류의 역사가 폭력의 역사, 전쟁의 역사, 피의 역사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는 걸까. <br/><br/>사실 이건 이야기의 발단에 불과하니 이렇게 길게 말할 것도 못되는데 내가 너무 혐오하다 보니 흥분했다....ㅠ 이렇게 해서 아버지를 잃고 모든 기반을 상실한 소년 키쿠오는 그날 함께 있었던 한지로 가문에 맡겨져 오사카로 오게 되고 가부키 연습생이 된다. 여기서 ‘가문’이라는 말은 중요하다. 당시 가부키는 세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가문에는 이미 수련을 받고 있는 친아들, 슌스케가 있었다. 둘의 경쟁 관계, 긴장 구도는 작중 피할 수 없는 설정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그들은 형제처럼, 친구처럼, 동료처럼 자랐다. 그들의 인생인 가부키를 함께 수련하며. 키쿠오가 맨처음부터 맨마지막까지 나오는 제1주인공이라면, 슌스케는 그보다 조금 뒤에 나오고 조금 먼저 사라지는 제2주인공이다. 난 그냥 그들 둘이 투톱인 이야기로 읽고 싶었다. 그렇게 봐도 무리는 없겠다.    <br/><br/>여기서 가부키 얘기를 좀 해보면, 나는 사실 일본의 전통 예술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고 가부키도 그 여장 배우의 모습이 일본 디자인에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익숙한 정도다. 영화를 보며 그 뛰어난 영상미에 매료되었지만 솔직히 그 장르 자체의 매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여기서는 가부키라는 장르보다도 예술(무대예술) 그 자체를 다룬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예술을 향한 열정, 그 아름다움은 어디까지인가. 그건 인생 전체를 걸 만큼 그렇게 소중한 것인가.<br/><br/>사라져가는 장르의 예술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배우들을 보면서, 이 책의 타케노처럼 쉽게 말할 수 있다. <br/>“가부키 배우라는 사람들은 이런 지루한 공연을 진심으로 대단한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냐고. 억지로 그렇게 믿고 있는 거 아니냐고.” (상권 167쪽) <br/>(이렇게 말한 타케노는 뒤로 갈수록 달라진다)  <br/>솔직히 가부키는 잘 몰라서 생각조차 안해봤고 그 외 시들어가는 예술 장르에 대한 나의 평소 생각도 저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이 대목을 읽으며 생각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전통적 기능을 전수받은 이들이 그것만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 또한 생존의 욕구이며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br/><br/>그 둘이 무대에 데뷔하는 날, 한지로 씨가 격려한 말이 내겐 인상적이었다.<br/>“그동안 하루라도 연습 쉰 적 있었니? 네가 무대에서 춤동작을 까먹어도, 네 몸이 알아서 춤을 춰 줄 거야.” (상권 181쪽)<br/>나는 평생 무엇을 이렇게까지 수련한 적이 없다.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삶은 그 깊이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할 자신은 없고, 부럽기는 하고.^^;;;<br/><br/>둘의 필연적 갈등이 떠오른 것은 한지로 씨가 부상으로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되었을 때였다. 그의 대역을 당연히 아들이 하게 될 거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한지로 씨는 키쿠오를 지명했다. 재능이 피를 이겼다고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때 못나게 굴지 않는 슌스케의 대응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는 계속 버틸 수는 없었나 보다. 어느 날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잠적해 버렸고 지방을 떠돌다 10년이 지나서야 다른 가문의 명배우 눈에 띄어 다시 중앙으로 떠오른다.<br/><br/>이렇게 둘의 운명은 계속 교차하며 롤러코스터를 탄다. 전화위복이 되었다가, 전복위화가 된다. 칭찬과 갈채를 받는가 하면 억울한 비난으로 매장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세월은 흘러 그들도 청년기를 지나 중년에 이른다. 그래도 여장 배우로서의 아름다운 선을 유지하는 게 참 놀랍다. 작중 가장 흐뭇하고 안정된 시기는 그들이 함께 무대를 만드는 콤비 시기였다. 영화도 이때의 영상이 참 멋지다. <br/><br/>그러나 행복은 늘 왜 길지 않은가.... 슌스케에게 닥쳐온 고난. 마지막까지 무대에 서고자 하는 그의 집념을 뒷받침해주며 알맞은 상대역을 해준 사람은 키쿠오. 영화에선 그 마지막 무대에 많은 관객들이 울컥하며 가슴을 부여잡았을 것 같다. 때론 갈등했지만 둘은 정말 아름다웠다. 훌륭한 배우의 자식과 제자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함께 했다.<br/><br/>3시간이나 되는 영화의 마지막은 키쿠오의 노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잘생긴 배우라서 머리만 하얗지 얼굴은...^^) 후반부로 갈수록 책과 영화는 많이 달라진다. 특히 키쿠오가 젊은 시절 만났던 요정의 게이샤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아야노에 대한 서사가 많이 다르다. 공통점이 있다면 딸이 상처받은 시점이다. 그가 신사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딸이 뭘 기도하냐고 묻는데 그때 그는 “기도가 아니라 악마와 거래를 했다.”고 대답한다.   <br/>“가부키를 잘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어. 일본 제일의 가부키 배우가 되게 해주세요 라고. 그 대신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br/>영화에선 이 장면에서 딸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진다.<br/><br/>이와같이 이 작품에선 주인공들이 인생을 바쳐 (어쩌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바쳐) 예술을 추구한다. 예술이란 뭐길래 그럴까. 영화의 마지막 대사는 막이 내린 무대에서 키쿠오가 눈물을 흘리며 내뱉은 “아름답다...”라는 말이다. 그래 예술을 아름다움이랑 동의어로 봐도 좋겠다. 아름다움이란 그렇게도 가치가 있는 것이겠지. 때로 그들은 그 안에 갇힌 불쌍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책에서는 그를 비단잉어로 비유한 부분이 나오는데 비유가 절묘해서 그 심정이 이해되었다. 갇힌 비단잉어. 하지만 그 잉어는 스스로 자유를 찾는다.<br/>“꺼내 줘 꺼내 줘 하고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몸부림을 치는데 모두가 알아채지 못하고, 아니 모두가 모르는 척을 하고 가만 내버려두었던 그 잉어는, 어느새 그 작은 수조 속에서 맑은 강물을 상상하기 시작했던 거겠지요. 맑은 그 강물에서 마음껏 헤엄치기 시작했던 거겠지요.” (하권 336쪽)<br/><br/>[예술 안에 갇힌 그들이 예술 안에서 자유를 얻다.]   <br/>영화평론가는 아니지만 이걸 나의 한줄평으로 삼겠다. 별점은 4.5점!^^  <br/><br/>사족 : 책이 재밌고 지루할 새가 없는데 나한테는 쭉쭉 나가진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방대한 서사이다보니 등장인물이 많은 편인데 일본 이름들은 왤케 헷갈려...^^;;; (이중 많은 인물들이 영화에선 생략되기도 했고 얼굴과 같이 나오니까 책처럼 헷갈리진 않는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732/61/cover150/k822033360_0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7326172</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