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금요일 사서선생님 퇴근 직전에 도서실에 뛰어들어가 책 4권을 집어왔는데 모두 공책두께의 얇은 동화책이다. 그렇다. 올해 2학년을 맡았기 때문이구나.ㅎㅎㅎ 내가 이렇다. 맡은 아이들에 따라 읽는 책도 달라지는.... 퇴직하면 그때 난 무슨 책을 읽을까? 뭐라도 읽을테지만 살짝 걱정이기도 하다.ㅠ 난 진정한 독서가는 아니다.^^

1. 나중에 엄마(김다노/주니어RHK)


이름이 '바로'인 아들의 엄마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나중에' 다. 허락도 거절도 아닌 애매한, 아니 사실은 거절인 말 '나중에'. 희망고문까지 곁들여 더욱 잔인한 말 '나중에'.


이 '나중에'에 지친 바로의 분노가 열 살 생일날에 폭발하고, 엄마는 여덟살 생일때 사준다고 했던 햄스터로, 아홉살 생일에 사준다고 했던 고양이로 모습이 바뀐다. 결국 열 살 생일의 약속 멋진 개로 바뀐 엄마. 엄마(개)는 바로와 놀아주고 바로를 지켜주고 좋아하던 친구와 친해지게 해 준 후에 다시 엄마로 돌아왔다. 이제 함부로 '나중에'라는 말은 못하겠지? 그러나 남아있는 반전....ㅎㅎ 나도 그랬고, 엄마들이 보통 자주 하는 말이 '나중에'이니 아이들의 폭풍 공감을 얻을 것도 같다. 읽어주기 책 후보에 올려본다.


2. 두더지 게임 (최은영/예림당)

질주본능이 있는 두원이. 집이고 학교고 간에 본능에 제약을 받으니 답답하고 스트레스가 차오른다. 게다가 공교롭게 일들이 꼬여 계속 선생님한테 혼날 상황만 만들어진다. 이 어린이의 마음은 터질듯이 억울한데....


하교길에 만난 삿갓 할아버지가 뿅망치를 주며 '두더지 게임'을 권했다. 요즘 아이들은 아마도 두더지 게임을 잘 모르지? 어른들은 추억의 게임이라 반가워할 사람이 있겠다. 난 딱 한번 해봤는데 재미가 없었던지라....^^;;; 하여간 신나게 두더지를 잡은 두원이는 기분이 풀렸고 할아버지를 따라 '두더지 마을'로 가게 된다.

이곳에선 게임과 반대로 두더지에게 쫒기는 입장이어서 두원이는 질주본능을 채우고도 넘치도록 달리고 또 달려야 했다. 그러다 그곳에서 함께 쫒기던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데, 바로 오늘 두원이를 혼내고 뒤로 내쫒던 담임선생님! 선생님은 왜 두더지 게임을 했을까?ㅎㅎ 이 심정은 동종업계 사람이나 알겠지. 휘유. 저마다의 입장이 있다. 서로 적당한 조절이 필요한 것이겠지. 긴 말은 생략....ㅠ

이 책을 읽어줄지는 잘 모르겠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는지 한번 봐야될 것 같다.


3. 수학왕 바코 (오주영/사계절)

오주영 작가님의 첫 책 <이상한 열쇠고리>가 나왔던 2009년에도 난 2학년을 맡고 있었다. 그때 그 책을 읽어주었더니 아이들이 무척 좋아해서 인디에 소개도 했던 기억이.... 그 글이 어디엔가 있을텐데 오래되어 기억이 안난다. 이후에 나온 이분의 책은 읽어보지 못하다가 이 책이 눈에 띄어 읽어보았다. 


키가 작아 짝이 된 영일이와 무달이는 너무 다르다. 무달이는 수학이라면 질색인데 영일이는 척척 풀어낸다. 둘은 서로를 떽떽이, 칠칠이라고 부르며 옥신각신한다.

그때 바다코끼리의 모습을 한 '수학왕 바코'가 나타났다. 끌고가려는 수학왕에게 맞서던 아이들은 수학왕에게 수학문제를 내게 되는데.... 수학박사 영일이의 문제를 척척 맞추던 수학왕 바코는 무달이의 문제에 막혀 당황한다. 예를들면 '12+20=점심시간' 따위의 문제들.ㅎㅎ 그러나 곧 수학왕은 무달이표 수학문제에 푹 빠진다. 말하자면 '나의 사연이 담긴 수학식'이라고 할까.^^

철저히 문과 체질이던 나도 무달이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근데 교실에서 무달이 식의 논리를 펴는 아이가 있다면 "궤변 늘어놓지 말라"고 화를 낼 거 같으니 이 일을 어쩌지?^^;;;


4. 밀림을 지켜라 (카르멘 바스케스/책속물고기)

모두가 평화롭게 지내던 밀림에 어느날 호랑이라는 무법자가 나타나 동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사자왕의 명령으로 몇몇 자원자들이 호랑이에게 맞서러 갔으나 상처만 입고 돌아왔다. 그때 가젤이 나섰다. 동물들은 걱정스러워 멀찌감치서 따라갔다. 의외로 호랑이는 순순히 가젤의 말을 듣다가 가젤을 따라나섰다. 


어머나? 하면서 난 웃었다. 월요일에 아이들에게 '우정의 대화법 행감바'를 가르치려고 준비해 놓았는데, 가젤의 말이 바로 그거였던 것이다.
"넌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어."
"여기저기 다니면서 동물들을 물어뜯고 잡아먹었잖아."
"우리는 네가 그러는 게 정말 싫어."
마지막 말은 "부탁해." 였고 그 말은 밀림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마법의 주문이 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저학년 아이들도 똑똑해서 "호랑이는 육식동물이니까 잡아먹는게 당연한거 아니에요?" 라며 따질 게 뻔하다. 이건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우화임을 잘 설명해줘야 할듯.^^ 그리고나면 밀림 평화의 주문이 교실 평화의 주문도 될 수 있음을 지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계획중인 활동에 딱 맞는 책을 우연히 읽게 되면 참 신기하다. 음 이리하여 난 휴일에 비록 뒹굴었지만 교재연구와 수업준비를 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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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명절 유일 손님이 된 시누이네가 아직도 시댁에서 출발하지 못했다고 해서 식구들 아점을 후다닥 차려놓고 더숲에 와서 영화 <파이널 리스트>를 보았다.

난 예술을 동경한다. 예술을 잘하는 사람이 멋있다. 동시에 부럽고. 능력을 선택해서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예술적 능력, 그중에서도 음악을 선택하겠다. 라고 생각하곤 했다.

근데 그 과정 또한 순탄치 않을 뿐더러 피땀흘리는 노력과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을 가끔 잊곤 한다. 거저먹는 인생은 없는 것이다. 행복이 성취에 있지 않지만, 어쨌건 성취에는 고통스런 노력과 연마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게 싫어 회피하면 그냥 평범한 능력을 갖는 것이고, 그 이상을 원한다면 그 연마의 고통을 넘어서야 한다.

어쩌면 내게 없는 것은 예술적 능력보다도(물론 그것도 없다ㅋ) 이러한 인내심인지도 모른다. 적당히 일하고 일한 후의 휴식을 넘나 사랑하는 나에게 뛰어난 성취란 애시당초 불가능한 것이다.

다큐멘터리인 이 영화에 등장한 이들은 퀸엘리자베스 콩쿨 파이널에 올라간 12명의 젊은이들이다. 10대 후반에서 20대. 그리 오래 살지 않은 이들은 자신의 예술적 완성도와 인정을 위해 끊임없는 담금질을 한다. 시간의 밀도를 극강으로 높여야 한다. 그 극한을 보여주는 그들의 결승 전 합숙 8일. 하지만 잠깐의 산책대화에서 그들의 솔직한 내면이 비춰지기도 한다. 솔리스트가 된다고 행복할까? 콩쿨 입상한다고 성공하는 걸까? 심지어 뭐해먹고 살아야하지?에 가까운 고민까지....

이 콩쿨엔 한국인이 3명 올라갔는데,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영화가 아님에도 이 중 2명이 가장 많이 나온다. 한국인이 우승자였기 때문이다. 우승자가 있으면 탈락자가 있기 마련.... 이 영화는 둘을 같이 다룬다. 아니 마치 탈락자가 화자인 듯한 영화다. 때문에 우승자의 이름을 미리 알고 있었던 나는 둘을 혼동해서 골탕먹었다는.....(에휴~~^^;;;)

아주 재미있는 영화라곤 볼 수 없었다. 참가자들 전원의 경연을 일부라도 보여줬더라면 좀더 흥미진진했을텐데... 하여간 예술가들은 타고나며 또 만들어지고 진정한 예술가로 서려면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늘 아들에게 피를 토하듯이 말했던 것, '젊을 때의 삶의 밀도'는 정말 중요하다. 내가 후회하는 것이 그거다. 물론 지금의 나는 늙어서 자연히 밀도를 낮출 때가 되었지만.... 세상이 말하는 성공 여부를 떠나서 젊은 날을 생각과 느낌과 연마로 채우는 일은 그의 인생에 튼튼한 기본이 될 것이다. 음 결국 내 자식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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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모처럼 온가족이 모였기에 삼시세끼 먹이기에 집중하다 오늘은 잠깐 혼자 바람쐬러(?) 나와서 <인생 후르츠>를 보았다.

전직 건축설계사였던 할아버지와 그의 아내인 할머니의 평화로운 노년 이야기다. 설계사 시절 할아버지의 철칙은 자연과 함께 하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었고 두분은 그런 집에서 온갖 유실수와 채소들을 키우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할아버지는 90세를 일기로 자는 듯이 눈을 감으셨고 할머니는 아직도 남은 삶을 살아가고 계신다. 할아버지와 공유하던 이런 원칙을 늘 되새기며.
"스스로 꾸준히"
"차근차근 천천히"

이분들의 노년이 너무 아름답기에 이들의 원칙에서 나와의 공통점을 찾아보려 하였다. 일단 '꾸준히'와 '천천히'가 나와 일치한다. 나는 관심사가 적어서 그냥 한가지를 줄창 한다. 그걸 좋~게 말하면 '꾸준히'라 하겠다. 또 나는 느리다. 어디서 닉네임을 정해야 할 때 난 '달팽이'나 '나무늘보'로 정할 때가 많다. 나는 일도 걸음도 느리다.

하지만 느린 것은 몸 뿐이다. 마음까지 느리진 않다. 이 격차는 조급함을 만들어낸다. 느린 내 몸을 마음이 채근하는 셈이다. "너 뭐하고 사니? 그래서 뭐가 될래?"

그러니 이 아름다운 노인들을 닮으려면 난 마음이 천천히 가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진심으로 "급할 것 없어" 라고 말해주며 그것에 만족하는 연습.

가장 거리가 먼 것은 '스스로'다. 자신이 먹을 것을 자신이 가꾸며 자연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몸을 쓰며 사는 삶이다. 가만 보면 두분은 일찍 일어나 하루종일 이것저것 살피며 몸을 쓴다. 이거 난 정말 취약하다. 지금도 집에 사소한 문제라도 생기면 무릎도 불편하신 아버님이 다 해주신다. 늦잠 자는 건 나의 낙이다. 이분들의 삶을 닮기에 너무나 거리와 한계가 있네.....ㅠㅠ

마지막 자막. "오래 살수록 인생은 더 아름다워진다." 공감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정말 그렇다면 좋겠다. 아름답고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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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겨울에 본 세 편의 영화에 주관적 순위를 매긴다면 : (1.그린북 2.인생 후르츠 3.레토)다. 그린북은 재미있으면서도 심각하고 웃기면서도 찡하고 통쾌하면서도 따뜻했다. 인물들은 멋지다가도 짠하고 한심하다가도 믿음직하고.... 인간이란게 보통 그렇지 않은가. 난 이런 영화가 좋다. (이 영화를 보며 내 취향을 보니 비유와 상징으로 표현한 영화는 골치아파서 싫고 끔찍하거나 무서운 것도 싫고 그냥 직접적으로 말하는, 살짝 웃기고 의미도 있으며 따뜻한 감동이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듯)

1962년.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니 지금보다 차별의 문제는 더욱 심각했을 것이다. 미국에 흑인차별이 남아있던 때. 흑인이 출입할 수 있는 식당, 숙소, 화장실 등등이 따로 있어서 흑인과 백인을 구별짓던 때.
클럽에서 해결사 노릇(?)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토니는 셜리라는 천재 피아니스트의 공연 투어에 운전기사로 고용된다. 이것은 당시로선 꽤 눈에 띄는 조합이었다. 흑인 고용주와 백인 고용인.

운전석의 백인과 뒷좌석의 흑인 장면이 가장 많이 나오는 장면 아닐까 싶은데 둘이 나누는 대화에 영화 보며 잘 안웃는 나도 어느새 웃고 있곤 했다. 우아하고 교양이 철철 넘치는 흑인 고용주에 비해 단순 무식 백인 운전사는 비속어 남발에 매너라곤 찾아볼 수 없어서 저렇게 극과 극인 사람들이 어찌 두 달간 함께 여행을 하겠나 보는 사람이 다 걱정될 정도였는데.....

함께 하는 시간과 공유한 경험들은 두 사람의 거리를 좁혀주었다. 백인 건달은 흑인 고용주가 당하는 차별을 온몸으로 함께 느끼게 된다. 늘 우아함과 꼿꼿함을 잃지 않던 셜리가 무너지는 장면에 가슴이 먹먹하다. "당신보다 내가 더 흑인스럽다." 는 토니의 발언에 셜리는 평정심을 잃고 차에서 내린다. "돈많은 백인들이 돈을 주고 나에게 공연을 시킨다. 공연을 마치고 나면 나는 똑같은 검둥이일 뿐이다. 흑인들은 흑인들대로 내가 자신들과 다르다고 한다. 충분히 백인도 아니고 충분히 흑인도 아니고 충분히 남자도 아니면 대체 나는 무엇이냐" 며 절규한다.(영화는 책이 아니라서 정확한 대사를 기억할 수가 없음ㅠ) 셜리의 단정한 모습에서 풍기던 외로움과 슬픔을 토니는 모두 이해하게 된다.

마지막 공연만 하면 모든 계약이 순조롭게 끝나는데, 여기서 그들은 또 가당치않은 차별과 마주한다. 당당히 공연을 째고 걸어나와 건너편의 허름한 바에서 연주한 즉흥공연. 가장 빛나는 공연이었고 처음으로 셜리의 진정한 웃음을 본 공연이기도 했다.

이 영화의 웃음코드는 토니가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에 있었다. 졸지에 토니를 '문학청년'으로 만들어준 편지. 그 사연은?^^
마지막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토니가 아닌 셜리였다는 점도 좋았다. 아마도 별 다섯 개 중 마지막 한 개는 여기에서 주게 된 것 같다.

인간의 본성은 확실히 선하진 않다. 하지만 이런 영화를 보면서 느낀다. 역사는 조금씩 나아가고는 있구나.^^

기억에 남는 대사(이것도 기억이 확실치 않음)
1. 품위가 늘 승리하는 거요. (토니의 폭력적 해결이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을 때)
2.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용기가 필요해요.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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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학년 아이들이랑 4인1조 돌려읽기 3차를 마치고 이제 마지막 4차를 앞두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책 선정은 난제다. 적당한 책이 없어서 문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다. 많기는 너무 많지만..... 너무 두꺼운 책은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이왕이면 교육과정 내용과 연관되면 좋겠는데 그중에 학년수준에 딱 맞는 것이 그리 많진 않고, 특히 문학은 정말 좋은 책이 넘넘 많지만 전체 대상이라 무난하고 재미난 책이 안전빵이다보니 그런 책을 고르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4권의 책 중 보통 문학에 2권, 비문학에 2권을 배정하는데 문학도 1권은 국내, 1권은 국외 동화로 선정하는 편이다. 외국 작가로 윌리엄 스타이그(진짜 도둑)와 로알드 달(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마이클 모퍼고, 케이트 디카밀로, C.S.루이스 등을 읽히려 해도 간당간당 수준이 모자란다. 린드그렌을 읽히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늘 생각같지 않아서 실망했던 터라....ㅠㅠ (몇년전에 "이제 린드그렌은 아이들에게 안 통하나보다ㅠ" 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음) 앤드류 클레먼츠는 어떨까? 하고 <프린들 주세요> 와 <말 안 하기 게임>을 비교중이다.



국내동화로는 최은옥, 권정생, 주미경, 진형민 작가의 책을 한권씩 읽었다.

이번엔 황선미 작가의 책 중에서 <신나게 자유롭게 뻥!>을 꼽아놓고 있다. 사회 다음 단원에 인권(편견, 차별, 다양성)관련 주제가 나오기 때문인데, 거한 수업을 잘 시도하지 않는 나로서는 책이라도 이렇게 관련해서 읽으며 생각을 넓혀가길 기대할 뿐이다.




그러다 오늘 이 책을 읽었다. '오, 이런 책을 한권 읽어도 괜찮겠는데?' 싶으면서 훅 땡긴다. 이승민 작가의 <나만 잘하는 게 없어>라는 책이고 형식은 숭민이라는 주인공의 일기다. '숭민이의 일기 절대 아님'이라고 표지에 써 있기는 하지만...^^ 남의 일기를 읽는 건 구미가 당기는 일이다. 게다가 이 숭민이라는 아이의 캐릭터가 참 만만하면서도 친근하다. 잘하는 건 게임밖에 없는데 그나마 종목을 바꾸니 맥도 못추고 붙는 족족 깨진다. 삼총사 친구 중 동규는 느리고 부족해 보여도 수학영재고, 심지영은 글짓기대회에서 대상을 탔다. 원수같은 성윤 녀석도 속담 외우기 대회에서 숭민이를 제치고 상을 탔다. "나만 잘하는 게 없어." 이게 책의 제목이다.


우어어.... 이건 오랜 세월 나의 고민이기도 했다. 이 열등감을 극복하는 것이 나의 젊은 시절 과제이자 나와의 싸움이었다. 취업하고 결혼하고 애낳고 미친듯이 살다보니 이런 고민도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지금도 멋있는 사람들을 보면 한량없이 부럽다. 그래서 난 숭민이에게서 나를 본다. 친근하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더하지 않을까 싶다. 잘하는게 게임밖에 없는 녀석. 반에 적어도 한 명 이상 반드시 있으며 나머지 아이들도 이런저런 열등감들을 가지고 있고 대다수가 자존감의 문제를 앓고 있다. 모든 어긋난 행동의 기저에 이 자존감의 문제가 있다.

그런 아이들이 이 책의 숭민이랑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별다른 재능 없고, 지극히 평범한 숭민이. 하지만 숭민이는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다. 이 아이에게는 참 특별한 건강함이 있다. 평범한 건강함. 이거 우리 시대 아이들이 가져야 할 최고의 미덕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른들이 바라는 아이상도 바로 이 '평범한 건강함' 이어야 한다고 나는 입에 거품을 물고 주장하는 바이다. 4차산업, 인재, 영재, 이따위 소리 다 집어치우고 말이다.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는 평범하며 그들이 건강한 자존감을 갖추어야 사회가 건강한 법이다. 특출난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가 패배감을 맛보아야 하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난 지극히 평범한 우리반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다고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이 책의 숭민이와 함께.

엥... 이렇게 쓰다보니 뭐, 다음 책으로 이 책은 당첨인거네. 숭민아, 울반 친구들 만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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