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통신문 시 쓰기 소동 노란 잠수함 15
송미경 지음, 황K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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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딱 며칠 동안만 쓸 수 있는 적립금 천원을 넣어 주었다고 알림이 왔다. 그 천원을 놓치지 않으려고 신간을 검색해보는 나...^^;;; 그러다가 눈이 번쩍! , 송미경 작가님 신작이 나왔네?

 

송미경 작가님의 책은 나오는 족족 다 읽은 것 같다. 그 기폭제가 된 작품은 <돌 씹어먹는 아이>였는데, 작가님 이름으로 검색해보면 <가정통신문 소동>이 가장 위에 뜬다. 그 책이 제일 많이 팔렸나보다. 대중과 나의 취향은 다른 것인지, 나는 그 책이 가장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가장 많이 팔렸다는 것은 독자들을 끄는 어떤 매력이 있었던 것이겠지. 그리고 이렇게 후속작이 나왔다. 나는 이 책이 훨씬 더 맘에 들었다. 그러고보니 전작도 다시 보게 된다. 오호, 그때 깔아둔 배경으로 후속작이 이렇게 펼쳐지는구나.

 

내가 그 책의 리뷰를 어떻게 썼더라 찾아보니 일단 엄청 비현실적임을 전제한 후에 시사하는 점들을 몇가지 짚어놓았다. 그 비현실성 중에 하나는 이것이다. 재미나고 엉뚱한 숙제를 내주시는 교장선생님의 방침에 학부모들이 동의하고 순진할 정도로 긍정적이게 따르는 것. 아이고 말도 안된다. 학부모님들 성가시게 했다가 무슨 꼴을 당하려고....... 근데 그 말도 안됨이 이 작품에도 이어진다. 무려 시를 쓰라는 과제. 그것도 가족이 모두. 하지만 그 비현실성에 태클을 걸 생각이 전혀 없다. 그랬다간 이렇게 재미있는 동화가 나오지 않을 거잖아.... 동화잖아.... 그래 맞다 이건 일종의 판타지야. 행복하게 지켜보자구.

 

이 작품에선 전편에 없던 흥미로운 주인공 한 명이 등장하는데 바로 새로 오신 선생님이다. 별명은 땡땡이 선생님, 이름은 도당당이다. 수업 외에는 거의 말이 없고 무뚝뚝하다. 가정통신문 아이디어가 고갈된 교장선생님이 교사들에게 돌아가며 하자고 제안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첫 타자가 땡땡이 선생님이었던 것. 그리고 땡땡이 선생님이 발행한 가정통신문에 제시된 과제가 바로 시 쓰기였던 것.

 

선생님들은 툴툴거리고 학부모들도 난색을 표한다. 하지만 이 시쓰기프로젝트는 힘있게 추진된다. 단계가 있다. 첫주에는 가족만의 요리를 만들고 사진을 찍으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이것에 대해 시를 써도 좋겠다는 코멘트와 함께. , 나도 1년 글쓰기 주제 중 맛있는 이야기라는 주제가 있다. 이 주제로 쓸 때 아이들의 표정이 가장 즐겁고 진지하며 몰입해서 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음식의 조리법을 설명해도 좋고 부모님이 해주시는 음식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을 소개해도 좋다고 한다. , 이 책처럼 가족이 함께 요리하라는 과제는 내주지 않는다. (이유는 위에 썼음....) 어쨌든 이 글감은 내가 생각해도 상당히 좋다. 그런데 시로 전환할 생각은 못했네? 올해는 꼭 해봐야겠다.

 

각 가정에서 마카롱, 비빔밥, 야식, 떡볶이 등의 시들이 탄생했다. 이상이 아빠의 한 잔의 커피라는 시도.^^ 이어서 다음 가통에는 소리를 주제로 한 과제가 나갔다. 가장 좋아하는 소리를 녹음하기. 그리고 관련된 시 쓰기. 와 좋은 발상이다. 감각적인 시가 나올 수 있는 좋은 지도방법이라 생각한다. 이것도 역시 가족들이 한마음이 되어 과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매우 비현실적이고도 감동적.

 

감각적인 시를 쓰기 위해 청각 다음에는 뭐가 있을까? 바로 후각이지! 냄새만큼 강렬한 것도 드물다. 세 번째 가통에는 좋아하는 냄새와 그 냄새와 관련된 기억을 적어오라는 과제가 나갔다. 오 이건 못해보았는데 역시 좋다! 나도 해봐야지. 이렇게 해서 이상이네 집에서 탄생한 시는 라면의 밤이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그 냄새....ㅎㅎㅎ

 

이렇게 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시적인 분위기가 담긴 시가 무엇인가 하는 논란까지 들어있어 다시 한번 감탄했다. 뭔가 멋있는 말인거 같은 느낌인데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 뭐 그런거 있잖아.... 너울거리는, 머나먼 저곳, 한떨기 바람, 아스라이 사라지는, 바람 속에 흩날리며.... 이런 류의 표현들 말이다. 이런 시를 쓴 주인공은 찬영이. 하지만 찬영이는 이상이와 감상을 주고받다가 자신의 시 스타일을 바꿔본다. 아이고 훨씬 낫네! 이 아줌마 선생, 동화책 읽다가 빵 터지고 미소가 만발하고 무릎을 치고 완전 혼자 쌩쇼를 하고 있네. 이런 동화 오랜만이야. 덕분에 토요일 아침이 즐거웠어.^^

 

프로젝트의 마무리는 낭독회였다. 마치 동네 잔치와 같았다. 떠들썩하진 않지만 감동이 있는. 리지 할아버지의 내 인생이라는 시는 할아버지의 연륜처럼 깊이가 있었다. 어려운 말은 하나도 없었지만. 모호한 말도 없었고. 다들 큰 박수를 보냈고 누군가는 눈물을 닦았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고 비둘기 초등학교의 구성원들은 다 땡땡이 선생님을 다시 보게 되었다고 한다.

시란 그런 거죠. 그 모든 걸 다시 보게 하는.”

 

시 쓰기를 학급운영의 큰 축으로 끌고 가시는 선생님들이 계신데, 부러워는 하면서도 나는 많은 시도를 해보진 못했다. 신경은 좀 쓰는 편이고 시 단원 나오면 정성껏 하려고 애는 쓰지만 일상적으로 운영하는 데는 성공을 못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막 마음에서 몽글몽글 솟아오르는 게 있네. 일단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고 나면 아이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 될까? 시로 서사를 만들어 나가는 1년의 학급살이. 멋지고 재미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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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짜는 있다 바람동시책 3
정연철 지음, 김고은 그림 / 천개의바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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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들도 참 재미있고 다양해지고 있는 중이다. 이 시집은 진짜 그 재미와 다양성에 큰 획을 하나 그었다고 평하고 싶다. 와 진짜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시집을 이렇게 재미나게 읽다니.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첫째는 이 시집에 흐르는 서사가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김고은 작가님의 느낌 생생, 개성있는 그림이 한몫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이젠 시집의 삽화도 이렇게 정성껏 기획하는 시대가 되었구나. 이 업그레이드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독자로서야 좋지만 왠지 모든 분야에 너무 완벽을 추구하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 (뭔소리야, 좋았으면 된 거지 말이 많아.ㅎㅎㅎ)

이 바람동시책 시리즈 첫권인 <티나의 종이집>도 한명의 화자가 써나간 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책도 그렇다. 티나의 종이집이 사랑 이야기라면 이 책은 우정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는데 단순히 그것 뿐만은 아니다. 삶의 태도라고 할까 가치관이라고 할까. 근본적인 것에 대한 물음이 담겨있다. 그 물음은 바로 이거다. 세상에 공짜는 있니? 없니?

제목에 딱 박아놓은 것처럼 이 책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보통은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 처럼 말하지 않는가? 나도 종종 해본 말이다. 심지어 어린이들 앞에서도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 세상에 공짜는 있다고!!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정연철 님은 이 메시지를 동화로 풀어내려 하셨어도 충분히 괜찮은 작품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님은 시를 선택했다. 읽고 나니 좋은 선택이었다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동화보다 더 극적이고 서사가 생생한 시라니. 동화로 썼으면 평작일 소재가 시로 썼더니 명작이 된 케이스랄까?ㅎㅎ 너무 내멋대로 해석하는 것 같다. 어차피 감상은 개인 느낌인 거니까.ㅋㅋ

평소 공짜가 "없다"고 생각해온 나는 이 시집의 메시지에 수긍해버리고 말았다. 아 듣고보니 그러네요. 특히 '시인의 말'의 이 부분.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하나 건네면
하나를 돌려받는 일도 있고
둘을 받는 일도 있고
셈으로 따질 수 없이 값진 걸 받을 수도 있고
아예 못 받을 수도 있어요."

첫 시에서 서사의 발단을 볼 수 있다. 화자인 노재민은 절친 수범이의 생일날 최선을 다해 비싼 선물을 사줬는데, 얼마 후 돌아온 생일선물은 꼴랑 지우개랑 학원 홍보용 포스트잇. 보통 아이라도 기분이 조금 쎄하기는 했겠다. 근데 재민이는 보통보다 훨씬 꽁하고 계산적이고 뒤끝이 긴 아이였던 것이다. 재민이의 심술은 거의 후반부까지 이어진다.

화자 재민이를 향한 작가의 따뜻한 마음에도 경의를 표한다. 나는 솔직히 이런 애가 너무 싫기 때문이다.^^;;;;;; 반면에 수범이나 외계인(정다정) 같은 애들은 내심 너무 예뻐. 표시내면 안되느니라.... 인내심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작가님은 따뜻한 시선으로 재민이를 바라보다가 결국 몰랑몰랑 녹이는 환한 결말을 만들어 낸다.

세상은 점점 재민이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수범이나 다정이 같은 아이들은 실속없고 바보같은 존재들로 취급받는다. 일단 따지고 으르렁대고 기선잡고 제압해야 직성이 풀리고, 그렇게 살아야 손해보지 않았다고 안심을 하는 사람들이 확실히 많아졌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인가 두려워질 때가 있다. 그런 세상 속에 이런 시집이 펼쳐졌다. 세상은 이 시집에 공감할 것인가? 그러잖아도 순한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원래 독한 인간들은 "뭐가 어째? 저리 치워." 이러는 것은 아닐지.ㅎㅎ

재민이의 가슴 속에서 '꽃이 팝콘처럼 터지는"(94쪽) 순간이 우리 모두에게도 다가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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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나탈리 1 : 네 모습 그대로 충분해 괜찮아, 나탈리 1
마리아 스크리반 지음, 김경희 옮김 / 한빛에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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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에 한 번 정도는 괜찮은 만화와 그래픽노블들을 모아놓고 아이들에게 소개해주며 자유롭게 읽는 시간을 가진다.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활동이고 아이들도 좋아해서 만족스럽다. 힘든 걸 먼저 하자 주의에 따라 이건 학기말 힘든 것 다 끝내 놓고 좀 여유있을 때 진행한다.

 

이 책을 그 목록에 추가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마리아 스크리반 작가는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인기 작가라고 한다. 나탈리시리즈는 현재 국내에 2권까지 나와있다. 이 책이 1권이다. 그림체가 복잡하지 않고 눈에 잘 들어오며 아이들의 고민과 아픔을 담았으면서도 경쾌하고 유머가 적당히 들어있어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주인공 연령이 중학생이지만 중딩 취향은 그다지 아닐 것 같고, 초등 고학년 정도 학생들이 이해하고 공감하기에 적당해 보인다.

 

제목에 메시지를 너무 직접적으로 담은 것이 내가 느끼는 딱 한가지 옥의 티다. 아이들과 이야기 그림책을 만드는 수업을 하면서도 주제를 제목에 그대로 쓰지 마세요. 재미가 없어요. 읽으면서 찾게 하세요.” 이랬는데, 내 생각이 틀린 거였나? 나탈리의 자기소개와 함께 책이 시작되는데 거기에 충분하다(enough)’라는 단어가 강조된다. 반대 의미로. , 나탈리는 자기 자신이 모든 면에서 충분치 않다고 느낀다. 자존감이 없는 캐릭터인 것이 처음부터 부각된다. 이를 극복하고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 책의 내용이어서 제목을 그렇게 붙인 것 같다.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움... 쫌 숨기는 맛이 있어야지.ㅎㅎ


보통 자존감의 부족은 타인(특히 친구)에 대한 의존으로 나타난다. 나탈리는 특히 심했다. 어릴 때 절친이었던 릴리는 중학교에 올라오면서 핵인싸인 알렉스와 단짝이 되며 나탈리를 철저히 무시한다. 그럴수록 릴리에 대한 미련은 깊어지기만 하는데.... 일편단심이 늘 좋은 건 아니다. 관계에 있어서 말이다. 마음을 거두어들이는 일도 필요할 때가 있다. 솔직히 이런 조언을 해주고 싶은 순간이 많은데.... 교사 입장에서는 지극히 조심해야 될 일이라 속으로 삼킬 때가 많다. 그래도 주의환기를 해주려는 노력은 하려고 한다. 집착한다는 것은 주변을 둘러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얘야, 고개를 들어서 좀 보렴. 갈 사람은 경쾌하게 보내 줘. 똥차 가고 벤츠 온다는 말도 있..... 아니아니 그건 아니고ㅋㅋ 네 주변에 더 좋은 친구 후보들이 포진해 있지 않니. 새로운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 보란 듯이 만들 것까진 없고 그냥 그게 멋지고 행복하잖니. 남이 보는게 무슨 상관이야.

 

외모 좋고, 옷 잘 입고, 운동과 춤과 노래를 잘하는 릴리와 알렉스는 비주얼 면에서 막강한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과 비교하면 낙심하기 쉽다. (솔직히 비교 안하기가 쉽지 않지.) 생각해보니 나의 열등감도 나탈리에 못지 않았다. 잘 드러나고, 추앙받기 쉬운 재능들이 있는가하면 잘 눈에 띄지 않고 그 또래에 주목받지 못하는 재능들도 있는 법이다. 주목받는 재능에만 집착하여 자신 안에 감추어진 보석을 보지 못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말이다. 이런 경우를 교실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아니 세상이 왤케 불공평해?’ 라고 느낄 만큼 재능 몰빵인들이 있다. 그런가하면 무재주 인생들도 있긴 있지 왜 없겠어.... 나탈리는 그래도 미술쪽 재능이라도 있었지. 그래서 선생님의 권유로 창작 공모전에 만화를 내서 1등상을 받았고! 그렇게 해서 나탈리는 성취감을 맛보고 자존감을 회복하게 되었지만, 현실의 평범인들은 어떠한가? 이제 나탈리를 부러워해야 하는가?ㅎㅎ 지극히 평범해도, 남들보다 잘하는 거 하나도 없어도, 우리 인생이 바닷가의 모래 한 알인 것을 자각해도 인생에 감사하고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 세상의 토대는 평범인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니까. 그 토대 위에서 뛰고 빛나는 사람들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자. 그냥 박수 쳐주고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살자고. 즐기면서.^^

 

극적으로 표현하느라 나탈리의 숨겨진 재능이 부각된 감이 있지만, 자존감 없고 과거의 베프에 집착하고 가스라이팅 당하기 딱 좋은 상태였던 나탈리가 건강하게 세워져 가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흐뭇함을 선사한다. 2권에서는 나탈리에게 사랑이 찾아오나봐? 이것도 건강한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솔직히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이야기가 마니마니 필요해. 기대하며 2권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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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고 싶어!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71
재클린 윌슨 지음, 닉 샤랫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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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파티, 우리반 인터넷 사이트 고민의 방, 공룡도시락 등 재클린 윌슨의 책들이 한참 나올 당시 참 재미있게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니 그게 10년도 훨씬 더 되어 20년이 다 되어가네. 한참 뜸했었는데 도서관에 갔다가 못보던 책을 발견하고 뒤적여 봤더니 작년에 나온 책이다. 반가운 느낌으로 빌려와서 읽어봤다. 역시 술술 금방 읽힌다. 닉 샤렛 그림작가와의 협업도 여전하다.

 

여자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했던 이전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 책의 주인공은 남자아이다. 왜 그렇게 썼는지는 작가의 말에 나온다. 드라마 제안을 받고 쓴 작품이라고 한다. ‘소년의 신나는 모험 이야기라는 조건의.... 이야기의 전개는 어찌보면 전형적이고 예측가능하다 할 수 있었다. 능력과 용기가 부족한 주인공이 던져진 상황에서 나름의 장점을 발휘하고 상황을 극복하며 자존감을 회복하는 이야기. 하지만 이야기의 재미는 예측불가능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자주 보는 패턴 안에서도 흐뭇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처럼.

 

그것은 아마도 공감 때문일 수도 있겠다. 내가 주인공 팀한테 엄청 공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실 평생의 핸디캡이기도 한데.... 팀처럼 내향적이고 활동적이지 못하며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을 좋아하고, 결정적으로 운동을 무지하게 못한다는 점이다. ‘극기훈련 캠프에 보내려는 부모님을 원망하며 레펠훈련, 카누훈련 등을 끔찍하게 여기는 모습이 나와 너무 닮았다. , 그러고보니 대다수의 활동적인 아이들은 이 책에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으려나? 딱히 그렇진 않다. 자신과 다른 주인공을 보는 맛도 있으니.

 

그 캠프에서 팀이 만난 아이들 중엔 학교로 치면 학폭으로 열 번은 걸려들었을 것 같은 거친 아이 가일스가 있다. 잘난척하고,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놀리고 비난한다. 이런 상황에 놓여진다면 대부분의 부모는 그 상황에서 자식을 빼낼 것이다. (아니 사실은 그보다 한 단계 더...) 하지만 팀의 부모님은 데리러 오라는 팀의 엽서에도 불구하고 더 해보라고 팀을 독려한다. 이것은 방치인가? 인내인가? 이 지점이 상당히 애매하다. 결과론일 때가 많으니. 이 책에서는 팀이 스스로 상황을 만들어가고 극복하여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가 되었다. 현실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나 그래도 시사하는 점은 있다. 우리는 자녀의 앞길에 꽃길만 깔아줄 수도, 자녀의 방을 멸균실로 만들어줄 수도 없다. 바람에 맞서 걷는 힘을 키우려면 때로는 애타는 인내심으로 지켜봐야 할 때도 있다. 상황마다 다르니 적확한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부모역할이 어렵다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 아니겠나.

 

하여간에 팀은 어찌됐든 견디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레펠훈련에서 엄청난 고난을 겪었지만 카누훈련에서는 물에 빠진 켈리의 애착인형을 건져내는 공을 세운다. 그바람에 꼴찌를 하긴 했지만. 그리고 마지막 훈련에서는 운동을 못해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팀원들과 함께 기뻐하면서 끝난다. 출발은 내키지 않는 도전이었지만 어쨌든 포기하지 않았(못했?)기에 한걸음 성장하게 된 것이다. 그 여정에 함께 있던 아이들과는 좋은 친구가 되었다. 인생이 그런 것 같다. 힘든 일을 겪고 극복하는 과정에 성장도 있고 친구도 있다.

 

사실 팀은 성향이 좀 소극적이어서 그렇지 내면의 건강함은 갖추고 있는 아이라고 볼 수 있다. 가일스의 노발대발에도 불구하고 등수를 포기하고 켈리의 간절함에 부응해준 점만 봐도 그렇다. 그러니까 도전과 그 과정이 아름다울 수 있었던 거지. 아예 내면이 건강하지도 않은 아이들은...ㅠㅠ 책이 현실이 되기는 그래서 어렵다.

 

하지만 현실 그대로만 그려내려면 문학이 왜 필요하겠어. 이렇게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동화의 좋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억지스럽거나 너무 뻔하지 않은 선에서. 유머도 갖추면 좋고. 이 책에서는 팀이 부모님에게 보내는 엽서 내용의 변천(?)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내가 어렸을 때 팀과 같은 극기훈련에 참여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도전에 강한 인간이 되었으려나....ㅎㅎㅎ 극복하지 못한 과제가 많은 나는 핸디캡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그럭저럭 살고 있다. 이만큼 살아보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더 많이 도전해보는 것이 진리다. 이 책은 시공주니어문고 1단계(저학년용)로 나왔지만 분량도 130여쪽 되고 내용수준도 어느정도 있어 3학년 정도에게 적당한 것 같다. 아이들아. 약점이 있다고 지레 포기하지 말자. 포기는 약점을 극대화하지만 도전은 가능성을 키워 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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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감수성을 기르는 그림책 수업 - 기후 위기 극복 위해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이끄는 생태 전환 교육 그림책 학교 12
이태숙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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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관련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중에 '그림책 수업'으로 검색해도 그 양이 상당할 것이다. 다 보진 못했고 몇 권 읽어보았는데 빠짐없이 다 좋다. 서평 게시판에서 이 책 제목을 보고 한 생각은 첫번째로 '그림책 수업 책이 또 나왔네' 였고 두번째는 '한 주제로 한 권이 나왔네'였다. 이 주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나또한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일단 책 신청을 했다. 읽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다. 쉽게 쓰여진 책은 그만큼 가볍지 않을까? 이 책은 쉽게 쓰여진 책이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 이유는 첫째 저자가 매우 열심히 공부하셨다는 점이다. 나도 일단 어떤 주제를 맞이하면 무턱대고 시작하기보다는 자료를 살펴보는 편인데 저자 선생님에 비하면 공부가 아니고 그냥 훑어보는 수준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사가 다룰 주제가 얼마나 많은데 주제마다 저렇게 공부할 수 있을까? 교사는 공부하는 직업이기도 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 개인의 열심히 첫 번째겠지만 그럴만한 환경도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두 번째는 지도 내용을 조직하는 일과 더불어 실천에 매우 큰 비중을 두고 노력하셨다는 점이다. 사실 환경이라는 분야 자체가 그렇다. 앎은 시작이고 동기부여일 뿐 거기서 끝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리 유식해도 실천 안하면 그만이고 무식해도 실천하면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생태 환경 교육은 쉽지 않은 분야다. 나도 이런저런 과목에서 관련 내용이 나오면 최대한 차시를 확보하고 자료들을 보여주고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수업을 하려고 애쓰지만 실천까지 이끌기는 어려웠다. ‘이렇게 알게 되었으니 집에서 각자 잘 실천하거라정도라고 할까? 결정적으로는 나 자신도 그렇게 생태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다. 초록을 좋아하지만 그보다는 회색의 편리함에 더 젖어있다. 그 이유가 뭐겠어. 번거롭고 손 가는 일을 하기 싫어하는 귀차니즘이지. 그래서 교실에 화분도 기본적인 학습관련 이외에는 키우지 않는다. 저자 선생님은 이런 면에서 아주 부지런하셨다. 내 주변에도 교실이 식물원인 쌤들이 계시다. 본인 취미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내가 하는 몇 번의 수업보다 이분들의 일상교실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방대한 자료의 양이다. 나도 찾아본 주제이기는 한데 이중에 일부를 찾아봤을 뿐이다. 주제와 엮을 수 있는 최대한의 자료를 찾고 그 자료를 깊이있게 읽고 적절히 소개하는 저자의 내공에 감탄하게 되었다. 누구든 이 주제로 수업하길 원한다면 일단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을 이 책의 흐름대로 쭉 살펴보고 나름의 구상을 추가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두차시의 일회성 수업으로는 되지 않으니, 학급의 교육과정에 깊이 스며들도록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다.

 

위에서 말한 흐름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곳 지구(1), 지구의 주인들이 사라져요(2), 늦기 전에 우리가 나서야 해요(3) 순으로, 근본적인 물음, 우리의 실상, 실천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물론 각 장마다, 각 책마다 이 세가지 주제가 혼재되어 있기도 하지만 큰 흐름으로 보면 그렇다. 이 흐름으로 책을 살펴보니 뭔가 맥락이 생기는 것 같아 좋았다.

 

한 가지 주제만 담은 책, 그래서 활용도는 다른 책에 비해 적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내겐 이 책이 가장 많이 찾아볼 책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끼고 도서관에 한 번 가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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