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자전거 여행 3 - 그 애와 함께 창비아동문고 328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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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이 나오고 10년만에 2권이, 그리고 4년만에 3권이 나왔다. 꽤 오랜 시간 쓰여지고 그 이상 오랜 시간 사랑받는 책인 것 같다. 1권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고학년 온작품읽기 대표주자로 자리잡고 있다.

 

책을 넘기게 되는 동력은 궁금함, 다르게 말하면 기대감이다. 이 세 권은 모두 그 점에서 탁월하다. 3권도 앞의 두 권에 못지않았다. 특히 초반부분은 약간 신이 날 정도의 기대감이 있었다. 그 동력이 책을 단번에 끝까지 읽게 한다. 호진이는 1,2권에서의 자전거일주로 인해 학교에서 좀 알려진 아이가 되어있었다. 친구들의 관심 속에, 호진이가 말도 섞어보지 못한 넘사벽의 여학생 고은찬이 다가왔다. 자전거 여행에 데려가 달라고.

 

호진이, 은찬이, 그리고 은찬이 곁에 오래 있었던 지우. 세 명이 자전거 여행을 가게 된 과정이 좀 현실성은 없었다. 아이들끼리 할 수 없는 부분을 치연누나가 채워주기는 했지만, 그런 어른이 흔치 않다는 점과, 그렇게 어린이들의 의도와 계획을 전적으로 믿고 지원해주는 것에 쉽게 동의가 되지 않아서이다. 이건 나의 성격 탓이기도 하다.

 

약간 무리한 설정이긴 해도, 여행지역이 제주도라는 점은 새로운 재미와 기대감이었다. 제주도 역시 작가가 실제로 여행한 지역이라는 점을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시리즈 전체가 실감나는 첫 번째 요인이다. 작가가 자전거여행 매니아이며 그 여정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점. 그게 제주도라니. 나는 가능하지도 못하면서 설레었다. 자전거로는 안되지만, 해보고 싶은 여행길이긴 하다.

 

여기서는 은찬이라는 새로운 주인공에 주목한다. 모든 것에 역량이 너무나 뛰어난 아이. 심지어 운동도 잘해. 자전거 여행에 경험자인 호진이만큼은 못하지만 무리없이 여정을 시작하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뛰어난 역량이 아이를 옭아맨 족쇄가 된다. 부모의 욕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이 어릴 때 혹시 우리 애가 영재인가?’ 라는 착각에 빠지지만, 지극히 평범하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은찬이네 부모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 은찬이가 모든 것을 너무 잘해냈으니까. 게다가 뒷받침해줄 재력도 된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 은찬이의 일과는 분단위로 채워졌다. 그걸 또 해내는 은찬이. 하지만 표정은 어둡고 입은 굳게 닫혔다.

 

자전거 여행을 보내려는 것도 일종의 스펙 때문이다. 다양한 이력이 필요하니까. 하지만 공식적 자리는 다 찼고, 세 아이는 비공식 자기들끼리의 여행을 도모한다. 1,2권에 계속 등장했던 삼촌의 여친 치연누나의 이해와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라면 도와주지 않았겠지만.... 은찬이 부모 같은 사람들한테 나중에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하지만 때로는 무모함 때문에 새로운 일들이 만들어지기도 하는 법.

 

은찬이에게 이 여행은 일탈이자 자기 자신을 찾는 길이다. 오랫동안 은찬이를 좋아해온 지우에게는 고백의 기회이기도 하고, 호진이의 마음에는 예기치 못했던 사랑의 충격이 다가오기도 한다. 아이들은 그렇게 삼각관계 속에서 고난의 여행을 진행하는데, 사랑에 질퍽거릴 만큼 한가한 여정이 아니었으므로 독자들을 그렇게 짜증나게 하지는 않는다. 호진이와 지우 둘 중의 하나와 사랑이 엮어졌다면 남은 한 명이 쓸쓸해졌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어서...^^;;;

 

삼촌 또한 목적이 있어 치연과 둘만의 여행을 계획했건만, 불청객과 같은 세 아이를 모른척 할 수는 없어서 자꾸만 엮인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힘들구나.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도 있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아이든 어른이든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라는 법은 없다.

 

결국 아이들의 여정은 계획대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분노한 은찬이 부모가 중간에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김에 은찬이 부모는 사진사까지 붙여 여정을 기록하려 하나, 오히려 은찬이는 거기에서 그만둔다. 이건 자신을 찾는 여행이 더 이상 아니기 때문에. 얘는 진정한 능력자구나. 부모가 망치지만 않으면 스스로 잘 크겠는데, 맞서는 과정이 쉽지는 않겠다.

 

은찬이와 갈라진 호진이는 돌아오는 교통편으로 배를 선택했다. 갑판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으로 이 책은 끝을 맺는다. 여기에서 진짜 끝일까? 4권이 있을까? 초등학생 마지막 학기의 이야기니까, 다음은 청소년 소설로 4권이 나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미 이 책에서 내 인생에서 큰 의미인 그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부제도 그 애와 함께니까. 나의 고된 여정에서 함께 페달을 밟을 그 애. 그 애를 생각하며 오늘 나만의 페달을 밟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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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붉은 매화 향을 담다 (표지 2종 중 ‘청록’ 버전)
서은경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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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단순하고 심심한 제목이다. 부제가 감각적이어서 그나마 느낌을 돋워 준다. ‘붉은 치마폭에 짙은 매화 향을 담다.’

 

서평게시판에서 이 책을 골라잡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남은 책이 거의 없었고, 만화 형식으로 된 그림 관련 책이라는 점이 궁금하기도 해서 별생각 없이 신청했는데 받고보니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와우 수지 맞았는데? 이런 생각이 들 정도.

 

일단은 만화 자체도 아주 좋았다. 이런 말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수준과 품격이 있다고 할까. 캐릭터를 과장하고 에피소드를 억지로 짜 넣음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이 아니어서 좋았다. 꼭 웃겨야 맛은 아니니까. 조용하고 잔잔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가끔씩 미소도 지을 수 있었고. 옥탑방에 세들어 사는 가난한 그림작가 주봉 씨와 고양이 캐릭터로 그려진 묘묘 씨. 집주인 오사장과 그의 딸 초등학생 꼬경이 등 등장인물들이 평범하면서도 친근했다. 엄청 잘나지도 않았고 적당히 게으를 때도 있고 하는 일이 썩 잘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한심한 인생도 아닌 보통 사람들.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조선시대 화가들의 작품이 소개된다. 책의 느낌 자체가 한적한 것과 같이, 많은 작품을 소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작품에 깊이 공감하는 것이 여러 작품을 보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이 책을 보면서 들었다.

 

예를 들면 김정희 편에서는 <세한도>만을 소개하고 있다. 세한도가 유배지에서 그린 그림인줄만 알고 있었는데, 그에게 충심을 다하는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준 그림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늙고 권력없는, 그래서 아무 유익도 줄 수 없는 스승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섬긴 제자나, 그 고마움에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어하는 스승의 마음이 모두 감동적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흔하게 볼 수 없는 마음이니.

 

빼놓을 수 없는 화가, 김홍도 편도 있는데 우리가 익히 아는 서당이나 무동 같은 풍속화 대신에 좌수도해도, 한정품국도를 소개하고 있어 새로웠다. 다양한 장르의 그림에 두루 능했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풍속화 외의 그림은 잘 몰랐기에 유익한 감상이 되었다.

 

그 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안견의 몽유도원도 등 익히 아는 대표작들도 반가웠고, 나비를 즐겨 그렸다는 남계우, 대나무를 즐겨 그렸다는 이정 등의 화가를 소개받게 된 점도 좋았다. 정약용에 대해서는 실학과 저술로만 알고 있었는데, 유배지에서 외롭게 지내며 부인이 보내온 오래된 치마폭에 그림을 그려 자녀들에게 주었다는, 특히 혼례식에 가보지도 못한 딸에게 그려준 그림의 사연이 애틋하다.


현실과 과거를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잘 연결하는 작가 서은경 님의 역량에 감탄했다. 글작가가 따로 있지 않다는 점, 옛 그림에 대한 조예가 매우 깊어보인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지점이었다. 이 분야에 관심있는 학생이라면 선물로 주어도 매우 가치있는 책이 될 것 같다. 만화책이지만 여러 번 읽어봐도 좋을 책. 말하자면 소장하기에도 좋을 책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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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의 걷기 클럽 사계절 아동문고 108
김혜정 지음, 김연제 그림 / 사계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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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다는 것의 의미. 나이 든 나는 이제 알 것도 같지만 열세 살로 대표되는 사춘기 학생들이 이걸 잘 알 수 있을까. 하지만 작가님은 작품에 더할 나위 없이 잘 표현해 내셨다. 이런 것이 함께 걷는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걷기걷기 클럽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실제 걷기이기도 했고 비유적인 의미의 걷기일 수도 있다. 이렇게 의미가 꽉 찬 작품을 만나면 뭔가 보람된 기분이 들면서 흡족한 마음이 된다. 거기다가 한 번에 끝까지 쭉 나가는 재미도 있었다. 유머나 웃음은 없지만 진지한 재미라고 할까. 열세 살쯤 되면 그런 걸 알게되는 나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클럽 결성을 해야되는 상황이 되고, 주인공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어딘가에는 꼭 들어가야 해서 얼떨결에 뭔가가 시작되고, 거기서 만난 외인구단 같은 아이들이 의외로 잘 맞아서 다양한 서사가 펼쳐지고, 그러다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절친으로 거듭나는..... 그런 이야기를 외국 동화들 중에서 몇 번 읽어본 적이 있다. 일단 설정은 그렇게 독창적이지는 않다고 보겠다. 하지만 읽어가며 어디에도 몰입을 방해하는 기시감은 없었다.

 

윤서는 새로 입주하는 동네의 학교로 5학년 말에 전학을 왔다. 6학년이 되어도 친구는 없다. 특별한 갈등이나 문제가 불거지진 않지만 윤서 자신의 내적갈등은 깊다. 그래서 늘 벽을 친다. 모든 일에 시들하고 하기 싫어한다. 하물며 강제적 운동클럽이라니.

 

던지듯 말한 걷기 클럽에 학급의 최고 오지랖쟁이 강은이 들어오겠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던 윤서의 속셈은 어그러진다. 거기에 열정적인 담임선생님이 자원에서 담당을 맡고, 5공주파 같은 무리에서 밀려나고 있는 중인 혜윤, 유일한 남학생인 재희가 들어왔다. 담임선생님을 따라 마지못해 운동장을 걷던 아이들은 점차 영역을 넓혀간다. 여름방학에는 자기들끼리 시간을 정해 호수 걷기를 진행하고 진행 상황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에 아이들 각자가 가진 아픔들이 드러난다. 다양한 문제가 잘 짜여져 들어가 있어서 역시 작가의 역량을 실감하게 되었다. 화자인 윤서는 전학오기 전 가장 사랑했던 친구의 당부를 지켜주지 못해 곤경에 빠뜨렸다는 죄책감에 모든 마음의 문을 닫았고 부모님과도 갈등한다. 오지라퍼인 강은은 항상 발벗고 나서서 친구들을 도와주며 밝고 친절하다. 하지만 이런 아이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 가장 심각한 법이다. 혜윤은 버티고 싶었던 5공주 그룹에서 결국은 밀려났다. 밀려나는 과정이 좋았을 리는 없으니 상처를 많이 받았다. 혜윤의 문제는 말이 너무 직설적이라는 점이었는데, 5공주파를 떠나 걷기 클럽에 와서도 그 성향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겁한 방법으로 친구를 따돌린 그 아이들과는 달리 걷기 클럽에선 그것을 친구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봐주었다. 불편할 때는 얘기하고 장점일 때는 고맙게 여겨 주었다. 개인의 성격은 관계에서 무척 중요하지만 어떤 그룹에 있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발현되기도 한다. 악의적인 면이 없다면 개인의 특성은 장점으로 다듬어지도록 주변의 이해도 필요하다. 물론 성향이 도저히 맞지 않는다면 갈라지는 것도 얼마든지 괜찮은 일이다. 그것에 너무 집착할 필요도 없고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다. 부모님들도 이런 면에 좀 쿨한 태도를 가졌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재희는 공부를 아주 잘하는 남학생이지만 외모에 자신감이 매우 부족하다. 이 나이 때 외모는 많이 중요하지. 어쩌면 공부보다 더..... 더구나 재희는 학원에 짝사랑하는(고백하고픈) 여학생까지 있었으니. 방학중 호수걷기를 주도한 것도 재희였는데 이를 통해 극기의 다이어트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머지 3명 여자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스타일 변신에도 성공한다. 그러나 짝사랑까지 성공하게 될지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평소 명랑하여 분위기 상승과 해결사의 역할을 도맡아하던 강은의 진통이 가장 컸다. 강은이 문을 닫아걸자 비로소 그 존재감이 얼마나 컸었는지 드러났다. 나머지 세 명은 진심을 다했고 비로소 강은이 문을 열고 나왔을 때 함께 기뻐했다. 내 사전에 진통이 없었으면 좋으련만 그런 삶은 있을 수 없으니 잘 극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녀가 속상한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겠다고 발벗고 나서거나 원망하는 부모님들은 이 책을 자녀와 함께 읽으시면 좋겠다. 피할 수 없는 진통, 그리고 그 극복 과정을 통해서 회복탄력성(리질리언스)이 길러지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나 자신도 솔직히 엄청난 회피성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윤서가 예전 절친에게 연락을 받고, 과거의 일이 결과적으로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알게되는 장면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행복했다. 다행이야. 진통은 아직 남아있지만 힘내서 살아가렴. 그럴만한 힘을 길렀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어.

 

왕따, 아동학대, 학폭 과정의 부작용, 어린 영재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성장과정 등 여러 가지 문제의식이 한 권 안에 들어가 있는데 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잘 짜여 들어간 점을 가장 높이 평가하고 싶다. 너무 극단적인 캐릭터가 없다는 점도 내 취향으로는 읽기 편했다. 걷기라는 운동이 시나브로 우리의 체력을 올려주듯이, 함께 걸었던 네 명 아이들의 마음이 함께 건강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좋았다. 그런 모습을 현실에서도 많이 보고 싶다.


걷기.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다는 점도 위안이 된다. 나랑 같이 걷기 클럽을 하실 분 그 누구인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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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스타 마루비 어린이 문학 16
최은영 지음, 국민지 그림 / 마루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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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예상되었고 딱 그 예상대로 흘러갔지만 만족스러웠다. 함정에 빠진 이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더 큰 함정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 받는다. 일주일 스타. 일주일은 지안이가 함정에 빠져있던 딱 그 일주일이었다.

태권도장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지안이는 대련 중 우스꽝스럽게 엉덩방아를 찧어 망신을 당했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 잘하는 게 없구나. 태권도도 이렇고, 미술도, 음악도 젬병이고, 공부도 별로.... 그렇게 귀가하던 중 생각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할머니를 쓰러뜨리고 간 소매치기범을 킥보드로 쫓아가다가 검거하는데 공을 세운 것이다! 지안이는 ‘용감한 시민상’을 받게 되었고 일약 유명해졌다. 경찰차가 학교로 찾아오고, 교장실에 불려가 치하를 듣고, 경찰서에서 상을 받고, 뉴스에도 나오고.....

소심한 나는 이 대목에서 걱정했다. 저러면 안되는데.... 대체 부모는 뭐하는거야. 저렇게 신상이 밝혀져서 어떡하려구.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법은 한발짝 떨어져있고 그보다 주먹은 가깝다구 이사람들아. 소매치기 형량이 뭐 얼마나 되겠어? 보복 당하려면 얼마든지 당할 수 있는 상황이야. 이보다 더 별일 아닌 일로도 참혹한 일이 얼마든지 벌어지고 있다구!

하지만 지안이 부모님은 이 상황을 흐뭇해하고 즐기기만 할 뿐 그런 걱정은 꿈에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휴... 다행히도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동화니까... (그래도 현실에선 조심해야 한다.)

문제는 내가 마음졸인 그런 위험이 아니라 붕붕 뜬 구름 위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지안이의 마음이었다. 부모님은 갑자기 스타가 된 딸을 자랑스러워하고 함께 들떠있다. 그러다 주의를 환기시키는 말을 아빠가 한 번 하기는 하는데, 너의 판단에 맡긴다 수준이어서 크게 영향력이 있지는 않았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사람은 유튜버를 꿈꾸는 오빠 준완이. 지안이를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경찰서로 선물을 보냈고, 오빠는 언박싱 영상을 찍자고 재촉한다. 영상이 뭔가 부족해 보이자 남매는 내용을 보충하려고 무리수를 둔다. 피해자 할머니를 찾아갔다가 할머니 손자에게 따끔하게 한 소리를 듣고 돌아온다. (이런 소리를 부모가 했어야 했는데. 부모는 때로 단호해야 한다.)

하지만 어찌어찌해서 영상은 올라갔다. 그러는 일주일간 지안이가 아주 까맣게 뒷전에 두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매일 물주며 아끼던 화분을 내팽겨쳐 둔 것처럼. 내일이면 전학갈 절친과의 시간들을 그냥 흘려보낸 것이다.

모든게 엉망이 되기 전에 지안이가 정신을 차리는 결말이어서 다행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동영상은 올라갔고, 당연하게 악플들이 많이 달린다. 그럴 만도 하지 뭐. 진실한 마음에도 악플을 다는데 저런 얍삽한 마음에 악플이 안 달리는 게 이상하지. 하지만 그건 이제 지안이가 감당할 몫이다. 채널을 폐쇄하고 없던 일로 빨리 돌아가든가, 아니면 건강한 콘텐츠로 빨리 선회하든가. 이야기는 그것까지 보여주지는 않고 끝난다. 절친 서경이와의 우정은 회복한 채로 끝나서 훈훈했다.

‘스타’(유명한 사람, 인정받고 칭송받는 사람)에 대한 갈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물론 정도 차이는 많이 있다. 굉장히 집착하는 사람도 있고 크게 추구하지는 않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완전히 초월한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지안이처럼 갑자기 그것이 들이닥쳤을 때, 정신을 차리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사려깊게 더욱 조심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또한 지안이처럼 무재주를 한탄하면서 살아왔고 청소년기에는 열등감으로 꽤 고통을 받기도 했다. 가뭄에 콩나듯 단상 위에서 받아본 상의 맛을 잊지 못해 꿈에 나온 적도 있었던 것 같다.ㅎㅎㅎ 단상 위의 주인공들을 언제나 부러워했겠지. 나이 들며 그런 불은 다 꺼져 사그러들었지만 불씨가 남아있는 한 조심해야겠지.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나 부모님들도 ‘스타’를 꿈꾸기보다 조용히 자신의 삶에 내실을 기한다면 훨씬 원만하고 상식적인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타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에 대한 도취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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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통신문 시 쓰기 소동 노란 잠수함 15
송미경 지음, 황K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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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딱 며칠 동안만 쓸 수 있는 적립금 천원을 넣어 주었다고 알림이 왔다. 그 천원을 놓치지 않으려고 신간을 검색해보는 나...^^;;; 그러다가 눈이 번쩍! , 송미경 작가님 신작이 나왔네?

 

송미경 작가님의 책은 나오는 족족 다 읽은 것 같다. 그 기폭제가 된 작품은 <돌 씹어먹는 아이>였는데, 작가님 이름으로 검색해보면 <가정통신문 소동>이 가장 위에 뜬다. 그 책이 제일 많이 팔렸나보다. 대중과 나의 취향은 다른 것인지, 나는 그 책이 가장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가장 많이 팔렸다는 것은 독자들을 끄는 어떤 매력이 있었던 것이겠지. 그리고 이렇게 후속작이 나왔다. 나는 이 책이 훨씬 더 맘에 들었다. 그러고보니 전작도 다시 보게 된다. 오호, 그때 깔아둔 배경으로 후속작이 이렇게 펼쳐지는구나.

 

내가 그 책의 리뷰를 어떻게 썼더라 찾아보니 일단 엄청 비현실적임을 전제한 후에 시사하는 점들을 몇가지 짚어놓았다. 그 비현실성 중에 하나는 이것이다. 재미나고 엉뚱한 숙제를 내주시는 교장선생님의 방침에 학부모들이 동의하고 순진할 정도로 긍정적이게 따르는 것. 아이고 말도 안된다. 학부모님들 성가시게 했다가 무슨 꼴을 당하려고....... 근데 그 말도 안됨이 이 작품에도 이어진다. 무려 시를 쓰라는 과제. 그것도 가족이 모두. 하지만 그 비현실성에 태클을 걸 생각이 전혀 없다. 그랬다간 이렇게 재미있는 동화가 나오지 않을 거잖아.... 동화잖아.... 그래 맞다 이건 일종의 판타지야. 행복하게 지켜보자구.

 

이 작품에선 전편에 없던 흥미로운 주인공 한 명이 등장하는데 바로 새로 오신 선생님이다. 별명은 땡땡이 선생님, 이름은 도당당이다. 수업 외에는 거의 말이 없고 무뚝뚝하다. 가정통신문 아이디어가 고갈된 교장선생님이 교사들에게 돌아가며 하자고 제안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첫 타자가 땡땡이 선생님이었던 것. 그리고 땡땡이 선생님이 발행한 가정통신문에 제시된 과제가 바로 시 쓰기였던 것.

 

선생님들은 툴툴거리고 학부모들도 난색을 표한다. 하지만 이 시쓰기프로젝트는 힘있게 추진된다. 단계가 있다. 첫주에는 가족만의 요리를 만들고 사진을 찍으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이것에 대해 시를 써도 좋겠다는 코멘트와 함께. , 나도 1년 글쓰기 주제 중 맛있는 이야기라는 주제가 있다. 이 주제로 쓸 때 아이들의 표정이 가장 즐겁고 진지하며 몰입해서 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음식의 조리법을 설명해도 좋고 부모님이 해주시는 음식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을 소개해도 좋다고 한다. , 이 책처럼 가족이 함께 요리하라는 과제는 내주지 않는다. (이유는 위에 썼음....) 어쨌든 이 글감은 내가 생각해도 상당히 좋다. 그런데 시로 전환할 생각은 못했네? 올해는 꼭 해봐야겠다.

 

각 가정에서 마카롱, 비빔밥, 야식, 떡볶이 등의 시들이 탄생했다. 이상이 아빠의 한 잔의 커피라는 시도.^^ 이어서 다음 가통에는 소리를 주제로 한 과제가 나갔다. 가장 좋아하는 소리를 녹음하기. 그리고 관련된 시 쓰기. 와 좋은 발상이다. 감각적인 시가 나올 수 있는 좋은 지도방법이라 생각한다. 이것도 역시 가족들이 한마음이 되어 과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매우 비현실적이고도 감동적.

 

감각적인 시를 쓰기 위해 청각 다음에는 뭐가 있을까? 바로 후각이지! 냄새만큼 강렬한 것도 드물다. 세 번째 가통에는 좋아하는 냄새와 그 냄새와 관련된 기억을 적어오라는 과제가 나갔다. 오 이건 못해보았는데 역시 좋다! 나도 해봐야지. 이렇게 해서 이상이네 집에서 탄생한 시는 라면의 밤이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그 냄새....ㅎㅎㅎ

 

이렇게 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시적인 분위기가 담긴 시가 무엇인가 하는 논란까지 들어있어 다시 한번 감탄했다. 뭔가 멋있는 말인거 같은 느낌인데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 뭐 그런거 있잖아.... 너울거리는, 머나먼 저곳, 한떨기 바람, 아스라이 사라지는, 바람 속에 흩날리며.... 이런 류의 표현들 말이다. 이런 시를 쓴 주인공은 찬영이. 하지만 찬영이는 이상이와 감상을 주고받다가 자신의 시 스타일을 바꿔본다. 아이고 훨씬 낫네! 이 아줌마 선생, 동화책 읽다가 빵 터지고 미소가 만발하고 무릎을 치고 완전 혼자 쌩쇼를 하고 있네. 이런 동화 오랜만이야. 덕분에 토요일 아침이 즐거웠어.^^

 

프로젝트의 마무리는 낭독회였다. 마치 동네 잔치와 같았다. 떠들썩하진 않지만 감동이 있는. 리지 할아버지의 내 인생이라는 시는 할아버지의 연륜처럼 깊이가 있었다. 어려운 말은 하나도 없었지만. 모호한 말도 없었고. 다들 큰 박수를 보냈고 누군가는 눈물을 닦았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고 비둘기 초등학교의 구성원들은 다 땡땡이 선생님을 다시 보게 되었다고 한다.

시란 그런 거죠. 그 모든 걸 다시 보게 하는.”

 

시 쓰기를 학급운영의 큰 축으로 끌고 가시는 선생님들이 계신데, 부러워는 하면서도 나는 많은 시도를 해보진 못했다. 신경은 좀 쓰는 편이고 시 단원 나오면 정성껏 하려고 애는 쓰지만 일상적으로 운영하는 데는 성공을 못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막 마음에서 몽글몽글 솟아오르는 게 있네. 일단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고 나면 아이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 될까? 시로 서사를 만들어 나가는 1년의 학급살이. 멋지고 재미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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